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이 대입 수능의 킬러 문항(초고난도)에 분노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윤 대통령은 “약자인 우리 아이들을 가지고 장난치는 것이다. 수십만 명의 수험생들을 대상으로 한 부적절하고 불공정한 행태”라고 비판했다.

기자는 해마다 수능 킬러 문항을 풀어보았다.

- 2023 수능 국어 ‘킬러 문제’ 14~17번 풀어보니

(http://monthly.chosun.com/client/mdaily/daily_view.asp?idx=16593&Newsnumb=20221116593)

- 2022 수능 국어 ‘킬러 문제’(4~9번) 풀어보니

(http://monthly.chosun.com/client/mdaily/daily_view.asp?idx=13967&Newsnumb=20211113967)

- 2020 ‘킬러 문제’ 수능 국어 22번과 40번 풀어보니…(http://monthly.chosun.com/client/mdaily/daily_view.asp?idx=8307&Newsnumb=2019118307)

당연한 얘기지만 기자도 도저히 손댈 수 없는 문제가 수두룩하였다. 변별을 위해 부득이 그런 문항을 냈다는 점을 이해 못 할 바는 아니나 수능 시험장에서 극도로 긴장한 학생들이 느끼는 놀라움, 충격, 긴장감은 상상을 초월할 것이다. 킬러 문항 때문에 수능을 포기하고 시험장을 박차가 나왔다는 후기가 수험생 커뮤니티에 수두룩하다.

수능 변별을 위해 만든 초고난도 문항이 킬러 문항이다. 수능에서 킬러 문항은 보통 객관식 마지막 1~2문제, 주관식 마지막 1~2문제에 배치되어 있다. 풀이 과정이 복잡해 시간이 많이 걸린다. 국어의 경우 학교에서 배울 수 없는 대학 수준의 비문학 지문, 예컨대 철학, 미학, 경제학 관련 지문을 포함해 대개 교육과정 수준과 범위를 벗어난 내용들이었다.

그러나 소위 ‘스카이대’나 의대를 목표로 둔 학생들은 이 킬러 문항을 반드시 맞춰야 원하는 대학에 진학할 수 있다. 이 킬러 문항에 고교 3년, 아니 향후 펼쳐질 전 생애의 운명이 모두 걸려 있다.

선행교육 규제법 무력화시키는 학교 현장

수능에서 킬러 문항의 출제는 중고교 내신 시험에까지 악영향을 끼치고 있다.

지난 3월 ‘사교육걱정없는세상’이 중·고등학교에서 출제되는 수학 시험문제가 국가 교육과정에 근거하여 출제가 되는지 여부 등을 확인했다고 한다. 더불어민주당 강민정 의원실 등과 함께 학교 수학 시험지를 회수해 2014년 선행교육 규제법이 제정되기 이전인 2011년부터 2022년까지 총 7차례의 중·고등학교 수학 시험문제 분석 작업을 진행했다.

7차례의 학교 수학 시험을 분석한 결과, 2014년 제정된 선행교육규제법의 시행 여부와 상관없이 학교 수학 시험에서 교육과정의 수준과 범위를 벗어나는 문제가 계속해서 출제되고 있었다.

그중에는 중학교 시험문제이지만 고등학교 내용을 알아야 쉽게 풀 수 있는 선행학습 또는 선행교육을 유발하는 문제, 복잡한 계산을 요구하거나 다수의 성취기준을 적용하여 난이도를 극도로 높인 문제 등 교육과정의 수준과 범위를 벗어난 문제가 계속해서 출제되고 있었다.

선행교육규제법이 제정된 이후인 2017년 부산, 대구, 인천 등 중학교 12개교 시험문제를 분석한 결과 77.1%가 선행 유발 문항이었고, 고난도 문제가 포함된 시험지가 전체 91.4%였다.

작년 부산과 대구, 대전, 광주, 울산지역 고교 10개교 시험지를 분석하니 10개교 모두에서 교육과정에서 벗어난 문항이 출제되었다고 한다. 구체적으로는 전체 216개 문항 중 교육과정을 벗어난 문항이 54개(25%)였다는 것이다.

 <표>는 ‘사교육걱정없는세상’이 지난 2011년부터 2022년 현재까지 총 7차례의 중·고등학교 수학 시험문제의 교육과정 준수 여부를 분석한 결과를 제시한 것이다.

현재 수학 과목의 평가제도는 중학교에서는 성취평가제로 절대평가이지만 고등학교에는 여전히 상대평가가 존재한다. 중학교에서 고등학교로 갈수록, 고등학교 고학년이 될수록 상대평가인 수능 시험의 영향력이 더 강해지기 때문에 중학교 보다 고등학교에서 교육과정의 범위와 수준을 벗어난 문제인 킬러 문항의 출제 빈도가 높다.

"국가교육과정을 벗어난 문제가 있는지 없는지 세세하게 검토해야"

사교육걱정없는세상 수학교육혁신센터 최수일(센터장), 김상우씨는 지난 3월 16일 국회 정책세미나에서 발표한 <불수능과 킬러 문항, 어디까지 왔고, 어떻게 바뀌어야 하는가?> 통해 이렇게 주장했다.

“현행 수능 시험은 선행교육규제법의 법 적용 대상이 아니다. 수능 시험은 대학별고사와 같은 대입 시험임에도 불구하고 선행교육규제법의 법적용 대상에 포함되어 있지 않지만 한국교육과정평가원에서 수능 시험의 목적을 ‘고교 교육과정의 내용과 수준에 맞는 출제로 고교 학교 교육의 정상화에 기여한다’라고 제시하고 있는 것을 감안한다면 학교 내신 시험이나 대학별고사 뿐만 아니라 수능 시험도 국가교육과정을 준수하여 시험문제가 출제되어야 한다.

수능 시험에서의 출제 및 검토과정을 보다 더 강화하여 국가교육과정을 벗어난 문제가 있는지 없는지 세세하게 검토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 수능 시험 문제의 출제 및 검토과정에서 교육과정의 성취기준과 평기기준을 정확히 적용하여 검토하는 단계를 만들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