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서울 종로구 가회동의 김영사.
박은주 전 김영사 대표는 '출판계 미다스 손'으로 불렸다. 박 전 대표는 1989년 김영사 경영을 맡은 이후 《먼나라 이웃나라》 《정의란 무엇인가》 등 베스트셀러를 잇따라 펴냈다.
박 전 대표는 김영사 설립자인 김강유 회장이 현업에 복귀하면서 갈등 끝에 2014년 5월 물러났다. 이후 박 전 대표는 2015년 7월 23일 김 회장을 350억원대 규모의 배임과 횡령, 사기 혐의로 고소했다. 검찰은 무혐의 결론냈다. 박 전 대표측은 불복해 서울고검에 항고했지만 2016년 3월 24일 기각됐다.
그러자 김 회장은 박 전 대표를 고소했다. 2016년 6월 23일이었다. 출판 명가 김영사의 고소 전 2라운드가 시작된 것이다.
김영사 측이 고소장에서 밝힌 박 전 사장 등의 횡령 수법은 ▲도서의 인세를 지급하는 것처럼 허위 내용의 회계전표를 꾸며 무단으로 회사 자금을 박 전 대표 등의 개인 계좌로 이체하거나 ▲허위로 직원을 등재하여 급여 및 퇴직금 명목으로 횡령했으며 ▲거짓 자문료 및 기획료 명목으로 회사의 돈을 지급하게 한 것도 횡령이라는 것이다. 이런 방법으로 횡령한 총액이 약 85억3000만 원 정도라는 게 김영사 측 주장이다.
박 전 대표는 2017년 4월 29일 구속됐다. 서울중앙지법 오민석 영장전담 부장판사는 "범죄혐의가 소명되고 도주 및 증거인멸의 우려가 있어 구속의 사유와 필요성이 인정된다"며 영장 발부 사유를 밝혔다.
현직의원 A 증인출석
출판 명가 김영사의 고소전 2라운드는 여전히 진행 중이다. 그런데 재판과정서 자유한국당 현직의원 A가 등장해 눈길을 끈다. 출판 유통과 관련한 이력이 없는 A 의원의 이름이 나오는 이유는 무엇일까.
김영사에 따르면 박 전 대표는 재직 중이었던 2007년 1월 10일부터 2008년 11월 10일까지 1년10개월 동안 A 의원의 부인, 자녀, 장모, 누나에게 회당 1000여만 원씩 23회에 걸쳐 2억4000만원가량을 송금했다.
김영사측은 "A 의원을 제외한 그 가족들은 김영사와는 전혀 관계가 없었기 때문에 당연히 그 가족들이 저자 섭외나 출판 기획, 원고 집필 등을 한 일이 전혀 없다”고 말했다.
2016년 4·13 총선에서 새누리당 비례대표 상위 순번으로 국회의원에 당선한 A 의원은 2001년 12월 자신의 책을 출간하면서 김영사와 인연을 맺은 것으로 알려졌다.
익명을 요구한 김영사 관계자는 "책 출간을 계기로 박 전 대표와 가까워진 A 의원은 김강유 회장 공백기에 김영사에 출근하다시피 모습을 드러내면서 회사 경영에 간섭하기 시작했다"고 했다.
김영사는 "박 전 대표와 A 의원이 업무를 빙자한 해외여행을 수차례 떠났다"고 주장했다.
김영사 고위 관계자의 이야기다.
"매일같이 김영사에 나타나던 A 의원은 유독 박 전 대표가 해외출장을 간다며 자리를 비운 동안에는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 반대로 A 의원이 회사에 안 나올 때는 박 전 대표도 행선지와 업무를 밝히지 않은 채 회사를 비운일이 많았다. 그래서 '(해외에)같이 갔을 수 있고나'라고 생각했는데, 한 직원이 증언을 했다."
직원의 증언이다.
"어느 날 차 정비를 맡기러 갔다가 대표님(박은주 전 대표) 차 밑에 A 의원 여권이 떨어져 있어 가지고, ‘하이고 칠칠치 못한 사람들’이라고 그러면서 우리끼리 웃다가 ‘아, 그래도 모른 척해야 돼’ 이런 식으로 저희끼리 그렇게 농담도 하고… (중략) 결정적으로 직원들이 다 알게 된 계기는 뭐냐면 예전 같으면 사장님께서 출장을 갈 때 경리부에서 (티켓) 끊어 드렸거든요. 그런데 언제 부터인가 출장을 갈 때 직접 예약을 하시는 거예요.”
김영사측은 박 전 대표가 2007년 이후 사 업무와 무관하게 공금을 사용한 것으로 추정되는 국내외 여행비는 총 2억 530만원이라고 주장했다.
A 의원은 박 전 대표와 함께 외국 출장을 나간 사실을 인정했다. 지난 9월 19일 박 전 대표 재판에 증인으로 출석한 A 의원은 "개인별 출입국 조회를 해보니 피고(박은주 전 대표)와 함께 간 것이 67회(미국 일본 중국)을 다녀왔던데 같이 가서 할 일이 있었느냐"는 검사의 질문에 "왕복을 말씀하시는 것 같은데 30여회 다녀왔고 간혹 일행과도 같이 갔다"고 증언했다.
A 의원은 박 전 대표와 해외출장을 나간 이유에 대해 "해외동포 시리즈를 찾기 위해 갔었다"며 "박 전 대표와 자주 나간 이유는 (해외동포 시리즈 주제 등을) 대표가 봐야하기 때문"이라고 했다.
A 의원 매형이 설립한 회사에 일감 몰아준 의혹
김영사측의 박 전 대표에 대한 고소장을 보면 A 의원은 2010년 7월 6일 (주)월드맥스원이라는 출판 유통 관련 회사를 매형인 윤○○씨와 설립했다. 윤○○씨가 대표를 맡고 A 의원이 이사로 등재됐던 이 회사의 지분은 두 사람이 각각 50%씩 갖고 있다. A의원이 보유한 주식 50%는 2012년 12월 31일 박 전 대표의 동생인 박○○씨에게 양도됐다. 주식 양도 후에도 A 의원은 계속 월드맥스원이라는 회사에서 급여를 수령해 갔다고 한다. 이 회사는 2010년 8월 말부터 박은주 전 대표가 물러나는 계기가 된 김영사의 자체 감사가 시작된 시기인 2014년 2월 말까지 김영사가 출판하는 모든 서적의 유통, 영업 업무를 독점 대행했다.
A 의원의 입장
이런 의혹에 대해 《월간조선》은 A 의원의 반론권 보장차원에서 9월 19일 증인으로 출석한 그와 판사, 검사와의 문답을 요약했다.
판사: 김영사, 박 전 대표와 어떻게 만났나.
A 의원: 제 책 출간을 계기로 만나게 됐습니다.
판사: 1천만 원씩 받은 이유는 무엇인가.
A 의원: 본인의 명성이 알려지자, 박 전 대표가 몇 번 찾아와 홍보를 부탁했습니다. 한 번 할 때 마다 신문광고 1회분인 1천만원을 줄 테니 신간이 나오는대로 홍보해 달라고 해서 수락했습니다.
판사: 가족명의로 돈을 나눠 받은 이유는 무엇인가.
A 의원: 월급보다 많이 받아 다니던 회사에서 알면 안 되고 이상하게 여길 것 같아 그렇게 했습니다. 지금 와서 생각하니 잘 못된 것이구나 라고 생각됩니다.
판사: 월드맥스원 경영에 참여했나.
A 의원: 참여하지 않았고, 기획 홍보만 맡았습니다.
판사: 박 전 대표의 동생에게 월드맥스원 주식을 양도한 이유는 무엇인가.
A 의원: 박 전 대표가 회사에 문제가 있어 그러니 명의만 넘겨 달라고 해서 그렇게 했고, 돈은 받지 않았습니다.
판사: 박 전 대표와의 관계는
A 의원: 개인적인 친분이고, 가족과 친분이 두텁습니다.
판사: 가족이라 함은 본인 가족과 피고(박은주 전 대표) 가족이 친하다는 이야기인가.
A 의원: 그렇습니다.
판사: 개인적으로 가깝다고 이해해도 되나.
A 의원: 저자와 사장 사이입니다.
검사: 2002년 구두약정으로 월 1000만원을 받기로 했는데, 2007년부터 받은 이유는 무엇인가.
A 의원: 회사에 어려운 문제가 있다고 했습니다. 그리고 본인이 쪼들리지 않았기 때문에 독촉하지 않았습니다.
검사: 자신의 매형인 윤00씨를 월드맥스원 대표이사로 선임한 이유는 무엇인가.
A 의원: 군대에서 오래 있었고, 뒷바라지 잘 할 것 같아서 했습니다.
검사: 본인 뒷바라지를 했다면 그는 대표가 아니지 않나.
A 의원: 대표(박은주 전 대표)가 돌봐주니 크게 생각 안 했습니다.
검사: 출판경력이 있나
A 의원: 출판 마케팅과는 관계없었습니다.
검사: 월드맥스원의 실질적 대표는 누구입니까.
A 의원: 박은주 대표가 계시고 도와주셨습니다.
검사: 실질적 권한행사는 누가했나.
A 의원: 잘 모르겠습니다.
검사: 피고(박 전 대표)가 실질적 행사를 했다고 보면 되는가.
A 의원: 기억 안 납니다.
검사: 김영사 직원들에게 업무 지시를 내린 적이 있나.
A 의원: 없습니다.
검사: 개인별 출입국 조회를 해보니 피고(박 전 대표)와 함께 미국 일본 중국을 67회 갔다 왔는데 같이 가서 무슨 일을 했나.
A 의원: 왕복을 말 하시는 것 같은데 30여회 다녀왔다. 간혹 최00 등과도 같이 갔었습니다. 해외동포 시리즈를 찾기 위해 갔었습니다.
검사: 30여회 같이 다녀온 것은 맞나
A 의원: 예
검사: 피고(박 전 대표)와 자주 나간 이유는 무엇인가.
A 의원: 열전을 보려면 대표가 봐야 하기 때문입니다.
박은주 전 대표의 입장
구속 중인 박 전 대표에게도 반론권을 보장하기 위해 A 의원과의 의혹 에 대해 《월간조선》과의 2016년 8월 서면인터뷰에서 밝힌 내용을 다시 게재한다.
《월간조선》: A의원 가족 명의 통장으로 기획료 등을 보낸 이유는?
박은주 전 대표: A의원은 2001년 김영사에서 저서 《○○○》을 출간한 이후, 신문광고도 없이 저자 강연을 통해서 20만 부를 판매한 저자이며, 기업 및 학교, 각 단체에서 초청하는 1순위 강사였다. 2003년 1월부터 A의원은 김영사의 출판도서를 홍보 및 마케팅 하는 외부인사로 활동하기로 저(박은주 전 대표)와 약정하고, 2010년 8월까지 7년7개월간 KBS, SBS 및 지역방송과 기업체, 군부대, 학교, 기관, 관공서 등에서의 특강 등의 방법으로 1천여 회에 걸쳐 김영사의 출판도서에 대한 특별 홍보 활동을 해 왔다. 김영사는 A의원의 기업마케팅 및 대외홍보 활동에 부응하여 2003년 1월부터 매월 신문광고 1회에 해당하는 금원 500만원씩을 지급키로 약정하였다. 그러나 김영사는 이 약정을 적시에 이행치 못하다가 2007년 1월 비로소 2008년 11월까지 약정금 중 일부인 금액 2억여 원 상당을 A의원의 친인척 앞으로 송금했다.
《월간조선》: 월드맥스원을 설립하게 된 이유와 김영사의 배임 주장에 대한 입장은 무엇인가.
박은주 전 대표: 2010년경 김영사는 소속 임직원의 숫자가 100명을 초과하여 중소기업의 특례가 상실될 상황에 이르자, 영업팀을 해산하고 영업 사업을 아웃소싱하자는 의견이 채택됐다. 그리하여 A의원에게 회사 설립을 요청하였고 A의원이 동의하여 2010년 9월 김영사 영업만을 전담하는 월드맥스원을 설립했다. 월드맥스원은 신교동 건물에 입주하였고, 김영사는 기업 및 특수 마케팅을 의뢰하면서 동 회사의 경리회계, 자금운용 이익금관리를 김영사 경영지원본부에서 모두 직접 관할했다.”
《월간조선》: 월드맥스원을 A 의원과 그의 매형 윤○○씨에게 맡긴 이유와 두 사람이 출판 유통에 전문가였는지 말해 달라.
박은주 전 대표: 회사의 관리담당 임원은 A의원의 추천을 받아 윤○○씨(군에서 육군 관리담당 원사로 제대)를 채용하기로 했고, 윤○○씨 본인의 요청에 의하여 월 급여를 250만원으로 실비 지급하되, 출퇴근 차량을 제공하기로 했다. 윤○○씨는 군에서 조직 및 감사 업무 책임 등을 맡았고, 탁월한 관리 능력을 인정받아 훈장도 여러 번 받았던 모범 군인이었으며, 주위에서 추천받은 여러 사람들의 의견을 검토한 결과 임원들이 윤○○씨를 마케팅전문회사 관리대표로 적합하다고 건의한바, 결정하게 된 것이었다.
《월간조선》박 전 대표와 A의원, 두 분과 관련한 김영사의 ‘특수관계’ 주장에 대한 입장은 무엇입니까.
박은주 전 대표: 김강유는 김영사 경리 부장이었던 이○○을 용인으로 불러 녹취한 내용에서, 이○○이 두 사람 사이가 수상한 느낌이라는 말을 했다고 인용하며, 임직원들 앞에서 공공연히 박은주를 해임할 수밖에 없었다는 방편으로 악용했던 것일 뿐이다. 그러나 이○○은 이에 대해 지난 2016년 6월 그것은 사실이 아님에도 잘못 말을 한 것으로 자술하여 이를 철회한다는 자술서를 검찰에 제출한바, 사실적인 증빙이 없는 악의에 찬 모욕일 뿐이다. 박은주는 A의원의 가족, 즉 A의원의 부인과 딸 등과 모두 가까운 사이로 막역하게 지내는 사이일 뿐이다.
글=최우석 월간조선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