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27일 오후 국회 본회의에서 방송미디어통신위법안(대안)에 대한 무제한 토론 종결동의의 건 기표를 마친 최민희 과방위원장이 이진숙 방통신위원장 뒤쪽으로 지나며 웃고 있다. 사진=조선DB
27일 ‘방송미디어통신위법(방송미디어통신위 설치 및 운영에 관한 법률)’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하면서 마지막 관문인 국무회의 의결을 거치면 내년 8월 임기였던 이진숙 방통위원장은 자동 면직된다. 2008년 출범한 방송통신위원회는 17년 만에 폐지되는 셈이다.
조선일보는 “민주당은 축제 분위기”라며 김병기 민주당 원내대표, 최민희 의원, 한준호 최고위원 등의 반응을 보도했다.
여권이 이진숙 방통위원장을 면직시키며 잃은 것들
그러나 훗날 이 법안 처리 과정을 역사가 어떻게 기록할지 두고 볼 일이다. 이 위원장을 몰아내는 과정 자체가 “정치가 방송 독립에 개입한다”는 부정적 메시지를 주기에 충분했다. 사회가 합의할 수 있는 공정성의 기준을 잃어버린 셈이다.
다시 말해 그의 면직은 한편으론 ‘정치적 부담 해소’지만, 다른 한편으론 ‘정치적 압박에 의한 퇴진’이라는 메시지를 남겨 방송과 언론 전반에 대한 국민 신뢰를 약화시켰다. 정권이 바뀔 때마다 반복되는 임기 중 퇴임이 다시 발생하지 않으리라는 법이 없다.
그의 면직은 또한 “여성 리더십의 다양성과 대표성”을 잃는 결과로 읽힐 수 있다. 국회 과방위원장은 이 위원장에게 “관종”, “하수인”, “극우 여전사”, “뇌 구조가 이상하다” 등의 모욕적 표현을 썼다. 국회 상임위원장이라는 공적 지위에 있는 만큼, 모욕감에 대한 감수성·책임이 더 크다는 지적이다. 이 위원장은 모욕죄 혐의로 과방위원장을 서울 영등포경찰서에 고소한 상태다.

27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본회의에서 방송미디어통신위원회의 설치 및 운영에 관한 법률안(대안)이 재적 298인, 재석 177인, 찬성 176인, 반대 1인으로 통과되고 있다. 사진=조선DB
정치적 갈등 중심의 방통위 위원장 교체史
2008년 이명박 정부 때 방송통신위원회는 대통령 직속 합의제 기관으로 설립됐다.
위원장 임기는 3년으로 정권 교체 시 대통령 임기와 꼭 맞물리지 않아 정권 교체 때마다 압박·사퇴·해임 논란이 거의 빠짐없이 발생했다.
새 정권이 출범하면, 기존 정권에서 임명한 위원장이 계속 재직하게 되어 정치적 갈등이 발생한 셈이다.
이명박 정부 때 임명된 최시중 위원장(2008~2012년 재임)은 대통령의 최측근인 만큼 임기 시작부터 방송 장악 논란이 거셌다. 최 위원장은 “왕의 남자, MB의 남자”란 별명처럼 이명박 대통령의 최측근이자 정권 핵심으로 통했다.
퇴임은 임기 만료에 가까웠지만 불법 정치자금 수수 혐의로 구속 기소되면서 사실상 불명예 퇴진했다.
박근혜 정부 때 임명된 최성준 위원장(2013~2017년)은 정권 말기 최순실 국정 농단 사태 이후 방통위의 독립성 문제와 함께 교체 압박이 있었다. 2016년 최순실 국정 농단 사태 이후, 당시 방통위가 청와대 요구에 따라 보도·심의에 개입했다는 정황이 언론과 국정감사에서 제기되었다. 이 과정에서 최 위원장의 사퇴 교체 압박이 거셌고 문재인 정부(2017년 5월 출범) 이후 2개월 만에 자진 사퇴하고 말았다. 형식은 “자진 사퇴”이나, 정치권과 언론계에서는 “새 정권의 교체 압박에 따른 퇴진”으로 받아들여졌다.
이후 임명된 이효성 위원장(2017~2019년)은 문재인 정부 초기에 임명됐지만 임기를 채우지 않고 2년 만에 자진 사퇴하고 말았는데 이 과정에서 “정권 코드 맞추기 인사” 논란이 거셌다. 여권(더불어민주당) 내부에서 방송 개혁이 지지부진하다는 불만이 컸고 KBS·MBC 사장 교체 과정, 종편·보도 채널 제재 문제, 공영방송 지배 구조 개선 입법 등이 속도를 내지 못했다. 절차적 정당성과 합의제 운영 원칙을 고수한 이 위원장과 청와대 간의 갈등으로 결국 물러나고 말았다고 한다.
문재인 정부 때 임명된 한상혁 위원장(2019~2023년)은 ‘TV조선 재승인 의혹’으로 기소돼 윤석열 정부 들어 교체 압박이 거셌다. 2023년 검찰이 TV조선 재승인 심사 점수 조작 혐의로 한 위원장을 기소하자, 윤석열 대통령은 그를 직권 면직시켰다.
다만 서울행정법원은 2023년 12월 한 위원장의 면직 효력을 정지했다. 절차적 위법성을 일부 인정한 것이다. 다만 대법원 확정 판결이 아직 나오지 않은 상태다.

방송 통신에 대한 국민 신뢰 낮아져
정권 교체기마다 “방송의 공정성”을 내세우며 반대 진영 위원장 퇴진을 요구했다. 여야가 모두 같은 패턴을 반복한 것이다.
그러나 방통위는 애초에 정권에 휘둘리지 않고 방송·통신 정책을 안정적으로 이끌라는 취지에서 만들어진 합의제 독립기관이다. 현실에선 임기 보장이 사실상 무력화되었고, 정권 교체 때마다 방통위원장은 정치적 희생양이 되었다.
그 결과, 방송 공정성은 강화되지 않고 오히려 정쟁의 블랙홀이 되었으며, 국민의 신뢰는 점점 낮아졌다.
국회를 통과한 방미통위법은 기존 방통위 5인 상임위원 체제에서 방미통위 7인(상임 3인, 비상임 4인) 체제로 바뀌는 내용을 담고 있다. 방미통위는 현재 과학기술정보통신부가 담당해 온 유료 방송 정책 기능도 흡수한다.
그러나 추천 인사 2명이 더 는다고 “정치적 영향력이 줄어” 방송을 국민에게 돌려드릴지는 의문이다. 국민의힘은 “여야 추천 비율이 3대2에서 4대3으로 바뀔 뿐, 정파성 문제는 아무것도 해결된 게 없다”고 비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