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패 사례 연구] 북평산업단지

계획 발표 30년, 부지 完工 10년
북평공단은 국가가 버린 땅이 됐다!

  • : 조동진  zzang9@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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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7만 평 규모인 북평 국가산업단지. 멀리 보이는 것이「한국동서발전」의 화력발전소다.
지난 2월27일 「북평산업단지」를 찾아갔다. 동해市 고속터미널에서 택시로 10분 거리에 있는 북평산업단지는 강원도 동해市 구호동 일대 78만 평에 조성돼 있다. 국가가 개발 주체인 「국가산업단지」가 57만 평, 강원도가 개발 주체인 「지방산업단지」가 21만 평 규모다.
 
  눈에 제일 먼저 들어오는 풍광은 황토색 벌판과 사람 키의 두 배가 넘는 수풀이었다. 철새 도래지에 온 것이 아닌가 하는 착각이 들었다.
 
  현재 지방산업단지에 식품·건축자재, 목재가공 업체 등 54개 업체, 국가산업단지에 5개 업체가 가동 중이다. 국가산업단지에는 한국석유공사, SK와 GS칼텍스의 석유저장 시설, 한국동서발전의 화력발전소가 입주해 있다. 국가산업단지 안에 가동 중인 제조업체는 「LS 코리아」라는 목재가공 업체 한 곳뿐이다.
 
  생산 실적은 업체 수보다 더 초라하다. 한국산업단지공단의 「2005년 12월 국가산업단지 산업동향」에 따르면, 2005년 국가산업단지 입주업체가 6억원, 지방산업단지 입주업체가 589억원의 생산 실적을 기록했다.
 
  부근에 위치한 동양시멘트 삼척·동해 공장의 2005년 매출액 5094억원의 10분의 1 수준이다. 현재 가동 중인 59개 업체의 생산실적을 다 합쳐도 변변한 중소기업 하나의 생산액도 안 된다. 북평 산업단지에 영세기업들이 몰려 있다는 얘기다.
 

 
 
 『산업단지요? 국가가 버린 땅이죠』
 
사람 키의 두 배가 넘는 풀들이 자라고 있는 국가산업단지 지역.
  2005년 12월 현재 고용인력이 1000명을 넘지 못하고 있다. 동해港이라는 국제港을 배후에 갖고 있지만, 2005년 의 수출실적이 400만 달러에 불과하다. 단지조성 사업 비용으로만 1092억원이 투입된 북평산업단지의 현주소다.
 
  『산업단지요? 국가가 버린 땅이죠. 동해市 북평에 산업단지가 있다는 걸 아는 사람들이 얼마나 있을까요?』
 
  북평산업단지로 데려다 준 택시기사 鄭然起(정연기·38)씨의 얘기다. 북평 토박이인 그는 북평산업단지가 이렇게 된 이유를 나름대로 설명했다.
 
  『개발하기로 결정했으면 계획대로 해야 하는데 정권이 들어설 때마다 계획이 달라졌어요. 그러니 어떤 기업인이 정부를 믿고 투자하겠습니까?』
 
  북평산업단지를 함께 돌아보던 鄭씨는 북평산업단지의 몰락을 아쉬워했다.
 
  『북평산업단지 자리가 제 고향입니다. 이곳에 올 때마다 마음이 안 좋아요. 개발을 시작한 지 20년 가까이 된 것 같은데 달라진 게 전혀 없습니다. 동해市가 開廳(개청)된 1980년에 산업단지가 함께 시작됐죠. 그때는 이곳도 발전할 거라는 큰 희망을 걸었지만, 물거품이 된 것 같습니다』
 
  1092억원이나 들여 조성한 산업단지에 가동 중인 업체가 60여 개에 불과하고, 2005년 한 해 동안 595억원의 생산 실적을 기록하는 희한한 일이 어떻게 벌어질 수 있는 것일까?
 
  골프장 두 개를 합친 넓이보다 더 큰 북평산업단지를 돌아봤다. 먼저 국가산업단지를 찾았다. 동해港과 인접한 지역에 한국석유공사, SK, LG칼텍스의 석유 저장시설, 한국동서발전의 화력발전소가 가동 중이었다. 이 공장들 주변은 황토색 벌판과 무성한 숲이었다.
 
 
 
 人道인지? 숲인지?
 
  벌판에는 콩과 채소를 재배하는 밭이 여기저기 조성돼 있었다. 노는 땅에 찬거리라도 심겠다며 이 지역 주민들이 만든 밭이다.
 
  북평산업단지 북쪽에 위치한 지방산업단지 안으로 들어갔다. 조립식 건물로 지은 작은 공장들이 듬성듬성 보였다. 공장과 공장 사이 빈 터에는 잡풀과 쓰레기가 뒤엉켜 있었다.
 
  屠畜(도축)한 돼지를 부위별로 가공하는 식품업체 「해오름포크」를 찾았다. 주변의 입주업체들이 조립식 건물인데 비해, 이 공장은 1년 전 붉은 벽돌로 새로 지어져 외관이 깨끗했다. 동해市 지역에 돼지고기를 공급하는 이 업체는 1년 전 이곳으로 공장을 옮겼다.
 
  동해市 인근에서 북평산업단지의 분양가가 가장 쌌기 때문이다.
 
  이 공장에서 사무를 보는 安明玉(안명옥·38·여)씨는 『동해시와 강원도 한국산업단지공단, 어느 쪽에서도 신경을 쓰지 않는다』며 『이곳 사정은 한마디로 엉망』이라고 했다.
 
  『길이 길이 아니에요. 步道(보도)블록은 다 깨져 있고, 人道인지 숲인지 구분할 수 없을 정도로 잡풀들이 자라 있어요. 부도난 업체의 공장과 건물들은 그대로 방치돼 있고, 그 안과 주변은 쓰레기로 넘칩니다.
 
  가로등도 불이 안 켜집니다. 여자들끼리 다니면 무서워요. 공장 지으라고 조성한 땅에 할머니들이 밭을 만들어 콩을 심고 있습니다. 이런 걸 보고 누가 사업하겠다고 들어오겠습니까』
 
 
 
 가동이 중단된 공장
 
가동이 중단된 덕동FRP조선소 모습.
  해오름포크에서 300~400m쯤 떨어진 곳에 「덕동FRP 조선소」라는 간판이 걸린 공장이 하나 있었다. 가동이 중단된 이 공장 안은 쓰레기 하치장처럼 보였다. 공장 마당에는 2층 건물 높이의 배가 이끼와 때가 끼어 흉물스런 모습으로 방치돼 있었고, 각종 쓰레기들이 널브러져 있었다.
 
  인근 공장에서 일하는 한 근로자는 『부도가 났는지 2~3년 전부터 저런 모습으로 방치돼 있다』며 『아무도 손을 대지 않는다』고 했다.
 
방치돼 있는 지방산업단지의 인도.
 
 
 異種업체들이 混在
 
  북평 지방산업단지 안의 공장들은 뒤죽박죽 섞여 있었다.
 
  영세한 식품 업체, 목재가공 업체, 건축자재 업체, 기계 업체들이 이웃해 있었다. 돼지고기 가공 업체인 해오름포크 주변에 활어배송 업체, 소규모 철강·금속 회사, 건축자재 회사가 들어서 있었다.
 
  해오름포크 사원인 金惠榮(김혜영)씨는 『동일 업종별로 구획정리가 안 된 것도 북평산업단지의 발전을 막는 한 요인』이라고 했다.
 
  『우리는 식품 업체인데 바로 옆에 목재가공 업체가 있어요. 식품 업체는 청결과 위생이 제일 중요하잖아요. 목재 가공할 때 나오는 톱밥과 분진 때문에 우리 제품에 문제가 생길까 봐 걱정입니다. 우리가 항의하니까 지금은 그 공장에서 분진기를 달고 해서 조금 나아졌는데 전에는 말도 못 했습니다』
 
  金씨는 『강원도와 동해市가 업종을 가릴 형편이 아니었다』며 『도산업체가 경매되는 과정에서 주변 업종과 전혀 다른 업종의 업체가 들어오기도 했다』고 설명했다.
 

 
 
 심각한 자금難
 
  활어배송 업체 「태우」를 운영하는 金珉昌(김민창·52)씨는 『입주업체에 가장 절실한 것은 자금지원』이라고 했다.
 
  『제 경우는 2년 전 경매로 지금의 공장을 샀습니다. 예를 들어 제가 1억원에 공장을 낙찰받았다면, 은행에서는 대출한도를 5000만원 정도로 잡습니다. 부도난 업체를 인수한 기업의 자금능력을 그만큼 低평가하는 거죠. 6000만~7000만원을 대출해 줘도 힘든데 대출한도가 너무 낮습니다. 정부와 동해市가 정책자금을 지원해 주었으면 합니다』
 
  金씨는 현재 5억4000만원 정도의 시설정책 자금을 쓰고 있다. 더 이상 자금을 융통할 수 없어 그는 발만 동동 구르고 있다고 했다.
 
  건축자재 업체를 운영하는 金慶洙(김경수·40)씨는 『창고 건물을 신축했지만, 사용허가가 나오지 않아 두 달 동안 이용하지 못했다』고 하소연했다.
 
  『건물 짓는 시간보다 허가받는 시간이 더 걸립니다. 이 서류 가져가면 저 서류 가져와라… 무슨 서류가 그렇게 많은지. 이곳이 「중소기업특별지원지역」이라는데 뭘 특별지원한다는 건지 모르겠어요. 인·허가에 시간 뺏기지, 자금 지원은 안 되지 머리털이 다 빠질 지경입니다.
 
  얼마 전 자금지원을 받으려고 「강원신용보증재단」을 찾았습니다. 3000만원 정도 급히 필요했지요. 이미 공장을 지을 때 지원이 한 번 나갔기 때문에 안 된다고 해요. 결국 은행에서 대출을 받았습니다. 공장이나 공장부지는 담보가 안 된다고 해서 살고 있는 아파트를 담보로 제공했습니다』
 
  金慶洙씨는 『중소기업 푸대접이 아니라 無대접』이라며 목소리를 높였다.
 
  북평산업단지에 있는 「중소기업임대단지」에서 공장을 짓고 있는 崔永鉉(최영현·50)씨 역시 자금조달의 어려움을 얘기했다.
 
  『공장이 60%쯤 건축된 상태입니다. 은행에 돈을 빌리려고 하면, 「담보, 담보」 합니다. 담보로 제공할 재산이 있으면 임대단지에 들어왔겠습니까. 분양이 안 되니까, 임대제도를 만들어 놓은 것 아닙니까. 임대로 들어온 사람들에게도 자금지원의 기회를 줬으면 합니다』
 
  崔씨는 『공장의 지붕을 올려야 하는데 난감하다』며 『비가 오면 공장의 기계들이 녹슬까 걱정』이라고 한숨을 쉬었다.
 

 
 
 70개 업체 중 16개 업체 휴·폐업
 
밭이 된 공장조성 부지
  최근 경매로 북평산업단지內의 공장을 인수한 건축자재 생산업체 兪信根(유신근·32) 사장은 『북평산업단지 입주업체의 부도가 빈발하면서, 이곳 금융기관들이 담보조건을 더욱 강화하고 있다』고 했다.
 
  『북평산업단지에는 영세업체들만 입주해 있습니다. 초창기에 입주한 많은 업체가 부도를 냈습니다. 현재도 부도를 냈거나, 가동을 멈춘 업체가 많습니다. 이 지역 금융권에서 북평산업단지 안의 업체들에는 확실한 담보를 요구합니다. 금융경색을 풀어 주지 않는 한 영세기업들이 활로를 찾기 어렵습니다.
 
  북평 지방산업단지에서는 54개 업체가 정상가동 중이고 16개 업체가 휴·폐업 중이다.
 
  안산공업단지에서 북평산업단지로의 이전을 준비하고 있는 兪信根 사장은 『북평산업단지의 일이 참 답답하다』며 다음과 같이 말했다.
 
  『동해市나 한국산업단지공단은 땅 분양에만 정신이 팔려 있어요. 이해는 합니다. 대표적 미분양 지역이니 공무원들은 얼마나 시달렸겠습니까. 그런데 팔고 나면 「나 몰라라」입니다. 공무원들이 한참 잘못 생각하는 겁니다. 이렇게 푸대접받으면 다들 더 좋은 조건 찾아 떠날 것 아닙니까. 그런 생각을 공무원들이 못 해요』
 
  산업연구원의 2004년 3월 자료에 따르면 동해市에서 북평산업단지가 차지하는 생산비중이 0.2% 정도다.
 
  1996년부터 5년간 한국산업단지공단 동해지부에서 근무했다는 한 직원은 『그래도 지금은 생산실적이라도 나온다』며 『1996년에 내려갔을 때는 입주업체가 다섯 개밖에 없었다』고 했다.
 
  『당시 입주해 있던 업체들은 전부 생선가공이나 활어배송 업체였죠. 동해 시장에서 수산물 장사하던 사람들이 비어 있던 북평산업단지로 들어왔어요. 하지만 산업단지에 적합한 업체라고 보기는 어렵죠. 워낙 분양이 안 되니까 苦肉之策(고육지책)으로 그들을 끌어들인 겁니다』
 
 
 
 동해市와 한국산업단지공단의 「핑퐁」
 
농작물 철거 안내문이 곳곳에 있다.
  78만 평에 이르는 북평산업단지에 삼척과 동해를 오가는 버스노선은 하나가 있다. 이 버스노선마저 북평산업단지 北端(북단)에 있는 정거장 한 곳에서만 정차하고 산업단지 안으로는 들어오지 않는다.
 
  오후 6시가 넘어 동해시내로 가기 위해 버스정거장에서 버스를 기다렸다. 30분을 기다렸지만 버스는 오지 않았다. 마침 지나가는 북평산업단지 안에 위치한 택배업체 직원의 승용차를 얻어 타고서 동해市로 나올 수 있었다.
 
  택배업체 직원은 『낮에는 30분 정도 기다리면 버스를 이용할 수 있지만 어두워지면 배차 간격이 더 길어진다』고 했다.
 
  동해시청 지역경제과를 찾았다. 지역경제과는 북평산업단지의 분양, 도로관리, 법률행정서비스를 담당하는 곳이다. 국가산업단지의 관리지원 업무 역시 이 부서의 소관 업무다.
 
 
 
 가동업체에 대한 지원은 미미
 
북평산업단지內의 지방산업단지 모습.
  지역경제과 북평산업단지 지원담당 金성회씨를 만났다.
 
  金씨는 『2005년 초까지는 북평산업단지의 사정이 어려웠지만 그해 12월부터 아주 좋아졌다』며 『분양률이 2006년 1월 말 현재 67%를 넘어섰다』고 했다. 그는 『현재 목재가공 업체들과 접촉하고 있는데 이 업체들이 호의적인 반응을 보이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북평산업단지 현황」과 「북평산업단지 입주업체 지원내역」이라는 자료를 내놓으면서 『2000년부터 동해市와 강원도가 펼쳐 온 지원정책이 담겨 있다』고 했다.
 
  그가 말한 입주업체 지원정책은 각종 보조금 지급과 관련된 것들이었다. 보조금 내역은 본사이전·공장이전 보조금, 부지매입 보조금, 고용촉진 보조금, 교육훈련 보조금, 물류비 보조, 폐수처리비 보조 등이었다.
 
  지원은 새로 분양받는 업체들 위주로 돼 있었다. 가동 중인 업체에 대한 지원은 눈에 띄지 않았다. 공장을 운영하고 있는 업자들은 연간 1000만원 한도에서, 물류비와 폐수처리비의 50%씩을 각각 지원받을 수 있다. 그러나 동해市에서 북평으로 들어온 업체들은 해당사항이 없었다.
 
  부실한 도로관리, 폐허가 된 채 방치된 공장들의 문제점을 지적하자, 金씨는 『공장과 공단 관리는 한국산업단지공단에서 하는 것이고, 우리는 관여하지 않는다』고 했다.
 
버려진 공장의 담이 무너져 있고, 오른쪽 인도는 잡초로 뒤덮여 있다.
  한국산업단지공단 동해지부의 朴鍾一(박종일·46) 지부장을 만났다.
 
  朴지부장은 『공단 관리의 상당 부분은 동해市의 책임』이라고 설명했다.
 
  『도로·人道·가로등·교통시설 등의 관리는 동해市 책임입니다. 입주업체의 법률 상담이나 입주 희망업체 컨설팅, 공장·건물에 대한 관리를 우리가 하고 있어요』
 
  ―한국산업단지공단이 담당한 부분은 잘 관리되고 있습니까.
 
  『수도권 산업단지처럼 잘 정리되고, 관리되지 못한 것은 사실입니다. 지금까지 관리에 신경을 쓸 여력이 없었습니다. 저조한 분양률 때문에 분양률을 끌어올리는 데 모든 힘을 쏟아 왔어요. 가동률에 신경을 쓰지 못했습니다. 올해까지 분양에 신경을 쓸 생각이고, 내년부터 입주업체 지원에 모든 힘을 기울이려고 합니다』
 
  ―산업단지 곳곳에 폐허가 된 공장들이 방치돼 있고, 도로에는 잡초가 무성합니다. 아무리 분양에 신경을 쓴다고 하지만, 이렇게 공단을 방치해 놓으면 분양을 받으러 온 사람들이 선뜻 입주를 결정하겠습니까.
 
  『좀 전에 말씀드렸듯이 도로나 인도, 교통문제는 동해市의 책임입니다. 우리가 관리할 수 있는 권한도 예산도 없습니다. 차라리 동해市가 우리한테 이 부분의 관리 권한을 주고, 관리비를 줬으면 좋겠습니다. 동해市에서 세금을 받아서 이런 거라도 잘 정비해야 하는데…』
 
  한 입주업체의 사장은 『한국산업단지공단도 제 몫을 못 하고 있다』며 『왜 북평산업단지를 관리해야 하는 산업단지공단 동해지부가 북평산업단지 안이 아닌 동해시청 근처에 자리 잡고 있는지도 모르겠다』고 했다.
 
 
 
 물류비
 
한국산업단지공단 朴鍾一 지부장
  한국산업단지공단 서울 본사 관계자들에게 잡초로 뒤덮인 북평산업단지의 사진을 보여 주었다. 본사 사람들은 『북평만 그런 게 아니라 분양률이 저조한 다른 산업단지의 사정도 비슷하다』고 했다.
 
  북평산업단지에서 사업을 하는 데 가장 큰 걸림돌로 열악한 입지조건이 꼽힌다.
 
  건축자재업을 하는 崔永鉉(최영현)씨는 『아무리 원가절감을 하고, 인건비를 줄여도 물류비용을 감당하기 어렵다』며 『물류비 때문에 이곳을 떠나는 사람들이 상당 수 있다』고 했다.
 
  『식료품이나 건축자재의 경우, 물류비용 때문에 경기·원주·충청권의 제품에도 가격 경쟁력이 밀립니다. 제품의 주요 소비처가 수도권인 업체는 북평산업단지에 들어올 엄두를 내지 못합니다』
 
  동해市에서 서울까지 영동고속도로를 이용해서 이동할 경우 3시간10분 정도가 걸린다. 여름 휴가철, 장마철, 겨울 폭설時에는 도로를 통한 제품 이동을 포기해야 할 경우가 적잖다. 동해市에서 서울 성북까지 기차로 이동하면 7시간 정도가 걸린다.
 
  제품 소비지까지의 추가 이동을 감안하면 14시간 이상의 수송시간이 필요하다.
 
  서울시립大 도시행정학과 崔瑾熙(최근희·50) 교수는 『북평산업단지는 물류비용 때문에 기업들이 입주하기 어려운 곳이 돼버렸다』고 했다.
 
  『우리나라의 평균 물류비용은 제품원가 100원당 17원 정도입니다. 미국은 100원당 6~7원, 일본은 100원당 10원 정도 소요됩니다. 우리의 평균 물류비가 경쟁 상대국보다 높습니다. 그런데 북평은 이보다 더 높은 비용을 지불해야 하는 상황입니다. 기업들이 선뜻 들어가기가 어려운 입지 여건인 셈이죠』
 
  높은 물류비용과 함께 기업들의 발목을 잡는 것이 人材(인재) 확보의 어려움이다.
 
  한 산업단지 입주업체 대표는 이런 얘기를 했다.
 
  『젊은 사람들이 북평으로 오려고 하겠습니까. 요즈음 젊은 층은 수도권과 광역시, 충청권을 제외하면 안 가려고 합니다. 북평의 교통이 좋아져서 서울과의 근접성이 높아진다 해도 젊은 층의 문화욕구나 생활만족도를 충족시키기 어려울 겁니다』
 
 
 
 1995년 공단조성 완료
 
한나라당 상임고문 金孝榮씨
  정부는 1975년 「북평산업기지개발구역」을 지정했고, 1980년에 개발 기본계획이 만들어졌다. 그리고 1990년 본격적인 산업단지조성 공사가 시작되어 1995년 산업단지 조성이 끝났다. 이곳을 산업단지로 처음 계획할 당시에는 500만 평 규모였다고 한다.
 
  동해市 시의원인 金源五(김원오·51)씨는 『원래 계획은 현재 동해港 남쪽을 중심으로 반경 4km에 이르는 500만 평이 산업단지 부지였다』며 『全斗煥 정권이 78만 평 규모로 축소해서 개발에 착수했다』고 설명했다.
 
  金孝榮(김효영·83) 한나라당 상임고문은 1975년 「북평산업기지 개발구역」이 지정될 당시 강릉·명주·삼척 지역 국회의원이었다.
 
  金고문은 이곳이 산업단지로 지정된 과정을 이렇게 설명했다.
 
  『제가 국회의원이 된 9代 국회 때 개발계획이 수립됐어요. 당시 일본의 쓰루가와 동해 사이의 정기항로가 얘기되었고, 정부가 소련의 林木을 수입하려는 계획을 가지고 있었습니다. 여기에 동해안에 단 하나 있는 비행장이 북평에 있었죠. 포항도 고려됐었는데 소련과 멀다는 이유로 당시 명주의 북평읍이 산업단지로 결정된 겁니다.
 
  계획은 거창했지만 준비된 것은 거의 없었습니다. 일본 쓰루가와의 정기항로도 우리 정부의 일방적인 생각이었고, 당시 敵國(적국)인 소련과의 무역도 현실성이 없었죠. 북한과의 교류는 정말 꿈같은 이야기였고. 그런데 정부는 땅부터 사들였어요. 산업단지가 조성됐지만 들어오는 기업은 없고, 정부는 고민만 계속한 거죠』
 
  그는 『북평산업단지 때문에 고생한 사람이 한둘이 아니다』며 이야기를 이어 갔다.
 
  『盧泰愚 정권 때 강원도에 고속철도를 건설한다는 논의가 있었어요. 북평이 살아날 수 있는 절호의 기회였습니다. 하지만 영남·충청·호남이라는 거대지역에 인구 150만의 강원도는 뒤로 밀릴 수밖에 없었습니다.
 
  1992년 故 鄭周永(정주영)씨가 국민당을 만들고, 제게 국민당 입당을 제의했습니다. 鄭회장이 「現代 계열사의 북평산업단지 이전을 추진하겠다」는 얘기를 했습니다. 제 기억에 가구업체인 리바트, 現代 계열의 자동차부품 회사 중 하나, 울산大 분교 이렇게 세 곳이 이전대상이었습니다. 이거면 북평이 살아날 수 있을 것 같아 국민당에 들어갔지만 잘 되지 못했어요』
 
  金고문은 『아무리 좋은 아이디어라도 그것이 정치적 목적에서 시작되면 정치적 목적이 사라지는 순간 현실화될 가능성이 사라진다』며 『그게 하필 북평이었다』고 했다.
 
 
 
 혁신도시·기업도시는 다른가?
 
   단국大 高碩燦(고석찬·48·도시 및 지역계획학과) 교수는 『수도권과 태백산맥으로 막혀 있고, 시장도 협소한 강원도 영동에 뭣 때문에 78만 평에 이르는 산업단지가 필요했는지 그 일을 시작한 사람들에게 묻고 싶다』고 했다.
 
  高교수는 『동해市에 북평산업단지가 들어선 것은 「정치논리」 외에 설명할 방법이 없다. 더 큰 규모로 추진되고 있는 現 정부의 혁신·기업도시 건설에서 똑같은 실수가 반복될 가능성이 크다』고 우려했다.
 
  『국가정책으로 만들어진 공항과 항만 시설, 산업공단들의 대부분이 「국가균형발전」이라는 명분 아래 이뤄졌습니다. 이 정부만 「균형발전」을 추진한 것은 아닙니다. 과거 산업단지 개발에서 현재의 혁신·기업도시의 개발에 이르기까지, 「일단 공간을 만들어 놓고, 인적·물적 자원을 집단이주시키면 된다」는 朴正熙 시대의 토목건축 패러다임이 지배하고 있습니다. 이건 똑같은 실수를 반복할 뿐입니다』
 
 
 
 선거 때마다 탄생하는 산업단지
 
 
단국大 高碩燦 교수
  서울시립大 崔瑾熙 교수 역시 비슷한 생각이었다. 崔교수는 『朴正熙 정권 이후 각 정권들이 지역개발이나 국토 균형발전이라고 내놓은 정책들이 명칭만 바뀌었을 뿐 개발방식은 똑같다』고 했다.
 
  『朴正熙 시대의 「공업단지」·「산업기지」라는 말이 盧泰愚 정권에서 「첨단산업단지」로, 金大中 정권에서 「테크노파크」·「지식기반 도시」로, 그리고 現 정권에서 「혁신·기업도시」가 된 것뿐입니다. 뭐가 달라졌습니까? 명칭은 다르지만 넓은 땅을 밀어 바둑판 모양으로 만들고, 기업을 그곳에 넣겠다고 하는 朴正熙 시대의 개발원리와 동일합니다. 「산업기지, 첨단산업단지, 혁신 클러스터」 같은 세련된 명칭으로 변한 것뿐이죠』
 
  산업연구원 국토균형발전연구센터에서 클러스터연계 사업에 관한 연구를 하고 있는 元千植(원천식) 박사는 『산업단지의 분포가 너무 조밀하다』며 『경기도·충청도·전라도·경상도·강원도 전국의 국토가 산업단지로 연결되어 있다고 해도 무리가 없을 정도로 산업단지들이 많다』고 했다.
 
  그는 『大選·總選·지방선거 시기와 산업단지 계획·조성시기를 살펴보면 그 해답이 나온다』고 했다.
 

 
 
 북평산업단지를 살릴 수 있는 방안은?
 
  북평산업단지는 산업단지로서의 역할을 완전히 상실했다. 그렇다고 마냥 방치할 수만은 없다. 북평산업단지의 경제적 효용성을 극대화할 수 있는 방안은 무엇일까?
 
  동해市의 金鎭義(김진의) 자치행정국장과 한국산업단지공단 동해지부의 朴鍾一 지부장은 「물류비용 절감」을 얘기했다.
 
  朴지부장은 『대기업이 들어와 선도기업 역할을 하면 좋지만 지리여건, 물류비용, 인력고용, 연계산업시설 등 현실적으로 이들 기업이 들어오는 것은 불가능 하다. 물류비 절감을 위해 동해·영동 지역에 물류기지를 세워야 한다』고 주장했다.
 
  동해市의 2005년 재정자립도는 21.9%로 강원도 7개 市 중 재정상태가 열악한 쪽에 속한다. 강원도의 2005년 재정자립도 역시 27.5%로 전라남·북도를 제외하면 전국 16개 광역市·道 중 가장 낮은 수치이다. 독자적인 예산을 가지고 산업단지 활성화에 나서기 어려운 재정상황이다.
 
  단국大 高碩燦 교수의 얘기다.
 
  『외국의 산업단지는 개발 주체가 20~30년간 관리한 후 틀이 잡힌 뒤에야 지자체로 관리 권한을 이전합니다. 정부가 공단을 조성해서 땅 팔고 떠난 후, 돈도 없고 관리 노하우도 없는 지자체에 모든 것을 맡겨 버리면 결국 망하라는 말밖에 되지 않는 거죠』
 
  국토개발원의 柳承翰(류승한) 박사는 『산업단지 문제 해결은 작은 것부터 시작해야 한다』고 했다.
 
  『북평산업단지의 主力산업 업종이 「전기·전자·기계」로 설정돼 있습니다. 말이 안 되죠. 이들 업체가 왜 이곳에 갑니까. 경쟁력 있는 수산물 가공업체나 목재관련 업체들을 유치해서 市나 道에서 경쟁력 있게 키우는 게 빠르죠』
 
  柳박사는 토지비용의 획기적인 인하를 주장했다.
 
  『정부나 토지공사에서 장기 미분양 지역을 대상으로 50% 할인된 가격에 팔고 있는데 그나마 다행이죠. 좀더 빨리 했어야 합니다. 입지 경쟁력이 약한 지역은 토지의 무상제공도 생각해야 합니다.
 
  기업에 제조원가를 낮출 수 있는 길을 터 줘야죠. 무상 제공이 당장 손해 같지만 이렇게 기업을 끌어들이고 여기서 稅源(세원)을 확보하면 장기적으로는 이익이죠. 세제 혜택을 확대하는 방안도 함께 고려돼야죠』
 
 
 
 분양이 안 되면 무상으로라도
 
서울시립大 崔瑾熙 교수
  단국大 高碩燦 교수도 토지 분양에 유연성을 가질 필요가 있다고 했다. 그의 말이다.
 
  『입지도 좋지 않고, 성공 사례도 없는 지역에서 분양만을 고집한다면 누가 투자하겠습니까. 기업의 투자에 대한 불확실성을 줄일 수 있는 방안으로 장기 또는 종신 임대를 제안하는 것도 한 방법입니다』
 
  2005년 북평산업단지 중 7만5000여 평이 국내에서 다섯 번째 자유무역지역으로 지정됐다. 세제혜택을 주고, 3만 평 이상 토지구매時 50%의 토지가격을 할인해 줬다. 현재 북평산업단지의 정상 분양가는 평당 27만2710원이다. 자유무역지역으로 지정된 2005년 12월을 기점으로 30%대에 머물던 분양률은 지난 1월 말 60%대로 올라갔다.
 
  2005년 12월 북평산업단지 입주 계약을 한 업체 관계자는 『토지가격의 할인과 공장이전에 따른 보조금 지급, 세제 지원, 자유무역지역 지정으로 인한 관세 부담의 경감이 큰 유인요인이 됐다』며 『재정자립도 50% 미만의 지자체에 책임을 떠넘길 일은 아니다』라고 했다.
 
  정부는 강원도에 건설할 혁신도시 후보지로 최근 영서지역인 原州(원주)를 선정했다. 북평산업단지 입주업체 사람들은 『가뜩이나 제한된 강원도의 돈과 인력이 원주로 몰려가면, 북평을 살려 낼 가능성은 더 희박해지는 것 아니냐』며 우려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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