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창극(文昌克) 총리 후보자 낙마 사태와 장관 후보자들의 인사청문회를 보면서 저와 관련한 한 가지 ‘사건’을 떠올리게 됐습니다. 19년 전인 1995년이었죠. 제가 《조선일보》 편집국 사회부에서 교육담당 기자를 할 때였습니다. 새벽까지 야근을 하고 낮에 출근하니 교육부 국장한테 전화가 왔었더라고요. 전화를 걸었죠. 그 국장은 ‘충격적인’ 말을 전했습니다.
“최형. 오늘 점심에 장관이 편집국장을 만났어요. 그런데 장관이 최형이 쓴 기자수첩을 국장한테 보여주며 기자를 교체해 줄 수 없겠느냐고 하더라고. 알고 있어야 할 것 같아서….”
무슨 얘기냐고요. 제가 교육 기사를 쓰면서 교육부의 행태를 비판하는 ‘기자수첩’을 자꾸 쓰니까 그에 대한 김숙희 장관의 대응이 이랬다는 것입니다. 물론 취재 담당은 바뀌지 않았습니다.
문 후보자 낙마와 청문회 과정에서 ‘과거 행적’과 관련 기사가 많이 드러나다 보니 저도 모르게 그때 사건이 생각났습니다.
그래서 당시 ‘기자수첩’을 찾아 들여다봤습니다. 저도 궁금했습니다. ‘장관이 왜 그랬을까’라는 생각 때문이었죠. 그해 1월부터 7월까지 10개더군요. 교육예산과 관련해 말 바꾸기를 하는 정부(대통령, 기획재정부, 교육부)를 비판한 것이 4개, 자주 바뀌는 대학입시정책을 꼬집는 것이 4개, 검정고시 시험일자를 돌연 바꾼 것의 부당성을 지적하는 글이 1개, 대학들의 입시일 선택 눈치작전을 지적하는 글이 1개였습니다. 장관이 ‘흥분’한 이유는 입시정책 혼선(混線)과 검정고시일 변경 지적 글 때문일 것으로 짐작됩니다. “만약 그런 일이 지금 생긴다면 어땠을까”라는 질문을 스스로에게 던져봤습니다. 편견일 수 있겠으나, 제 결론은 그때의 잣대나 지금의 잣대나 다를 것이 없다는 것입니다. 당시의 판단 기준과 지금 제 생각이 대체로 같다는 점에서 얼마나 다행이었는지 모릅니다.
확고한 원칙위반을 관행 핑계 대며 빠져나가려 해선 곤란
자랑처럼 들렸다면 용서를 빕니다. 제가 드리고 싶은 말은 시점이 언제가 됐든 변함없는 기준은 있다는 것입니다. 문창극 총리 후보자와 정종섭 안전행정부장관은 장교로 군 복무를 하면서 대학원에 다닌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1970년대 장교 생활은 주간(晝間) 대학원에 다닐 수 있을 정도로 한가했을까? 저도 궁금했습니다. 그래서 몇몇 사람에게 물었더니, 소속 부대와 학업 여건에 따라 가능하기도 했다고는 합니다. 일주일에 2~3일 정도로 수업을 몰아놓으면 꼭 불가능한 것만은 아니었다는 것이지요. 그렇다고 일주일에 2~3일씩이나 ‘근무지 이탈’을 허락해 줄 상관이 누가 있었겠습니까. 대개는 곧 제대할 단기(短期) 장교니까 그냥 묵인(默認)했다는 표현이 적당할 것이라고 합니다. 정 장관의 경우 저와 비슷한 시기에 장교 생활을 했는데, 저는 그런 ‘신이 내린 군대’ 얘기를 들어본 일이 없습니다. 다만 법무관이란 ‘신도 부러워하는 보직’이었으니 이런 것 또한 상관(上官)의 간섭을 받지 않았을 것 아닌가 하는 생각은 듭니다. 그러나 어찌됐든 분명한 것은 이들의 행동이 합법(合法)적인 행위는 아니라는 점이죠. 고려시대, 조선시대였더라도 군인의 근무지 이탈은 변함없는 불법입니다.
석·박사 학위가 있는 후보자에게 자주 문제되는 논문 표절 역시 마찬가지입니다. 1990년대 중반 이전엔 표절에 대한 기준조차 제대로 없었다고 하지만, 자기 논문을 쓰면서 남의 것을 인용도 아닌 베껴 쓰는 것은 누가 뭐래도 ‘도둑질’이죠. 남의 지적을 받기 이전에 스스로가 잘 알 것입니다. 20~30년 전이라고 해서 도둑질의 개념이 다르지 않았습니다.
세상에는 이렇게 시대를 초월한 확고한 원칙들이 상당히 많습니다. 이를 관행(慣行)이란 이름으로 어물쩍 넘어가려 해서는 안 됩니다.
재고해야 할 검증 기준
반면에 검증 기준으로 한번쯤 재고(再考)해 봐야 할 문제들도 분명 있습니다.
예를 하나 들어보겠습니다. 1970년대 서울 강남 개발이 한창일 때입니다. 이 얘기를 신경식(辛卿植) 전 국회의원한테 들었습니다. 서울시가 개발한 강남 땅을 팔아야 하는데, 지금의 강남대로, 테헤란로 등 대로변(大路邊) 외에는 살 사람이 많지 않았다고 합니다. 불과 40여 년 전 일인데, 지금 들어보면 “그럴 리가…”라고 의아해하실 것입니다. 어쨌든 당시 서울시가 기자실에까지 들러 ‘강남 땅 세일’을 했다고 합니다. 심지어 대로에서 조금 들어간 자투리땅은 공짜로 끼워주기도 했다고 합니다. 그런데도 당시 기자들 대부분은 외면했고, 몇몇은 서울시의 ‘읍소(泣訴)’에 그야말로 ‘투자’를 했다는 얘깁니다. 그때 땅을 샀던 분들 중 고위 공직으로 진출한 분들은 그 후 ‘오늘의 잣대’에 따라 혹독한 부동산 투기 의혹에 시달려야 했습니다. ‘어제의 잣대’를 모르는 주변의 뭇매에 냉가슴을 앓았다고 합니다.
이런 것 또 있습니다. 바로 교육을 위한 위장전입입니다. 제가 중·고등학교를 다녔던 1970년대는 격변의 시대였습니다. 갑작스런 중·고교 평준화(平準化) 때문에 학부모든 학생이든 우왕좌왕했습니다. 당시 신문을 살펴보면 온갖 ‘검토’ 기사가 난무합니다. 저도 중학교 때 서울로 전학했는데, 그 동기가 바로 ‘고교 평준화 6대 도시 확대 검토’ 때문이었습니다. 1974년도에 서울 지역 고교 평준화가 이뤄졌는데, 이듬해인 75년부터 부산 등 대도시로 확대한다는 것이었습니다. 그런데 실제 그렇게 되지 않았습니다.
여하튼 그 ‘검토’라는 보도 때문에 중학생들의 상경(上京) 열풍이 불었습니다. 문제는 지방에서 서울로 학교를 옮기는 것이 가족 모두 주민등록을 옮기기 전에는 불가능했다는 것입니다. 유학은 금지하고 ‘교육이민’만 허용한 셈이죠. 당연히 ‘위장전입’이 많을 수밖에요. 이건 부동산 투기를 위해 주소를 옮겨놓는 것과는 차원이 다르다고 생각합니다. 교육용 위장전입을 ‘위장전입’이라는 부도덕한 범주에 뭉뚱그려 넣을 것은 아니라고 봅니다. 당시 부유층은 자식을 ‘평준화 없는 나라’에 유학 보냈으니, 중산층이 서울로 ‘유학’ 오는 것은 당시 잣대로 보면 교육선택권에 가깝다고 생각합니다.
검증의 ‘허용기준치’ 마련해야
이것보다 더 문제는 다운(down)계약서입니다. 대한민국에서 집을 한번이라도 사고판 적이 있다면 다운계약서에서 자유로운 사람은 없을 것입니다. 다운계약서야말로 사회적 합의로 놓아줄 때가 되지 않았나 합니다.
부동산을 매매한 사람은 그 시점의 법률과 세제(稅制)에 따라 세금을 냅니다. 문제는 과세 표준이 공시(公示)지가 기준으로 돼 있다는 것입니다. 1980년대만 해도 실제는 3억에 거래되는데, 과세 기준인 공시지가는 5천만원 정도에 불과했습니다. 5천만원 이상만 쓰면 문제 삼지 않던 시절입니다. 이런 시대에 실거래가 신고하면 세금폭탄을 맞게 되지요. 축소 신고에 세율을 맞춰놓았기 때문이 아닌가 싶네요. 여기에다 탈세라는 딱지를 붙이려면 세법에 실거래가 신고를 명시하면 됩니다. 대한민국 과거 정부는 그렇게 하지 않았습니다. 법에 따라 신고하고 법에 따라 세금을 낸 사람에 대해 20년 뒤에 ‘탈세한 것 아니냐’고 추궁하는 것이야말로 시대착오(時代錯誤)입니다. 요즘 신문과 방송을 보면 일부 기자들이 무차별적으로 탈세라는 표현을 자주 쓰고 있습니다. 혹시 어떤 편향적 시각에서 비롯된 것은 아닌지 궁금하기까지 할 때가 많습니다.
탈세는 엄연한 불법행위입니다. 다운계약서는 어제의 잣대로 보면 합법행위입니다. 편법도 아닙니다. 국가가 그렇게 하도록 만들어놓았기 때문입니다. 고위 공직을 맡을 예정이라고 해서 ‘합법’ 그 이상의 도덕성을 요구할 수는 없습니다. 도덕적으로 불법·편법적인 행위를 하지 않았다면 통과시키고, 정책 능력 검증에 치중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우리가 매일 먹는 식품에 균(菌)이 아예 없을 수는 없습니다. 손으로 밥도 먹고 음식도 만듭니다. 화장실에서도 손을 안 쓸 수 없잖습니까. 균이 허용기준치(許容基準値)만 넘지 않으면 불량식품이 아니듯이 고위 공직 후보자들에게도 ‘허용기준치’ 개념을 도입하는 것은 어떻겠습니까. 스님이나 신부님 같은 분을 장관으로 뽑을 수도 없고, 실제 그렇게 뽑는 것이 반드시 바람직한 것도 아닙니다.⊙
“최형. 오늘 점심에 장관이 편집국장을 만났어요. 그런데 장관이 최형이 쓴 기자수첩을 국장한테 보여주며 기자를 교체해 줄 수 없겠느냐고 하더라고. 알고 있어야 할 것 같아서….”
무슨 얘기냐고요. 제가 교육 기사를 쓰면서 교육부의 행태를 비판하는 ‘기자수첩’을 자꾸 쓰니까 그에 대한 김숙희 장관의 대응이 이랬다는 것입니다. 물론 취재 담당은 바뀌지 않았습니다.
문 후보자 낙마와 청문회 과정에서 ‘과거 행적’과 관련 기사가 많이 드러나다 보니 저도 모르게 그때 사건이 생각났습니다.
그래서 당시 ‘기자수첩’을 찾아 들여다봤습니다. 저도 궁금했습니다. ‘장관이 왜 그랬을까’라는 생각 때문이었죠. 그해 1월부터 7월까지 10개더군요. 교육예산과 관련해 말 바꾸기를 하는 정부(대통령, 기획재정부, 교육부)를 비판한 것이 4개, 자주 바뀌는 대학입시정책을 꼬집는 것이 4개, 검정고시 시험일자를 돌연 바꾼 것의 부당성을 지적하는 글이 1개, 대학들의 입시일 선택 눈치작전을 지적하는 글이 1개였습니다. 장관이 ‘흥분’한 이유는 입시정책 혼선(混線)과 검정고시일 변경 지적 글 때문일 것으로 짐작됩니다. “만약 그런 일이 지금 생긴다면 어땠을까”라는 질문을 스스로에게 던져봤습니다. 편견일 수 있겠으나, 제 결론은 그때의 잣대나 지금의 잣대나 다를 것이 없다는 것입니다. 당시의 판단 기준과 지금 제 생각이 대체로 같다는 점에서 얼마나 다행이었는지 모릅니다.
확고한 원칙위반을 관행 핑계 대며 빠져나가려 해선 곤란
자랑처럼 들렸다면 용서를 빕니다. 제가 드리고 싶은 말은 시점이 언제가 됐든 변함없는 기준은 있다는 것입니다. 문창극 총리 후보자와 정종섭 안전행정부장관은 장교로 군 복무를 하면서 대학원에 다닌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1970년대 장교 생활은 주간(晝間) 대학원에 다닐 수 있을 정도로 한가했을까? 저도 궁금했습니다. 그래서 몇몇 사람에게 물었더니, 소속 부대와 학업 여건에 따라 가능하기도 했다고는 합니다. 일주일에 2~3일 정도로 수업을 몰아놓으면 꼭 불가능한 것만은 아니었다는 것이지요. 그렇다고 일주일에 2~3일씩이나 ‘근무지 이탈’을 허락해 줄 상관이 누가 있었겠습니까. 대개는 곧 제대할 단기(短期) 장교니까 그냥 묵인(默認)했다는 표현이 적당할 것이라고 합니다. 정 장관의 경우 저와 비슷한 시기에 장교 생활을 했는데, 저는 그런 ‘신이 내린 군대’ 얘기를 들어본 일이 없습니다. 다만 법무관이란 ‘신도 부러워하는 보직’이었으니 이런 것 또한 상관(上官)의 간섭을 받지 않았을 것 아닌가 하는 생각은 듭니다. 그러나 어찌됐든 분명한 것은 이들의 행동이 합법(合法)적인 행위는 아니라는 점이죠. 고려시대, 조선시대였더라도 군인의 근무지 이탈은 변함없는 불법입니다.
석·박사 학위가 있는 후보자에게 자주 문제되는 논문 표절 역시 마찬가지입니다. 1990년대 중반 이전엔 표절에 대한 기준조차 제대로 없었다고 하지만, 자기 논문을 쓰면서 남의 것을 인용도 아닌 베껴 쓰는 것은 누가 뭐래도 ‘도둑질’이죠. 남의 지적을 받기 이전에 스스로가 잘 알 것입니다. 20~30년 전이라고 해서 도둑질의 개념이 다르지 않았습니다.
세상에는 이렇게 시대를 초월한 확고한 원칙들이 상당히 많습니다. 이를 관행(慣行)이란 이름으로 어물쩍 넘어가려 해서는 안 됩니다.
재고해야 할 검증 기준
반면에 검증 기준으로 한번쯤 재고(再考)해 봐야 할 문제들도 분명 있습니다.
예를 하나 들어보겠습니다. 1970년대 서울 강남 개발이 한창일 때입니다. 이 얘기를 신경식(辛卿植) 전 국회의원한테 들었습니다. 서울시가 개발한 강남 땅을 팔아야 하는데, 지금의 강남대로, 테헤란로 등 대로변(大路邊) 외에는 살 사람이 많지 않았다고 합니다. 불과 40여 년 전 일인데, 지금 들어보면 “그럴 리가…”라고 의아해하실 것입니다. 어쨌든 당시 서울시가 기자실에까지 들러 ‘강남 땅 세일’을 했다고 합니다. 심지어 대로에서 조금 들어간 자투리땅은 공짜로 끼워주기도 했다고 합니다. 그런데도 당시 기자들 대부분은 외면했고, 몇몇은 서울시의 ‘읍소(泣訴)’에 그야말로 ‘투자’를 했다는 얘깁니다. 그때 땅을 샀던 분들 중 고위 공직으로 진출한 분들은 그 후 ‘오늘의 잣대’에 따라 혹독한 부동산 투기 의혹에 시달려야 했습니다. ‘어제의 잣대’를 모르는 주변의 뭇매에 냉가슴을 앓았다고 합니다.
이런 것 또 있습니다. 바로 교육을 위한 위장전입입니다. 제가 중·고등학교를 다녔던 1970년대는 격변의 시대였습니다. 갑작스런 중·고교 평준화(平準化) 때문에 학부모든 학생이든 우왕좌왕했습니다. 당시 신문을 살펴보면 온갖 ‘검토’ 기사가 난무합니다. 저도 중학교 때 서울로 전학했는데, 그 동기가 바로 ‘고교 평준화 6대 도시 확대 검토’ 때문이었습니다. 1974년도에 서울 지역 고교 평준화가 이뤄졌는데, 이듬해인 75년부터 부산 등 대도시로 확대한다는 것이었습니다. 그런데 실제 그렇게 되지 않았습니다.
여하튼 그 ‘검토’라는 보도 때문에 중학생들의 상경(上京) 열풍이 불었습니다. 문제는 지방에서 서울로 학교를 옮기는 것이 가족 모두 주민등록을 옮기기 전에는 불가능했다는 것입니다. 유학은 금지하고 ‘교육이민’만 허용한 셈이죠. 당연히 ‘위장전입’이 많을 수밖에요. 이건 부동산 투기를 위해 주소를 옮겨놓는 것과는 차원이 다르다고 생각합니다. 교육용 위장전입을 ‘위장전입’이라는 부도덕한 범주에 뭉뚱그려 넣을 것은 아니라고 봅니다. 당시 부유층은 자식을 ‘평준화 없는 나라’에 유학 보냈으니, 중산층이 서울로 ‘유학’ 오는 것은 당시 잣대로 보면 교육선택권에 가깝다고 생각합니다.
검증의 ‘허용기준치’ 마련해야
이것보다 더 문제는 다운(down)계약서입니다. 대한민국에서 집을 한번이라도 사고판 적이 있다면 다운계약서에서 자유로운 사람은 없을 것입니다. 다운계약서야말로 사회적 합의로 놓아줄 때가 되지 않았나 합니다.
부동산을 매매한 사람은 그 시점의 법률과 세제(稅制)에 따라 세금을 냅니다. 문제는 과세 표준이 공시(公示)지가 기준으로 돼 있다는 것입니다. 1980년대만 해도 실제는 3억에 거래되는데, 과세 기준인 공시지가는 5천만원 정도에 불과했습니다. 5천만원 이상만 쓰면 문제 삼지 않던 시절입니다. 이런 시대에 실거래가 신고하면 세금폭탄을 맞게 되지요. 축소 신고에 세율을 맞춰놓았기 때문이 아닌가 싶네요. 여기에다 탈세라는 딱지를 붙이려면 세법에 실거래가 신고를 명시하면 됩니다. 대한민국 과거 정부는 그렇게 하지 않았습니다. 법에 따라 신고하고 법에 따라 세금을 낸 사람에 대해 20년 뒤에 ‘탈세한 것 아니냐’고 추궁하는 것이야말로 시대착오(時代錯誤)입니다. 요즘 신문과 방송을 보면 일부 기자들이 무차별적으로 탈세라는 표현을 자주 쓰고 있습니다. 혹시 어떤 편향적 시각에서 비롯된 것은 아닌지 궁금하기까지 할 때가 많습니다.
탈세는 엄연한 불법행위입니다. 다운계약서는 어제의 잣대로 보면 합법행위입니다. 편법도 아닙니다. 국가가 그렇게 하도록 만들어놓았기 때문입니다. 고위 공직을 맡을 예정이라고 해서 ‘합법’ 그 이상의 도덕성을 요구할 수는 없습니다. 도덕적으로 불법·편법적인 행위를 하지 않았다면 통과시키고, 정책 능력 검증에 치중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우리가 매일 먹는 식품에 균(菌)이 아예 없을 수는 없습니다. 손으로 밥도 먹고 음식도 만듭니다. 화장실에서도 손을 안 쓸 수 없잖습니까. 균이 허용기준치(許容基準値)만 넘지 않으면 불량식품이 아니듯이 고위 공직 후보자들에게도 ‘허용기준치’ 개념을 도입하는 것은 어떻겠습니까. 스님이나 신부님 같은 분을 장관으로 뽑을 수도 없고, 실제 그렇게 뽑는 것이 반드시 바람직한 것도 아닙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