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과 에콰도르

좌파 재집권한 에콰도르…. 국제통화기금(IMF)은 올해 성장률을 -2.7%로 암울하게 예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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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선 전인 2016년 4월 26일 문재인 대통령이 주한에콰도르 대사 오스카 에레라 길버트를 만나 위로하는 모습. 사진=문재인 대통령 트위터.
에콰도르는 6·25전쟁 때 한국에 쌀을 보내 준 나라다. 현대자동차가 1976년에 포니 자동차 5대를 해외 최초로 수출한 나라이기도 하다. 최단기간에 산업화를 이룩한 우리나라를 경제발전 모델로 삼고 흠모에 가까울 정도로 좋아한다.
 
문재인 대통령은 이런 에콰도르에 대한 애정이 남다르다. 문 대통령은 대선전인 2016년 4월 25일 강진으로 큰 피해를 본 에콰도르에 대해 “형제의 나라가 큰 고통과 슬픔을 겪고 있다”며 성금 등의 지원을 부탁하기도 했다.
 
에콰도르는 4월 17일(한국시각) 7.8 규모의 강진으로 인해 673명이 숨지고 수천 채의 건물과 도로가 파손됐다. 당시 에콰도르에 발생한 지진은 지난 1979년 이후 최악의 지진이었다.
 
문재인 대통령과 에콰도르의 인연
 
문재인 대통령이 에콰도르와 직접적인 인연을 맺은 것은 2007년 1월 15일 열린 라파엘 꼬레아(Rafael Correa) 대통령 취임식에 참석하면서부터다. 당시 청와대 정무특보였던 문 대통령은 노무현 대통령의 경축특사로 취임식에 참석했다.
2007년 1월 18일 자 [단독]“장하준 교수 책 보고 反美 논리 만들어”라는 제목의 ≪세계일보≫ 보도를 보면 코레아 대통령은 문 대통령을 만난 자리에서 “내가 미국 일리노이대학에서 경제학 박사 학위를 받을 때 영국 케임브리지대학 장하준 교수의 지도를 받았다”며 “장 교수의 저서 ‘사다리 걷어차기(Kicking away the ladder)’에 감명을 받았다”고 말했다고 동석한 김경석 에콰도르대사가 전했다.
 
이 책은 영국과 미국 등이 강력한 보호무역 정책으로 부를 이룬 뒤 개도국들이 따라 오르지 못하도록 사다리를 치워버리는 선진국의 위선적인 세계화를 역사적 시각에서 분석한 것이다. 코레아 대통령은 이 책을 통해 미국과의 자유무역협정(FTA) 반대 논리를 만든 것으로 전해졌다.
 
장하준 교수는 청와대 정책실장인 장하성 고려대 교수의 사촌이다. 장하준 교수는 2016년 6월 에콰도르를 찾아 코레아 대통령을 면담하고 각료회의에 참석해 에콰도르 경제 도약을 위한 의견을 전달했다. 또 국회 부의장과 경제발전상임위원회 위원들을 만나 에콰도르 경제정책에 대한 의견도 나눴다. 당시 장 교수는 에콰도르 수도 키토에 있는 가톨릭 대학교(PUCE)의 개교 70주년을 기념해 ‘한국의 경제발전 경험과 에콰도르에의 함의’를 주제로 강연도 진행했다.
 
장 교수는 해당 강연에서 “1960년대의 한국은 에콰도르보다도 더 가난한 나라였지만 자동차 산업과 같은 높은 생산성을 내는 산업에 과감하게 투자해 비약적으로 성장할 수 있었다”며 “정부가 중점 산업을 육성하는 등 경제발전에 적극적으로 개입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에콰도르 다녀온 얘기 한번 들어야 하는데…
 
문 대통령 당선 보름이 지난 5월 24일 박영선 더불어민주당 의원을 에콰도르 키토에서 개최된 모레노 신임 대통령 취임식에 특사로 보냈다. 박 의원이 노무현 전 대통령의 추도식 등이 겹쳐 특사 수락을 머뭇거리자 임종석 비서실장이 “대통령이 굉장히 애착을 가진 나라니 다녀오시는 게 좋겠다”라고 설득했다. 문 대통령은 취임 100일을 기념해 8월 26일 여당 의원 전원을 청와대로 초대했다. 의원들과 개별사진을 찍는 시간 때, 문 대통령은 박 의원에게 “에콰도르 다녀온 얘기 한번 들어야 하는데…”라고 말했다.
 
박 의원은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이렇게 이야기했다.
 
“박 의원은 요즘 대통령을 만나면 하고 싶은 얘기를 하나 둘 메모 중인데, 우선은 에콰도르와 중남미 얘기다. 에콰도르는 케임브리지 대학 장하준 교수를 경제 멘토로 삼고 한국이 그동안 잘해온 정책들만 골라서 추진 중이다. 우리나라를 본떠 혁신도시도 만들어놓았는데 아직 하드웨어만 있고 소프트웨어는 없는 상태다. 앞으로 각종 소프트웨어를 받아들이고 싶어 하는데, 중국이 ‘우리가 자금 문제를 해결해줄 테니 우리 걸 받아들여라’며 제안하고 있다고 한다. “이럴 때 우리 대통령이 방문하면 상당한 경제효과가 있을 것으로 보인다.”
 
문 대통령이 방문했을 때와 박 의원이 방문했을 때의 에콰도르 대통령은 다르다. 코레아에서 모레노로 대통령이 바뀌었다. 성향(좌파)은 같다. 모레노 대통령은 2007~2013년 부통령으로 라파엘 코레아 대통령과 함께 일했다. 라파엘 코레아가 추진해온 이른바 ‘21세기 사회주의 혁명’이 4년간 더 이어지게 됐다는 평가가 나오는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코레아는 훌륭한 지도자였다. 원유를 팔아 번 돈과 부자들로부터 거둔 세금을 가난한 국민을 위해 아낌없이 썼다. 병원을 세우고 도로도 닦아 잘 정비된 키토 거리에는 새 차들이 넘쳐났다. 하지만 3년 전부터 모든 국민이 잘 사는 ‘평등한 세상’에 금이 가기 시작했다. 정부 수입이 줄면서 각종 복지혜택이 사라지더니 형편은 계속 나빠졌다. ‘시민 혁명’으로 칭송받던 코레아 정부는 어느덧 ‘부패 집단’으로 전락했다. 그럼에도 코레아는 의혹을 들추는 언론인을 상대로 직접 거액의 손해배상 소송을 제기하는 것은 물론 이런 언론인들을 ‘개’로 부르는 등 막말도 서슴지 않았다.

지난해 에콰도르의 경제성장률은 -2.0%. 국제통화기금(IMF)은 올해 성장률 역시 -2.7%로 암울하게 내다보고 있다.
 
이런 이유로 올해 에콰도르 대선을 앞두고 예전과 같은 '사회주의' ‘반미 리더십’이 더는 통하지 않을 것이란 분석이 나왔다. 하지만 유권자들은 좌파 여당 후보의 손을 들어줬다.
 
정책이 아닌 인물을 봤나?
 
여기서 분명히 알아야 할 것이 있다. 포퓰리즘(인기영합주의)의 폐해가 명백히 드러났는데도 모레노가 당선된 것은 순전히 그 개인의 힘 때문이었다. 아마존 산골에서 태어나 사업가로 자수성가한 이력, 강도(1998년)를 당해 하반신을 쓸 수 없게 되고 나서도 웃음전도사로 변신해 장애를 극복한 의지, 부통령과 유엔 특사로 일하면서 장애인 인권ㆍ복지에 헌신한 공로 등 유권자들은 그런 인간적 매력에 열광한 것이다.⊙
 
글=최우석 월간조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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