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글날인 지난 10월 9일 서울 광화문 광장에서 세종대왕 동상이 시민들에게 공개됐습니다. 아마 고금동서를 막론하고 ‘책을 읽는 군주’의 모습을 한 동상은 세종대왕 동상이 유일할 것입니다.
세계 최고의 과학적 언어라는 평가를 듣는 한글을 창제하고, 4군6진 개척으로 압록강 두만강을 우리 영토로 확정했으며, 세계 최고의 과학기술 문명을 꽃피운 위대한 군주이기에 우리는 국내 최초의 이지스함에, 남극의 과학기지에 세종대왕의 이름을 자랑스럽게 빌려주고 있습니다.
하필이면 왜 논란에 휩싸인 ‘행복도시’에 고귀한 명칭을 부여했는지 그 사연을 잘 모르겠습니다. ‘행복도시’의 정확한 명칭은 세종특별자치시입니다. 충청남도 연기군 일대 7291만㎡(약 2200만 평)에 일부 정부기관이 이전하고 약 50만 인구를 수용하기 위해 건설 중인 신도시입니다. 예정대로라면 정부기관 이전은 2012년부터, 민간 기관의 입주는 2010년부터 이뤄질 예정입니다.
지난 16대 大選(대선) 와중에 盧武鉉(노무현) 후보가 “수도권 집중 억제와 낙후된 지역경제를 해결하기 위해 청와대와 정부부처를 충청권으로 옮기겠다”고 공약했을 때, 그것이 가능하리라고 믿는 유권자는 극소수였습니다. 그러나 대선이라는 소용돌이가 전 국민의 집단지성을 마비시켰는지도 모르겠습니다.
성사 여부야 어쨌든 행정수도 덕을 좀 보리라는 기대감에 들뜬 충청도 유권자들은 노무현 후보에게 몰표로 화답했고, 그 덕에 노무현 후보는 李會昌(이회창) 한나라당 후보를 누르고 대통령에 당선됐습니다.
헌법재판소가 遷都(천도)에 대해 違憲(위헌) 판결을 내놓았을 때 우리 사회가 이성을 되찾고 평상심으로 돌아갔다면 오늘과 같은 혼란과 갈등은 피할 수도 있었을 것입니다. 憲裁(헌재)에 의해 수도 이전에 제동이 걸리자, 노무현 정부는 ‘행정중심복합도시’라는 카드를 빼 들었습니다.
국토 균형발전 논리에 함몰된 노무현 정부야 어쩔 수 없다 쳐도, 당시 다수당이었던 한나라당이 꼼꼼한 법안 심사를 통해 ‘행복도시’의 허구성을 지적하고 나섰다면 천문학적인 예산 낭비와 사회 갈등은 예방할 수도 있었을 것입니다.
수도 이전이 위헌 결정이 나자 노무현 정부는 즉시 ‘행복도시’란 미명하에 2005년 1월, 신행정수도 특별법을 국회에 제출했습니다. 법안 논의 과정에서 한나라당의 朴啓東(박계동·현 국회 사무총장), 金文洙(김문수·현 경기도지사), 李在五(이재오·현 국민권익위원장), 全在姬(전재희·현 보건복지가족부장관), 崔炅煥(최경환·현 지식경제부장관) 의원 등이 격렬히 저항하는 등 분위기가 심상치 않자 대구로 내려가던 朴槿惠(박근혜) 당시 한나라당 대표가 이 소식을 듣고 급히 서울로 돌아와 의원들을 설득, 통과시켜 주었습니다.
행정도시 관련법 국회 창설 이래 최단기간에 통과
그러니까 엄밀히 말하면 오늘날의 세종시 논란은 노무현 대통령과 박근혜 전 한나라당 대표의 정치적 야합에 의해 내던져진 私生兒(사생아)나 다름없습니다.
문제는 당시 여야의 신행정수도 건설을 위해 만들어진 ‘국회 신행정수도의 건설을 위한 특별조치법 위헌결정 후속대책 및 지역균형발전특별위원회 신행정수도 후속대책소위원회’란 긴 이름의 소위가 2005년 1월 10일부터 2월 17일까지 7차례 회의를 개최하면서 비공개로, 그것도 행정부처 이전 등을 논의한 세 차례 회의는 기록조차 남기지 않는 등 철통 보안 속에 진행됐다는 점입니다.
더욱 희한한 것은 ‘단군 이래 최대의 사업’이라 불리는 국가적으로 중차대한 사업을 결정하는 법안이 2005년 2월 5일 발의된 이래 초스피드로 진행돼 3월 2일 본회의를 통과했다는 점입니다. 발의에서 통과까지 달력 일수로는 30일이 걸렸지만 설 연휴와 3·1절 국경일, 주말 휴일 등을 제외한 실근무일로 따지면 불과 14일 만에 통과됐으니 아마 ‘국회 창설 이래 최단기간에 통과된 법률’아닌가 짐작되는군요.
뭐가 그리 급해서 허겁지겁 법안을 통과시켜야 했을까요. 이런 이유 때문에 당시 일부 언론에서는 소위원회의 비공개 회의에 대해 “여야가 밀실에서 흥정을 했다”는 의혹을 제기하기도 했습니다.
2005년 당시 여야가 합의한 ‘행복도시’로의 정부 이전 규모는 국무총리를 비롯, 총 18부의 행정부 부서 중 12부 4처 2청 및 산하기관 49개, 공무원 9992명이었습니다. 현재 정부과천청사의 경우 5500여 공무원이 약 40만㎡(약 12만 평)의 청사에 근무하고 있습니다. 정부 제3청사가 위치한 대전시 둔산동 주변에는 추후 대전으로 이전해 올지도 모를 정부 부처의 수용에 대비해 약 90만~100만 평의 땅을 비워 둔 상태라고 합니다.
1만여 공무원을 수용하는 데 필요한 공간이라면 정부 제3청사 부근의 공지를 활용하면 별도의 비용 부담 없이 충분히 가능했을 것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야의 합의하에’ 45조6000억원(신행정수도연구단의 추산)이란 천문학적인 국민 혈세를 퍼부어 가며 ‘행복도시’ 건설을 밀어붙였습니다.
더더욱 희한한 것은 노무현 정부가 청와대가 빠진 행정부 일부 이전이라는 모양새에도 불구하고 도시 규모를 수도 이전 계획 때 수립했던 7041만㎡(약 2130만 평)보다 더 키워 7291만㎡(약 2200만 평)로 확대했다는 점입니다. 이런 사례는 노무현 대통령이 ‘행복도시’라는 위장막을 치고 실제로는 천도를 추진했음을 보여주는 물증입니다. 실제로 노 전 대통령은 ‘수도 이전’ 속내를 보란 듯이 곳곳에서 표출했습니다.
노무현 대통령은 2007년 2월 취임 4주년을 맞아 인터넷신문협회 소속사들과의 합동회견에서 “이름이 꼭 행정도시가 아니라도 중앙기관이 다 함께 가는 것이 순리”라 발언했고, 같은 해 7월 20일 열린 행복도시 기공식에서는 “정부부처는 모두 이곳으로 오는 것이 순리이며 효율적이다. 청와대는 서울 시민에게 돌려주면 좋을 것”이라고도 했습니다.
違憲 판결 불구, 실질적인 遷都 드라이브
그렇다면 노무현 전 대통령은 왜 그토록 천도에 매달렸을까 하는 의문이 남습니다. 周成載(주성재) 경희대 지리학과 교수의 설명에 의하면 수도는 한 나라의 최고 통치기관이 소재한 도시이자, 국가라는 거대 조직의 중추신경이며, 그 나라가 가지고 있는 상징성을 대표하는 중심지입니다.
때문에 수도 이전은 한곳에 뿌리박고 있던 국가의 정치 행정 이념을 새로운 곳에서 새롭게 시작하는 것을 뜻합니다. 수도이전은 국가 통치체계에 큰 영향을 주는 사건이자 사회 경제적 파급효과도 엄청납니다.
세계 여러 나라는 수도 이전을 중대한 국가적 사안을 해결하는 데 활용해 왔습니다. 브라질과 터키의 경우 기존 수도의 과밀문제 해결과 내륙지역의 발전을 견인하기 위해 해안가에 있던 수도를 내륙으로 옮긴 사례입니다.
우리가 앓고 있는 서울 집중현상은 오랫동안 우리 민족이 중앙집권 정치구조 속에 살아온 속성상 어쩌면 당연한 것인지도 모릅니다. 오랜 기간 독립된 제후국으로 분열되어 살았던 독일의 경우 함부르크, 뮌헨, 프랑크푸르트, 슈투트가르트 등 교육·산업·의료·문화·복지가 고도로 발달한 도시들이 전국에 산재해 있습니다. 독일 국민들은 수백 개의 제후국으로 찢어져 있던 역사적 전통과 습성 때문에 국토 전체에 고루 산재한 수많은 중소형 도시에 ‘흩어져’ 살고 있는 것입니다.
이러한 지방분권의 체험이나 전통이 없는 한국은 개발연대의 어려운 여건하에서 있는 자원을 수도권에 집중하는 ‘傾斜(경사)형 발전전략’, 즉 선택과 집중을 추구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이런 역사적 현실이 수도와 지방의 균형을 무너뜨려 수도권 집중현상으로 나타난 것이죠.
이러한 수도권 집중현상을 공무원 1만여 명을 공주쯤으로 내려보낸다 해서 전 국토의 균형발전을 이룰 수 있다고 믿는다면, 그 사람의 정신상태를 의심해야 할 것입니다.
노무현 대통령은 “통일이 되면 판문점이나 개성 일대에 서울이나 평양보다 작은 규모의 통일수도를 건설하겠다”는 취지의 발언도 했습니다. 이것이 진심이라면 노무현 정부 인사들과 與野(여야) 정치권은 통일 이전까지 사용할 임시 행정수도를 건설하기 위해 수십조 원을 들여 ‘세종시 건설’에 나섰다는 뜻이 됩니다.
세종시여, 정치인에게 침을 뱉어라
노무현 대통령은 자신의 천도계획에 대해 겉으로는 국토의 균형발전이니, 수도권의 과밀해소, 국가경쟁력 提高(제고)를 내세웠지만 “지배계급 교체의 상징성을 위한 것”임을 역설했습니다. 이것이 그의 본심 아니었을까요.
사회 일각에서는 세종시의 기능을 행정중심이 아니라 교육·과학·기업도시로, 혹은 공영방송국 이전을 통한 미디어 시티로의 전환을 거론하고 있습니다. 자신의 정체성을 또다시 재검토당하고 있는 세종시는 정치인들에게 침을 뱉고 싶은 심정일 것입니다.
세종시 문제는 무책임하게 사생아를 낳아 놓고 나몰라라 하는 정치권이 져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이를 위해서는 국회의사당을 비롯하여 한나라당, 민주당, 자유선진당 등 제 정당의 黨舍(당사), 국회의원과 의원 보좌진 및 그 가족들이 세종시로 옮겨가는 것이 역사적 순리라고 생각합니다.
그리하여 잘못된 국가정책을 위한 관련법을 정치적 야합에 의해 엉터리로 통과시킨 책임을 대대손손에 걸쳐 엄중히 물어 다시는 제2의 세종시 비극이 되풀이되지 않도록 하는 것이 어떨까요.⊙
세계 최고의 과학적 언어라는 평가를 듣는 한글을 창제하고, 4군6진 개척으로 압록강 두만강을 우리 영토로 확정했으며, 세계 최고의 과학기술 문명을 꽃피운 위대한 군주이기에 우리는 국내 최초의 이지스함에, 남극의 과학기지에 세종대왕의 이름을 자랑스럽게 빌려주고 있습니다.
하필이면 왜 논란에 휩싸인 ‘행복도시’에 고귀한 명칭을 부여했는지 그 사연을 잘 모르겠습니다. ‘행복도시’의 정확한 명칭은 세종특별자치시입니다. 충청남도 연기군 일대 7291만㎡(약 2200만 평)에 일부 정부기관이 이전하고 약 50만 인구를 수용하기 위해 건설 중인 신도시입니다. 예정대로라면 정부기관 이전은 2012년부터, 민간 기관의 입주는 2010년부터 이뤄질 예정입니다.
지난 16대 大選(대선) 와중에 盧武鉉(노무현) 후보가 “수도권 집중 억제와 낙후된 지역경제를 해결하기 위해 청와대와 정부부처를 충청권으로 옮기겠다”고 공약했을 때, 그것이 가능하리라고 믿는 유권자는 극소수였습니다. 그러나 대선이라는 소용돌이가 전 국민의 집단지성을 마비시켰는지도 모르겠습니다.
성사 여부야 어쨌든 행정수도 덕을 좀 보리라는 기대감에 들뜬 충청도 유권자들은 노무현 후보에게 몰표로 화답했고, 그 덕에 노무현 후보는 李會昌(이회창) 한나라당 후보를 누르고 대통령에 당선됐습니다.
헌법재판소가 遷都(천도)에 대해 違憲(위헌) 판결을 내놓았을 때 우리 사회가 이성을 되찾고 평상심으로 돌아갔다면 오늘과 같은 혼란과 갈등은 피할 수도 있었을 것입니다. 憲裁(헌재)에 의해 수도 이전에 제동이 걸리자, 노무현 정부는 ‘행정중심복합도시’라는 카드를 빼 들었습니다.
국토 균형발전 논리에 함몰된 노무현 정부야 어쩔 수 없다 쳐도, 당시 다수당이었던 한나라당이 꼼꼼한 법안 심사를 통해 ‘행복도시’의 허구성을 지적하고 나섰다면 천문학적인 예산 낭비와 사회 갈등은 예방할 수도 있었을 것입니다.
수도 이전이 위헌 결정이 나자 노무현 정부는 즉시 ‘행복도시’란 미명하에 2005년 1월, 신행정수도 특별법을 국회에 제출했습니다. 법안 논의 과정에서 한나라당의 朴啓東(박계동·현 국회 사무총장), 金文洙(김문수·현 경기도지사), 李在五(이재오·현 국민권익위원장), 全在姬(전재희·현 보건복지가족부장관), 崔炅煥(최경환·현 지식경제부장관) 의원 등이 격렬히 저항하는 등 분위기가 심상치 않자 대구로 내려가던 朴槿惠(박근혜) 당시 한나라당 대표가 이 소식을 듣고 급히 서울로 돌아와 의원들을 설득, 통과시켜 주었습니다.
행정도시 관련법 국회 창설 이래 최단기간에 통과
그러니까 엄밀히 말하면 오늘날의 세종시 논란은 노무현 대통령과 박근혜 전 한나라당 대표의 정치적 야합에 의해 내던져진 私生兒(사생아)나 다름없습니다.
문제는 당시 여야의 신행정수도 건설을 위해 만들어진 ‘국회 신행정수도의 건설을 위한 특별조치법 위헌결정 후속대책 및 지역균형발전특별위원회 신행정수도 후속대책소위원회’란 긴 이름의 소위가 2005년 1월 10일부터 2월 17일까지 7차례 회의를 개최하면서 비공개로, 그것도 행정부처 이전 등을 논의한 세 차례 회의는 기록조차 남기지 않는 등 철통 보안 속에 진행됐다는 점입니다.
더욱 희한한 것은 ‘단군 이래 최대의 사업’이라 불리는 국가적으로 중차대한 사업을 결정하는 법안이 2005년 2월 5일 발의된 이래 초스피드로 진행돼 3월 2일 본회의를 통과했다는 점입니다. 발의에서 통과까지 달력 일수로는 30일이 걸렸지만 설 연휴와 3·1절 국경일, 주말 휴일 등을 제외한 실근무일로 따지면 불과 14일 만에 통과됐으니 아마 ‘국회 창설 이래 최단기간에 통과된 법률’아닌가 짐작되는군요.
뭐가 그리 급해서 허겁지겁 법안을 통과시켜야 했을까요. 이런 이유 때문에 당시 일부 언론에서는 소위원회의 비공개 회의에 대해 “여야가 밀실에서 흥정을 했다”는 의혹을 제기하기도 했습니다.
2005년 당시 여야가 합의한 ‘행복도시’로의 정부 이전 규모는 국무총리를 비롯, 총 18부의 행정부 부서 중 12부 4처 2청 및 산하기관 49개, 공무원 9992명이었습니다. 현재 정부과천청사의 경우 5500여 공무원이 약 40만㎡(약 12만 평)의 청사에 근무하고 있습니다. 정부 제3청사가 위치한 대전시 둔산동 주변에는 추후 대전으로 이전해 올지도 모를 정부 부처의 수용에 대비해 약 90만~100만 평의 땅을 비워 둔 상태라고 합니다.
1만여 공무원을 수용하는 데 필요한 공간이라면 정부 제3청사 부근의 공지를 활용하면 별도의 비용 부담 없이 충분히 가능했을 것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야의 합의하에’ 45조6000억원(신행정수도연구단의 추산)이란 천문학적인 국민 혈세를 퍼부어 가며 ‘행복도시’ 건설을 밀어붙였습니다.
더더욱 희한한 것은 노무현 정부가 청와대가 빠진 행정부 일부 이전이라는 모양새에도 불구하고 도시 규모를 수도 이전 계획 때 수립했던 7041만㎡(약 2130만 평)보다 더 키워 7291만㎡(약 2200만 평)로 확대했다는 점입니다. 이런 사례는 노무현 대통령이 ‘행복도시’라는 위장막을 치고 실제로는 천도를 추진했음을 보여주는 물증입니다. 실제로 노 전 대통령은 ‘수도 이전’ 속내를 보란 듯이 곳곳에서 표출했습니다.
노무현 대통령은 2007년 2월 취임 4주년을 맞아 인터넷신문협회 소속사들과의 합동회견에서 “이름이 꼭 행정도시가 아니라도 중앙기관이 다 함께 가는 것이 순리”라 발언했고, 같은 해 7월 20일 열린 행복도시 기공식에서는 “정부부처는 모두 이곳으로 오는 것이 순리이며 효율적이다. 청와대는 서울 시민에게 돌려주면 좋을 것”이라고도 했습니다.
違憲 판결 불구, 실질적인 遷都 드라이브
그렇다면 노무현 전 대통령은 왜 그토록 천도에 매달렸을까 하는 의문이 남습니다. 周成載(주성재) 경희대 지리학과 교수의 설명에 의하면 수도는 한 나라의 최고 통치기관이 소재한 도시이자, 국가라는 거대 조직의 중추신경이며, 그 나라가 가지고 있는 상징성을 대표하는 중심지입니다.
때문에 수도 이전은 한곳에 뿌리박고 있던 국가의 정치 행정 이념을 새로운 곳에서 새롭게 시작하는 것을 뜻합니다. 수도이전은 국가 통치체계에 큰 영향을 주는 사건이자 사회 경제적 파급효과도 엄청납니다.
세계 여러 나라는 수도 이전을 중대한 국가적 사안을 해결하는 데 활용해 왔습니다. 브라질과 터키의 경우 기존 수도의 과밀문제 해결과 내륙지역의 발전을 견인하기 위해 해안가에 있던 수도를 내륙으로 옮긴 사례입니다.
우리가 앓고 있는 서울 집중현상은 오랫동안 우리 민족이 중앙집권 정치구조 속에 살아온 속성상 어쩌면 당연한 것인지도 모릅니다. 오랜 기간 독립된 제후국으로 분열되어 살았던 독일의 경우 함부르크, 뮌헨, 프랑크푸르트, 슈투트가르트 등 교육·산업·의료·문화·복지가 고도로 발달한 도시들이 전국에 산재해 있습니다. 독일 국민들은 수백 개의 제후국으로 찢어져 있던 역사적 전통과 습성 때문에 국토 전체에 고루 산재한 수많은 중소형 도시에 ‘흩어져’ 살고 있는 것입니다.
이러한 지방분권의 체험이나 전통이 없는 한국은 개발연대의 어려운 여건하에서 있는 자원을 수도권에 집중하는 ‘傾斜(경사)형 발전전략’, 즉 선택과 집중을 추구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이런 역사적 현실이 수도와 지방의 균형을 무너뜨려 수도권 집중현상으로 나타난 것이죠.
이러한 수도권 집중현상을 공무원 1만여 명을 공주쯤으로 내려보낸다 해서 전 국토의 균형발전을 이룰 수 있다고 믿는다면, 그 사람의 정신상태를 의심해야 할 것입니다.
노무현 대통령은 “통일이 되면 판문점이나 개성 일대에 서울이나 평양보다 작은 규모의 통일수도를 건설하겠다”는 취지의 발언도 했습니다. 이것이 진심이라면 노무현 정부 인사들과 與野(여야) 정치권은 통일 이전까지 사용할 임시 행정수도를 건설하기 위해 수십조 원을 들여 ‘세종시 건설’에 나섰다는 뜻이 됩니다.
세종시여, 정치인에게 침을 뱉어라
노무현 대통령은 자신의 천도계획에 대해 겉으로는 국토의 균형발전이니, 수도권의 과밀해소, 국가경쟁력 提高(제고)를 내세웠지만 “지배계급 교체의 상징성을 위한 것”임을 역설했습니다. 이것이 그의 본심 아니었을까요.
사회 일각에서는 세종시의 기능을 행정중심이 아니라 교육·과학·기업도시로, 혹은 공영방송국 이전을 통한 미디어 시티로의 전환을 거론하고 있습니다. 자신의 정체성을 또다시 재검토당하고 있는 세종시는 정치인들에게 침을 뱉고 싶은 심정일 것입니다.
세종시 문제는 무책임하게 사생아를 낳아 놓고 나몰라라 하는 정치권이 져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이를 위해서는 국회의사당을 비롯하여 한나라당, 민주당, 자유선진당 등 제 정당의 黨舍(당사), 국회의원과 의원 보좌진 및 그 가족들이 세종시로 옮겨가는 것이 역사적 순리라고 생각합니다.
그리하여 잘못된 국가정책을 위한 관련법을 정치적 야합에 의해 엉터리로 통과시킨 책임을 대대손손에 걸쳐 엄중히 물어 다시는 제2의 세종시 비극이 되풀이되지 않도록 하는 것이 어떨까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