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2017년 5월 10일 낮 문재인 대통령이 국회 본청 로텐더홀에서 열린 취임행사에서 제19대 대통령 취임 선서를 마친 뒤 취임사를 하고 있다. 사진=조선DB
최근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보수정권을 향한 적폐청산 드라이브를 거는 등 국내 정치는 강경하게 나가면서 국제외교와 안보문제에 대해서는 다소 수세적(守勢的)인 발언을 이어가고 있다.
이번 달 10일 문재인 대통령은 정세균 국회의장, 김명수 대법원장, 이낙연 국무총리, 김이수 헌법재판소장 권한대행, 김용덕 중앙선거관리위원장 등 5부 요인 초청 청와대 오찬 자리에서 “안보 상황이 어려운 것은 외부에서 안보 위기가 조성되고 있기 때문”에 “안보 위기에 대해 우리가 주도적으로 어떻게 할 수 있는 여건이 되지 못한다”고 말했다.
지난달 27일 여야 정당 대표 청와대 초청 대화에서 문 대통령이 “우리가 주도할 수 없는 여건 속에서 평화를 위협받고 있다”고 말한 데 이은 또 하나의 안보현황 진단이었다. 앞서 7월 11일 문 대통령은 국무회의 석상에서 “현실적으로 (북한 핵 문제는) 우리에게 해결할 힘이 있지 않고 우리에게 합의를 이끌어낼 힘도 없다”고 말하기도 했다.
북한의 핵·미사일 도발 등으로 한반도가 엄중한 안보위기 상황에 처한 최근 시기 동안 문 대통령의 말은 강온(强溫)을 오가며 달라졌다.
7월 국무회의 발언 이후 한 달이 지난 8월 15일 문재인 대통령은 ‘광복절 경축사’를 통해 “정부는 굳건한 한·미동맹을 기반으로 미국과 긴밀히 협력하면서 안보위기를 타개할 것”이라면서도 “우리의 안보를 동맹국에만 의존할 수는 없다. 한반도 문제는 우리가 주도적으로 해결해야 한다”고 달라진 입장을 보였다.
8월 23일 외교부 통일부 업무보고 자리에서도 문 대통령은 “한반도 평화는 우리가 지킨다는 자세와 철저한 주인의식과 국익 중심으로 접근해야 한다”며 “우리가 주도적으로 문제를 해결하고 대처하는 자세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7월에서 10월까지 대통령의 안보상황 관련 발언은 이렇게 갈피를 잡기 힘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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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월 11일
국무회의 |
“현실적으로 (북한 핵 문제는) 우리에게 해결할 힘이
있지 않고 우리에게 합의를 이끌어낼 힘도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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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월 15일
광복절 경축사 |
“우리의 안보를 동맹국에만 의존할 수는 없다. 한반도 문제는 우리가 주도적으로 해결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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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월 23일
외교부 통일부 업무보고 |
“우리가 주도적으로 문제를 해결하고
대처하는 자세가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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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월 27일
여야 대표 청와대 초청 대화 |
“우리가 주도할 수 없는 여건 속에서
평화를 위협받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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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월 10일
5부 요인 청와대 초청 오찬 |
“안보 위기에 대해 우리가 주도적으로
어떻게 할 수 있는 여건이 되지 못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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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드 배치 입장도 1년 새 여러 번 달라져
작년부터 소란을 일으키며 국가적 화두가 된 사드(THAAD·고고도 미사일 방어체계) 배치 문제도 마찬가지였다. 작년 박근혜 정부가 사드 도입을 발표한 직후 당시 문재인 대통령은 원점 재검토를 주장했다. 같은 해 9월 북한의 5차 핵실험이 일어나자 “미국과의 합의를 번복하긴 쉽지 않을 것”이라며 “정부 입장을 존중한다”고 했다. 최순실 사태로 촛불시위가 격화된 후에는 “차기 정부에서 재검토하자”고 입장을 달리했다.
올 1월 17일 당시 문재인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본인의 대담집 《대한민국이 묻는다》 출판간담회에서 “사드는 이미 한·미 간에 배치하기로 합의했다. 그러니 ‘무조건 안 된다’, ‘무조건 취소해야 한다’ 그렇게 할 수 있는 것은 아니라고 생각한다”며 입장을 유보했다.
4월 19일 대선후보 TV토론에서는 “북한이 6차 핵실험을 강행하고 중국이 제어하지 못한다면 (사드를) 배치할 수 있다”고 여지를 남겼다. 대통령으로 취임한 이후인 5월 31일 딕 더빈 미국 민주당 상원 원내총무 면담 자리에서는 “(사드 배치의) 절차적 정당성을 밟아야 한다”고 했다. 한 달이 지난 6월 29일 미국 상하원 지도부 간담회 자리에서는 “새 정부가 사드 배치를 번복할 의사를 가지고 있는 것 아닌가 하는 의구심은 버려도 좋다”고 굳힌 모양새였다.
지난달 3일 북한이 6차 핵실험을 강행하자 2일 뒤인 같은 달 5일 러시아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문 대통령은 “사드 배치는 한국의 안보를 확보하기 위한 불가피한 조치”라고 결론지었다. 사드 배치 후 진보진영에서 일부 반발이 일어나자 문 대통령은 같은 달 8일 서면 메시지를 통해 “현 상황에서 우리 정부가 취할 수 있는 최선의 조치라고 판단했다”며 “국민 여러분의 양해를 구한다”고 설득했다. 그러면서 “사드 체계의 최종 배치 여부는 여러 번 약속드린 바와 같이 보다 엄격한 일반 환경영향평가 후 결정될 것”이라고 말해 임시 배치임을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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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년 사드 도입 직후 |
‘원점 재검토’ 주장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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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년 북한 5차 핵실험 |
“미국과의 합의를 번복하긴 쉽지 않을 것”
“정부 입장을 존중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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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년 최순실 촛불시위 |
“차기 정부에서 재검토하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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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1월 17일
대담집 출판간담회 |
“사드는 이미 한·미 간에 배치하기로 합의했다.
그러니 ‘무조건 안 된다’, ‘무조건 취소해야 한다’
그렇게 할 수 있는 것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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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4월 19일
대선후보 TV토론 |
“북한이 6차 핵실험을 강행하고
중국이 제어하지 못한다면 (사드를) 배치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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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5월 31일
딕 더빈 미국 민주당 상원 원내총무 면담 자리 |
“(사드 배치의) 절차적 정당성을 밟아야 한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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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6월 29일
미국 상하원 지도부
간담회 자리 |
“새 정부가 사드 배치를 번복할 의사를
가지고 있는 것 아닌가 하는 의구심은 버려도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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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9월 5일
북한 6차 핵실험 직후
러시아 언론과의 인터뷰 |
“사드 배치는 한국의 안보를 확보하기 위한
불가피한 조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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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9월 8일
청와대 서면 메시지 |
“현 상황에서 우리 정부가 취할 수 있는
최선의 조치라고 판단했다.
국민 여러분의 양해를 구한다”
“사드 체계의 최종 배치 여부는
여러 번 약속드린 바와 같이
보다 엄격한 일반 환경영향평가 후 결정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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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보는 현실, 희망적 사고와 다르다”
물론 급변하는 외교안보 형세에 따라 대통령 화법의 수위나 맥락이 일부 달라질 수 있지만, 일각에서는 이 같은 발언 변화가 현 정권의 불확실한 안보노선을 방증(傍證)하는 것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강천석 《조선일보》 논설고문은 14일자 《조선일보》 칼럼 ‘대통령에게 듣고 싶은 말 듣기 싫은 말’에서 ‘안보 위기 상황에서 우리가 주도적으로 어떻게 할 여건이 못 된다’는 문 대통령 발언에 대해 한편으로 “얼마나 답답했겠는가. 심정이 이해가 간다”고 말하면서도 다음과 같이 비판했다.
“위기 극복 리더십의 본질은 예나 이제나 달라지지 않았다. 지도자가 국민이 가진 잠재력을 일깨워 위기에 대처하는 힘으로 바꾸는 것이다. 국민을 분발(奮發)시키려면 대통령 먼저 분발하는 모습을 보여야 한다. 위기를 직시(直視)하되 그 앞에서 주저앉아서는 안 된다. 위기에 맞서는 지도자는 담화나 연설도 동사(動詞) 단어를 사용하라고 한다. '일합시다' '나갑시다' '협력합시다'가 그런 단어다. '답답하다' '막막하다'는 형용사(形容詞)에 기분을 싣는 건 금물(禁物)이다. 지도자의 기분은 즉각 국민에게 전염된다. 대통령이 이 상황에서 ‘우리가 주도적으로 할 일이 없다’고 핸들을 놓아버리면 어디로 흘러가겠는가. 선장 표정을 살피고 기장 한마디에 귀를 세우는 국민을 생각해야 한다.”
정재호 서울대학교 정치외교학부 교수도 조언을 건넸다. 정 교수는 10일자 《매일경제》 코너 ‘안보, 희망, 그 치밀한 계산에 대하여’라는 제목의 칼럼에서 다음과 같이 지적했다.
“안보는 현실이지 희망적 사고와는 다르다. 현상에 대한 정확한 이해와 반사실(counter-factual)의 예상에 따른 치밀한 대비가 있어야만 한다. 낙관론의 설파가 대개 정치적으로는 유리해 보이지만, 실제 상황이 벌어졌을 때는 무력하기 그지없는 경우가 많다. 플랜B, 플랜C가 연이어 준비돼 있어야 하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그런데 우리에게는 플랜A에 대해서도 확신이 서 있는지 궁금할 때가 있다.”
“현재의 우리, 그리고 후손들의 생명과 자존이 달린 문제가 곧 지금의 외교안보이다. 오로지 우리의 국가이익만이 가장 중요한 변수로 고려되어야 하고, 여기에는 진영의 논리가 따로 있을 수 없다. 식민지 시대 우리의 선열이라면 지금의 상황에서 과연 무엇을 어떻게 했을까? 난세의 진정한 리더십이 그 어느 때보다도 절실하다.”
지도자의 말 한 마디 한 마디가 더욱 절실하고 막중한 지금이다. 국민들은 물론 전 세계의 이목이 열강과 북한에 둘러싸인 ‘대한민국 대통령의 입’을 바라보고 있다.
글=신승민 월간조선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