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영일선 용퇴(勇退)' 권오현 삼성전자 부회장은 누구?

'반도체 신화' 이끌며 삼성 '총수 대행' 안정적 수행...윤부근, 신종균 후임자로 거론
  • 김성훈 월간조선 기자
  • 업데이트 2017-10-16  17: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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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오현 삼성전자 부회장. 사진=조선DB
삼성전자가 3분기 사상 최대 분기 실적을 발표한 지난 13일, 권오현 삼성전자 부회장이 경영일선에서 물러나겠다는 뜻을 전격 발표했다. 권 부회장은 반도체사업 총괄 부품부문 사업책임자에서 자진 사퇴함과 동시에 삼성전자 이사회 이사, 의장직도 임기가 끝나는 내년 3월까지 수행하고 연임하지 않기로 했다. 겸직하고 있는 삼성디스플레이 대표이사직도 사임할 예정이다.
   
권 부회장은 이날 사퇴 발표 자리에서 "저의 사퇴는 이미 오래전부터 고민해 왔던 것이고, 더 이상 미룰 수 없다고 판단했다"며 용퇴의사를 밝혔다. 그는 "급격하게 변하고 있는 IT 산업의 속성을 생각해 볼 때, 지금이 바로 후배 경영진이 나서 비상한 각오로 경영을 쇄신해 새 출발할 때라고 믿는다"고 말했다.
   
삼성전자의 '반도체 신화' 창조 
   
권오현 부회장은 1952년생으로 서울대 전기공학 학사, 카이스트 전기공학 석사를 졸업하고 1977년부터 한국전자통신연구소 연구원으로 근무했다. 이후 미국으로 유학, 1985년 스탠포드대에서 전기공학 박사학위를 받는다. 1985년 미국 삼성반도체연구소 연구원으로 일하면서 삼성전자와의 33년간의 인연이 시작된다. 그는 1991년 반도체부문 이사로 임원에 오른 뒤 1994년 메모리본부 상무, 1998년 시스템LSI(대규모 직접회로)사업부 전무, 2000년 시스템LSI본부 부사장을 역임했다. 2004년 시스템LSI사업부 사장, 2008년 반도체사업부 사장, 2012년 삼성전자 대표이사 부회장에 오르며 삼성전자 반도체를 대표하는 자리로 고속승진을 이어왔다. 2016년부터는 삼성디스플레이 대표이사 부회장도 겸해 왔다.   
   
삼성전자를 세계 1위 반도체 회사로 성장시켜
    
권 부회장은 입사 초부터 두각을 드러냈다. 그는 메모리 반도체 부분에서 1987년 4메가 D램을 개발해 삼성그룹 기술대상을 수상했고 1992년 64메가 D램을 세계 최초로 개발해 다시 한 번 삼성그룹 기술대상을 수상한다. 이후 삼성전자는 지난 25년간 D램 시장에서 세계 1위를 유지해 왔다. 낸드플래시 분야에서 세계 1위였던 일본 도시바를 2012년 처음으로 추월해 지금까지 1위를 유지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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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조선DB

또 그는 메모리 사업 분야에 비해 뒤쳐졌던 비메모리 사업을 성장시키는데 주력했다. 비메모리 사업 분야인 삼성전자 시스템LSI로 자리를 옮긴 뒤 2002년 고화질 LCD(액정표시장치)에 들어가는 구동칩(DDI)을 세계 최초로 개발해 세계 1위를 차지했다. 2005년부터는 CMOS 이미지센서(CIS), 내비게이션 애플리케이션 프로세서(AP), 스마트카드IC 등 5대 비메모리 성장 동력 제품군을 선정해 4개 품목에서 세계 1위를 달성한다.
2012년 이후 스마트폰 사업에서도 선전하고 있으며 중소형 올레드 패널에 대규모 투자해 세계 시장 점유율 95% 이상을 차지하며 1위를 유지하고 있다. 
  
경영진 유고 상황 '총수 대행' 맡아서 안정적 운영
   
2014년 이건희 회장이 심근경색으로 쓰러지고 올해 초 이재용 부회장이 구속 수감된 이후 사실상 '총수대행' 역할을 떠맡았다. 7월 말 문재인 대통령이 주최한 ‘주요 기업인과 호프미팅’에 참석했다. 지난달에는 백운규 산업통상자원부장관이 주최한 ‘반도체·디스플레이 업계’ 간담회에 참석해 정부지원을 요청했다. 앞서 6월 말에는 문 대통령의 미국 방문 일정에 동참해 미국 사우스캐롤라이나주 뉴베리에 가전공장을 건설하는 방안을 공식화했고 애플을 포함한 주요 거래사들과 만난 것으로 알려졌다. 
   
권 부회장은 지난해 1월 반도체사업장에서 일하다 백혈병 등 직업병을 얻은 피해자 가족에게 사과를 전하기도 했다. 당시 그는 삼성 서초사옥에서 삼성직업병가족대책위원회 대표 등을 만나 사과문을 전달했다. 해당 사과문에는 "아픔을 헤아리는데 소홀한 부분이 있었고, 진작 해결했어야 하는데 그러지 못해 사과드린다"는 내용이 적혀있었다.
   
권 부회장이 이 시점에서 용퇴한 이유
    
13일 《조선일보》 보도에 따르면 삼성 관계자들은 권 부회장의 용퇴 사유를 크게 네 가지로 보고 있다.
   
첫째, 권 부회장이 최근 삼성이 처한 상황에 책임을 나눠지겠다는 뜻을 일찍부터 가지고 있었다는 것이다. 삼성의 한 고위 관계자는 “실제로 이재용 부회장이 구속되는 순간부터 권 부회장이 여러 차례 사퇴의사를 밝혔던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둘째, 삼성전자 실적이 사상 최고치를 기록한 시점에서 사퇴를 공식화하는 게 가장 좋다는 것이다. 경영진에 유고가 있는 상황에서 실적이 좋을 때 그만두는 것이 회사에 충격이 적다는 이유다.
   
셋째, 삼성그룹은 2000년대 이후 사장은 만 60세(인사 시점에 따라 일부는 61세), 부회장은 만 65세까지 현역으로 일하는 것이 관례였다. 그런데 권 부회장은 올해 만 65세이고, 내년이면 66세가 된다. 통상적인 관례에 따르면 권 부회장의 퇴진은 자연스럽다.
  
넷째, 4년간 누적된 인사 적체 해소와 세대교체이다. 2014년 이건희 회장이 쓰러진 후 CEO 및 임원에 대한 인사가 제대로 이뤄지지 못 했다. 삼성의 한 관계자는 “그룹 내 최고선임 CEO인 권 부회장이 물길을 터줘야 다른 CEO 인사의 숨통도 터이고, 세대교체가 이뤄질 수 있다고 보신 것 같다”고 말했다.
   
이번 권 부회장의 퇴진 발표는 삼성전자가 이재용 부회장 구속수감이라는 위기상황 속에서도 시스템에 따라 정상적으로 운영되고 있음을 보여주면서, 동시에 인적쇄신과 세대 교체를 촉구하는 메시지로 작용할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권 부회장의 역할 이어갈 적임자는?
   
재계에서는 권 부회장의 역할을 이어갈 인물로는 CE(소비자가전) 부문장 윤부근 사장과 IM(IT·모바일) 부문장 신종균 사장이 꼽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들은 권 부회장과 '3인 대표 체제'를 구성해 경영진 유고 상황에서 삼성을 안정적으로 이끌어온 만큼 '경영 리스크' 여파를 최소화할 수 있는 적임자들로 평가받고 있다.
    
삼성전자가 사상 최고의 실적을 낸 것은 반도체를 책임지는 DS(부품·반도체) 사업부문의 역할이 컸다. 따라서 반도체 총괄인 김기남 사장(1958년생) 또는 진교영 메모리사업부장(부사장, 1962년생) 등 젊은 반도체 전문가가 삼성전자의 수장에 임명될 가능성도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삼성 소식에 정통한 또 다른 관계자는 "삼성전자 반도체에는 권 부회장 만큼은 아니지만, 바통터치를 할 수많은 인재가 있다"며 "일단 IT(정보기술) 기업에 변화가 필요한 시점인 만큼, 이 같은 부분이 어느 정도 반영되지 않겠느냐"고 말한 것으로 전해진다.
    
글=김성훈 월간조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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