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박지영 서울중앙지검 형사6부장. 조선 DB.
검찰이 노무현 전 대통령 일가의 ‘640만 달러 수수 의혹’ 사건의 재수사에 착수했다. 지난 2009년 노 전 대통령 서거로 관련 사건이 ‘공소권 없음’으로 종결 처리된 이후 8년 만의 재수사다. 10월 16일 검찰에 따르면 서울중앙지검은 자유한국당이 노 전 대통령의 부인 권양숙 여사 등을 고발한 사건을 형사6부(부장 박지영)에 배당했다. 주임 검사는 박지영 부장검사가 맡는다.
한국당은 검찰이 2009년 박연차 회장을 상대로 정·관계 로비 사건을 수사할 당시 밝혀진 노 전 대통령 일가의 640만 달러 수수 의혹에 대해 특정범죄 가중처벌법 위반 등 혐의로 지난 13일 검찰에 고발했다. 피고발인은 권 여사와 노 전 대통령의 아들 건호씨, 딸 정연씨, 조카사위 연철호씨, 박연차 회장 등이다.
박 부장검사는 현 전라남도 교육위원회 교육의원인 박병학씨의 막내딸로 광주수피아여고와 연세대 법학과를 졸업한 뒤 사법연수원 29기를 수료했다. 그는 광주지방검찰청 순천지청, 인천지방검찰청을 거쳐 노무현 정부 시절인 2006년 법무부 검찰과에서 재직했다. 이명박 정부 시절인 2009년까지 법무부 검찰과에서 근무했다.
여성이 법무부 검찰과에서 일한 것은 최초였다. 2014년 7월 12일 자 ≪한국경제≫는 박 부장검사가 “남성이 맡던 검찰과에 발탁돼 ‘머리에 안 맞는 모자’를 쓴 것처럼 부담이 많았다”며 “내가 좋아하는 동료가 어떤 모습인지 생각하고 나 스스로도 그대로 하기 위해 노력하며 어려움을 극복했다”고 말했다고 보도했다.
박 부장검사는 2016년 1월 13일 서울중앙지검 총무부장으로 부임했는데, 이 또한 여성으로서는 처음이었다. 법무부 관계자는 “1000명 가까운 중앙지검 직원들의 행정 전체를 책임지는 총무부장을 여성이 맡는 건 70년 만에 처음”이라고 말했다.
서울지검은 1948년 8월 개청했으며 총무부장은 검찰의 실세로 꼽히는 서울중앙지검장을 도와 내부 살림을 맡는 등 행정업무를 총괄하며 대외적으로 중앙지검을 대표하는 역할도 일부 담당한다. 박 부장검사는 2017년 8월 10일 문무일 검찰총장이 취임 후 단행한 서울중앙지검 중간 간부 인사에서 형사6부장으로 발탁됐다. 그는 여러 부서를 여성 최초로 두루 거친 만큼 수사와 기획이 능하다는 평가를 받는다. 남편은 고범석 부산지법 영장전담판사로, 박 부장과 연수원 동기 커플이다.
사법연수원 29기 동기들
사법연수원 29기 중에는 극단적인 모습을 보여준 법조인들이 많다. 해산된 통합진보당의 대표였던 이정희 전 의원이 대표적이다. 이 전 의원은 1987년 학력고사에서 전국 여자 수석을 차지했고, 서울대학교 법대에 입학해 사법시험에 합격했다. 이후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 모임’에서 여성복지위원장을 지내는 등 인권 변호사로 활동했다. 이 전 의원은 비례대표로 국회의원이 된 후 쌍용차 파업, 기륭전자 사태, 촛불시위, 용산 참사 등의 현장을 찾아다니며 의정 활동을 했고, 2010년 7월 민주노동당 신임 대표로 선출됐다. 2011년 탄생한 통합진보당 대표가 됐지만, 2013년 이석기 의원이 내란음모 혐의로 체포됐고, 정부는 그해 11월 국무회의에서 통합진보당의 위헌정당 해산심판 청구안을 통과시켰다. 헌법재판소는 2014년 12월 19일 헌정 사상 처음으로 통합진보당 해산 결정을 내렸다.
백혜련 더불어민주당 의원도 사법연수원 29기다. 백 의원은 2011년 11월 21일 검찰 내부통신망인 ‘이프로스’에 “검사라는 사실이 부끄러운 적이 많았다”며 검찰을 비판하는 내용의 글을 올린 뒤 사표를 제출한 인물이다. 당시 백 의원은 ‘이젠 떠나려 합니다(사직의 글)’라는 제목의 글에서 “최근 검사라는 긍지와 자부심을 가지기가 너무 어렵다. 어찌하다 검찰이 여당 국회의원에게조차 ‘정치를 모르는 정치검찰’이라는 말을 듣게 됐는지 모르겠다”고 비판했다. 백 검사는 “국민과 언론을 탓하고 무죄를 써댄다고 법원을 비판하기보다는 검찰이 한쪽으로 치우친 점은 없었는지, 검찰이 시대 흐름에 뒤처져 정당성을 상실하게 된 점은 없었는지, 절차상 공정성 문제는 없었는지 되돌아봐야 한다”고 주장했다.
또 “최근 대검의 ‘검사 직접수사 지침’ 처리 과정은 일선에서 심각한 문제제기가 이뤄지고 있음에도 대검에서는 그 흔한 토론 한 번 개최하지 않고 일방적으로 지침을 통보했다”면서 “소통하지 못하는 조직은 구성원들로부터 지지를 받을 수 없고 결국 시대 흐름을 읽지 못한 채 도태될 수밖에 없다”고 주장했다. 고려대 사회학과를 졸업한 백 의원은 2000년에 임관, 수원지검과 대구지검, 서울중앙지검 등에서 근무했다. 검사직을 내려놓은 그는 곧바로 더불어민주당의 전신인 민주통합당에 입당했다. 19대 총선에서는 낙선했지만 20대 총선에서는 격전지로 꼽힌 경기 수원을에서 47.1% 득표율로 김상민 새누리당 후보를 꺾고 당선됐다. 김 후보는 김경란 아나운서 남편이다.
검찰 내부통신망에 개혁을 촉구하는 글을 올린 뒤 검찰개혁이 각본대로 진행되는 것처럼 비치는 문자메시지 내용이 공개돼 파문을 일으킨 윤대해 전 검사(현 법무법인 동인 변호사)도 29기다. 윤 변호사는 2012년 11월 24일 검찰 내부통신망 ‘이프로스’ 실명게시판에 검찰 시민위원회 실질화, 검찰의 직접수사 자제, 상설특검제 도입 등을 담은 검찰 개혁방안을 올리고 결단을 촉구했다. 그러나 그는 26일 동료인 대검 김모 연구관(검사)에게 보내려던 문자메시지에서는 자신의 개혁 주장에 전략적 의도가 있는 것처럼 털어놨다. 이 메시지는 방송사 기자에게 잘못 전송되면서 공개됐다.
윤 변호사는 “내가 올린 개혁방안도 사실 별 게 아니고 검찰에 불리한 것도 없다. 그래도 언론에서는 개혁적인 방안인 것처럼 보도하고 국민도 그렇게 생각한다”고 썼다. 그는 이어 “개혁을 하는 것처럼 하면서 사실 우리한테 유리한 방향으로 나갈 수 있는 것”이라며 “일선 검사들이 실명으로 개혁을 요구하고 서울중앙(지검)은 극적 방식으로 평검사회의를 개최하고 그런 분위기 속에 총장이 큰 결단을 하는 모양새로 가야 진정성이 의심받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그는 또 “이번엔 박근혜가 된다. 공수처는 별도 법률로 생기는 것이라 검찰에 큰 타격이 된다. 하지만 일단 박근혜가 될 것이고 공수처 공약은 없으므로 개혁안으로 얘기할 필요가 없다”고 덧붙였다.
2011년 12월 7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가카새끼 짬뽕’ ‘가카의 빅엿’이란 글을 올린 서기호 전 진보정의당 의원도 29기다. 그는 이 글로 인해 판사 재직 당시 재임용에 탈락했다며 2012년 8월 행정법원에 소송을 냈다. 서울행정법원 행정2부는 2015년 8월 13일 원고(서기호 전 의원) 패소 판결을 했다.
재판부는 “판사 재임용 결격 사유인 ‘현저히 불량’은 평균적인 판사에게 요구되는 통상적 직무를 수행할 수 없는 경우로 합리적으로 파악할 수 있어 모호하지 않다”며 “대법원이 재임용 결격 사유를 통지하고, 의견 진술 기회를 준 점 등을 볼 때 절차상 하자도 없다”고 밝혔다. 이어 “서 의원에 대한 10년간 근무평정 결과 등을 볼 때 법관으로서 직무 수행 능력이나 근무 실적 등이 통상적인 범위를 벗어날 정도로 불량해, 판사로서 정상적인 직무를 수행할 수 없는 경우에 해당하는 것으로 보인다”고 덧붙였다. 현행법상 판사는 10년마다 재임용 과정을 거쳐야 한다.⊙
글=최우석 월간조선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