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짜 타살됐나? 정몽헌 회장, 가수 김광석과 딸 서연씨 죽음을 둘러싼 미스터리

서해순 “마녀사냥하고 있다”며 호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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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 경찰이 재수사하고 있으니 그 결과를 차분히 지켜봐야 할 것이다. 언론이 흥분하면 의도치 않게 수많은 ‘사회적 피해자’가 발생한다. 그래서는 안 될 것이다.
사진=JTBC
영화 〈김광석〉을 계기로 1996년 자살한 가수 김광석 씨와 2007년 사망한 딸 서연씨의 죽음에 강력한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이른바 타살 가능성이다.
     
영화 제작자와 김광석 친형 등은 김광석의 부인이자 서연씨의 어머니 서해순 씨를 ‘딸 유기치사’ 및 ‘소송사기 혐의’로 수사기관에 고발했다. 이에 따라 경찰은 고발인 및 참고인 20여명을 불러 1차 조사를 마쳤고 이어 당시 사건기록을 토대로 정밀 재수사에 들어갔다. 한편 피고발인 서씨는 “마녀사냥하고 있다”며 국가인권위원회에 진정서를 제출하고 억울함을 호소하고 있다.
       
정몽헌 회장의 자살 미스터리
  
자살 사건과 관련해 ‘산 자’로서 도저히 이해할 수 없는 ‘의문의 죽음’은 더러 있다. 2003년 8월 자살한 정몽헌 현대그륩 회장의 죽음이 대표적 사례.
       
당시 정 회장은 대북(對北)송금사건으로 검찰 조사를 받고 있었다. 수사에 대한 압박으로 자살했는지 알 수는 없지만 그해 8월 4일 새벽 4~5경 현대 계동사옥 12층 회장 집무실의 환기용 창문을 통해 투신자살한 것으로 추정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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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3년 투신자살한 정몽헌 전 현대그룹 회장. 사진=조선DB
당시 기자는 자살·타살 모든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추적에 들어갔다. 계동사옥 12층 정 회장 집무실에 직접 들어가 그가 뛰어내렸다는 ‘환기용 창문’도 눈으로 확인했다. 50cm 내외의 창문 틈 사이로 키 180cm 정도 되는, 비교적 덩치가 큰 정 회장이 지상으로 뛰어내렸다는 사실을 상식적으로 이해할 수가 없었다.
           
이해할 수 없는 대목은 또 있었다. 좁은 창문틀 유리창에 당연히 있어야 할 정 회장의 지문(指紋)은 발견되지 않았고 무언가에 쓸려 나간 흔적만 발견됐다는 점이다. 창문에는 정 회장 부인 현정은(玄貞恩) 회장의 지문만 발견됐다. 당시 경찰 관계자는 기자에게 “두 차례의 현장 지문감식을 했고 우리로서는 최선을 다해 지문감식을 했다”며 일부 수사의 한계를 털어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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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몽헌 회장의 자필유서. 당시 4장만 공개됐지만 원래는 5장이었다. 나머지 1장은 지금까지 공개되지 않고 있다.

취재 과정에서 새로운 사실도 알아냈다. 정 회장이 2003년 8월 자살 직전 평소 알고 지내던 검찰인사를 만나 유서 5장을 보여주며 “자살소동을 벌이려 하는데 어떻게 생각하느냐”며 견해를 물어봤다는 것. 당시 기자는 해당 검찰인사를 만나 “정 회장이 자살 직전 자신의 집무실에서 유서를 쓴 게 아니라 측근들과 상의해 미리 유서 5장을 써 놓았고 이를 근거로 자살소동을 벌여 검찰 수사 강도를 낮추려 한다면서 나와 상의한 적이 있다”는 증언을 확보했다. 이와 관련해 당시 사건을 수사했던 경찰 관계자에게서 “정 회장이 자살하기 직전 회사 사람들과 자살소동을 벌이려 했다는 사실을 알지 못했다. 만약 당시 그런 내용이 밝혀졌더라면 다른 각도에서 수사했을 수 있었을 것”이라는 답변을 듣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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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몽헌 회장의 집무실이 있었던 현대계동 사옥 12층.
이런 의문도 있었다. 정 회장의 자살소동을 증언해줬던 검찰인사는 유서 5장을 직접 봤다고 했는데 사건 당시 경찰이 발표한 유서는 4장뿐이었다. 유서를 본 검찰인사는 “공개되지 않은 나머지 한 장에는 김대중 정권 당시 핵심실세에게 보내는 항의성 내용이 들어있었다”고 증언해줬다. 그렇다면 나머지 유서 1장은 도대체 어디로 간 걸까. 시간은 흘렀지만 유서 1장은 끝내 세상 빛을 보지 못했다. 
       
소소한 의문은 여럿 있었다. 예를 들어 정몽헌 회장은 당시 김윤규 사장을 신뢰하지 않았는데 유서에는 김 사장을 애틋하게 생각하는 대목이 들어있었다. 이를 두고서도 정 회장이 죽을 이유가 없다며 타살 가능성이 제기됐다.
        
아무튼 정 회장의 ‘자살’을 놓고 타살 가능성이 강력히 제기됐지만 당시 경찰·검찰은 “타살 혐의점을 찾을 수 없다”며 자살로 결론냈다.
     
김광석 父女의 ‘의문의 죽음’과 서해순씨
    
‘정몽헌 사건’에 비해 ‘김광석·서연 타살 의혹’은 비교적 단순해 보이지만 이해할 수 없는 대목은 없지 않다. 관련 의혹은 이미 언론을 통해 알려진 바와 같다. 김광석과 딸 서연씨의 죽음에 대한 각종 의혹이 증폭되자 사건 당시 부검에 참여했던 이들이 “과학적 사실을 의혹만으로 뒤집을 수는 없는 일”이라며 반박하고 나섰다.
            
서중석 전 국립과학수사연구원장은 2일자 《조선일보》를 통해 “타살 증거는 없다는 게 부검 결과”라고 말했다. 그는 김광석 씨의 목 앞쪽에 ‘끈 흔적’이 진하게 있었던 것과 관련해 “스스로 목을 맸을 때 앞쪽에 (끈) 흔적이 선명한 경우는 일반적”이라며 타살 의혹을 일축했다. 서 원장은 김씨 사망 당시 국립과학수사연구원(당시 명칭 국립과학수사연구소) 법의관으로 근무하며 부검 과정을 비교적 잘 아는 인물이다.
       
서 원장은 타살 혐의점이 없음을 보여주는 증거는 또 있다고 밝혔다. 그에 따르면, 김씨 시신에서 골절이나 출혈이 전혀 없었다고 한다. 흔히 목이 졸려 사망했을 때는 저항하는 과정에서 골절이나 출혈이 수반된다. 또 살해된 피의자의 목에는 저항하는 과정에서 2~3줄의 끈 자국이 생기는데 김씨 목에는 끈 자국이 하나만 있었다는 것.
       
권일훈 권법의학연구소장도 “왜 타살이라는 말이 나오는지 모르겠다. 경찰·검찰이 유명 가수의 죽음에 타살 혐의점이 있는데 숨겼겠느냐”며 현 상황을 이해할 수 없다는 입장을 보였다. 권 소장은 사건 당시 직접 부검했다. 그는 2일 《조선일보》와의 인터뷰에서 “(타살과 자살 등) 모든 가능성을 열어 두고 부검했고 객관적으로 확인한 사실은 부검 감정서에 모두 적었다”고 말했다. 지난달 29일 《TV조선》을 통해서도 “타살이라고 하는데 전혀 말도 안 되는 이야기”라며 “당시 경찰이 바보인가? 유명 가수가 죽었는데...”라고 했다.
       
앞서 권 소장은 지난달 28일 《뉴시스》와의 인터뷰에서 “호사가들에 의해 의혹이 꼬리에 꼬리를 물고 확대되고 있다”며 “거의 혹세무민 수준에 이르렀음에도 (수사당국이) 나서서 간명하게 해결하지 않고 침묵하고 있는지 참 개탄스럽기까지 하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영화 〈김광석〉의 제작자이자 《고발뉴스》 기자인 이상호 씨는 “지난 20년 동안 들어온 이야기”라며 “경찰이 한 번 자살로 처리하면 이를 다시 부정하기 힘들다. 그분(권일훈 소장)은 아마 (김씨의 죽음이) 자신과 관련돼 있기 때문에 그렇게 주장하는 것 같다”는 입장을 언론과의 인터뷰를 통해 밝혔다.
          
김씨 딸 서연씨의 죽음에 대해서도 김씨 형과 이상호 씨는 의문을 제기했다. 이에 서해순 씨는 최근 언론에 자신의 딸 부검감정서를 공개했다. 이를 본 이윤성 서울대 법의학교실 교수는 “김씨 딸이 타살됐거나 가혹 행위를 당했다는 흔적을 찾을 수 없다”는 입장을 언론을 통해 밝혔다. 이 교수는 “만약 김씨의 딸이 농약에 중독돼 사망했다면 부검 당시 체내에서 농약 성분이 검출되지 않을 수 없다”면서 “(학대 의혹과 관련해) 일주일 이내에 물리적 학대가 있었다면 흔적이 남아야 하는데 그런 것도 없다”고 말했다.
          
서연씨 부검감정서에는 ‘폐질환으로 보는 것이 합리적. 사망원인은 급성 화농성 폐렴’이라고 적혀 있다. 당시 법의관들은 약물에 의한 타살 가능성에 대해서도 정밀조사했다고 한다. 그 결과 기침 감기약 성분만 발견됐다. 서해순 씨는 “딸이 죽기 며칠 전부터 감기 증상이 있어 기침 감기약을 먹였다”고 밝힌 적이 있다.
       
경찰 재수사 결과 지켜봐야
    
김광석·서연 부녀의 타살 의혹에는 정몽헌 타살 의혹과 달리 세간의 주목을 받고 있는 이가 있다. 김광석의 부인이자 딸의 어머니인 서해순씨. 그는 현재 따가운 여론재판을 받고 있다. 어떤 측면에서는 이미 ‘사회적 타살자’가 돼 버렸다.
    
하지만 현재로서는 그 어떤 결과도, 그 어떤 새로운 사실도 발견되지 않았다. 의혹만으로 그에게 혐의를 뒤집어씌울 수는 없다. 그에게도 보호받아야 할 인권이 있다. 김광석·서연씨의 죽음은 심히 안타깝지만 그렇다고 확인되지도 않은 ‘의혹’으로 또 다른 ‘피해자’를 만들어 내서는 안 된다.
   
현재 경찰이 재수사하고 있으니 그 결과를 차분히 지켜봐야 할 것이다. 너무나 당연한 얘기지만 언론이 흥분하면 의도치 않게 수많은 ‘사회적 피해자’가 발생한다. 그래서는 안 될 것이다.
         
글=백승구 월간조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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