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는 18년” "(이명박) 이 쥐박이야"…어느 정치풍자 유머집 파문

이명박·박근혜 전 대통령 ‘조롱’…文 대통령은 긍정적으로 표현
  • 신승민 월간조선 기자
  • 업데이트 2017-10-16  17: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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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출간된 정치풍자 유머집 《이니와 쑤기》(시간과 물레·2017)에 담긴 내용이 파문을 일으키고 있다. 해당 책의 저자는 ‘금삿갓’이라는 필명을 쓰는 기자 출신 기영노 스포츠평론가다.
   
해당 도서의 크기와 외양은 일반 유머집과 비슷하다. 표지에는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숙 여사의 캐리커처가 국회의사당을 배경으로 그려져 있다. 타이틀은 ‘문재인 대통령의 본격 블랙 유머’로 현직 대통령을 소재로 한 정치유머집이다. 평소 문 대통령이 김 여사를 ‘쑤기(숙이)’라고, 김 여사는 문 대통령을 “이니(인) 씨”라고 부른다는 점에 착안해 제목을 지었다고 한다.
   
문제는 내용의 편향성과 표현 수준이다. 유머라는 방식을 들어 가상(假想)의 내용으로 구성돼 있고 정치풍자 형식을 취하고 있지만 이명박, 박근혜 전 대통령에 대해서는 조롱 수준을 넘어 명예훼손에 가까운 표현까지 담겨 있다. 홍준표 자유한국당 대표,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 등 야당 인사에 대해서도 비판적이다. 반면 문재인 대통령에 대해서는 긍정적으로 표현했다.
      
목차 중 제일 눈에 띄는 건 ‘박근혜는 18년’이라는 제목의 부분(P.10~11)이다. 해당 내용을 보면 문 대통령과 청와대 참모진이 가상으로 대화하는 상황을 대화체로 나타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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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당 가상대화 속에서, 현재 재판을 받고 있는 박 전 대통령의 형량을 묻는 참모진의 질문에 문 대통령은 “이 부회장(이재용 삼성 부회장)의 혐의가 5개…5년…박 전 대통령의 혐의는 18개… 18년 정도 나오지 않겠어요… 주범이기도 하고……”라고 표현한다. 그러자 조국 청와대 민정수석은 “그거 밖에서 말씀하시면 안 돼요...가이드라인이라면서 공격을 당한다고요”라며 만류한다.
 
“육 여사님 벤치마킹 좋은데…항상 몸조심해야, 관중석 동향도 살펴보고”
 
고(故) 박정희 전 대통령의 영부인인 고(故) 육영수 여사의 피격(被擊) 사건을 빗댄 대목도 있다. ‘1725일’이라는 부분(P.68~69)을 보면 문 대통령과 김정숙 여사의 가상 대화가 나와 있는데 김 여사는 “과거 박정희 전 대통령의 내자 육영수 여사님이 ‘청와대 안에서 나는 철저하게 야당’이라면서 바른말을 많이 하셨다는 걸로 알고 있다”며 “임기 내내 초심을 지켜가야 한다. 높은 국민적 지지로 자칫 소홀할 수 있는 야당과의 협치도 많은 노력을 기울어야 할 것”이라고 문 대통령에게 조언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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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자 문 대통령은 “좋아! 육 여사님 벤치마킹한 것 좋은데…항상 몸조심해야 하오…특히 행사 때는 관중석 동향도 살펴보고……”라고 답한다. 육 여사는 1974년 8월 15일 광복절 기념식이 열린 국립중앙극장 단상에서 저격범 문세광에게 피살됐다.
   
최근 국가정보원 댓글 사건 등으로 현 정권의 적폐청산 공세를 받고 있는 이 전 대통령에 대한 풍자도 담겼다. ‘밤말은 쥐박이가 듣고’라는 제목의 내용 부분(P.64~65)을 보면 이명박 전 대통령이 검찰에 나와 원세훈 전 국가정보원장과 대질심문하는 장면을 가상으로 묘사했다. 가상대화 말미에 원 전 원장은 발뺌하는 이 전 대통령에게 “밤말은 쥐가 듣고 낮말은 새가 듣는다고 하잖아요…내가 주로 밤에 보고했잖아요(이 쥐박이야)”라고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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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정원 댓글과 이명박근혜’라는 제목의 내용 부분(P.164~165)에는 이 전 대통령과 박 전 대통령 사이의 유착을 연상시키는 가상대화가 나와 있다. 해당 대화 속 김수현 청와대 사회수석은 “2012년 9월 대선을 100여 일 앞두고 독대를 하면서 MB는 국정원을 동원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박근혜 후보가 대통령이 되도록 도와주고, 박근혜는 대통령이 된 후 MB의 약점을 건드리지 않도록 하는 빅딜이 있었을 겁니다”라고 추측하는 대목이 나온다.
 
‘밤말은 쥐박이가 듣고’ ‘이명박근혜’
 
해당 도서는 현재 야권 수장인 홍준표, 안철수 대표에 대해서도 비판적이다. ‘재판 중인 사람’이라는 제목의 가상대화 부분에는 조국 청와대 민정수석이 7월 19일 청와대 여야 대표 모임에서 홍준표 대표 초청 문제를 놓고 문 대통령과 상의하는 내용이 나온다. 조 수석은 “그 양반 고집이 똥, 아…아니 홍 고집이라 어차피 참석하지 않을 것 같으니까 명분이라도 주지요”라며 “이번 5당 대표 모임에는 재판과 관련된 분은 정중히 사양합니다. 라고 하면 자연스럽게……”라고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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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철수 대표가 한 가지 빠트린 것은’이라는 제목의 가상 대화(P.202~203)에서는 《TV조선》 시사프로그램 〈강적들〉에 출연하는 패널 김갑수 문화평론가가 등장한다. 당 대표로 선출된 안 대표의 수락연설에 대한 평가를 묻는 MC의 질문에 김 평론가는 “한 가지 아쉬운 것은 ‘정당 혁신’ 등 3가지 목표를 제시했는데… 차제에 ‘증거조작 방지위원회’를 만들어야 하지 않았을까요?”라고 지적한다.
 
“문 대통령 말씀은 영혼 있는 공직자가 되라는 거야”
 
반면 문 대통령과 관련된 에피소드에 대해서는 긍정적인 의미를 부여했다. ‘영혼 없는 공무원’이라는 제목의 가상 대화(P.153)를 보면 8월 22일 문재인 대통령이 업무보고를 받는 자리에서 “공직자는 국민과 함께 깨어있는 존재가 돼야 한다. 정권 뜻에 맞추는 영혼 없는 공직자가 돼선 안 된다”고 말한 대목을 담았다.
 
바로 밑에 박스 처리된 가상 대화에는 공무원들이 문 대통령의 ‘영혼 없는 공직자’ 발언에 대해 논하는 내용이 나온다. “이승만 대통령은 택견에 ‘한국 혼’을 되살리는 운동이라며 좋아했다” “박근혜 전 대통령은 ‘혼이 비정상’이라는 말을 했었다”라고 여러 공무원들이 말하자 한 공무원이 다음과 같은 대답으로 문 대통령 발언에 의미부여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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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만 각설하고... 문 대통령 말씀은 ‘정권의 뜻’을 거역하더라도 영혼 있는 공직자가 되라는 거야... 대통령이 볼 때 ‘나쁜 사람’이 되라는 거지. 굳이 노태강 선배를 거론하지 않더라도......”
 
이밖에도 대통령과 영부인 부부의 사랑 이야기, 고(故) 노무현 전 대통령 관련 이야기, 촛불집회 이야기 등이 담겼다. 보수정권과 야권인사에 대해서는 씁쓸하고 부정적인 뉘앙스로 이야기를 서술한 반면, 문 대통령과 진보정권에 대해서는 유쾌하고 긍정적인 이미지로 내용을 구성한 해당 도서는 갈라진 국내 정치 편향성과 필자 개인의 정치적 유머 수준을 그대로 보여주고 있다.
      
글=신승민 월간조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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