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유튜브, 틱톡, SNS, OTT 등 자신이 즐기는 플랫폼에서 활약하는 ‘내 스타’들만 알지 ‘남의 스타’는 몰라
⊙ 뉴미디어 폭발과 함께 모든 ‘보편’이 사라지고 ‘단독성’의 ‘특수’가 폭발하는 ‘단독성들의 사회’
⊙ 개개인들이 모래알처럼 파편화돼 공통적 의제 설정조차 힘들어진 현실 반영
⊙ 황정민, 정우성, 마동석, 송강호, 설경구, 최민식, 이병헌 등 ‘1000만 배우’들, 50~60대
⊙ 미국에서도 톰 크루즈, 브래드 피트, 키아누 리브스, 맷 데이먼, 샌드라 블록, 줄리아 로버츠 등이 50~60대
이문원
《뉴시스이코노미》 편집장, 《미디어워치》 편집장, 국회 한류연구회 자문위원, KBS 시청자위원, KBS2 TV 〈연예가중계〉 자문위원, 제35회 한국방송대상 심사위원 역임 / 저서 《언론의 저주를 깨다》(공저), 《기업가정신》(공저), 《억지와 위선》(공저) 등
⊙ 뉴미디어 폭발과 함께 모든 ‘보편’이 사라지고 ‘단독성’의 ‘특수’가 폭발하는 ‘단독성들의 사회’
⊙ 개개인들이 모래알처럼 파편화돼 공통적 의제 설정조차 힘들어진 현실 반영
⊙ 황정민, 정우성, 마동석, 송강호, 설경구, 최민식, 이병헌 등 ‘1000만 배우’들, 50~60대
⊙ 미국에서도 톰 크루즈, 브래드 피트, 키아누 리브스, 맷 데이먼, 샌드라 블록, 줄리아 로버츠 등이 50~60대
이문원
《뉴시스이코노미》 편집장, 《미디어워치》 편집장, 국회 한류연구회 자문위원, KBS 시청자위원, KBS2 TV 〈연예가중계〉 자문위원, 제35회 한국방송대상 심사위원 역임 / 저서 《언론의 저주를 깨다》(공저), 《기업가정신》(공저), 《억지와 위선》(공저) 등
- 최근 흥행작인 〈범죄도시4〉 〈파묘〉 〈서울의 봄〉. 모두 50~60대 배우들이 주연했다.
한국 영화 〈범죄도시4〉가 5월 15일 국내 1000만 관객을 돌파했다. 6월 2일 현재까지는 누적 1127만3412명. 〈범죄도시4〉는 많이들 알다시피, 액션스타 마동석이 2017년부터 주연한 범죄 액션 영화 〈범죄도시〉 시리즈 4편이다.
그런데 돌이켜보면 근래 들어 국내 1000만 관객을 넘어서는 ‘1000만 영화’들이 꽤 자주 나오고 있다는 인상이다. 지난해 11월 개봉한 12·12 사건 소재 〈서울의 봄〉에 이어 올해 2월에는 오컬트 공포 영화 〈파묘〉가 개봉해 ‘1000만 영화’에 입성했고, 다시 4월 개봉작 〈범죄도시4〉다. 체인 식으로 계속 밀려온다.
여기서 이목을 끄는 부분이 있다. 불과 6개월 사이 연달아 탄생한 이 ‘1000만 영화’ 세 편, 〈서울의 봄〉과 〈파묘〉, 그리고 〈범죄도시4〉는 언뜻 아무런 닮은 점 없는 영화들처럼 보이지만, 알고 보면 이들 사이 뚜렷한 공통점이 있다는 것이다. 바로 톱-빌링(top-billing) 배우, 즉 영화 크레디트에 가장 먼저 이름이 뜨는 주연배우들 ‘나이’ 부분이다. 모두가 50~60대, 이른바 ‘5060 배우’들이라는 것. 먼저 〈서울의 봄〉에서 주연을 맡은 두 배우 황정민과 정우성은 각각 6월 3일 기준 53세와 51세다. 〈파묘〉의 최민식은 50대도 뛰어넘어 벌써 62세이고, 〈범죄도시4〉의 마동석도 이제 53세다.
‘주연급 고령화’
위 세 편의 주연배우들만 특이한 사례일까. 절대 그렇지 않다. 지금은 사실상 ‘5060 스타배우들의 전성시대’라 봐도 좋을 정도로 상업영화 주연급 배우들 연령대가 한참 올라가 있는 상태다. 일단 현시점 ‘한국 영화의 얼굴’처럼 여겨지는 송강호가 마찬가지 6월 3일 기준 57세다. 〈터미네이터 제니시스〉 등 할리우드 영화 출연으로 글로벌 스타 이미지가 강한 이병헌은 53세, 넷플릭스 드라마 〈오징어 게임〉의 글로벌 대성공 덕에 이제 할리우드 드라마에도 출연하기 시작한 이정재는 51세다.
이 밖에도 많다. 2000년 〈박하사탕〉 이후 꾸준히 흥행작을 내놓는 설경구가 57세, 〈7번방의 선물〉(2013)과 〈극한직업〉(2019) 등의 ‘1000만 영화’를 갖고 있는 류승룡이 53세, 지난해 ‘이순신 3부작’ 마지막 편 〈노량: 죽음의 바다〉에서 세 번째 이순신으로 열연한 김윤석도 57세다. 보다시피 이들 중 상당수는 불과 몇 년 뒤면 최민식의 뒤를 따라 60대로 접어든다. 50대도 아니라 60대 주연급 스타들이 그만큼 늘어나게 된다는 뜻이다. 이보다 젊은 주연급이라고 크게 다를 것도 없다. 하정우 46세, 조인성 42세, 공유 44세, 현빈 41세, 강동원 43세 등. 쉽게, 지금의 한국 영화 시장을 쥐락펴락하는 스타들은 전반적으로 5060 중심이고, 기본적으로 40대는 돼야 신뢰할 수 있는 주연급 취급을 받는다는 얘기다. 2030 배우들에게 거대 제작비가 투입되는 블록버스터 단독 주연을 맡기는 경우는 흔치 않다.
물론 남자배우만의 얘기도 아니다. 어느 나라든 상업영화 톱-빌링을 여자배우에게 맡기는 일이 많지 않아 눈에 띄지 않을 뿐, 일단 그런 콘셉트를 취했다 하면 여자배우 쪽도 어김없이 주연급 고령화(高齡化) 현상을 겪는다. 당장 지난해 514만 관객을 끌어모은 영화 〈밀수〉의 두 주연 여자배우, 김혜수가 53세, 염정아가 51세다. 이 밖에 전도연(51세), 손예진(42세), 전지현(42세), 정유미(41세) 정도가 현시점 상업영화 단독 주연을 맡길 수 있을 법한 여자배우들이다.
“스크린이 늙어간다”
물론 과거에는 이렇지 않았다. ‘신성일의 시대’ 1960년대만 해도 그렇다. 1937년생인 신성일의 전성기는 그가 20~30대였을 때다. 그리고 불과 40대 초반 시절인 1970년대 후반만 돼도 주연배우로서 그의 존재감과 상업적 가능성은 희미해졌다는 평가를 받았다. 이후로도 마찬가지다. ‘1980년대의 얼굴’이라 불리는 1952년생 안성기도 대표작들은 모두 20대 후반에서 40대 초반에 나왔고, 역시 30대가 절정기였다. 1990년대의 대표적 흥행 스타 한석규 역시 〈은행나무 침대〉(1996) 〈접속〉(1997) 〈쉬리〉(1999) 등 대표 히트작 전체가 30대 시절 탄생했다.
여자배우들은 더 말할 것도 없다. 30대만 접어들어도 영화 주연급에서 내려와 TV 브라운관으로 향하기 일쑤였고, 1970년대 트로이카 여배우 중 하나였던 정윤희처럼 결혼과 함께 배우 활동 자체를 접고 연예계에서 은퇴하는 경우도 적지 않았다.
이런 분위기가 대략 2000년대 초반까지도 지속되다가 분위기가 확연히 달라지기 시작한 게 2010년대부터다. 지금 주연급으로 각광받는 저 5060 배우들만 해도 그렇다. 송강호, 이병헌, 최민식, 정우성, 이정재, 장동건, 이들은 20년 전인 2000년대 초반에도 이미 한국 영화계를 대표하는 주연급 스타들이었다. 당시에는 상업영화 주연급으로 30대가 가장 ‘잘 팔리는 나이’여서 그랬다. 송강호의 〈공동경비구역 JSA〉(2000)가 나온 게 그의 나이 33세 때, 최민식의 〈쉬리〉가 37세 때다. 그랬던 이들이 20년 세월이 더해져 5060까지 그대로 스크린에서 장기 집권하는 분위기다. 그사이 이들을 대체할 만한 새로운 젊은 스타배우들은 나오지 않고, 이에 “스크린이 점점 늙어만 간다”는 얘기가 이곳저곳에서 튀어나오는 실정이다.
저출산·고령화의 영향?
그럼 이 같은 현상의 원인은 뭘까. 일각에선 한국 사회 자체의 저출산·고령화 현상을 근본적 원인으로 꼽기도 한다. 그렇게 볼 수도 있다. 지난 1월 10일 행정안전부가 발표한 ‘2023년 말 기준 주민등록 인구통계’에 따르면, 현재 연령대별 인구 현황에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세대는 50대로 870만 명에 이른다. 이다음이 40대 792만 명, 그리고 다음이 60대 763만 명이다. 대중문화를 한창 소비할 연령대인 20대는 620만 명, 30대도 658만 명 정도다. 미래 주(主) 소비층이 돼야 할 10대는 여기서 465만 명으로 한참 떨어진다. 수십 년 지속된 저출산으로 일단 인구 규모에서부터 40~60대 비중이 압도적이니 이들에게 인지도 높고 이들이 공감하며 동질감(同質感) 느낄 배우들 중심으로 영화 주연급이 재편(再編)될 수밖에 없다는 논리다.
이견(異見)이 있을 수 있다. 인구 구성은 그렇다 치더라도, 애초에 대중문화는 10~30대가 열렬하게 소비하는 항목이니 상황이 그렇게까지 달라질 것은 없지 않으냐는 것이다. 액면 그대로는 틀리지 않지만, 일반적으로 대중문화 주 소비층에서 벗어난다는 40~60대 성향이 이제 크게 달라졌다는 관찰이다. 전영수 한양대 국제대학원 교수의 《한국일보》 2022년 11월 15일 자 칼럼 〈중년 된 X 세대, 새로운 소비의 주체가 되다〉를 보자.
〈미묘한 풍경 변화는 시작됐다. 중년 30년(40~69세)을 둘러싼 시장 조성의 본격화다. 전통적인 가족 부양의 소비 관행에서 벗어나 스스로 잘살고자 적극적인 본인 취향의 실현 구매가 목격된다. 조로(早老) 사회의 희생양이자 끼인 세대의 상징인 X 세대가 이미 4050 세대에 깊숙이 합류한 게 컸다. 한때 놀랄 만큼 이질적이고 느닷없는 유행을 이끌며 얄궂고 되바라진(?) 이미지를 선도한 주역이 이제 중년이 됐다. 나이만 먹었을 뿐 MZ 세대 못잖은 ‘신별종’ 중년화의 등장인 것이다. 선배 세대처럼 뒷방 퇴물의 투명인간은 철저히 부정하며 자기다움·자아실현을 소비한다. (중략) 중년화의 소비 특징은 미들엣지(Middle-Edge)로 정리된다. 중년(Middle)의 욕구(Edge)에 주목하란 뜻이다. 일본적 분석 결과로 한국에 적확하진 않으나 닮은꼴이 많아 주목해봄 직하다. ▲추억소환 ▲자아부활 ▲희망실현 등이다. 추억소환은 시간 해방적 소비 행태다. 청년 시절 유명스타의 소환이나 제한적이던 취미활동의 본격적인 리메이크 소비가 그렇다.〉
BTS에 열광하는 부모님들
결국 40~60대의 대중문화 등 취미 소비가 급격히 늘어나는 흐름에서 젊은 시절 애착을 가졌던 이런저런 대중문화 스타들을 관성적(慣性的)으로 계속 소비코자 하는 분위기도 목격된다는 얘기다. 그리고 이 같은 흐름의 바탕에는, 칼럼에서도 언급하듯, “성장은커녕 생존조차 힘겨운 시대”에 “축적 자산부터 근로소득이 정점을 찍는” 46~66세의 잠재 소비력이 자리 잡는다. 그러다 보니 동세대 대중문화 스타들에의 애착을 넘어서는 아래와 같은 현상도 일어난다.
〈BTS를 보면서 열광하는 부모님도 적지 않을 것 같습니다. 실제로 국내 최대 음원 사이트에서 팬을 맺을 수 있는 기능이 있는데 BTS의 경우 50대 이상이 12%를 차지했습니다. 팬층이 10대나 20대에만 머물지 않는다는 얘기입니다. (중략) 전체 음원 시장으로 더 넓혀보면 중장년층의 영향력은 더 커집니다. 음원 서비스를 얼마나 많이 이용하는지 분석한 결과입니다. 40대는 27억 분, 50대는 20억 분에 가까웠습니다. 10대와 비교해보면 중장년층의 영향력을 가늠해볼 수 있을 것 같습니다.〉 (YTN 2023년 6월 13일자 보도 〈BTS 팬덤층 10%는 누구?… K팝 큰손 ‘5060’〉)
한편, 또 다른 예도 존재한다. 방송계의 ‘2049 시청률’ 집계 관련해서다. ‘2049 시청률’은 말 그대로 가구 기준 시청률이 아닌 20~49세 연령대의 개인 시청률을 가리킨다. 방송 프로그램에 광고를 내는 광고주들 입장에서 상품 구매력 높은 20~49세 시청자들이 많이 보는 프로그램을 따로 파악해 관리하려 나온 기준이다. 10대는 용돈 생활자이므로 구매력이 떨어지고, 50대는 구매력은 있어도 구매 패턴을 바꾸려 하지 않아 광고 효과가 떨어지며, 60대 이상부터는 적은 연금(年金)이나 자녀로부터 받는 용돈으로 생활하는 경우가 많아 마찬가지로 구매력이 떨어진다는 판단하에서 이 같은 집계 기준이 등장했다.
그런데 최근 필자는 한 광고업계 종사자로부터 이 ‘2049 시청률’이 점차 유명무실(有名無實)해지고 있다는 설명을 들은 바 있다. 청년 취업 불황과 함께 아예 구직(求職) 활동조차 않는 ‘일하지 않는 청년’들이 부쩍 늘어나면서 일단 20대의 구매력에 의문이 가기 시작했고, 앞선 《한국일보》 칼럼에도 등장하듯, 지금의 50대와 60대는 구매력을 갖췄으면서 각종 자아실현 소비에도 뒤처지지 않으려는 분위기라 굳이 20세부터 49세까지를 따로 살펴볼 이유가 사라지고 있다는 것. 이렇듯 대중문화시장 전반에서 10~30대 소비자의 존재감이 점차 희미해지고 있으니 콘텐츠 전반에 걸쳐, 그중에서도 건당 유료인 데다 극장까지 가는 품이 추가로 드는 극장용 영화의 경우 더더욱 10~30대 안배(按配)가 떨어지고 40~60대 구미에 맞추려는 분위기가 만연해질 수밖에 없다는 논리다.
여전히 현역인 실베스터 스탤론
사실 이렇게만 보면 모든 것이 위 논리대로 단박에 해석될 듯싶기도 하다. 그런데 실제로는 좀 더 복합적인 상황이다. 위 배경도 스타배우의 고령화 현상 원인 중 하나일 수 있지만 전체는 아니라는 것이다. 가까운 반론 사례로, 세계 대중문화의 메카로 여겨지는 미국에서도 한국과 같은 현상이 일어나고 있다는 점을 들 수 있다.
미국 할리우드에서 근 5~6년래 히트작을 내놓은 배우들만 봐도 쉽게 알 수 있다. 먼저 여전히 가장 믿음직스러운 두 흥행 배우, 톰 크루즈와 브래드 피트가 각각 61세와 60세다. 마블 슈퍼히어로 ‘아이언맨’ 역할로 박스오피스 황제 자리에 오른 로버트 다우니 주니어는 59세, 1980년대의 실베스터 스탤론과 아널드 슈워제네거 관계처럼 현시점 액션스타 라이벌로 꼽히는 쌍두마차(雙頭馬車) 드웨인 존슨과 빈 디젤이 각각 52세와 56세, 〈매트릭스〉 시리즈에 이어 〈존 윅〉 시리즈로 또다시 흥행 정점에 올라선 키아누 리브스가 59세, 이밖에 맷 데이먼 53세, 조지 클루니 63세, 조니 뎁 60세, 크리스천 베일 50세 등이다. 이보다 젊은 축이라 해봐야 리어나도 디캐프리오 49세, 브래들리 쿠퍼 49세, 크리스 프랫 44세, 라이언 레이놀즈 47세, 라이언 고슬링 43세 정도다.
전반적으로 한국보다도 주연급 스타배우들 연령대가 높아 60대도 어렵지 않게 볼 수 있다. 여기에 벌써 77세에 이른 〈록키〉 〈람보〉의 실베스터 스탤론도 여전히 왕성한 현역이고, 가장 극단적인 사례로는 스파게티 웨스턴의 중심이자 〈더티 해리〉 시리즈 주역이었던 클린트 이스트우드가 있다. 무려 91세에도 주연영화가 등장했고, 94세가 된 올해 역시 감독을 맡은 스릴러 영화가 또 개봉될 예정이다.
한편 여자배우들도 진배없어서, 근래 히트작을 내놓은 주연급 여자배우들 중 샌드라 블록이 59세, 앤젤리나 졸리 48세, 스칼렛 요한슨 39세, 제니퍼 로페즈 54세, 줄리아 로버츠 56세 등이다. 여기에 〈핼러윈〉 리부트 시리즈로 흥행 전선에 복귀한 제이미 리 커티스는 벌써 65세다.
미국 배우들도 고령화
당연히 얘기지만, 미국 역시 과거에는 이렇지 않았다. 할리우드가 지금의 글로벌 산업 형태로 구축된 1980년대만 해도 시대를 이끈 스타배우들, 실베스터 스탤론, 에디 머피, 톰 크루즈, 멜 깁슨, 아널드 슈워제네거 등은 당시 20~30대였다. 가장 나이 든 슈퍼스타라 해봐야 당시 고작 40대였던 해리슨 포드 정도였다. 여자배우들도 마찬가지다. 당대를 주름잡던 데브라 윙거, 시고니 위버, 캐슬린 터너, 킴 베이싱거, 골디 혼 등은 대부분 20대, 많아봐야 30대였다. 이러던 것이 지금은 남자배우들은 5060, 여자배우들도 4050 정도가 블록버스터 영화에서 단독 주연을 맡길 만한 배우들로 바뀌어 있다.
다들 알다시피, 미국은 한국만큼 저출산·고령화가 심각한 사회는 아니다. 일단 합계 출산율부터 역대 최저라 해봐야 2020년의 1.63명이었고, 지금은 또 1.66명으로 반등(反騰)한 상황이다. 한국의 지난해 0.72명과는 차이가 크다. 거기다 여전히 영국, 프랑스, 일본, 독일, 이탈리아 등 여타 선진국들과 비교해 노인 인구 비율도 상대적으로 낮다. 유럽계 백인 인구만 따지면 낮은 출산율로 초고령 사회 분위기지만, 특히 히스패닉 인구의 급속한 증가로 전체적인 초고령 사회 진입은 2030년대는 넘어서야 이뤄질 전망이다. 이렇듯 한국의 현황과는 사뭇 다른 미국인데 왜 스타배우들 고령화가 한국과 같은 모습으로 진행되고 있는 걸까.
이쯤 되면 또 다른 원인도 생각보다 크게 작용하고 있다는 점을 알 수 있다. 바로 지금 저 5060 스타배우들은 사실상 ‘마지막 대중스타’이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아리송하게 들릴 수 있지만 풀어보면 쉽다.
2010년대 들어 전 세계적으로 스마트폰이 상용화되고 그 기반으로 유튜브나 틱톡 같은 온라인 동영상 전문 서비스, 각종 소셜미디어(SNS), OTT 등 뉴미디어 플랫폼이 연달아 등장하면서 미디어 플랫폼 자체가 수적으로 대폭발하는 상황을 맞이했다. 그러자 이들 플랫폼을 기반으로 한 대중문화 콘텐츠 역시 불특정 다수를 타깃으로 성립되던 ‘대중상품’ 개념이 점차 휘발(揮發)되고 늘어난 플랫폼만큼이나 대중의 잘게 나뉜 선호와 취향에 맞춰 성립되는 수많은 ‘작은 시장’ 상품들로 갈라지는 추세다. 그러다 보니 소위 ‘대중스타’는 사라지고 수많은 ‘스몰스타(small star)’들의 전성시대로 옮아가고 있다.
한국을 예로 들어보면, 모두가 지상파 방송 3사만 바라보며 대중문화를 소비하던 1990년대까지 풍경과는 사뭇 다르다. 당시는 방송 3사 프로그램에만 나왔다 하면 하루아침에 전국구(全國區) 스타가 되는 일도 적지 않았지만, 지금은 지상파 방송 프라임타임 프로그램에 6개월 넘게 고정 출연해도 누군지 모르는 사람이 대다수다. 각자 보는 미디어 플랫폼이 잘게 나뉘어 갈라졌기 때문이다. 설령 같은 유튜브 플랫폼이라 해도 ‘지상파 3사’ 수준이 아니라 수천수만 채널들로 잘게 갈라져 각자의 문화적 경험은 모두 판이하게 달라진다.
‘단독성들의 사회’의 ‘마지막 대중스타들’
더 있다. 그 소비자들 역시 이제는 카카오톡 등의 모바일 메신저나 소셜미디어를 통해 소위 ‘비슷비슷한’ 사람들끼리만 소통하며 정보를 주고받게 된다는 점이다. 낯선 타인과의 대화에서 사라지게 된 건 모두가 민감해하는 정치나 종교 관련 화제뿐만이 아니게 됐다는 뜻이다. 가볍게 주고받던 대중문화 화제조차 이제는 ‘끼리끼리’ 나누는 정보가 돼 있다.
이러면 당연히 ‘대중스타’라는 개념도 점차 의미를 잃어간다. 젊은 세대 내에서조차 그렇다. 아프리카TV 같은 인터넷 방송 비제이(BJ)들만 소비하는 이들은 이제 음원 차트 1위를 달리는 아이돌이나 떠오르는 영화계 신성(新星)이 누군지 모른다. 같은 드라마 팬이라도 지상파 드라마 팬, OTT 드라마 팬, 유튜브에 업로드되는 웹 드라마 팬이 각각 따로 있다. 이렇게 자신이 즐기는 플랫폼에서 활약하는 ‘내 스타’들만 알지 ‘남의 스타’는 모르게 된다.
이 같은 시대 변화를 두고 독일 문화이론가 안드레아스 레크비츠는 저서 《단독성들의 사회》에서, 뉴미디어 폭발과 함께 맞이한 지금의 세계는 모든 ‘보편’이 사라지고 ‘단독성’의 ‘특수’가 폭발하는 ‘단독성들의 사회’가 돼가고 있다고 설명한다. 산업 기술이 근대 사회 보편화를 이끌었다면 디지털 기술은 이렇게 단독성의 사회를 부추기고 있다는 것이다. 이 같은 경로를 통해 대중문화계는 이제 ‘대중스타가 사라진 시대’를 맞이하게 된다. 그리고 여기서부터 ‘5060 스타배우들의 전성시대’도 함께 찾아온 셈이다.
이 5060 스타배우들은 ‘단독성들의 사회’가 찾아오기 전, 그러니까 최소 2010년대 이전, 대부분은 2000년대 이전에 이미 스타덤에 올라 훨씬 제한된 미디어 플랫폼 내에서 전국구 인지도를 쌓은 이들이기 때문이다. ‘스몰스타 전성시대’가 찾아오기 전 입지를 다진 마지막 ‘모두가 아는 얼굴’ ‘마지막 대중스타’들인 것이다.
‘보험용’ 5060 스타들
상황이 이렇다면 어떤 일이 벌어질까. 상업적으로 리스크가 큰 영화, 거대 제작비가 투입되는 블록버스터 영화를 제작하려 할 때 대중소비자들이 안심하고 선택할 수 있는 공통분모(共通分母) 격 ‘모두가 아는 얼굴’, 십중팔구(十中八九) 이들 나이 지긋한 5060 스타배우들을 찾게 된다. 아무리 젊은 세대가 중심이 되는 영화라도, 〈파묘〉 주연을 맡은 최민식의 경우처럼, 소위 ‘보험’용으로라도 저 모두가 아는 5060 스타배우 하나쯤은 영화 포스터에 얼굴을 크게 박아둬야 대중소비자들도 투자자 측도 모두 안심하게 된다는 뜻이다.
이렇게 열린 게 영화계 ‘5060 스타배우들의 전성시대’다. 그러니 이 같은 현상은 한국에서든 미국에서든 마찬가지로 일어날 수밖에 없다. 나아가 뉴미디어가 보편화된 환경이라면 세계 어디서든, 정도의 차이는 있을지언정, 결국 유사한 광경을 연출하게 된다. 예컨대 홍콩 영화계만 해도 그렇다. 최전성기 1980~90년대에 흥행 스타였던 주윤발, 유덕화, 양조위, 곽부성, 장학우 등은 2020년대에 이른 지금까지도 꾸준히 주연급 영화들을 매년 발표한다. 각각 69세, 62세, 61세, 58세, 62세다. 올해 70세인 성룡조차 여전히 쿵후영화 신작을 거의 매년 공개하며 흥행 성공을 맛본다.
일본도 크게 다르지 않다. 아이돌 가수의 영화계 주연급 캐스팅이 많아 그나마 다소 젊은 분위기가 살아 있긴 하지만 대세를 거스르지는 못한다. 당장 지난 5월 넷째 주 일본 흥행 1위를 차지한 영화도 1987년부터 시작된 영화 시리즈 〈위험한 형사〉의 8편 〈돌아온 위험한 형사〉였다. 두 주연배우 다치 히로시는 이제 74세, 시바타 교헤이도 72세다. 이 밖에도 많다. 프랑스든 독일이든 영국이든 모두 크게 다르지 않다. 스타배우들의 고령화 현상은 사실상 전 세계적 추세다.
저출산·고령화 시대 ‘공기’의 반영인가
당연히 이 같은 분위기는 문제가 많다. 과거에는 스크린 속에 온통 젊은이들만 가득하고 중장년층은 소외되고 있다는 점이 문제로 지적됐지만, 지금은 정반대로 5060들이 ‘시도 때도 없이’ 대형 영화 중심에 버티고 서서 2030 배우들을 보조 역할 정도로 전락시키고 있다는 비판을 받는다. 상업적 매력이 충만해 많은 관객들에게 선택되는 영화에서 젊은 세대들만의 달라진 풍속도(風俗圖), 농밀한 소통, 집요하게 파헤쳐진 갈등과 고민 등을 접해볼 기회는 크게 적어지고 있다는 뜻이다. 이런 접근은 이제 대중소비자들 손에 닿기 힘든 저예산 독립영화들에서나 찾아볼 수 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이제 상업성 높은 대형 영화들은 점차 모든 시청층을 배려하기 위해 10대부터 80대까지 전(全) 세대가 중심 인물들로 등장하는 TV 주말 가족드라마처럼 바뀌어가고 있다는 비평도 심심찮게 나온다. 그만큼 다분히 작위적(作爲的)이고 어색한 설정이라는 비판도 함께 말이다. 어쩌면 젊은 층에서 급속도로 극장 관람이 줄어드는 극장가 현실도 이런 점 탓에 비롯되고 있는지도 모른다. 대중문화를 통해서나마 젊은 층의 현실과 정서를 가늠해보려 하는 중장년층 기성세대의 의도도 그렇게 무산(霧散)된다.
보다 큰 관점에서 이 같은 ‘5060 스타배우들의 전성시대’는 자체로 한국 사회 곳곳에서 펼쳐지는 저출산·고령화 국면의 사회적 공기(空氣)를 여실히 드러내준다는 얘기도 나온다. 이로 인한 갖가지 딜레마까지 함께 말이다.
예컨대 청년 인구 감소로 주연급 스타배우 고령화가 이뤄졌다는 해석에선, 어딘지 공직선거 결과에서 같은 원인으로 미래를 이끌어갈 청년 세대 목소리는 제대로 반영되지 못하고 오직 1, 2차 베이비붐 세대, 즉 1955~1974년 출생 세대들의 각축전(角逐戰)만 남아버린 현실이 떠오른다는 인상이다. 건국 이래 최초로 청년 문화가 전반적 사회 문화 흐름을 쇄신(刷新)시키지 못하고 주류적 사고와 정서 체계의 환기에도 실패하는 모습 역시 같은 맥락의 풍경이다. 청년 세대 자체가 수적으로 크게 열세(劣勢)이기에 벌어지는 일이라는 얘기다.
‘예술은 사회를 반영하는 거울’
한편, ‘단독성들의 사회’가 낳은 서로 간 공통분모 격 대중문화 콘텐츠 및 스타의 부재 상황은 그대로 개개인들이 모래알처럼 파편화(破片化)돼 공통적 의제 설정조차 힘들어진 현실을 떠올리게 한다. 세대 간 갈등도 아니라 같은 세대 내에서조차 이런 일들이 벌어진다. 가벼운 사적(私的) 소통조차 점차 버거워지는 상황인데 공적(公的) 영역에선 더 말할 것도 없다. 그만큼 수없이 잘게 나뉜 각 소집단 내 소집단주의만 팽배(澎湃)해져 전에 없던 소집단들 간 신종(新種) 갈등이 온·오프라인을 넘나들며 수면으로 떠오르는 추세다.
흔히 “예술은 사회를 반영하는 거울”이라고들 한다. 그런데 이는 비단 예술 콘텐츠 내적 소재와 주제 차원에만 해당되는 얘기가 아니다. 둘러보면, ‘5060 스타배우들의 전성시대’처럼, 콘텐츠를 구성하는 갖가지 조건과 환경을 통해서도 현 사회가 놓인 딜레마의 윤곽을 엿볼 수 있다. 해결책 모색과 같은 본격적 논의 이전, 일단 현 상황의 본모습을 가늠하기 위해서라도 대중문화 콘텐츠를 둘러싼 갖가지 면면에 관심을 가져볼 필요가 있다. 의외로 지금껏 거론돼본 적 없는, 전혀 생각지 못했던 딜레마들이 그곳에 숨어 있을 수도 있다.⊙
그런데 돌이켜보면 근래 들어 국내 1000만 관객을 넘어서는 ‘1000만 영화’들이 꽤 자주 나오고 있다는 인상이다. 지난해 11월 개봉한 12·12 사건 소재 〈서울의 봄〉에 이어 올해 2월에는 오컬트 공포 영화 〈파묘〉가 개봉해 ‘1000만 영화’에 입성했고, 다시 4월 개봉작 〈범죄도시4〉다. 체인 식으로 계속 밀려온다.
여기서 이목을 끄는 부분이 있다. 불과 6개월 사이 연달아 탄생한 이 ‘1000만 영화’ 세 편, 〈서울의 봄〉과 〈파묘〉, 그리고 〈범죄도시4〉는 언뜻 아무런 닮은 점 없는 영화들처럼 보이지만, 알고 보면 이들 사이 뚜렷한 공통점이 있다는 것이다. 바로 톱-빌링(top-billing) 배우, 즉 영화 크레디트에 가장 먼저 이름이 뜨는 주연배우들 ‘나이’ 부분이다. 모두가 50~60대, 이른바 ‘5060 배우’들이라는 것. 먼저 〈서울의 봄〉에서 주연을 맡은 두 배우 황정민과 정우성은 각각 6월 3일 기준 53세와 51세다. 〈파묘〉의 최민식은 50대도 뛰어넘어 벌써 62세이고, 〈범죄도시4〉의 마동석도 이제 53세다.
‘주연급 고령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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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년에 514만 관객을 끌어모은 영화 〈밀수〉의 두 여주인공 김혜수와 염정아도 어느덧 50대에 접어 들었다. |
이 밖에도 많다. 2000년 〈박하사탕〉 이후 꾸준히 흥행작을 내놓는 설경구가 57세, 〈7번방의 선물〉(2013)과 〈극한직업〉(2019) 등의 ‘1000만 영화’를 갖고 있는 류승룡이 53세, 지난해 ‘이순신 3부작’ 마지막 편 〈노량: 죽음의 바다〉에서 세 번째 이순신으로 열연한 김윤석도 57세다. 보다시피 이들 중 상당수는 불과 몇 년 뒤면 최민식의 뒤를 따라 60대로 접어든다. 50대도 아니라 60대 주연급 스타들이 그만큼 늘어나게 된다는 뜻이다. 이보다 젊은 주연급이라고 크게 다를 것도 없다. 하정우 46세, 조인성 42세, 공유 44세, 현빈 41세, 강동원 43세 등. 쉽게, 지금의 한국 영화 시장을 쥐락펴락하는 스타들은 전반적으로 5060 중심이고, 기본적으로 40대는 돼야 신뢰할 수 있는 주연급 취급을 받는다는 얘기다. 2030 배우들에게 거대 제작비가 투입되는 블록버스터 단독 주연을 맡기는 경우는 흔치 않다.
물론 남자배우만의 얘기도 아니다. 어느 나라든 상업영화 톱-빌링을 여자배우에게 맡기는 일이 많지 않아 눈에 띄지 않을 뿐, 일단 그런 콘셉트를 취했다 하면 여자배우 쪽도 어김없이 주연급 고령화(高齡化) 현상을 겪는다. 당장 지난해 514만 관객을 끌어모은 영화 〈밀수〉의 두 주연 여자배우, 김혜수가 53세, 염정아가 51세다. 이 밖에 전도연(51세), 손예진(42세), 전지현(42세), 정유미(41세) 정도가 현시점 상업영화 단독 주연을 맡길 수 있을 법한 여자배우들이다.
“스크린이 늙어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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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0년에 개봉한 영화 〈공동경비구역 JSA〉의 두 주연 이병헌과 송강호는 50대가 된 지금도 한국 영화에서 주연으로 활약하고 있다. |
여자배우들은 더 말할 것도 없다. 30대만 접어들어도 영화 주연급에서 내려와 TV 브라운관으로 향하기 일쑤였고, 1970년대 트로이카 여배우 중 하나였던 정윤희처럼 결혼과 함께 배우 활동 자체를 접고 연예계에서 은퇴하는 경우도 적지 않았다.
이런 분위기가 대략 2000년대 초반까지도 지속되다가 분위기가 확연히 달라지기 시작한 게 2010년대부터다. 지금 주연급으로 각광받는 저 5060 배우들만 해도 그렇다. 송강호, 이병헌, 최민식, 정우성, 이정재, 장동건, 이들은 20년 전인 2000년대 초반에도 이미 한국 영화계를 대표하는 주연급 스타들이었다. 당시에는 상업영화 주연급으로 30대가 가장 ‘잘 팔리는 나이’여서 그랬다. 송강호의 〈공동경비구역 JSA〉(2000)가 나온 게 그의 나이 33세 때, 최민식의 〈쉬리〉가 37세 때다. 그랬던 이들이 20년 세월이 더해져 5060까지 그대로 스크린에서 장기 집권하는 분위기다. 그사이 이들을 대체할 만한 새로운 젊은 스타배우들은 나오지 않고, 이에 “스크린이 점점 늙어만 간다”는 얘기가 이곳저곳에서 튀어나오는 실정이다.
저출산·고령화의 영향?
그럼 이 같은 현상의 원인은 뭘까. 일각에선 한국 사회 자체의 저출산·고령화 현상을 근본적 원인으로 꼽기도 한다. 그렇게 볼 수도 있다. 지난 1월 10일 행정안전부가 발표한 ‘2023년 말 기준 주민등록 인구통계’에 따르면, 현재 연령대별 인구 현황에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세대는 50대로 870만 명에 이른다. 이다음이 40대 792만 명, 그리고 다음이 60대 763만 명이다. 대중문화를 한창 소비할 연령대인 20대는 620만 명, 30대도 658만 명 정도다. 미래 주(主) 소비층이 돼야 할 10대는 여기서 465만 명으로 한참 떨어진다. 수십 년 지속된 저출산으로 일단 인구 규모에서부터 40~60대 비중이 압도적이니 이들에게 인지도 높고 이들이 공감하며 동질감(同質感) 느낄 배우들 중심으로 영화 주연급이 재편(再編)될 수밖에 없다는 논리다.
이견(異見)이 있을 수 있다. 인구 구성은 그렇다 치더라도, 애초에 대중문화는 10~30대가 열렬하게 소비하는 항목이니 상황이 그렇게까지 달라질 것은 없지 않으냐는 것이다. 액면 그대로는 틀리지 않지만, 일반적으로 대중문화 주 소비층에서 벗어난다는 40~60대 성향이 이제 크게 달라졌다는 관찰이다. 전영수 한양대 국제대학원 교수의 《한국일보》 2022년 11월 15일 자 칼럼 〈중년 된 X 세대, 새로운 소비의 주체가 되다〉를 보자.
〈미묘한 풍경 변화는 시작됐다. 중년 30년(40~69세)을 둘러싼 시장 조성의 본격화다. 전통적인 가족 부양의 소비 관행에서 벗어나 스스로 잘살고자 적극적인 본인 취향의 실현 구매가 목격된다. 조로(早老) 사회의 희생양이자 끼인 세대의 상징인 X 세대가 이미 4050 세대에 깊숙이 합류한 게 컸다. 한때 놀랄 만큼 이질적이고 느닷없는 유행을 이끌며 얄궂고 되바라진(?) 이미지를 선도한 주역이 이제 중년이 됐다. 나이만 먹었을 뿐 MZ 세대 못잖은 ‘신별종’ 중년화의 등장인 것이다. 선배 세대처럼 뒷방 퇴물의 투명인간은 철저히 부정하며 자기다움·자아실현을 소비한다. (중략) 중년화의 소비 특징은 미들엣지(Middle-Edge)로 정리된다. 중년(Middle)의 욕구(Edge)에 주목하란 뜻이다. 일본적 분석 결과로 한국에 적확하진 않으나 닮은꼴이 많아 주목해봄 직하다. ▲추억소환 ▲자아부활 ▲희망실현 등이다. 추억소환은 시간 해방적 소비 행태다. 청년 시절 유명스타의 소환이나 제한적이던 취미활동의 본격적인 리메이크 소비가 그렇다.〉
BTS에 열광하는 부모님들
결국 40~60대의 대중문화 등 취미 소비가 급격히 늘어나는 흐름에서 젊은 시절 애착을 가졌던 이런저런 대중문화 스타들을 관성적(慣性的)으로 계속 소비코자 하는 분위기도 목격된다는 얘기다. 그리고 이 같은 흐름의 바탕에는, 칼럼에서도 언급하듯, “성장은커녕 생존조차 힘겨운 시대”에 “축적 자산부터 근로소득이 정점을 찍는” 46~66세의 잠재 소비력이 자리 잡는다. 그러다 보니 동세대 대중문화 스타들에의 애착을 넘어서는 아래와 같은 현상도 일어난다.
〈BTS를 보면서 열광하는 부모님도 적지 않을 것 같습니다. 실제로 국내 최대 음원 사이트에서 팬을 맺을 수 있는 기능이 있는데 BTS의 경우 50대 이상이 12%를 차지했습니다. 팬층이 10대나 20대에만 머물지 않는다는 얘기입니다. (중략) 전체 음원 시장으로 더 넓혀보면 중장년층의 영향력은 더 커집니다. 음원 서비스를 얼마나 많이 이용하는지 분석한 결과입니다. 40대는 27억 분, 50대는 20억 분에 가까웠습니다. 10대와 비교해보면 중장년층의 영향력을 가늠해볼 수 있을 것 같습니다.〉 (YTN 2023년 6월 13일자 보도 〈BTS 팬덤층 10%는 누구?… K팝 큰손 ‘5060’〉)
한편, 또 다른 예도 존재한다. 방송계의 ‘2049 시청률’ 집계 관련해서다. ‘2049 시청률’은 말 그대로 가구 기준 시청률이 아닌 20~49세 연령대의 개인 시청률을 가리킨다. 방송 프로그램에 광고를 내는 광고주들 입장에서 상품 구매력 높은 20~49세 시청자들이 많이 보는 프로그램을 따로 파악해 관리하려 나온 기준이다. 10대는 용돈 생활자이므로 구매력이 떨어지고, 50대는 구매력은 있어도 구매 패턴을 바꾸려 하지 않아 광고 효과가 떨어지며, 60대 이상부터는 적은 연금(年金)이나 자녀로부터 받는 용돈으로 생활하는 경우가 많아 마찬가지로 구매력이 떨어진다는 판단하에서 이 같은 집계 기준이 등장했다.
그런데 최근 필자는 한 광고업계 종사자로부터 이 ‘2049 시청률’이 점차 유명무실(有名無實)해지고 있다는 설명을 들은 바 있다. 청년 취업 불황과 함께 아예 구직(求職) 활동조차 않는 ‘일하지 않는 청년’들이 부쩍 늘어나면서 일단 20대의 구매력에 의문이 가기 시작했고, 앞선 《한국일보》 칼럼에도 등장하듯, 지금의 50대와 60대는 구매력을 갖췄으면서 각종 자아실현 소비에도 뒤처지지 않으려는 분위기라 굳이 20세부터 49세까지를 따로 살펴볼 이유가 사라지고 있다는 것. 이렇듯 대중문화시장 전반에서 10~30대 소비자의 존재감이 점차 희미해지고 있으니 콘텐츠 전반에 걸쳐, 그중에서도 건당 유료인 데다 극장까지 가는 품이 추가로 드는 극장용 영화의 경우 더더욱 10~30대 안배(按配)가 떨어지고 40~60대 구미에 맞추려는 분위기가 만연해질 수밖에 없다는 논리다.
여전히 현역인 실베스터 스탤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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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세 때인 1986년 〈탑건〉을 찍었던 톰 크루즈가 60세이던 2022년 주연을 맡은 〈탑건2–매버릭〉도 흥행에 성공했다. |
미국 할리우드에서 근 5~6년래 히트작을 내놓은 배우들만 봐도 쉽게 알 수 있다. 먼저 여전히 가장 믿음직스러운 두 흥행 배우, 톰 크루즈와 브래드 피트가 각각 61세와 60세다. 마블 슈퍼히어로 ‘아이언맨’ 역할로 박스오피스 황제 자리에 오른 로버트 다우니 주니어는 59세, 1980년대의 실베스터 스탤론과 아널드 슈워제네거 관계처럼 현시점 액션스타 라이벌로 꼽히는 쌍두마차(雙頭馬車) 드웨인 존슨과 빈 디젤이 각각 52세와 56세, 〈매트릭스〉 시리즈에 이어 〈존 윅〉 시리즈로 또다시 흥행 정점에 올라선 키아누 리브스가 59세, 이밖에 맷 데이먼 53세, 조지 클루니 63세, 조니 뎁 60세, 크리스천 베일 50세 등이다. 이보다 젊은 축이라 해봐야 리어나도 디캐프리오 49세, 브래들리 쿠퍼 49세, 크리스 프랫 44세, 라이언 레이놀즈 47세, 라이언 고슬링 43세 정도다.
전반적으로 한국보다도 주연급 스타배우들 연령대가 높아 60대도 어렵지 않게 볼 수 있다. 여기에 벌써 77세에 이른 〈록키〉 〈람보〉의 실베스터 스탤론도 여전히 왕성한 현역이고, 가장 극단적인 사례로는 스파게티 웨스턴의 중심이자 〈더티 해리〉 시리즈 주역이었던 클린트 이스트우드가 있다. 무려 91세에도 주연영화가 등장했고, 94세가 된 올해 역시 감독을 맡은 스릴러 영화가 또 개봉될 예정이다.
한편 여자배우들도 진배없어서, 근래 히트작을 내놓은 주연급 여자배우들 중 샌드라 블록이 59세, 앤젤리나 졸리 48세, 스칼렛 요한슨 39세, 제니퍼 로페즈 54세, 줄리아 로버츠 56세 등이다. 여기에 〈핼러윈〉 리부트 시리즈로 흥행 전선에 복귀한 제이미 리 커티스는 벌써 65세다.
미국 배우들도 고령화
당연히 얘기지만, 미국 역시 과거에는 이렇지 않았다. 할리우드가 지금의 글로벌 산업 형태로 구축된 1980년대만 해도 시대를 이끈 스타배우들, 실베스터 스탤론, 에디 머피, 톰 크루즈, 멜 깁슨, 아널드 슈워제네거 등은 당시 20~30대였다. 가장 나이 든 슈퍼스타라 해봐야 당시 고작 40대였던 해리슨 포드 정도였다. 여자배우들도 마찬가지다. 당대를 주름잡던 데브라 윙거, 시고니 위버, 캐슬린 터너, 킴 베이싱거, 골디 혼 등은 대부분 20대, 많아봐야 30대였다. 이러던 것이 지금은 남자배우들은 5060, 여자배우들도 4050 정도가 블록버스터 영화에서 단독 주연을 맡길 만한 배우들로 바뀌어 있다.
다들 알다시피, 미국은 한국만큼 저출산·고령화가 심각한 사회는 아니다. 일단 합계 출산율부터 역대 최저라 해봐야 2020년의 1.63명이었고, 지금은 또 1.66명으로 반등(反騰)한 상황이다. 한국의 지난해 0.72명과는 차이가 크다. 거기다 여전히 영국, 프랑스, 일본, 독일, 이탈리아 등 여타 선진국들과 비교해 노인 인구 비율도 상대적으로 낮다. 유럽계 백인 인구만 따지면 낮은 출산율로 초고령 사회 분위기지만, 특히 히스패닉 인구의 급속한 증가로 전체적인 초고령 사회 진입은 2030년대는 넘어서야 이뤄질 전망이다. 이렇듯 한국의 현황과는 사뭇 다른 미국인데 왜 스타배우들 고령화가 한국과 같은 모습으로 진행되고 있는 걸까.
이쯤 되면 또 다른 원인도 생각보다 크게 작용하고 있다는 점을 알 수 있다. 바로 지금 저 5060 스타배우들은 사실상 ‘마지막 대중스타’이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아리송하게 들릴 수 있지만 풀어보면 쉽다.
2010년대 들어 전 세계적으로 스마트폰이 상용화되고 그 기반으로 유튜브나 틱톡 같은 온라인 동영상 전문 서비스, 각종 소셜미디어(SNS), OTT 등 뉴미디어 플랫폼이 연달아 등장하면서 미디어 플랫폼 자체가 수적으로 대폭발하는 상황을 맞이했다. 그러자 이들 플랫폼을 기반으로 한 대중문화 콘텐츠 역시 불특정 다수를 타깃으로 성립되던 ‘대중상품’ 개념이 점차 휘발(揮發)되고 늘어난 플랫폼만큼이나 대중의 잘게 나뉜 선호와 취향에 맞춰 성립되는 수많은 ‘작은 시장’ 상품들로 갈라지는 추세다. 그러다 보니 소위 ‘대중스타’는 사라지고 수많은 ‘스몰스타(small star)’들의 전성시대로 옮아가고 있다.
한국을 예로 들어보면, 모두가 지상파 방송 3사만 바라보며 대중문화를 소비하던 1990년대까지 풍경과는 사뭇 다르다. 당시는 방송 3사 프로그램에만 나왔다 하면 하루아침에 전국구(全國區) 스타가 되는 일도 적지 않았지만, 지금은 지상파 방송 프라임타임 프로그램에 6개월 넘게 고정 출연해도 누군지 모르는 사람이 대다수다. 각자 보는 미디어 플랫폼이 잘게 나뉘어 갈라졌기 때문이다. 설령 같은 유튜브 플랫폼이라 해도 ‘지상파 3사’ 수준이 아니라 수천수만 채널들로 잘게 갈라져 각자의 문화적 경험은 모두 판이하게 달라진다.
‘단독성들의 사회’의 ‘마지막 대중스타들’
더 있다. 그 소비자들 역시 이제는 카카오톡 등의 모바일 메신저나 소셜미디어를 통해 소위 ‘비슷비슷한’ 사람들끼리만 소통하며 정보를 주고받게 된다는 점이다. 낯선 타인과의 대화에서 사라지게 된 건 모두가 민감해하는 정치나 종교 관련 화제뿐만이 아니게 됐다는 뜻이다. 가볍게 주고받던 대중문화 화제조차 이제는 ‘끼리끼리’ 나누는 정보가 돼 있다.
이러면 당연히 ‘대중스타’라는 개념도 점차 의미를 잃어간다. 젊은 세대 내에서조차 그렇다. 아프리카TV 같은 인터넷 방송 비제이(BJ)들만 소비하는 이들은 이제 음원 차트 1위를 달리는 아이돌이나 떠오르는 영화계 신성(新星)이 누군지 모른다. 같은 드라마 팬이라도 지상파 드라마 팬, OTT 드라마 팬, 유튜브에 업로드되는 웹 드라마 팬이 각각 따로 있다. 이렇게 자신이 즐기는 플랫폼에서 활약하는 ‘내 스타’들만 알지 ‘남의 스타’는 모르게 된다.
이 같은 시대 변화를 두고 독일 문화이론가 안드레아스 레크비츠는 저서 《단독성들의 사회》에서, 뉴미디어 폭발과 함께 맞이한 지금의 세계는 모든 ‘보편’이 사라지고 ‘단독성’의 ‘특수’가 폭발하는 ‘단독성들의 사회’가 돼가고 있다고 설명한다. 산업 기술이 근대 사회 보편화를 이끌었다면 디지털 기술은 이렇게 단독성의 사회를 부추기고 있다는 것이다. 이 같은 경로를 통해 대중문화계는 이제 ‘대중스타가 사라진 시대’를 맞이하게 된다. 그리고 여기서부터 ‘5060 스타배우들의 전성시대’도 함께 찾아온 셈이다.
이 5060 스타배우들은 ‘단독성들의 사회’가 찾아오기 전, 그러니까 최소 2010년대 이전, 대부분은 2000년대 이전에 이미 스타덤에 올라 훨씬 제한된 미디어 플랫폼 내에서 전국구 인지도를 쌓은 이들이기 때문이다. ‘스몰스타 전성시대’가 찾아오기 전 입지를 다진 마지막 ‘모두가 아는 얼굴’ ‘마지막 대중스타’들인 것이다.
‘보험용’ 5060 스타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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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영화 〈돌아온 위험한 형사〉의 두 주연배우 다치 히로시는 74세, 시바타 교헤이는 72세다. |
이렇게 열린 게 영화계 ‘5060 스타배우들의 전성시대’다. 그러니 이 같은 현상은 한국에서든 미국에서든 마찬가지로 일어날 수밖에 없다. 나아가 뉴미디어가 보편화된 환경이라면 세계 어디서든, 정도의 차이는 있을지언정, 결국 유사한 광경을 연출하게 된다. 예컨대 홍콩 영화계만 해도 그렇다. 최전성기 1980~90년대에 흥행 스타였던 주윤발, 유덕화, 양조위, 곽부성, 장학우 등은 2020년대에 이른 지금까지도 꾸준히 주연급 영화들을 매년 발표한다. 각각 69세, 62세, 61세, 58세, 62세다. 올해 70세인 성룡조차 여전히 쿵후영화 신작을 거의 매년 공개하며 흥행 성공을 맛본다.
일본도 크게 다르지 않다. 아이돌 가수의 영화계 주연급 캐스팅이 많아 그나마 다소 젊은 분위기가 살아 있긴 하지만 대세를 거스르지는 못한다. 당장 지난 5월 넷째 주 일본 흥행 1위를 차지한 영화도 1987년부터 시작된 영화 시리즈 〈위험한 형사〉의 8편 〈돌아온 위험한 형사〉였다. 두 주연배우 다치 히로시는 이제 74세, 시바타 교헤이도 72세다. 이 밖에도 많다. 프랑스든 독일이든 영국이든 모두 크게 다르지 않다. 스타배우들의 고령화 현상은 사실상 전 세계적 추세다.
저출산·고령화 시대 ‘공기’의 반영인가
당연히 이 같은 분위기는 문제가 많다. 과거에는 스크린 속에 온통 젊은이들만 가득하고 중장년층은 소외되고 있다는 점이 문제로 지적됐지만, 지금은 정반대로 5060들이 ‘시도 때도 없이’ 대형 영화 중심에 버티고 서서 2030 배우들을 보조 역할 정도로 전락시키고 있다는 비판을 받는다. 상업적 매력이 충만해 많은 관객들에게 선택되는 영화에서 젊은 세대들만의 달라진 풍속도(風俗圖), 농밀한 소통, 집요하게 파헤쳐진 갈등과 고민 등을 접해볼 기회는 크게 적어지고 있다는 뜻이다. 이런 접근은 이제 대중소비자들 손에 닿기 힘든 저예산 독립영화들에서나 찾아볼 수 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이제 상업성 높은 대형 영화들은 점차 모든 시청층을 배려하기 위해 10대부터 80대까지 전(全) 세대가 중심 인물들로 등장하는 TV 주말 가족드라마처럼 바뀌어가고 있다는 비평도 심심찮게 나온다. 그만큼 다분히 작위적(作爲的)이고 어색한 설정이라는 비판도 함께 말이다. 어쩌면 젊은 층에서 급속도로 극장 관람이 줄어드는 극장가 현실도 이런 점 탓에 비롯되고 있는지도 모른다. 대중문화를 통해서나마 젊은 층의 현실과 정서를 가늠해보려 하는 중장년층 기성세대의 의도도 그렇게 무산(霧散)된다.
보다 큰 관점에서 이 같은 ‘5060 스타배우들의 전성시대’는 자체로 한국 사회 곳곳에서 펼쳐지는 저출산·고령화 국면의 사회적 공기(空氣)를 여실히 드러내준다는 얘기도 나온다. 이로 인한 갖가지 딜레마까지 함께 말이다.
예컨대 청년 인구 감소로 주연급 스타배우 고령화가 이뤄졌다는 해석에선, 어딘지 공직선거 결과에서 같은 원인으로 미래를 이끌어갈 청년 세대 목소리는 제대로 반영되지 못하고 오직 1, 2차 베이비붐 세대, 즉 1955~1974년 출생 세대들의 각축전(角逐戰)만 남아버린 현실이 떠오른다는 인상이다. 건국 이래 최초로 청년 문화가 전반적 사회 문화 흐름을 쇄신(刷新)시키지 못하고 주류적 사고와 정서 체계의 환기에도 실패하는 모습 역시 같은 맥락의 풍경이다. 청년 세대 자체가 수적으로 크게 열세(劣勢)이기에 벌어지는 일이라는 얘기다.
‘예술은 사회를 반영하는 거울’
한편, ‘단독성들의 사회’가 낳은 서로 간 공통분모 격 대중문화 콘텐츠 및 스타의 부재 상황은 그대로 개개인들이 모래알처럼 파편화(破片化)돼 공통적 의제 설정조차 힘들어진 현실을 떠올리게 한다. 세대 간 갈등도 아니라 같은 세대 내에서조차 이런 일들이 벌어진다. 가벼운 사적(私的) 소통조차 점차 버거워지는 상황인데 공적(公的) 영역에선 더 말할 것도 없다. 그만큼 수없이 잘게 나뉜 각 소집단 내 소집단주의만 팽배(澎湃)해져 전에 없던 소집단들 간 신종(新種) 갈등이 온·오프라인을 넘나들며 수면으로 떠오르는 추세다.
흔히 “예술은 사회를 반영하는 거울”이라고들 한다. 그런데 이는 비단 예술 콘텐츠 내적 소재와 주제 차원에만 해당되는 얘기가 아니다. 둘러보면, ‘5060 스타배우들의 전성시대’처럼, 콘텐츠를 구성하는 갖가지 조건과 환경을 통해서도 현 사회가 놓인 딜레마의 윤곽을 엿볼 수 있다. 해결책 모색과 같은 본격적 논의 이전, 일단 현 상황의 본모습을 가늠하기 위해서라도 대중문화 콘텐츠를 둘러싼 갖가지 면면에 관심을 가져볼 필요가 있다. 의외로 지금껏 거론돼본 적 없는, 전혀 생각지 못했던 딜레마들이 그곳에 숨어 있을 수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