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阿Q의 시 읽기 〈8〉 딜런 토머스의 〈저 좋은 밤 속으로 순순히 들어가지 마세요〉

“꺼져가는 빛에 맞서 분노하고, 분노해요”

글 : 김태완  월간조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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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분노한다는 것은 익숙한 주변과 맞서 싸운다는 의미
⊙ 딜런의 시를 사랑한 미국 청년 ‘지머맨’, ‘밥 딜런’으로 이름 바꿔
  〈Do not go gentle into that good night〉
  written by Dylan Thomas(1914~1953)
 
  Do not go gentle into that good night,
  Old age should burn and rave at close of day;
  Rage, rage against the dying of the light.
 
  Though wise men at their end know dark is right,
  Because their words had forked no lightning they
  Do not go gentle into that good night.
 
  Good men, the last wave by, crying how bright
  Their frail deeds might have danced in a green bay,
  Rage, rage against the dying of the light.
  Wild men who caught and sang the sun in flight,
  And learn, too late, they grieved it on its way,
  Do not go gentle into that good night.
 
  Grave men, near death, who see with blinding sight
  Blind eyes could blaze like meteors and be gay,
  Rage, rage against the dying of the light.
 
  And you, my father, there on the sad height,
  Curse, bless, me now with your fierce tears, I pray.
  Do not go gentle into that good night.
  Rage, rage against the dying of the light.
 
 
  〈저 좋은 밤 속으로 순순히 들어가지 마세요〉
  -딜런 토머스(번역 노진희)
 
  저 좋은 밤 속으로 순순히 들어가지 마세요,
  노년은 날이 저물수록 불타고 포효해야 하니,
  꺼져가는 빛에 분노하고, 분노하세요.
 
  지혜로운 자들은 마지막엔 어둠이 당연함을 알게 되어도,
  자기만의 언어로 번개 한 번 못 찍어 봤기에
  저 좋은 밤으로 순순히 들어가지 않아요.
 
  마지막 파도가 지나간 후, 쇠약한 자신의 지난날들이
  푸른 바닷가에서 춤을 췄다면 얼마나 빛났을지 슬퍼하며,
  착한 자들도 꺼져가는 빛에 맞서 분노하고, 분노해요.
 
  달아나는 태양을 붙잡아 노래했던 격정적인 자들도,
  뒤늦게야, 그들이 지는 태양에 비통해 했음을 깨닫고,
  저 좋은 밤으로 순순히 들어가지 않아요.
 
  죽음을 앞둔 위독한 자들도, 눈이 멀고 있지만
  멀어버린 두 눈도 유성처럼 타오르고 기뻐할 수 있겠다 싶어,
  꺼져가는 빛에 맞서 분노하고, 분노해요.
 
  그리고 나의 아버지, 당신도, 그 슬픈 고지에서,
  제발, 모진 눈물로, 당장 저를 욕하고 축복해 줘요.
  저 좋은 밤으로 순순히 들어가지 마세요.
  꺼져가는 빛에 맞서 분노하고, 분노하세요.
 
 
영화 〈인터스텔라〉에서 브랜드 박사가 우주로 떠나는 대원들에게 딜런의 시를 읊고 있다(위).
영화 〈인터스텔라〉의 한 장면. 왼쪽 영어자막이 딜런의 시다.
  ‘분노하고 분노하라(Rage, rage against)’는 메시지가 가슴을 데운다.
 
  영화 〈인터스텔라〉에 이 시가 3번이나 인용된다는 사실은 가볍지 않다. 암울한 지구, 알 수 없는 지구의 운명. 미지의 공간을 찾아 떠나는 우주 탐험대를 향해 브랜드 박사(마이클 케인)는 딜런 토머스의 시를 낮은 음성으로 노래한다.
 
  분노한다는 것은 일상의 틀을 거부하는 일이다. 익숙한 주변과 맞서 싸운다는 의미, 불편을 감수하겠다는 저항이다. 분노하지 않는 것은 체념하는 것, 늙음과 같다.
 
  우리 사회는 후생가외(後生可畏) 하지 않는다. ‘젊은이가 겉늙어가는 것은 우리 사회의 특이한 질주’(시인 장정일)일지 모른다. 늙음은 부조리에 둔감하다. 정의가 불의에 자리를 내줘도 아무렇지 않다. ‘단숨에’ 늙어 버려 아무것도 할 수 없다.
 
  기형도는 시 〈노인들〉에서 ‘부러지지 않고 죽어 있는 날렵한 가지들은 추악하다’고 썼다. 부러지지 않는 늙음은 추악하다. 분노하며 부러져 죽는 것이 역설적이게도 죽지 않는 유일한 길이다. 딜런의 시 〈그리고 죽음은 우릴 지배하지 못하네(And Death Shall Have No Dominion)〉의 일부다.
 
  And death shall have no dominion.
  (그리고 죽음은 우릴 지배하지 못하네.)
 
  Dead man naked they shall be one
  (죽은 자는 벌거벗은 채)
 
  With the man in the wind and the west moon;
  (바람과 서편 달 속에 드러눕지;)
 
  When their bones are picked clean and the clean bones gone,
  (뼈가 삭고 가루가 되어 사라진 뒤,)
 
  They shall have stars at elbow and foot;
  (그들은 별의 친구가 되네;)
 
  Though they go mad they shall be sane,
  (그들은 미쳐도 미치지 않고,)
 
  Though they sink through the sea they shall rise again;
  (바다에 빠져도 다시 떠오르며;)
 
  Though lovers be lost love shall not;
  (비록 연인은 잃어도 사랑은 잃지 않네;)
 
  And death shall have no dominion.
  (그리고 죽음은 우릴 지배하지 못하네.)
 
   분노하는 자는 죽음이 안 무섭다.
 
  그런 이는, 비록 연인이 떠나도 사랑을 잃지 않는다. 새로운 만남이 기다리기 때문이다. 미쳐도 미치지 않는다. 정녕 미치지 않았기 때문이다.
 
  영국 웨일스 출신의 딜런 토머스는 주정뱅이에다 중등학교를 겨우 졸업한 정도의 학력, 1차 세계대전을 거치며 끝 모를 허무와 경제적 공황을 겪었으나 자신만의 언어로 노래했다. 그는 평생 인간의 삶과 죽음의 근원적 문제를 시 속에 다루어 ‘통찰력의 시인’이라 불린다. 그의 시를 유난히 사랑했던 미국 유대계 청년 ‘로버트 앨런 지머맨’은 자신의 이름을 아예 ‘(밥) 딜런’으로 바꾸었다. 요즘 영국인들은 “밥 딜런에게 문학상을 주면서 딜런 토머스에겐 주지 않은 것은 노벨상의 수치”라고 말한다.
 
  딜런은 겨우 마흔의 나이에 죽었지만, 그는 여전히 죽지 않고 시로 남아, 많은 이의 가슴 속에 분노하라, 저항하라 속삭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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