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오륙십 명이 둘러싸고 모욕, 폭행… 마녀사냥
⊙ 연평도 포격 다음날, 학교 방송에 북한노래 튼 학교도 있어
⊙ “선생님들끼리 북한에 갔는데 거기에 남한 욕은 없더라”
⊙ 연평도 포격 다음날, 학교 방송에 북한노래 튼 학교도 있어
⊙ “선생님들끼리 북한에 갔는데 거기에 남한 욕은 없더라”
- 2006년 7월 부천의 한 고등학교 앞에서 학부모들이 ‘편향 교육 하는 전교조 교사 퇴출하라’며 시위를 하고 있다.
성남 Y중학교에 다니는 3학년 A군은 공익신고자, 흔히 말하는 ‘내부고발자’가 될 생각은 없었다. 그런 말이 있는지 알지도 못했다. 그저 선생님이 수업과 관계없는 정치적인 발언을 거듭하는 것에 이의를 제기하고 싶었다. 다른 학교의 학생들이 수업을 녹음해 올리는 것을 보고 용기를 냈다. 국어 수업 시간. 선생님은 여느 때처럼 ‘미국이 무기를 팔려고 전쟁을 일으킨다’, ‘미국의 다국적회사가 석유를 일방적으로 가져간다’는 말을 했다. A군은 수업을 녹음했다. 인터넷에 올렸다. 주요 언론에 보도됐다. 여기까지가 우리가 아는 내용이다.
편향수업 고발 이후 이어지는 집단폭력
지난 11월 11일 금요일 Y중학교 교실, 6교시 수업이 끝난 직후 오륙십 명의 학생들이 한 학생을 에워쌌다. 인터넷에 기사가 올라간 직후였다. 다른 반 학생들도 가세했다. 학생들은 “어이구, 네가 그렇게 잘나셨어요?”, “나도 한 번 제보해 보시지”라며 일방적으로 한 명을 공격했다. 머리를 여러 대 때리기도 했다. 누가 때렸는지 모르게 뒤에서 때리고 숨는 식이었다. 다 먹은 음료수병이나 우유곽을 던지는 아이도 있었다. 학생들은 자신들의 이른바 ‘신상털기’ 실력만 믿고 단체로 몰려다니며 ‘마녀사냥’을 했다. 게시물을 누가 올렸다는 증거나 논리적인 문제제기는 없었다. 이 집단폭력의 광경을 묘사하며, 실제 제보자는 “게시물을 올린 게 이제 후회된다”고 했다. 두 달 후면 열여섯 살이 될 남학생은 녹음파일을 올린 게 자신이라는 것이 알려질까 봐 극도로 두려워하고 있었다.
다른 학생들도 사정은 마찬가지였다. 게시물이 일파만파 퍼진 후, 이들은 자신의 신원이 알려지는 것을 경계하며 인터뷰를 피하거나 전화기를 계속 꺼 놨다. 휴대폰 번호를 바꾼 학생도 있다. 이들은 기사에 자신의 인터뷰 내용이 나가면 집단폭력이 더 거세질까 두려워했다. 인터넷에는 실제 이 학생들을 욕하는 글도 있다. ‘내가 같은 학교 다녀서 아는데, 그 선생님은 좋은 선생님인데 그 학생이 일부러 해를 끼치려고 올린 것이다’는 식이다. 조직 내부의 문제를 외부에 알리고 집단 괴롭힘의 공포에 시달리는 이들의 모습은, 이미 내부고발자의 모습을 닮아 있다.
“할아버지들한테 얘기하지 마, 빨갱이라고 그래”
경계를 하는 것은 학교 측도 마찬가지다. 좌편향 수업 논란의 출발지인 김포의 J고등학교는 언론보도 직후부터 외부전화를 피하고 있다. 전화를 걸어 신분을 밝히면 다른 번호를 알려준다. 그 번호로 전화를 걸면 아예 전화를 받지 않는다. 지난 11월 3일 공개된 이 학교 1학년 국사 수업에는 정치적 발언이 곳곳에 등장한다. 예를 들면, 교사가 고려시대 ‘삼별초’를 설명하다가 갑자기 박근혜 의원으로 화제를 넘기는 식이다. 수업내용 녹취록에서 발췌한 부분이다.
“삼별초를 누가 띄웠어? 왜 있잖아, 대통령 되려고 준비하는 아줌마. 가만히 숨어 가지고 나오지 않는 아줌마. 박근혜 아줌마 안 나오지, 왜 그런 줄 아나? 박근혜 아줌마가 왜 정치활동을 안 할까? 나오면 맞잖아. 정치활동을 미리 하면 두드려 맞잖아. 영남대학교 사립 사학재단 비리 같은 거 다 들고일어날 거 아니야. 대통령 이명박씨는 물러나야 해, 그지? 조만간 물러나고 박근혜 나와. 슬슬 활동하기 시작했잖아? 박근혜 슬슬. 나경원씨 서울 밀었잖아. 점점 활동을 시작하는 거야.”
최근의 정치이슈인 서울시장 선거에 대한 상세한 설명도 빼놓지 않았다.
“야, 1년에 피부샵 다니느라고 1억씩 쓰는 여자가 서민들 버스비, 교통비 100원 올리는 거에 대해서 마음이 울릴까? 마음이 감동할까? 마음이 아플까? 서민들은 버스비 100원 올리고 지하철비 100원 올리면 한 달에 합치면 십 몇만 원씩 나가잖아, 맞지? 거기에 우리는 마음이 아프잖아, 맞지? 근데 1년에 자기 피부미용 한다고 1억씩 쓰는 아줌마한테 그런 게 마음에 다가올까? 그 아줌마한테 뭐가 다가오겠어? 아파트 여러 채 가진 사람이 아파트 전세 주거나 팔 때 세금, 양도세 같은 거 맞지? 증여세. 이런 게 마음에 와 닿겠지? 1억짜리 파는데 세금이 몇 천만 원씩 나온단 말이야. ‘억’ 마음이 너무 아프단 말이야. 맞지?”
계속된 한나라당 비판으로 교사의 ‘정치발언’은 끝을 맺는다.
“누가 우리를 위할 수 있는 사람인지. 당을 보라는 게 아니라 사람을 봐. 할아버지들처럼 ‘여기 파란색 어딨습니까? 파란색 찍어야 하는데’ 이러지 말고. 알았지? 사람을 보고 찍으라고. 여러분을 진짜 위해 줄 수 있는 사람. 선생님은 진짜 이해가 안돼. 택시기사나 버스기사 뭐 경상도 도민들이 왜 파란색을 찍는지 이해가 안돼… 난 당 이름 얘기 안 했어. 색깔로 얘기했어. 딴 데 가서 얘기하지 마. 응? 특히 할아버지들한테 얘기하지 마, 아우 씨X. 빨갱이라고 그래, 선생님. 선생님이 갑자기 김정일 추종파가 된단 말이야. 할아버지들한테 얘기하면, 알겠어? 그런 얘기 하지 말고. 개인적 생각이니까. 자, 끝났습니다. 고려로 넘어갑시다. 잉? 몇 분 남았나? (학생들: 10분 남았습니다) 자 고려의 불교가 있네? 자, 봅시다. 간단히만 설명할게….”
“늙으면 빨리빨리 죽든가”
이틀 뒤엔 한 학생이 1시간 분량의 수업 녹음본을 공개했다. 서울 동작구 K고등학교의 윤리 수업이었다. 여러 차례의 수업시간을 녹음해 문제가 될 만한 부분을 편집해 모았다. 들어 보면 해당 교사는 ‘그리스와 로마 시대의 철학’, ‘스토아학파’ 등을 설명하다 정치얘기로 화제를 돌린다.
“한나라당은 교묘하게, 어때요? 그 세력들. 법의 이름으로 검찰의 이름으로, 사람들 조지죠? 그렇기 때문에 걔네들은 우파가 아니라 극우파, 파시스트라고 했었잖아. 우리나라에서 우파를 자칭하는 새끼들은 전부 파시스트 세력들, 극우파에 가까워요.”
발언의 내용뿐 아니라 사용하는 용어도 문제다. 청소년을 대상으로 말하기엔 부적합한 속어와 욕설이 거듭해 등장한다. 해당하는 몇 대목이다.
“서울시 교육감은 교육감으로서의 대통령 자리에 해당하는 곳이죠. 초·중·고등학교 서울시 교육행정을 총괄하는 책임자예요. 먼저 교육감이었던 공정택이 이 썩을 놈의 새끼는 그거를 사유화해서 교장 교감직 매직하고 돈 받아 처먹고 이 짓 해서 교육을 아주 완전 초토화해 놓았죠. ‘리틀 이명박’이라고 하는 그 타이틀을 얻었어. 이 사람이. 그래서 또 유죄판결을 받아서 징역 4년의 선고를 받아서 지금 감방살이하고 있어요. 늙은 영감탱이 일흔 몇 살 처먹은 그 인간이.”
“우리나라의 이 대법원이라든가 헌법재판소의 이 영감탱이 법관 새끼들이 전부 시대적으로 볼 때 어긋나게 꼴통 짓을 하고 있단 말이야. 간통죄 같은 것을 아직도 합헌이라고 떠들고 있잖아요. 아니 남이 섹스를 하든 말든 개인의 문제로 다뤄야지 그걸 갖다 국가공권력이 개입해서 그걸… 떠들고 자빠졌어? 뭐 강간도 아니고, 성인들 지네들이 좋아서 한 건데. 뭐 남편이 있든 아내가 있든 지네들끼리 해결해야 하는 거 아니야?”
“으유, 그런 썩을 놈의 영감탱이들이 국가 법해석을 하고 법을 집행하고, 그러니까 요모양 요꼴밖에 안 되는 그런 사기꾼 같은 놈들이 나오지. 이번에 대법관으로 지명된 사람들도 보면 완전히 수구꼴통들이에요. 이거는 시대 흐름을 아주 역행하는. 늙으면 빨리빨리 죽든가 조용히 주둥아리 닥치고 있어야지. 그런 인간들이 빨리빨리 권력을 쥐고 돈자루 쥐고 있으면 자라나는 다음 세대들은 상당히 아주 부담이 가거든. 그래서 될 수 있으면 주둥아리 닥치고 지갑은 열라는 그런 얘기가 있어요.”
시민사회의 윤리 기준에 부합하는지 의문스러운 발언도 등장한다.
“그런 인간들에 대한 (반작용으로) 곽노현 교육감을 뽑았는데, 이 양반이… 서울대 교수하고 뒷거래를 했는데, 그걸 뒷마무리를 깔끔하게 제대로 못했었나 봐요. 처음부터 약속을 하지 말든가. 아니면 약속을 했으면 깔끔하게 처리를 해 갖고 저런 일이 일어나지 않도록 했으면 얼마나 좋을까.”
“시사저널이 동아일보 자회사거든”
근현대사를 언급하는 대목이다.
“전쟁이 터졌을 때는 그래서 살기 위해서는 일단 도망가야 돼요. 산 속으로 숨는다든가 총알을 피해야 돼요. 그런데 적진에 마을을 (빌려줘 가지고) 안 보이는 빨갱이들 색출한다고 설쳐 봐. 아우. 그럴 경우에는 잘못 끌려가든지 총살당하고 그러잖아요. 6·25전쟁 때는 뭐 군인들 간에 학살했던 거 잘 알죠. 거창 양민학살 사건 같은 것들. 그 다음에 그 옆에 있는 함양 지역에서의 주민들 학살 사건, 천 몇백 명을 죽여 버렸어요, 우리나라 국군들이. 빨갱이하고 적 빨치산하고 내통했다고 해 가지고. 죽은 사람들은 그냥 노인양반들, 어린이들, 부녀자들. 그 주민들은 이승만과 일당들이 그냥 학살해 버렸지, 주민들을. 아, 나, 진짜 정말.”
“그 사람들 명예회복된 거는 결국 죽고 나서예요. 그냥 이승만과 그 일당들이 군부에서, 그냥 다 죽여버리라고. 학살했거든. 어떻게 자기나라 국민들을 학살해?”
해당 교사의 해명이다.
“저는 항상 인권, 평화 이런 헌법 정신을 존중해서 수업을 했습니다. 좋은 나라가 되기 위해 나아가는 방향으로 수업을 이끌려고 했습니다. 윤리 문제는 정치 문제와 연관이 되는 경우가 많잖아요. 그런 얘기를 하다가 좀 오버한 것 같습니다. 저는 수업 때도 공정성과 객관성을 상대적으로 더 강조하면서, ‘내 생각이 틀릴 수 있다’, ‘이것은 내 생각이고, 다른 의견도 있을 수 있다’ 이런 말을 했어요.”
학생들에게 언제든 교사의 의견에 반론을 제기하라고 했다고 교사는 말했다.
“학생들이 저와 다른 의견을 제시하는 걸 막은 적이 없습니다. 이런 얘기 했다가 선생님한테 혼나면 어떨까, 하는 걱정도 학생들은 할 수 있습니다. 그렇지만 저희 학교 졸업생 중에도 저한테 손 들고, 본인은 생각이 다르다고 이런 얘기를 한 학생도 있었습니다. 살다 보면, 또 공부를 해 보면 어떤게 진짜 옳은 건지 알게 될 거라고 항상 얘기를 했어요.”
지난 11월 9일에 공개된 성남 Y중 수업 시간에는 한국 언론에 대한 해설이 등장한다. 중3 국어 시간이다. 정모 교사는 ‘《시사저널》이 《동아일보》의 소유’라고 얘기한다. 《시사저널》과 《동아일보》는 아무런 지분 관계가 없다. 해당 부분이다.
“요새 들어 봤니? ‘나꼼수’란 게 있는데, ‘나꼼수’에 기자 한 명이 나오는데 주진우라고. 이 사람이 《시사IN》이라는 잡지사 기자야. 선생님이 《시사IN》을 왜 얘기하냐면 《시사IN》이 원래 《시사저널》이란 잡지에서, 《시사저널》은 지금도 나와. 원래는 굉장히 진보적인 내용의 잡지였는데 《시사저널》에서 삼성의 불법증여, 주식을 편법으로 증여해서 부당하게 이익을 챙긴 사건에 대해서 심층 기획취재를 해서 보도를 하려고 하다가 편집장, 데스크에서 잘리고 기자들이 파업에 들어갑니다. 《시사저널》이 《동아일보》와 관계있는 자회사거든. 그래서 어떻게 됐냐면 그 기자들을 싹 다 잘라, 싹 다. 거의 대부분을. 그 사람들이 나가서 자기들끼리, 자기들이 자기 돈 모아서 만든 잡지가 《시사IN》이야. 그래서 이 사람들이 끊임없이 ‘구독신청해 주세요’라고 하는데 우리가 사 읽어야만 이 잡지사가 존재할 수 있다. 근데 대기업은 어때? 돈이 많으니까 유지해 나가.”
북한의 연평도 포격때 북한 노래 ‘휘파람’ 들려준 학교도
좌편향 수업 문제는 갑자기 제기된 것이 아니다. 이번 논란 전에도 문제점을 얘기하는 학생들이 있었다. 청소년 모임인 ‘한국청소년미래리더연합’은 지난 4월 정치편향교육 제보사이트 ‘에듀리크스(http://trueedu.kr)’를 만들었다. 5월에는 정치편향수업 문제를 주제로 사례발표 세미나를 열기도 했다. 기자는 이번에 인터넷 게시판을 통해 편향수업 문제를 제기한 학생들과, 에듀리크스·언론에 개별적으로 제보한 학생들에게 연락해 자세한 이야기를 들어 봤다. 편향수업을 한다고 지목된 교사에게도 사실확인을 했다.
경기도 군포의 S고등학교를 작년에 졸업한 이모(20)군은 좌편향 교사들을 ‘광신도’로 묘사했다.
“국사 선생님은 시험이 끝날 때나 이럴 때 5·18 관련된 다큐멘터리를 자주 틀어 줬어요. 한 번 틀어 준 것도 아니고 몇 번이요. 이승만·박정희 전 대통령을 얘기하면서도 독재라든가 재평가해야 한다든가 부정적인 얘기 위주로 했고요. 이명박 대통령이 당선됐을 때는 ‘MB는 서민을 죽인다’고 했어요. 어떤 합리적인 근거나 이론을 가지고 얘기하는 게 아니라 약간 종교적인 자세로 얘기하는 것 같다는 느낌을 받을 정도였어요. 무조건 김대중·노무현 전 대통령만 좋다고 하는데, 광신도 같았어요. 무섭다는 느낌?”
교사의 ‘방북 체험’도 수업에 등장했다고 한다.
“수업시간에 ‘선생님들끼리 북한에 가 봤더니 북한에는 남한 욕이 없더라. 미국 욕만 있지’라고 하더라고요. 간첩신고 해야 하는 거 아닌가 하는 생각도 했어요.”
해당 국사 교사에게 사실확인을 했다. 이모 교사는 “그걸 얘기한 학생이 누구냐. 대체 그 학생이랑 어떤 관계냐”고 물었다. 기자는 제보를 받았다고 답했다. 제보 내용이 사실이냐고 묻자, 교사는 ‘전교조 차원의 교류로 북한에 다녀온 적은 있다’고 답했다.
“전교조 교사 교류할 때 평양 갔다 온 얘기는 했어요. 북한에 대해 크게 얘기를 한 적은 없고요. 수업 시간에 정치얘기도 할 수 있는 거 아니에요? 요즘 현실과 관련된 얘기가 나올 수 있는 거죠. 정치하는 사람들이 정치를 잘해야 하잖아요. 아이들한테 크게 문제가 되는 수업을 했다고는 생각 안 합니다.”
북한의 연평도 포격 바로 다음 날 북한 노래를 튼 학교도 있었다. 경기도 고양시의 J고등학교에서 점심시간에 벌어진 일이다. 교내방송에서 북한 노래를 틀었다. 일산경찰서까지 나서 조사했다. 김모(17)군의 설명이다.
“원래 점심시간에 노래를 틀어요. 기술 선생님이 방송부 담당이었는데 연평도에 폭탄이 떨어진 다음 날 북한 노래 ‘휘파람’을 틀더라고요. 진짜 황당했는데 그 후로 학생들에게 해명이나 사과 같은 걸 하지도 않았어요. 수업 시간에도 수업 내용과 상관없이 정치적 얘기를 많이 했어요. 나중에 전교조 명단을 확인해 보니까 전교조더라고요.”
사실확인을 위해 학교에 연락했다. 해당 교사는 “할 말 없다”며 전화를 끊었다. 신모 교장은 “그런 일이 있긴 했다”고 말문을 열었다.
“12시40분부터 1시까지 교내에서 방송을 틉니다. 방송반 학생들이 학생들로부터 신청곡을 받아서 틀었다고 하더라고요. ‘휘파람’ 노래는 인터넷에서 다운받았다고 합디다. 그걸 어느 학생이 신고했더라고요. 학교도 깜짝 놀랐어요. 그 선생님이 전교조 소속이라 더 얘기가 커진 것 같아요. 이제 전교조 활동 안 하겠다고 하더라고요.”
신 교장은 이번 정치편향 교사 논란에 대해 단호한 입장을 보였다.
“정신이 나간 거죠. 수업시간에 교사의 사상을 얘기하면 안되는 겁니다. 젊은 교사들이 학생들에게 주목을 받으려고 정치얘기 하고 하는 경우도 있을 순 있습니다. 하지만 요즘 학생들도 예민하지요. 말 함부로 못합니다. 인터넷에 바로바로 올리고 그러잖아요.”
“논란을 키우고 싶지 않은 게 전교조의 공식 입장”
학생들의 설명에는 ‘전교조(전국교직원노동조합)’가 자주 등장했다. 이번에 논란이 된 교사 3명 중 2명이 전교조 소속 교사였다. 기자가 개별적으로 접한 군포와 고양시 고등학교 사례에 등장하는 교사 2명도 모두 전교조 소속이었다. 수업 중 정치발언 논란이 불거진 후 교총(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은 ‘교실 내 정치이념 수업은 되지 않는다’는 요지의 성명을 냈다. 전교조는 아무 공식입장도 표명하지 않았다. 익명을 요구한 전교조 고위 간부 B씨는 “논란을 키우고 싶지 않은 게 전교조의 공식 입장”이라고 했다. 그에게 ‘수업시간에 정치발언을 하는 것이 문제가 없다고 생각하는가’라고 물었다. 그의 대답이다.
“몇 가지 전제조건이 있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정치적인 사안에 대한 이야기를 교사가 할 수 없는 건 아닌 것 같아요. 정치라고 하는 것은 아이들의 삶과도 연관된 것이잖아요. 정치라고 할 만한 것을 빼라고 한다면 할 얘기가 없는 겁니다. 그건 맞지 않다고 생각하고요. 중요한 것에 대해서는 이야기할 수 있는데 수업 내용과 연관이 있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영어 교과 같으면 영자신문의 관련 기사를 복사해서 얘기할 수 있겠죠.”
“하지만 선생님이 특정 정치적 의견을 지지하는 게 아이들에게 교육적으로 바람직한 효과가 있는 것인가”라고 묻자 그는 “교사가 자신의 의견을 강하게 제시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답했다. 그의 주장이다.
“시사토론 시간을 만들어서 토론하기도 합니다. 그럴 때는 저도 토론에 중립적으로 참여하는 게 아니라 내 의견을 강하게 내면서 참가해요. 인위적으로 너는 이쪽, 너는 저쪽 이렇게 역할을 나눠서 하면 실패하더라고요. 늘 진정성을 갖고 얘기해야 하는데, 역할을 정해서 토론하면 진정성을 갖고 말하기가 힘들어지는 거죠.”
그는 “학생에게 반론을 보장하지 않고 교사가 자기주장을 일방적으로 얘기하면 다수 학생에게 불쾌감을 줄 수 있다”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이번 수업제보 건을 ‘반칙’으로 표현했다.
“수업시간에 몰래 동영상을 찍고(녹음을 하고), 활용하고 이용하고 선동하는 자들이 있는데 그자들은 올바른 행동을 하는 건가요? 몰래 촬영한 건 법원에서도 증거로 인정하지 않잖아요. 동영상(녹음)을 올리는 것은 반칙에 또 다른 반칙으로 대응하는 거죠.”
수업시간에 교사가 특정 정치 입장을 지지하는 발언을 할 때 학생이 쉽게 반론을 제기할 수 있을까? 교사의 정치발언을 제보한 학생들에게 물었다.
성남의 중학생 A군은 “그런 얘기를 선생님에게 직접 하는 건 곤란하다”고 했다. 군포 S고를 졸업한 이모 군은 “당연히 반론제기는 힘들다”고 했다. 고양시 D고에서 있었던 일을 제보한 김모 군은 “반론을 제기하면 불이익을 당할 수 있다”고 했다. 김 군의 말이다.
“분위기상 다른 사람들은 가만히 있는데 저만 교사에게 이의를 제기하거나 하면 다른 사람들한테 안 좋은 인식을 줄 수 있잖아요. 대드는 것 같고…. 선생님이니까 (제가)불이익을 당할 수 있어요. 보이지 않는 식으로…. 이번에 제보한 것처럼 녹음해서 올리는 게 당연하다고 생각해요.”
전교조 고위 간부 B씨도 “실질적으로 학생이 교사에게 반론을 제기하는 게 가능한가”라는 기자의 물음에 “어려운 거 같다”고 인정했다.
“우리 아이도 학교에서 선생님이 너무 우파적인 발언을 한다고 하기에 이의를 제기하라고 했더니 못하더라고요. 그 자리에서 선생님께 이의를 제기하는 애들도 있기는 있어요. 그러면 선생님들은 ‘싸가지없다’고 하긴 하는데…. 좀 사려 깊은 애들은 따로 찾아와서 얘기하고 그러겠죠.”
전교조 간부를 부모로 둔 아이도 교사의 수업 중 정치발언에 대해 반론제기를 못한다는 말이다.
교사는 “수업 집중 위해 정치얘기”, 학생은 “전혀”
정치의견 표명이 일종의 ‘수업진행 기술’이라는 주장도 있었다. 학생들이 수업에 집중하도록 하기 위해 현실정치 얘기를 한다는 말이다. 좌편향 발언 문제가 처음 제기된 김포 J고 측은 “신도시에 새로 생긴 학교라 학생들의 학업 성취도와 학생들의 집중도가 크게 떨어지는 편이라 젊은 교사들이 아이들 입맛에 맞추려다 보니 험한 단어를 쓰는 경우도 있다”고 언론에 말했다. 기자가 논란이 된 학교 중 한 곳을 찾아갔을 때도 같은 얘기를 들었다. 문제 교사의 동료 교사는 “요즘 애들 수업시간에 어떤지 잘 알지 않느냐”라고 했다. 전교조 고위 간부도 “수업환경이 어려워졌다”는 말을 했다. 그의 주장이다.
“이명박 정부 들어와서 교육환경이 어려워졌어요. 서울시내 학교의 26%가 학생을 우선선발할 수 있는 학교예요. 그런데 우리가 이름을 들어 본 대학을 갈 수 있는 학생은 30%가량이라고 보면 돼요. 우선선발을 할 수 있는 학교를 뺀 나머지 학교는 어떻겠어요. 일반학교 중에는 수업을 하기 힘들 정도로 어려워진 학교가 많아요. 몇 군데만 빼고는 다 교육환경이 어려워졌어요. 남학교에서는 음담패설이나 가벼운 얘기로 어떻게 해서든 집중하게 해서 수업을 해 보려는 불쌍한 선생들이 많아요. 사회문제 이런 거 얘기하는 거 충분히 있을 수 있는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동작구 K고 같은 경우도 녹음만 안 나왔으면 아무 문제 아니었을 수도 있어요.”
학생들의 의견을 물었다. 군포의 이모 군의 답이다.
“전혀 아니에요. 대부분의 애들은 정치 자체엔 별 관심이 없어요. 별로 재미도 없어하고요. 수업 내용을 친절하게 잘 가르쳐 주는 선생님한테 더 집중하죠.”
고양의 김모 군도 그렇지 않다고 부인했다.
“그런 의도면, 정치얘기를 중립적으로 해야지 자기 생각을 강하게 얘기하면 안 되지 않나요?”
현 정부가 들어서기 전에도 전교조의 ‘정치수업’은 논란이 된 적 있다. 이른바 ‘계기수업’이다. 계기수업이란 장애인의 날에는 인권교육을 하고, 황사가 내릴 때는 환경교육을 하는 등 교육과정에 포함되어 있지 않은 주제를 사회현안을 통해 가르치는 것이다. 정부 차원에서도 계기수업을 하고 전교조 차원에서도 여러 교사가 함께 수업안을 만든다. 기존 교육과정을 보완할 수 있는 수업 형태다. 문제는 전교조 차원 수업의 ‘정치 편향성’이었다. 지난 2000년 총선낙선 운동이 진행될 때는 ‘총선수업’을 진행했고, 2003년 이라크전쟁이 발발했을 땐 ‘반미교육’을 했다는 비판을 받았다. 2007년에는 한·미 FTA를 주제로 했다. 이때 사용한 ‘초등학생용 광우병 쇠고기 공동수업안’을 보면 제시된 참고자료 5개 중 4개가 ‘미국산 쇠고기는 광우병 쇠고기’라고 주장하는 자료다. 공동수업안에 제시된 방송 영상을 보고 난 후, 청주의 한 초등학교 3학년 학생들이 그린 그림에서는 ‘광우병 쇠고기’에 대한 공포가 묻어 나온다.
전교조 간부 B씨는 “예전에는 계기수업을 했지만, 최근에는 특별히 계기수업을 한다든가 한 적은 없다”고 했다.
교사와 교원단체가 정치성향을 드러내는 것은 현행법 위반이다. 반론을 허용하느냐 여부와 상관없다. 헌법 31조 4항은 ‘교육의 자주성·전문성·정치적 중립성’ 등을 명시했다. 교육기본법 제14조 3항에 ‘교원은 특정 정당 또는 정파를 지지하거나 반대하기 위하여 학생을 지도하거나 선동하여서는 아니된다’고 명시돼 있다.
“좌편향 교사와 SNS가 시너지 효과”
학생들이 수업 중 정치발언의 가장 큰 문제점으로 지적한 것은 ‘학생들이 무분별하게 특정 정치성향의 영향을 받는 점’이다. 군포의 이모 군은 “내가 영향을 많이 받았다는 것을 고등학교 졸업 후 알았다”고 했다. 이어지는 설명이다.
“선생님의 영향을 정말 많이 받았어요. MB는 무조건 다 싫어요. 다른 애들도 똑같이 싫어했고요. 지금 생각해 보면 선생님이 타당한 이유를 들어 가면서 얘기한 것도 아니에요.”
좌편향 교사의 정치발언이 아이들에게 잘 받아들여지는 이유에 대해서도 이모 군은 설명했다.
“보수적인 성향의 선생님은 수업시간에 정치적인 성향을 잘 얘기 안 해요. 좌파, 좌익 이런 쪽의 선생님들은 티를 내죠. 그런데 이런 선생님들이 두발 자유화나 야간 자율학습 폐지 이런 걸 평소에 지지하거든요. 그러니까 당연히 애들은 자신들을 지지해 준다고 생각하고 ‘이런 선생님 얘기니까 다 맞겠지’ 이렇게 생각하는 거예요.”
고양시의 김모 군은 좌편향 발언과 SNS 확산이 “시너지 효과를 낸다”고 했다.
“인터넷을 하다 보면 SNS나 인터넷 댓글에 그런 성향(좌파)을 가진 사람이 많잖아요. 인터넷 댓글에서 그렇다고 하면 그런가, 하는데 학교에 오니까 선생님도 똑같은 얘기를 하니까 ‘아, 이게 진짜 맞는 얘기구나’ 이러는 거죠.”
취재를 위해 만난 학생들은 입을 모아 “편향수업 고발이 이제 줄줄이 터질 것”이라고 했다. ‘에듀리크스’를 운영하는 곽도훈 대표는 “정치수업에 대한 불만은 옛날부터 워낙 많았다”며 “전에는 학생들이 소극적이었는데 이제는 이슈화하려는 학생들이 나오고 있다”고 했다. 그 역시 “이제 줄줄이 나올 것 같다”고 말했다.
학교·교사 측의 대응양상은 여느 내부고발의 경우와 다르지 않았다. ‘정치편향 수업’에 제대로 대답을 하기보다는, ‘말실수’로 돌리거나 ‘교사의 평소 성품’ 같은 주변적 요소를 강조하며, “누가 왜 그런 제보를 했는가”를 알려고만 했다. 김포 J고 교감은 언론에 “젊은 선생이 혈기에 한 번 말실수를 한 것으로 인생에 큰 불이익은 없었으면 좋겠다”고 했다. 소속 교사들의 정치수업 논란에 공식입장을 내지 않은 전교조는 《교육희망》이라는 조합 매체를 통해 ‘한국청소년미래리더연합’을 비판했다. “‘좌편향 교사’ 줄제보 청소년단체 수상하네”라는 제목의 기사는, 정치편향 교사 제보를 받는 청소년단체의 운영자금 출처가 의심된다고 주장했다.
영화 《죽은 시인의 사회(Dead poets society)》에서 키팅 선생님은 입시에 찌든 아이들에게 다르게 살 수도 있다는 것을 가르쳐 주려 한다. 그가 아이들에게 한 말이다. “타인의 인정을 받는 것도 중요하지만, 자신의 신념이 너만의 유일한 것이라는 걸 믿어야 한다. 다른 사람이 이상하다고 보든 별로 인기없는 길이라고 보든, 난 너희들이 지금 당장 너희만의 길을 찾길 바란다. 그것이 자랑스럽건, 바보 같건.”
키팅 선생님이라면 정치편향 제보 후 벌어지는 사태에 대해 어떤 생각을 할까.⊙
편향수업 고발 이후 이어지는 집단폭력
지난 11월 11일 금요일 Y중학교 교실, 6교시 수업이 끝난 직후 오륙십 명의 학생들이 한 학생을 에워쌌다. 인터넷에 기사가 올라간 직후였다. 다른 반 학생들도 가세했다. 학생들은 “어이구, 네가 그렇게 잘나셨어요?”, “나도 한 번 제보해 보시지”라며 일방적으로 한 명을 공격했다. 머리를 여러 대 때리기도 했다. 누가 때렸는지 모르게 뒤에서 때리고 숨는 식이었다. 다 먹은 음료수병이나 우유곽을 던지는 아이도 있었다. 학생들은 자신들의 이른바 ‘신상털기’ 실력만 믿고 단체로 몰려다니며 ‘마녀사냥’을 했다. 게시물을 누가 올렸다는 증거나 논리적인 문제제기는 없었다. 이 집단폭력의 광경을 묘사하며, 실제 제보자는 “게시물을 올린 게 이제 후회된다”고 했다. 두 달 후면 열여섯 살이 될 남학생은 녹음파일을 올린 게 자신이라는 것이 알려질까 봐 극도로 두려워하고 있었다.
다른 학생들도 사정은 마찬가지였다. 게시물이 일파만파 퍼진 후, 이들은 자신의 신원이 알려지는 것을 경계하며 인터뷰를 피하거나 전화기를 계속 꺼 놨다. 휴대폰 번호를 바꾼 학생도 있다. 이들은 기사에 자신의 인터뷰 내용이 나가면 집단폭력이 더 거세질까 두려워했다. 인터넷에는 실제 이 학생들을 욕하는 글도 있다. ‘내가 같은 학교 다녀서 아는데, 그 선생님은 좋은 선생님인데 그 학생이 일부러 해를 끼치려고 올린 것이다’는 식이다. 조직 내부의 문제를 외부에 알리고 집단 괴롭힘의 공포에 시달리는 이들의 모습은, 이미 내부고발자의 모습을 닮아 있다.
“할아버지들한테 얘기하지 마, 빨갱이라고 그래”
경계를 하는 것은 학교 측도 마찬가지다. 좌편향 수업 논란의 출발지인 김포의 J고등학교는 언론보도 직후부터 외부전화를 피하고 있다. 전화를 걸어 신분을 밝히면 다른 번호를 알려준다. 그 번호로 전화를 걸면 아예 전화를 받지 않는다. 지난 11월 3일 공개된 이 학교 1학년 국사 수업에는 정치적 발언이 곳곳에 등장한다. 예를 들면, 교사가 고려시대 ‘삼별초’를 설명하다가 갑자기 박근혜 의원으로 화제를 넘기는 식이다. 수업내용 녹취록에서 발췌한 부분이다.
“삼별초를 누가 띄웠어? 왜 있잖아, 대통령 되려고 준비하는 아줌마. 가만히 숨어 가지고 나오지 않는 아줌마. 박근혜 아줌마 안 나오지, 왜 그런 줄 아나? 박근혜 아줌마가 왜 정치활동을 안 할까? 나오면 맞잖아. 정치활동을 미리 하면 두드려 맞잖아. 영남대학교 사립 사학재단 비리 같은 거 다 들고일어날 거 아니야. 대통령 이명박씨는 물러나야 해, 그지? 조만간 물러나고 박근혜 나와. 슬슬 활동하기 시작했잖아? 박근혜 슬슬. 나경원씨 서울 밀었잖아. 점점 활동을 시작하는 거야.”
최근의 정치이슈인 서울시장 선거에 대한 상세한 설명도 빼놓지 않았다.
“야, 1년에 피부샵 다니느라고 1억씩 쓰는 여자가 서민들 버스비, 교통비 100원 올리는 거에 대해서 마음이 울릴까? 마음이 감동할까? 마음이 아플까? 서민들은 버스비 100원 올리고 지하철비 100원 올리면 한 달에 합치면 십 몇만 원씩 나가잖아, 맞지? 거기에 우리는 마음이 아프잖아, 맞지? 근데 1년에 자기 피부미용 한다고 1억씩 쓰는 아줌마한테 그런 게 마음에 다가올까? 그 아줌마한테 뭐가 다가오겠어? 아파트 여러 채 가진 사람이 아파트 전세 주거나 팔 때 세금, 양도세 같은 거 맞지? 증여세. 이런 게 마음에 와 닿겠지? 1억짜리 파는데 세금이 몇 천만 원씩 나온단 말이야. ‘억’ 마음이 너무 아프단 말이야. 맞지?”
계속된 한나라당 비판으로 교사의 ‘정치발언’은 끝을 맺는다.
“누가 우리를 위할 수 있는 사람인지. 당을 보라는 게 아니라 사람을 봐. 할아버지들처럼 ‘여기 파란색 어딨습니까? 파란색 찍어야 하는데’ 이러지 말고. 알았지? 사람을 보고 찍으라고. 여러분을 진짜 위해 줄 수 있는 사람. 선생님은 진짜 이해가 안돼. 택시기사나 버스기사 뭐 경상도 도민들이 왜 파란색을 찍는지 이해가 안돼… 난 당 이름 얘기 안 했어. 색깔로 얘기했어. 딴 데 가서 얘기하지 마. 응? 특히 할아버지들한테 얘기하지 마, 아우 씨X. 빨갱이라고 그래, 선생님. 선생님이 갑자기 김정일 추종파가 된단 말이야. 할아버지들한테 얘기하면, 알겠어? 그런 얘기 하지 말고. 개인적 생각이니까. 자, 끝났습니다. 고려로 넘어갑시다. 잉? 몇 분 남았나? (학생들: 10분 남았습니다) 자 고려의 불교가 있네? 자, 봅시다. 간단히만 설명할게….”
“늙으면 빨리빨리 죽든가”
이틀 뒤엔 한 학생이 1시간 분량의 수업 녹음본을 공개했다. 서울 동작구 K고등학교의 윤리 수업이었다. 여러 차례의 수업시간을 녹음해 문제가 될 만한 부분을 편집해 모았다. 들어 보면 해당 교사는 ‘그리스와 로마 시대의 철학’, ‘스토아학파’ 등을 설명하다 정치얘기로 화제를 돌린다.
“한나라당은 교묘하게, 어때요? 그 세력들. 법의 이름으로 검찰의 이름으로, 사람들 조지죠? 그렇기 때문에 걔네들은 우파가 아니라 극우파, 파시스트라고 했었잖아. 우리나라에서 우파를 자칭하는 새끼들은 전부 파시스트 세력들, 극우파에 가까워요.”
발언의 내용뿐 아니라 사용하는 용어도 문제다. 청소년을 대상으로 말하기엔 부적합한 속어와 욕설이 거듭해 등장한다. 해당하는 몇 대목이다.
“서울시 교육감은 교육감으로서의 대통령 자리에 해당하는 곳이죠. 초·중·고등학교 서울시 교육행정을 총괄하는 책임자예요. 먼저 교육감이었던 공정택이 이 썩을 놈의 새끼는 그거를 사유화해서 교장 교감직 매직하고 돈 받아 처먹고 이 짓 해서 교육을 아주 완전 초토화해 놓았죠. ‘리틀 이명박’이라고 하는 그 타이틀을 얻었어. 이 사람이. 그래서 또 유죄판결을 받아서 징역 4년의 선고를 받아서 지금 감방살이하고 있어요. 늙은 영감탱이 일흔 몇 살 처먹은 그 인간이.”
“우리나라의 이 대법원이라든가 헌법재판소의 이 영감탱이 법관 새끼들이 전부 시대적으로 볼 때 어긋나게 꼴통 짓을 하고 있단 말이야. 간통죄 같은 것을 아직도 합헌이라고 떠들고 있잖아요. 아니 남이 섹스를 하든 말든 개인의 문제로 다뤄야지 그걸 갖다 국가공권력이 개입해서 그걸… 떠들고 자빠졌어? 뭐 강간도 아니고, 성인들 지네들이 좋아서 한 건데. 뭐 남편이 있든 아내가 있든 지네들끼리 해결해야 하는 거 아니야?”
“으유, 그런 썩을 놈의 영감탱이들이 국가 법해석을 하고 법을 집행하고, 그러니까 요모양 요꼴밖에 안 되는 그런 사기꾼 같은 놈들이 나오지. 이번에 대법관으로 지명된 사람들도 보면 완전히 수구꼴통들이에요. 이거는 시대 흐름을 아주 역행하는. 늙으면 빨리빨리 죽든가 조용히 주둥아리 닥치고 있어야지. 그런 인간들이 빨리빨리 권력을 쥐고 돈자루 쥐고 있으면 자라나는 다음 세대들은 상당히 아주 부담이 가거든. 그래서 될 수 있으면 주둥아리 닥치고 지갑은 열라는 그런 얘기가 있어요.”
시민사회의 윤리 기준에 부합하는지 의문스러운 발언도 등장한다.
“그런 인간들에 대한 (반작용으로) 곽노현 교육감을 뽑았는데, 이 양반이… 서울대 교수하고 뒷거래를 했는데, 그걸 뒷마무리를 깔끔하게 제대로 못했었나 봐요. 처음부터 약속을 하지 말든가. 아니면 약속을 했으면 깔끔하게 처리를 해 갖고 저런 일이 일어나지 않도록 했으면 얼마나 좋을까.”
“시사저널이 동아일보 자회사거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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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인터넷 사이트 <디씨인사이드>에 올라온 게시물. 좌편향된 방향으로 출제된 시험 문제를 고발하고 있다. |
“전쟁이 터졌을 때는 그래서 살기 위해서는 일단 도망가야 돼요. 산 속으로 숨는다든가 총알을 피해야 돼요. 그런데 적진에 마을을 (빌려줘 가지고) 안 보이는 빨갱이들 색출한다고 설쳐 봐. 아우. 그럴 경우에는 잘못 끌려가든지 총살당하고 그러잖아요. 6·25전쟁 때는 뭐 군인들 간에 학살했던 거 잘 알죠. 거창 양민학살 사건 같은 것들. 그 다음에 그 옆에 있는 함양 지역에서의 주민들 학살 사건, 천 몇백 명을 죽여 버렸어요, 우리나라 국군들이. 빨갱이하고 적 빨치산하고 내통했다고 해 가지고. 죽은 사람들은 그냥 노인양반들, 어린이들, 부녀자들. 그 주민들은 이승만과 일당들이 그냥 학살해 버렸지, 주민들을. 아, 나, 진짜 정말.”
“그 사람들 명예회복된 거는 결국 죽고 나서예요. 그냥 이승만과 그 일당들이 군부에서, 그냥 다 죽여버리라고. 학살했거든. 어떻게 자기나라 국민들을 학살해?”
해당 교사의 해명이다.
“저는 항상 인권, 평화 이런 헌법 정신을 존중해서 수업을 했습니다. 좋은 나라가 되기 위해 나아가는 방향으로 수업을 이끌려고 했습니다. 윤리 문제는 정치 문제와 연관이 되는 경우가 많잖아요. 그런 얘기를 하다가 좀 오버한 것 같습니다. 저는 수업 때도 공정성과 객관성을 상대적으로 더 강조하면서, ‘내 생각이 틀릴 수 있다’, ‘이것은 내 생각이고, 다른 의견도 있을 수 있다’ 이런 말을 했어요.”
학생들에게 언제든 교사의 의견에 반론을 제기하라고 했다고 교사는 말했다.
“학생들이 저와 다른 의견을 제시하는 걸 막은 적이 없습니다. 이런 얘기 했다가 선생님한테 혼나면 어떨까, 하는 걱정도 학생들은 할 수 있습니다. 그렇지만 저희 학교 졸업생 중에도 저한테 손 들고, 본인은 생각이 다르다고 이런 얘기를 한 학생도 있었습니다. 살다 보면, 또 공부를 해 보면 어떤게 진짜 옳은 건지 알게 될 거라고 항상 얘기를 했어요.”
지난 11월 9일에 공개된 성남 Y중 수업 시간에는 한국 언론에 대한 해설이 등장한다. 중3 국어 시간이다. 정모 교사는 ‘《시사저널》이 《동아일보》의 소유’라고 얘기한다. 《시사저널》과 《동아일보》는 아무런 지분 관계가 없다. 해당 부분이다.
“요새 들어 봤니? ‘나꼼수’란 게 있는데, ‘나꼼수’에 기자 한 명이 나오는데 주진우라고. 이 사람이 《시사IN》이라는 잡지사 기자야. 선생님이 《시사IN》을 왜 얘기하냐면 《시사IN》이 원래 《시사저널》이란 잡지에서, 《시사저널》은 지금도 나와. 원래는 굉장히 진보적인 내용의 잡지였는데 《시사저널》에서 삼성의 불법증여, 주식을 편법으로 증여해서 부당하게 이익을 챙긴 사건에 대해서 심층 기획취재를 해서 보도를 하려고 하다가 편집장, 데스크에서 잘리고 기자들이 파업에 들어갑니다. 《시사저널》이 《동아일보》와 관계있는 자회사거든. 그래서 어떻게 됐냐면 그 기자들을 싹 다 잘라, 싹 다. 거의 대부분을. 그 사람들이 나가서 자기들끼리, 자기들이 자기 돈 모아서 만든 잡지가 《시사IN》이야. 그래서 이 사람들이 끊임없이 ‘구독신청해 주세요’라고 하는데 우리가 사 읽어야만 이 잡지사가 존재할 수 있다. 근데 대기업은 어때? 돈이 많으니까 유지해 나가.”
북한의 연평도 포격때 북한 노래 ‘휘파람’ 들려준 학교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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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치편향 수업 사례를 제보받는 사이트 ‘에듀리크스’. |
경기도 군포의 S고등학교를 작년에 졸업한 이모(20)군은 좌편향 교사들을 ‘광신도’로 묘사했다.
“국사 선생님은 시험이 끝날 때나 이럴 때 5·18 관련된 다큐멘터리를 자주 틀어 줬어요. 한 번 틀어 준 것도 아니고 몇 번이요. 이승만·박정희 전 대통령을 얘기하면서도 독재라든가 재평가해야 한다든가 부정적인 얘기 위주로 했고요. 이명박 대통령이 당선됐을 때는 ‘MB는 서민을 죽인다’고 했어요. 어떤 합리적인 근거나 이론을 가지고 얘기하는 게 아니라 약간 종교적인 자세로 얘기하는 것 같다는 느낌을 받을 정도였어요. 무조건 김대중·노무현 전 대통령만 좋다고 하는데, 광신도 같았어요. 무섭다는 느낌?”
교사의 ‘방북 체험’도 수업에 등장했다고 한다.
“수업시간에 ‘선생님들끼리 북한에 가 봤더니 북한에는 남한 욕이 없더라. 미국 욕만 있지’라고 하더라고요. 간첩신고 해야 하는 거 아닌가 하는 생각도 했어요.”
해당 국사 교사에게 사실확인을 했다. 이모 교사는 “그걸 얘기한 학생이 누구냐. 대체 그 학생이랑 어떤 관계냐”고 물었다. 기자는 제보를 받았다고 답했다. 제보 내용이 사실이냐고 묻자, 교사는 ‘전교조 차원의 교류로 북한에 다녀온 적은 있다’고 답했다.
“전교조 교사 교류할 때 평양 갔다 온 얘기는 했어요. 북한에 대해 크게 얘기를 한 적은 없고요. 수업 시간에 정치얘기도 할 수 있는 거 아니에요? 요즘 현실과 관련된 얘기가 나올 수 있는 거죠. 정치하는 사람들이 정치를 잘해야 하잖아요. 아이들한테 크게 문제가 되는 수업을 했다고는 생각 안 합니다.”
북한의 연평도 포격 바로 다음 날 북한 노래를 튼 학교도 있었다. 경기도 고양시의 J고등학교에서 점심시간에 벌어진 일이다. 교내방송에서 북한 노래를 틀었다. 일산경찰서까지 나서 조사했다. 김모(17)군의 설명이다.
“원래 점심시간에 노래를 틀어요. 기술 선생님이 방송부 담당이었는데 연평도에 폭탄이 떨어진 다음 날 북한 노래 ‘휘파람’을 틀더라고요. 진짜 황당했는데 그 후로 학생들에게 해명이나 사과 같은 걸 하지도 않았어요. 수업 시간에도 수업 내용과 상관없이 정치적 얘기를 많이 했어요. 나중에 전교조 명단을 확인해 보니까 전교조더라고요.”
사실확인을 위해 학교에 연락했다. 해당 교사는 “할 말 없다”며 전화를 끊었다. 신모 교장은 “그런 일이 있긴 했다”고 말문을 열었다.
“12시40분부터 1시까지 교내에서 방송을 틉니다. 방송반 학생들이 학생들로부터 신청곡을 받아서 틀었다고 하더라고요. ‘휘파람’ 노래는 인터넷에서 다운받았다고 합디다. 그걸 어느 학생이 신고했더라고요. 학교도 깜짝 놀랐어요. 그 선생님이 전교조 소속이라 더 얘기가 커진 것 같아요. 이제 전교조 활동 안 하겠다고 하더라고요.”
신 교장은 이번 정치편향 교사 논란에 대해 단호한 입장을 보였다.
“정신이 나간 거죠. 수업시간에 교사의 사상을 얘기하면 안되는 겁니다. 젊은 교사들이 학생들에게 주목을 받으려고 정치얘기 하고 하는 경우도 있을 순 있습니다. 하지만 요즘 학생들도 예민하지요. 말 함부로 못합니다. 인터넷에 바로바로 올리고 그러잖아요.”
“논란을 키우고 싶지 않은 게 전교조의 공식 입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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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치편향 수업 사례를 제보받는 사이트 ‘에듀리크스’ 2008년 5월 서울 시청앞 광장에서 열린 미국 쇠고기 수입 반대 촛불 문화제. 촛불을 든 여고생을 상징으로 내세웠다. |
“몇 가지 전제조건이 있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정치적인 사안에 대한 이야기를 교사가 할 수 없는 건 아닌 것 같아요. 정치라고 하는 것은 아이들의 삶과도 연관된 것이잖아요. 정치라고 할 만한 것을 빼라고 한다면 할 얘기가 없는 겁니다. 그건 맞지 않다고 생각하고요. 중요한 것에 대해서는 이야기할 수 있는데 수업 내용과 연관이 있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영어 교과 같으면 영자신문의 관련 기사를 복사해서 얘기할 수 있겠죠.”
“하지만 선생님이 특정 정치적 의견을 지지하는 게 아이들에게 교육적으로 바람직한 효과가 있는 것인가”라고 묻자 그는 “교사가 자신의 의견을 강하게 제시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답했다. 그의 주장이다.
“시사토론 시간을 만들어서 토론하기도 합니다. 그럴 때는 저도 토론에 중립적으로 참여하는 게 아니라 내 의견을 강하게 내면서 참가해요. 인위적으로 너는 이쪽, 너는 저쪽 이렇게 역할을 나눠서 하면 실패하더라고요. 늘 진정성을 갖고 얘기해야 하는데, 역할을 정해서 토론하면 진정성을 갖고 말하기가 힘들어지는 거죠.”
그는 “학생에게 반론을 보장하지 않고 교사가 자기주장을 일방적으로 얘기하면 다수 학생에게 불쾌감을 줄 수 있다”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이번 수업제보 건을 ‘반칙’으로 표현했다.
“수업시간에 몰래 동영상을 찍고(녹음을 하고), 활용하고 이용하고 선동하는 자들이 있는데 그자들은 올바른 행동을 하는 건가요? 몰래 촬영한 건 법원에서도 증거로 인정하지 않잖아요. 동영상(녹음)을 올리는 것은 반칙에 또 다른 반칙으로 대응하는 거죠.”
수업시간에 교사가 특정 정치 입장을 지지하는 발언을 할 때 학생이 쉽게 반론을 제기할 수 있을까? 교사의 정치발언을 제보한 학생들에게 물었다.
성남의 중학생 A군은 “그런 얘기를 선생님에게 직접 하는 건 곤란하다”고 했다. 군포 S고를 졸업한 이모 군은 “당연히 반론제기는 힘들다”고 했다. 고양시 D고에서 있었던 일을 제보한 김모 군은 “반론을 제기하면 불이익을 당할 수 있다”고 했다. 김 군의 말이다.
“분위기상 다른 사람들은 가만히 있는데 저만 교사에게 이의를 제기하거나 하면 다른 사람들한테 안 좋은 인식을 줄 수 있잖아요. 대드는 것 같고…. 선생님이니까 (제가)불이익을 당할 수 있어요. 보이지 않는 식으로…. 이번에 제보한 것처럼 녹음해서 올리는 게 당연하다고 생각해요.”
전교조 고위 간부 B씨도 “실질적으로 학생이 교사에게 반론을 제기하는 게 가능한가”라는 기자의 물음에 “어려운 거 같다”고 인정했다.
“우리 아이도 학교에서 선생님이 너무 우파적인 발언을 한다고 하기에 이의를 제기하라고 했더니 못하더라고요. 그 자리에서 선생님께 이의를 제기하는 애들도 있기는 있어요. 그러면 선생님들은 ‘싸가지없다’고 하긴 하는데…. 좀 사려 깊은 애들은 따로 찾아와서 얘기하고 그러겠죠.”
전교조 간부를 부모로 둔 아이도 교사의 수업 중 정치발언에 대해 반론제기를 못한다는 말이다.
교사는 “수업 집중 위해 정치얘기”, 학생은 “전혀”
정치의견 표명이 일종의 ‘수업진행 기술’이라는 주장도 있었다. 학생들이 수업에 집중하도록 하기 위해 현실정치 얘기를 한다는 말이다. 좌편향 발언 문제가 처음 제기된 김포 J고 측은 “신도시에 새로 생긴 학교라 학생들의 학업 성취도와 학생들의 집중도가 크게 떨어지는 편이라 젊은 교사들이 아이들 입맛에 맞추려다 보니 험한 단어를 쓰는 경우도 있다”고 언론에 말했다. 기자가 논란이 된 학교 중 한 곳을 찾아갔을 때도 같은 얘기를 들었다. 문제 교사의 동료 교사는 “요즘 애들 수업시간에 어떤지 잘 알지 않느냐”라고 했다. 전교조 고위 간부도 “수업환경이 어려워졌다”는 말을 했다. 그의 주장이다.
“이명박 정부 들어와서 교육환경이 어려워졌어요. 서울시내 학교의 26%가 학생을 우선선발할 수 있는 학교예요. 그런데 우리가 이름을 들어 본 대학을 갈 수 있는 학생은 30%가량이라고 보면 돼요. 우선선발을 할 수 있는 학교를 뺀 나머지 학교는 어떻겠어요. 일반학교 중에는 수업을 하기 힘들 정도로 어려워진 학교가 많아요. 몇 군데만 빼고는 다 교육환경이 어려워졌어요. 남학교에서는 음담패설이나 가벼운 얘기로 어떻게 해서든 집중하게 해서 수업을 해 보려는 불쌍한 선생들이 많아요. 사회문제 이런 거 얘기하는 거 충분히 있을 수 있는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동작구 K고 같은 경우도 녹음만 안 나왔으면 아무 문제 아니었을 수도 있어요.”
학생들의 의견을 물었다. 군포의 이모 군의 답이다.
“전혀 아니에요. 대부분의 애들은 정치 자체엔 별 관심이 없어요. 별로 재미도 없어하고요. 수업 내용을 친절하게 잘 가르쳐 주는 선생님한테 더 집중하죠.”
고양의 김모 군도 그렇지 않다고 부인했다.
“그런 의도면, 정치얘기를 중립적으로 해야지 자기 생각을 강하게 얘기하면 안 되지 않나요?”
현 정부가 들어서기 전에도 전교조의 ‘정치수업’은 논란이 된 적 있다. 이른바 ‘계기수업’이다. 계기수업이란 장애인의 날에는 인권교육을 하고, 황사가 내릴 때는 환경교육을 하는 등 교육과정에 포함되어 있지 않은 주제를 사회현안을 통해 가르치는 것이다. 정부 차원에서도 계기수업을 하고 전교조 차원에서도 여러 교사가 함께 수업안을 만든다. 기존 교육과정을 보완할 수 있는 수업 형태다. 문제는 전교조 차원 수업의 ‘정치 편향성’이었다. 지난 2000년 총선낙선 운동이 진행될 때는 ‘총선수업’을 진행했고, 2003년 이라크전쟁이 발발했을 땐 ‘반미교육’을 했다는 비판을 받았다. 2007년에는 한·미 FTA를 주제로 했다. 이때 사용한 ‘초등학생용 광우병 쇠고기 공동수업안’을 보면 제시된 참고자료 5개 중 4개가 ‘미국산 쇠고기는 광우병 쇠고기’라고 주장하는 자료다. 공동수업안에 제시된 방송 영상을 보고 난 후, 청주의 한 초등학교 3학년 학생들이 그린 그림에서는 ‘광우병 쇠고기’에 대한 공포가 묻어 나온다.
전교조 간부 B씨는 “예전에는 계기수업을 했지만, 최근에는 특별히 계기수업을 한다든가 한 적은 없다”고 했다.
교사와 교원단체가 정치성향을 드러내는 것은 현행법 위반이다. 반론을 허용하느냐 여부와 상관없다. 헌법 31조 4항은 ‘교육의 자주성·전문성·정치적 중립성’ 등을 명시했다. 교육기본법 제14조 3항에 ‘교원은 특정 정당 또는 정파를 지지하거나 반대하기 위하여 학생을 지도하거나 선동하여서는 아니된다’고 명시돼 있다.
“좌편향 교사와 SNS가 시너지 효과”
학생들이 수업 중 정치발언의 가장 큰 문제점으로 지적한 것은 ‘학생들이 무분별하게 특정 정치성향의 영향을 받는 점’이다. 군포의 이모 군은 “내가 영향을 많이 받았다는 것을 고등학교 졸업 후 알았다”고 했다. 이어지는 설명이다.
“선생님의 영향을 정말 많이 받았어요. MB는 무조건 다 싫어요. 다른 애들도 똑같이 싫어했고요. 지금 생각해 보면 선생님이 타당한 이유를 들어 가면서 얘기한 것도 아니에요.”
좌편향 교사의 정치발언이 아이들에게 잘 받아들여지는 이유에 대해서도 이모 군은 설명했다.
“보수적인 성향의 선생님은 수업시간에 정치적인 성향을 잘 얘기 안 해요. 좌파, 좌익 이런 쪽의 선생님들은 티를 내죠. 그런데 이런 선생님들이 두발 자유화나 야간 자율학습 폐지 이런 걸 평소에 지지하거든요. 그러니까 당연히 애들은 자신들을 지지해 준다고 생각하고 ‘이런 선생님 얘기니까 다 맞겠지’ 이렇게 생각하는 거예요.”
고양시의 김모 군은 좌편향 발언과 SNS 확산이 “시너지 효과를 낸다”고 했다.
“인터넷을 하다 보면 SNS나 인터넷 댓글에 그런 성향(좌파)을 가진 사람이 많잖아요. 인터넷 댓글에서 그렇다고 하면 그런가, 하는데 학교에 오니까 선생님도 똑같은 얘기를 하니까 ‘아, 이게 진짜 맞는 얘기구나’ 이러는 거죠.”
취재를 위해 만난 학생들은 입을 모아 “편향수업 고발이 이제 줄줄이 터질 것”이라고 했다. ‘에듀리크스’를 운영하는 곽도훈 대표는 “정치수업에 대한 불만은 옛날부터 워낙 많았다”며 “전에는 학생들이 소극적이었는데 이제는 이슈화하려는 학생들이 나오고 있다”고 했다. 그 역시 “이제 줄줄이 나올 것 같다”고 말했다.
학교·교사 측의 대응양상은 여느 내부고발의 경우와 다르지 않았다. ‘정치편향 수업’에 제대로 대답을 하기보다는, ‘말실수’로 돌리거나 ‘교사의 평소 성품’ 같은 주변적 요소를 강조하며, “누가 왜 그런 제보를 했는가”를 알려고만 했다. 김포 J고 교감은 언론에 “젊은 선생이 혈기에 한 번 말실수를 한 것으로 인생에 큰 불이익은 없었으면 좋겠다”고 했다. 소속 교사들의 정치수업 논란에 공식입장을 내지 않은 전교조는 《교육희망》이라는 조합 매체를 통해 ‘한국청소년미래리더연합’을 비판했다. “‘좌편향 교사’ 줄제보 청소년단체 수상하네”라는 제목의 기사는, 정치편향 교사 제보를 받는 청소년단체의 운영자금 출처가 의심된다고 주장했다.
영화 《죽은 시인의 사회(Dead poets society)》에서 키팅 선생님은 입시에 찌든 아이들에게 다르게 살 수도 있다는 것을 가르쳐 주려 한다. 그가 아이들에게 한 말이다. “타인의 인정을 받는 것도 중요하지만, 자신의 신념이 너만의 유일한 것이라는 걸 믿어야 한다. 다른 사람이 이상하다고 보든 별로 인기없는 길이라고 보든, 난 너희들이 지금 당장 너희만의 길을 찾길 바란다. 그것이 자랑스럽건, 바보 같건.”
키팅 선생님이라면 정치편향 제보 후 벌어지는 사태에 대해 어떤 생각을 할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