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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학 속의 꽃 〈4〉 김광섭의 〈코스모스〉

글 : 문갑식  월간조선 편집장

사진 : 이서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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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란국죽(梅蘭菊竹) 사군자(四君子)는 홀로 서는 선비의 단단함을 의미하지만 코스모스는 서로 기대야 설 수 있는 민초들의 삶을 대변한다고 작가는 보았던 것이다.
전라남도 완도에서 배로 45분 거리에 있는 청산도(靑山島)는 임진왜란 이후 사는 데 지친 민초들이 제주도로 향하다 풍랑을 만나 머문 곳이다.
언덕에 서면 양쪽으로 푸른 바다가 보이고 길 옆에는 코스모스가 만발해 있다.
  철을 따라 꽃도 달라서 봄에는 봄에 알맞은 꽃이 있고 가을에는 가을에 알맞은 꽃이 있다. 길가에 다니다가 꽃장수의 지게를 보면 꽃을 지고 다니는 사람이 한편 행복해 보이기도 하나 짊어지고 팔러 다니는 사람으로는 반드시 그렇지도 않을 것이다. 장사와 직업이라는 것은 대개는 그런 것이다. 그렇기에 그들은 꽃을 얘기하거나 아끼지 않는다. 빨리 팔아치우는 것만이 정이요, 도다.
 
  대개 지고 다니는 꽃은 글라디올러스, 국화, 달리아, 코스모스 등이다. 이 가운데서 나는 아직껏 코스모스를 사다가 꽂아 본 일이 없어서 처음으로 코스모스 한 묶음을 사 가지고 싶었다. 코스모스는 한 송이보다 한군데 많이 모여서 피는데 가을의 화려하고 청명한 빛깔이 있다. 그래서 그런지 정거장에는 코스모스를 많이 심는다.
 
  그러면 달리는 차창에 피로한 눈동자들이 몹시 이 꽃을 사랑한다. 그 빛깔로 보아 자줏빛과 빨간빛과 흰빛이 제일 많아 보이고 그 줄기가 성큼 성큼하여 살찌지는 못하나, 그 대신 청려한 감상을 아무 준비 없이 누구에게나 가여웁게 준다. 그리고 그 푸른 줄기가 물같이 연(軟)하고 서로 서로가 엉키고 의지하고 있어서 가을의 참세(慚洗)로운 신경으로 하늘과 바람과 햇볕을 그냥 그대로 느끼고 받아들이는 자연의 모습 같다.
 
비를 맞아 쓰러진 코스모스다. 김광섭은 수필 ‘코스모스’에서 이 꽃을 사군자에 비유했다.
  어찌 보면 그 줄기들이 우리의 맑은 상(想)이 조심스레이 기어 올라갈 푸르고 가느다란 길 같기도 하여 나중에 다닫는 곳은 숨김 없는 가을 소녀의 뺨같이 담아한 꽃송이들이니 그 속에 아름다운 세계가 있고 그 한 얼굴에 묵상을 택하지 않는 자연과 행복이 조화되고 있다.
 
  가을 정원이나 유원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맨드라미는 땅의 피를 모두 다 빨아서 한 몸뚱이를 피 칠하다시피 태우고 있는 꽃이니 그와는 아주 달리 코스모스는 실로 8, 9월 소녀의 행복을 그려낸 꽃 같다. 이 꽃을 보는 날이면 하늘은 차지도 않고 시내는 흐리지도 않고 땅은 컴컴하지도 않게 이 꽃을 자래우는 것 같다.
 
  화판은 대개 여덟개나 아홉개로서 모두 다 한 모양 같고 어느 하나라도 걱정스런 주름살을 지우지 않고 서로 밀거나 겹치는 일이 없이 심장으로 모여서 꽃의 중심을 이루고 노란 화분을 내놓고 있다. 별로이 향기가 없을 줄로만 알았더니 그 노란 화분에서 이 꽃의 맑은 향기가 솟는다.
 
  - 김광섭의 〈코스모스〉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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