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상북도 북부지방의 方言

  • 이상흔 월간조선 기자 hanal@chosun.com
  • 업데이트 2008-04-24  18:29
URL이 성공적으로 복사되었습니다.
아래 대화는 경북 예천에 살고 계신 우리 아버지와 이웃집 사람들이 하던 평소 대화를 나름대로 꾸며서 옮겨 본 것입니다. 많은 사람들은 안동을 중심으로 한 경상북도 북부지방의 말이 경상도의 다른 곳과 얼마나 다른 지 잘 모릅니다. 
 
경상북도만 놓고 보더라도 안동, 예천, 영주, 청송, 봉화, 의성을 중심으로 한 북부지역 말, 상주 지역을 중심으로 한 서부지역 말, 대구, 영천, 청도를 중심으로 한 남부지역 말, 경주 지역을 중심으로 한 동부지역의 말이 확연히 다릅니다. 
 
하지만 이런 차이는 글로는 잘 설명하기가 어렵습니다. 다음에 기회가 되면, 경상북도 북부지방의 사투리와 단어의 발음이 실제로 어떤지 녹음을 해서 한번 올려 보겠습니다. 어차피 다른 지역 분들은 아래 대화의 억양까지 느껴 가며 읽을 수는 없을 것이니, 경상북도 북부지방의 말이 얼마나 독특한지 그냥 감으로만 한번 느껴 보시기 바랍니다. 
 
홍사덕 국회의원이 영주 출신인데 그 분이 말할 때 전형적인 경북 북부지방 억양을 사용하고 있으니 아래 대화를 읽을 때 억양을 참고하시기 바랍니다. 아래 글로 써 놓은 대화만 보면 좀 괴상하고, 마치 일본말 같다는 느낌을 받을 지도 모르겠지만, 실제 대화를 들어보면 어렵잖게 알아들을 수 있습니다. 
 
-----------------------아   래-------------------------

상황설명:
아버지가 집 마당에서 소에게 먹이를 주고 있는데, 마침 이웃 노인이 아침 일찍 장에 가면서 아버지와 대화를 나누는 모습이다. 아버지가 먼저 노인을 보고 인사를 건넨다.
 
대화내용(1):
 
아버지: 어데, 자 가니껴?
노인: 암매
아버지: 어예,  아적은 자싰니껴?
노인: (우리집 마당에 매인 소를 보면서) 소끔이 마이 올랐지?
아버지: 아이래요.  미기기만 거북해요.
노인: 맹, 소끔이 오르지뭐.. 그키 안오를라꼬...
아버지: 어띠 거북한 동...몸써리 날시더(그때 소가 소죽통을 머리로 떠다밀어 소죽을 쏟자, 아버지는 마침 들고 있던 지작대기로 소를 때리는 시늉을 한다)
아버지: 이러, 어허. 요순 마한놈의 쇠를 봤나...어허 아깐 소죽을 다 떠군지네
노인: 허, 그 놈의 쇠 참 마했네, 허험,, 헛!
(노인은 하늘을 보고 헛기침 하며 가던 길을 간다)
아버지: 얼매나 나대는 동 몰래요, 팔아 먹든동 해야지(노인보고) 댕기 오시데이 
노인: 어이... 어따...그놈의 쉬...흠...(중얼 거리며 사라진다)

그럼 위 대화를 잠시 해설해 드리겠습니다.
 
아버지: 어데, 자 가니껴? (어디, 장에 가십니까?)
< ‘어데’는 별 뜻은 없고, 말을 꺼내기 위해 사용했다. 경북 북부지방 말의 큰 특징 중에 하나는 단어에서 'o'은 받침이 장음 처리되면서 자주 사라진다는 것이다. 위 대화에서  ‘場(장)에 가십니까’는 'o'이 장음화 하여 '자아' 로 길게 발음되며 助詞까지 같이 사라진 경우다. 의문문을 '~니껴'로 표현하는 것도 경북 북부지방 말의 독특함이다.>
 
노인: 암매 (아무렴 그렇지)
<'암매'라는 말은 아무렴이란 뜻도 있지만, 문장 끝에서 '그렇지 암매'등으로 사용하면 추측을 위한 감탄사의 느낌이 있다.>

아버지: 어예,  아적은 자싰니껴? (어째, 아침은 잡수셨습니까?)
<'아적'은 '아침'의 방언이다.>

노인: (우리집 마당에 매인 소를 보면서) 소끔이 마이 올랐지? (소 값이 많이 올랐지?) 
< ‘소끔’은 소에다 金을 붙인 것으로 ‘소 값’을 말한다.>
 
아버지: 아이래요.  미기기만 거북하이더 (아닙니다. 먹이기만 거북합니다.)
<'아이래'는 '아니다'란 말이며, '그렇다'는 '기래'라고 한다. 여기서 '거북하다'는 몹시 번거롭다는 의미로 쓰였다. '거북' 뒤에 붙은 ‘하이더’는 높임말로 ‘합니다’란 뜻이다. '미기다'는 '먹이다'란 말.>

노인: 맹, 소끔이 오르지뭐.. 그키 안오를라꼬 (언젠가는 소값이 오르겠지뭐. 그렇게 안오를라고...)
<‘맹’은 ‘언젠가 두고보면’ 이란 뜻으로 쓰였고 길게 발음된다. ‘그키’는 ‘그렇게’란 말이다. ‘안오를라꼬’ 처럼 경북 북부지방은 ‘고추’를 ‘꼬치’, ‘(누에)고치’를 ‘꼬치’, ‘고추장’을 ‘꼬이장’ 혹은 ‘꼬~장’ 처럼 격하게 발음 하는 경향이 있다. '소끔이 오르지뭐'에서 처럼 미래 의지를 말할 때 '~겠'이라는 표현은 거의 사용하지 않는다.>
 
아버지: 어띠 거북한 동... 몸써리 날시더 (얼마나 거북한지... 몸서리가 날라 합니다.)
<‘어띠’는 ‘얼마나’ 란 의미지만,  '억시기'라는 뜻도 있다. '억시기'는 '도가 지나치게 ~한다'는 경북 북부지방 말이다. ‘~동’은 우리 고시조에 나오는 ‘올동말동 하여라’ 처럼 ‘~지’의 의미로 쓰인다. '몸써리'는 '몸서리'란 뜻이지만, '몸서리 치다'처럼 '치다'라는 동사가 아니라 '몸서리 나다'라는 동사를 쓰는 것을 볼 수 있다. 즉 몸서리 치다가 심리적 감정상태를 나타내는 데 중심을 둔 것이라면, 몸서리 나다는 귀찮고, 번거롭고, 육체적으로도 힘들다는 어감을 담고 있다.>
 
(그때 소가 소죽통을 머리로 떠다밀어 소죽을 쏟자, 아버지는 마침 들고 있던 지작대기로 소를 때리는 시늉을 한다)

아버지: 이러, 어허. 요순 마한놈의 쇠를 봤나... 어허 아깐 소죽을 다 떠군지네 (이러, 어허, 요런 망할놈의 소를 봤나.. 어허,, 아까운 소죽을 떠서 다 쏟네)
<'요순'은 '요런',   ‘마한놈’은 ‘망할놈’에서 ‘o’이 빠진 형태이고, ‘아깐’은 ‘아까운’이다. ‘떠군지다’는 ‘이리저리 흝어서 놓다’는 뜻이다. 때문에 ‘쏟다’라는 표현으로는 ‘떠군지다’라는 본 의미를 제대로 전달하기에 부족하다. 떠군지다는 '흝다'와 '뜨다'라는 두 말의 의미가 동시에 포함된 별도의 동사다. 사람이 삽으로 흙을 떠군지기도 하고, 소가 머리로 소죽통을 떠군지기도 한다.>
 
노인: 허, 그 놈의 쇠 참 마했네, 허험,, 헛! (허, 그 놈의 소, 참으로 못됐네)
<여기서 ‘마했네’는 ‘못됐다’ 혹은 ‘아주 몹쓸’이란 뜻이다.>
 
(노인은 하늘을 보고 헛기침 하며 가던 길을 간다)

아버지: 얼매나 나대는 동 몰래요, 팔아 먹든동 해야지(노인보고) 댕기 오시데이 (얼마나 움직거리는지 몰라요. 팔아먹든 지 해야지.. 다녀 오세요)
< ‘나대다’는 잠시도 가만 못있고, 이리저리 다니거나 발버둥치거나 하는 모습을 나타내는 것이다. ‘댕기 오다’는 ‘다녀 오다’란 말.> 
 
노인: 어이... 어따...그놈의 쉬...흠... (그러세,,, 아따,, 그 놈의 소)
(중얼 거리며 사라진다)
<여기서 ‘어이’는 ‘그래’보다 격식을 가진 말로 ‘그러세’ 정도의 어감을 가진다. 반말도 높임말도 아니지만, 젊은이가 늙은이에게 사용할 수는 없고, 늙은이나, 여자들이 장가가기 전의 성인 남자에게 사용하는 말이다. 장가를 가면 아들뻘이라도 높임말을 사용한다.>
 
다음은 다른 상황에서 두 번 째 대화입니다.
 
상황설명:  한 겨울 어느 날 이웃집에 사는 아버지의 친구가 저녁에 놀러 왔다. 아버지 친구라지만, 약 5년 정도 연배다. 참고로 전통사회에서 5년 정도의 나이차는 서로 경어를 사용하지 않지만, 그렇다고 나이 어린 사람이 완전 친구사이 같은 반말은 하지 않는다.
 
대화내용(2):

친구: (헛기침하며) 어허.... 집에 있는가?
(방문을 열고 들어온다)
아버지: (누구인지 알면서도 일부러)누구로... 아..왔는가..난 누구라꼬...적은?
친구: 멌어
(둘이 앉아서 아무 이야기 없이 한 시간 동안 TV만 본다. 이윽고 한 시간 정도 흘렀다.)
친구: (헛기침 하며 일어선다) 험...
아버지: 갈라꼬? 왜 더 노다 가지
친구: 굼불 땔끼 있어.  날이 얼매나 찬동...
(중얼거리며 문을 나선다)
아버지: 한경없이 추와(문밖까지 따라 나간다). 그만, 소만하게이
친구: 어이...날이 마이 차.. 드가게.. 어따..

그럼 위 대화를 잠시 해설해 드리겠습니다.
 
친구: (헛기침하며) 어허.... 집에 있는가? (어험,,, 집에 있는가?)
(방문을 열고 들어온다)
<전통 시골사회에서 남의 집 문앞에서 반드시 헛기침을 한다. 이는 집에 있는 사람이 옷을 입지 않았을 때 옷을 시간을 주거나, 간단하게 방을 정리할 시간을 주기 위해서다.>

아버지: (누구인지 알면서도 일부러)누구로... 아..왔는가..난 누구라꼬...적은? (누구야.. 아 왔는가.. 나는 또 누구라고,, 저녁은?)
<‘누구로’는 ‘누구냐’라는 뜻이고, ‘누구라꼬’는 ‘누구라고’란 말이다. ‘적’은 길게 빼며 발음하며 ‘저녁’이란 말이다. 누가 오던지 손님이 오면 먼저 밥을 먹었는지 물어보는 것이 예의다.>
 
친구: 멌어 (먹었어)
<경북 북부지방에서는 ‘먹었어’처럼 ‘먹다’의 과거형을 말할 때는 ‘멌어’ 라고 해서 ‘ㄱ’ 발음이 사라지는 경우가 있다. 물론 ‘머겄어’라고 할 수도 있다. 미래형을 말할 때는 ‘먹을끼래’가 아니라 ‘머끼래’ 나 ‘머그끼래' 처럼 대부분 ‘ㄹ’ 발음이 사라지는 특징이 있다.>

(둘이 앉아서 아무 이야기 없이 한 시간 동안 TV만 본다. 이윽고 한 시간 정도 흘렀다.)
 
친구: (헛기침 하며 일어선다) 험...

아버지: 하마 갈라꼬? 왜 더 노다 가 (벌써 가려고? 왜 더 놀다 가지)
<‘하마’는 ‘벌써’란 뜻이다. 반대말은 '상구'(상귀-재 너머소치는 아이야 상귀 아직 일었느냐)라는 말이 있다. 15세기 말이 아직도 시골에서는 생생히 살아있는 현장이다. ‘더 노다 가’ 는 ‘더 놀다가지’하며 권유하는 표현이다.>

친구: 굼불 땔 끼 있어.  날이 얼매나 찬동... (굼불을 땔 것이 있어.. 날이 얼마나 찬지...)
< ‘땔끼’는 ‘땔 것이’ 즉 ‘굼불을 때야 할 것이 있다’는 미래형 표현이다. ‘얼매나’는 ‘얼마나’이다.> 
 
(중얼거리며 문을 나선다)
 
아버지: 한경없이 추와.. (엄청나게 추워...)
‘한경없이 춥다’에서 ‘한경’은 말로 표현하지 못할 만큼 엄청나게라는 뜻이다. ‘추와’는 ‘춥다’라는 뜻으로 이 경우 대구지역에서는 ‘추버’처럼 ‘ㅂ’발음이 살아있지만, 경북 북부지방에서는 ‘ㅂ’은 존재하지 않는다. 대신 더워, 추워, 차가워, 매워는  ‘더와’ ‘추와’ '차가' '매아'라고 발음한다.>

아버지: (문밖까지 따라 나서며) 그만, 소만하게이 (그만, 잘 살펴가게)
 <여기서 '그만'은 '그렇다면'이란 뜻이다.  ‘잘가라’, ‘살펴가라’는 말을 ‘소만하세’고 하는데 漢字말에서 온 말같은데 그 어원을 정확하게 모르겠다. '~하게이'는 '하게'란 말로 경북 북부지방에서는 '~게이'처럼  '이'라는 발음이 들어가는 경향이 있는데, 이는 대화를 완전히 끝내는 느낌을 준다.>

친구: 어이...날이 마이 차.. 드가게.. 어따.. (그래, 날이 많이 차네. 들어가게.. 아따...)
< ‘어이’는 ‘그러세’라는 말로 위 (1)번 대화에 설명이 있다. '날이 춥다'를 '날이 차다'라고도 많이 쓰는데, '춥다' 보다 좀 더 강한 느낌이 든다. '드가게'는 '들어가게'란 말.>
  • 스크랩
URL이 성공적으로 복사되었습니다.
많이 본 뉴스
  • 세계속 코이카'
  • 배진영의 '어제 오늘 내일'
  • 김태완 'Stand Up Daddy'
  • 권세진 ‘별별이슈’
  • 정혜연 ‘세상 속으로’
  • 박희석 ‘시시비비’
  • 이정현 ‘블루오션을 찾아서’
  • 박지현 ‘포켓 저널리즘’
  • 하주희 ‘블루칩’
  • 이경훈 현장으로’
  • 김광주의 뒤끝
  • 백재호의 레이더
  • 고기정의 特別靑春
  • 슬기로운 지방생활
  • 이상곤의 흐름
  • 서봉대의 되짚기
  • 국제상인 장상인의 세계, 세계인
  • 취재본부는 지금’
  • 조갑제 기자의 최신정보파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