문재인 대통령이 3박 4일간의 중국 국빈 방문 일정을 마치고 16일 귀국했다. 문 대통령은 이번 방중을 통해 중국 국가 주석 시진핑과 외교·안보 전략 차원에서 우리 운신의 폭을 제한하고, 한미동맹을 약화시킬 수 있는 사항들을 이른바 ‘한반도 평화와 안정을 위한 4대 원칙’이란 명목으로 합의했다는 비판을 받는다.
‘4대 원칙’의 내용은 “한반도에서의 전쟁은 절대 용납할 수 없다” “한반도의 비핵화 원칙을 확고하게 견지한다” 등 일견 타당한 말이지만, 한반도 정세 현실을 고려했을 때는 이상적인 얘기에 불과할 수도 있다. 한반도 비핵화 원칙을 깬 당사자는 북한이다. 북핵을 명시하지 않은 채 ‘한반도 비핵화’를 얘기하는 건 미군의 전술핵 재배치와 한국의 자체 핵무장 등 여러 선택지를 제한하는 것이다.
한반도에서 전쟁이 일어난다면 그 원인은 핵·미사일을 개발한 북한에 있지만, 문 대통령과 시진핑은 북한에 대한 비판과 대북 압박 공조가 아닌 ‘한반도 전쟁 불용’에 합의했다. 이는 물리력을 동원해서라도 북핵을 제거하겠다는 동맹 미국의 대북 정책 기조와 배치된다. 이에 따라 미국은 한국이 혈맹인 자국보다 중국과 더 공조하는 건 아닌가 하는 의구심을 갖게 할 수 있다. 사상 최대 안보 위기를 맞은 상황에서 우리 안보를 지키는 주축인 한미동맹에 균열이 생길 수도 있는 셈이다.
이 같은 문재인 대통령의 행보는 1월 17일 발간한 그의 대담집 《대한민국이 묻는다-완전히 새로운 나라, 문재인이 답하다》에 기술된 대미(對美)관 관련 부분을 떠올리게 한다. 문 대통령은 이 책에서 “이젠 미국의 요구에 대해서도 협상하고 노(NO) 할 줄 아는 외교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이를 고려하면 “미국에 할 말은 하겠다”는 게 문 대통령의 대미 외교 기조라고 할 수 있다.
문재인 대통령은 2011년 10월 팟캐스트 ‘나는 꼼수다’에 출연했을 때 우리나라 경제관료들을 가리켜 “제가 겪어보니까 우리나라의 경제관료들은 거의 대부분이 대단한 개방주의자들”이라며 “다들 미국에서 유학 생활을 해서 그런 건지 잘 모르겠는데 친미를 넘어 숭미라고 할 정도”라고 주장했다. 얘기 도중 사회자가 ‘종미’라고 표현하자 “아! 종미”라고 맞장구를 치기도 했다.
문재인 대통령이 친미 일변도였던 기존 외교정책 기조에서 벗어나 ‘실용 노선’을 자처하는 건 바람직하다. 국익에 따라 우리의 의사를 국제사회에 밝히는 건 당연하지만, 과연 이번 중국과의 협상 과정에서 문 대통령이 미국에 대해서도 ‘노(NO)’라고 할 줄 알아야 한다고 강조해 왔던 것처럼 ‘실용적’인 입장에서 접근했는지는 의문이다.
글=박희석 월간조선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