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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문철의 교통법 why?

주유소에서 기름을 잘못 넣었을 때 책임은?

글 : 한문철  스스로닷컴법률사무소 대표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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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어떤 유종(油種)인지 정확하게 밝히고 그에 따른 주유를 명시적으로 요구하면서 정상적으로 주유되고 있는지 확인하지 않으면 운전자 과실 10%
⊙ 신용카드 매출전표로 기름이 제대로 들어갔는지 확인 않고 2시간가량 자동차를 운행하다가 뒤늦게 이상 발견한 경우 운전자 과실 20%
⊙ 종업원이 소량의 혼유사고 난 걸 발견하고 사과했지만 운전자가 계속 운행한 경우 운전자 과실 50%

한문철
1961년생. 서울대 법대 졸업 / TBS 〈교통시대〉 교통사고 법률상담, TV조선 〈뉴스와이드 활〉 앵커. 현 스스로닷컴법률사무소 대표변호사 / 《교통사고 현장대처부터 소송절차 마무리까지》 《(만화)굿바이 음주운전》 출간
  현대인이 반드시 들러야 할 곳이 점점 줄어들고 있다. 은행도 인터넷으로, 쇼핑도 온라인 쇼핑몰에서….
 
  하지만 주유소는 인터넷으로 안 된다. 반드시 자동차를 끌고 주유소에 가서 연료를 주입해야 한다. 셀프 주유소도 있지만 대부분은 일반 주유소를 이용할 것이다. 주유소에 들어갈 때 휘발유 주유기와 경유 주유기가 따로 있으면 내 차에 맞는 곳으로 찾아가야 한다. 공중에 매달려 있는 주유기를 끌어내리는 곳도 있고 휘발유와 디젤이 함께 있는 복식주유기도 있다.
 
  그럴 때 주유원이 자기 차에 제대로 주유하는지 살펴보는 운전자가 얼마나 될까? 자기에게 맞는 주유기를 찾아가 주유소 직원이 주유기를 빼 들고 주유구에 꽂는 것까지 확인하고 마지막에 액수까지 확인하는 운전자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대부분은 주유구 방향만 맞춰 세운 후 “5만원이요~” “가득이요~”라고만 외치고 눈으로 확인하지 않는 게 보통이다.
 
  잠시 문자 한 통 보내고 주유하는 걸 봤더니 내 차는 경유차인데 휘발유가 들어가고 있으면 어떻게 해야 할까? 주유를 멈추게 해야 할 것이다. 아직 주유하기 전이면 괜찮지만 다른 연료가 조금이라도 들어갔으면 바로 연료 계통을 세척해야만 한다. 주유할 때 시동을 껐으면 그나마 세척이 쉽다. 시동을 켜 둔 상태라면 이미 연료가 엔진을 돌아 세척 작업이 더 어려워질 수 있다.
 
  이런 혼유(混油) 사고(기름이 섞이는 사고)가 설마 일어날까 생각하겠지만, 실제로 제법 많이 일어난다. 주유원이 당연히 맞는 연료를 주입해야 하지만 무척 바쁠 때, 또는 잠시 딴생각하다 보면 경유차에 휘발유를, 휘발유차에 경유를 주입하는 경우가 제법 있다. 일반적으로는 경유차에 휘발유를 잘못 주입하는 경우가 많다. 왜냐하면 경유차의 주유구 지름이 넓어 휘발유 주유기가 쉽게 들어갈 수 있는데 반해, 휘발유차의 주유구는 상대적으로 좁아서 경유 주유기를 무리하게 주입하지 않는 한 잘 안 들어가기 때문이다.
 
  여기서 “휘발유차와 경유차는 모델이 다르고 차종이 다른데 왜 그런 사고가 생기느냐”고 반문할 수 있다. 하지만 요즘은 같은 차종, 같은 모델인데도 휘발유차도 있고 경유차도 있다. 외관으로는 전혀 구분되지 않는다. 이런 문제점을 해결하기 위해 경유차의 주유구에는 ‘경유’ 또는 ‘디젤(Diesel)’이라고 눈에 띄게 인쇄해 놓는다. 그러나 바쁠 때 그걸 눈여겨보지 못하거나, 글자가 지워져 희미한 경우도 있다. 그래서 혼유 사고는 끊이지 않고 있다.
 
 
  확인 안 한 운전자도 혼유 사고에 책임져야
 
  이런 혼유 사고는 누가 책임져야 할까? 당연히 주유소가 책임져야 한다. 주유소 직원을 제대로 관리 감독하지 못했기 때문에 주유소가 엔진 세척비, 수리비, 교환비 등을 물어줘야 한다.
 
  그러면 주유소에 100% 책임이 있을까? 그렇지 않다. 상황에 따라 운전자에게도 일부 책임이 인정될 수 있다. 운전자는 주유원이 혹시 실수할 가능성이 있기에 실수하는지 않는지를 처음부터 끝까지 주의 깊게 살펴야 한다. 그러지 못했을 땐 운전자에게도 과실이 인정된다.
 
  우선 경유차는 경유 주유기 앞에, 휘발유차는 휘발유 주유기 앞에 차를 세워야 하고, 복식주유기 앞에 차를 세웠다면 어떤 기름을 넣어 달라고 특정해야 한다.
 
  사례를 보자. 경유차를 복식주유기 앞에 세우고 “3만원이요”라고만 하자 주유원이 “휘발유 3만원이요” 하면서 주유하는 걸 중간에 발견하고 멈추게 했지만 연료계통 세척이 필요했던 사건이다. 법원은 “어떤 유종(油種)인지 정확하게 밝히고 그에 따른 주유를 명시적으로 요구하면서 정상적으로 주유되고 있는지 확인했어야 했는데 그러지 않은 건 잘못이고 그 비율은 10%로 본다”고 판결했다(서울동부지방법원 2014가단128855, 2014가단53661판결).
 
  경유차에 경유를 넣어 달라고 했는데 주유원이 자동차 외관만 보고 휘발유차라고 생각하여(주유구 덮개에 ‘디젤’이라고 표시되어 있고, 그 위에 형광색 바탕에 붉은 글씨로 ‘경유’라고 쓰인 스티커도 부착되어 있는데도) 휘발유를 주유한 사건이 있다. 신용카드로 계산을 끝낸 운전자는 약 2시간가량 자동차를 운행하다가 시동이 잘 안 걸리고 주행 중에도 차가 덜컹거리면서 냄새가 나는 등 이상해서 다음 날 정비업소에서 혼유 사고를 발견했다.
 
  이 사건에서 법원은 “휘발유를 연료로 사용하는 승용차와 외관이 비슷한 승용차인 데다 신용카드로 결제 후 매출전표를 통해 어떤 기름을 넣었는지 확인할 수 있었는데도 매출전표를 확인하지 않았고, 운행 중 이상이 느껴졌을 때 바로 차를 세워 엔진을 정지시켰더라면 손해가 커지지는 않았을 것이기에 운전자에게도 20%의 과실이 있다”고 판결했다(부산지방법원 2008나3876 판결).
 
 
  혼유 사고 막기 위해서도 시동은 꺼야
 
  여기서 주유소에서 기름 넣고 신용카드 전표로 경유인지 휘발유인지까지 확인하도록 요구하는 건 심하다는 생각도 든다. 신용카드 아닌 현금으로 주유하는 경우 현금 영수증 받는 것이 귀찮아 그냥 가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 차를 출발시키기 전에 어떤 기름을 넣었는지 직접 눈으로 확인하고 시동 걸라고 하는 게 심하게 느껴질 수도 있다. 하지만 위에서 살펴본 서울동부지방법원 판결에서 지적한 것과 마찬가지로 어떤 기름을 넣는지 직접 눈으로 확인한다면 굳이 나중에 매출전표를 확인할 필요까지는 없을 것이다.
 
  한편 주유하기 전에 시동을 꺼야 한다는 건 대부분 운전자들이 상식으로 알고 있을 것이다. 주된 이유는 만일의 화재에 대비하기 위해서이다. 하지만 혼유 사고에 대비해서도 시동을 꺼야 한다.
 
  유종을 지정하지 않고 주유해 달라고 했는데 주유소 직원이 경유차에 휘발유를 주유했고, 중간에 운전자의 남편이 이를 발견하고 정지시켰으나 이미 18L가량의 휘발유가 혼유되어 세척 및 수리가 필요했던 사건이 최근 있었다. 법원은 “이 사건 차량의 경우 외관상 경유 차량인지, 휘발유 차량인지 구별이 어려운 점, 원고가 주유를 요청할 당시 시동을 끄지 않은 채 주유를 요청하였을 뿐만 아니라 유종도 알려주지 않은 점 등에 비추어 보면, 이 사건 혼유 사고 발생 및 손해의 확대에 대한 운전자의 과실은 30%”라고 판결했다(서울중앙지방법원 2017나36856 판결).
 
  결국 주유할 때는 시동을 끄고 어떤 기름인지 명확하게 말하고, 그 기름을 제대로 넣는지까지 계속 살피지 않으면 운전자에게 잘못이 있다는 것이다. 혼유 사고를 알았을 때는 즉시 차를 세워 조치를 취해야만 한다. 그런데 아주 조금 기름이 섞였을 땐 어찌해야 할까?
 
  2014년 경기 고양시에서 경유차에 휘발유 0.135L가 주입되었을 때 종업원이 주유를 정지한 후 미안하다고 했는데도 운전자가 괜찮다고 하면서 시동을 켠 후 차량을 계속 운행하다가 RPM 불안정 등 이상을 느껴 다음 날 견인해서 서비스센터에 맡겨 수리한 사건이 있었다. 법원은 “차량에 혼유가 발생하였을 때 시동을 켜지 않으면 연료라인의 청소만으로도 수리가 가능한 점, 운전자는 혼유 사고의 발생을 알고서도 이 사건 차량을 운행하여 손해가 확대되었기에 운전자에게도 50%의 잘못”이라고 판결했다(의정부지방법원 2014나10046 판결).
 
 
  철저히 확인하라
 
  법원 판결들을 종합할 때 혼유 사고에서 운전자에게 잘못이 없으려면 “경유”라고 분명히 말했고 경유라고 적힌 주유기에서 주유했는데도 휘발유가 들어간 경우여야 한다는 것이다. 즉 저장 탱크에서 기름이 뒤바뀐 경우여야 한다는 얘기다.
 
  그런 경우가 아니면 운전자는 크건 작건 책임을 져야 한다는 게 법원 판결이다. 주유하는 동안만이라도 운전을 멈추고 긴장을 풀려 했다간 만일의 혼유 사고에 대해 쌍방과실일 수 있다. 운전자들이 너무 고달프게 느껴지기도 한다.
 
  하지만 잘못될 가능성이 있는 곳에선 ‘괜찮겠지’ 하는 안이한 생각은 금물이다. 만약의 경우에 대비해 자기 눈으로 확인하는 습관이 필요하다.
 
  주유할 때부터 혹시나 주유원이 실수할 가능성에 대비하며 살피는 습관은 주유소를 출발한 후 ‘다른 차나 다른 보행자들이 모두 교통법규를 준수하겠지’라고 생각만 할 게 아니라 ‘혹시라도 신호등 없는 교차로에서 저 차가 직진하려는 내 차에 양보하지 않고 좌회전해 들어오면 어쩌지?’ ‘혹시 저기 길가에 서성이는 사람이 내 차보다 빨리 뛰어 무단횡단할 수 있다고 잘못 생각하면 어쩌지?’ 하면서 항상 주변을 살피고 조심 운전하는 기초가 될 수도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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