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동경비구역(JSA) 귀순 북한병사는 소녀시대 노래를 어떻게 접했을까?

DVD, USB, 대북 확성기 방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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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북확성기 방송. 사진=조선DB
지난 11월 13일 공동경비구역(JSA)을 통해 귀순하다 총상을 입은 북한 병사가 이국종 아주대병원 중증외상센터장의 치료로 의식을 회복하자마자 꺼낸 말은 “남한 노래가 듣고 싶다”였다.

이 교수에 따르면 오씨 성을 가진 25세의 이 북한 병사는 긴 시간 동안 꾸준한 인기를 누리는 걸 그룹 ‘소녀시대’의 팬이라고 한다.
 
북한에서 대한민국 대중가요를 즐기는 것은 오래전부터다. 2000년대 초부터 최진희의 ‘사랑의 미로’를 비롯한 남한 가요들이 퍼졌다.
 
2000년 박찬욱 감독의 영화 <공동경비구역 JSA>에선 남북한 병사들이 1996년 자살한 김광석의 노래 ‘이등병의 편지’를 함께 듣는다. 북한 병사는 “야, 광석이는 왜 그리 빨리 죽었대?”라고 남한 병사에게 묻는다.
 
2000년 초 북한에는 우리 가요가 담긴 DVD가 유행했다. 해외 연계망이 있는 북한 무역상은 DVD를 북한으로 들여왔다. 이들은 한 번에 1000~2000개의 DVD를 몰래 반입했는데, 200~300개는 뇌물로 사용했다. 무역상은 남은 DVD를 양강도 혜산시 같은 국경도시에서 도매상에게 팔았다. 도매상들은 장마당 영세 상인에게, 상인들은 북한 주민에게 DVD를 팔았다. 1달러가 넘지 않는 가격의 DVD는 장마당(시장)에서 날개 돋친 듯 팔렸다고 한다.
 
2010년 이후부터는 USB가 DVD를 대체했다. 대한민국 가요, 드라마 등이 담긴 USB가 북한에 유입된 것이다.
 
한 탈북자는 “USB는 무한 복제, 배포가 가능하기 때문에 더욱 인기가 높았다”고 했다. 그는 “또 USB의 경우, DVD보다 국가안전보위성 요원의 감시를 피하기 쉽다”며 “북한 당국은 외국방송 시청 여부를 감시할 때 갑자기 전기를 차단하고 급습, DVD 플레이어 안에 어떤 DVD가 들어 있는지 확인한다. 전기가 차단된 상태에서 DVD플레이어 안에 있는 DVD를 꺼낼 수 없는 점을 이용한 것이다. 하지만 USB는 다르다. 그냥 뽑기만 하면 된다”고 했다.
 
이 병사가 대한민국 가요를 접할 방법은 DVD, USB 말고도 하나가 더 있다. 바로 2016년 1월부터 재개한 대북 확성기 방송이다. 대북 방송은 김정은의 실상을 알리기도 하지만 중간중간 우리의 최신곡을 튼다. 여기서 흘러나오는 음악은 북한군의 마음을 흔들기 충분하다.
 
김정은이 가장 두려워하는 것이 이 대북 확성기 방송이다. 대북 방송은 북한의 최고 존엄인 김정은을 확실하게 겨누는 우리 군의 몇 안 되는 비대칭(非對稱) 무기다.
김정은은 대북 확성기 방송에 극도로 민감한 반응을 보인다. 2015년 8월 지뢰 도발을 응징하기 위해 우리 군이 11년 만에 대북 확성기 방송을 재개했을 때 고사포를 쏴대며 격렬히 반발했던 것만 봐도 잘 알 수 있다. 북한은 우리 확성기와 대북 전단 살포 기구 등에 대한 타격 훈련도 꾸준히 하고 있다.
 
2015년 8·25 남북 합의 당시 북한 대표단이 평소와 달리 협상 도중 회담장을 박차고 나오지 않은 이유도 ‘대북 방송을 무조건 중단시키라’는 김정은의 특명 때문이었다. 대북 확성기 방송은 2015년 8·25 남북 합의로 중단됐다가 2016년 1월 북한의 4차 핵실험 이후 전면 재개됐다. 북한도 같은 시기에 대남 확성기 방송을 시작했다. 군은 현재 MDL 인근 10여 곳에서 고정·이동식 확성기 10여 대로 하루 2∼6시간씩 방송을 진행하고 있다.
 
우리 군 당국은 대북 확성기 방송을 통해 이번 귀순 소식을 전파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대북 확성기 방송이 송출하는 FM 라디오 <자유의 소리>에서 귀순 사건을 주요 뉴스로 다루며, 귀순 경위부터 치료 중인 귀순병 상태에 이르기까지 관련 소식들을 상세히 전하고 있다는 것이다.
 
글=최우석 월간조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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