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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파이더맨 홈커밍〉과 〈메가마인드〉

하이틴 수퍼 히어로의 탄생과 영웅 비틀기

글 : 김태완  월간조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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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스파이더맨 홈커밍〉 … 하이틴 히어로를 통해 어른 영웅을 빡치게 하다!
⊙ 〈메가마인드〉 … 영웅과 악당은 의지와 선택의 문제
지난 7월 개봉된 영화 〈스파이더맨-홈커밍〉 포스터. 하이틴 스파이더맨이 악당 벌처를 물리친다는 내용이다.
  왜 영웅은 근사해야 할까. 왜 악한은 계속 악한의 틀에서 벗어나지 못할까.
 
  이 두 질문에 대한 복잡한 해석을 담은 영화가 〈스파이더맨 홈커밍〉과 〈메가마인드(Megamind)〉다. 지난 7월 개봉한 〈스파이더맨 홈커밍〉은 1996년생 하이틴 스타 ‘톰 홀랜드’가 새로운 스파이더맨으로 등장한다. 이 좌충우돌식 어린 영웅은 겸손과 절제 대신 허세와 호기심으로 똘똘 뭉쳤다. “위험한 일에 나서지 말라”는 아이언 맨(로버트 다우니 주니어)의 조언을 무시하고 무턱대고 영웅 흉내를 낸다. 그러다 악당 벌처(마이클 키튼)에게 혼이 나지만 ‘어찌어찌 해서 벌처를 이겨 낸다.
 
  그에게 ‘반전 뒤태’ 같은 드라마틱한 모습을 기대하기 어렵지만 ‘하이틴’ 수퍼 히어로라는 점에서 새롭다. 전작(前作) 스파이더맨의 주인공(1975년생 토비 맥과이어)이 다소 궁상맞고 비운(숙모와 산다는 점에서)의 캐릭터라면 새로운 ‘피터 파크’는 경제적 빈곤과 소외 같은 사회경제적 모순의 불필요한 기름기를 쫙 뺀 캐릭터랄까.
 
  문득 왜 할리우드는 수퍼 히어로에 굶주려 있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할리우드는 끊임없이 새로운 영웅을 발굴하려 하고, 심지어 이미 폐기된 영웅을 새롭게 채색하는 일도 서슴지 않는다.
 
  영웅에 대한 집착은 어쩌면 신(神)을 찾으려는 인간의 오랜 노력과 관련이 깊을지 모른다. 니체는 《차라투스트라》에서 “신은 죽었다(Gott ist tot)”라고 말했다. 이후 이 말을 둘러싼 수많은 논쟁이 있어 왔지만 니체가 신을 부정한 것이 아니라 알려지지 않은 신을 찾아갔다고 해석하는 이도 있다. 신이 존재하지 않는다면 어떻게 신이 죽을 수 있느냐고 반박하는 이도 있었다.
 
  수퍼 히어로는 현실의 난제를 해결하는 강력한 도구다. 현실을 긍정하지 않으면 영웅이 존재할 수 없다. 니체는 삶의 무가치성과 허무주의를 부정하고 현세적 삶을 긍정했다. 니체의 현실 긍정은 그의 유명한 ‘운명애(Amor fati)’라는 말을 통해 이해할 수 있다.
 
  니체는 사람이 얼마나 고통을 감수할 수 있느냐에 따라 그 위대성이 결정된다고 말하면서 고통과 불행을 삶의 중요한 원인으로 삼으면서 “나를 파멸시키지 못하는 것은 나를 강하게 만든다”고 했다.
 
  어쨌든 영웅이 필요한 시대, 새로운 스타는 기존 영웅이 밟던 길을 단호히 거부한다. 그것은 늙지 않음을 의미한다. 여기서도 반전이 있다.
 
  마지막 장면에서 아이언맨의 로버트 다우니 주니어가 악당 벌처를 친신만고 끝에 물리친 하이틴 영웅을 정식 ‘어벤저스’로 받아들이겠다고 말한다. 그러나 악동 스파이더맨은 어른들의 ‘사양하는’ 미덕(?)을 흉내내며 거부한다. 뒤통수를 맞은 기성 영웅(로버트 다우니 주니어)은 깊은 ‘빡침’을 느낀다(?).
 
  새로운 영웅의 탄생은 기존 영웅을 무력화시키고 질서와 권위에 대한 지배력을 인간 자신에게 돌려주려는 의미를 내포한다. 기존 영웅 스토리를 비틀려는 의도에는 다분히 휴머니즘적 의도가 들어 있다는 사실을 부정하기 어렵다.
 
 
  영화 〈메가마인드〉의 영웅 만들기
 
영웅 메트로맨이 은퇴하자 악당 메가마인드(오른쪽)가 새로운 영웅 타이탄을 탄생시켰다.
  장편 애니메이션 〈메가마인드〉(2010) 역시 ‘영웅 비틀기’ 영화다. 외계인 메가마인드는 악당이 될 운명으로, 메트로맨은 영웅이 될 운명으로 자라났다. 메가마인드는 교도소 악당들이 득실대는 곳에서, 메트로맨은 부유한 가정에서 돌봄을 받았다. 선험적 운명에 충실했던 이들은, 메가마인드가 저질러 놓은 악행을 메트로맨이 해결하는 관습적 행위를 반복한다.
 
  그러나 반복은 질서를 낳고 질서는 권태를 가져온다. 인간은 끊임없이 질서를 무너뜨리고 새로운 질서를 만드는 데 익숙하다. 어느 날 메트로맨이 영웅 은퇴를 선언한다. 매번 악당을 무찌르는 ‘놀이’에 싫증이 났기 때문이다. 그는 영웅 되기를 포기하고 세상과 등진다.
 
  악당 메가마인드는 당황한다. 자신의 존재이유가 사라져 버린 것이다. 영웅이 없는 악당은 단팥 없는 찐빵과 같다. 무엇을 해도 재미가 없다. 메가마인드는 순식간에 좌절, 무너져 내린다.
 
  악당 메가마인드는 새로운 영웅을 만들기로 결심한다. 그러나 이렇게 탄생한 급조영웅 ‘타이탄’은 힘과 능력에선 영웅의 면모를 가졌지만 선악이란 윤리적 본능을 미처 체감하지 못한다. 영웅은 악에 분노해야 하지만 아름다운 여성(록산 리치)에게 버림받자 분노로 이글거린다. 메가마인드는 기가 차다.
 
  타이탄 “록산 리치가 나랑 말 섞기도 싫어해요. (메가마인드에게) 우리 한팀 먹을래요? 내 힘이랑 당신의 커다란 머리면 도시가 몽땅 우리 거예요.”
 
  메가마인드 “니가 나랑 한 팀을 먹어? 아주 막가는구나. 뛰어난 재능, 엄청난 힘을 가져 놓고 고작 한다는 게 니 욕심을 채우겠다?”
 
  타이탄 “맞아요.”
 
  메가마인드 “안 돼! 내가 악당이고 넌 영웅이야. 내가 죄를 지으면 니가 와서 막아. 그리하라고 널 만든 거야.”

 
  메가마인드의 정체성은 악이다. 선이 사라진 다음 악은 필연적으로 소외를 겪을 수밖에 없다. 자신이 만든 정형화된 틀 속에 스스로 종속되는 신세가 된 것이다. 메가마인드의 선택은 불가피하다. 자신과 대적할 수 있는 영웅을 옹립하는 것이다. 그러나 그런 영웅은 그저 관념론적 환상에 불과하지만 소외에서 벗어나기 위해 철없는 영웅 ‘타이탄’을 창조할 수밖에 없다.
 
  하지만 비극은 여기서부터다. 영웅 타이탄이 영웅 되기를 거부하고 악당의 길을 걷겠다고 선언한 것이다. 메가마인드는 기절초풍한다.
 
  어찌 보면 메가마인드는 외눈박이에 가깝다. 인간 인식의 진위가 객관적 세계에 제한되거나 결정되지 않고 자신의 신념에 의존한다는 사실을 모르기 때문이다. (물론 메가마인드는 외계인이다.) 영웅과 악당이 되는 일은 의지와 선택의 문제다. 객관적 세계가 어쩔 수 없이 강요하더라도 선택은 자신의 몫이다. 그러나 그 선택에는 가혹한 책임이 따른다. 악당이 모진 벌을 받아야 하는 이유도 선택에 대한 응분의 책임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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