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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광용의 만화일기 40년 - 그대 이름은 만화가

세월은 흘러도, 그대 만화는 영원히!

글 : 김태완  월간조선 기자  kimchi@chosun.com

그림 : 송광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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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기 4286년, 서기 1953년 12월에 그린 송광용의 《생활 그림일기 고독한 생활》 표지.
  전북 완주 책박물관 관장이자 ‘삼례 책마을’ 박대헌(朴大憲) 이사장이 송광용(宋光鏞·1934~2002년)의 40년 그림일기를 공개했다. 기자는 박 이사장에게 연락해 그림 파일 일부를 받아 《월간조선》에 공개한다.
 

  만화가를 꿈꾸던 송광용은 영월중학교 1학년인 1952년 5월부터 만화일기를 쓰기 시작해 1992년 2월까지 꼬박 40년 동안 하루도 빠지지 않고 일기를 썼다.
 
단기 4286년 12월 26일 자 그림일기에 실린 6·25전쟁의 모습이다. ‘한 병사가 파편에 얻어맞아 쓰러져서 물을 찾고 있다. 폭탄이 비 오듯 쏟아지는 이 전선에 누가 그를 불쌍히 여길까?’라고 적었다.
 
단기 4286년 12월 6일부터 쓴 《사랑하는 나의 정직한 그림일기》 표지. 하단에 ‘내가 이 그림을 그릴 때 학교 - 강원도 영월중학교 2학년 송광용’이라 적었다.
  박 이사장은 “송광용의 꿈은 오직 만화가였다. 생활고와 사회의 무관심으로 일찍이 꿈을 접을 수밖에 없었으나 그의 만화, 그의 그림은 여전히 우리 곁에 남아 있다”고 말했다.
 
  강원도 영월에서 태어난 송광용은 만화가의 길을 걷고 싶었지만 어머니를 일찍 여의고 7남매의 장남으로 집안을 돌봐야 했다. 영월화력발전소, 석회광산 등지에서 막노동을 했고 단양의 충북질소, 청원의 한국프라스틱, 정선의 태경산업 등에서 일하다 1989년 퇴직하였다.
 
《사랑하는 나의 정직한 그림일기》의 속표지. 빨간색 물감으로 제12호라고 쓴 뒤 그 위에 검은색으로 6이라는 숫자를 덧썼다.
 
단기 4286년 12월 27일 자 그림일기. 일기 중 ‘절대로 행진할 때는 오와 열을 확실히 맞추고 발을 맞추어 씩씩하게 걸어야 되요’라고 적혀 있다.
 
단기 4286년 12월 29일 자 그림일기. ‘아침에도 학교에 가서 제기차기를 하였다. 모두 양발 차기쯤도 문제없이 턱턱한다’고 적었다.
  박 이사장은 “그가 남긴 일기 원본은 갱지를 반으로 접어 A4 크기로 직접 제본했으며, 표지에는 일련번호와 각 권의 표제를 붙이고, 표지그림을 일일이 그려 넣었다”고 설명했다.
 
  이렇게 만들어진 일기는 모두 131권. 1990년 9월 영월 지역 홍수 때 27권이 물에 잠겨 현재 104권만이 전해지고 있다. 《곱구나》 등 그의 만화 작품 원고도 상당수 있었으나 역시 물난리 때 잃어버렸다. 그 때문에 평생 만화일기를 쓰던 송광용이 의욕을 잃은 것으로 전해진다.
 
단기 4286년 12월 28일 자 그림일기에서 자신의 일기를 가슴 가득 품고 있다.
 
4286년 12월 23일 그림일기. 새벽에 일어나 소변보러 나갔다가 눈이 내리는 모습을 보고 있다. 그림이 따스하게 느껴진다.
  완주 책박물관에서 보관 중인 송광용의 그림일기는 “한국 현대사를 살아온 한 평범한 남자의 꿈과 현실, 희망과 좌절이 그대로 담긴” 기록이다.
 
  송광용은 《조선일보》(2001년 4월 9일 자)와 인터뷰한 일이 있다. 그때 이런 말을 했다.
 
단기 4287년 1월 22일 자 그림일기. 교복 입은 두 송광용 중 한 명은 철도 터널을 가리키고, 다른 한 명은 이불을 널고 있다. 일기 중에 ‘나는 여기서 한층 더 배움에 열중하리라 마음먹었던 것이다. 살기 위해서는 일을 해야 한다’고 썼다.
 
단기 4287년 2월 1일 자 그림일기. 이날 영월에 큰 눈이 내렸던 모양이다. 제복 입은 사람이 미끄러져 넘어진 그림이 그려져 있다.
 
4287년 2월 13일 자 그림일기. ‘오늘도 그림 그린 것을 옆에 끼고 학교에 갔다. 매일 같이 종이를 돌돌 말아서 옆에 끼고’라고 적었다.
  “경북 상주로 피란 가서 《만화 신보》에 실렸던 ‘고바우’ 만화를 봤습니다. 저도 만화가가 되기로 맘먹고 1952년 5월 1일부터 만화일기를 쓰기 시작, 1990년 9월 강원도 수해 때까지 하루도 빠짐없이 계속 쓰고 그렸습니다. 요새 젊은이들이 얼마나 축복받은 세대인지 스스로 알았으면 좋겠어요. 지금 세상이라면 뭐든 가능하지 않을까요. 여건에 굴하지 말고 꿈을 꼭 이뤘으면 좋겠습니다.”
 

  이 말은 마치 자기 자신에게 하는 말처럼 들린다. 세월이 흘러 그가 세상을 떠난 지 꼭 20년이 되어 다시 만화일기가 우리 앞에 섰다. 그에게 뜨거운 박수를 보내도 좋을 것이다. 송광용! 그대 이름은 만화가라고.⊙
 
송광용의 그림일기가 전시된 완주 책박물관 모습이다.
 
송광용의 2001년의 모습이다. 사진=조선일보DB
 
완주 책박물관에 전시된 단기 4289년 7월 24일 자 송광용의 그림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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