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녀의 뇌에 사고력의 엔진을 깔아 주자〈5〉 자녀의 뇌에 공부의 기본인 읽기, 쓰기, 말하기 능력을 깔아 주어야 한다 : 월간조선

일반적으로 독서, 논술 교육은 다음과 같은 3단계 과정으로 진행됩니다. 먼저 책을 읽고, 그 다음에는 읽은 내용을 함께 토론하고, 마지막에는 읽고 토론한 내용을 글로 쓰는 것입니다.

책읽기 → 토론 → 글쓰기

1 ‌기존 논술교육의 문제점

보통 부모들은 이 중에서 글쓰기를 가장 중요한 과정으로 생각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대학에서 논술시험을 보기 때문에 어쨌든 글은 잘 쓰고 볼 일이라는 것입니다. 또 부모로서는 독서, 논술 교육의 다른 과정은 눈으로 확인할 수 없지만 글쓰기만은 결과물로 나타나기 때문에 직접 확인할 수 있어서 아무래도 신경을 더 많이 씁니다. 이렇게 부모들의 관심이 산출과정에만 집중되었을 때는 많은 문제점이 생겨납니다. 자칫 과정이야 어떠하든 결과만 중요하게 여길 수 있다는 것입니다. 한마디로 단기적이지, 멀리 내다보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실제로 많은 부모는 논술을 글쓰기 교육의 연장이라고 생각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현실에서도 지금 논술교육이 거의 국어논술인 경우가 많습니다. 그 결과 논술교육은 아이들에게 글쓰기 테크닉을 가르치는 데 초점이 맞추어지게 됩니다. 그러나 글쓰기 위주의 논술교육은 아이를 정형화한 논술교육의 틀에 갇히게 할 수도 있다는 것입니다. 이 말은 원고지의 각 칸이 아이의 생각의 감옥이 될 수도 있다는 것입니다. 그렇게 되면 나중에 글쓰기 교육을 받은 것이 오히려 아이 사고의 걸림돌이 되어 아이가 더 이상 발전하지 못할 수도 있습니다. 실제로 우리 아이들의 대다수가 이미 독서, 논술 교육을 받고 있습니다. 그러나 시간이 지나면서 더 이상 글쓰기에도 발전이 없는 것을 확인할 수 있을 것입니다.

또 이러한 글쓰기 위주의 논술교육은 아이들 머리에 배경지식을 집어넣어 주고, 아이가 적당히 정리해서 글로 표현하는 데에 초점을 맞춥니다. 실제로 대부분의 논술학원은 세계화, 환경, 과학기술과 같은 주제의 배경지식을 가르칩니다. 문제는 아이의 머리에 이러한 배경지식을 아무리 넣어 줘도 아이의 사고력과 창의력은 좋아지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왜 배경지식을 가르쳐서는 아이들의 사고력과 창의력이 좋아지지 않는 것일까요?

중학교 1학년 아이 10명으로 구성된 두 개 반을 만든 후 교사가 일주일에 1회, 2 시간씩 아이들을 가르치게 했습니다. A반에는 논술학원 출신 교사가 들어가고, B반에는 제가 직접 훈련한 사고력, 창의력 교사를 투입했습니다. 강의준비는 A반 논술학원 출신 교사가 훨씬 많이 했습니다. 인터넷을 뒤져 가면서 그와 관련된 배경지식을 수집하느라 바빴습니다. 또 강의실에서도 아이들에게 배경지식을 가르치느라 잠시도 쉬지도 않고 강의에 열중했습니다.

반면에 B반의 사고력, 창의력 교사는 별로 준비하는 것도 없이 그냥 교재에 있는 내용만으로 강의를 했습니다. 선생님이 먼저 교재의 제시문을 분석하는 방법을 보이고는 아이들에게 한 번 해 보라고 권했던 것입니다. 아이들도 자기 나름대로 분석을 하니까 선생님은 왜 그렇게 분석했는지를 물었습니다. 또 다른 아이에게도 한번 분석을 시도해 보라고 권하는 것입니다. 지식은 거의 가르치지 않고 분석하는 방법 위주로 가르쳤습니다. 그냥 여유 있게 아이들과 같이 분석해 보는 것이 전부였습니다. 강의실에서도 선생님 목소리를 별로 들을 수가 없었습니다. 아이들이 책 내용을 읽고, 아이들이 제시 문제를 읽어 가면서 분석하는 것입니다.

이후 두 달이 지났습니다. 어떤 결과가 나왔을까요? A반은 10명 중에서 6명이 탈락했습니다. 이유는 재미가 없다는 것입니다. 나머지 4명은 그냥 다닌다는 것입니다. 대학에 가려면 논술을 해야 하고, 내가 좋고 싫고의 선택 문제가 아니라고 생각했습니다. 언제 공부가 좋아서 했느냐는 것입니다. 반면에 B반은 한 명도 탈락이 없었습니다. 왜 계속 다니느냐고 아이들에게 물었습니다. 그냥 재미있다는 것입니다. 무슨 글을 읽든 자꾸 분석해서 저자의 머리를 찾고, 비판도 해 보고 하니까 재미있다는 것입니다. 모든 공부를 이렇게 했으면 좋겠다고 했습니다.

그럼, 두 반의 차이가 무엇이라고 생각하세요? A반 교사는 배경지식을 가르치는 것뿐입니다. 지식을 전수해 주었던 것입니다. 앞에서 이야기한 다차원적 사고 가운데서 생각의 1차원에 머물러 있는 교사인 것입니다. 그러면 아이들은 열심히 받아 적고 지식을 자신의 머리에 축적하는 것입니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이렇게 교육을 하면 아이들은 자신의 기존 뇌신경네트워크를 활용해서 그냥 지식을 받아들인다는 것입니다. 있는 자신의 머리를 그대로 사용하는 것입니다. 그러니 재미가 없는 것은 당연합니다.

반면에 B반 교사는 지식을 가르치지 않았다는 것입니다. 책의 내용이 어떻게 저자의 렌즈로부터 나왔는지를 분석한 것입니다. 다시 말해서 지식이 저자의 머리에서 어떻게 나왔으며, 이 지식을 출제자가 어떻게 처리해서 문제를 만들고, 답을 요구하는지를 분석시킨 것입니다. 한마디로 지식을 가르치는 것이 아니라 어떻게 지식을 생산하고 가공 처리하는지 그 방법을 가르친 것입니다. 이러한 공부는 아이의 머릿속에 새로운 뇌신경네트워크를 만들어 주는 교육입니다. 선생님이 먼저 분석을 하면 아이들도 그것을 지켜보다가 자기도 분석을 하기 시작합니다. 이렇게 자기의 좌뇌를 활용해서 기존의 지식을 분석하고, 또 우뇌로 분석한 지식을 새롭게 연결시키는 작업을 하면, 그때 새로운 뇌신경네트워크가 생긴다는 것입니다. 이때 아이들은 공부를 재미있어 합니다. 이러한 재미가 바로 지적 감동입니다. 이렇게 지적 감동을 받는다는 것은 그때 아이의 뇌신경네트워크가 형성되고 있다는 증거입니다. 다시 말해서 사고력과 창의력이 좋아진다는 것입니다.

이처럼 두 반의 결정적 차이는 아이가 자신의 뇌신경네트워크를 그대로 활용해서 지식을 받아들이느냐 아니면 새로운 뇌신경네트워크를 계속 만들어 가느냐는 것입니다. 이렇게 계속 만들어 가면 저절로 아이의 좌우뇌가 보완되는 결과가 나타납니다. 따라서 논술교육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교사의 역량입니다. 교사가 생각의 2차원에 있어야 아이들의 사고력을 계발해 줄 수 있습니다. 그렇지 않으면 그냥 지식을 가르칠 뿐입니다.

또 이러한 글쓰기 위주의 논술교육이 결정적으로 간과하는 것이 있습니다. 읽기는 그냥 아이들의 몫이라는 것입니다. 어떻게 읽어야 되는지는 가르쳐 주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사실 읽기가 제대로 잡히지 않으면 그 뒤의 모든 과정은 헛수고가 됩니다. 첫 단추를 잘못 끼우면 그 나머지도 모두 잘못되는 것처럼 말입니다. 실제로 우뇌 아이들은 책을 읽고 이해하는 것이 아니라 그냥 감각적으로 받아들입니다. 그래서 책을 빨리 읽고 다독을 합니다. 그러나 나중에 책을 읽고 난 후 책의 내용을 물어보면 전체적인 틀은 아는 것 같은데 구체적으로는 대답하지 못합니다. 정말 문제가 되는 것은 깊게 읽는 것은 고사하고 주관적으로 읽는다는 것입니다. 자신이 읽고 싶은 대로 읽는다고 보면 됩니다. 다시 말해서 자신이 원하는 대로, 보고 싶은 대로만 본다는 것입니다. 따라서 우뇌 아이들은 주관적인 글읽기를 합니다.

반대로 좌뇌가 발달된 아이들은 책을 깊이 있게 읽습니다. 천천히 읽으면서 정확하게 읽어 냅니다. 그런데 이 아이들은 책에 있는 그대로를 받아들이는 것은 잘하지만 책의 내용을 다른 문제와 연결해서 생각하지 못한다는 것입니다. 그래서 저절로 응용이 약할 수밖에 없습니다. 특히 비판적으로 책을 읽지를 못합니다. 그것은 우뇌가 약하기 때문입니다.

이렇게 좌우뇌의 성향이 다른데 그저 막연하게 책 읽고, 토론하고, 글쓰는 과정을 반복한다고 해서 논술 실력이 좋아지지는 않는다는 것입니다. 기존의 많은 독서, 논술 교육을 보면 아이들의 병이 무엇인지도 모른 채 아이를 치료하겠다는 돌팔이 의사와 같다는 인상을 지울 수가 없습니다. 아이는 머리가 아프다고 하는데 밥만 많이 먹으면 다 낫는다고 말하는 것과 같습니다. 머리가 아프면 머리를 안 아프게 하는 약을 주어야 합니다. 물론 보다 근본적으로 아이가 왜 머리가 아파하는지를 알고 약을 써야 할 것입니다. 우뇌 아이가 부족한 것은 좌뇌의 사고력입니다. 좌뇌를 보완해서 사고력을 키워 주어야 합니다. 좌뇌 아이에게는 우뇌를 보완해서 창의력을 키워 주는 것이 급선무입니다. 그냥 책을 많이 읽는다고 되는 것이 아닙니다.

대학입시 논술에서도 글쓰기보다는 글읽기가 훨씬 더 중요합니다. 주요 대학들의 논술문제가 주어진 제시문을 정확하게 이해하고 요약하는 부분의 비중이 높습니다. 따라서 부모는 글읽기의 중요성을 인식하고 이것부터 바로잡아 주어야 합니다. 다만 아이의 뇌 유형을 파악한 후 아이의 머리를 다차원적, 구조적, 창의적 사고교육으로 잡아 주면서 읽기, 토론, 쓰기를 진행해야 합니다. 그렇다면 구체적으로 아이의 사고력과 창의력을 어떻게 잡아 주면서 읽기, 토론, 쓰기가 진행되는지를 한번 알아봅시다.

2 ‌뇌 유형에 따른 책읽기 기술

부모는 초등학교 때 책읽기를 바탕으로 아이의 좌뇌와 우뇌를 강화해 주어야 한다.

우뇌 아이들에게는 어떻게 책을 읽혀야 할까요? 책을 읽으면서 저자의 사고구조를 찾아낸 후 그 사고구조로 다시 책을 읽게 하는 다차원적 읽기(Multi-dimensional reading)를 훈련시켜야 합니다. 다차원적 사고가 글읽기에 적용된 것입니다. 이 방법을 아이 공부에 적용해 보려면 부모는 아이와 함께 책을 같이 읽는 것이 가장 좋습니다. 그때 부모는 한 문장 한 문장을 읽어 가면서 ‘이게 무슨 소리지?’ ‘왜 이 사람은 이런 생각을 했을까?’라고 질문해 주어야 합니다. 정말 아이가 귀찮아할 정도로 말입니다. 아이 귀에 못이 박힐 정도로 왜, 왜, 왜 라고 말입니다. 이렇게 저자가 어떤 생각으로 글을 썼는지를 반드시 물어보고, 또 확인하고 넘어가야 합니다. 이때 아이는 분명히 문장을 외워서 이야기할 것입니다. 이 아이들은 보는 순간 외워 버립니다. 문장에 나와 있는 단어를 쓰지 말고 자신의 말로 표현하게 해야 합니다. 그러면 다 아는데 자꾸 왜 그러느냐고 말할 것입니다. 분명한 것은 이 아이들은 직관적으로는 이해했지만 생각은 하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그래서 생각하게 해 주라는 것입니다. 아이가 완전히 자신의 말로 표현하면 그 때서야 저자의 생각을 어느 정도 이해한 것으로 보면 됩니다. 이렇게 해서 저자의 사고구조를 파악했으면 다시 저자의 사고구조, 즉 저자의 렌즈를 끼고 책을 읽게 해야 합니다. 그 의미가 완전히 통하는지 말입니다.

처음에는 이 작업이 힘들고 지루하지만 어느새 반복하다 보면 쉬워집니다. 다만 유의해야 할 것은 반드시 생각이 많이 들어간 어려운 책으로 해야 합니다. 제가 직접 가르쳐 본 바로는 경제 분야의 책이 가장 좋았습니다. 왜냐하면 인문사회 분야이면서도 수학적인 방법을 많이 쓰기 때문입니다. 이 책은 아이의 좌우뇌에 골고루 자극을 줍니다. 사상 서적이 좋기는 하지만 우뇌 엄마가 이해하기 힘들 수도 있고, 자칫 다양한 해석이 가능해서 주관적인 이해로 끝날 수 있다는 것입니다. 절대로 아이가 금방 읽고 이해할 수 있는 책을 선정하면 안 됩니다. 공부의 양은 많을 필요가 없습니다. 조금만 해도 됩니다. 한 페이지 정도면 한 시간이 갈 수도 있습니다. 3일에 한 번 정도 하면서 양을 조금씩 늘려 나가면 됩니다.

이 방법이 어느 정도 이루어지면 그 다음에는 한 문단 단위로 저자의 생각을 물어야 합니다. 이렇게 문장에서 문단으로 그리고 장으로, 마지막에는 책의 전체 내용을 파악해 나가는 방법이 구조적 읽기(Structural reading)입니다. 앞에 나온 구조적 사고를 글읽기에 적용한 것입니다. 이 구조적 글읽기를 제대로 훈련시키려면 먼저 책을 거꾸로 보는 훈련부터 시켜야 합니다. 책을 볼 때는 맨 뒤쪽을 먼저 보아야 한다는 것입니다. 제가 이 이야기를 하면 어떤 엄마들은 책 뒤쪽에 있는 가격을 먼저 보라는 것이냐며 농담을 하곤 합니다. 제대로 된 책에는 뒤쪽에 색인이 있습니다. 이 색인은 저자가 책을 쓰면서 누구의 자료에 의존하고 있느냐를 나타냅니다. 다시 말해서 책을 구성하는 지식이 누구의 생각으로부터 왔는지를 밝힌 내용입니다. 이 색인만 보아도 저자의 생각을 어느 정도 알 수가 있습니다.

그 다음, 저자는 색인에 나타난 다른 사람들의 생각의 재료들을 가지고 자신의 생각하는 방식으로 재구성하고 배열합니다. 마치 요리사가 선택한 재료를 가지고 자신의 요리 솜씨를 뽐내는 것처럼 말입니다. 이러한 구성은 바로 책의 제일 앞에 있는 목차에 잘 나타나 있습니다. 목차를 분석만 해 보아도 저자의 사고구조를 알 수가 있다는 것입니다. 아이에게 목차의 내용만으로도 저자가 글을 어떻게 전개해 나갈지를 추측하게 하는 것도 구조적 글읽기에서 빼 놓을 수 없는 중요한 과정입니다. 그 다음에 책의 본문에 들어가서는 책의 첫 문장, 첫 문단, 첫 장에 저자의 생각이 다 나타나 있습니다. 그 뒤쪽은 그 변주에 불과합니다.

예를 들면, 책의 첫 문장에서 ‘대부분의 사람은 이러 이렇게 생각한다’라는 글로 시작하면, 저자는 이러한 대부분의 사람의 통념을 부정하는 자신의 생각을 제시할 것입니다. 이때 부모는 아이가 계속 글을 읽어 내려가는 것을 잠시 중단한 후 아이에게 먼저 이 통념을 어떻게 비판할 수 있는지를 이야기하게 해야 합니다. 그 다음 자신의 이야기와 저자의 논리가 어떻게 다른지를 확인시켜 주는 방식으로 책을 읽으면 아이의 사고력은 저절로 좋아집니다. 이러한 방식으로 책을 구조적으로 분석하면서 책을 읽어 내려 가게 해야 합니다.

이렇게 구조적으로 책을 읽어 갈 때는 책 페이지의 여백에 꼭 책의 내용을 그림이나 다이어그램 또는 식으로 표현하게 해야 합니다. 즉 좌뇌적인 언어로 되어 있는 것을 우뇌의 시각으로 처리하라는 것입니다. 그렇게 되면 어려운 내용이 쉽게 바뀌게 되고, 또 그렇게 표현하려면 좌뇌를 완전히 사용해서 문단을 철저하게 이해해야 하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반드시 문단 단위로 그림이나 다이어그램, 식으로 표현하게 해야 합니다. 이렇게 되면 아이들은 구조적으로 문장을 분석해서 저자의 생각을 찾아내고 이를 토대로 글을 읽고 이해할 수 있는 수준의 글읽기가 됩니다. 이것이 바로 좌뇌적인 글읽기입니다. 현재 논술에서는 이 능력을 보고 있습니다.

이러한 좌뇌적인 글읽기를 터득하면 무슨 글이든 읽고 저자의 생각을 찾아내는 능력을 갖추게 됩니다. 그러면 당연히 학교 공부도 다 잘할 수밖에 없습니다. 시험지를 보면 출제자의 의도가 보이는데 어떻게 틀릴 수 있겠습니까? 수학 문제를 보아도 어떻게 꼬았는지, 어떻게 함정을 팠는지를 금방 찾아냅니다. 사실 수학은 문제 풀이보다 문제를 분석할 줄 아는 능력이 더 중요합니다. 이것은 새 컴퓨터를 구입해서 해체한 후 다시 조립하는 것과 같습니다. 이렇게 조립할 수 있다면 컴퓨터를 다 아는 것과 마찬가지입니다. 아이가 문제를 분석하고 다시 조합할 수 있다면 그것으로 게임은 끝난 것입니다. 그래서 아이들에게 다차원적으로, 구조적으로 사고할 수 있는 훈련을 시켜야 합니다.

그렇다면 저자의 사고구조를 정확히 이해하고 저자의 렌즈로 글을 읽을 줄 알게 된 다음에는 무엇이 중요할까요? 바로 자신의 렌즈입니다. 저자의 렌즈로 글을 파악했다면 자신의 렌즈로 비판적 글읽기를 할 줄 알아야 합니다. 저자가 왜 빨간색 렌즈를 끼고 세상을 바라보았는지 자문해야 합니다. 다시 말해서 파란색 렌즈를 끼고 볼 수도 있는데 왜 저자는 빨간색 렌즈만 끼고 보는지를 비판할 수 있다는 것입니다. 이러한 비판적 글읽기가 바로 창의적 읽기(Creative reading)입니다. 창의적 사고를 글읽기에 적용한 것입니다. 우뇌가 강한 아이들은 이러한 글읽기는 잘합니다. 사실 그것만 잘해서 문제인 것입니다. 다시 말해서 좌뇌적 글읽기가 안 된다는 것입니다. 반면에 좌뇌 아이들은 책의 내용을 그냥 읽고 이해하고는 끝이라는 것입니다. 활용이 안 되는 것이 문제입니다. 따라서 먼저 좌뇌적인 글읽기를 하고 그 다음 자신의 렌즈로 비판적인 글읽기를 하는 과정이 글읽기의 완성인 것입니다.

3 스피치 교육의 중요성

어린이 스스로 말하게 하는 스피치 교육을 한 후 토론교육으로 이어 가는 것이 좋다. 사진=조선일보DB

일반적인 독서, 논술 교육은 책을 읽고 난 후 토론을 시킵니다. 물론 하지 않는 것보다는 분명히 하는 것이 좋습니다. 여기서도 기존의 교육이 놓치는 것이 있습니다. 이 말은 토론만으로는 부족하다는 것입니다. 먼저 책을 읽고 난 후에는 두 가지로 표현하는 훈련이 필요합니다. 그 하나가 말하기(speaking)이고, 다른 하나가 글쓰기(writing)입니다. 이 둘은 병행되어야 한다는 것입니다. 다만, 시간적으로는 말하기를 먼저 하는 것이 자연스럽습니다. 먼저 말을 하면서 생각한 내용을 정리하고, 이렇게 정리된 것을 글로 표현하면 글쓰기가 한결 쉬워집니다. 그렇다면 토론보다는 먼저 혼자서 말하는 스피치 교육이 더 필요합니다. 그래서 아이들에게 책을 읽고 난 후 그 내용을 말하게 해야 합니다.

우뇌 아이냐 좌뇌 아이냐에 따라 말하기도 다릅니다. 우뇌 아이는 말하기를 좋아합니다. 그것도 자신이 생각한 것이 아니라 자신이 느낀 점을 말입니다. 이 아이들은 자신이 느낀 것, 즉 감동 받은 것을 표현하지 않으면 견딜 수가 없습니다. 우뇌 아이들이 말이 많은 것은 바로 그 이유입니다. 물론 말에 논리가 없습니다. 그냥 느낌만 있을 뿐입니다. 우뇌 아이들끼리 토론을 시켜 놓으면 토론이 아니라 난장판입니다. 이 아이들은 남의 이야기를 들을 줄 모릅니다. 좌뇌를 쓰지 않기 때문입니다. 그냥 자신의 느낀 점을 표현할 뿐입니다. 토론이 안 되는 것은 당연합니다. 이 아이에게는 읽은 내용을 저자의 사고구조대로 정확하게 이해해서 표현하는 다차원적 스피치(Multi-dimensional speech) 훈련을 시켜야 합니다. 또 저자의 생각을 분석적으로 그리고 구조적으로 표현할 수 있게 구조적 스피치(Structural speech) 훈련을 시켜야 합니다. 또한 저자의 생각을 비판적으로 바라보면서 표현하는 창의적인 스피치(Creative speech) 훈련을 시켜야 합니다. 물론 아이들은 어려워할 것입니다. 그래도 부모는 책을 읽히면서 이 스피치 작업을 게을리 하면 안 됩니다. 이 스피치를 통해 좌뇌 훈련을 시켜 줘야 합니다. 그렇게 하면 아이의 사고력도 좋아집니다. 반면에 좌뇌 아이들은 표현하는 것을 별로 좋아하지 않습니다. 어릴 때는 우뇌가 발달되어서 다 말하기를 좋아하지만 커 가면서는 좌뇌 아이들은 말을 잘 하지 않습니다. 이런 아이에게는 좌뇌의 지적 자극을 주면 감동을 받고 그때부터 다시 말을 하기 시작할 것입니다.

이렇게 스피치 훈련이 되면 그 다음에 토론을 시켜야 합니다. 그래야 책의 내용을 근거로 아이들은 저자의 생각을 이야기하고, 또 다른 아이의 생각을 읽어 낼 수가 있습니다.

4 책읽기로 사고력, 창의력이 보완된 글쓰기

글쓰기도 말하기와 같습니다. 책을 읽고 토론한 내용을 정리해서 글로 표현하는 것일 뿐입니다. 이때도 책의 내용을 저자의 사고구조대로 이해해서 글로 표현하는 다차원적 글쓰기(Multi-dimensional writing)가 되어야 합니다. 정확하게 이해한 내용을 글로 표현해야 하는 것입니다. 또 책의 내용을 구조적으로 표현하는 구조적 글쓰기(Structural writing)를 훈련시켜 주어야 합니다. 그래야 글의 구성이 탄탄해지고, 논리적이 됩니다. 마지막으로, 저자의 생각을 비판적으로 바라보는 창의적 글쓰기(Creative writing)로 마무리해야 합니다. 이 부분이 빠져 있으면 그냥 글을 요약하는 것에 불과합니다. 우뇌 아이들은 느낀 점은 잘 쓰지만 다차원적, 구조적 글쓰기가 잘 안 됩니다. 좌뇌를 잡아 주면서 글쓰기 훈련을 시켜야 합니다. 반대로, 좌뇌 아이들은 글쓰기를 싫어합니다. 특히 느낀 점을 쓰는 것을 힘들어합니다. 글이 화려하지도 않고, 길지도 않습니다. 그냥 짧게 요약하고 끝입니다. 좌뇌 아이에게는 반드시 지적 쾌감을 불러일으켜 지적 감동을 주어야 합니다. 그렇게 되면 우뇌가 자극되어 표현이 좋아지고 글도 좋아집니다.

이처럼 글쓰기는 제대로 된 글읽기를 기반으로 하고 있습니다. 이제 교육의 포커스를 글읽기에 맞추어야 합니다. 특히 초등학교 때 해야 합니다. 우뇌가 강한 아이는 우뇌를 너무 많이 써서 좌뇌를 쓸 줄 모르고, 너무 좌뇌만 쓰는 아이는 우뇌를 발달시킬 수가 없습니다. 초등학교 2~3학년 때가 이러한 교육의 적기입니다. 아직은 머리가 유연해서 다양한 뇌신경네트워크를 깔아 주기만 하면 되는 것입니다. ‘이렇게 생각해 보자’ 하면 아이들은 잘 따라옵니다. ‘저렇게 해 보자’ 해도 금방 따라옵니다. 강제로 깔아 주는 것이 아니라 아이들이 직접 생각을 하면서 스스로 깔아 가는 것입니다.

그러나 초등학교 5~6학년만 되어도 이미 부작용이 나타나기 시작합니다. 중학생이 되면 이제는 뇌를 고치는 데 망치가 필요합니다. 고등학교 1학년이 되면 해머를 들어야 합니다. 고등학교 2학년 정도 되면 그냥 그렇게 지내는 것이 더 낫습니다. 중요한 건 바로 타이밍입니다. 교육의 질도 중요하지만 시기가 더욱 중요하다는 것입니다. 무엇이든지 결정적 시기가 있습니다. 분명히 알아야 할 것은 뇌신경네트워크를 깔아 주기에 가장 결정적인 시기가 초등학교 2~3학년이라는 것입니다.

그래서 부모는 초등학교 때 책읽기를 바탕으로 아이의 좌뇌를 보완해서 사고력을 키워 주고, 우뇌를 강화해서 창의력을 키워 줘야 합니다. 그렇게 되면 학년이 올라갈수록 공부는 탄력을 받고, 성적도 꾸준히 상승합니다. 이렇게 공부시켜 놓으면 아이들은 서술형 시험이나 시험이 어려울수록 더 빛을 발합니다. 특히 사고력을 요하는 문제에 유리합니다. 이 아이들은 교과목을 배우기 위해 학원을 다니지 않아도 성적은 최상위를 유지할 수 있습니다. 이번에 서울대 수학과에 입학한 한 학생은 수학 선행을 전혀 하지 않고 현행만으로도 11명만 뽑는 수시 합격자 명단에 자신의 이름을 올렸으며, 우뇌 아이인 한 학생은 자신을 문과로 알고 있다가 고등학교 1학년 2학기에 가서 갑자기 이과 진학을 원했기에 그때부터 이과 수학 공부를 하기 시작했어도 당당히 서울대 의대에 합격하는 영광을 누렸습니다. 이처럼 공부의 기본기가 잘되어 있다면 입시에서도 좋은 결과를 얻을 수밖에 없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