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동편제 판소리의 마지막 거목. 국가무형문화재 제5호 판소리 흥보가 예능보유자였던 고(故) 박송희 명창(1927~2017)이 세상을 떠난 지 9년이 됐다. 스승의 날을 일주일 앞둔 5월 9일(토) 오후 3시, 그의 소리를 이어받은 제자들이 서울 광무대(전통공연창작마루)에 모인다. 〈2026 박송희 선생님과의 동행〉이다. 채수정소리단이 여는 무대다.
박록주에서 박송희로, 박송희에서 채수정으로
박송희는 동편제 판소리의 상징적 계보를 몸으로 증명한 명창이다. 전남 화순에서 태어나 10세 무렵부터 단가를 배우기 시작했고, 스물을 갓 넘겨 당대 최고의 소리꾼들을 모두 스승으로 모셨다. 김소희 명창에게서 춘향가와 심청가를, 박봉술 명창에게서 적벽가와 수궁가를, 정권진 명창에게서 심청가를 배웠다. 흥보가는 동편제 판소리의 거목 박록주 명창을 사사했다. 판소리 다섯 바탕을 당대 예능보유자들 손에서 직접 배운 드문 경력이었다.
2002년 국가무형문화재 제5호 판소리 흥보가 예능보유자로 지정된 이후 그는 후진 양성에 생의 마지막을 쏟았다. 별세 전까지 현역 최고령 판소리꾼으로 무대를 멈추지 않았고, 스승 박록주가 생을 마감하기 전날 남긴 글에 소리를 얹어 만든 단가 〈인생백년〉을 직접 불렀다. 그가 완성해 전승한 〈숙영낭자전〉은 단절 위기의 소리를 살려낸 사례로 지금도 회자된다. 2017년 2월 19일 향년 90세로 별세했다.
그 소리를 가장 충실하게 이어받은 이가 이번 공연을 기획한 채수정이다. 박록주-박송희-채수정으로 이어지는 3대 계보를 지닌 채수정은 국가무형문화재 판소리 흥보가 이수자이자 한국예술종합학교 교수로, 2022년에는 세계판소리협회를 만들어 판소리의 세계화에도 앞장서고 있다.
공연장 이름도 예사롭지 않다. 무대가 서는 광무대(光武臺)는 이름 자체가 한국 근대 공연사의 한 장이다. 1908년 박승필이 인수해 판소리와 창극을 보호한다는 취지로 운영을 시작한 광무대는 개화기 최초의 상설 공연장 중 하나였다. 백 년도 더 된 그 이름을 현재의 전통공연창작마루가 계승하고 있는 공간에서, 동편제의 맥을 잇는 제자들이 스승을 기억하는 공연을 여는 것은 우연이 아니다.
흥보가, 적벽가, 가야금산조…9개 프로그램
공연은 프롤로그로 박송희 선생의 영상을 보여주는 것으로 시작한다. 이어 이성원·정용호·손희성·양숙정·유경희·한정운·정택중·서상종·김태근의 합창으로 단가 〈사철가〉가 객석을 데운다.
판소리 대목은 총 다섯 꼭지다. 양은희의 흥보가 중 두손합장~홍보 매 맞는 대목, 박성우의 제비노정기, 함수연의 박타령이 흥보가 계열을 이루고, 민혜성은 적벽가 중 군사설움을, 채수정은 적벽가 중 군사점고를 부른다. 둘 다 전쟁에 동원된 군사들의 설움과 허망함을 그린 대목으로, 채수정의 고수는 지명인이 맡는다. 흥보가 중 놀보 박타는 대목은 채수정·양은희·민혜성·함수연·박성우가 함께 부르는 합동 무대로 꾸려진다.
기악에서는 이하정의 최옥삼류 가야금산조가 눈길을 끈다. 최옥삼이 완성한 가락을 제자 함동정원이 그대로 이어 전한 이 산조는 정교한 바디와 깊은 안정감으로 전통 산조의 정수로 꼽힌다. 장단은 김태현.
마무리는 나경희·윤상미·심윤아·전하영·고혜수·지명인·장애림·이치현·김다희·신윤주의 신민요 인곡(금강산타령·신사철가)이다. 계절의 생동감이 넘치는 5월 무대와 자연스럽게 어우러지는 선곡이다.
박송희 명창이 세상을 떠난 뒤에도 그의 소리는 제자들의 목청을 통해 해마다 다시 살아난다. 스승의 날 바로 전 주말, 광무대에서 만나보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