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와대 경제 실세는 장하성? 변양균?

'노무현의 남자' 변양균 전 정책실장, 문재인 정부 비난 나섰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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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년 노무현 대통령 2주기 전시회에 참석한 변양균 전 정책실장(뒷줄 가운데).

'노무현의 남자' 변양균 전 청와대 정책실장이 현 정부의 경제정책과 다른 소신을 담은 보고서를 출간해 화제다. 특히 변 전 실장은 문재인 청와대 인적구성 당시 상당한 영향력을 행사한 것으로 알려져 있어 현재 그의 활동에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변양균 전 실장은 22일 IMF(국제통화기금) 홈페이지에 올린 '지속 가능하고 포용적인 성장을 위한 한국의 패러다임 전환 : 제안'이란 워킹 페이퍼(중간 보고서)에서 '구조 개혁을 통한 경제적 자유 증진'과 '사회 안전망 확충'을 동시에 추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구조 개혁이 없는 사회안전망의 확대는 재정 건전성과 경제의 활력을 심각하게 저하하고 미래의 구조 개혁을 더욱 어렵게 만들 것이며, 반대로 사회안전망 확충 없는 구조 개혁은 (이해관계자의 반발 때문에) 정치적으로 수용될 수 없다"는 것이다.

변양균, 문재인 정부 정책 비난

변 전 실장이 구조 개혁 최우선 과제로 꼽은 것은 노동시장 개혁이었다. 보고서는 "기업들이 경영 사정 악화나 급격한 기술 변화에 맞춰 고용을 줄일 수 있는 '자유'가 없다면 고용을 늘리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노동 개혁을 위해 노동계약의 경직성과 정규직·비정규직으로 나뉜 노동시장의 이중 구조를 완화해야 한다는 방법론도 제시했다. 이는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과 노조에 가입하지 않은 노동자들의 협상력 강화를 중시하는 현 정부 노동정책과 배치된다. 변 전 실장과 가까운 전직 관료는 "정부가 고용 유연성보다 사회안전망 강화에 치중해 균형을 잃은 것을 지적했다"고 말했다.

노무현 정부의 실세였던 변 전 실장은 왜 문재인 정부를 에둘러 비난했을까. 문제는 문재인 정부 출범과 조각 당시 경제정책을 ‘변양균 라인’이 장악했다는 소문이 자자했다는 점이다.
문재인 정부 경제팀이 꾸려지던 당시 “장하성 현 청와대 정책실장과 변양균 전 참여정부 정책실장을 양대 축으로 정책과 인사가 결정되고 있다”는 소문이 자자했다. 이른바 '장하성 대 변양균 라인'의 파워게임으로 비치고 있었다는 것이다. 실제로 역대 정권마다 특정 인맥들이 금융권의 요직을 차지하며 경제 전반에 영향력을 미쳤다.

문재인 정권 초기엔 변양균 라인이 득세

청와대 경제정책이 지금은 장하성 정책실장에게 중심이 기울어져 있지만, 문재인 정부 출범 초만해도 '변양균 라인'이 약진했다. 문 대통령은 취임 초인 5~7월 새 정부 경제라인으로 김동연(60) 경제부총리, 홍남기(57) 국무조정실장, 반장식(61) 청와대 일자리수석, 이정도(51) 총무비서관을 임명했다.
이후 변양균 전 청와대 정책실장의 이름이 정치권에서 오르내렸다. 이들은 노무현 정부에서 변 전 실장이 기획예산처 장관과 정책실장으로 있을 때 함께 일한 경제 관료 출신의 후배들이어서다. 
2005년 변 전 실장의 기획예산처 장관 시절 김 부총리는 전략기획관을 맡았고, 참여정부의 중장기 복지정책인 '비전2030'을 만들었다. 경제기획원 출신인 반 수석은 참여정부 시절 국가균형발전위원장으로 변 전 실장과 함께 일했다. 홍 국무조정실장은 변 전 실장이 청와대에 근무할 당시 정책보좌관이었고, 이 비서관도 노무현 정부 시절 변양균 기획예산처 차관·장관의 비서로 일했다.
이 때문에 새 정부 경제라인은 '참여정부 시즌2'라는 지적을 받았다. 일각에선 새 정부 출범 초 경제라인 인선 과정에서 변 전 실장이 영향력을 발휘했을 것이란 관측이 제기됐다.

금융권 인사에서 장하성 라인 급부상

그러나 이어진 금융권 인사에서 '장하성 라인'이 급부상했다. 금융수장 자리에 장 실장의 최측근이 포진해서다. 문재인 경제팀의 실세라는 얘기까지 일각에서 불거졌다. 공식 인선으로 드러난 '장하성 라인'으론 최종구(60) 금융위원장, 최수규(58) 중소벤처기업부 차관, 최흥식(65) 금융감독원장, 이동걸(64) 산업은행장, 김상조(54) 공정거래위원장 등이 거론된다.
  
지난 7월 19일 임명된 최종구 금융위원장은 장 실장과 가까운 인사로 알려져 있다. 두 사람은 각각 고려대 경영학과와 무역학과를 나온 동문이다. 문 대통령은 7월 21일 최 위원장에게 임명장을 수여하며 "우리 정책실장님이 아주 강력하게 추천을 했는데, 콤비를 이뤄서 잘해주기를 부탁드린다"고 말하기도 했다.
   
최수규 중소벤처기업부 차관은 장 실장과 고려대 경영학과 선후배다. 장 실장이 74학번, 최 차관이 79학번이다. 중소벤처기업부는 새 정부 신설 부처로, 지난 7월 26일 문 대통령이 초대 차관에 그를 임명한 배경을 놓고 궁금증을 자아냈다. 당시 "장 실장의 추천이 있었다"는 얘기가 정치권 일각에서 나왔다.

요직 인사에서 장하성 VS 변양균

가장 주목을 받은 인사는 장 실장과 친분이 두터운 것으로 알려진 최흥식 금융감독원장이었다. 지난 9월 6일 최 금감원장이 임명되자 뒷말이 무성했다. 김조원 전 감사원 사무총장을 내정했으나, 장 실장이 최 금감원장을 강력 추천하면서 막판 뒤집기가 됐다는 의혹이 청와대 안팎에서 불거졌다. 청와대 관계자는 당시 "장 실장이 최 금감원장 인선에 관여했다는 얘기는 말도 안 되는 얘기"라고 일축했다. 
  
바로 다음날 인선된 이동걸 산업은행장 역시 장 실장의 입김이 작용했다는 시선을 받았다. 장(69회)-최(67회)-이(68회), 세 사람은 경기고 동문이다. 또 야당의 반대로 지난 6월 문 대통령이 임명 강행한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은 장 실장과 참여연대 등에서 활동하며 재벌 개혁 운동을 함께해 온 사이다. 
  
이후 금융권을 중심으로 '장하성 라인'이 구축되면서 '변양균 라인'이 뒤로 밀렸다는 설왕설래가 이어졌다. 특히 이른바 '김동연 패싱'을 근거로 삼는다. 세법 개정안 등 증세는 장 실장이 주도하고, 8.2 부동산 정책을 발표할 당시 김 부총리의 모습을 찾아보기 힘든 점 등이 거론되며 '김 부총리의 역할이 미미하다'는 평가가 일각에서 불거졌다. 
  
특히 변양균 사단의 추천이었던 박기영 과학기술혁신본부장 후보자(순천대 교수)가 여론의 뭇매를 맞고 사퇴한 이후 변양균 사단의 세력은 다소 누그러진 것으로 보인다. 장하성 실장이 추천한 최수규 중소벤처기업부 차관은 별다른 논란이 없었다.

양대 라인의 명암은 향후 문재인 정부 경제정책 방향에 따라 희비가 교차할 전망이지만 변양균 전 실장이 보고서로 ‘선방’을 날리며 공격에 나선 만큼 문재인 정부의 경제정책이 어떤 방향으로 나아갈지 주목된다.

글=권세진 월간조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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