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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물녘 저수지에서 한 해를 돌아보며

글·사진 : 서경리  월간조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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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해질 무렵 저수지에는 낮 동안 분주했던 시간들이 붉은 해에 번진다. 그리고 아주 천천히 수면 위로 사색하듯 그 빛을 내려놓는다. 누군가 저물녘 낚싯대를 편다. 지나온 날들에게 봉돌 같은 위로를 드리우는 것처럼. 해가 지면서 좌대 모서리마다 붉은 저녁놀이 선명하다. 동그랗게 퍼지는 파문 속으로 낚싯바늘을 던지면, 저수지는 둥근 ‘저녁놀’ 외눈을 가진 한 마리 물고기로 변해 지느러미를 뒤척인다. 잔잔하게 이는 물결 위로 시간이 흘러가고 있다.
 

  한 해를 돌아보는 마음이 이토록 아련하다. 많은 사람이 흘러갔고 또 많은 이들이 다가왔다. 기억과 추억이 푸른 빛깔로 층층이 쌓인 밤하늘은 올려다볼수록 황홀하다. 그 아래 새벽 낚시를 하는 사람은 대체로 말이 없다. 케미의 고즈넉한 빛에 마음을 묶고, 지난 한 해의 깊이에 눈동자를 고정할 뿐이다. 누구에게나 월척의 기회가 있기 마련, 낚시하는 사람이 두 손을 모을 때 경건하게 하얀 입김이 서린다.
 
강화 신선저수지 낚시터.
  새해의 포부는 산 능선 위로 떠오르는 아침 해처럼 힘차다. 그 주위로 덕담(德談)처럼 새들이 점점이 말줄임표를 잇는다. 동이 터올 무렵이 물고기 입질이 가장 많을 때이다. 새로운 한 해를 시작하면 세월도 이처럼 대물을 기다려온 입질로 다가올까. 누구나 한 번쯤은 정리하기 위해, 새로운 계획을 위해 떠나고 싶은 연말이다. 낚싯줄로 소통하는 자연 속에서 어느덧 우리는 혼자가 아니라는 것을 깨닫는다. 2016년이 월척이다.⊙
 
연천 백학저수지 낚시터.

안성 고삼저수지 낚시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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