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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노트] 수능 ‘심화수학’ 제외 결론… 이젠 잠든 ‘수포자’ 학생을 깨울 차례

수학교육의 수월성 교육 포기하고 평등 교육 택한 셈

김태완  월간조선 기자 kimchi@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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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은 외국 수학문제들이다. 교육부는 작년 12월 27일 심화수학을 수능 선택과목에 포함하지 않기로 결정했다.

우리나라에서는 수학 성적이 수능을, 대학을 결정한다. 아니 대학 진학 이후의 인생 전체를 좌우할 만큼 수능 방향성이 수학교육에 절대적인 영향력을 미친다.


작년 12월 27일 교육부가 ‘2028 대입 제도 개편 확정안’을 발표했다. 몇 해 전부터 심화수학’을 수능의 선택과목에 포함할 지 여부에 관심이 쏠렸다. 선행학습으로 무장한 일부 학생과 학부모는 심화수학이 수능 선택과목에 포함되길 바랐을 것이다.


무엇보다 수학을 포기한 사람을 지칭하는 유행어가 생기면서 우리의 수학교육을 걱정스러운 눈으로 바라보는 분들이 많아졌다. 정말 많아졌다.


수학교육은 크게 공통과목(대수, 확률과 통계, 미적분)과 심화수학(기하, 미적분)로 나눈다.


일각에서는 미적분, 기하 같은 심화수학 과목들을 배우지 않고 대학에 진학할 경우 기초과학과 첨단기술 관련 전공수업을 따라가기 어려울 것으로 우려한다. 물리학과는 물론 공대 수업 대부분이 심화수학이다. 틀린 말이 아니다


미국의 경우 여러 번의 시험 기회, 평이한 자격고사 수준의 SAT와 상위권 대학에서 별도로 요구하는 난이도가 높은 SAT II(SAT Subject Test)와 같은 분리된 시험 등 다양한 방식과 기회를 학생들에게 제공하고 있다. (조민식 한국교원대 수학교육과)


반면 수능이 아니라 생활기록부의 심화수학 이수사항으로 충분히 학생의 수학능력을 파악할 수 있다는 견해도 만만치 않다. 고교의 수학교과 진로 선택과목에는 기하, 미적분(II), 경제수학, 인공지능 수학 등이 있다.

 

고심 끝에 교육부는 ‘2028학년도 대학입시제도 개편안을 발표하며 심화수학을 수능에서 제외하는 것으로 결론내렸다. 비약해서 말하자면 수학교육의 수월성 교육 대신 평등 교육을 택한 셈이다. 이런 결론을 내리기까지 많은 고뇌가 있었으리라. 심화수학 논란은 이번에 갑자기 불거진 게 아니다. 토론에 토론을 거듭해온 사안이다.


어떻게 생각하면 교육부 결정을 가장 많이 반긴 것은 전국의 수많은 수학교사가 아닐까.

 

학교 현장에서 교사들이 체험하는 수학교육의 파행과 학생의 양극화 정도는 상상 이상으로 심각하다. 기존 수능시험 체제 안에서 수학에 흥미를 잃은, 잠든 학생을 깨울 수 없다는 사실을 교사들은 이미 잘 알고, 잘 이해하고 있다.


이제는 이 잠든 학생들을 수학교사가 깨울 수 있게 되었다. 깨울 수 있는 용기와 양심이 필요하다.


한편, 교육당국의 고심도 작용했다는 지적이다. 심화수학이 수능에 포함되면 어떤 일이 벌어질까. 고2, 3 과정에서 고교학점제가 지향하는 다양한 과목 개설에 어려움을 줄 수 있다.

 

기하나 미적분가 수능에 들어간다면 고교에는 고2 1학기에서 고3 3학기 동안 수학 과목만 대수, 미적분, 확률과 통계, 기하, 미적분5개 과목을 개설해야 한다. 

3학기 5과목 개설 상황에서 인공지능 수학이나 경제수학 같은 진로 선택 과목 개설이 추가로 이뤄지기 어렵다는 지적이 많았다.

 

심화수학 수능 도입은 학생에게 가중되는 수학교육에 대한 학습 부담도 문제지만 수학교과 외 다른 과목의 개설을 어렵게 하는 현실적 문제가 컸다. 또 고등 심화수학을 가르칠 교사의 질적 수준이 전국 모든 학교마다 균등하다고 볼 수 없다. 부득이 학생들은 사교육에 기대게 된다.

 

이주호 부총리는 교육부도 심화수학 제외가 바람직하다는 생각이었다그동안 수학에서 너무 어려운 문제를 내 아이들이 수학에 흥미를 잃거나 스트레스를 받았다. 수능에서 기본적인 내용을 평가하고, 심화 과목은 학교에서 고교학점제를 통해 학습하는 것이 바람직할 것이라고 말했다.

 

전국시도교육감협의회에 작년 11142028 대학입시제도 개편 시안개선 요구 사항 중의 하나로 "선택과목 심화수학신설은 수험생의 학습 부담 가중 및 사교육 증가 등 각계의 우려가 높은 만큼 신중한 접근 및 검토가 필요하다"고 요구했었다.

 

학생들을 수포자로 인도하는 지름길이 뭘까. 교과서와 시험(수능) 사이의 괴리 때문이다. 사실 수능은 교육과정에 없는 문제임이 분명하다. 수능이 학생의 수학(修學) 능력을 확인하겠다며 학교 교육과정을 어겨온 것이다.

 

수포자 학생을 더는 방치할 순 없다. 학교 현장은 학교 밖 잔소리꾼들이 생각하는 것보다 더 현실이 참혹하다.

 

말하지 않았지만 고1 과목인 공통수학 평가만으로도 충분하다는 사실을 교사나 학생, 교육 관료들은 잘 알고 있다. 공통수학을 잘 하는 학생은 심화수학을 잘할 가능성이 매우 높다. 1 과목에서 높은 점수를 받은 학생이 심화수학을 배운 학생보다 수학적인 능력이 뛰어나지 않을 것이라고 말할 수 없다. 서울 모고교 수학교사는 "수능에서 심화수학을 선택과목에서 제외한 것만으로 학교별 편차를 극복할 수 있다"고 털어놓았다.

 

문제는 지금부터다. 수능 시험의 범주에 들어가지 않은 과목을 학생들이 열심히 공부할까. 이미 경험으로 불가능하다는 사실을 알고 있다. 평가가 없는 공부를 학생들이 열심히 하기는 어렵다.

 

대학 측은 논술이나 심층면접으로 심화수학이나 물리공부 정도를 확인하겠다고 나설 수도 있다. 그렇게 되면 학생들은 수능과 상관없이 별도의 공부를 더 해야 한다. 사교육에 의존할 수밖에 없다.

 

따라서 고교 심화수학 수업과 평가 방식의 혁신이 필요하다. 수능에 포함되지 않은 과목은 학생들이 외면할 것이라는 불신을 막기 위해 교육 당국의 정책마련이 필요하다. 그렇지 않을 경우 수학교육 불신을 해소하기 위해 또다시 수능이란 평가의 잣대를 들이밀 수 있기 때문이다.

입력 : 2024.01.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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