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중분석

역대 정부 부동산 정책은 왜 ‘반복 실패’했나?

규제의 역설, 냉탕과 온탕 사이 ‘진자 운동’이 망가뜨린 부동산 시장의 신뢰

  • 글 : 이정현 월간조선 기자  johnlee@chosun.com
글자 크기 조정
  • 스크랩
  • 본문 음성 듣기
  • 글자 크기 조정
URL이 성공적으로 복사되었습니다.
⊙ “정부는 느리고 자본은 빠르다”… 한국 부동산 정책 30년의 잔혹사
⊙ 일본의 ‘잃어버린 30년’은 남의 일인가? 한국형 부동산 붕괴의 전조
⊙ ‘강남과의 전쟁(노무현 정부)’에서 ‘빚내서 집 사라(박근혜 정부)’, 반복된 실패의 기록
⊙ 규제 완화와 금리 폭탄의 충돌, 윤석열 정부가 마주한 외줄 타기
⊙ 수도권 공화국의 그늘… 부동산 위기의 본질은 ‘서울 집중’
정부는 지난 1월 29일 수도권 도심에 6만 호 공급을 내용으로 하는 부동산 대책을 발표했다. 사진=조선 DB
지난 5월 4일 늦은 오후, 양도소득세 중과세 유예 조치 종료를 닷새 앞둔 서울 송파구의 한 공인중개사 사무소. 유리창에는 손으로 급히 쓴 듯한 ‘급매’ 문구가 적힌 전단이 여러 장 겹쳐 붙어 있었다. 에어컨 바람이 차게 도는 실내에서 한 중년 부부가 “지금 사야 하나요, 더 기다려야 하나요”를 되물었고, 옆자리 젊은 직장인은 휴대전화 대출 계산기를 말없이 두드리다 이내 한숨을 내쉬었다. 벽면 TV에서는 유예 종료 이후 정부 정책 향방을 둘러싼 전문가 설전이 쉴 새 없이 흘러나왔고, 창밖 아파트 단지에는 퇴근 후 귀가한 이들의 저녁 불빛이 하나둘 번져가고 있었다.
 
  한국 사회에서 부동산은 이미 주거라는 본연의 기능을 상실했다. 이것은 때로 정치 논쟁이 되고, 때로 신분 계급의 낙인이 되며, 때로는 유일한 생존 로드맵이 된다. 커뮤니티에 쏟아지는 수만 개의 질문은 사실 하나의 비명에 가깝다. 미래에 대한 불확실성이 부동산이라는 콘크리트 신화와 결합하면서, 우리 사회는 ‘부동산’이라는 거대한 집단적 최면 상태에 빠져들고 있다.
 
  삶이 그렇다. 덜컹거리는 퇴근길 지하철 안, 사람들의 시선은 아파트 실거래가 앱에 머문다. 누군가는 상승장 끄트머리라도 잡으려 애쓰고, 누군가는 거품이 꺼질 날만을 손꼽아 기다린다. “집값만큼은 반드시 잡겠다”는 정치권의 약속은 시장의 영악한 속도를 따라잡지 못한 채 공허한 메아리가 되었다.
 
 
  왜 정부는 늘 뒤처지는가?
 
  “정부는 느리고, 시장은 빠르다.”
 
  지난 5월 6일 서울 시내 한 카페에서 만난 전명근 바른아파트연구소 소장은 한국 부동산 정책의 역사를 이 한 문장으로 압축했다. 그는 인터뷰 내내 “정책은 느리고 자본은 빠르다”는 말을 거듭 강조했다. 이 짧은 문장에는 수십 년간 반복돼 온 정책 실패의 구조적 원인이 응축돼 있다.
 
  전 소장은 먼저 정부가 피할 수 없는 구조적 딜레마를 짚었다.
 
  “경기 부양과 자산 안정은 사실상 서로 반대 방향으로 움직입니다. 경기를 살리려면 금리를 낮추고 유동성을 공급해야 하는데, 그 자금은 결국 자산 시장으로 유입됩니다. 반대로 집값을 잡기 위해 금리를 올리고 대출을 조이면 실물 경기가 위축되죠. 가속 페달과 브레이크를 동시에 밟는 셈입니다.”
 
  역대 정부가 같은 실패를 반복해 온 이유에 대해서는 “시장 참여자들이 이미 정책의 패턴을 학습했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규제가 강화되면 버티고, 완화 신호가 감지되면 선점에 나서는 행동이 반복되면서 정책은 점차 예측 가능한 신호로 전락했고, 이 결과 시장에 대한 통제력과 신뢰를 동시에 잃었다는 설명이다.
 
  실제 한국 부동산 정책은 오랜 기간 ‘냉탕과 온탕’을 오갔다. 집값이 급등하면 세금과 대출 규제를 강화하고, 거래가 위축되면 다시 규제를 완화하는 식이었다. 그러나 시장은 늘 한 발 앞서 움직였다. 다주택자 규제가 강화되자 증여가 급증했고, 자금은 서울 핵심 지역으로 집중되며 이른바 ‘똘똘한 한 채’ 현상이 확산됐다. 임대차 3법 역시 세입자 보호를 목표로 했지만, 전세 매물 감소와 전셋값 상승이라는 부작용을 낳았다.
 
 
  ‘규제와 완화의 진자 운동’
 
  전 소장은 특히 정책을 흔드는 정치 구조를 가장 근본적인 문제로 지목했다.
 
  “정책이 경제 논리가 아니라 정치 일정에 종속되는 순간, 시장은 정부 발표를 신뢰하지 않습니다. 정책의 내용보다 다음 선거를 먼저 읽게 되죠. 그러면 집을 사야 할 사람도, 팔아야 할 사람도 결정을 미루게 됩니다.”
 
  선거를 앞두고 반복되는 대규모 개발 공약에 대해서도 비판을 이어갔다. 그는 “실현 가능성과 무관하게 기대 심리만 자극해 가격을 끌어올리는 효과가 있다”며 “정책이 아니라 신호 관리 실패에 가깝다”고 지적했다.
 
  1998년 외환위기 이후 한국 사회에서 부동산은 단순한 주거 문제를 넘어선 존재였다. 그것은 정권의 흥망을 좌우하는 핵심 정치 변수이자, 중산층 자산 형성의 주요 경로였으며, 동시에 세대·계층 갈등을 증폭시키는 구조적 요인이었다. 정권이 교체될 때마다 “집값을 잡겠다” “투기를 근절하겠다” “공급을 확대하겠다”는 구호가 반복됐지만, 정책의 결과는 늘 기대와 어긋났다. 어떤 정부는 가격 급등을 제어하지 못했고, 또 다른 정부는 거래 위축과 경기 둔화를 초래했다.
 
  전문가들은 한국 부동산 정책의 역사를 흔히 “규제와 완화의 진자 운동”으로 설명한다. 문제는 상당수 정책이 장기적인 구조 개혁보다는 단기적인 가격 안정에 초점을 맞춰왔다는 데 있다. 이 결과 역대 정부는 ‘시장과 대립하는 정부’와 ‘시장을 방치하는 정부’ 사이를 오가며 극단적인 처방을 반복해 왔다는 평가를 받는다.
 
  부동산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시장을 완전히 이긴 정부는 없었다”는 인식이 널리 공유된다. 표명영 일본 메이카이(明海)대 부동산학과 명예교수는 이러한 구조적 딜레마를 다음과 같이 설명한다.
 
  “한국은 개인 자산의 70% 이상이 부동산에 묶여 있고, GDP(국내총생산)에서 건설업이 차지하는 비중도 높은 편입니다. 정치권 입장에서는 신축과 분양 경기를 부양하면 GDP에 즉각적인 긍정 효과가 나타납니다. 한국이 신도시 개발에 적극적인 이유도 여기에 있습니다. 그러나 경기 부양을 위해 금리를 낮추거나 대출을 확대하면, 그 유동성이 자산 시장으로 흘러 들어가 가격 급등으로 이어지는 문제가 발생합니다.”
 
 
  전세와 투기
 
  여기에 한국 특유의 전세 제도까지 결합되면서 시장의 변동성은 더욱 커졌다는 분석이 나온다. 표명영 교수는 “한국처럼 전세가 존재하는 구조에서는 적은 자기자본으로 추가 주택 매입이 가능한 ‘갭 투자’가 활성화될 수밖에 없다”며 “이는 경기 부양 국면마다 자산 가격 상승을 증폭시키는 역할을 해왔다”고 지적했다. 실제로 저금리와 유동성 확대가 이어졌던 시기마다 전세보증금을 활용한 다주택 투자가 급증했고, 이는 서울과 수도권 집값 급등의 주요 배경 가운데 하나로 꼽혀왔다.
 
  전종철 전 단국대 행정법무대학원 교수는 “부동산 정책은 결국 경제의 균형 성장 문제”라고 진단한다. “과열을 막지 못하면 거품 붕괴로 경제 전체가 흔들리고, 반대로 지나치게 억누르면 건설 경기 침체와 저성장의 늪으로 빠집니다. 결국 정부는 과열과 침체 사이에서 끊임없이 줄타기를 할 수밖에 없습니다.”
 
  1998년 출범한 김대중 정부는 전례 없는 위기 속에서 시작됐다. 외환위기로 기업이 연쇄 도산하고 실업률이 급등하면서 부동산 시장 역시 사실상 붕괴 상태에 놓였다. 이 시기 정부의 핵심 과제는 ‘투기 억제’가 아니라 ‘시장 회복’이었다. 무너진 내수와 고용을 되살리기 위해서는 건설·부동산 시장의 정상화가 시급했다.
 
  이에 정부는 분양권 전매 제한 완화, 양도세 감면, 취·등록세 인하, 분양가 자율화 등 대규모 규제 완화 패키지를 잇달아 도입했다. 건설 경기가 빠르게 회복되며 거래량이 살아났고, 전반적인 경기 반등에도 일정 부분 기여했다. 그러나 저금리 기조와 풍부한 유동성이 맞물리면서 2001년 이후 서울 강남권을 중심으로 집값이 가파르게 치솟기 시작했다.
 
  전 교수는 이 시기를 다음과 같이 평가했다. “김대중 정부는 당시 시대적 과제였던 시장 회복에는 분명 성공했습니다. 그러나 경기 부양 정책이 과열 국면으로 전환되는 시점에서 정책 방향을 바꾸는 타이밍이 늦었습니다.”
 
  정부는 임기 후반 들어 재건축 안전진단 강화와 분양권 전매 제한 등 규제 정책으로 선회했지만, 이미 형성된 상승 흐름을 되돌리기에는 역부족이었다.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금리를 내리면 전 세계 어디서든 돈이 가장 먼저 흘러드는 곳은 부동산”이라는 시장의 고전적 원리가 이 시기에 이미 뚜렷이 확인됐다는 평가가 나온다. 김대중 정부의 경험은 이후 정부들에 ‘출구 전략의 타이밍’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보여주는 선례로 남았다.
 
 
  노무현 정부, ‘강남과의 전쟁’… 규제는 남고 가격은 올랐다
 
  노무현 정부는 부동산 문제를 단순한 시장 현상이 아니라 ‘불평등 구조의 핵심’으로 규정했다. 특히 강남 아파트 가격 급등을 사회적 양극화의 상징으로 인식하며 강도 높은 대응에 나섰다.
 
  정부는 종합부동산세 도입, 재건축 초과이익 환수제, LTV·DTI 규제 강화, 분양가 상한제 확대 등 전방위적 규제 정책을 연이어 시행했다. 그러나 결과는 정책 의도와는 다른 방향으로 전개됐다. 강남 집값은 상승세를 이어갔고, 규제는 오히려 해당 지역의 희소성을 부각시키는 역효과를 낳았다.
 
  시장에서는 일종의 ‘학습효과’가 형성됐다. “정부가 강하게 누를수록 강남은 더 오른다”는 인식이 확산되면서 투자 수요는 더욱 집중됐다. 대치동과 잠실 재건축 단지를 중심으로 과열 양상이 나타났고, 주요 중개업소에는 새벽부터 매수 대기 행렬이 이어지는 진풍경도 벌어졌다.
 

  전문가들은 참여정부 부동산 정책의 한계로 ‘핵심 지역 공급 부족’을 지목한다. 한 부동산 전문가는 “참여정부는 투기 억제를 통해 가격 안정을 유도하려 했지만, 서울 핵심지의 구조적 공급 부족을 해소하지 못했다”며 “결국 시장은 세금이나 규제보다 희소성에 더 민감하게 반응했다”고 분석했다.
 
  다만 이 시기에 도입된 실거래가 신고제와 체계적인 대출 규제는 이후 한국 부동산 정책의 기본 인프라로 자리 잡았다는 점에서 일정 부분 긍정적 평가도 존재한다.
 
  전종철 교수는 “2000년대 초반은 한국뿐 아니라 미국, 호주 등 주요국 부동산 시장 전반이 동반 과열되던 시기였다”며 “국내 정책 효과를 평가할 때 글로벌 유동성 환경도 함께 고려할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결국 노무현 정부는 ‘집값 안정’을 핵심 국정 과제로 내세웠지만, 결과적으로는 집값 상승기의 상징으로 기억되는 역설적인 평가를 남기게 됐다.
 
 
  이명박 정부, 공급 확대 실험과 금융위기의 충돌
 
  이명박 정부는 참여정부와는 뚜렷이 다른 정책 기조를 택했다. 핵심은 ‘시장 정상화’였다. 강남권 규제를 완화하고 재건축 관련 규제를 완화하는 한편, 공공주택 공급 확대를 통해 시장 안정을 유도하는 이중 전략을 추진했다.
 
  그러나 출범 직후 글로벌 금융위기가 발생하면서 정책 환경은 급변했다. 주택 거래량은 급감했고, 집값은 장기 침체 국면에 진입했다. 정책 효과를 평가하기 어려울 정도로 외부 충격이 시장을 지배한 시기였다.
 
  이명박 정부의 핵심 공급 정책인 보금자리주택은 수도권에 대규모 공공주택을 공급해 가격을 안정시키겠다는 구상이었다. 실제로 초기에는 가격 상승 압력을 완화하는 등 일정 부분 안정 효과를 거뒀다는 평가도 나온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부작용도 나타났다. “기다리면 더 저렴한 공공주택을 분양받을 수 있다”는 기대가 확산되며 민간 분양 시장이 위축된 것이다. 수요가 관망세로 돌아서면서 민간 공급의 동력이 약화됐고, 시장의 자생적 회복이 지연됐다는 지적이 뒤따랐다.
 
  한 부동산 전문가는 “보금자리주택은 단기적인 가격 안정에는 기여했지만, 민간 공급 생태계를 위축시키며 장기적으로는 공급 구조의 왜곡을 남겼다”고 평가했다.
 
  다만 이 시기를 두고 비교적 안정기로 보는 시각도 존재한다. 글로벌 금융위기라는 외부 변수의 영향이 절대적이었던 만큼, 정책 자체의 성과나 한계를 단순 비교하기는 어렵다는 이유에서다.
 
  박근혜 정부의 부동산 정책은 한마디로 ‘거래 활성화’에 방점이 찍혀 있었다. 장기 침체에 빠져 있던 시장을 되살리기 위해 LTV·DTI 규제 완화, 기준금리 인하, 재건축 규제 완화 등 수요와 공급 양측을 자극하는 조치가 동시에 동원됐다.
 
  전세난에 지친 실수요자들이 매매 시장으로 이동하면서 거래량이 회복되고, 가격 상승 흐름도 본격화됐다. 시장의 ‘침체 탈출’이라는 목표는 일정 부분 달성됐다는 평가가 나온다.
 
  그러나 그 이면에는 가계부채 급증이라는 구조적 부담이 누적됐다. 초저금리 기조와 대출 규제 완화가 결합하면서 차입 기반의 주택 구매가 빠르게 확산됐고, 이는 이후 한국 경제의 주요 리스크 요인으로 자리 잡았다.
 
  정책의 일관성 문제도 지적된다. 초기에는 강도 높은 규제 완화로 시장을 부양했지만, 후반기로 갈수록 과열 조짐이 나타나자 2016년 ‘11·3 대책’을 통해 다시 규제 강화로 방향을 틀었다. 경기 부양과 안정 사이에서 정책 기조가 흔들렸다는 평가다.
 
  전종철 전 단국대 행정법무대학원 교수는 당시 상황을 두고 “부동산 정책은 단기간에 효과가 나타나는 영역이 아니다”라고 분석했다.
 
  “주사도 한 번 맞는다고 바로 낫지 않듯, 규제 완화 역시 여러 차례 누적되면서 시장 심리에 영향을 줍니다. 문제는 정책 효과가 나타날 즈음 다시 규제로 방향을 틀 경우 시장 혼란이 커진다는 점입니다.”
 
  박근혜 정부의 부동산 정책은 침체된 시장을 되살리는 데는 성공했지만, 동시에 급증한 가계부채와 자산 시장 의존 구조라는 또 다른 부담을 남겼다는 평가를 받는다. 거래 활성화와 경기 회복이라는 단기 목표는 달성했지만, 장기적으로는 한국 경제가 ‘빚을 기반으로 움직이는 부동산 구조’에 더욱 깊게 의존하게 되는 계기가 됐다는 지적도 적지 않다.
 
 
  문재인 정부, 20차례 넘는 대책과 정책 신뢰의 붕괴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은 2021년 1월 14일 서울 아파트 정권별 시세 분석 결과를 발표, 문재인 정부의 부동산 정책 실패를 꼬집었다. 사진=조선DB

  문재인 정부는 역대 어느 정부보다 강도 높은 부동산 규제를 추진한 정부로 평가된다. “집은 사는(buy) 것이 아니라 사는(live) 곳”이라는 기조 아래 투기와의 전쟁을 선언하며 시장 개입을 본격화했다.
 
  2017년 8·2 대책을 시작으로 9·13, 12·16 대책 등 굵직한 규제가 연이어 발표됐고, 다주택자에 대한 보유세·양도세 중과, 종합부동산세 인상, 대출 규제 강화, 임대사업자 제도 축소까지 전방위적 압박이 이어졌다. 사실상 수요 억제 중심의 정책 패키지가 단계적으로 강화된 셈이다.
 
  그러나 시장의 반응은 정책 의도와 정반대로 나타났다. 서울을 중심으로 집값은 지속적으로 상승했고, 특히 2020~2021년에는 매수 심리가 폭발하는 ‘패닉 바잉’ 현상까지 나타났다. 규제가 강화될수록 오히려 매수 타이밍을 앞당기는 역설적 효과가 나타난 것이다.
 
  전문가들은 당시 정책 실패의 배경으로 세 가지 요인을 지목한다. 첫째는 공급 부족에 대한 시장의 확신이다. 재건축·재개발 규제가 강화되면서 시장은 중장기적으로 서울 주택 공급이 줄어들 것이라는 신호를 강하게 받아들였다. 둘째는 초저금리와 코로나19 대응 과정에서 풀린 대규모 유동성이다. 자산 시장 전반에 유입된 자금이 부동산으로 집중되며 가격 상승 압력을 키웠다. 셋째는 정책 신뢰의 붕괴다.
 
  정부는 일관되게 “집값 안정”을 강조했지만 실제 가격은 상승세를 멈추지 않았다. 정책 발표와 시장 결과 사이의 괴리가 반복되면서 정부 메시지의 신뢰도는 급격히 약화됐다. 이 결과 시장 참여자들은 정책 방향이 아닌 가격 흐름 자체에 반응하는 행태를 보이기 시작했다.
 
  한 부동산 전문가는 “문재인 정부의 핵심 문제는 시장과의 대립적 접근이었다”며 “수요 억제만으로 가격을 통제할 수 있다고 봤지만 실제 시장은 공급 전망과 유동성 환경에 훨씬 민감하게 움직였다”고 지적했다.
 
  임대차 3법 시행 이후 전세 물량 감소와 월세 전환이 가속됐다는 비판도 이어졌다. 전세 시장의 구조적 변화가 세입자 부담을 키웠다는 지적이다. 다만 일각에서는 “당시의 급등세를 방치했다면 더 큰 자산 버블과 이후 급격한 조정이 발생했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는 반론도 제기된다.
 
 
  윤석열 정부, 규제 완화와 금리 충격의 엇갈린 시장
 
  윤석열 정부는 문재인 정부의 부동산 정책 기조를 사실상 전면 수정하는 선택을 했다. 1기 신도시 특별법 추진, 안전진단 기준 완화, 재건축초과이익환수제 완화 등 규제 완화와 재건축 활성화가 정책의 중심축이었다.
 
  그러나 정책 전환과 동시에 글로벌 긴축 기조에 따른 금리 급등이 본격화되면서 시장 환경은 급격히 악화됐다. 주택 가격은 하락세로 전환됐고 거래량은 급감하며 이른바 ‘거래 절벽’ 현상이 심화됐다. 특히 지방 부동산과 상가 시장은 유동성 위축과 수요 감소가 겹치며 사실상 붕괴에 가까운 수준까지 위축됐다는 평가가 나온다.
 
  전종철 교수는 “토지 시장과 상가 시장은 일본의 ‘잃어버린 30년’과 유사한 흐름을 보일 정도로 구조적 침체에 빠졌다”고 진단했다.
 
  반면 서울과 수도권 핵심 지역은 전혀 다른 흐름을 보였다. 수요가 집중된 강남권을 중심으로 가격이 다시 상승하며, 일부 단지는 단기간에 수십억원씩 급등하는 양상을 나타냈다. 이에 대해 전 교수는 다음과 같이 지적했다.
 
  “아무런 생산 활동 없이 강남 아파트 보유만으로 수십억원의 자산 증가가 발생하는 구조는 정상적인 경제라고 보기 어렵습니다. 이러한 구조가 지속될 경우 노동 의욕 저하와 자산 양극화 심화를 초래할 수밖에 없습니다.”
 
  이 같은 이중적 시장 구조는 현재 이재명 정부가 직면한 가장 큰 정책적 딜레마다. 경기 둔화 국면에서 금리 인하를 단행할 경우 부동산 시장 과열을 다시 자극할 가능성이 크고, 반대로 규제를 강화하면 내수 경기와 건설 산업 전반에 부담을 줄 수 있기 때문이다.
 
  현재 한국 부동산 시장은 뚜렷한 양극화 국면에 들어서고 있다. 서울과 수도권 핵심 아파트 가격은 다시 상승 흐름을 타고 있지만, 상업용 부동산 시장은 공실 증가와 수익성 악화로 침체가 깊어지고 있다. 지방은 상황이 더 심각하다. 일부 지역에서는 미분양 누적과 인구 감소가 겹치며 “사실상 시장 붕괴 단계”라는 표현까지 나온다. 이 때문에 부동산 거품 붕괴 이후 ‘잃어버린 30년’을 겪은 일본의 전철을 한국이 밟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커지고 있다.
 
  이와 관련해 일본에서 부동산 시장을 연구해 온 표명영 교수는 일본과 한국의 부동산 구조를 비교하며 “겉으로는 비슷해 보여도 시장을 움직이는 토대 자체가 다르다”고 진단했다.
 
  가장 큰 차이는 자산 구조다. 일본 가계 자산에서 부동산이 차지하는 비중은 약 30% 수준이지만, 한국은 70%를 웃돈다. 한국 사회에서 부동산은 단순한 주거 공간을 넘어 자산 증식, 노후 대비, 계층 이동의 핵심 수단으로 기능해 왔다는 의미다. 집값 변동이 곧 가계의 생존과 직결되는 구조인 셈이다.
 
  주택 시장의 운영 방식도 다르다. 일본은 전세 제도가 없는 월세 중심 구조다. 임대 수익을 꾸준히 확보하는 장기 보유 개념이 강하고, 여러 채를 보유하더라도 시세 차익보다는 안정적인 현금 흐름에 초점을 둔다. 특히 일본의 단독주택은 감가상각이 매우 빠르다. 건물이 오래되면 자산 가치가 사실상 ‘토지 가격’만 남는 경우도 흔하다. 반면 한국은 아파트 가격 상승 기대가 강하고, 전세 제도를 활용한 ‘갭 투자’가 가능해 상대적으로 적은 자기자본으로도 다주택 투자가 가능했다. 그만큼 시장 전체가 가격 상승 기대 심리에 민감하게 반응하는 구조라는 뜻이다.
 
 
  일본의 핵심은 ‘목적별 금융 차등’
 
  금융 정책 접근법 역시 큰 차이를 보인다. 표 교수의 말이다.
 
  “일본은 지난 30년 동안 부동산 가격을 잡기 위해 기준금리를 직접적으로 활용한 경우가 거의 없습니다. 대신 실거주 목적의 생애 첫 주택에는 1% 안팎의 저금리를 제공하고, 투자 목적의 두 번째 주택부터는 3~4% 수준의 금리로 차등을 뒀습니다.”
 
  표 교수는 일본의 핵심은 ‘목적별 금융 차등’이라고 설명했다. 실수요자 보호와 투기 억제를 동시에 겨냥한 방식이라는 것이다. 반면 한국은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주택담보대출비율(LTV) 같은 획일적 규제가 반복되면서 무주택 청년층과 실수요자까지 광범위하게 압박하는 부작용이 나타났다.
 
  그러나 일본의 경험이 단순히 “천천히 연착륙하면 된다”는 낙관론으로 이어지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그 반대의 경고가 더 크다는 분석도 나온다. 특히 고령층 자산 구조를 우려했다. 베이비붐 세대 상당수가 부동산을 사실상 노후 자산으로 보유하고 있는 상황에서 가격 급락이 발생할 경우, 단순한 자산 손실을 넘어 소비 위축과 금융 불안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 담보 가치가 급락하면 추가 담보 요구, 이른바 ‘마진콜’이 발생하고, 이를 감당하지 못한 자산이 경매 시장으로 쏟아질 수 있다는 경고도 나온다.
 
  결국 일본 사례가 한국에 던지는 메시지는 단순하지 않다. 집값 급등을 방치해도 위험하지만, 급격한 긴축과 획일적 규제로 시장을 한꺼번에 눌러버리는 것 역시 또 다른 충격을 부를 수 있다는 것이다. 전문가들은 “한국 부동산 문제의 핵심은 가격 자체보다도, 국가 경제와 가계 자산이 지나치게 부동산에 집중돼 있다는 구조적 취약성”이라고 지적한다. 한국 사회가 진정으로 고민해야 할 것은 ‘집값을 올릴 것인가, 내릴 것인가’가 아니라, 부동산 하나에 모든 자산과 미래가 걸려 있는 현재의 구조를 어떻게 바꿀 것인가라는 질문인지도 모른다.
 
 
  진영 논리에 갇힌 부동산 정책
 
정부는 5월 10일부터 다주택자 ‘양도세 중과’를 부활시켰다. 이날 양도세 중과 유예 종료 관련 안내문을 붙여놓은 서울의 한 공인중개사 사무실 모습. 사진=뉴시스

  이재명 정부 역시 출범 직후부터 부동산 문제를 핵심 정치 의제로 전면에 내세우고 있다. 그러나 시장 안팎에서는 이번 정책 기조가 상당 부분 문재인 정부 시절의 ‘시장 통제형 모델’을 연상시킨다는 평가가 나온다. 투기 억제와 공공성 강화, 개발이익 환수, 금융 규제 유지 등 국가 개입 중심의 접근이 다시 전면에 등장하고 있기 때문이다.
 
  표명영 교수는 한국 부동산 정책이 반복적으로 진영 논리에 갇혀 왔다고 진단했다.
 
  “어쩔 수 없는 측면이 있습니다. 결국 정권은 자기 지지층의 이해관계를 반영할 수밖에 없습니다. 보수 정권은 기존 자산 보유 계층의 이해를 상대적으로 더 반영하고, 진보 정권은 무주택자나 청년층, 실수요자 보호를 더 강조하죠. 지금 한국은 부동산이 정치적 편 가르기의 핵심 축이 돼버렸습니다.”
 
  실제 이재명 정부는 출범 초기부터 공공주택 확대, 세제 강화 가능성, 다주택자 규제 유지, 재건축·재개발에 대한 공공 통제 강화, 개발이익 환수 확대 등을 주요 정책 방향으로 제시하고 있다. 정부는 “주거는 단순한 시장 상품이 아니라 공공재”라는 논리를 강조한다. 특히 서울 집값 급등 과정에서 청년층과 무주택자의 상대적 박탈감이 극단적으로 커졌고, 자산 격차가 사실상 계층 세습 구조로 이어지고 있다는 문제의식이 정책 전반에 깔려 있다.
 
  하지만 시장의 시선은 냉랭하다. 구조적 위험 신호다.
 
  첫 번째는 공급 위축 가능성이다. 재건축 규제 강화와 개발이익 환수 압박이 커질 경우 민간 사업성이 떨어지고, 결국 공급 자체가 지연될 가능성이 있다는 우려다. 특히 서울 핵심 지역은 신규 택지 공급이 제한적인 만큼 재건축·재개발이 사실상 유일한 공급 수단인데, 사업 불확실성이 커지면 시장은 즉각 공급 부족 우려로 반응할 수 있다.
 
  두 번째는 정책 신뢰의 문제다. 시장은 이미 문재인 정부 시절 강력한 규제 정책이 반드시 가격 안정으로 이어지지 않는다는 경험을 학습했다. 다주택자 세금 강화와 대출 규제가 반복됐지만, 오히려 서울 핵심 지역의 희소성이 부각되면서 가격 상승 압력이 더 커졌다는 기억이 시장에 남아 있다는 것이다.
 
  세 번째는 양극화 심화 가능성이다. 역설적으로 강한 규제일수록 현금 자산을 보유한 계층이 더 유리해지는 현상이 반복될 수 있다. 대출 규제가 강화될수록 현금 동원력이 부족한 청년층과 중산층은 시장 진입이 어려워지지만, 자산가들은 상대적으로 규제 영향을 덜 받는다. 결국 규제가 ‘투기 억제’보다 ‘진입 장벽 강화’로 작동할 가능성이 있다는 분석이다.
 
  표 교수는 현재 한국 시장 분위기를 이렇게 설명했다.
 
  “한국 부동산 시장은 이미 규제 피로감이 극도로 누적된 상태입니다. 시장은 공급 확대 신호에는 안도하지만, 규제 강화 신호에는 오히려 ‘앞으로 더 오르는 것 아니냐’는 불안 심리로 반응할 가능성이 큽니다.”
 
 
  “공급의 양보다 중요한 건 예측 가능성”
 
  물론 정부 논리에도 상당한 현실적 근거는 존재한다. 주거 안정은 단순한 시장 논리만으로 해결하기 어려운 공공재적 성격이 강하며, 자산 양극화를 완화하기 위해 국가 개입이 불가피하다는 주장이다. 실제로 서울 아파트 가격 급등은 청년 세대의 박탈감과 결혼·출산 포기, 세대 간 자산 격차 확대와 직결됐다는 점에서 사회적 공감대 역시 적지 않다.
 
  그러나 부동산 시장은 언제나 정부의 ‘의도’보다 실제 ‘결과’에 반응했다. 역대 정부 사례를 돌아보면 강한 규제 정책은 상당수 경우 공급 위축과 풍선효과를 동반했고, 결과적으로는 가격 상승 압력을 더 키우는 역설로 이어졌다. 시장은 정치적 선언보다 미래 공급량, 유동성, 금리, 기대 심리를 훨씬 민감하게 반영한다.
 
  이재명 정부의 부동산 정책을 두고 전문가들은 ‘정치적 이념’이 아닌 ‘예측 가능한 정책’으로의 전환이 필요하다고 입을 모았다. 핵심은 공급의 절대량이 아니라 정책의 일관성과 신뢰라는 지적이다.
 

  “공급의 양보다 중요한 것은 ‘예측 가능성’입니다.”
 
  신보연 세종대 부동산AI융합학과 교수는 한국 부동산 시장의 구조적 문제를 “정권 교체 때마다 흔들리는 정책 신호”로 규정했다. 집값이 오를 때는 규제를 강화하고, 경기가 둔화되면 유동성을 확대하는 ‘냉·온탕식 대응’이 반복되면서 시장의 신뢰가 무너졌다는 분석이다.
 
  신 교수는 “시장은 단순한 공급량이 아니라 그 공급이 얼마나 지속 가능하게 유지될지를 보고 움직인다”며 “재건축·재개발 정책이 정치적 변수에 따라 흔들리지 않도록 제도적 안정성을 확보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입주 시점이 명확한 공급 신호가 꾸준히 축적될 때 비로소 ‘패닉 바잉’과 같은 불안 심리를 완화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그는 특히 한국의 특수한 자산 구조에도 주목했다. “한국에서 부동산은 단순한 주거재가 아니라 교육, 노후, 상속이 결합된 ‘종합 자산’”이라며 “금리 인상만으로 안전자산 선호를 억제하기는 어렵다”고 짚었다. 이어 “금융 정책과 공급 정책이 유기적으로 맞물려야 실질적인 시장 안정이 가능하다”고 덧붙였다.
 
 
  ‘규제의 역설’
 
  최원준 씨앤밸류파트너스 대표는 정부의 과도한 ‘통제 중심’ 접근이 오히려 시장 왜곡을 심화시켰다고 비판했다. 그는 “정부가 계획경제식으로 시장을 통제하려 할수록 시장은 편법과 위법의 경계에서 새로운 경로를 만들어낸다”며 이른바 ‘규제의 역설’을 경고했다.
 
  대표적 사례로는 임대차 3법을 들었다. 최 대표는 “세입자 보호라는 정책 취지와 달리 전세 물량 감소와 월세 전환 가속이라는 부작용을 낳았다”며 “시장 자율성을 존중하면서도 부작용을 최소화할 수 있는 ‘출구 전략’이 함께 설계돼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또 이명박 정부 시절 강남권 그린벨트 해제를 통한 보금자리주택 공급 사례를 언급하며 “결국 부동산 정책의 정공법은 공급”이라고 강조했다. 다만 “외곽 신도시 중심의 공급만으로는 한계가 분명하다”며 “수요가 집중되는 핵심 입지에 대한 규제 완화가 병행돼야 가격 안정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부동산 문제의 끝은 결국 ‘수도권 집중’ 해소”
 
  두 전문가는 공통적으로 부동산 문제의 근본 원인을 수도권 집중 구조에서 찾았다. 서울 집값 문제는 단순한 주택 수급이 아니라 일자리, 교육, 인프라가 수도권에 과도하게 몰린 구조적 결과라는 진단이다.
 
  신 교수는 “공공기관 이전만으로는 분산 효과에 한계가 있다”며 “대기업과 고부가가치 산업이 지방으로 이전할 수 있도록 파격적인 세제 인센티브와 교육 인프라 재배치가 동시에 추진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최 대표 역시 “지방 활성화를 위해 취득세 감면, 대출 규제 완화 등 ‘규제 프리존’ 도입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며 “부동산에 집중된 유동성을 자본 시장으로 유도할 수 있도록 기업 투자 환경을 개선하는 것 또한 중요한 정책 축”이라고 설명했다.
 
  두 전문가는 동시에 정책의 현실적 제약도 짚었다. 한국 가계 자산의 70% 이상이 부동산에 집중된 상황에서 급격한 가격 하락은 금융 시스템과 실물 경제 전반에 충격을 줄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이들은 “어떤 정부도 집값 급락을 감내하기는 어렵다”며 “이재명 정부는 극단적인 가격 억제보다 예측 가능한 공급 체계 구축과 국토 균형 발전 전략 사이에서 정교한 균형점을 찾아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결국 ‘정치의 논리’가 아닌 ‘시장 원리’와 ‘국가 구조 개편’이 맞물릴 때 비로소 부동산 문제의 해법이 가시화될 수 있다는 제언이다.
 
  역대 정부 부동산 정책을 관통하는 가장 뚜렷한 공통점은 ‘단기 가격 대응’ 중심의 처방이었다. 집값이 급등하면 세금과 대출 규제를 강화했고, 거래가 얼어붙거나 경기가 둔화되면 다시 규제를 완화하며 유동성을 공급하는 방식이 반복됐다. 시장은 정권이 바뀔 때마다 ‘냉탕과 온탕’을 오갔고, 이 과정에서 정책 신뢰는 점점 약해졌다. 반면 장기적인 공급 전략과 수도권 집중 완화라는 근본 과제는 번번이 미완으로 남았다.
 
  특히 서울 집중 현상은 사실상 모든 정부가 해결하지 못한 구조적 난제였다. 역대 정권은 지방 균형 발전과 국토 분산을 강조했지만, 양질의 일자리와 교육, 의료, 교통 인프라는 여전히 수도권에 집중됐다. 기업과 청년, 자본이 서울로 몰리는 구조 속에서 지방 부동산은 침체를 겪었고, 서울 핵심 지역은 오히려 희소성이 강화됐다. 이 결과 한국의 부동산 시장은 ‘전국 시장’이 아니라 사실상 ‘서울 중심 단일 시장’에 가까운 형태로 굳어졌다.
 
  전문가들은 부동산 문제를 단순한 가격 문제가 아닌 ‘국가 구조의 문제’로 봐야 한다고 지적한다. 최원준 대표의 주장은 이러하다.
 
  “부동산 문제는 결국 국토 구조와 산업 구조의 문제입니다. 서울에 일자리와 교육, 자본이 모두 몰려 있는 상황에서 집값만 억누르려 하면 한계가 명확할 수밖에 없습니다. 수요가 계속 집중되는 구조 자체를 바꾸지 못하면 정책은 반복적으로 실패할 가능성이 큽니다.”
 
  실제 역대 정부는 각자의 방식으로 시장을 흔들고 조정해 왔다. 어떤 정부는 투기 억제를 내세워 세금과 규제를 강화했고, 어떤 정부는 경기 부양을 위해 대출과 재건축 규제를 풀었다. 그러나 냉정하게 돌아보면 어느 정부도 완벽한 성공을 거두지는 못했다. 반대로 특정 정부 역시 단순히 ‘실패’했다라고 규정하기도 어렵다. 시장 환경과 금리, 세계 경제, 인구 구조 변화 같은 복합 변수들이 동시에 작동했기 때문이다.
 
 
  국가 차원의 구조 개편 전략 속에서 접근해야
 
  다만 분명한 흐름은 보인다. 이제 한국 사회에서 부동산 정책은 더 이상 단순한 ‘집값 관리’ 차원에 머물지 않는다는 점이다. 수도권 집중과 지방 소멸, 자산 양극화, 초고령화, 가계부채, 금융 시스템 안정까지 연결된 거대한 구조 문제로 이동하고 있다. 집값을 올리거나 내리는 수준의 단기 처방만으로는 해결하기 어려운 단계에 들어섰다는 의미다.
 
  결국 앞으로의 부동산 정책은 세금과 대출 규제의 미세 조정만이 아니라, 산업과 일자리 재배치, 광역 교통망 구축, 공공 인프라 확충, 장기 공급 로드맵, 금융 안정 정책까지 함께 움직이는 국가 차원의 구조 개편 전략 속에서 접근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집값과의 전쟁”이라는 정치적 구호만으로는 더 이상 시장을 설득하기 어려운 시대가 된 셈이다.⊙
  • 스크랩
URL이 성공적으로 복사되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