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75년에 나온 《질마재신화》는 미당이 어린 시절을 보냈던 고향 마을에서 보고 들은 이야기들을 산문시(散文詩)의 형식으로 엮은 것이다. 담뱃대를 입에 물고 하얀 모시저고리를 입은 동네 할아버지가 어린애들을 모아놓고 “옛날 옛적에…”라면서 구수한 전라도 사투리로 이야기보따리를 풀어놓는 듯한 느낌이 든다. 해일(海溢)이 집마당까지 밀려드는 날이면 고기잡이 나갔다가 바다에 빠져 죽은 남편이 자기를 만나러 온 것으로 여겨 얼굴 붉히던 외할머니, 결혼 첫날 이유도 모른 채 소박맞고 신혼 첫날 모습 그대로 자리를 지키다가 사오십 년 후 늙은 신랑이 찾아와 그 어깨를 어루만지자 매운 재가 되어 폭삭 내려앉았다는 어린 신부, 흉년에 쑥버무리에 밀 껍질 남은 것을 으깨 익혀 먹으면서도 “을사년 무렵 어느 해 봄이던가, 쑥버무리에 아무것도 곡기 넣을 게 없어서 못자리의 흙을 집어다 넣어 끄니를 에우기도 했었느니라”던 할머님….
오늘날 세대에게는 그야말로 ‘신화(神話)’처럼 들릴 아득한 옛적의 토속적이고 주술적인 33편의 시를 황주리 화가가 현대적으로 재해석한 27개의 민화풍의 그림으로 잘 살려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