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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12년 4월호

28 페루 마추픽추 잉카트레일

잃어버린 문명의 길을 걷다

글 : 이상은 여행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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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걷는 거리 : 47km
⊙ 걷는 시간 : 4박5일
⊙ 코스 : KM.82~와이야밤바~와르미와뉴스카~위나이와이나~인티푼쿠~마추픽추
⊙ 난이도 : 조금 힘들어요(고소 적응 필요)
⊙ 좋은 계절 : 5~9월 최적(12~2월는 우기)

태양의 신전인 인티푼쿠에서 본 마추픽추 전경.
  세계에서 가장 아름다운 문화유산으로 손꼽히며 그 존재만으로도 세계인들의 마음을 사로잡은 잉카유적 마추픽추!
 
  잉카의 유물도시인 쿠스코에서 북서쪽으로 110km, 해발 2400m에 위치한 마추픽추(Machu Picchu)는 케추아어로 ‘늙은 봉우리’라는 뜻이다. 마추픽추는 정교한 석재기술을 이용해 1450년에 세워진 것으로 추정되며, 스페인 식민시대 전후로 사람들 기억에서 사라졌다가 1911년 미국의 역사학자 하이람 빙엄에 의해 재발견되었다. 산아래에서는 보이지 않아 ‘공중도시’로 불리는 세계 7대 불가사의 중 하나로, 1983년 유네스코 세계유산으로 지정되었다.
 
  안데스 산줄기에서 흘러 내려온 물이 우루밤바강으로 모여 마치 황톳빛 용이 꿈틀대는 듯 거침없이 흘러 아마존으로 간다. 쿠스코로부터 82km 떨어져서 붙여진 이름 KM.82에서 잉카트레일 첫 출입통제소를 지나 다리를 건너면서 트레일이 시작된다. 강을 오른쪽에 끼고, 두세 사람이 어깨를 나란히 하고 걸어도 좋을 만한 평탄한 길이 계곡을 따라 산으로 이어진다. 초입에는 선인장들이 쑥쑥 웃자라 있고, 색색의 들꽃들과 초목들이 안개비 속에 푸름을 더하니, 새삼 이곳이 세상에서 가장 긴 산맥 안데스이며 가장 긴 강인 아마존이 있는 남미대륙임을 느끼게 된다. 고도가 3000m 가까이 되자 비를 몰고 다니는 구름은 앞서거니 뒤서거니 늘 동행한다.
 
  숲속에 있는 와이야밤바(Wayllabamba·3000m)에 도착하여 두 번째 출입통제소에서 다시 여권과 허가서를 확인받고, 오늘의 야영장소인 아야파타(3300m) 캠핑장으로 향한다. 첫날 걷는 거리는 약 12km이고, 걷는 시간은 약 6~7시간, 고도차는 2750~3300m까지로 약 500m이다. 쿠스코에서 고도적응을 하고 온 경우라면, 첫날 트레킹은 이국적인 풍경 속에 걷기 좋은 산길을 제대로 누릴 수 있는 행복한 날이다. 밤사이 안개비는 살짝 굵어졌다가 아침이 되자 구름이 되어 산등성이를 넘어간다. 한 폭의 산수화가 지나가고, 한 편의 다큐멘터리가 펼쳐진다.
 
 
  죽기 전 가야 할 추천지 1위
 
마추픽추 절경인 태양의 신전 인티푼쿠.

  BBC가 선정한 ‘죽기 전에 꼭 가 봐야 할 추천지’ 1위에 선정된 마추픽추. 잉카트레일은 유명세 때문에 수많은 사람이 온다. 히말라야처럼 이곳에서도 포터가 짐을 들어 주다 보니 편한 복장으로 오는 사람도 많다. 그러나 트레일 구간이 3000~4000m 사이의 고산인지라, 일기변화가 심해서 장비와 복장 준비를 빈틈없이 해야 뒤탈이 없다. 특히 우기가 끝나지 않은 3월, 그리고 4월에도 비가 오기 때문에 방수 등산화는 필수이고 방수재킷, 방수바지도 역시 필요하다. 또 비올 때 사라졌다가 멈추면 나타나서 괴롭히는 강력한 모기 때문에 반드시 모기약을 챙겨야 한다.
 
  준비가 안된 트레커들은 얄궂은 날씨에 주변을 감상할 낭만의 힘이 남아 있지 않다. 자신을 챙기는 것조차 귀찮아진다. 점심을 먹고 잉카트레일 구간 중에서 가장 높은 와르미와뉴스카(4215m)를 넘어야 한다. ‘죽은 여인의 고개’로 불리는 이곳까지 고도를 약 1000m 올려야 하는 힘든 날이다. 컨디션 조절이 중요한다.
 
  룰루차 팜파에서 점심을 먹게 된다. 이곳은 물을 사서 마실 수 있는 마지막 장소이다. 쿠스코에서 2솔인 물 한 병이 여기에선 10솔이다. 잉카트레일에서는 야영지에서만 야영과 취사를 할 수 있고, 볼일을 볼 수 있다. 그리고 야영지마다 화장실이 견고하게 지어져 있는데 모두 수세식이다. 물이 풍부하니 수세식으로 지을 수 있었을 것이다. 히말라야와 오지에서 늘 이용했던 판자만 걸친 재래식 화장실을 생각했다가 놀라움을 금치 못하고 감동한 건 당연하다.(물론, 화장지를 챙기는 것은 필수!)
 
  코차파타 캠핑장(3600m)에는 먼저 온 현지 스태프가 야영준비를 해 놓고 여행자들을 위해 음식을 만드느라 분주하다. 하모니카를 불며 노래를 하자 천막 안은 즐거운 소리로 가득하다. 하루 종일 걸었던 고단함이 따듯한 음식이 목을 넘는 순간 싹 가신다. 따끈한 수프와 알파카 고기로 허기를 채우니 슬며시 잠이 온다.
 
  겹겹이 둘러싼 안데스 고산과 구름 속에서 슬그머니 드러나는 파카마요 계곡은 아직 아침잠에서 덜 깬 듯 고요하기만 하다. 버스로 오르면 1시간도 안되는 길을 굳이 빙 돌아서 산과 산을 넘으며 가파른 능선을 올라 마추픽추를 향해 한 걸음 한 걸음 묵묵히 걸어가는 사람들. 각자의 사연은 다르지만 지금은 모두 한 길을 향해 한 곳으로 가고 있다.
 
  다시 구름을 밀어낸 태양을 따라 위로 올라가니, 반듯한 돌들로 잘 지어진 집터가 나온다. 룬쿠라카이(3800m), 잉카의 전령사 차스키들이 머물던 우리의 역 같은 곳이다. 총칼을 앞세운 스페인 침략자들에 의해 무너지긴 했지만 언어도 각각인 수십 개의 부족을 잉카제국이 문자도 없이 통치하고 번영을 누릴 수 있었던 이유 중의 하나가 잘 구축된 도로망과 연락망 덕분이었다. 하루 주파거리가 320km에 달했던 차스키들은 해발 4000m가 넘는 고산지대를 비롯하여 사방으로 뻗어 있는 길들을 따라 끊임없이 오갔다. 안데스의 높은 산길을 단숨에 달려서 수도 쿠스코까지 소식을 전하던 전령들이 가쁜 숨을 고르던 곳에서 우리도 잠시 쉬어 간다.
 
  예약이 늦어져서 셋째 날 야영지는 푸유파타마르카(3640m)다. 원래 야영하기로 한 위나이와이나(2650m)는 3시간을 더 가야 하는데, 이미 예약이 다 차 있다. 이곳에서 위나이와이나까지 고도차가 거의 1000m인데, 계단이 무려 3000개. 아무리 튼튼한 무릎의 소유자도 이 길을 내려오려면 좋은 등산화와 스틱이 필수다. 잉카트레일에서는 유적지 보호를 위해 반드시 나무스틱을 사용하거나 고무마개를 씌운 스틱을 사용해야 한다. 뾰족한 촉으로 인한 트레일의 작은 파괴조차 최소화하려는 노력이다.
 
 
  어떻게 이 높은 산중에 이런 도시가?
 
  새벽 4시. 헤드랜턴을 착용하고 출발했다. 끝없이 이어진 계단에서 주의를 기울이며 내려오다 보니 동이 터 온다. 나뭇잎이 서걱대는 소리와 간간이 맑은 새소리들이 점점 크게 들려온다. 보는 기쁨 이상으로 듣는 기쁨이 어느 트레일보다도 크게 느껴진다.
 
  드디어 마추픽추를 따라 이어진 잉카트레일의 마지막 통제소 위나이와이나(2650m)다. 저 길을 걸어가면 오직 하늘에서만 완전한 모습을 볼 수 있기에 ‘공중도시’라 불리는 신비의 도시, 마추픽추를 만날 수 있다.
 
  기다림이 턱에 차 오를 쯤 인티푼쿠(Intipunku)가 나타났다. ‘태양의 문’이라는 이곳을 통과하면 드디어 잃어버린 요새, 마추픽추이다. 몇 걸음 나아가자, 시야가 탁 트이며 위대한 그림 한 점이 두 눈을 가득 메운다.
 
  현지 케추아어로 ‘늙은 봉우리’라는 마추픽추, 그와 마주한 ‘젊은 봉우리’ 와이나픽추. 스페인 정복자들에 의해 잉카의 도시들은 모두 파괴되었지만, 그 누구의 손에도 점령되지 않았던 마추픽추는 약 200개의 구조물이 고대의 모습 그대로 보존되어 있다. 석조 기술이 뛰어났던 잉카인들답게 지붕을 빼고는 건물 모두가 돌이다. 통일신라 시대에 찬란한 불교문화를 꽃피웠던 우리의 석공들이 돌을 떡 주무르듯이 했다던가? 경주국립공원에 이룬 예술혼과 장인들의 수고가 새삼 떠오른다.
 
  태양신을 숭배했던 잉카족은 햇빛이 가장 잘 드는 곳에 그들의 신전을 세웠다. 자연석을 그대로 이용하면서 정교하게 다듬은 돌을 탑처럼 얹었다. 유적들의 벽면마다 촘촘하게 쌓아 올린 돌은 투박하지만 마치 퍼즐을 맞춘 듯 작은 틈 하나 없이 자리 잡고 수백 년의 시간을 꿋꿋하게 견뎌 내고 있다. 잉카인들은 어떻게 이 많은 돌을 이 높은 곳까지 옮겼을까?
 
  또 이 높은 숨겨진 도시에서 어떻게 생활할 수 있었을까? 절벽을 다듬어 만든 계단식 밭이 마추픽추의 절반을 차지하는데, 잉카인들은 돌에 홈을 파고 물을 흐르게 해 완벽한 관개수로를 만들었다. 맨 위에서부터 아래까지 약1000m의 고도차이와 평균 5도 정도의 기온차이를 이용해 아래에는 옥수수를, 위에는 감자를 심어서 척박한 안데스 산지에서 풍요로운 수확을 거둘 수 있었다.
 
  이 높은 숨겨진 도시에서 생활했던 그들은 왜 이 도시를 버렸을까? 그리고, 어디로 사라진 것일까? 몇백 년간 마추픽추가 세상에 숨어 있다가 드러났듯 어딘가 또 다른 마추픽추가 있는 건 아닐까? 이 모든 것이 수수께끼이다.
 
● 예약 및 허가
 
  –현지의 허가받은 여행사를 통하여 반드시 사전에 허가를 받아야 하고, 현지 가이드와 동행해야 한다. 잉카트레일의 입산객은 포터를 포함하여 하루 500명으로 제한되고( 트레커들의 수는 200명 정도), 매년 2월은 문화재 및 시설물 보수 정비를 위하여 한달간 입산을 통제하고 있다. 성수기(5~9월)에는 2~3달 전에 예약해야 한다.
 
  –국제학생증(ISIC) 소지자에 한하여 입산료 할인되므로 소지자는 예약시 사본제출, 트레일 기간중에도 학생증을 소지하고 있어야 한다.
 
  –마추픽추 입장료 : 126솔(약 5만3000원), 학생 63솔(약 2만7000천). (1솔=약 420원·2012년 1월 기준)
 
 
  ● 트레일 가이드와 포터
 
  트레일 전문가이드는 페루공용어인 스페인어 외에 영어 혹은 다른 외국어를 구사한다. 가이드 한 명이 8명의 트레커를 인솔할 수 있다. 포터들은 트레일에 필요한 텐트, 조리도구, 식재료, 식당용 텐트 등 장비를 옮기며 필요한 경우 개인 짐을 들어 주기도 한다.(개인 포터 고용비용 1일 25달러)
 
 
  ● 숙박
 
  트레킹의 3박 일정 모두 야영(캠핑)을 기본으로 한다. 안데스의 환경을 보호하고, 케추아 원주민의 전통 파괴를 최소화하기 위한 정책이다. 3월까지는 비가 오기 때문에 방수대비를 잘해서 가야 하고, 건기가 시작되는 5월부터는 낮에는 햇살이 좋고 밤에는 기온이 떨어지니, 방한 장비를 잘 준비해 가야 한다. 침낭과 매트리스는 미리 요청하면 현지 여행사에서 대여해 준다.
 
 
  ● 교통
 
  우리나라에서는 페루 직항 노선이 없기 때문에 적게는 1번, 많으면 3~4번까지 항공기를 갈아타며, 30시간 이상을 비행해야 한다. 가장 빠른 경로는 미국 LA를 거쳐 가는 란(LAN)항공을 이용하는 것. 가격이 저렴한 편인 아메리칸 에어라인을 이용하면 일본 도쿄와 미국 LA, 마이애미를 거쳐 리마로 갈 수 있다. 리마에서 국내선 비행기로 갈아타고 해발고도 3400m의 쿠스코에 내리면 대부분 고소 증세를 경험한다. 그래서 보통 이틀 정도 잉카제국의 옛 수도인 쿠스코를 관광하며 적응을 한 후 트레킹을 시작한다. 쿠스코에서 트레일 시작점인 KM.82, 피스카쿠초(2750m)까지 가서 잉카트레일을 시작한다. 잉카트레일은 전체 길이가 47km로 지리산 종주코스와 비슷한 거리이지만 고도차는 최저 2000m에서 최고 4215m까지로 높낮이가 큰 안데스 산맥을 따라 3박4일이 걸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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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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