순창장 서는 날 : 월간조선

순창에 5일장이 섰다. 1일과 6일에 서는 순천의 5일장날, 이웃마을 사람들과 장돌뱅이들이 몰리면서 오랜만에 시골마을이 북적북적하다. 1923년경 해방 이후 물물교환 등이 이루어지며 형성된 순창시장은 1960, 70년대 하루 5000여 명의 주민이 이용하는 제법 큰 장이었다. 삼베, 자수제품, 감 등이 거래되는 전국에서 유명한 5일장이었으며, 전성기에는 전국 7대 우시장 중 한 곳이기도 했다. 70년대 이후 농촌 인구가 감소하며 장도 축소돼 지금은 장터 안 먹을거리인 ‘순대촌’만이 명맥을 유지하고 있다. 장날에만 운행하는 시장 입구의 버스정류장을 지나면 좁은 길 양옆으로 장돌뱅이들의 장이 펼쳐진다. 산나물과 잡곡 등이 가득 담긴 커다란 고무 대야(플라스틱 통)가 줄지어 늘어서고 파라솔이 쳐지면 본격적인 장날의 하루가 시작된다. “뻥이요~ 뻥” 장날이면 어김없이 등장하는 뻥튀기 할아버지가 오랜만에 목소리를 높인다. 아낙네들은 차례를 기다리며 땅콩과 옥수수, 쌀이 가득 담긴 꾸러미를 줄 세워 놓는다. 점심 시간이 가까워지면 시장의 활기는 최고조에 이른다. 특히 ‘피순대’로 유명한 순천 장터의 순댓국집에는 콩나물과 함께 순대와 머릿고기 등 돼지 부속고기로 푸짐하게 끓여낸 국밥이 쉴 틈 없이 상 위로 오른다. 시장 모퉁이에선 상인들이 옹기종기 모여 앉아 삼겹살을 구웠다. 장작불에 넣어 구운 토란 위에 잘 익은 김치를 얹어 이방인에게도 권하는 상인들에게서 시골 장터의 넉넉한 인심과 푸근함이 느껴진다.

5일장의 가장 큰 볼거리는 ‘뻥’ 하고 큰소리를 내는 뻥튀기 장면이다.

“장류(醬類)의 고장 순창에 왔으면 고추장 맛은 보고 가야제.”

순창군 순창읍 백산리에 자리한 순창고추장 민속마을은 순창고추장의 명성과 전통적 제조 비법을 이어 가기 위해 조성한 마을이다. 1997년 마을을 만들 당시 가옥을 모두 전통한옥으로 짓고 토종 소나무로 가로수를 조성해 마을 전체가 민속마을 같은 느낌을 준다. 집집마다 마당에는 커다란 고추장과 장아찌 항아리가 가득하고 처마에는 메주가 주렁주렁 매달려 있다. 장류박물관, 체험관, 장류연구소가 있으며, 해마다 가을에는 민속마을 일원에서 순창 장류축제가 열린다.

“장날이라 읍내 나온 김에 머리나 하고 가지.” 순천장의 터줏대감인 금파미용실 안은 파마 손님들로 가득하다.

순창에 장이 서는 날이어선지 강천산(剛泉山)에도 사람들이 북적인다. 용이 꼬리를 치며 승천하는 모습과 닮았다 하여 용천산(龍天山)이라 불리는 강천산은 해발 583.7m로 그다지 높지 않지만 깊은 계곡과 맑은 물, 기암괴석과 절벽이 어우러져 아름답다. 강천산을 조망하려면 높이 120m, 길이 50m의 구름다리에 오르면 좋다. 다리 위에 오르면 천년을 살다 승천하지 못해 쓰러진 용의 머리 핏자국이 남아 있다는 용머리 폭포를 볼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