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무현 전 대통령 부부싸움 끝 자살설, 진실 밝혀질까?

김경수 더불어민주당 의원 “강력한 법적 대응 의사 피력”…진실의 키는 CCTV가 쥐고 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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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진석 자유한국당 의원(왼쪽), 김경수 더불어민주당 의원

이명박 정부 청와대 정무수석 출신인 정진석 자유한국당 의원이 노무현 전 대통령에 대해 '뇌물 받은 혐의로 검찰 조사 받은 뒤 부부싸움 끝에 권양숙씨는 가출하고, 노 전 대통령이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고 쓴 글이 논란이 되고 있다.

정 의원은 지난 20일 페이스북에 박원순 서울시장 등이 이명박 전 대통령을 비판한 것에 대한 반박 글을 올렸다.

앞서 박 시장은 "이명박 정부 국정원이 '박원순 제압 문건'을 작성했다"며 최근 이 전 대통령을 검찰에 고소했고, 이에 야당들이 "정치 보복"이라고 하자 "최대의 정치 보복은 이명박 전 대통령이 노무현 전 대통령에게 가한 것"이라고 했다.

정 의원은 "이 말은 또 무슨 궤변인가. 노무현의 자살이 이명박 때문이란 말인가"라면서 "노 전 대통령 부인 권양숙씨와 아들이 박연차씨로부터 수백만 달러 금품 뇌물을 받은 혐의로 검찰 조사를 받은 뒤 부부싸움 끝에 권씨는 가출하고, 그날 밤 혼자 남은 노 전 대통령이 스스로 목숨을 끊은 사건"이라고 했다. 정 의원은 "이것이 이 전 대통령 책임이란 말인가. 그래서 그 한을 풀겠다고 지금 이 난장을 벌이는 것인가"라며 "적폐 청산을 내걸고 정치 보복의 헌 칼을 휘두르는 망나니 굿판을 즉각 중단하라"고 했다.

이 글은 9월 22일 뒤늦게 확산됐고 여권은 반발했다. 노 전 대통령의 마지막 비서관이자, 문재인 대통령의 최측근인 김경수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법적 대응을 준비하라"고 경고했다.

김 의원은 9월 23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국정원 대선개입과 민간인 사찰 문제를 물타기하고 싶으신 것 같은데 우리 국민이 그렇게 호락호락하지 않다"면서 "허위 사실로 고인과 유족을 욕보이셨으면 그에 따른 응분의 법적 책임을 지시면 된다"며 이 같이 밝혔다. 그러면서 "그 시간에 법적으로 어떻게 대응할지 준비 열심히 하시기 바란다"면서 "이번에는 그 어떤 타협도 없을 것임을 미리 알려드린다"고 덧붙였다.

노무현재단도 "정진석의 정신 나간 망언"이라며 "고인이 된 전직 대통령에 대해 허위 사실을 퍼뜨리고 비열하고 저급한 언사로 모욕했다"고 했다.

자유한국당은 자당(自黨) 소속인 정진석 의원이 노무현 전 대통령의 자살에 대해 언급한 글을 놓고 여권(與圈)의 공격에 계속되자, “어느 내용이 허위사실이냐. 그럼, 이제라도 노 전 대통령 뇌물사건의 진실을 제대로 밝혀보자”라며 대응에 나섰다.

강효상 자유한국당 대변인은 이날 논평을 통해 “정 의원의 SNS 글 가운데 권양숙 여사와 아들이 박연차씨로부터 수백만 달러를 받은 것이 허위 사실이냐, 노 전 대통령이 스스로 목숨을 끊은 것이 허위사실인가. 또 부부싸움이란 부분만 허위사실이냐”라며 “그것도 아니면 노 전 대통령 죽음이 전·전 정부 탓이고 그래서 그 한을 풀기 위해 정치보복의 칼을 휘두른다는 것이 허위사실인가”라고 했다.

이어 “이번 논란의 본질은 문재인 정부가 자행하고 있는 정치보복”이라며 “ 많은 국민들은 박원순 서울시장을 비롯한 여권이 노 전 대통령 죽음의 책임을 전전(前前) 정부의 탓으로 생각하는 것은 아닌지 의심과 걱정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강 대변인은 “이러한 국민적 의혹을 해소하기 위해서는 노 전 대통령 뇌물사건의 진상을 밝히는 재수사가 반드시 필요하다”며 “여권은 정치보복에만 혈안이 될 것이 아니라 노 전 대통령 뇌물 사건에 대한 재수사에 즉각 나서야 한다”고 밝혔다.

정 의원은 자신의 글에 대해 《조선일보》와의 통화에서 "돌아가신 전직 대통령이나 그 가족에게 상처줄 의도가 아니다. 노 전 대통령 죽음이 이 전 대통령 때문이 아니란 걸 밝히자는 게 본질"이라며 "노 전 대통령이 죄책감 때문에 스스로 책임을 지려 했다는 건 문재인 대통령이 언론 인터뷰에서도 말했던 것"이라고 했다.

정 의원이 말한 문 대통령 언론 인터뷰는 《한겨레》 가 지난 2009년 6월 보도한 것이다. 문 대통령은 당시 "노 전 대통령은 (권 여사에게 전달된) 그 돈이 그냥 빚 갚는 데 쓰인 게 아니라 아이들을 위해 미국에 집 사는 데 쓰인 것을 알고 충격이 굉장히 크셨다. 그런데도 수사를 정치적 음모로 보고 대통령을 일방적으로 비호하는 글들이 홈페이지에 올라오니 '그건 아니다, 책임져야 할 일이다'고 생각하고 계셨다"고 했다. 또 그런 상황이 된 뒤 "여사님은 대통령 있는 자리에 같이 있으려 하지 않고 대통령이 들어오면 다른 자리로 가곤 했다"고도 했다.

정 의원이 언급한 노 전 대통령의 부부싸움에 대한 자세한 내용은 《경향신문》 기자와 논설위원, 미국 워싱턴 《한국신보》 편집국장 등을 역임한 손충무씨가 1989년 만들어 미국에서 발행했던 주간지 《인사이드 더 월드》 2010년 3월 22일자에 실렸다. 제목은 '노무현 전 대통령, 자살 전날 권 여사와 큰 부부싸움 벌였다'이다.

이 기사에 따르면 정부 고위관계자는 "(서거 전날)노무현 전 대통령은 줄담배 피며 잠 못 잡고, 권양숙 여사는 만취상태서 잠들었다"고 증언했다. 

기사의 사실 여부는 확인되지 않았다.  손충무씨는 2010년 10월 19일 미국 버지니아에서 심장마비로 별세했다. 고인은 이 잡지에 1996년 3월부터 김대중 전 대통령의 용공 시비를 불러일으킨 ‘김대중 X파일’ 기사를 연재해 징역 2년을 선고받고 복역한 바 있다.  

진실의 키는 사실상 노 전 대통령의 서거 하루전과 당일 행적이 담긴 CCTV가 가지고 있을 것으로 보인다.

서거 경위를 수사했던 경남경찰청이 2009년 6월 5일 최종 수사결과 발표와 함께 서거 당일과 전날 사저 주변을 촬영한 52초 분량의 CCTV를 공개한 것에 따르면 서거 당일인 지난달 23일 새벽 노 전 대통령이 이 모 경호과장과 함께 사저를 나서는 모습과 전날 오후 노 전 대통령이 권양숙 여사, 아들 건호씨와 함께 정원을 거니는 모습이 담겨있다.  영상에는 노 전 대통령의 얼굴이 나오지만 멀리서 촬영했기 때문에 정확한 표정 등은 알아보기 어렵다.

영상에 따르면 서거 전날 노 전 대통령은 남색 바지와 하늘색 남방을 입고 화단을 걷고 있었다. 권 여사는 검은색 치마와 점퍼 차림이었으며 건호씨는 흰색 면바지와 연분홍색 남방을 입고 있었다. 영상에는 권 여사가 노 전 대통령에게 이야기를 하기 위해 손짓을 하자 노 전 대통령이 고개를 돌리는 모습도 있었다.

이어진 서거 당일 영상에는 노 전 대통령에게 호출을 받은 이 모 경호과장이 사저 정문으로 다가오는 장면과 노 전 대통령과 이 경호관이 함께 나가는 장면이 찍혀있다.이날 노 전 대통령은 회색 계열의 상·하의를 입고 사저 앞 초소에서 경례하는 전경에게 머리를 숙여 인사한 뒤 봉화산을 향해 걸어갔다. 이 경호관은 노 전 대통령의 1~2m쯤 뒤에서 따라갔다. 노 전 대통령은 가는 도중 길가 화단 근처에서 잠시 화단의 풀을 뽑기도 했다.노 전 대통령의 생전 모습은 여기서 끝이 났다.

글=최우석 월간조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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