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7년 9월 집권당인 신한국당이 분열했습니다. 당 대통령후보인 이회창(李會昌)씨의 지지율이 뚝뚝 떨어지자 경선 2위였던 이인제(李仁濟) 경기도지사가 들썩거린 것입니다. 지금은 고인이 되신, 당시 이인제씨의 ‘특급참모’ 김학원(金學元) 전 의원한테 들은 얘기입니다. 김 전 의원의 형님이 이회창 후보와 알아서 김 전 의원은 이회창-이인제씨의 연결고리 역할을 하고 있었지요.
“참 아쉬웠죠. 이회창 후보가 조금만 더 이인제한테 신경 썼으면 됐는데, 그걸 못하더라고. 사실 이인제도 엄청나게 고민했거든. 탈당을 하느냐 마느냐를 놓고. 경선에서 이긴 뒤 이회창씨가 패자(敗者)를 조금만 배려했다면 탈당 없었을 거야. 내가 장담해. 그런데 지지율이 완전 바닥이 되고 이인제 탈당이 무르익은 다음에야 겨우 모양 갖추기 식으로 움직이더라고. 이미 늦었지.”
신한국당 대선후보 경선은 그해 7월 하순에 있었습니다. 이른바 9룡(龍)이 경합했던 때입니다. 이회창씨는 신한국당 후보가 된 뒤 승리에 취해 있었습니다. 그런데 곧바로 아들 병역 의혹이 불거졌지요. 의혹의 불씨를 끄느라 정신을 못 차려서인지 낙선자에 대한 배려는 찾아볼 수 없었습니다. 그 사이 이회창씨 지지율은 바닥을 모르고 떨어졌고, 급기야 당내에서 후보를 바꿔야 하는 것 아니냐는 얘기까지 나왔습니다.
이인제 지사 쪽을 보면 그 기간은 ‘탈당 후 단독출마’의 의지를 굳힐 때였습니다. 그게 전통 여당인 신한국당을 구하는 길이라고 스스로 다짐하고 있을 때였죠. 김학원 전 의원 얘기대로 ‘이회창 진영이 승리에 취해 있을 당시’ 낙선자에 대한 배려가 있었다면 이인제 지사는 탈당하지 않았습니다.
탈당으로 방향을 튼 뒤에야 이회창씨는 9월 9일 이인제 지사를 서울 시내로 불러 직접 만나고, 강재섭(姜在涉) 정치특보를 내세워 접촉을 시도했습니다. 다 실패하고 말았습니다. 때를 놓쳤기 때문이죠.
때를 놓치는 安哲秀 의원
시계를 15년 전에서 2년 전으로 돌려보겠습니다. 컴퓨터 보안전문가 안철수(安哲秀)씨가 정계에 등장했습니다. 2011년 10월 서울시장 보궐선거를 앞뒀을 때입니다. 그의 등장은 정치혐오증에 시달리던 서울시민에게는 백신(vaccine)이나 마찬가지였습니다. 지긋지긋한 정치판에 새 바람을 몰고올 것이라는 기대를 한 몸에 받았습니다. ‘안철수 현상’이란 신조어도 나왔습니다. 지지도 조사에서 50%를 넘기기도 했으니까요. 그런 그가 지지율 5%쯤밖에 되지 않는 박원순씨에게 서울시장 후보를 양보하고 말았습니다. 명분도 없이 두 사람의 아주 사적(私的)인 인연 때문에요.
2011년 10월은 안철수씨에게 정말 중요한 찬스(chance)였습니다. 만약 그때 안철수씨가 ‘서울시민의 여망’대로 서울시장 보선에 출마했다고 가정하면 어떻게 됐을까요. 서울시민은 안철수씨의 실체가 어떤 것인지도 모른 채 ‘묻지 마 투표’ 식으로 찍었을 것이고, 안철수씨는 정치·행정이란 게 뭔지도 모른 채 얼떨결에 서울시장 업무를 곧바로 수행해야 했을 것입니다. 그런데 그런 일은 일어나지 않았습니다.
안씨는 그 후에도 계속해서 정치권의 주목을 받았습니다. 대선이 있기 때문이었죠. 서울시장 보선과 대선 사이의 1년여는 정치적으로만 본다면 ‘안철수 기간’이었다 해도 과언이 아니었습니다. 관심이 온통 그에게 쏠려 있었기 때문이었죠. 물론 이런저런 검증도 거쳤습니다. 그 덕에 주요 후보인 박근혜(朴槿惠)·문재인(文在寅)씨에 대한 검증은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습니다.
안철수가 있게 한 원동력인 ‘안철수 현상’의 핵심은 정치혐오입니다. 이것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하고 안철수씨는 민주당 언저리에서 기웃거렸습니다. 그의 참모들과 주장을 뜯어보면 ‘민주당의 혼외자(婚外子)’ 정도였습니다. 급기야는 대통령선거 운동기간 내내 민주당과 후보 단일화 운운하다가 스스로 주저앉고 말았습니다. 2011년 서울시장 보선에 이어 큰 선거에서 두 번째의 어이없는 결과를 보여주고 말았죠.
안철수씨는 두 번의 때를 놓쳤습니다. 첫째가 2012년 초 안철수 현상이 극에 달했을 때입니다. 독자노선을 선언했어야 합니다. 국민들의 머리에서 사실상 ‘퇴출당한’ 기성정당에 맞서 ‘때묻지 않은’ 정치를 하겠다고 선언하고 세(勢)를 모았어야 했습니다. 두 번째는 대선후보로 나서기로 했다면 완주(完走)를 했어야 합니다. 그게 안철수 현상에 열광했던 지지자들에 대한 보답이었는데, 그런 때를 다 놓쳐버렸습니다.
蔡東旭 전 검찰총장도 ‘고백’ 기회 차버려
최근 들어선 가장 큰 쟁점이 채동욱(蔡東旭) 전 검찰총장의 혼외자 문제였습니다. 아직도 불씨가 남아 있습니다.
채 전 총장도 때를 잘 잡지 못했습니다. 제가 듣기로, 채 전 총장의 혼외자 문제를 알고 있는 친구들이 채 전 총장이 총장 후보로 거론되자 걱정을 했다고 합니다. “괜찮겠느냐”고요. 그건 그야말로 다른 사(邪)가 끼어들 여지가 없는 친구들로서의 우려였을 것입니다. 그런데 채 전 총장은 이때를 그냥 흘려보냅니다. 그게 대략 이명박 정권 말이라고 하더라고요.
《한겨레신문》 등 몇몇 신문은 8월 들어 청와대 등에서 혼외자 카드로 압박을 했다고 썼습니다. 이 보도가 사실이라면 채 전 총장은 또 한 번의 때를 놓친 셈이 됩니다. 다시 말해 일반에 혼외자가 알려지기 전에 모양을 갖춰 퇴임하는 형식을 취할 수도 있었을 것입니다. 실제 고위공직자가 이런 식으로 퇴임하는 사례가 제법 있다고 합니다.
마지막으로 그가 놓친 기회는 《조선일보》 보도 후입니다. 보도에 따르면, 채 전 총장은 보도 직전까지 기사화를 막기 위해 검사들을 동원해 총력전을 펼칩니다. 그런데 그 노력은 실패합니다. 《조선일보》는 9월 6일자 머리기사로 썼습니다. 만천하에 자신의 혼외자 문제가 알려지게 된 것입니다. 일이 이렇게까지 됐으면 “부덕(不德)의 소치로…”라며 자리를 내놓아야 했습니다. 이런 때를 놓치고 채 전 총장이 취한 행동은 무엇입니까. 다 기억하다시피 그는 처음에 “모르는 일”이라고 했다가 그 후 사실무근이란 입장을 내놓았습니다. 여러 번의 기회를 다 차버린 것입니다. 그런 일이 있고 나서 1달 이상이 지난 10월 15일 현재 일이 어떻게 됐습니까.
본인이 그렇게 지키고 싶어했던 총장직을 내놓았고, 혼외자 문제는 이제 만천하에 공개됐습니다. 거기다 본인의 도덕성 문제는 회복할 수 없는 지경이 됐습니다. 저는 요새 “도대체 왜 그랬을까”라는 질문을 엄청 받습니다. 제가 기자고 더구나 법조(法曹)를 취재한 경험이 있기 때문입니다. 그렇지만 전들 무슨 재주로 이런 황당함을 설명할 수 있겠습니까. 그저 “법을 공부한 사람의 한계”, “자꾸 인정할 기회를 놓치다 보니…”라는 정도로 얘기할 수밖에 없더군요.
나아갈 때와 들어갈 때 잘 구분해야
이런 예는 이것 말고도 참 많이 있습니다. 아직도 진행 중인 김한길 민주당 대표의 장외투쟁도 마찬가지입니다. 장외투쟁을 하느냐도 결단을 잘 해야 하지만 일단 했으면 턴(turn)할 때를 놓치지 말아야 합니다. 집권 초기 야당의 공세에 밀려 손을 드는 정권은 거의 없습니다. 이명박 정권도 광우병 사태 하나만 있었다면 밀리지 않았을 것입니다. ‘고소영’ 인사에 대한 민심 이반, 한반도 대운하 강행에 대한 반대 여론의 우세 등이 겹쳐 메이저 언론마저 등을 돌리자 손을 들고 말았던 것입니다.
박근혜 정부에 대항해 민주당이 제기한 이슈는 국가정보원의 정치개입 의혹입니다. 아직 재판 중인 사건이고, 엄밀히 말해 박근혜 대통령이 수혜자일 수는 있어도 공모자란 증거는 없습니다. 투쟁의 명분이 약하다는 것이죠. 그런데도 민주당은 ‘이석기 사태’, ‘대통령과 야당 대표 대좌’ 등 몇 번의 때를 놓치고 아무런 성과없이 국회로 들어가면서 아직도 순회투쟁인지 뭔지를 하고 있습니다. 민주당 지지자 입장에서 보면 그야말로 고생은 고생대로 하면서 박수받지 못하는 일을 하고 있는 것입니다. 다 국회를 박차고 나갈 때와 들어올 때를 제대로 선택하지 못한 탓입니다.
판이 클수록 나아갈 때와 들어갈 때를 잘 선택해야 합니다. 때에 따라 모두를 얻기도 하고 전부를 잃기도 합니다. 저도 그런 이치를 최근에야 알았으니 이미 때를 놓친 것은 아닌지 두렵습니다.⊙
“참 아쉬웠죠. 이회창 후보가 조금만 더 이인제한테 신경 썼으면 됐는데, 그걸 못하더라고. 사실 이인제도 엄청나게 고민했거든. 탈당을 하느냐 마느냐를 놓고. 경선에서 이긴 뒤 이회창씨가 패자(敗者)를 조금만 배려했다면 탈당 없었을 거야. 내가 장담해. 그런데 지지율이 완전 바닥이 되고 이인제 탈당이 무르익은 다음에야 겨우 모양 갖추기 식으로 움직이더라고. 이미 늦었지.”
신한국당 대선후보 경선은 그해 7월 하순에 있었습니다. 이른바 9룡(龍)이 경합했던 때입니다. 이회창씨는 신한국당 후보가 된 뒤 승리에 취해 있었습니다. 그런데 곧바로 아들 병역 의혹이 불거졌지요. 의혹의 불씨를 끄느라 정신을 못 차려서인지 낙선자에 대한 배려는 찾아볼 수 없었습니다. 그 사이 이회창씨 지지율은 바닥을 모르고 떨어졌고, 급기야 당내에서 후보를 바꿔야 하는 것 아니냐는 얘기까지 나왔습니다.
이인제 지사 쪽을 보면 그 기간은 ‘탈당 후 단독출마’의 의지를 굳힐 때였습니다. 그게 전통 여당인 신한국당을 구하는 길이라고 스스로 다짐하고 있을 때였죠. 김학원 전 의원 얘기대로 ‘이회창 진영이 승리에 취해 있을 당시’ 낙선자에 대한 배려가 있었다면 이인제 지사는 탈당하지 않았습니다.
탈당으로 방향을 튼 뒤에야 이회창씨는 9월 9일 이인제 지사를 서울 시내로 불러 직접 만나고, 강재섭(姜在涉) 정치특보를 내세워 접촉을 시도했습니다. 다 실패하고 말았습니다. 때를 놓쳤기 때문이죠.
때를 놓치는 安哲秀 의원
시계를 15년 전에서 2년 전으로 돌려보겠습니다. 컴퓨터 보안전문가 안철수(安哲秀)씨가 정계에 등장했습니다. 2011년 10월 서울시장 보궐선거를 앞뒀을 때입니다. 그의 등장은 정치혐오증에 시달리던 서울시민에게는 백신(vaccine)이나 마찬가지였습니다. 지긋지긋한 정치판에 새 바람을 몰고올 것이라는 기대를 한 몸에 받았습니다. ‘안철수 현상’이란 신조어도 나왔습니다. 지지도 조사에서 50%를 넘기기도 했으니까요. 그런 그가 지지율 5%쯤밖에 되지 않는 박원순씨에게 서울시장 후보를 양보하고 말았습니다. 명분도 없이 두 사람의 아주 사적(私的)인 인연 때문에요.
2011년 10월은 안철수씨에게 정말 중요한 찬스(chance)였습니다. 만약 그때 안철수씨가 ‘서울시민의 여망’대로 서울시장 보선에 출마했다고 가정하면 어떻게 됐을까요. 서울시민은 안철수씨의 실체가 어떤 것인지도 모른 채 ‘묻지 마 투표’ 식으로 찍었을 것이고, 안철수씨는 정치·행정이란 게 뭔지도 모른 채 얼떨결에 서울시장 업무를 곧바로 수행해야 했을 것입니다. 그런데 그런 일은 일어나지 않았습니다.
안씨는 그 후에도 계속해서 정치권의 주목을 받았습니다. 대선이 있기 때문이었죠. 서울시장 보선과 대선 사이의 1년여는 정치적으로만 본다면 ‘안철수 기간’이었다 해도 과언이 아니었습니다. 관심이 온통 그에게 쏠려 있었기 때문이었죠. 물론 이런저런 검증도 거쳤습니다. 그 덕에 주요 후보인 박근혜(朴槿惠)·문재인(文在寅)씨에 대한 검증은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습니다.
안철수가 있게 한 원동력인 ‘안철수 현상’의 핵심은 정치혐오입니다. 이것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하고 안철수씨는 민주당 언저리에서 기웃거렸습니다. 그의 참모들과 주장을 뜯어보면 ‘민주당의 혼외자(婚外子)’ 정도였습니다. 급기야는 대통령선거 운동기간 내내 민주당과 후보 단일화 운운하다가 스스로 주저앉고 말았습니다. 2011년 서울시장 보선에 이어 큰 선거에서 두 번째의 어이없는 결과를 보여주고 말았죠.
안철수씨는 두 번의 때를 놓쳤습니다. 첫째가 2012년 초 안철수 현상이 극에 달했을 때입니다. 독자노선을 선언했어야 합니다. 국민들의 머리에서 사실상 ‘퇴출당한’ 기성정당에 맞서 ‘때묻지 않은’ 정치를 하겠다고 선언하고 세(勢)를 모았어야 했습니다. 두 번째는 대선후보로 나서기로 했다면 완주(完走)를 했어야 합니다. 그게 안철수 현상에 열광했던 지지자들에 대한 보답이었는데, 그런 때를 다 놓쳐버렸습니다.
蔡東旭 전 검찰총장도 ‘고백’ 기회 차버려
최근 들어선 가장 큰 쟁점이 채동욱(蔡東旭) 전 검찰총장의 혼외자 문제였습니다. 아직도 불씨가 남아 있습니다.
채 전 총장도 때를 잘 잡지 못했습니다. 제가 듣기로, 채 전 총장의 혼외자 문제를 알고 있는 친구들이 채 전 총장이 총장 후보로 거론되자 걱정을 했다고 합니다. “괜찮겠느냐”고요. 그건 그야말로 다른 사(邪)가 끼어들 여지가 없는 친구들로서의 우려였을 것입니다. 그런데 채 전 총장은 이때를 그냥 흘려보냅니다. 그게 대략 이명박 정권 말이라고 하더라고요.
《한겨레신문》 등 몇몇 신문은 8월 들어 청와대 등에서 혼외자 카드로 압박을 했다고 썼습니다. 이 보도가 사실이라면 채 전 총장은 또 한 번의 때를 놓친 셈이 됩니다. 다시 말해 일반에 혼외자가 알려지기 전에 모양을 갖춰 퇴임하는 형식을 취할 수도 있었을 것입니다. 실제 고위공직자가 이런 식으로 퇴임하는 사례가 제법 있다고 합니다.
마지막으로 그가 놓친 기회는 《조선일보》 보도 후입니다. 보도에 따르면, 채 전 총장은 보도 직전까지 기사화를 막기 위해 검사들을 동원해 총력전을 펼칩니다. 그런데 그 노력은 실패합니다. 《조선일보》는 9월 6일자 머리기사로 썼습니다. 만천하에 자신의 혼외자 문제가 알려지게 된 것입니다. 일이 이렇게까지 됐으면 “부덕(不德)의 소치로…”라며 자리를 내놓아야 했습니다. 이런 때를 놓치고 채 전 총장이 취한 행동은 무엇입니까. 다 기억하다시피 그는 처음에 “모르는 일”이라고 했다가 그 후 사실무근이란 입장을 내놓았습니다. 여러 번의 기회를 다 차버린 것입니다. 그런 일이 있고 나서 1달 이상이 지난 10월 15일 현재 일이 어떻게 됐습니까.
본인이 그렇게 지키고 싶어했던 총장직을 내놓았고, 혼외자 문제는 이제 만천하에 공개됐습니다. 거기다 본인의 도덕성 문제는 회복할 수 없는 지경이 됐습니다. 저는 요새 “도대체 왜 그랬을까”라는 질문을 엄청 받습니다. 제가 기자고 더구나 법조(法曹)를 취재한 경험이 있기 때문입니다. 그렇지만 전들 무슨 재주로 이런 황당함을 설명할 수 있겠습니까. 그저 “법을 공부한 사람의 한계”, “자꾸 인정할 기회를 놓치다 보니…”라는 정도로 얘기할 수밖에 없더군요.
나아갈 때와 들어갈 때 잘 구분해야
이런 예는 이것 말고도 참 많이 있습니다. 아직도 진행 중인 김한길 민주당 대표의 장외투쟁도 마찬가지입니다. 장외투쟁을 하느냐도 결단을 잘 해야 하지만 일단 했으면 턴(turn)할 때를 놓치지 말아야 합니다. 집권 초기 야당의 공세에 밀려 손을 드는 정권은 거의 없습니다. 이명박 정권도 광우병 사태 하나만 있었다면 밀리지 않았을 것입니다. ‘고소영’ 인사에 대한 민심 이반, 한반도 대운하 강행에 대한 반대 여론의 우세 등이 겹쳐 메이저 언론마저 등을 돌리자 손을 들고 말았던 것입니다.
박근혜 정부에 대항해 민주당이 제기한 이슈는 국가정보원의 정치개입 의혹입니다. 아직 재판 중인 사건이고, 엄밀히 말해 박근혜 대통령이 수혜자일 수는 있어도 공모자란 증거는 없습니다. 투쟁의 명분이 약하다는 것이죠. 그런데도 민주당은 ‘이석기 사태’, ‘대통령과 야당 대표 대좌’ 등 몇 번의 때를 놓치고 아무런 성과없이 국회로 들어가면서 아직도 순회투쟁인지 뭔지를 하고 있습니다. 민주당 지지자 입장에서 보면 그야말로 고생은 고생대로 하면서 박수받지 못하는 일을 하고 있는 것입니다. 다 국회를 박차고 나갈 때와 들어올 때를 제대로 선택하지 못한 탓입니다.
판이 클수록 나아갈 때와 들어갈 때를 잘 선택해야 합니다. 때에 따라 모두를 얻기도 하고 전부를 잃기도 합니다. 저도 그런 이치를 최근에야 알았으니 이미 때를 놓친 것은 아닌지 두렵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