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네 사랑이 피었다가 지듯
봄비에 촉촉이 젖은 서남해안 끝에 자리 잡은 강진의 동백 숲에는 검붉은 동백꽃이 얼굴을 내밀기 시작했다. 내려 쪼이는 봄 햇살 속에 겨울을 난 백조가 피로를 풀며 곤히 잠든 탐진강(耽津江) 하구의 연안 보리밭은 파란 물이 들었다.

동백꽃이 뚝뚝 떨어져 버린 날, 떨어져 누운 꽃잎마저 시들어 버리고 그 위로 봄비가 내리고 있다.
세계에서 알아주는 고려청자를 빚었던 도공들의 예술 혼이 숨쉬고 있는 강진 땅에는 찬란한 봄을 기다리는 영랑(永郞) 김윤식(金允植, 1903-1950)의 詩情이 짙게 배여 있다. 다산(茶山) 정약용(丁若鏞, 1762-1836)선생이 유배를 가서 지내던 초당의 적막한 대나 숲을 흔들어 대는 바람소리를 들으며 잠시 혼자가 되어본다.

영랑의 생가 뒤꼍의 동백나무는‘동백 닙에 빛나는 마음’을, 행랑채로 들어서는 길의 돌담은‘돌담에 속삭이는 햇살같이’를 떠올리게 한다.
남해 바닷바람을 타고 성큼 다가온 봄기운과 흙과 불로 빚는 고려청자의 비취색을 가슴에 담아 온다.
영랑의 애타는 기다림도, 슬픔도 가슴에 담아 온다.
18년간 초당에 머물며 실학을 집대성한 다산의 뜨거운 학구열도 가슴에 담아 온다.
이 봄 첫 번째로 찾아 갈 곳은 전남 강진이 아닐까.

기억의 저 안쪽, 생가 안방에 들어 앉아 방문객들을 맞이하는 김영랑 시인.

촉촉이 내리는 봄비속에 영랑의 생가에 내려앉은 찬란한 슬픔의 봄.

김영랑의 생가 동백 숲에서는 봄을 맞는 새들이 목청을 돋워 부르는 새들의
합창이 들려온다.

영랑의 집을 나서 다산을 만나러 가는 길. 강진만 좌우 연안의 벌판은 짙푸른 청 보리밭이다.

강진만이 한 눈에 굽어보이는 만덕산(408.6m) 기슭에 자리한 다산 초당. 10여 년 간 이곳에서 제자를 가르치며 목민심서(牧民心書), 경세유표(經世遺表), 흠흠신서(欽欽新書) 등 500여권에 달하는 조선조 후기 實學을 집대성한 곳이다.

다산 초당 입구에 있는 다산이 직접 새겼다는 丁石바위.

고려청자도요지 188개가 산재해 강진군 대구면에 있는 강진군청자박물관에서
고려청자를 재현을 하고 있는 도예가들. 우리나라에 전해 온 국보와 보물급
청자 80%가 이곳에서 생산됐다.

국보 제44호인 삼층석탑과 석등, 국보 제 117호인 철조비로나자불좌상 등 많은 유물을 간직한 보림사. 읍내에서 그리 멀지 않은 곳 가지산 기슭에 있다.

남해 청청 해역에서 캐고 잡은 싱싱한 해산물들을 파는 강진읍내 재래시장.

장흥과 강진의 강가 너른 들에서는 집채만 한 고인돌들을 만 날 수 있다.

무성한 갈대숲을 헤치고 깊숙이 파고든 남해바다가 탐진강과 만나는 강진만 포구. 그곳에 밤새 추위에 떨었던 고니들이 아침 햇살을 받으며 깊은 잠에 빠져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