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임종석 청와대 비서실장(좌)과 모하메드 UAE 왕세제(우). 사진=조선DB
임종석 청와대 비서실장이 최근 대통령 특사로 아랍에미리트(UAE) 및 레바논 등을 방문한 가운데 방문 이유에 관한 온갖 소문들이 나돌고 있다.
그 중 유력한 소문 하나가 이른바 ‘국교 단절설’이다. 현 정권이 이명박 전 대통령을 '잡아넣기' 위해 MB의 큰 '업적'이었던 'UAE 원전 수출'의 비리를 캐기 시작했고, 이에 당시 계약 체결 전후로 거액의 리베이트 제공이 있었을 것으로 판단, 이 대목을 집중 확인하는 과정에서 UAE 측이 관련 내용을 전해듣고 매우 불쾌하게 여겨 마침내 문재인 정부에 '국교 단절' 의사까지 전달하자 임종석 실장이 이를 수습하기 위해 대통령 특사 자격으로 UAE에 긴급 파견됐다는 것이 소문의 주요 골자다.
이와 관련 김성태 자유한국당 원내대표는 14일 당 원내대책회의에서 “탈원전 정책으로 원전을 포기하겠다는 한국 정부의 인식에 UAE 왕세제가 아주 ‘위험한 판단’까지 하고 있다는 내용을 제보받았다”고 말했다. 김 원내대표는 “그 나라 왕세제(王世弟)가 MB(이명박 전 대통령) 정부의 UAE 원전수주와 관련해 터무니없는 얘기를 퍼트리는 문재인 정부에 대해 ‘국교 단절’까지 거론하며 격렬히 비난하자 이를 수습·무마하기 위해 임 실장이 달려갔다는 소문이 나돈다”고 밝혔다.
이어 “국민적 의혹에 임 실장이 자세하게 설명하지 않고 쉬쉬하는 자체가 비판받아야 한다”며 “이 문제를 국회 운영위에서 밝혀내도록 하겠다”고 선언했다.
MB 원전외교 흠집 내 중동 왕족 진노했나
앞서 지난 11일 MBC 뉴스데스크는 해당 사안을 보도했다. 당시 MBC 뉴스는 “외교가에선 원전 관련 의혹이나 MB 비리에 대한 본격 조사에 앞서 임 실장이 우리 정부의 입장을 전하고 외교적 마찰을 최소화하기 위해 (UAE) 특사로 갔을 가능성이 높다는 해석이 나온다”고 보도했다.
당초 임 실장의 중동 특사 파견 이유로는 ‘대북 비밀 접촉설’ 등 다양한 소문이 나돌았다. 이에 박수현 청와대 대변인은 “문재인 대통령을 대신해 중동지역에서 평화유지 활동 및 재외국민 보호 활동을 진행 중인 현장을 점검하고 우리 장병들을 격려하기 위해 마련된 것”이라고 해명했다.
그러나 MBC 보도에서 정부 관계자는 “(임 실장의 특사 파견 이유는) 지난 정권의 비리와 관련돼있다”고 전했다.
이날 MBC의 보도에 대해 청와대는 강력 반발했다. MBC 보도 직후 윤영찬 청와대 국민소통수석은 “확인되지 않은 과감한 보도에 유감을 표시한다”며 “확인 절차를 제대로 해주길 당부드린다”고 정정보도를 요청했다.
임 실장은 10일 모하메드 UAE 왕세제를 만났고, 11일 미셸 아운 레바논 대통령을 예방했다. MBC 보도에 따르면 UAE의 모하메드 왕세제는 2009년 20조원 규모의 한국형 원전 수주를 계기로 이명박 전 대통령과 친분이 두터운 인물이다.
지난 10일 청와대는 12월 9일부터 12일까지 2박 4일 일정으로 임 실장을 대통령 특사로 파견했다고 전했다. 청와대 비서실장이 직접 특사로 파견되는 것은 이례적인 일로 알려져 있다.
1980년부터 공식 수교(修交) 국가로
이른바 '국교 단절설'이 나도는 국가 UAE, 아랍에미리트는 어떤 나라일까. 사전 정의에 따르면 UAE는 7개의 토후국 연방제를 시행하는 나라로 사우디아라비아, 오만과 국경을 맞대고 있다. 각 토후국을 지배하는 국왕 7명이 연방 최고회의에서 대통령을 선출해 중앙 정부를 만들면서 UAE가 탄생했다. 수도는 아부다비, 국내 최대 도시는 두바이로 유명하다.
UAE는 석유의 대국으로 알려져 있다. 2016년 기준 세계에서 8번째로 규모가 큰 석유 매장량을 보유하고 있다. 중동 지역 중에서도 경제 선진국으로 손꼽힌다. 그래서 자주 언론에 ‘투자 유치 국가’로 언급되기도 한다. 근래 환율 기준 GDP가 36번째 규모이며 국제통화기금에 따르면 1인당 명목 국내총생산이 5만4607 달러다. 국제 연합, 이슬람 회의 기구, 석유 수출국 기구, 세계 무역 기구에도 가입해 있을 만큼 국격도 수준 이상이다.
외교사(外交史) 차원에서 UAE와 우리나라의 인연은 깊다. 산업화가 진행되던 1970년대, 이른바 제1차 ‘중동 붐’ 당시 우리나라 근로자들은 UAE로 건너와 돈을 벌어왔다. 이후 UAE 현지에 있는 한국 근로자들의 권익을 보호하고, 경제활동을 뒷받침하기 위해 외교적인 기반이 필요했다. 이에 1980년 6월 18일, UAE와 대사급 외교 사절을 교환한 뒤로 UAE는 우리나라의 공식 수교 국가가 됐다.
‘400억 달러’ 규모, MB 정부 UAE 원전 수주의 성과
물론 지금으로선 어디까지나 ‘떠도는 소문’ 수준이겠으나, 만일 UAE의 모하메드 왕세제가 현 정권의 ‘MB 원전외교 의혹 제기’에 불쾌함을 느꼈다면 그 이유는 2009년 당시 양국의 원전 수주 사업이 성공적으로 진행됐기 때문일 것으로 추정된다.
실제로 당시 한국전력공사는 원전 강국으로 알려진 프랑스를 제치고, UAE가 발주한 총 400억 달러(현재가치로 환산, 약 43~44조원 대) 규모(한국형 ‘APR1400’ 원전 4기)의 원자력발전소 건설공사를 수주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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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09년 12월 UAE 아부다비에서 열린 한국형 원전 수주 계약 서명식 장면과 바라카 원전 1·2호기 공사 현장. 사진=조선DB |
이는 우리나라 최초의 상업용 원자력발전소 수출이었고, 전 세계에서 유일하게 우리나라의 UAE 원전만 건설 지연이 없었을 만큼 성공적이었다고 평가된다. 원자력산업 발전을 위해 개발자들이 꾸준히 원전 건설을 해왔기에 기술·인력·기자재 공급망 등의 측면에서 경쟁력을 가질 수 있었다. 당시 원전 수주 결과가 최종 발표되기까지 이명박 전 대통령은 두 달여 동안 모하메드 왕세제에게 6차례 전화해, 한국 원전기술에 대해 설명할 기회를 달라고 요청할 정도로 사업을 강력하게 추진했다고 한다.
UAE 바카라 지역에 짓는 원전 4기는 2020년 완공될 예정이며, 완공 이후에도 연료 공급과 운영 지원 모두 우리나라가 맡는다. UAE 원전 4기는 순수 우리나라 기술로만 제작·운영된다.
이 전 대통령의 UAE 외교 수완은 원전 수주를 이어 2년 뒤에도 빛을 발했다. 2011년 3월 한국석유공사는 UAE 아부다비석유공사와의 유전 개발 관련 계약을 체결했다. UAE 유전 개발은 이 전 대통령이 막후에서 주도한 협상이었다고 한다. 당시 UAE는 1970년대 이후 유전 개발의 문을 닫은 채 원유 얘기 자체를 꺼리고 있었다. 하지만, 이 전 대통령은 원전 수주 이후 친분을 쌓은 모하메드 왕세제에게 친서를 7~8차례 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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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10년 5월 당시 이명박 대통령이 청와대를 방문한 UAE 모하메드 왕세제와 악수하고 있다. 사진=조선DB |
이 전 대통령은 친서를 통해 ‘우리나라가 황무지에서 산업화에 성공했다’며 ‘유전도 세계 수준으로 올라설 것’을 피력했다. 우리나라가 100년 앞을 내다보는 UAE의 경제협력 파트너라는 사실도 강조했다.
외교 성과로 UAE와 특별한 인연을 맺게 된 이 전 대통령은 임기가 끝난 후에도 모하메드 왕세제의 초청을 두 차례 받았다. UAE를 방문해 모하메드 왕세제와 함께 시간을 보내며 원전 건설과 유전 개발 현장을 점검하기도 했다.
'K-문화'에 눈뜨다: 대외 교역의 신(新)시장으로 확장
우리나라와 UAE는 서로를 전략적 경제 파트너로 삼고 있어 지금까지는 관계가 안정적인 편이다. UAE는 우리나라를 벤치마킹 상대로, 우리나라는 UAE를 신(新) 시장으로 보고 있는 것이다.
우리나라와 UAE 간 총 무역 규모는 작년 기준 약 128억여 달러다. 우리나라는 UAE에 주로 자동차·통신기기·철강 등을 수출하고, UAE로부터 원유·가스 등의 자원을 수입한다. 교역 규모 순위로 보면 UAE는 16위에 해당한다. 중동 지역에서 사우디아라비아 다음으로 교역 규모가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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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진=조선DB |
2012년 6월 UAE 모하메드 왕세제는 차세대 지역 전문가로 키울 대학생 20명을 뽑아 청년 사절단을 만들었다. 그리고 그 청년사절단이 벤치마킹할 첫 나라로 한국을 지목했다. 청년 사절단 파견 2년 후에는 UAE 국가안보 최고위원회 사무처에서 직원 4명을 파견, 교육부·한국교육개발원·한국교원대·EBS 등 우리나라 교육 환경을 살펴보기도 했다.
최근 UAE는 우리나라 문화, 즉 K-문화 전반에 대한 관심 또한 높다고 한다. K드라마와 K팝에 이어 K뷰티와 K푸드까지 분야를 넘나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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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케이콘(KCON) 2016 아부다비' 콘서트 현장과 UAE 두바이몰에 있는 화장품 매장. 사진=조선DB |
특히 K드라마는 10여 년 전부터 UAE 국민의 우리나라에 대한 호감도를 상승시키는 주요 요인이 됐다. ‘커피프린스 1호점·꽃보다 남자·드림하이·응답하라1998’ 등 인기 현대 드라마와 ‘상도·추노’ 등 사극도 인기가 많다. UAE 왕가(王家) 세이카 마이타 알 마 크툼 공주는 드라마 '내 이름 김삼순'의 주연 배우인 현빈을 향해 “열렬한 팬”이라면서 공식적으로 사인을 요청하기도 했다.
탈원전 기조에도 우리나라 원전 기술은 나날이 발전
한편 현 정부의 탈원전 기조와 달리 관련 연구진들은 국내에서 원전 기술개발에 몰두했고 작년 말부터 다시 성과가 나오기 시작했다고 한다. 최근에는 영국에 신규 원전 3기를 건설·운영하는 프로젝트인 ‘무어사이드’ 사업권을 인수할 기회를 따내기도 했다. 경쟁상대인 중국 등을 제치고 확실히 성사된다면 2009년 UAE 원전 수주에 이어 우리나라의 두 번째 원전 수출이 된다.
이와 관련 한국전력공사는 지난 6일 “무어사이드 원전 사업자인 영국 뉴젠사의 지분 100% 인수를 위한 배타적 협상권을 확보했다”고 밝혔다. 영국은 원자력발전소 안전 기준에 까다로운 편인데, 그럼에도 한국형 원전 건설을 승낙한 것은 한국의 안전성과 기술력을 인정했다는 평가라는 해석이다. 내년 상반기(1∼6월)에 지분 인수 협상을 완료하고 영국 의회의 최종 승인을 받게 되면 무어사이드 사업권은 한전으로 완전히 넘어온다.
글=신승민 월간조선 기자
사진 및 자료 활용=조선일보 뉴스큐레이션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