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년의 지혜, 대장경세계문화축전 개막 : 월간조선

고려시대, 몽골의 침략을 부처의 힘으로 이겨 내고자 16년에 걸쳐 진행한 대역사(大役事). 불교 경전의 완결판, 팔만대장경(八萬大藏經)의 의미를 되새기고 가치를 알리기 위한 축제가 열렸다. 2013 대장경세계문화축전이 지난 9월 26일부터 11월 10일까지 45일간 경남 합천 해인사(海印寺) 일대에서 열리고 있다.

축제의 중심에 있는 해인사는 해발 1430m의 가야산이 병풍처럼 둘러싸고 있는 절로, 신라 고승 의상(義湘) 대사의 맥을 잇는 제자 순응(順應)과 이정(利貞) 스님에 의해 창건된 화엄종 사찰이다. 주 불전(主佛殿) 뒤 언덕에는 1251년 제작된 팔만대장경을 봉안(奉安)한 장경판전(藏經板殿)이 있다. 해인사는 불(佛), 법(法), 승(僧) 등 불교의 삼보(三寶) 가운데 부처의 가르침인 ‘법’을 담은 법보사찰로, 불보사찰 통도사(通度寺), 승보사찰 송광사(松廣寺)와 더불어 우리나라 3대 사찰로 꼽힌다.

장경판전에 보관 중인 대장경판(국보 제32호). 고려 때 불교 경전을 집대성한 것으로 정식 명칭은 고려대장경이나, 판수가 8만여 개에 8만4000개의 경전 말씀이 실려 있어 팔만대장경이라고도 부른다. 세계에서 가장 오래된 것으로 1995년 유네스코 세계기록문화유산에 지정되면서 그 가치를 인정받았다.

해인사에서 축전의 주행사장인 기록문화테마파크로 가는 6km 구간은 홍류동 계곡을 따라 걷는 ‘소리길’이다. 울긋불긋한 단풍이 어우러진 산책로에서는 사찰 예술제인 ‘해인아트 프로젝트’를 만날 수 있다. 프로젝트 참여 예술가들이 45일간 성찰하고 그 고뇌를 담아 낸 작품들이 곳곳에 보물찾기하듯 숨겨져 있다.

소리길을 따라 내려온 주행사장에는 대장경 제작의 모든 과정을 보여주는 대장경천년관을 비롯해 5D입체영상관, 고려대장경역사관 등 8개의 전시실이 준비되어 있다. 축전 기간에만 일반에 공개되는 대장경 진본경판과 화엄경변상도(화엄경의 가르침을 알기 쉽게 그림으로 표현한 목판화) 등을 만날 수 있다.

장경판전에서 꺼낸 진본 대장경판 8장과 화엄경변상도 인경본(印經本·인쇄본) 80장을 축전 주행사장으로 이운(移運)하는 스님과 신도들의 행렬이 해인사 경내를 돌고 있다.

축전의 백미는 1200년 만에 일반에 공개되는 마애불 입상(磨崖佛立像·보물 제222호)이다. 자연 바위에 높이 7.5m, 너비 3.1m의 마애불이 새겨진 이 입상은 9세기 통일신라 시대에 제작된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마애불 입상까지 가는 가야산 산책로는 영험한 기(氣)가 있다 하여 해인사 스님들이 기도 장소로 활용해 왔다.

지난 2011년 처음 개최된 대장경문화축전은 올해로 두 번째를 맞는다. 앞으로 3년마다 축전을 열 계획이다.⊙

⊙ 문의: 전화 055)211-6251
⊙ 홈페이지: www.tripitaka-festiva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