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건설, 이명박 전 대통령, UAE, 그리고 임종석 비서실장의 특사의혹

노무현 전 대통령도 신경 쓴 UAE와의 관계 문재인 정권서 단절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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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무현 대통령이 2007년 5월 22일 청와대에서 방한 중인 모하메트 아랍에미리트 총리와 악수하고 있다. 사진=조선DB
임종석 대통령 비서실장의 지난 10일 아랍에미리트(UAE) 방문을 두고 말이 많다. 그의 갑작스러운 방문이 '국교 단절 수습용'이라는 의혹이 제기됐기 때문이다.
 
정재계의 소문을 종합해 보면, 아랍에미리트(UAE)의 왕세자는 문재인 정부가 이명박 전 대통령과 UAE 왕실 사이에 어떤 비리가 있다는 의혹을 가진 데 대해 '국교 단절'을 염두에 둘 만큼 분노한 상태다.
사실 UAE를 비롯한 중동은 이명박 전 대통령에 대한 이미지가 좋다. 정확히 표현하면 현대건설 사장이었던 이명박의 추진력을 인정한다.
 
고(故) 정주영 현대그룹 명예회장은 1974년 말 오일쇼크로 나라 달러가 바닥나자 "돈을 벌려면 세계 돈이 몰려 쌓이는 데로 가야 된다"며 중동 진출을 선언했다.
 
당시 몇 차례 중동 전쟁에서 이스라엘에 참패를 거듭한 중동 산유국들은 세계에 앙갚음이라도 하듯 OPEC(석유수출국기구)이라는 석유 수출국 카르텔을 결성하여 인정사정없이 석유가격을 천정부지로 올리고 있었다. 선진국, 후진국을 막론하고 세계의 돈이 어쩔 수 없이 중동 산유국들로 빨려 들어가고 있었다.
 
그렇긴 하지만 중동 진출은 현실과는 너무나 거리가 먼 발상이었다. 대체적으로 당시 한국 사회는 경제계를 포함하여 중동에 대하여 아는 것이 거의 없었다. 중동의 문화, 언어, 사회, 경제에 대하여 지식이나 경험이 일천하였고 이 분야 전문가도 거의 없었다.
 
그룹 내 2인자였던 큰 동생 정인영 부회장이 적극 반대하고 나섰다. 정 회장에게 감히 이런 반대의 말을 하며 맞설 사람은 정인영이 유일했다.
 
그러나 정 회장은 특유의 추진력으로 밀어붙였다.
"아직 해보지 않아서 모르는 부분은 배우며 하면 되고, 길이 없으면 만들며 해결하면 돼. 사막이 뜨겁다고 하지만 밤에는 서늘하다고 하니 일하는 사람들을 낮에는 에어컨 켜놓은 데서 재우고 밤에 불 켜놓고 일하게 하면 되잖아. 또 물이 부족하다고 하는데 차로 길어오면 되고, 어차피 건설장비는 임차해서 쓰는 거니까 문제없어. 자금도 현대신용 가지고 빌려서 해결하면 돼."
 
1975년 바레인 조선소 공사를 시작으로 중동 진출을 본격화했다. 이듬해에는 당시 ‘20세기 최대 역사(役事)’로 일컬어졌던 9억3000만 달러 규모의 사우디아라비아 주베일 산업항 공사를 따냈다. 수주액만 놓고 봤을 때 당시 우리 정부 예산의 25%에 해당하는 금액이었을 뿐 아니라 전년도 해외 건설 수주 총액(8억1000만 달러)보다도 많았다. 당시 현대건설 사장은 이명박 전 대통령이었다.
 
UAE를 포함한 중동 여러 국가는 현대건설, 정주영, 이명박에 엄지를 치켜들었다. 현대건설의 중동 진출은 에너지 파동으로 대책 없이 빈사상태에 놓여 있던 우리 경제가 회생하는 계기가 됐다.
 
현대건설에 대한 임팩트가 강했던 UAE는 2006년 현대건설에 제벨알리 컨테이너 터미널 공사를 맡겼다. 만약 현재 임 실장의 UAE 방문이 국교 단절 수습을 위해 갔다는 의혹이 사실이라면 이는 UAE가 본국이 동경하고, 실력을 인정한 현대건설을 이끌었던 이 전 대통령을 현 정부가 리베이트를 주고받은 파렴치한으로 몰아세운 것에 대해 분노한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실제 UAE가 국교 단절을 선언하면 어떻게 될까. 다음은 2011년 8월 4일 자 현대건설 사보에 나온 내용이다. 6년 전 기사인데도 UAE와의 국교가 단절될 경우의 아찔함을 예상해 볼 수 있다.
 
<지난 2006년 고 노무현 대통령, 2009·2011년 이명박 대통령, 이해찬·한명숙·한승수 전 총리 등 정부 고위층의 잇따른 방문은 UAE가 우리나라의 전략적 동반자임을 증명하고 있다. 특히 2011년 3월 중순 이명박 대통령이 UAE를 방문해 10억 배럴이 넘는 원유 채굴권을 확보, 원유 개발 후발국에서 세계 유수의 오일 메이저들과 어깨를 나란히 할 수 있는 역량을 키울 수 있는 기회를 제공했다.
무엇이 서로를 맹방으로 인정하게 되었는가? '가진 것이라고는 하나밖에 없는 나라'라는 공통점이다. UAE는 석유자원, 한국은 인적자원밖에 없다. 한국은 석유를 가진 UAE를 부러워하지만, UAE는 경험과 기술로 무장된 풍부한 인적자원 그리고 이를 바탕으로 탄탄한 제조업 경쟁력을 불과 한 세대 만에 이룬 한국을 대단히 부러워한다. 이렇듯 UAE와 한국은 상호 협력할 수 있어 찰떡궁합의 조건을 가지고 있다. UAE는 2006년까지만 해도, 유럽과 미국 건설 업체들의 독무대였으며, 한국 업체에는 기술·경험 부족이라는 이유로 입찰 참여를 허용하지 않았으나, 2009년부터 우리 회사를 비롯한 한국 업체가 UAE 건설 시장을 휩쓸고 있다. 성실성과 근면성, 높은 기술력과 함께 책임감이 강한 한국 기업들이 가격 면에서의 월등한 경쟁력과 유럽·미국 업체와 대등한 기술력을 가지고, 약속한 공기 내에 공사를 성공적으로 수행하면서, 이제는 한국 업체에 대한 평가가 완전히 달라졌다.>
 
6년 전 기사인 만큼 UAE와 국교가 단절된다면 타격은 훨씬 클 것이다. 아이러니한 것은 2006년 고 노무현 대통령, 이해찬·한명숙 전 총리가 방문하면서까지 그렇게나 신경 쓴 UAE와의 관계가 노무현 정권을 계승한 문재인 정부에서 끊어질 수도 있다는 점이다.
 
글=최우석 월간조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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