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22년 8월 15일 말복에 대구 북구 칠성시장에서 전국 동물보호단체들로 구성된 동물권 대국민 연대 회원들이 개 시장 폐쇄를 촉구하는 집회를 열고 있다. 대구 칠성시장은 성남 모란가축시장, 부산 구포가축시장이 폐쇄하면서 전국에서 유일하게 남은 개시장이다. 대구시에 따르면 칠성시장 일대에는 건강원 10곳과 보신탕 업소 4곳 등에서 개를 식용으로 판매했다. 사진=조선DB
식용을 목적으로 개를 사육·증식 또는 도살하는 등의 행위를 금지하는 특별법이 지난 1월 9일 드디어 국회 문턱을 넘었다.
3년간의 유예기간을 거쳐 2027년부터는 개식용이 완전 금지된다.
여야는 이날 국회에서 본회의를 열고 재석 210명, 찬성 208명, 기권 2명으로 가결했다. 특별법안은 개식용 목적으로 사육·도살·유통·판매 등을 금지하고 개식용 종식 이행계획서를 제출 혹은 이행하도록 했다. 만약 식용을 목적으로 개를 도살하면 3년 이하 징역 또는 3000만원 이하 벌금, 사육·증식·유통을 하면 2년 이하 징역 또는 2000만원 이하 벌금에 처하도록 했다.
오랫동안 한국의 개식용과 관련한 해외 비판 여론은 한국의 국격 혹은 나라 이미지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쳐왔다. 1988년 서울하계올림픽, 2002년 한·일 월드컵, 2018년 평창동계올림픽 등 굵직한 국제 행사 때마다 해외 동물보호단체들의 항의가 이어졌다.
특별법이 통과됐으나 당분간 여진은 계속될 전망이다. 육견협회가 개 1마리 당 1년 소득을 40만원으로 잡고 5년간 200만원 손실 보상을 요구하고 있다.
육견협회 관계자는 “유예기간 3년간 사육 개들을 처분해야 하는데 이미 소비가 안되는 상황에서 가격을 정상적으로 받을 수도 없다”며 “생업을 종사하던 사람들은 단순 폐업비용만 지원받을 수 있어 생계 유지가 곤란한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그렇더라도 수천 년 내려온 삼복시식(三伏時食) 보신탕이 한국인의 먹거리에서 완전 사라질 날도 머지않았다. 그동안 한국인의 보신탕 문화에 대한 인식도 많이 변했다.
조선일보 1981년 8월 8일 자 이규태 논설위원이 쓴 <일상의 뿌리를 찾는 에세이 한국학 - 더위 이긴 서민의 여름 보신>에 따르면 견육문화권(犬肉文化圈)은 아메리카 원주민을 비롯, 동북아시아, 동남아시아 그리고 필리핀, 인도네시아 등 일부 도서지방까지 확대돼 있다고 한다. 우리나라에서는 서민들의 여름 보신(補身)의 대종으로 오랜 전통을 유지하고 있다는 것이다.
언제부터 이 여름 보신의 습속이 있었는가는 기록상 확인할 수 없으나 경남 김해 패총(貝塚)에서 개 뼈가 나온 것으로 미뤄 유사(有史) 이전부터로 추정하는 학자도 있다. 다만 《증보산림경제(增補山林經濟)》나 《임원십육지(林園十六志)》 그리고 빙허각(憑虛閣) 이씨(李氏)의 《규각총서(閨閣叢書)》 등 조선왕조 후기의 저작 등에 개고기 요리법에 대한 기록이 소나 돼지, 닭 등 육류요리 기록에 비겨 그 비중이 못지않은 것으로 미뤄 여름 보신음식으로 대중화돼 있었음을 알 수가 있다.
조선일보 1940년 8월 2일 자 5면에 실린 <개는 먹어도 가죽은 먹지 말고서 가죽대로 팔라!>.
#1... 개는 먹어도 가죽은 먹지 말고서 가죽대로 팔라!
조선일보 1940년 8월 2일 자 5면에 <개는 먹어도 가죽은 먹지 말고서 가죽대로 팔라!>는 기사가 실렸다. 당시 사회상을 알 수 있는 내용이었다. 함주는 함경남도 중서부에 위치한 군이다. 함경도 풍습 중하나가 여름 개장국임을 알 수 있다.
<북도의 풍습인 여름의 개장국은 삼복(三伏) 중의 자양제라고 하여서 요즈음 함주군에서도 곳마다 개고기 추렴을 하고 있는데 ▲이 개고기를 먹을 때에는 고기도 맛나려니와 가죽조차 한데 고아서 먹는 것이 가장 좋다고 한다. ▲이에 대하여 도경찰부 측에 들어온 정보를 보면 한 해 여름에 함주군에서만 식용으로 도살 되는 개가 만두는 된다고 하는 데 ▲이에서 얻을 수 있는 개 가죽은 실로 대용피혁(代用皮革)으로서 귀한 존재가치가 있다. ▲그러므로 가죽을 활용하기 위하야 서는 개는 고기만 먹고 가죽은 그냥 벗겨 피혁으로 공출(供出)시킬 방도를 취하여야 하겠다는 것이다. ▲도 당국에서 이같은 귀한 자원을 식용보담도 피혁으로 살릴 터로 금후 개는 반드시 가죽을 벗겨낼 것을 전제로 먹게끔 할 것이다. (咸興)>
1948년 신문에 실린 서울 도심 '개장국집'들의 광고(조선일보 1948년 5월 6일자, 6월 25일자). ‘진짜 함흥식’이란 표현에서 알 수 있듯이 개장국이 처음 유래한 곳이 함경도임을 알 수 있다.
#2... 충청-호남지역서 보신탕 가장 즐겨
조선일보 1985년 7월 26일자 11면에 <충청-호남지역서 보신탕 가장 즐겨>라는 제목의 기사가 실렸다. 내용인즉 우리나라 사람의 46.4%가 보신탕을 먹어본 경험이 있으며, 지역적으로는 충청도와 전라도 사람이 가장 보신탕을 좋아하는 것이다. 크게 잡아 2명 중 1명은 보신탕을 먹었다는 얘기다.
한국갤럽조사연구소(소장 朴武益)가 만18세 이상의 전국남녀 150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한국인의 보신탕 경험률’ 조사에 따르면 남자 64·2%, 여자 28·2%가 보신탕 식용 경험이 있다고 답했다. 지역별로는 충청도사람이 56·4% 전라도 54·8%로 높은 경험률을 보였고, 경상도가 가장 낮은 38·4%였다.
이를 지난 1년간으로 국한시킬 경우 보신탕 경험률은 28·4%였다. 전라도 사람은 41.7%로 높은 기호도를 보였다고 한다.
이 조사는 보신탕 경험률을 교육과 생활수준별로 구분할 경우 별다른 차이를 보이지 않아 우리나라 사람은 학력과 부에 관계없이 보신탕을 고루 즐기고 있음을 보여주었다.
#3... ‘보신탕 못먹게 하라’
1988년 서울올림픽을 앞두고 국제동물애호협회(IFAW)가 한국 정부에 대해 ‘보신탕 못먹게 하라’는 항의 서한을 보냈다.
IFAW는 당시 국내 여론조사 기관을 통해 개식용 조사한 결과까지 제시했는데 1987년 그해 2회 이상 개고기를 먹은 인구가 600만명, 고양이 고기를 먹은 인구도 70여만명에 이른다는 것이었다.
1987년 그해 총인구가 4162만명임을 감안하면 인구 14.4%가 개고기를 먹었다고 추정할 수 있다.
서울의 한 보신탕집 앞의 개 한마리가 기지개를 펴고 있다. 얼마 후 닥칠 비극을 몰라 슬프게 다가온다. 사진=조선DB
#4... 프랑스 배우 브리지트 바르도 "보신탕 못먹게 해달라", YS에게 서한
조선일보 1993년 8월 17일자 19면에 "성인 36% 보신탕 경험"이란 기사가 실렸다. 만18세 이상 성인 남녀 중 36%가량이 지난 1년간 보신탕을 먹은 경험이 있으며,30대가 보신탕을 가장 즐긴다는 내용이었다.
극동조사연구소는 제주도를 제외한 전국의 성인 남녀 1000명을 대상으로 ‘보신탕 복용실태’를 전화 면접했다. 그 결과 남자는 절반 이상(53%)이, 여성은 20.6%가 지난 1년 사이 보신탕을 먹은 적이 있다고 밝혔다. 2명 중 1명인 먹은 셈이었다.
연령별로는 30대 46.3%, 40대 44.1%, 50대 이상 39.2%, 20대이하 24.7% 순(順)으로30~40대 중년층이 비교적 높은 비율을 보였다. 가장 비율이 높은 30~40대가 2024년 현재 60~70대 나이가 되었다.
조선일보 1995년 3월 1일 자 31면에 실린 <"보신탕 못먹게 해달라" 佛배우 바르도 김대통령에 편지> 기사다.
프랑스 배우 브리지트 바르도는 한국의 개식용 문화에 대해 여러차례 항의서한을 보낸 인물이다.
2002년 한일월드컵 개최가 확정되자 1996년 5월 4일 한국 월드컵유치위에 서한을 보내 대회기간 중 보신탕 식용을 금지토록 요청했다. 바르도는 당시 "한국이 지난 88년 올림픽동안 개고기 판매를 금지했으나 다시 개고기를 먹는 관습이 허용돼 최근 몇 년 사이 더욱 늘어났다"고 우려하기도 했다.
앞서 1995년 2월 27일에도 김영삼 대통령에게 편지를 보내기도 했다. 바르도는 "야만적인 관행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가입을 원하고 있는 한국의 대외 위상을 해치는 것"이라면서 한국 당국이 개고기의 판매를 금지시켜줄 것과 함께 이 같은 ‘슬픈 사건’을 논의하기 위한 면담을 YS에게 요청한 일도 했다.
미국 뉴욕 타임스는 1997년 1월 2일자에서 ‘한국의 보신탕 애호가가 줄고 있다’고 보도한 내용을 요약해 소개한 조선일보 1월 7일자 신문.
#5... 한국의 대외적인 이미지가 실추될 것을 두려워
미국 뉴욕 타임스는 1997년 1월 2일자에서 ‘한국의 보신탕 애호가가 줄고 있다’고 보도했다. 조선일보는 이 기사를 1월 7일자 신문에 요약, 다시 소개했다. 다음은 기사 중 일부다.
<한국은 세계 무대에서 더 중요한 위치를 차지하기 위해 노력하면서 때때로 오래된 취향과 외국의 존경에 대한 갈망 사이에 갇혀 있다. 많은 한국인들은 개를 먹는 것은 남의 일이 아니라 자신의 일이라고 주장하지만, 서양인들이 그러한 식사 습관을 무례하거나 도덕적으로 모욕적인 것으로 여길 수 있다는 것을 사람들이 알고 있기 때문에 여전히 그 관행에 대한 부끄러움의 흐름이 널리 퍼져 있다.>
NYT는 정부 관리들의 말을 인용해 "한국의 대외적인 이미지가 실추될 것을 두려워하여,또 젊은 사람들이 개를 도살용이 아닌 애완용 동물로 간주하기 때문에 개를 먹는 습성에 대해 혐오하거나 반대하고 있다"고 전했다.
중국이나 필리핀 사람들도 개고기를 먹고 특히 중국 남부지방 식당에서는보다 싱싱한 육질의 개고기를 제공하기 위해 손님이 직접 우리 속의 살아 있는개를 잡아달라고 주문할 수도 있는데, 한국에서는 중산층을 중심으로 개고기가 전국적으로 팔리고 있다고 전했다.
NYT는 또 "개고기의 판매는 불법으로서 이를 어긴 사람은 면허가 취소되지만 최근 법정에서는 한 개고기 도매업자가 개고기는 사회적으로 용인된 음식물이라는 이유로 무죄방면된 바 있다"면서도 한국 동물구호협회의 한 관계자의 발언을 추가로 담았다.
한국 동물구호협회 관계자는 "최근 젊은 사람들이 개고기를 먹지 않기 때문에 시장수요가 줄어들 것이며, 20년 안으로 개고기는 사라질 것"이라고 말했다.
동물구호협회의 보신탕 금지 예언은 20년이었다. 26년만에 특별법 통과가 이뤄졌다.
#6... 55.8%는 우리 사회가 개식용을 중단해야
2022년 발표된 농림축산식품부의 ‘개식용 관련 대국민 인식조사’에 따르면 조사 응답자 중 55.8%는 우리 사회가 개식용을 중단해야 한다고 답했고, 앞으로 개고기를 먹을 의향이 있냐는 질문에는 80.7%가 그렇지 않다고 대답한 것으로 나타났다.
2022년말 10월 한국 휴메인소사이어티 인터내셔널(HSI)이 여론조사 기관 닐슨코리아에 의뢰해 조사한 ‘한국 개소비와 인식현황’ 조사에 보면 최근 1년간 개고기를 먹은 경험이 있다고 답한 응답자 16.7%의 절반(45.2%)이 ‘개고기를 먹고 싶지 않았지만 먹었다’고 답했다. 개인의 의사보다 타인의 권유 때문에 어쩔 수 없이 개고기를 먹었다는 것이었다.
#7... 94.5%가 지난 1년 동안 개고기 안 먹어
동물복지문제연구소 어웨어는 코리아리서치인터내셔널에 의뢰해 작년 12월 12일부터 17일까지 전국 성인남녀 2000명 대상으로 실시한 ‘2023 개식용에 대한 국민인식조사’를 한 뒤 그 결과를 지난 1월 8일 발표했다.
전체 응답자의 94.5%가 지난 1년 동안 개고기를 먹은 경험이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2022년과 2023년을 단순 비교할 순 없지만 개식용에 대한 반대 여론이 1년 사이에 크게 달라졌을 것이란 추정이 가능하다. 또한 개식용에 친숙한 세대인 60~70대와 동물복지 인식이 급격히 상승한 20~40대간 세대별, 성별간 갈등이 심각한 상황이다.
분명한 점은 반려동물에 대한 국민적 인식이 빠르게 달라졌다는 사실. 개식용 금지에 대한 공감대 역시 상당 수준 형성된 만큼, 오랫동안 숙의되어 왔던 개식용 문화에 대한 제도적 결단이 필요했고 결국 지난 1월 9일 특별법 통과로 명확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