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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전인구 전인구경제연구소장

100억원대 자산가 청년이 말하는 ‘大選 앞두고 주목할 주식’

글 : 박지현  월간조선 기자  talktome@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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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35세에 평생 먹고살 돈 마련… 100억원대 건물주 된 비결
⊙ 늘 ‘상투’만 잡는 당신… 부자가 되려면 ‘인문학적 소양’ 길러야
⊙ 정부서 원자력 악마화했지만 원자력株는 대표적인 유망주
⊙ 부동산 규제의 딜레마… 집값 한 차례 더 오를 것
사진=전인구 제공
  과장 조금 보태 갓 제대한 청년 같다. 그만큼 어려 보인다. 그런 그가 사람들에게 ‘돈 버는 법’을 가르친다. 이건 이렇고 저건 저렇다, 하는 말에 거침이 없다. 나이가 지긋한 투자자도 고개를 끄덕이며 듣는다. 앳된 얼굴만 보고 선입견을 가졌던 이들은 이내 그의 통찰력에 감탄한다. 약 50만명의 유튜브 구독자를 보유한 전인구(全寅求·35) 전인구경제연구소장 얘기다. 전 소장을 수식할 때 흔히 이런 표현이 따라붙는다. ‘35세에 경제적 자유를 이룬’…. 그 스스로도 자주 말한다. ‘나는 경제적 자유를 이뤘기 때문에…’. 지난 9월 6일, 그를 만나자마자 물어봤다.
 
  ― 얼마를 벌었기에 그런 말을 자신 있게 합니까.
 
  “로또 복권과 연금 복권에 모두 당첨됐다고 비유하고 싶어요. 목돈에 더해, 매달 들어오는 현금 흐름까지 마련해놨어요. 현금 흐름은 목돈이 없어져도 될 만큼의 수준이고요.”
 

  ― 그게 얼마 정도죠.
 
  “현금 흐름은 강남 외곽 건물 두 채 정도 되고요, 목돈은 강남에 사옥 하나 올릴 정도는 돼요. 시세가 한 100억원 정도 하더군요. 물론 대출은 껴야 하고요.”
 
  ― 경제적 자유는 이뤘지만, 재테크 비법을 설파하기에는 투자 경륜이 짧다고 생각한 적 없습니까.
 
  “저한테 가장 부족한 부분이 바로 그거죠. 그래서 경륜이 높은 분들을 많이 찾아가 만났어요. 운 좋게도 주변에 좋은 스승이 많아 그들의 지식과 지혜를 잡고 물고 늘어질 수 있었습니다.”
 
 
  중학교 때부터 투자 공부
 
  겸손한 발언이었다. 그의 과거사를 들여다보면 결코 경륜이 짧은 것도 아니다. 20년 전으로 거슬러 오른다. 열다섯 살. 어린 그에게 돈은 ‘간절함’이었다. 부모님 사업이 크게 망해 중학생 시절부터 경매 책을 읽었다. 야구선수가 꿈이지만 녹록지 않았다. 공부엔 꽤 소질이 있어 교육대학에 진학했다. 대학생이 돼서도 가세는 여전했다. 그는 학비뿐만 아니라 집안 생활비까지 보태야 했다. 평일에는 학원 강사를, 주말에는 과외 수업을 네댓 건씩 했다.
 
  봉급을 받고 무작정 주식·부동산 고수들을 찾아가 비법을 알려달라고 했다. 그렇게 스무 살부터 투자를 병행하며 돈을 불렸다. 돈이 차츰 모였지만 한계가 있었다. 자산을 좀 더 증식하려면 우선 버는 돈이 많아야 하는데, 몸 하나로 벌 수 있는 돈은 한정돼 있었다. 가만히 보니, 노동은 내가 제공하고 돈은 학원이 더 많이 챙겼다. ‘시스템 구축’이 답이었다. 그 길로 ‘공부방’을 차려 반대로 교사를 고용했다. 이때부터 많게는 한 달에 500만원까지 들어왔다.
 
  이후 초등학교 교사가 됐다. 약 10년간 교단에 섰다. 경제 과목을 배우지 않는 아이들을 위해 별도로 커리큘럼을 개발했다. 진심을 쏟았더니 시교육청에서 이를 위한 예산까지 편성해줬다. 2018년에는 대한민국경제교육상도 받았다. 공교육을 위해 이 정도 하면 됐다 싶었다. 교직을 떠나 본격적으로 재테크 교육에 나서기로 했다.
 
  앞서 군 복무는 해군에서 했다. 천안함, 연평도 포격사건을 모두 겪었다. 살아서 못 나가겠다고 느꼈고, 죽기 전에 뭐라도 남겨야겠다 싶어 군에서 책을 썼다. 베스트셀러가 된 첫 저서인데, 《내월급사용설명서》다. 이후에도 《워렌 버핏의 재무제표 파헤치기》 《전인구의 주식투자 일주일 만에 뽀개기》 등 9권의 책을 썼다. 틈틈이 투자자산운용사, 자산관리사 자격증도 땄다.
 
  지금은 경제연구소를 운영하고 있다. 거시경제 흐름과 주식 투자를 전문적으로 다룬다. 유튜브 방송뿐만 아니라 전국 대학 MBA 과정 등 온·오프라인 강의와 라디오 고정 패널도 병행하며 바쁘게 산다.
 
  ― 젊은 나이지만 투자 이력은 15년이 되는 셈이군요. 그간 꾸준히 지키는 투자 원칙이 있다면요.
 
  “싸게 사서 비싸게 팔자. 여기에 모든 철학이 담겨 있어요.”
 
  ― ‘좋은 주식을 싸게 사라’…. 도돌이표처럼 나오는 말인데, 어떻게 하면 싸게 살 수 있나요.
 
  “대중에게 인기 있는 주식은 비싸요. 인기가 없을 때 사면 됩니다. 그런데 보통 인기가 없으면 막상 안 사게 되죠. 그래서 결국 비싸게 사는 거예요. 피터 린치의 마젤란펀드가 13년간 단 한 번의 손실 없이 연평균 29%의 수익을 냈어요. 그런데 투자자의 90%가 손실을 봤습니다. 모두 비쌀 때 사서 싸게 판 거죠. 좋은 주식을 싸게 사려면 투자 경험과 지식, 용기가 필요해요.”
 
  ― 경험, 지식, 용기 없이 싼 주식을 사는 법 같은 건 없습니까.
 
  “기업에는 문제가 없는데, 코로나19처럼 외부 요인으로 조정에 들어간 종목들을 사는 방법이 있어요. 잠깐 세일(sale)에 들어간 기업을 고르는 건데, 이 또한 ‘지금이다’라는 걸 알려면 어느 정도 경험이 필요해요. 소액으로라도 투자를 여러 번 해봐야 합니다. 돈 벌 수 있는 기회는 생각 외로 많아요. 그걸 잡는 건 투자자에게 달렸죠.”
 
 
  대선 앞두고 주목할 주식은?
 
전인구 전인구경제연구소장은 부자가 되려면 인문학이 필수라고 했다. 사진=박지현 기자
  ― 세일 종목으로 여행·항공주가 많이 꼽히는데, 이미 회복 기대감을 반영했더군요.
 
  “사람들 생각이 다 같으니까요. 특히 항공주는 평소보다 더 많이 올랐죠. 여기서 한 번 더 꼬아서 생각할 필요가 있어요. 다들 해외 나갈 생각만 하는데, 들어오는 수요도 있을 거잖아요. 그런 차원에서 외국인 전용 카지노, 면세점, 호텔을 떠올릴 수 있겠죠. 호텔의 경우 모두 똑같은 5성급 호텔이 아니라, 서울 한복판에 짓는다는 한옥호텔이 경쟁력 있을 거라 봅니다.”
 
  ― 요즘 대선 앞두고 테마주도 많이 언급됩니다. 이런 데도 관심을 둡니까.
 
  “그럼요. 다만 투자를 안 할 뿐이죠.”
 
  ― 대선 관련주에 투자하는 건 추천 안 합니까.
 
  “두 가지가 있어요. 첫째는 말 그대로 테마주. 막상 까보면 대선 후보와 연관 없는 경우가 많아요. 일면식도 없는데 성이 같다는 이유로 언급되죠. 이런 건 세력들이 끼어 있어 2배 오를지, 10배 오를지 아무도 몰라요. 둘째는 후보들의 정책을 보는 겁니다. 이건 분석해볼 필요가 있어요. 경선 끝나고 후보들이 본격적으로 공약을 내놓을 때 관련주들이 들썩들썩할 겁니다.”
 
  ― 어느 후보든 주택 공급 정책은 무조건 내놓겠죠. 건설사 주식을 사면 되는 겁니까.
 
  “주택 공급 공약은 후보에 관계 없이 내걸겠죠. 다만 분양·재건축·임대로 유형 차이는 있겠죠. 후보에 따라 집을 소유하게 할지, 빌려 쓰게 할지는 갈릴 텐데 이때는 꽃놀이패 전략을 쓰면 됩니다. 건설사? 물론 시공을 맡으면 돈을 벌겠죠. 시멘트는 어떨까요. 임대든 분양이든 어디든 공평하게 들어가겠죠. 거기에 자잘한 페인트, 빌트인 가구, 후드, 욕실 용품 등도 수요가 늘 수밖에 없겠고요.”
 
  ― 부동산 정책 말고는 뭐가 있겠습니까.
 
  “친환경 정책 비중이 있어 전기차 관련 공약이 많이 나올 거라 봅니다. 단순히 전기차에 관심을 갖는 데 그칠 게 아니라, 예를 들어 전기차 충전소 비중을 늘리겠다고 하면 전기 들어오는 전선도 더 굵게 해야 하고, 변압기도 바꿔야 해요. 이런 관련 산업도 눈여겨볼 필요가 있겠죠.”
 
  ― 저출산·고령화에 따른 인구절벽도 화두가 될 텐데요. 관련 산업군은 뭐가 있을까요.
 
  “비단 대한민국뿐만 아니라 여러 선진국의 난제죠. 인구절벽이 문제 되는 이유는 젊은 노동력이 상실되기 때문입니다. 단순 반복노동이 필요한 산업부터 사라질 텐데, 만일 자동화 로봇이 이를 대체할 수 있다면 고민이 좀 덜겠죠. 그런 차원에서 스마트팩토리에 관심을 둘 필요가 있습니다. 대표적인 게 아마존의 물류시스템이죠. 스마트팩토리 관련주는 아직 주가가 많이 안 오른 상태인데, 이쪽으로 돈이 한번 움직일 거라 예상합니다. 자동화가 되면 전기 분야도 따라오겠고요.”
 
 
  대표적 악마株, 원자력주 사야
 
전인구 소장은 원전이 악마화됐지만 원자력 주식은 대표적인 유망주라고 했다. 사진은 지난해 11월 서울대에 붙은 정부의 원전 정책 규탄 대자보. 사진=조선DB
  ― 지금 몇 종목을 갖고 있습니까.
 
  “4~5개 종목입니다. 이 중 미국 주식이 한 개고 나머지는 국내 주식이에요.”
 
  ― 가장 오래 보유한 종목은 뭡니까.
 
  “2007년부터 2014년까지 갖고 있었는데, 다 정리했습니다.”
 
  ― 국내 주식 중 장기투자할 종목은 그리 많지 않죠. 꾸준히 우상향하는 주식으로 삼성전자와 LG생활건강 정도밖에 떠오르지 않는군요.
 
  “극소수죠. 국내 주식시장은 대부분 대외 경기를 많이 타는 업종으로 구성돼 장기투자 매력이 떨어지는 게 사실입니다. 사실 삼성전자도 장기투자 종목이 아니에요. 반도체 중심이잖아요. 워런 버핏이 한국에 와서 삼성전자를 방문한 뒤 투자하지 않겠다고 했었죠. 10년 뒤 그림을 그릴 수 없다고요. 권투에 비유하면 챔피언 방어전에 성공하면 몸값이 오르지만 어느 날 더 강력한 도전자가 나오면 지는 거거든요. 디스플레이, 자동차, 화학, 석유, 조선, 정유 모두 경기민감주로 마찬가지죠.”
 
  ― 장기투자를 하려면 내수 중심의 기업을 보라는 뜻입니까.
 
  “국내 시장 위주로 돌아가는 것 중 대표적인 게 카카오죠. 다만, 내수 잠식 속도가 너무 빨라서 어느 정도 저항받을 거라 보여요. 주가가 더 이상 못 오르는 구간이 온다는 거죠. 사람들이 안 쓸 수 없으면서도 가격이 계속 오르는 것, 그러면서 해외로 수출도 되는 것으로 식품주가 있어요. 경기불황이 오든 안 오든 먹고살아야 하잖아요. 식품주 중에서 우량한 기업은 장기투자할 만하다고 봅니다.”
 
  ― 장기투자를 떠나서 유망한 업종은 어떤 게 있을까요. 블루오션 같은 주식이요.
 
  “흔히 ‘악마주(株)’라고 불리는 게 있어요. 선입견으로 ‘나쁘다’고만 하는 산업이죠. 유럽에서 마녀사냥을 당했던 사람들이 오히려 마녀가 아니었잖아요. 언급했던 카지노도 그중 하나고요. 요즘 보고 있는 것 중에는 원자력이 있습니다. 무조건 나쁘다고 평가절하를 하지만 가장 저렴하게 전기를 공급할 수 있는 방법이죠. 빌 게이츠와 워런 버핏도 원자력 활성화를 외치며 투자에 나섰고요. 나트륨을 활용한 소형 원자력발전소를 건설하겠다며 에너지계 ‘게임체인저’가 될 거라고 했죠. 소형 모듈은 구석구석에 들어갈 수 있어요. 마트 주차장에 급속 전기차 충전기를 설치하려면 원자력발전소 하나가 들어가야 한다고 하잖아요. 그만큼 어마어마한 전력이 필요하다는 거예요. 스마트팩토리, 전기차 시대가 오면 전기를 얼마나 싸게 공급하느냐가 각국의 핵심 과제가 될 텐데 그 열쇠가 원자력일 거라 봅니다.”
 
 
 
돈 벌려면 인문학 알아야

 
최근 펴낸 《주식의 심리》에서 전 소장은 “주식은 기술이 아니라 예술이며 투자에 눈을 뜨게 하는 건 인문학”이라고 말한다.
  흔히 ‘닥치는 대로 공부했다’고 한다. 그도 그랬다. 학창 시절 싫어하는 과목이 없었다고 한다.
 
  “교사를 한 덕분에 여러 지식에 관심이 많았어요. ‘언젠가 써먹을 데가 있다’는 주의라 기회가 되면 그게 뭐든 무조건 배웁니다. 해군에서 군 복무할 때 대원들이 선박 내 화장실을 수리하는 걸 봤어요. 그때 용접하고 변기 뜯는 걸 보며 배워놨더니 수년 후 부동산 임대할 때 써먹을 일이 있더군요.
 
  책은 종류를 안 가리고 다 읽어요. 역사는 옛날부터 좋아했고요. 미술, 음악, 영화, 스포츠, 음식, 패션까지 공부해보니 결국 모든 건 하나로 연결된다는 느낌을 받았어요.”
 
  최근에는 《주식의 심리》라는 책을 냈다. 이를 통해 주식은 기술이 아니라 예술이며, 투자의 눈을 뜨게 하는 건 인문학이라고 강조한다. 역사, 예술, 철학, 지리, 영화, 여행, 스포츠, 심리까지 분야를 넘나들며 과거의 인물과 사건으로부터 새로운 투자 접근법을 제시한다. 영화 〈라스트 사무라이〉에서 워런 버핏을 떠올리고 원형 감옥인 ‘판옵티콘’과 서울의 아파트를 연결 짓는다. 또 한니발의 전략에서 AMD[중앙처리장치(CPU) 대장주]를 끄집어내고 적벽대전 당시 제갈량이 띄운 ‘빈 배’를 통해 공매도와 외인을 설명한다.
 
  그는 “돈을 벌어야 했고, 간절했기에 모든 사물을 돈과 연결하는 습관이 들었다”고 했다.
 
  ― 재테크에 있어 간절함은 ‘독’ 아닙니까.
 
  “원래 모든 해독제도 독에서 뽑아냈잖아요. 간절함을 잘 활용하면 해독제가 되고, 잘못 쓰면 독이 되기도 하겠죠. 분명한 건 제가 독을 품긴 했어요.(웃음)”
 
  ― 요즘 사람들은 책을 안 읽는데요. 투자하는 데 꼭 인문학을 알아야 합니까.
 
  “부자가 되고 싶으면 알아야 해요. 생각의 힘을 길러주거든요. 낚시꾼들이 많이 모인 자리에 가서 낚싯대를 던지는 사람에게는 필요 없겠죠. 보통 돈 버는 사람을 보면, 먼저 가서 기다립니다. 좋은 자리를 선점하려면 물길을 먼저 봐야 하는 법이거든요. 꽃게잡이를 예로 들면 꽃게는 바닥을 기기 때문에 레이더에 걸리지 않습니다. 물길을 보고 어망을 깔아야 잡을 수 있죠.”
 
  ― 재무제표만 봐도 중간 이상은 되는 것 아닙니까. 그것만으로도 벅찬데 역사까지 알아야 한다면 너무 가혹한데요.
 
  “돈은 숫자보다 먼저 움직여요. 재무제표 분석 등 수학적으로만 접근하면 안 됩니다. 예컨대 원자력 주식 같은 경우 지금 죄다 적자입니다. 숫자만 본다면 못 들어가는 거죠. 지난 8월에 나온 각종 기업 보고서 또한 모두 오뉴월 판매 실적이에요. 이미 너무 과거잖아요. 숫자를 보기보다는 발상을 뽑아야죠. 남들이 발견하지 못하는 것을 찾아내는 영감은 인문학에서 와요.”
 
 
  2~3년 후 증시는 안갯속
 
  그는 2~3년 후 주식시장은 안개가 자욱하다고 했다. 적벽대전 당시 제갈량이 빈 배를 띄우던 그날처럼 말이다. 전 소장은 “안개가 자욱할 때 개인투자자는 화살을 날릴 것인지, 같이 빈 배를 띄울 것인지 고민해야 한다”고 했다.
 
  ― 이제 코로나19는 더 이상 주식시장의 주요 변인이 안 되겠죠.
 
  “이미 2년 동안 익숙해졌잖아요. 코로나19 환경 속에서도 생산하고 소비하는 법을 알아냈고요.”
 
  ― 테이퍼링(자산매입 축소)도 크게 걱정할 수준이 아닌 것 같고요.
 
  “이제는 금리 인상을 생각할 때죠. 물가는 돈을 푼 만큼 무조건 오르게 돼 있는데, 앞으로는 금리를 인상해도 제동이 안 걸릴 수 있어요. 미국이야 기축통화니까 버티겠지만, 한국이나 여타 신흥국은 그 속도를 못 견딜 수도 있을 겁니다. 한은에서도 그걸 고려해 한 단계(0.50%→0.75%) 미리 올린 거고요.”
 

  ― 지난 연말부터 올해 초까지 뜨거웠던 동 학개미들이 살짝 주춤하는 모양새죠. 증권사 2분기 손익도 23%나 줄었고요.
 
  “코인 때문이라 봐요. 예전에는 너도나도 부동산으로 돈을 벌었어요. 2017년부터는 가격이 폭등한데다 규제가 점점 세진 탓에 그것이 불가능해졌죠. 백날 일해도 집을 못 사게 됐어요. 한 계단 한 계단 올라서는 결코 성벽을 오를 수 없게 됐죠. 그때 주식이 대안이 됐어요. ‘고통과 불안을 한 방에 끝내줄 방법은 이거 하나다’라며 사람들이 몰렸고 마치 종교화됐죠. 가격도 계속 올라 지난 1월 코스피가 3000을 돌파했고 삼성전자가 9만원이 넘었습니다. 그때 들어올 사람은 다 들어온 겁니다. 이제 더 이상 신규 참여자가 없는 거예요. 횡보장이 이어졌고, ‘더 쉽고 더 빠르게 돈 벌 수 있는 방법은 없을까’ 하며 코인으로 이탈한 거죠. 코인 버블마저 꺼질 때 수많은 투자자에게 암울한 시기가 닥치겠죠.”
 
  ― 주식과 코인 버블이 꺼지는 시기에 투자처는 다시 예금이 될까요.
 
  “미국에서도 계속 돈을 풀고 있고 내년에도 금리 인상이 없을 거라 하니, 당장 큰 이변은 없을 거예요. 다만, 상승에는 한계가 있잖아요. 그 한계점에 다다랐을 때 폭락이 될지 서서히 가라앉을지는 모르겠어요. 그때는 다른 투자 자산에 눈을 돌려야 되는데…. 글쎄요, 아직까지 뭐가 될지 모르겠어요. 보이지가 않아요.”
 
  ― 투자 고수가 그걸 모르면 누가 압니까.
 
  “지금은 시기가 그래요. 보통 금리가 높으면 예·적금이 다시 유행하고, 저축금이 좀 쌓이면 다시금 부동산과 주식으로 돈이 순환하는 형태인데, 이번에는 주식과 부동산이 순식간에 오른데다 금리는 또 안 오른 상태라서요. 여기서 만약 금리가 좀 더 오르고 나면 예금으로 이탈하는 자금이 꽤 클 수 있겠죠. 2011년부터 2015년까지 그랬어요. 투자 수단이 딱히 보이지 않던 시기였죠. 미래가 불안하니 그때 보험 장사가 잘 됐죠.”
 
 
  달러 더 내릴 것, 신흥국도 눈여겨봐야
 
전인구 소장은 신흥국에 투자하기 위해 코로나19 이전에는 직접 현지 답사를 하기도 했다. 사진은 현지의 부동산 답사 모습. 사진=전인구 제공
  ― 흔히 경제는 10년 주기로 움직인다고 하죠. 그렇다면 2011년 당시와 비슷하게 흐르지 않겠습니까.
 
  “원래 그렇게 생각했는데, 코로나19로 흐름이 완전히 바뀌었어요. 사람으로 치면 인체 호르몬 주기가 깨진 거죠. 전 세계적으로 갑자기 금리를 인하하고 유동성을 퍼부으며 돈의 힘으로 인공호흡을 해놓은 거예요. 앞으로는 어떻게 돌아갈지 예측이 어려워졌어요. 2~3년 뒤 전망은 좀 더 지켜봐야 알 수 있을 것 같아요.”
 
  ― 달러는 어떻게 봅니까. 오늘(9월 6일) 오전에 보니 1180원 선까지 간 게 1150대로 떨어졌는데요, 환전 타이밍입니까.
 
  “달러 가치의 평균지수가 93.5를 넘었다가 지금 92.5까지 많이 내려왔지만, 아직은 아니라고 봅니다. 잠깐 놀라서 신흥국 돈이 미국으로 들어왔는데, 미국 지수는 사상 최고치를 유지하고 있잖아요. ‘아, 안전한 거였구나’ 하면서 다시 신흥국으로 나가고 있어요. 좀 더 빠질 거라고 보고, 한편 신흥국 지수는 더 올라가겠죠. 군대에 빗대자면 외세가 쳐들어올 것 같아서 각 지방에 파견됐던 군대들이 중앙군인 미국으로 차출돼 (달러 지수가 올랐다가) 안전하다는 걸 확인한 후 다시 원위치한 거죠.”
 
  ― 신흥국 투자도 합니까.
 
  “직접 투자하기 어려운, 예를 들어 인도 주식 같은 경우 ETF를 통해 합니다. 연금처럼 꾸준히 사 모으고 있어요. 1990년대 중국의 모습이 지금의 인도 같더군요. 20년 후를 내다볼 때 성장성이 있어 보여요. 여러 이유가 있는데, 우선은 중국과 사이가 안 좋아 미국과 협력 여지가 있어요. 실제로 애플 등에서도 중국에 있던 하청업체들을 인도로 많이 옮겼죠. 지금 미중 무역전쟁의 전운이 감돌잖아요. 그럴수록 인도에는 유리하겠다 싶어요. 그 밖에 태국, 인도네시아, 베트남 등 신흥국가 주식도 틈틈이 살펴보고 있습니다.”
 
  ― 신흥국의 기업 사정은 어떻게 공부합니까.
 
  “코로나19 이전에는 이곳저곳 직접 다니며 시장 조사를 했어요. 투자여행이랄까요. 기업탐방도 하고 그 나라 예술품도 사 보면서요. 다니다 보면 말도 안 되게 좋은 기업을 발견하곤 해요. 예컨대 태국 같은 경우 국왕이 밀어주는 기업이 있어요. 일례로 태국 최대의 시멘트 회사는 국왕 소유죠. 또한 금산(金産)분리가 없어서 은행에서 계열사로 산업회사를 1000개 정도 둔 경우도 있더군요. 경매도 은행에서 자체적으로 할 정도로 은행이 엄청난 힘을 가진 나라인 거죠.”
 
 
 
부동산 규제의 딜레마, 집값 더 오를 것

 
대선 앞두고 주목할 종목 중 하나에는 주택 공급 정책 관련주가 있다. 사진=조선DB
  ― 혹시 AMC나 GME 같은 ‘밈(meme)’ 주식은 어떻게 봅니까.
 
  “주식 판의 코인 같은 거죠.”
 
  ― 투자자들은 이론이 굉장히 탄탄하던데요.
 
  “IT버블 때도 이론은 탄탄했어요. 주식은 가장 안전한 확률에 투자하는 겁니다. 예를 들어 기업의 자산 가치, 수익 가치, 실적 등으로 적정 주가를 구하는데, 마지막으로 주가를 움직이는 변수가 ‘미래 가치’예요. 이 값은 아무도 몰라요. 수학 공식으로 치면 a×b×c 다음에 변수 ‘x’가 들어가는 거죠. 이를테면 코인은 이 ‘x’로만 가격이 움직이는 겁니다. 0에서 무한대까지도 가능한 거고, 맞힐 수가 없어요.”
 
  ― 코인은 안 하나 봅니다.
 
  “대중의 심리만 가지고도 가격이 오르는 거니까요. 제 투자 철학 중 하나가 ‘잃어도 되는 돈은 없다’입니다. 언제, 얼마까지 올라갈지 모르니까 그 변수에 노출되는 게 싫은 거죠. 흔히 지인에게 말합니다. 집 판 돈으로도 넣을 수 있는 곳에 투자하라고요.”
 
  ― 집 얘기가 나와서 말인데, 부동산 시장은 어떻게 봅니까. 정부는 집값이 고점이라 했는데요.
 
  “한 번 더 오를 거라 봐요. 추석 전후로 전세, 매매가 오르는 시즌인데 추석 전에 서둘러 금리를 인상했잖아요. 신용대출도 막아서 묶어버렸고요. 그런데 이미 유동성이 너무 많이 풀렸어요. 물가가 계속 치솟는 걸 가장 빠르게 규제하는 카드를 뺀 건데, 공급이 그 속도를 맞춰주지 못하기 때문에 밸런스 붕괴 현상이 앞으로 2~3년간은 지속될 거라 봅니다.”
 
  ― 2~3년 뒤에는 안정될 거라는 말입니까.
 
  “미국에서 2023년부터 본격적으로 부채폭탄의 대가를 치를 거고, 그 시기 우리나라는 3기 신도시 등 몇몇 신도시 입주가 시작되잖아요. 공급 물량이 터지고 전반적으로 유동성도 빠지는 시기라는 건 어느 정도 감내해야겠죠. 미국 부동산·증시 버블이 꺼질 때쯤 같이 가라앉을 거라 보기는 하는데, 하락의 깊이는 좀 더 상황을 지켜봐야 할 것 같아요. 3%일 수도, 10%일 수도 있겠죠.”
 
  그는 “부동산 규제로 인해 시장이 어이없는 딜레마에 빠졌다”고 덧붙였다.
 
  “정부에서 부동산 시장이 안정됐을 때 집값이 크게 하락할 지역은 대출을 많이 받을 수 있게 해놨어요. 강남은 그 반대고요. 그래서 오히려 강남의 재무 건전성은 높아졌죠. 주식으로 따지면 삼성전자는 담보대출을 못 받게 해놨고, 작은 기업은 담보대출을 당길 수 있게 해놓은 겁니다. 그러면 장이 흔들릴 때 어떻게 될까요. 삼성은 멀쩡한데 지방은 초토화되는 일이 벌어지겠죠. 그렇게 되고 나서 대출이나 취득세 규제를 완화하면 이런 시나리오가 나올 수도 있겠죠. 강남에 집 가진 사람들이 그 집을 담보로 70%까지 대출을 받아 저렴해진 지방의 집을 매수하는 거예요. 사모펀드들이 하는 것처럼요. 기업 인수 후 몸값을 올리고 올린 몸값처럼 대출을 늘려 또 다른 기업을 인수하잖아요. 양극화가 더욱 극심해지는 거죠.”
 
 
  살기 좋은 나라 만들고파
 
  ― 지금 보유한 ‘부동산 대 주식’ 비중은 어느 정도 됩니까.
 
  “7대 3 정도 돼요. 부동산 비율이 더 높죠. 팔고 싶은데 세금 때문에 못 팔고 있어서…. 다만 유동화 작업은 꾸준히 하고 있습니다. 사모펀드 용어로 ‘리캡(recapitalization·자본 재조정)’이라고 하죠. 내년까지 5대 5 정도까지 맞출 생각입니다.”
 
  ― 돈이 많으니 좋습니까.
 
  “하고 싶은 일을 할 수 있으니 좋죠.”
 
  ― 돈 빌려 달라는 사람은 없던가요.
 
  “안 그래도 전화가 오더군요. 빌려주면 돈을 잃을 것 같고 안 그러면 사람을 잃을 것 같고… 힘들었습니다. 하하.”
 
  ― 이 정도 벌었으면 그냥 놀아도 되는 거 아닙니까. 왜 이리 바쁘게 사나요.
 
  “한 단계 이뤄냈을 뿐입니다. 1단계에서 인생이 끝나지는 않잖아요. 도전의 연속이죠. 여러 투자자에게 보여주고 싶은 것도 있어요. ‘전인구라는 사람은 경제적 자유를 이루고도 열심히 살더라, 나도 그래야지’ 할 수 있도록. 무엇보다 신체 능력이나 뭐나 아직 더 열심히 해도 되는 나이잖아요.”
 
  ― 그래서 종국에 이루고 싶은 게 뭔가요.
 
  “한때는 국민연금이나 공무원연금을 운용해보고 싶다는 생각을 했어요. 연금 파산을 막는 차원에서요. 사람 하나로 바뀔 수 있는 제도는 아닌 것 같더라고요. 실현 가능한 범위에서는 기업을 만들고 싶어요. 도시재생이나 죽어가는 가게와 회사를 살리는 기업이요. 그래서 좀 더 살기 좋은 나라를 만드는 데 일조하고 싶어요. 그러기 위해서는 일단 제가 어디까지 할 수 있는 사람인지 확인부터 해야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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