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골 꼬맹이들의 겨울 방학은 썰매(시골에서는 흔히 ‘시게토’라고 함: 스케이트의 일본어 발음)를 만드는 것으로 시작됩니다.
뒤안과 마굿간을 뒤져 썰매를 만들 철사, 각목, 널빤지 등을 찾습니다. 그런데 문제는 알맞은 각목을 찾았다 싶으면 널빤지가 없고, 널빤지를 찾으면 이를 자를 톱이 없고, 톱이 있으면 망치가 없고 하는 식이어서 썰매 하나 만드는데 몇날 며칠이 걸릴 때가 많았습니다.
저학년들은 책상다리가 가능한 널찍한 썰매를 주로 탔는데, 물론 형이나, 아버지, 삼촌이 만들어 줍니다. 고학년들은 자기가 직접 만들었는데, 두 발로 쪼그리고 앉아서 탈 수 있는 작은 썰매를 많이 탔습니다.
저학년 용 넓적한 썰매는 각목 아래 굵은 철사를 박았고, 고학년 용 좁은 썰매는 철사대신 스케이트 날처럼 생긴 칼(시장에 썰매용 칼을 특별히 팔았다)을 박았습니다. 철사를 박은 썰매는 책상다리로 앉아서 편하게 탈 수 있지만 속도가 느리고, 논의 벼 그루터기에 자주 걸려서 타는 맛이 떨어집니다.
이 썰매는 썰매의 생명과 같은 철사가 자주 벗겨지고, 금방 닳아버리기 때문에 짜증이 납니다. 반면 칼을 박은 썰매는 쪼그리고 앉아서 팔다리의 힘을 실어서 썰매를 지치기 때문에 속도가 빠르고, 웬만한 벼 그루터기 정도는 우습게 치고 나가는 장점이 있습니다. 그러나 이 썰매는 급회전이나 급정지 시 칼이 쉽게 휘어지기 단점이 있습니다.
생각해보면 무슨 놀이가 그렇게 많았는지 셀 수조차 없을 정도입니다.
땅에 오징어, 네모, 세모, 동그라미, 땅콩, 가위 같이 생긴 오만가지의 금(線)을 그어 놓고 상대를 넘어뜨리거나 건드려서 죽이는 일명 '가이로 놀이'(표준말이 없어서 이 용어를 씀. 가이생, 가이상 등 지방에 따라 명칭이 다양함)는 대표적인 남자 아이들 놀이입니다.
이 가운데 전국적으로 퍼졌던 놀이가 땅에 오징어 모양을 그려놓고 하는 '오징어 놀이'일 것입니다. 이는 기본적으로 몸싸움을 해서 상대편을 전부 쓰러뜨리거나, 상대편 진영의 특정 부분을 발로 밟아 정복해야 이기는 놀이입니다. 오징어 그림 모양 안의 상대편 진영으로 쳐들어 갈 때는 깨금발(깽발)을 든다는 규칙이 있기도 합니다.
이 오징어 놀이는 제가 초등학교 고학년 다닐 때 우리가 살던 시골 산골에 보급되기 시작했습니다. 나름대로는 상당히 진화된 형태였습니다. 물론 '오징어 놀이' 외에도 다양한 형태의 ‘가이로 놀이’가 10여 종류 정도 있었습니다.
이런 몸싸움 놀이를 할 때 꼬맹이 여러 명이 힘센 동네 형 한명에게 찰거머리처럼 달려들어 넘어뜨리면 무척 기분이 좋습니다. 땅에 금을 긋고 하는 놀이의 대부분은 금을 밟거나 넘는 사람은 죽게 규칙을 만들어 놓았습니다. 때문에 금을 밟았냐 아니냐 하는 것은 싸우지 않고 상대를 죽일 수 있는 매우 중요한 문제입니다. 금 밟은 것 때문에 싸움이 붙으면 심판이 없으니 목소리 큰 쪽이 이기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래도 결판이 나지 않으면 ‘가위 바위 보’로 승패를 결정하곤 했습니다.
초등학교와 중학교 때는 이렇게 몸싸움을 하는 놀이를 많이 했고, 고등학교 다닐 때는 몸싸움 보다, 상대편을 건드려서 죽이는 형태의 '가이로 놀이'를 더 많이 한 것 같습니다.
말타기는 백발백중 싸움으로 번지는 놀이라고 보면 됩니다. 말을 타는 친구들이 손으로 상대편의 등을 내려치는 것은 기본이고, 무릎이나 발뒤꿈치로도 치기 때문에 말이 되는 팀은 거의 죽을 각오를 해야 합니다.
한번은 상대편 친구 한 명이 말을 타려고 높이 뛰어 올랐는데, 순간 말이 된 친구 하나가 땅에 납작 엎드려 버렸습니다. 그 바람에 말을 타려던 친구는 그대로 맨땅에 얼굴이 쳐 박혔고, 앞니 하나가 절반정도 부러졌습니다. 이런 과격함 때문에 말타기는 아무리 곱게 시작해도 곧장 감정싸움으로 번지곤 합니다.
지금은 거의 사라졌지만 제가 초등학교 다닐 때 술래(다른 말로 불렀지만 여기서는 편의상 ‘술래’라고 표현 함)가 된 친구의 등을 타 넘는 놀이를 많이 했습니다.
이 놀이는 처음에는 술래가 앉은 자세인 낮은 위치부터 시작합니다. 그 다음 단계는 술래가 발목을 짚고 엎드리면 아이들이 뛰어 넘습니다. 그 다음 무릎, 허벅지, 허리 순으로 술래의 허리 높이가 점점 올라 갑니다. 술래가 이렇게 엎드리고 있으면 나머지 아이들이 열을 지어 술래의 등을 뛰어 넘습니다. 나중에 가면 술래는 거의 선 자세로 목만 숙이고 있는데 이 높이도 너끈하게 넘었던 기억이 납니다.
이 놀이의 특징은 술래 등을 타 넘는 사람 중에 ‘先’(제일 앞에 선 사람)이 된 사람의 역할이 중요하다는 겁니다. 先을 잡은 친구가 술래의 등을 타 넘는 방식에 따라 나머지 아이들도 동일하게 넘어야 합니다. 先이 된 친구가 박수를 한번 치고 넘으면 나머지 아이들도 그렇게 넘는 것입니다. 先을 잡은 친구는 등을 타넘는 방식을 결정하면서 동시에 적당한 이름을 지어서 선창을 하면서 넘어야 합니다. 그러면 나머지 아이들도 先과 똑같이 외치면서 같은 방식으로 술래의 등을 줄줄이 뛰어 넘습니다.
그런데 先이 된 녀석이 술래를 괴롭힐 목적으로 '손 가시'를 만들어 등을 타 넘는 경우가 있습니다.
先이 "연달아 가시 떡"하면서 '가시 손'을 하고 술래의 등을 타 넘으면, 대기하고 있던 나머지 친구들은 기다렸다는 듯이 깔깔거리면서 모두 손가락을 고양이 발톱 마냥 곧추 세우고는 "연달아 가시 떡"하며 줄줄이 술래의 등을 할퀴면서 뛰어 넘습니다. 한번 당해보면 끔찍합니다.
숨바꼭질은 온 동네를 휘젓고 다니는 놀이입니다.
숨바꼭질은 술래가 숨어 있는 사람을 찾는 순간 들킨 사람보다 먼저 ‘집’(주로 기둥이나, 나무, 깡통, 큰 돌덩이, 바닥의 그림 등으로 홈을 삼는다)으로 달려와서 상대편의 이름을 부르면서 집을 짚거나 밟으면 상대편이 죽는 놀이입니다. 반대로 들킨 사람은 술래보다 먼저 달려와서 홈을 짚으면 살 수 있습니다. 집에서 멀리 떨어져 있을 때는 들킨 녀석을 끝까지 쫒아가서 손으로 건드려서 죽게 하는 방법도 있습니다.
깡통차기는 숨바꼭질의 변형된 형태입니다. 술래가 집을 비운 사이 다른 친구들이 깡통을 차면 먼저 죽었던 사람이 다 살아나기 때문에 재수없으면 하루 종일 술래를 하는 수도 있습니다. 한번 쫒고 쫒기는 경기가 펼쳐지면 몇 십분동안 이어지는 경우가 많습니다. 어쨌든 깡통차기에서 술래에 한번 걸리면 '이제는 죽었구나' 생각해야 합니다. 술바꼭질이 파장 분위기에 접어들면 어떤 친구는 아예 아무말도 없이 집으로 슬며시 가 버려서 술래와 나머지 아이들을 골려주기도 합니다.
겨울에 남자 아이들의 경우 칼싸움 놀이도 많이 했었습니다. 벙어리 장갑에 외투 입고, 빵모자(털모자) 쓰고, 양말 두겹 신고, 통통한 싸리 작대기 하나씩 잡고 산에서 들에서 칼싸움을 합니다. 칼 길이를 똑 같이 잰 다음 편을 짜거나 일대일로 겨루는데 몸통이 칼에 닿으면 죽는 것이고, 손이나 다리 등에 칼을 맞으면 중상으로 취급합니다.
칼을 쥔 손을 보호하는 장치가 없기 때문에 손을 세차게 맞아 퉁퉁 부은 적이 한 두 번이 아닙니다. 칼싸움은 지금 생각해보면 눈을 찌를 수도 있는 참으로 위험한 놀이였는데, 왜 그렇게 죽자 사자 했는지 모르겠습니다.
이렇게 정신없이 놀다가 어둑해져서 서로의 얼굴이 안보일 정도가 되면 집으로 돌아갑니다.
후기: ------------------------------------------------------------
사실 위에 언급한 놀이는 썰매타기 외에는 특별히 겨울철의 놀이라고 할 수는 없습니다.
겨울철의 놀이로 망까기(망까이)가 있는데, 마당에 5m 정도 떨어진 작은 구멍 두개를 파고, 동전이나, 깨진 기왓장, 구슬 등을 한쪽 구멍에서 다른 쪽 구멍으로 던져 구멍과 가까운 곳에 던진 사람이 이기는 놀이입니다. 구슬 따먹기가 아닐 경우 주로 이긴 사람이 진 사람 꿀밤주기를 많이 했습니다.
여자들은 오자미, 고무줄 놀이를 많이 했는데, 누나들과 동네 여자 아이들이 고무줄 놀이하는 거 보면 매번 신기했던 기억이 납니다. 누나들은 어깨까지 높은 고무줄을 고무신을 신고 거기에 동생까지 업고도 팔짝팔짝 잘도 넘었습니다. 고무줄 놀이 도중에 포대기가 풀려 젖먹이 동생 누나 등어리에서 여러 번 떨어졌습니다.
널리 퍼진 놀이 중에 '옥자'라고 하는 놀이가 있었습니다. 땅에 큰 사각형을 그리고, 그 안에 작은 방이 여러개 있는데, 옥자라고 부르는 기왓장이나 납작한 돌을 차면서 사각형을 한바퀴 도는 놀이로, 주로 여자 아이들이 많이 했습니다. 지방에 따라서는 '사방치기'라고도 하더군요.
공기놀이는 돌맹이 5개로 하는 '다섯공기'가 있고, 많은 돌맹이를 바닥에 흩어 놓고 노는 일반공기가 있습니다. 다섯공기는 여러 단계가 있는데 각 단계마다 손기술을 다양하게 선 보여야 합니다. 다섯공기 놀이의 가장 큰 특 징은 매 단계를 마칠 때마다 손등에 올려놓은 돌을 하늘에 던졌다가 시간차를 두고 손바닥으로 받아내는 일명 '꺽기' 기술에 성공해야 다음단계로 넘어 갈 수 있다는 것입니다.
일반공기는 바닥에 흩어진 많은 공기돌을 먼저 집어내는 놀이인데, 이 역시 여러 단계가 있어 갈 수록 어려워 집니다. 우리나라 사람들의 손기술이 좋은 것은 젓가락질과 공기놀이 덕분인 것 같습니다.
'우리집에 왜 왔니'는 주로 여자 아이들이 놀던 놀이였습니다. 여러 명이 팔짱을 끼고 노래를 하면서 한팀이 전진하면 한 팀은 뒤로 물러서고, 다시 물러섰던 팀이 전진한 후 '가위 바위 보'를 해서 서 이긴 팀이 상대편을 한명씩 뺏어오는 놀이입니다.
이때 부르는 노래는 다음과 같습니다.
"우리집에 왜 왔니 왜 왔니 왜 왔니"
"꽃 찾으로 왔단다 왔단다 왔단다"
"무슨 꽃을 찾으로 왔느냐 왔느냐"(무슨 꽃을 찾겠니 찾겠니 찾겠니)
"(사람 하나를 지목하며) 영순이 꽃을 찾으러 왔단다 왔단다"
딱지치기는 남자아이들의 놀이였는데, 한번 불붙으면 한 밤낮없이 온 동네가 딱지 치는 소리로 요란했던 기억이 납니다. 달밤에도 딱지치기를 합니다. 잃으면 정말 잠이 오지 않을 정도로 억울합니다. 딱지에 따라서 잘 안넘어가고, 상대편 딱지는 잘 넘기는 '보배딱지'가 있기 마련인데, 특히 이 보배딱지를 잃으면 화가 많이 납니다.
겨울철의 대표적인 놀이로는 역시 ‘자치기’를 들 수 있습니다. 이곳 기자수첩 12번 글에 자치기 놀이 방법에 관한 자세한 글을 올려놓았습니다.
뒤안과 마굿간을 뒤져 썰매를 만들 철사, 각목, 널빤지 등을 찾습니다. 그런데 문제는 알맞은 각목을 찾았다 싶으면 널빤지가 없고, 널빤지를 찾으면 이를 자를 톱이 없고, 톱이 있으면 망치가 없고 하는 식이어서 썰매 하나 만드는데 몇날 며칠이 걸릴 때가 많았습니다.
저학년들은 책상다리가 가능한 널찍한 썰매를 주로 탔는데, 물론 형이나, 아버지, 삼촌이 만들어 줍니다. 고학년들은 자기가 직접 만들었는데, 두 발로 쪼그리고 앉아서 탈 수 있는 작은 썰매를 많이 탔습니다.
저학년 용 넓적한 썰매는 각목 아래 굵은 철사를 박았고, 고학년 용 좁은 썰매는 철사대신 스케이트 날처럼 생긴 칼(시장에 썰매용 칼을 특별히 팔았다)을 박았습니다. 철사를 박은 썰매는 책상다리로 앉아서 편하게 탈 수 있지만 속도가 느리고, 논의 벼 그루터기에 자주 걸려서 타는 맛이 떨어집니다.
이 썰매는 썰매의 생명과 같은 철사가 자주 벗겨지고, 금방 닳아버리기 때문에 짜증이 납니다. 반면 칼을 박은 썰매는 쪼그리고 앉아서 팔다리의 힘을 실어서 썰매를 지치기 때문에 속도가 빠르고, 웬만한 벼 그루터기 정도는 우습게 치고 나가는 장점이 있습니다. 그러나 이 썰매는 급회전이나 급정지 시 칼이 쉽게 휘어지기 단점이 있습니다.
생각해보면 무슨 놀이가 그렇게 많았는지 셀 수조차 없을 정도입니다.
땅에 오징어, 네모, 세모, 동그라미, 땅콩, 가위 같이 생긴 오만가지의 금(線)을 그어 놓고 상대를 넘어뜨리거나 건드려서 죽이는 일명 '가이로 놀이'(표준말이 없어서 이 용어를 씀. 가이생, 가이상 등 지방에 따라 명칭이 다양함)는 대표적인 남자 아이들 놀이입니다.
이 가운데 전국적으로 퍼졌던 놀이가 땅에 오징어 모양을 그려놓고 하는 '오징어 놀이'일 것입니다. 이는 기본적으로 몸싸움을 해서 상대편을 전부 쓰러뜨리거나, 상대편 진영의 특정 부분을 발로 밟아 정복해야 이기는 놀이입니다. 오징어 그림 모양 안의 상대편 진영으로 쳐들어 갈 때는 깨금발(깽발)을 든다는 규칙이 있기도 합니다.
이 오징어 놀이는 제가 초등학교 고학년 다닐 때 우리가 살던 시골 산골에 보급되기 시작했습니다. 나름대로는 상당히 진화된 형태였습니다. 물론 '오징어 놀이' 외에도 다양한 형태의 ‘가이로 놀이’가 10여 종류 정도 있었습니다.
이런 몸싸움 놀이를 할 때 꼬맹이 여러 명이 힘센 동네 형 한명에게 찰거머리처럼 달려들어 넘어뜨리면 무척 기분이 좋습니다. 땅에 금을 긋고 하는 놀이의 대부분은 금을 밟거나 넘는 사람은 죽게 규칙을 만들어 놓았습니다. 때문에 금을 밟았냐 아니냐 하는 것은 싸우지 않고 상대를 죽일 수 있는 매우 중요한 문제입니다. 금 밟은 것 때문에 싸움이 붙으면 심판이 없으니 목소리 큰 쪽이 이기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래도 결판이 나지 않으면 ‘가위 바위 보’로 승패를 결정하곤 했습니다.
초등학교와 중학교 때는 이렇게 몸싸움을 하는 놀이를 많이 했고, 고등학교 다닐 때는 몸싸움 보다, 상대편을 건드려서 죽이는 형태의 '가이로 놀이'를 더 많이 한 것 같습니다.
말타기는 백발백중 싸움으로 번지는 놀이라고 보면 됩니다. 말을 타는 친구들이 손으로 상대편의 등을 내려치는 것은 기본이고, 무릎이나 발뒤꿈치로도 치기 때문에 말이 되는 팀은 거의 죽을 각오를 해야 합니다.
한번은 상대편 친구 한 명이 말을 타려고 높이 뛰어 올랐는데, 순간 말이 된 친구 하나가 땅에 납작 엎드려 버렸습니다. 그 바람에 말을 타려던 친구는 그대로 맨땅에 얼굴이 쳐 박혔고, 앞니 하나가 절반정도 부러졌습니다. 이런 과격함 때문에 말타기는 아무리 곱게 시작해도 곧장 감정싸움으로 번지곤 합니다.
지금은 거의 사라졌지만 제가 초등학교 다닐 때 술래(다른 말로 불렀지만 여기서는 편의상 ‘술래’라고 표현 함)가 된 친구의 등을 타 넘는 놀이를 많이 했습니다.
이 놀이는 처음에는 술래가 앉은 자세인 낮은 위치부터 시작합니다. 그 다음 단계는 술래가 발목을 짚고 엎드리면 아이들이 뛰어 넘습니다. 그 다음 무릎, 허벅지, 허리 순으로 술래의 허리 높이가 점점 올라 갑니다. 술래가 이렇게 엎드리고 있으면 나머지 아이들이 열을 지어 술래의 등을 뛰어 넘습니다. 나중에 가면 술래는 거의 선 자세로 목만 숙이고 있는데 이 높이도 너끈하게 넘었던 기억이 납니다.
이 놀이의 특징은 술래 등을 타 넘는 사람 중에 ‘先’(제일 앞에 선 사람)이 된 사람의 역할이 중요하다는 겁니다. 先을 잡은 친구가 술래의 등을 타 넘는 방식에 따라 나머지 아이들도 동일하게 넘어야 합니다. 先이 된 친구가 박수를 한번 치고 넘으면 나머지 아이들도 그렇게 넘는 것입니다. 先을 잡은 친구는 등을 타넘는 방식을 결정하면서 동시에 적당한 이름을 지어서 선창을 하면서 넘어야 합니다. 그러면 나머지 아이들도 先과 똑같이 외치면서 같은 방식으로 술래의 등을 줄줄이 뛰어 넘습니다.
그런데 先이 된 녀석이 술래를 괴롭힐 목적으로 '손 가시'를 만들어 등을 타 넘는 경우가 있습니다.
先이 "연달아 가시 떡"하면서 '가시 손'을 하고 술래의 등을 타 넘으면, 대기하고 있던 나머지 친구들은 기다렸다는 듯이 깔깔거리면서 모두 손가락을 고양이 발톱 마냥 곧추 세우고는 "연달아 가시 떡"하며 줄줄이 술래의 등을 할퀴면서 뛰어 넘습니다. 한번 당해보면 끔찍합니다.
숨바꼭질은 온 동네를 휘젓고 다니는 놀이입니다.
숨바꼭질은 술래가 숨어 있는 사람을 찾는 순간 들킨 사람보다 먼저 ‘집’(주로 기둥이나, 나무, 깡통, 큰 돌덩이, 바닥의 그림 등으로 홈을 삼는다)으로 달려와서 상대편의 이름을 부르면서 집을 짚거나 밟으면 상대편이 죽는 놀이입니다. 반대로 들킨 사람은 술래보다 먼저 달려와서 홈을 짚으면 살 수 있습니다. 집에서 멀리 떨어져 있을 때는 들킨 녀석을 끝까지 쫒아가서 손으로 건드려서 죽게 하는 방법도 있습니다.
깡통차기는 숨바꼭질의 변형된 형태입니다. 술래가 집을 비운 사이 다른 친구들이 깡통을 차면 먼저 죽었던 사람이 다 살아나기 때문에 재수없으면 하루 종일 술래를 하는 수도 있습니다. 한번 쫒고 쫒기는 경기가 펼쳐지면 몇 십분동안 이어지는 경우가 많습니다. 어쨌든 깡통차기에서 술래에 한번 걸리면 '이제는 죽었구나' 생각해야 합니다. 술바꼭질이 파장 분위기에 접어들면 어떤 친구는 아예 아무말도 없이 집으로 슬며시 가 버려서 술래와 나머지 아이들을 골려주기도 합니다.
겨울에 남자 아이들의 경우 칼싸움 놀이도 많이 했었습니다. 벙어리 장갑에 외투 입고, 빵모자(털모자) 쓰고, 양말 두겹 신고, 통통한 싸리 작대기 하나씩 잡고 산에서 들에서 칼싸움을 합니다. 칼 길이를 똑 같이 잰 다음 편을 짜거나 일대일로 겨루는데 몸통이 칼에 닿으면 죽는 것이고, 손이나 다리 등에 칼을 맞으면 중상으로 취급합니다.
칼을 쥔 손을 보호하는 장치가 없기 때문에 손을 세차게 맞아 퉁퉁 부은 적이 한 두 번이 아닙니다. 칼싸움은 지금 생각해보면 눈을 찌를 수도 있는 참으로 위험한 놀이였는데, 왜 그렇게 죽자 사자 했는지 모르겠습니다.
이렇게 정신없이 놀다가 어둑해져서 서로의 얼굴이 안보일 정도가 되면 집으로 돌아갑니다.
후기: ------------------------------------------------------------
사실 위에 언급한 놀이는 썰매타기 외에는 특별히 겨울철의 놀이라고 할 수는 없습니다.
겨울철의 놀이로 망까기(망까이)가 있는데, 마당에 5m 정도 떨어진 작은 구멍 두개를 파고, 동전이나, 깨진 기왓장, 구슬 등을 한쪽 구멍에서 다른 쪽 구멍으로 던져 구멍과 가까운 곳에 던진 사람이 이기는 놀이입니다. 구슬 따먹기가 아닐 경우 주로 이긴 사람이 진 사람 꿀밤주기를 많이 했습니다.
여자들은 오자미, 고무줄 놀이를 많이 했는데, 누나들과 동네 여자 아이들이 고무줄 놀이하는 거 보면 매번 신기했던 기억이 납니다. 누나들은 어깨까지 높은 고무줄을 고무신을 신고 거기에 동생까지 업고도 팔짝팔짝 잘도 넘었습니다. 고무줄 놀이 도중에 포대기가 풀려 젖먹이 동생 누나 등어리에서 여러 번 떨어졌습니다.
널리 퍼진 놀이 중에 '옥자'라고 하는 놀이가 있었습니다. 땅에 큰 사각형을 그리고, 그 안에 작은 방이 여러개 있는데, 옥자라고 부르는 기왓장이나 납작한 돌을 차면서 사각형을 한바퀴 도는 놀이로, 주로 여자 아이들이 많이 했습니다. 지방에 따라서는 '사방치기'라고도 하더군요.
공기놀이는 돌맹이 5개로 하는 '다섯공기'가 있고, 많은 돌맹이를 바닥에 흩어 놓고 노는 일반공기가 있습니다. 다섯공기는 여러 단계가 있는데 각 단계마다 손기술을 다양하게 선 보여야 합니다. 다섯공기 놀이의 가장 큰 특 징은 매 단계를 마칠 때마다 손등에 올려놓은 돌을 하늘에 던졌다가 시간차를 두고 손바닥으로 받아내는 일명 '꺽기' 기술에 성공해야 다음단계로 넘어 갈 수 있다는 것입니다.
일반공기는 바닥에 흩어진 많은 공기돌을 먼저 집어내는 놀이인데, 이 역시 여러 단계가 있어 갈 수록 어려워 집니다. 우리나라 사람들의 손기술이 좋은 것은 젓가락질과 공기놀이 덕분인 것 같습니다.
'우리집에 왜 왔니'는 주로 여자 아이들이 놀던 놀이였습니다. 여러 명이 팔짱을 끼고 노래를 하면서 한팀이 전진하면 한 팀은 뒤로 물러서고, 다시 물러섰던 팀이 전진한 후 '가위 바위 보'를 해서 서 이긴 팀이 상대편을 한명씩 뺏어오는 놀이입니다.
이때 부르는 노래는 다음과 같습니다.
"우리집에 왜 왔니 왜 왔니 왜 왔니"
"꽃 찾으로 왔단다 왔단다 왔단다"
"무슨 꽃을 찾으로 왔느냐 왔느냐"(무슨 꽃을 찾겠니 찾겠니 찾겠니)
"(사람 하나를 지목하며) 영순이 꽃을 찾으러 왔단다 왔단다"
딱지치기는 남자아이들의 놀이였는데, 한번 불붙으면 한 밤낮없이 온 동네가 딱지 치는 소리로 요란했던 기억이 납니다. 달밤에도 딱지치기를 합니다. 잃으면 정말 잠이 오지 않을 정도로 억울합니다. 딱지에 따라서 잘 안넘어가고, 상대편 딱지는 잘 넘기는 '보배딱지'가 있기 마련인데, 특히 이 보배딱지를 잃으면 화가 많이 납니다.
겨울철의 대표적인 놀이로는 역시 ‘자치기’를 들 수 있습니다. 이곳 기자수첩 12번 글에 자치기 놀이 방법에 관한 자세한 글을 올려놓았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