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 월간지인 《신동아》가 1999년 5월호에 ‘DJ(김대중)가 탐내는 젊은 피’란 기사를 실었습니다. 99년은 김대중(金大中) 대통령 집권기입니다. 16대 국회의원 총선거를 1년쯤 앞두고 있었습니다. 총선을 앞두고 집권당이 영입 대상 리스트를 만들었다는 얘기입니다. 원래 제목은 ‘각계 관심대상 인물’이라고 했습니다. 모두 300명입니다.
필자인 박성원 기자는 기사에서 “고령임에도 ‘젊은 피’로 분류된 사람들이 적잖이 발견됐다. 그러나 그들은 사회활동을 통해 많이 알려져 있어 새삼 소개하지 않기로 했다”고 했습니다. 국회의원, 지방자치단체장, 장차관 출신도 제외했다고 했습니다.
그 명단은 12년이 지난 지금 들춰봐도 그다지 새삼스럽지 않습니다. 그 사람이 그 사람입니다. 정치판이 넓은 것 같아도 그렇지 않은 탓일까요. 그렇지 않을 것입니다. ‘자기들 아는 사람끼리’ 다 돌려막고 있기 때문일 것입니다. 정치부 기자를 오래 해본 경험으론 그렇습니다. 말만 그럴듯하게 하지 실제는 새로운 사람을 여간해선 받아들이려 하지 않는 곳이 정치판입니다.
그 명단은 DJ가 만들었기 때문인지 명단 자체가 편향적입니다. 각종 시위 등으로 감옥에 갔던 사람들이 유난히 많은데다 지역적으로도 치우쳐 있습니다. 박병석(朴炳錫), 김부겸(金富謙), 전병헌(田炳憲), 박선숙(朴仙淑), 정범구(鄭範九), 조배숙(趙培淑)씨는 현직 의원이고, 전직 의원은 더 많습니다.
어찌된 영문인지 한나라당 소속이나 이명박 정권 편에 선 사람도 못지않더군요. 박진(朴振), 원희룡(元喜龍), 진영(陳永), 전여옥(田麗玉), 김성식(金成植), 고승덕(高承德) 의원 등이 눈에 띄고 국무총리를 지낸 정운찬(鄭雲燦), 감사원장인 양건(梁建), 기획재정부장관인 박재완(朴宰完)씨 등도 들어 있습니다.
정치에선 제너럴리스트가 성공 가능성 높아
정치에 관심 있는 분이라면 정치권의 대어(大魚)였던 이회창(李會昌)씨의 등장과 쇠락을 기억할 것입니다. 노태우(盧泰愚) 정권 때 중앙선거관리위원장이 된 그는 동해 재선거 등에서 부정·타락선거를 막지 못했다며 선관위원장직을 내던졌습니다. 3년여 뒤 김영삼(金泳三·YS) 정권에서 감사원장으로 부활하더니 이내 국무총리가 됐습니다. 대통령과 갈등을 빚은 끝에 취임 127일 만에 총리직도 던졌습니다. 1994년 4월입니다. 몇 달 지나지 않아 다시 정치권 영입 얘기가 흘러나왔습니다. 95년 2월 이씨는 “나는 지금 정치활동을 할 생각을 갖고 있지 않다”고 말하더니 1년도 되지 않아 신한국당에 입당했습니다. 되짚어보면 이야말로 기획(企劃)의 냄새가 물씬 나는 드라마입니다. 어찌됐든 그는 대통령은 되진 못했지만 정치권 진입 인사 중 나름 성공했습니다.
박근혜(朴槿惠) 한나라당 전 대표는 어떤가요. 바로 그 이회창씨가 1997년 대선 승리를 위해 영입했지요. 몇 차례의 좌절이 있었지만 그는 현재 부동의 2012년 대선 예비후보입니다. 성공적인 정치활동을 하고 있다고 봐야지요.
기자가 정치 취재를 한 1988년 이후만 보면 ‘진입 성공’으로 평가할 만한 인물들이 제법 있습니다. 여당에선 홍준표(洪準杓) 한나라당 대표, 이재오(李在五) 특임장관, 오세훈(吳世勳) 서울시장, 김문수(金文洙) 경기지사 등 현직 외에 한승수(韓昇洙) 전 총리 등이, 야권에선 손학규(孫鶴圭) 민주당 대표, 정동영(鄭東泳)·정세균(丁世均) 의원 등 현직과 노무현(盧武鉉) 전 대통령, 이해찬(李海瓚)·한명숙(韓明淑) 전 총리 등을 꼽을 수 있겠습니다. 노무현 전 대통령은 인생의 끝이 비극이었지만 정치인으로선 정상까지 올랐지요.
이들의 성공을 관통하는 공통 DNA가 있을까요. 찾기가 쉽지 않습니다. 전 감히 이렇게 말합니다. 제너럴리스트(generalist)이거나 제너럴리스트로 전향한 사람들이라고. 법은 생활의 일부지요. 그래서 이 범주에 넣었습니다. 제너럴리스트는 전문분야를 파고들지는 않았지만 물리(物理)를 깨닫고 있습니다. ‘현상에 대한 이해나 판단의 힘’은 정치에 있어 필수적 요소입니다. 때문에 이들은 정치에 비교적 쉽게 적응할 여건을 갖췄습니다.
한국정치에선 덧셈도 與野가 달라
반면 정치권 영입 인사 중 전문가형도 참 많습니다. 현직(18대) 의원 가운데 김장수(金章洙) 전 국방장관, 송민순(宋旻淳) 전 외교장관이 대표적이고 금배지를 중간에 내놨지만 기업가이자 환경운동가인 문국현(文國現)씨도 있습니다. 노동운동가인 권영길(權永吉), 단병호(段炳浩), 심상정(沈相), 농민운동가 서경원(徐敬元), 유명 소설가인 김홍신(金洪信)·이철용(李喆鎔), 스타 강사인 서한샘, 유명 영화배우·탤런트인 신영균(申榮均)·신성일(申星一)·이순재(李順載)씨…. 얼마나 유명한 분들입니까. 정치판에 처음 발을 들여놨을 때 받았던 기대도 상당했습니다.
‘전문가형 정치인’인 이들의 정치활동은 어땠습니까. 기억을 더듬어도 남아 있는 것이 별로 없습니다. 김장수 의원은 최근 군 지휘구조 개편에 반대하고 있다는 얘기 정도이고, 송민순 의원의 목소리는 별로 들리지 않습니다. 서경원 전 의원은 밀입북 사건으로만 기억에 남아 있고, 김홍신·이철용 전 의원 등은 특별히 행적을 추적해 보지 않으면 알 수 없는 존재가 되어버렸습니다. 문국현, 신성일씨는 이런저런 비리에 연루됐다는, 좋지 않은 이미지를 남겼습니다. 탤런트 이순재씨는 본업으로 복귀해 이제 ‘외도(外道)’ 경험조차 기억에서 사라지려 합니다.
정치인으로 변신한 이들은 모두 본업 때의 기량을 보여주지 못했습니다. 고참 정치부 기자들은 그래서 사석에서는 전문가형 정치인을 액세서리(accessory) 정도로 표현합니다. 프로 정치인들이 멋 내려고 꾸밀 때 동원하는 장식품쯤으로 여긴다는 말이지요. 전문가를 폄하하려는 것이 아니라 전문가를 영입해 놓고 ‘기능직’쯤으로 취급하는 오늘날 대한민국의 정치풍토를 지적하는 것입니다.
이들 외에 한국이 IT 선진국으로 떠오르면서 IT, BT 등 첨단분야 선구자들도 있었던 것 같긴 한데, 뚜렷이 기억에조차 남아 있지 않습니다. 거론하다 말았거나 정치판에서 조용히 과거의 명성을 털어먹고 사라지지 않았나 싶습니다. “전문가가 왜 그래”라는 비판이라도 받았다면 그래도 어딘가에 기록이 있을 텐데 그렇지도 않네요.
정치가 컴퓨터라면 안철수는 성공할 것
2012년 총선을 앞두고도 또 법석입니다. 안철수(安哲秀) 서울대융합과학대학원장은 여야가 모두 탐내는 전문가입니다. 컴퓨터 보안분야 개척자로 새삼 설명할 필요조차 없는 인물이죠. 이런 안씨는 앞서 언급한 ‘DJ 리스트’에도 들어 있었습니다. 그러고 보니 10년 넘게 꾸준히 정치를 해보라는 권유를 받고도 하지 않았던 모양입니다.
이런 안씨가 최근 《주간조선》과의 인터뷰에서 정치 활동 여부에 대해 말했습니다. “십고초려(十考草廬)하면 생각해 보겠다고 했다. 그건 자존심 센 사람들이 두 번 이상 부르는 경우도 별로 없었고, 더구나 열 번은 아무도 안 부를 거다, 거의 불가능한 일이다, 하는 차원에서 말한 것이다.”
나름 한국 정치판의 속성을 꿰뚫어본 것 같기도 하고, 정말 모시고 싶으면 너희가 자존심을 꺾어라 하는 기(氣)싸움 중인 것처럼 보이기도 합니다. 어느 당이 진짜 십고초려를 할 것인지는 두고 볼 일이고요. 여기서는 안철수씨가 정치에 발을 담근다는 것을 가정해 보겠습니다.
‘정치인 안철수’는 어떻게 될까요. 이회창·박근혜의 길일까요, 문국현·송민순의 길일까요.
전망이 모두 같을 수는 없습니다. 정치를 잘 아는 사람이 예상을 했다 해서 반드시 맞는 것도 아닐 것입니다. 다만 누가 저한테 묻는다면 저는 두 번째 길을 갈 가능성이 높다고 답하겠습니다. 한국정치의 풍토 때문입니다. 정치인은 논두렁 정기(精氣)라도 타고나야 한다고 합니다. 그들은 스스로 도취되어 있습니다. “당신이 전문가라면 난 이걸 잘해”라는 게 그들 생각입니다. 이번호에 인터뷰한 홍준표 한나라당 대표가 명망가형 영입에 대해 이렇게 말했더군요. “들어오는 순간 망가진다”고. 홍 대표 다른 말은 몰라도 이 말은 동의하고 싶군요. 안 교수가 나라를 위해 봉사할지, 정파를 위한 장식품이 될지 저도 지켜보겠습니다.⊙
필자인 박성원 기자는 기사에서 “고령임에도 ‘젊은 피’로 분류된 사람들이 적잖이 발견됐다. 그러나 그들은 사회활동을 통해 많이 알려져 있어 새삼 소개하지 않기로 했다”고 했습니다. 국회의원, 지방자치단체장, 장차관 출신도 제외했다고 했습니다.
그 명단은 12년이 지난 지금 들춰봐도 그다지 새삼스럽지 않습니다. 그 사람이 그 사람입니다. 정치판이 넓은 것 같아도 그렇지 않은 탓일까요. 그렇지 않을 것입니다. ‘자기들 아는 사람끼리’ 다 돌려막고 있기 때문일 것입니다. 정치부 기자를 오래 해본 경험으론 그렇습니다. 말만 그럴듯하게 하지 실제는 새로운 사람을 여간해선 받아들이려 하지 않는 곳이 정치판입니다.
그 명단은 DJ가 만들었기 때문인지 명단 자체가 편향적입니다. 각종 시위 등으로 감옥에 갔던 사람들이 유난히 많은데다 지역적으로도 치우쳐 있습니다. 박병석(朴炳錫), 김부겸(金富謙), 전병헌(田炳憲), 박선숙(朴仙淑), 정범구(鄭範九), 조배숙(趙培淑)씨는 현직 의원이고, 전직 의원은 더 많습니다.
어찌된 영문인지 한나라당 소속이나 이명박 정권 편에 선 사람도 못지않더군요. 박진(朴振), 원희룡(元喜龍), 진영(陳永), 전여옥(田麗玉), 김성식(金成植), 고승덕(高承德) 의원 등이 눈에 띄고 국무총리를 지낸 정운찬(鄭雲燦), 감사원장인 양건(梁建), 기획재정부장관인 박재완(朴宰完)씨 등도 들어 있습니다.
정치에선 제너럴리스트가 성공 가능성 높아
정치에 관심 있는 분이라면 정치권의 대어(大魚)였던 이회창(李會昌)씨의 등장과 쇠락을 기억할 것입니다. 노태우(盧泰愚) 정권 때 중앙선거관리위원장이 된 그는 동해 재선거 등에서 부정·타락선거를 막지 못했다며 선관위원장직을 내던졌습니다. 3년여 뒤 김영삼(金泳三·YS) 정권에서 감사원장으로 부활하더니 이내 국무총리가 됐습니다. 대통령과 갈등을 빚은 끝에 취임 127일 만에 총리직도 던졌습니다. 1994년 4월입니다. 몇 달 지나지 않아 다시 정치권 영입 얘기가 흘러나왔습니다. 95년 2월 이씨는 “나는 지금 정치활동을 할 생각을 갖고 있지 않다”고 말하더니 1년도 되지 않아 신한국당에 입당했습니다. 되짚어보면 이야말로 기획(企劃)의 냄새가 물씬 나는 드라마입니다. 어찌됐든 그는 대통령은 되진 못했지만 정치권 진입 인사 중 나름 성공했습니다.
박근혜(朴槿惠) 한나라당 전 대표는 어떤가요. 바로 그 이회창씨가 1997년 대선 승리를 위해 영입했지요. 몇 차례의 좌절이 있었지만 그는 현재 부동의 2012년 대선 예비후보입니다. 성공적인 정치활동을 하고 있다고 봐야지요.
기자가 정치 취재를 한 1988년 이후만 보면 ‘진입 성공’으로 평가할 만한 인물들이 제법 있습니다. 여당에선 홍준표(洪準杓) 한나라당 대표, 이재오(李在五) 특임장관, 오세훈(吳世勳) 서울시장, 김문수(金文洙) 경기지사 등 현직 외에 한승수(韓昇洙) 전 총리 등이, 야권에선 손학규(孫鶴圭) 민주당 대표, 정동영(鄭東泳)·정세균(丁世均) 의원 등 현직과 노무현(盧武鉉) 전 대통령, 이해찬(李海瓚)·한명숙(韓明淑) 전 총리 등을 꼽을 수 있겠습니다. 노무현 전 대통령은 인생의 끝이 비극이었지만 정치인으로선 정상까지 올랐지요.
이들의 성공을 관통하는 공통 DNA가 있을까요. 찾기가 쉽지 않습니다. 전 감히 이렇게 말합니다. 제너럴리스트(generalist)이거나 제너럴리스트로 전향한 사람들이라고. 법은 생활의 일부지요. 그래서 이 범주에 넣었습니다. 제너럴리스트는 전문분야를 파고들지는 않았지만 물리(物理)를 깨닫고 있습니다. ‘현상에 대한 이해나 판단의 힘’은 정치에 있어 필수적 요소입니다. 때문에 이들은 정치에 비교적 쉽게 적응할 여건을 갖췄습니다.
한국정치에선 덧셈도 與野가 달라
반면 정치권 영입 인사 중 전문가형도 참 많습니다. 현직(18대) 의원 가운데 김장수(金章洙) 전 국방장관, 송민순(宋旻淳) 전 외교장관이 대표적이고 금배지를 중간에 내놨지만 기업가이자 환경운동가인 문국현(文國現)씨도 있습니다. 노동운동가인 권영길(權永吉), 단병호(段炳浩), 심상정(沈相), 농민운동가 서경원(徐敬元), 유명 소설가인 김홍신(金洪信)·이철용(李喆鎔), 스타 강사인 서한샘, 유명 영화배우·탤런트인 신영균(申榮均)·신성일(申星一)·이순재(李順載)씨…. 얼마나 유명한 분들입니까. 정치판에 처음 발을 들여놨을 때 받았던 기대도 상당했습니다.
‘전문가형 정치인’인 이들의 정치활동은 어땠습니까. 기억을 더듬어도 남아 있는 것이 별로 없습니다. 김장수 의원은 최근 군 지휘구조 개편에 반대하고 있다는 얘기 정도이고, 송민순 의원의 목소리는 별로 들리지 않습니다. 서경원 전 의원은 밀입북 사건으로만 기억에 남아 있고, 김홍신·이철용 전 의원 등은 특별히 행적을 추적해 보지 않으면 알 수 없는 존재가 되어버렸습니다. 문국현, 신성일씨는 이런저런 비리에 연루됐다는, 좋지 않은 이미지를 남겼습니다. 탤런트 이순재씨는 본업으로 복귀해 이제 ‘외도(外道)’ 경험조차 기억에서 사라지려 합니다.
정치인으로 변신한 이들은 모두 본업 때의 기량을 보여주지 못했습니다. 고참 정치부 기자들은 그래서 사석에서는 전문가형 정치인을 액세서리(accessory) 정도로 표현합니다. 프로 정치인들이 멋 내려고 꾸밀 때 동원하는 장식품쯤으로 여긴다는 말이지요. 전문가를 폄하하려는 것이 아니라 전문가를 영입해 놓고 ‘기능직’쯤으로 취급하는 오늘날 대한민국의 정치풍토를 지적하는 것입니다.
이들 외에 한국이 IT 선진국으로 떠오르면서 IT, BT 등 첨단분야 선구자들도 있었던 것 같긴 한데, 뚜렷이 기억에조차 남아 있지 않습니다. 거론하다 말았거나 정치판에서 조용히 과거의 명성을 털어먹고 사라지지 않았나 싶습니다. “전문가가 왜 그래”라는 비판이라도 받았다면 그래도 어딘가에 기록이 있을 텐데 그렇지도 않네요.
정치가 컴퓨터라면 안철수는 성공할 것
2012년 총선을 앞두고도 또 법석입니다. 안철수(安哲秀) 서울대융합과학대학원장은 여야가 모두 탐내는 전문가입니다. 컴퓨터 보안분야 개척자로 새삼 설명할 필요조차 없는 인물이죠. 이런 안씨는 앞서 언급한 ‘DJ 리스트’에도 들어 있었습니다. 그러고 보니 10년 넘게 꾸준히 정치를 해보라는 권유를 받고도 하지 않았던 모양입니다.
이런 안씨가 최근 《주간조선》과의 인터뷰에서 정치 활동 여부에 대해 말했습니다. “십고초려(十考草廬)하면 생각해 보겠다고 했다. 그건 자존심 센 사람들이 두 번 이상 부르는 경우도 별로 없었고, 더구나 열 번은 아무도 안 부를 거다, 거의 불가능한 일이다, 하는 차원에서 말한 것이다.”
나름 한국 정치판의 속성을 꿰뚫어본 것 같기도 하고, 정말 모시고 싶으면 너희가 자존심을 꺾어라 하는 기(氣)싸움 중인 것처럼 보이기도 합니다. 어느 당이 진짜 십고초려를 할 것인지는 두고 볼 일이고요. 여기서는 안철수씨가 정치에 발을 담근다는 것을 가정해 보겠습니다.
‘정치인 안철수’는 어떻게 될까요. 이회창·박근혜의 길일까요, 문국현·송민순의 길일까요.
전망이 모두 같을 수는 없습니다. 정치를 잘 아는 사람이 예상을 했다 해서 반드시 맞는 것도 아닐 것입니다. 다만 누가 저한테 묻는다면 저는 두 번째 길을 갈 가능성이 높다고 답하겠습니다. 한국정치의 풍토 때문입니다. 정치인은 논두렁 정기(精氣)라도 타고나야 한다고 합니다. 그들은 스스로 도취되어 있습니다. “당신이 전문가라면 난 이걸 잘해”라는 게 그들 생각입니다. 이번호에 인터뷰한 홍준표 한나라당 대표가 명망가형 영입에 대해 이렇게 말했더군요. “들어오는 순간 망가진다”고. 홍 대표 다른 말은 몰라도 이 말은 동의하고 싶군요. 안 교수가 나라를 위해 봉사할지, 정파를 위한 장식품이 될지 저도 지켜보겠습니다.⊙
이경희
(2011-09-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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