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우크라이나의 독립 반대한 적 없어… ‘反러시아국가 설립의 반대’”
⊙ “北, 북한 이익과 우려 고려해주는 나라 없어 계속해 핵전력 강화 중… 대안 없어 보여”
⊙ “우크라이나 내 전면적 루소포비아… 특별군사작전 수행 불가피”
⊙ “나토 가입으로 나토 국경 러시아와 인접하는 것 결코 용납 못 해”
⊙ “‘非나치화·비무장화·돈바스 지역 보호’ 3대 조건 달성 시 終戰”
⊙ “러시아산 무기로 충분… 北 지원 받은 적 없어”
⊙ “北, 북한 이익과 우려 고려해주는 나라 없어 계속해 핵전력 강화 중… 대안 없어 보여”
⊙ “우크라이나 내 전면적 루소포비아… 특별군사작전 수행 불가피”
⊙ “나토 가입으로 나토 국경 러시아와 인접하는 것 결코 용납 못 해”
⊙ “‘非나치화·비무장화·돈바스 지역 보호’ 3대 조건 달성 시 終戰”
⊙ “러시아산 무기로 충분… 北 지원 받은 적 없어”

- 사진=조준우
《월간조선》은 외교·안보, 학계, 언론 관계자들에게 의견을 물어보았다. 이에 대해 “전혀 바람직하지 않은 일”이라는 충고도 있었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인터뷰 게재 경위와 《월간조선》의 입장을 분명히 밝히면 되지 않겠나? 러시아인들이 무슨 소릴 하는지 들어보고 싶기는 하다” “살인자의 반론도 받아줘야 하는 게 언론이다”라는 조언도 있었다.
《월간조선》은 이런 의견들을 감안하여 지난 2월 7일 서울 정동 주한 러시아 대사관에서 쿨릭대사와 인터뷰를 가졌다. 용어 전달의 정확성을 위해 인터뷰는 러시아어로 진행했으며 통역 포함 3시간이 소요됐다. ‘반론권 보장’이라는 취지에 맞게 쿨릭 대사의 말을 최대한 반영했을 뿐, 이는 《월간조선》이 러시아의 입장에 동조하는 것은 아님을 밝혀둔다.
― 반론권 보장은 언론의 당연한 역할이지만, 이게 ‘침략국’에도 해당하는지에 따른 고민이 많았다.
“우크라이나 사태는 그 역학(力學)관계가 매우 복잡하다. 지금은 우크라이나에 유리한 정보만이 난무한다. 양쪽의 이야기를 모두 듣고 객관적 평가를 해야 현실이 왜곡되지 않는다. 또한 ‘침략’이 아닌 ‘특별군사작전’이다. 이는 어느 날 갑자기 이뤄진 게 아니다. 최근 30년간 벌어진 수많은 사건의 결과물이다.”
쿨릭 대사는 앉자마자 1990년대 냉전(冷戰)·소련 해체 시점으로 거슬러 올라가 이른바 ‘특별군사작전’의 당위성을 설명했다. 당시 구소련 국가들은 서로 호혜적 파트너십을 통한 ‘조화와 번영’을 다졌는데, 새로운 국가 건설에 착수한 우크라이나가 기본적으로 반(反)러시아 원칙을 채택한 것이 이 사태의 근본적 원인이라는 것이다.
그는 “우크라이나 상당 지역에 러시아권 사람들이 살고 있는데, 러시아와의 교류를 전면 중단, 교육 분야에서는 러시아어의 배제 등 한마디로 전면적인 루소포비아(Russophobia·러시아 혐오)를 선언한 것”이라면서 “2014년 우크라이나 내부 쿠데타 당시 일부 우크라이나 지역들이 독립하겠다는 주장을 한 것 또한 전면적 루소포비아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특별군사작전, 우리에게 남은 유일한 방법”
쿨릭 대사는 이어 “당시 크림반도는 바로 러시아 영토에 속하게 됐지만 우크라이나 품에 남아 있던 돈바스 지역을 향해 우크라이나 정부는 무자비한 공습과 폭격을 자행, 내전을 벌였다”면서 “이와 동시에 우크라이나 내부에서 무장화, 군사화 추세가 지속됐고, 네오나치즘 이데올로기가 강해졌으며, 심지어 나토에 가입하겠다고까지 했다”고 주장했다.
“소련 해체 이후 러시아는 서방국과도 평화의 시대를 맞이할 거라 기대했다. 그러나 1990년대 체첸공화국 내전 때 러시아 대신 ‘분리주의적 세력’을 돕는 등 서방국은 지속적으로 파트너십 유지에 훼방을 놓는 데에서 나아가 현대의 러시아까지 억제하려 한다. 그 예로 다섯 차례에 걸친 나토(NATO)의 동진과 더불어 뉴스타트(신전략무기감축협정) 조약을 제외, 러·미 간 무기 감축과 통제 관련 협정들도 모두 파기된 것을 들 수 있다. 2021년 말, 러·우 접경 지역의 긴장이 극도로 고조됐고, 러시아는 당시 우크라이나 정부가 돈바스를 향한 대규모 공격을 준비하고 있다는 정보를 입수한 후 2021년 12월 서방과 미국에 러·미 안보 보장 조약과 러·나토 안보 보장 조약 체결을 제안했는데, 완전히 무시당했다. 이 상황에서 러시아는 선제적인 조치로 특별군사작전을 수행할 수밖에 없었다. 강조하지만, 선택의 여지가 없었다. 우리에게 남은 유일한 방법이었다.”
― 무력 사용의 정당성을 말하고 있는 것 같은데, 이는 “모든 회원국은 그 국제관계에 있어서 다른 국가의 영토보전이나 정치적 독립에 대하여 또는 국제연합의 목적과 양립하지 아니하는 어떠한 기타 방식으로도 무력의 위협이나 무력행사를 삼간다”는 유엔(UN)헌장 제2조 4항에 명백히 위배되는 행동 아닌가.
“푸틴 대통령이 말했듯 러시아는 방어권 관련 조항인 유엔 헌장 51조에 따른 ‘특별군사작전’을 수행 중이다.”
“크림 병합은 민족자결권 행사”
― 제2차 세계대전 이후 적어도 무력에 의한 영토의 변경이나 주권의 말살을 기도한 전쟁은 용납되지 않아 왔다. 러시아의 크림반도 병합, 우크라이나 침공은 이런 점에서 전후 세계질서에 대한 부당한 도전 아닌가.
“제2차 세계대전 이후에도 이라크, 유고슬라비아, 리비아에서 영토 변경이나 주권말살 사례가 있었다. 이 세 국가에 있어 결정적인 역할은 외부 세력들이 했는데, 이들 사태 당시 누구도 국제법 위배라 말하지 않았다. 또한 ‘병합’이라고 했는데, 크림반도 주민들이 민족자결권을 충분히 행사해 러시아에 속하겠다는 의지를 ‘표명’한 것이다. 그 누구도 의지를 표명하지 않은 상태에서, 이후 독립 의사까지 뒤따를 때에야 ‘병합’이라는 표현이 맞다. 돈바스 지역 주민도 마찬가지로 의지를 표명했고, 이 권리를 행사하는 데 지원을 받은 것이다.”
― 우크라이나를 비롯해 과거 소련, 러시아제국의 영토에 대한 역사적 권리를 주장하고 있는 것 같은데, 만일 독일이 칼리닌그라드(구 쾨니히스베르크)에 대한 권리를 요구한다면, 러시아는 이를 존중할 건지.
“칼리닌그라드는 구소련 러시아가 제2차 세계대전 승리 후 얻은 도시다. 지금 제2차 대전의 결과를 재검토하겠다는 이야기는 누구도 하지 않는다. 현재 돈바스 지역과 크림반도의 주민들은 ‘현대의’ 국제 규범에 따라 민족자결권을 행사해 러시아의 일부가 됐다. ‘러시아가 땅을 빼앗으려 한다’는 의미를 내포한 질문 같은데, 러시아는 과거 70년간 ‘소련’이라는 나라에서 다 같이 살던 여러 국가 사이에 형식적으로 존재했던 경계선을 소련 해체 이후 모두 국경으로 바꿨다. 그 전에는 경기도에서 서울 가듯 자유롭게 넘나들던 것을, 구소련 각국의 협정, 의회 비준 등 복잡한 절차를 통해 명실상부 ‘국경’으로 정한 건, 서로 간 영토에 더 이상 주장권이 없음을 공언한 것이다. 러시아는 애초부터 누구의 땅을 빼앗겠다는 의도도 의지도 생각도 없었다는 뜻이다.”
“우크라이나, 나치즘 협력자 영웅화”
![]() |
| 2022년 6월 5일(현지시각) 우크라이나 부차의 민간인 고문 매장지 인근 성당에 당시 사진이 전시돼 있다. 사진=뉴시스 |
“우크라이나에서 젤렌스키 대통령의 민족(혈통)이 지대한 역할을 한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개인 차원에서 벗어나 모든 사안을 ‘객관적’으로 봐야 한다. 러시아의 제안으로 유엔 총회에서는 ‘네오나치즘, 나치즘 미화’를 방지하는 결의안이 연례적으로 채택되고 있다. 2014년 우크라이나에서 쿠데타로 정권이 교체된 후부터 우크라이나 정부는 이 결의안에 반대하기 시작했다.
앞서 제2차 세계대전 때 우크라이나 반란군은 파시스트 세력과 힘을 합쳐 수천 명의 민간인을 살해한 이력도 있다. 우크라이나 네오나치 단체들은 이제 아예 공개적인 활동까지 개시하고 있다. 나치즘 사진과 함께 반러시아 구호를 외치는 연례행사를 하는 데서 나아가 우크라이나 법 집행기관에도 네오나치 관련 단체들이 개입하고 있다. 우크라이나의 ‘민족추억연구소’라는 조직은 제2차 세계대전 때 파시스트 세력에 협력했던 사람들을 영웅화하고, 우크라이나 아이들에게도 왜곡된 교육을 주입한다. 이러한 분위기는 2019년, 유대인이라는 젤렌스키 대통령이 취임한 뒤에도 바뀌지 않았다.”
― 우크라이나의 극히 일부 세력이 네오나치를 표방하는 것을 지나치게 확대 해석해 침략의 명분으로 삼는 건 아닌지? 어느 나라든 극단주의 세력은 있는데.
“어느 나라든 그렇지는 않다. 4년 반째 한국에 주재하며 한 번도 우크라이나 네오나치즘 같은 극단주의 단체는 못 봤다. 20세기 초 독일에서 나치즘 단체와 나치즘이 처음 생겼을 때 당시 사회는 그 이데올로기를 가볍게 생각했지만 돌이켜보면 역사 속 나치즘은 어떻게 자리하고 있나? 지난 2021년 5월 우크라이나를 방문한 프랑스 의원단 또한 우크라이나 내 네오나치 단체들이 우려를 초래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3000만’이라는 숫자를 떠올리면 러시아의 심정을 공감할 수도 있다. 나치 독일과 전쟁했을 때 사망한 소련 사람의 수다. 이 상황이 재발하는 것을 반드시 방지해야 한다.”
“친조부모, 우크라이나 출신”
― 혹시 우크라이나에 친척이나 가족이 있나.
“지금은 없지만, 친조부모가 20세기 초 우크라이나를 떠나 러시아로 이민했다. ‘쿨릭’이라는 성도 원래 우크라이나 성이다.”
쿨릭 대사는 이어 “러시아와 우크라이나는 1917년 혁명 전후 70년 동안 ‘한 집’에서 살았다”면서 둘 사이 역사, 문화적 유대와 혈통을 강조했다. 그러면서 “이 관계를 유지해나가야 한다”고 했다.
― 우크라이나와의 역사적·문화적 유대를 강조하지만, 정작 우크라이나인들은 러시아와 결별하고 독립해 자유로운 우크라이나인으로 살겠다면서 극렬히 저항하고 있지 않나. 왜 이를 존중해주지 않나.
“우리는 우크라이나의 독립을 반대하는 것이 아니다. 소련 해체 후 우크라이나와 카자흐스탄 등 중앙아시아국가들이 독립 의사를 비쳤을 때도 우리는 이들의 의지를 충분히 수용했다. 우리가 반대하는 것은 구소련 국가들을 가지고 반러시아적인 나라를 만드는 것이다. 사소한 예이지만 우크라이나 도서관에서 현재 110만 권의 러시아 문학이 불태워졌다. 정상인 건지 잘 모르겠다.”
― 기본적으로 러시아는 우크라이나의 주권과 영토를 존중할 의사가 있는지.
그는 한참 동안 유엔 헌장의 영토보전권 원칙과 민족자결권 원칙을 설명한 후 말을 이었다.
“최근 20년 동안 키예프 정권이 추진한 정책은 이 원칙들과 어긋나고 있다. 그동안 우크라이나 정권은 돈바스 지역과 크림반도 지역에서 살고 있는 우크라이나 국민들을 향해 인권 유린을 포함한 차별적 정책을 실현해왔다. 키예프 정권 정책의 결과물로 우크라이나의 영토보전권이 무너진 것이지, 러시아와는 관련이 없다.”
“러시아군은 환영받았다”
![]() |
| 2022년 3월 6일 오전 재한 우크라이나인들이 서울 중구 러시아 대사관 인근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중단을 촉구하고 있다. 사진=조선DB |
“‘전쟁이 장기화되고 있다’는 명제를 제시하려면, 당초 작전 계획부터 알아야 한다. 장기화일 수도, 정상 상태일 수도 있다. 물론 러시아군의 구체적인 계획은 나도 모른다. 만일 장기화되고 있는 게 맞다면, 개인적으로 러시아군의 전술과 작전 방법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 당초 러시아군은 해방군으로 환영받을 것으로 생각하고 우크라이나를 침공했다. 심지어 최초에 침공한 병력들은 시가행진용 정장까지 챙겼다는데 막상 환영도 못 받고, 심지어 밀리는 형국이다. 러시아군의 한계를 인정하는 건지.
“그게 아니라, 우리는 군용(軍用) 인프라만 타격하고 있다. 불가피하게 일부 에너지 인프라를 공격한 것을 제외하면 민간인 인프라는 공격하지 않으려고 한다. 민간인 인명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해 조심스럽게 접근하는 태도가 전쟁 기간을 연장시키는 데 영향을 미치는 게 아닐까 하는 얘기다. 그리고 잘못 알고 있는데, 러시아군은 당시 당연히 환영을 받았다. 그곳은 러시아에 속하겠다고 국민투표에 표를 던진 사람들이 사는 지역이다.”
― 부차를 비롯해 우크라이나 곳곳에서 러시아군에 의해 학살되거나 고문받은 이들의 시신이 발견되고 있다. 민간인 지역에 대한 공습과 미사일 공격으로 무고한 시민들, 특히 여성과 아이들이 많이 희생됐는데 ‘조심스럽게’라는 걸 어떻게 해석해야 할지.
“물론 희생자가 발생 중이고, 단 한 명이라도 소중하지 않은 목숨은 없다. 다만 군사행동에는 희생자가 따르기 마련이다. 러시아는 이를 최소화하기 위해 노력 중이다. 마음만 먹으면 도시 전체를 단숨에 파멸시킬 수 있지만, 그렇게 하지는 않고 있다. 민간인 피해는 오히려 우크라이나군에 의해 자행되고 있음을 알아야 한다. 2014년부터 2021년까지 키예프 정권에 의한 폭격을 받았던 돈바스 지역은 8년간 무려 1만4000명의 민간인 사망자가 발생했다. 2021년 러시아가 해방한 헤르손주와 자파로지주 일부에서 우크라이나의 미사일 공격으로 사망한 민간인은 최소 4500명이다.
우크라이나군의 전술 중 하나가, 아파트 단지, 병원 등 민간인 지역에 방사포와 미사일대를 설치하는 거다. 러시아가 미사일을 요격하면 민간인이 피해를 입는 구조가 되도록 하고 있다. 러시아군은 이렇게 의도적으로 민간인 시설을 이용하지 않는다. 러시아군의 소위 ‘만행’으로 알려진 부차 사건의 경우 일부러 비극이 발생한 것처럼 현장을 꾸미는 서방군의 전술이 일부 반영된 것이다.”
“우크라이나인들 수십만 명이 러시아로 이민”
― 산 사람들이 죽은 척했다는 뜻인가.
“그런 방식의 연출도 있고 다른 지역의 시신들을 옮겨 전시하는 방식도 있다. 러시아군의 극악함을 세상에 알리기 위한 서방의 전술 중 하나다. 앞서 시리아전에서도 이런 사례가 있었지 않나. ‘무참히 살해됐다’고 보도됐던 사진 속 아이가 사실은 살아 있었던. 물론 우크라이나 사태에서 발생한 일이 전부 연출이라는 게 아니다. 다만 쏟아지는 수많은 정보를 팩트 체크 없이 모두 사실로 받아들이는 우를 범하지 말라는 뜻이다. 러시아군이 명실상부 살인자라면 러시아군 주둔 지역 수십만 명의 우크라이나 사람들이 왜 러시아로 이민을 갔을까?”
― 무서워서 간 것 아닐까. 계속 대항하다 죽을까 봐.
“그 수가 정확하지는 않지만 약 100만 명 정도로 추산하는데, 무섭다는 이유로 가기에는 너무 많은 숫자인 것 같다. 참고로 우크라이나인들이 러시아로 이민하면 일자리 등 충분한 사회적 보장과 지원을 받을 수 있다.”
한편 우크라이나 정부는 이를 ‘러시아군이 납치해간 것’이라고 주장한다.
― 최근 와그너그룹의 한 전직 지휘관은 CNN과의 인터뷰에서 “전장에서 용병들은 총알받이 취급을 받았다”고 폭로했는데, 이는 러시아군의 잔혹함을 드러내주는 또 다른 사례 아닐까.
“그 간부의 진술이 사실인지 여부는 확인해봐야 한다. 그 한 명의 진술을 바탕으로 와그너그룹에서 발생하는 모든 상황을 평가하기는 무리다.”
“우크라이나는 서방의 도구일 뿐”
쿨릭 대사는 “지금 우크라이나 사태는 더 이상 ‘러·우 전쟁’이 아니다”면서 “러시아 대(對) 서방권 나라 간의 충돌이며, 이제 우크라이나는 도구일 뿐”이라고 했다.
― 우크라이나의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유럽연합(EU) 가입은 우크라이나가 결정할 문제인데 왜 개입하는지.
“한국은 국경을 접한 나라가 거의 없어 행운이다. 이웃국이 어떤 동맹에 가입하는지는 외교·안보 차원에서 상당히 중요한 문제다. 유럽안보협력기구(OSCE)의 유럽안보헌장에는 ‘안보불가분성 원칙’이 명시돼 있다. 회원국(러·우 포함 57개국)은 군사동맹, 중립지위 등 안보 보장 확보 수단을 자유롭게 선택하고 변경할 수 있지만, ‘타국(他國)의 안보를 희생해 자국 안보를 강화해서는 안 된다’는 내용이다. 1999년 이스탄불, 2010년 아스타나에서 모든 회원국이 이 원칙을 포함한 헌장에 서명했다. 우크라이나는 자국(自國)의 안보 보장을 확보할 권리가 있지만, 이 보장권을 확보하는 데는 미국뿐 아니라 러시아를 포함한 주변국의 우려 사항을 고려해야 할 의무도 있다는 뜻이다.
정치학에서는 ‘비행시간’이라는 개념이 있다. 타격 목적지까지 미사일이 날아가는 시간이다. 우크라이나가 나토에 가입해 나토의 미사일이 돈바스 지역에 배치된다고 하면, 러시아의 핵심인 모스크바와의 비행시간이 너무 짧아진다. 러시아가 대응할 시간이 없게 된다. 나토 가입으로 나토의 국경이 러시아와 인접하게 되는 건 결코 용납할 수 없다. 유럽연합은 가입하든 말든 전혀 개의치 않는다. 경제연합이기 때문이다.”
― 이 사태로 역설적이게도 러시아가 ‘용납할 수 없는’ 우크라이나의 나토 가입 이행이 좀 더 빨라질 것 같은데.
“사실 우크라이나의 나토 가입 문제는 이미 ‘지나간 역사’가 됐다. 중립국이던 핀란드, 스웨덴이 나토 가입을 선언했고, 미국과 그의 동맹국들은 ‘불가분한 안보 원칙’을 완전히 거부하고 러시아를 향해 전면적 하이브리드전을 벌이는 등 이 사태가 ‘러시아 대(對) 서방 간 충돌’이라는 완전히 다른 국면에 접어들었기 때문이다. 러시아는 여전히 특별군사작전 개시 당시 표명한 ‘우크라이나의 비나치화와 비무장화, 돈바스 지역 보호’라는, 구체적인 목표를 수행할 테지만, 우크라이나 사태에서 촉발된 ‘안보 불가분성의 위반’은 이후 그게 어디든, ‘한 국가의 안보를 어떻게 보장할 것인가’에 대한 과제를 남겼다. 심히 우려되는 사안이다.”
“러시아·나토 전쟁은 ‘제3차 세계대전’”
―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이번 전쟁에서 러시아가 빼앗은 우크라이나 동남부 영토 탈환과 크림반도 수복을 종전(終戰) 조건으로 내세웠다. 러시아 측의 종전 조건은.
“우크라이나의 비나치화, 비무장화, 돈바스 지역 안보 보장, 이 세 가지의 목표를 고려하는 복합적인 평화협정을 체결하면 종전한다. 그 전에 양국이 건 조건을 논의할 자리부터 마련돼야 한다. 그러나 젤렌스키 대통령은 서방의 요구에 따라 러시아와의 회담과 협상을 금지하는 명령을 발표한 상태다. 어떻게 합의에 이르나.”
― 타협점을 찾지 못할 경우 휴전(休戰) 혹은 정전(停戰) 형태일 가능성은.
“그 질문은 군사적으로도, 정치적으로도 러시아의 최상위 기밀 정보를 묻겠다는 건데, 나는 대사지 대통령이 아니다. 모른다.”
― 만일 러시아의 세 가지 조건이 충족되더라도, 러시아는 계속 진군, 나토와의 전쟁도 불사할 거라는 예측도 나오는데.
“선전 목적으로 하는 말일 뿐이다.”
― 앞서 우크라이나는 도구일 뿐 이제 ‘러시아 대 서방의 대결’이라고 했지 않나. 판이 바뀌면 군사작전도 달라진다고 보는 게 합리적인 추론 아닌지.
“대결 혹은 충돌이라고 했지 전쟁을 불사하겠다는 뜻은 아니다. 현재 서방과 프락시전(대리전)은 이뤄지고 있지만 사전적 의미의 ‘전쟁’은 아니다. 러시아와 나토 간 전쟁을 거론하는 전문가들은 이 점을 인식해야 한다. 현재 ‘공식적’ 핵무기 보유국은 5개국이고, 그중 3국이 나토회원국, 나머지 하나가 러시아다. 러시아와 나토 간 전쟁은 곧 핵무력이 사용되는 제3차 세계대전이 될 거라는 얘기다. 상당히 엄중한 사안이며, 쉽게 거론할 일이 아니다. ‘전쟁’이라는 말은 그리 쉽게 쓰는 게 아니다. 앞서 2022년 초 러시아의 제안으로 핵 보유 5개국이 공동성명을 냈다. 핵심은 핵 보유국 간 전쟁이 발생하면 안 된다는 내용이다.”
“北 지원 주장은 미국의 노골적 거짓말”
![]() |
| 지난 1월 29일 옌스 스톨텐베르그 북대서양조약기구(NATO) 사무총장은 박진 외교부 장관과 만나 북한이 러시아에 로켓과 미사일 등 군사적 지원을 하고 있다고 밝혔다. 사진=뉴시스 |
“그 발언을 듣고 2003년 콜린 파월 당시 미 국무장관이 유엔 안보리에서 흰색 가루가 든 병을 들며 ‘후세인 정권의 화학무기’라 주장한 장면이 떠오르더라. 신경 쓸 일말의 이유가 없는 말이라는 뜻이다. 그러나 미국 고위 관계자들이 이런 불안 발언을 계속 이어가는 만큼 분명히 말하자면, 북한은 러시아에 무기든, 탄약이든, 로켓이든 일절 공급한 적이 없다.”
― 미국이 공개적으로 거짓말할 이유가.
“대외적으로 러시아의 위상을 낮추기 위한 시도 중 하나다. 미국의 고위급 인사가 이렇게 노골적으로 거짓말을 한다는 것에 상당한 우려를 표하는 바다. 지금보다 더 어렵고, 복잡했던 냉전 시대 때도 이렇게까지 하지는 않았다.”
― 아직 무기 지원을 안 받았다 치고, 앞으로 준다면 받을 건지.
“없다. 우리 무기로 충분하다. 무엇보다 대북 유엔 안보리 결의상 북한과의 무기 거래는 금지다. 현재 유엔 안보리가 북한에 가한 제재들이 많다. 물론 러시아는 일정한 조건 충족 시 대북제재를 단계적으로 완화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지만, 그것이 이 결의안을 위반하겠다는 의미는 아니다.”
“한국 핵무장, 장점보다 단점 많아”
![]() |
| 미국이 제공한 M777포를 발사하는 우크라이나 병사들. 사진=AP/뉴시스 |
“북한의 이익과 우려를 고려해주는 나라가 없기 때문에 계속해서 핵전력을 강화하는 것이다. 자신의 안보를 보장하는 데 핵무기 외의 대안이 없어 보인다.”
― 당위성을 의미하는 건지.
“북의 핵전력 강화를 어떻게 생각하는지 답했을 뿐이다.”
― 최근 한국에서 나오는 ‘독자적 핵무장론’은 어떻게 보나.
“여러 의견이 나올 수 있는 사안인데, 이미 한국 정부는 핵비확산조약(NPT)을 준수하겠다는 입장을 표명했다. 그런데도 이것이 꾸준히 제기되는 걸 보면, 한반도 문제에 고민이 많다는 뜻으로 해석된다. 모든 것에는 일장일단이 있다. 그러나 한국의 독자적 핵무기 보유는 장점보다 단점이 많아 보인다. 한국 안보를 더 강화해주리라 생각하지 않는다.”
― 한국은 제1차 대러시아 제재에 동참했다. 앞으로의 한·러 관계를 위해 양국이 할 수 있는 일은.
“한국이 대러시아 제재를 취소하고, 러시아행 직항 노선과 양국 간 정치적인 교류를 재개한다면 둘의 관계는 매우 잘 풀릴 것이다.”
그는 무표정으로 “여기까지는 농담이다”며 말을 이었다.
“유럽 주재 러시아 대사들, 현지 언론과 이렇게 인터뷰도 못 해”
“비록 한국이 대러시아 제재에 동참하고, 이번 사태에서 러시아를 지지하지 않는다는 것도 잘 알지만, 지난 30년간 양국이 만들어낸 발전적 기반이 많은 것도 사실이다. 무역, 경제 분야 포함, 한국에서 활동하는 여러 친선 단체들은 여전히 한·러 관계의 긍정적 측면을 보여준다. 사실 여타 국가들에 비해 분위기도 그리 나쁘지 않다. 유럽 주재 러시아 대사들은 현지 언론과 이렇게 인터뷰도 못 한다. 향후 관계를 위해 바라는 점은, 이렇게 대화라도 할 수 있는 분위기를 유지하는 거다. 외교의 본질은 대화와 소통이다. 서로 아무리 싫어도, 대화를 해야 한다. 외교관끼리도 마찬가지다.”
― 포노마렌코 주한 우크라이나 대사와는 대화를 하는지.
“우크라이나 외교관들을 비롯해 한국 주재 모든 서방국 외교관들은 러시아 외교관들 전체를 아예 투명인간 취급한다. 그들은 국제행사를 대할 때도 ‘러시아 참석 시, 불참’이라는 조건을 건다. 이는 주최 측을 곤란하게 한다는 걸 알아야 한다. 외교관다운 태도가 아니다.”
― 여러 서방국 외교관이 ‘왜’ 그런다고 생각하나.
“예의가 없어서이기 때문이라 생각한다.”
― 예의 없는 행동은 결과론이고, 그 원인이 있을 텐데.
“애초에 예의가 없는 게 원인이 돼 그런 행동이 나온 거라 본다.”
“한국 전기세 상승, 러시아 잘못 아니다”
![]() |
| 안드레이 쿨릭 주한 러시아 대사는 러시아가 특수군사작전을 실행한 배경 중 하나로 우크라이나의 루소포비아 국가 건설을 꼽았다. 사진=조준우 |
“최종적 득실을 평가하기에는 아직 이르지만, 현재까지 우크라이나 정권이 수행하려 했던 대규모 돈바스 공격을 선제적으로 막아 더 많은 희생을 방지한 것과 서방·러시아 간 관계가 명확해졌다는 점을 꼽고 싶다. 러시아의 경제가 무너질 거라는 서방의 기대가 빗나간 것도 수확이다. 러시아의 재정은 여전히 견조하고 국가의 사회적 의무도 그대로 수행 중이다. 올들어 러시아의 경제성장률이 소폭 상승할 거라는 전망도 있다. 그만큼 이번 사태에서 치러야 할 사회, 경제적 비용이나 대가가 여타 유럽국보다 적다는 뜻이다. 서방과 다르게 우리는 겨울에 따뜻하고 온수도 잘 나온다.”
― 에너지 가격 급상승으로 전 세계가 신음하고 있는 와중에 ‘우리는 괜찮다’는 게, 설령 진실이라도 할 소리일까.
“다른 나라들의 에너지 부족은 그들이 자처한 것이다. 러시아가 의도적으로 수출을 중단한 적이 없고 유럽 국가들이 먼저 수입하지 않겠다고 표명했다. 물론 이 사태를 시작한 서방국들로 인해 내가 소중히 생각하고, 현재 살고 있는 대한민국의 전기세와 물가가 상승하고 있는 것은 안타깝게 생각하지만, 러시아의 잘못이 아니다. 경제 교류 제한 차원에서 러시아가 먼저 도입한 규정은 하나도 없다. 문화 분야도 마찬가지다. 서방국에서는 러시아 문화를 보이콧하는 ‘캔슬컬처(Cancel Culture)’ 바람이 부는데 러시아는 그럴 생각이 없다.”
1953년생인 그는 40년간 외교관 생활을 했다. 한국이 첫 대사 부임지다. 러시아 외교부에서 한국, 북한, 중국, 몽골을 담당하는 아시아1국의 국장을 지냈고, 13년간 주중 러시아 대사관에 주재했다.
― 첫 대사 부임지가 상당히 힘든 기억으로 남겠는데.
“힘들기보다는 아쉽다. 특히 양국 교류 규모가 위축된 점이 그렇다. 지난 30년간 상승세를 띠었던 추세적 흐름을 앞으로도 이어나가길 희망한다. 양국은 역사·문화적 차이에도 불구, 정서적 유사점이 많아 소통이 잘 되는 편이다. 러·한 사이 미해결 역사 문제도 없고, (한국에는) 서방과 달리 ‘캔슬컬처’ 목소리도 없다.”
“푸틴 치매설, 서방 언론의 선전용 ‘說’일 뿐”
― 한국은 여러 서방권의 촉구에도 불구, 우크라이나에 무기 지원을 안 하고 있다.
“그 점을 굉장히 긍정적으로 보고 있다. 향후 입장 변경 여지가 없어 보여 더 그렇다.”
― 그런데 푸틴 대통령은 지난해 10월 ‘만일 우크라에 무기를 제공할 경우 한·러 관계는 파탄 날 것’이라고 했다. 한국을 협박하는 건지.
“푸틴 대통령은 해석의 여지가 있는 말을 하지 않는다. 그 발언을 원문 그대로 들었고, 이후 한국 언론이 이 발언을 경고 내지는 협박으로 ‘해석’한 기사도 봤다. 온도차가 컸다. 푸틴 대통령은 ‘2에다 2를 곱하면 4가 된다’처럼 당연한 사실을 말했을 뿐이다. 객관적으로도 무기를 보냈는데 둘 사이가 좋을 리가 있나? 협박, 경고, 비난 등 감정적으로 해석할 이유가 없다.”
― 이번 사태 이후부터 푸틴의 치매설이 돌던데.
“브레즈네프, 옐친, 마오쩌둥, 덩샤오핑…. 서방 언론들이 꾸준히 제기하는, 과거에도 있었고, 앞으로도 있을 선전용 ‘설(說)’일 뿐이다. 경험상 푸틴 대통령의 표정과 안색, 자세를 빌미로 앞으로도 다양한 건강이상설이 제기될 텐데, 그중 치매설은 설득력이 특히 떨어진다. 사람마다 모국어 능력이 다르다. 그의 말은 묘사가 다양하면서도 명료한 전달력이 있다. 매주 무척 길고 복잡한 연설을 대본 없이 정확한 발음으로 하는데 왜 그런 말이 나오는지 의문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