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갑식의 주유천하 〈2〉 임경업 장군과 순천 낙안읍성 : 월간조선

전라남도 순천의 명물 가운데 하나가 낙안읍성(樂安邑城)이다. 읍성 가운데 맨 처음 사적 302호로 지정된 이곳은 풍광이 특이하다. 낮은 담장 안쪽으로 초가집들이 줄지어 있고 뒤편을 금전산(金錢山)이 막아주고 있다. 해발 668m 금전산의 이름은 ‘돈(Money)’이라는 뜻인데 멀리서 보면 바위 모양이 쌀 가마니를 포개 놓은 듯하다.

한국에는 모두 24개의 읍성이 있다. 그중에서 제법 이름난 곳이 낙안읍성-고창읍성-해미읍성이다. 낙안읍성은 삼한시대 마한(馬韓)에 속했으며 백제시대 때는 파지성으로 불리다 고려 때 낙안군으로 개명됐다. 이곳에 처음 토성이 생긴 것은 조선 태조 6년, 즉 1397년이다. 남해안에 상륙한 왜구를 막기 위해서였다.

임경업 장군의 초상화. 이 초상화는 명나라 화가가 그렸다. 그림 오른쪽에 보면 조선 초상화와 달리 화병 등의 장식이 보인다.

그로부터 300년이 지난 1626년, 이 토성(土城)을 석성(石城)으로 증축한 인물이 있다. 충민공 임경업(林慶業·1594~1646) 장군이다. 장군은 낙안군수로 부임하자 평야지대에 있는 낙안읍성을 높이 4m, 너비 3~4m의 자연석으로 쌓았다. 성곽의 총 길이는 1410m인데 얼마나 견고하게 쌓았는지 400년 지난 지금도 건재하다.

지금도 많은 주민이 실제로 생활하고 있는 낙안읍성은 양반들이 거주하는 안동 하회(河回)마을과 달리 옛 서민들의 주거양식을 고스란히 보여주고 있다. 툇마루와 부엌, 토방과 지붕, 장독대와 돌담이 모나지 않게 나지막이 연결돼 이곳을 찾은 이들은 “지금은 찾기 힘든 어린 시절 고향의 향수를 느낄 수 있다”고 찬탄한다.

임경업 장군은 말하기에 앞서 짚어봐야 할 부분이 있다. 선조(1552~1608)와 인조(1595~1649)다. 불과 40여 년 차이로 태어나고 사망한 두 임금은 조선사에 기록된 양대 비극의 주인공이다. 선조는 일본과 임진왜란(1592)-정유재란(1597)을 벌였고 인조는 청(淸)의 침입으로 정묘호란(1627)과 병자호란(1636)을 겪었다.

임진왜란부터 병자호란까지 44년으로 조선의 국력은 피폐해졌고 정조 등의 짧은 르네상스가 있었지만 조선은 결국 멸망했다. 비극적인 역사는 같지만 두 왕에게는 결정적 차이가 있었다. 선조는 비록 일본에 쫓겼을 뿐이지만 인조는 삼전도에서 세 번 절하고 아홉 번 머리를 조아리는 삼배구고두(三拜九叩頭)의 치욕을 당한 것이다.

인재 없는 인조시대의 유일한 명장

낙안읍성의 전경. 원래 토성이었던 성을 돌로 쌓은 것은 외적의 침입을 방비하기 위해서다. 뒤에 보이는 산이 금전산이다.

명지대 한명기 교수의 《병자호란》에는 두 사람의 ‘차이’가 명료하게 적혀 있다. 선조의 주변에는 천하의 충신과 명장들이 잡초처럼 무성했던 반면 인조의 곁에는 천하의 간신과 졸장들이 모기떼처럼 득실댔다는 것이다. 그러했던 인조시대에 유일한 명장(名將)이 이번에 다룰 낙안읍성의 건축자 임경업 장군인 것이다.

임경업 장군의 출생지에 대해서는 지방마다 주장이 다르다. 서울 송파구 문정동에서는 ‘문정동 29-7번지’가 장군의 출생지라고 송파지(松坡誌)에 적어놓았다. 문정동 로데오 거리 뒤편에 지금도 수백 년 된 느티나무 두 그루가 서 있는데 이곳이 장군의 출생지이며 부근에 조부의 산소가 있었다는 것이다.

강원도 부론면 손곡리에도 기념비가 서 있다. 소설 《홍길동》의 저자인 교산 허균(許筠)의 스승 격인 이달이라는 인물이 있다. 그의 호가 손곡이어서 이곳도 손곡이라 불리는 듯한데 이달 기념시비 바로 옆에 이곳이 임경업 장군의 출생지임을 밝히는 추모비가 서 있다. 그런데 백과사전류에는 충북 충주가 그의 고향이라 나온다.

낮은 담은 주민들이 허물없이 어울리고 있음을 보여준다.

아마 서울시-강원도-충청북도가 저마다 임경업 장군의 고향이 자기 땅이라고 내세우는 것은 그가 명장이자 비극적으로 최후를 마쳤으며 그를 둘러싼 전설이 많기 때문일 것이다. 여기서 몇 가지를 소개해 본다. 먼저 장군이 출생하기 전 할아버지가 돌아가셨는데 세 명의 승려가 찾아와 명당(明堂)을 지정해 줬다는 이야기다.

승려들이 말했다.

“닭의 알을 밤에 산에다 묻고 새벽에 그 알이 장닭이 되어 우는 곳이 명당이니 그곳을 산소로 삼으시오.”

과연 날이 밝으니 장닭이 울어 후손들은 조부의 묘를 손쉽게 얻게 됐다고 한다. 이런 조부를 둔 임 장군은 어렸을 적부터 범상치 않은 인물이었다고 한다. 장군은 병정놀이를 좋아했는데 이런 일이 있었다.

하루는 고관이 자신이 쌓아놓은 모래성을 지나려 하자 고함을 질러 통행을 막았다는 것이다. 이런 일도 있었다. 어느 과부의 아들이 병정놀이 소집에 응하지 않자 군율(軍律)에 따라 처벌한다며 다스리다 그만 죽이는 통에 장군의 아버지가 그 죄로 관아에 잡혀갔다는 것이다. 믿기 어렵지만 그만큼 당찬 성격의 소유자였음을 알 수 있다.

고향 주장 세 곳
저마다 “우리 마을 출신”

충북 보은 속리산 법주사. 뒷산에서 임경업 장군이 무예를 연마했다.

임경업 장군의 고향이 세 곳이나 된 것은 이러한 상황 때문이다. 설화 때문인지 장군의 가족은 서울에서 원주, 원주에서 충주로 이사를 갔다는 것이다. 물론 충주에서는 그런 설을 부인하며 충주 달천 인근에서 태어났다고 주장한다. 여하튼 충청북도 일대에는 임경업 장군과 관련된 장소가 여럿 있는데 대표적인 게 속리산이다.

속리산 정상 부근에는 임경업 장군이 무예를 닦았다는 경업대(慶業臺)가 있다. 그 맞은편의 입석대(立石臺)는 장군이 혹독한 수련 끝에 힘을 얻어 번쩍 일으켜 세웠다는 바위다.

‘걸빵바위’ ‘멜빵바위’ 설화도 유명하다. 속리산 입구 내속리파출소 앞에서 북동쪽 묘봉 능선에는 누군가 가져다 놓은 것 같은 커다란 바위가 놓여 있다. 자세히 살펴보면 바위에는 짐을 짊어지기 위해 멜빵을 건 것 같은 두 줄이 선명하다.

장군은 속리산에서 독보(獨步)대사를 모시고 7년간 무예를 닦았는데 속세를 떠나 무술을 연마한 지 6년째 되던 해에 오랑캐들이 쳐들어왔다. 의분에 찬 장군이 수련을 중단하고 하산하려 하자 독보대사가 말렸다.

“네 무예가 남들과 비교해 출중한 것은 사실이나 아직 멀었다. 지금 하산하면 큰 뜻을 이루지 못할 것이다.”

장군은 대사가 자길 인정하면 하산키로 하고 앞서 말한 입석대를 세웠다. 그런데도 대사는 고개를 저으며 입석대보다 몇 배 더 큰 바위를 멜빵을 이용해 짊어지더니 순식간에 경업대에서 금강골-정법대-신선대-문장대를 거쳐 지금 자리에 갖다놓았다. 이 ‘걸빵바위’를 보고 장군은 하산을 포기하고 1년을 더 수련했다고 한다.

이괄의 난 진압해 1등 공신에

강원도 원주시 부론면에 있는 임경업 장군 생가 터다. 생가가 이곳에 있었음을 알리는 비석 근처에 교산 허균의 스승인 이달의 시비가 있다.

장군은 24세 때 무과에 급제했으며 무명(武名)을 날린 것은 인조 즉위 초인 1624년 일어난 이괄(李适)의 난 진압이 이유다. 원래 인조 즉위에 공헌했던 이괄은 자신이 평안도 병마절도사에 임명되자 푸대접받았다고 여겨 반란을 일으켰다. 이괄은 난을 일으킨 지 15일 만에 임진강을 건넜고 인조는 수원으로 몽진을 해야만 했다.

이런 이괄의 군사를 임경업이 길마재, 즉 서대문구 안산에서 장만과 함께 격파했다. 사기가 떨어진 이괄의 잔당은 경기도 광주로 향하다가 장만-정충신-남이흥 등의 추격을 받고 흩어졌으며 이괄은 4월 1일 살해됐다. 3월 11일 난을 일으켜 한양을 점령하는 등 기세를 올렸지만 20일 만에 야망이 수포로 돌아간 것이다.

광해군을 밀어내고 즉위한 인조의 입장에서 임경업은 ‘구세주’나 다름없었다. 인조는 임경업을 반란군 토벌 1등 공신에 책록했다. 1627년 정묘호란 때 좌영장이던 임경업은 활약할 기회를 얻지 못했다. 군사를 이끌고 강화도로 갔지만 이미 화의(和議)가 이뤄진 것이었다. 임경업은 1630년 평양중군으로 검산성(劒山城)-용골성(龍骨城)을 쌓았고 가도(島)에 주둔한 명군을 감시했다.

봄이 되면 낙안읍성은 화려하게 만개한 꽃동네로 변한다.

1633년 청북방어사 겸 영변부사로 백마산성과 의주성을 수축했으며, 명나라에 반란을 일으킨 공유덕(孔有德) 등의 무리를 토벌하여 명나라로부터 벼슬을 받기도 하였다. 장군은 의주에 있는 백마산성을 다시 쌓기도 했다. 장군이 가는 곳마다 성을 쌓은 것은 정묘호란에 이은 후금의 재침을 예상했기 때문이다.

장군은 1634년 모함을 받고 파직됐다가 2년 뒤인 1636년 무혐의로 복직됐다. 그로부터 얼마 지나지 않아 병자호란이 일어났다. 백마산성에 웅거한 장군은 청군의 진로를 막고 원병을 청했으나 김자점의 방해로 뜻을 이루지 못했다. 임경업을 피한 청군은 한양으로 돌입했고 결국 인조는 남한산성에 들어갔고 청군에 포위됐다.

그로부터의 하회(下回)는 모두 아는 바다. 인조는 청 황제에게 굴욕을 당했고 나라는 결딴났다. 제대로 싸움 한 번 못 해보고 임금이 무릎을 꿇었다는 소식을 접한 임경업은 땅을 치며 통곡했다. 병자호란 후 임경업의 삶은 격랑 속으로 빠져들어 간다. 조선을 속국으로 만든 청은 조선군을 동원해 명을 치려 했다.

관광객들이 성안에 있는 주민들의 초가집을 살펴보고 있다.

이로 인해 친명파였던 임경업은 명과 싸우기 위해 출전하면서도 이것이 자신의 본심이 아님을 명에 알리는 전략을 구사해야 했다. 1640년 안주목사로 있을 때 청나라의 명령으로 가도에 주둔한 명군을 치기 위해 출병했지만 명과 내통해 선봉장을 피하고 청 장수 심세괴를 선봉장에 서게 했다. 싸움 도중 섬세괴는 전사한다.

이런 일이 반복되다 가도에 주둔하던 명 지휘관 홍승주가 청에 투항하면서 임경업의 내통사실이 청에 알려졌다. 임경업은 체포돼 청으로 압송될 뻔했으나 황해도 금교역(金郊驛)에서 탈출했다. 청 태종은 전국에 반청 세력 소탕령을 내린다.

임경업은 1643년 명으로 망명을 시도했지만 청군에 붙잡혔다. 이번에도 임경업은 탈출해 승려 행색으로 명으로 건너갔다. 1643년의 일이다. 명은 임경업에게 부총병의 직위를 하사하고 청 공격에 나섰다. 그런 중 청군이 북경을 함락하고 청 태종이 산해관(山海關)에 입성하자 명군 총병 황룡은 겁을 먹고 달아났다.

명군을 이끌던 임경업은 석성에 주둔하며 저항했지만 명 숭정제가 자금성 뒤 경산(景山)에서 목을 매 자결했다는 소식이 들리자 명군은 지리멸렬 흩어졌다. 결국 임경업은 청군에 체포돼 북경으로 압송됐다. 청 태종은 임경업을 자신의 부하로 삼기 위해 설득을 시도했지만 임경업은 끝내 이를 거부해 심양으로 압송됐다.

그 시기 조선에서는 좌의정 심기원 모반사건이 일어났다. 김자점 등 간신들은 임경업이 심기원 모반사건에 연루했다며 사실을 조작했고 이에 인조는 청 순치제에게 임경업의 환국을 요청했다. 순치제가 이를 수용해 임경업은 조선으로 귀국했지만, 1646년 6월 17일 열린 친국 과정에서 무죄가 밝혀졌다.

간신 김자점이 임금의 명령도 없이 장살시켜

임경업 장군의 충주 충렬사는 박정희 대통령이 복원했다. 1978년 11월 박 대통령이 기념식수를 했다는 표지.

하지만 임경업을 시기하던 김자점은 “임경업이 나라를 배신하고 남의 나라에 들어가 국법을 위반했다”며 형리를 시켜 그를 장살(杖殺)했다. 임경업 사후 김자점도 몰락했지만 복권은 늦어졌다. 북벌을 주장하던 송시열, 윤휴 등이 집권했지만 청의 눈치를 보느라 복권이 된 것은 숙종 때인 1697년에야 이뤄졌다.

임경업은 천하의 간신 김자점에 의해 목숨을 잃기 전 이렇게 외쳤다고 한다. “천하의 일이 아직도 끝나지 않았는데 나를 죽이는 것은 큰일을 그르치는 것이 아니냐.” 이때 그의 나이 53세였다. 이 소식을 들은 인조는 “그대여, 나는 죽이려 하지 않았는데 어찌 갑자기 세상을 떠났느냐?”라고 탄식했으니 참으로 못난 왕이다.

여기서 흥미로운 대목이 김자점의 죽음이다. 김자점은 1649년 인조가 죽고 효종이 등극하자 탄핵의 대상이 돼 1650년 영의정에서 파직당하고 강원도 홍천으로 유배됐다. 이에 앙심을 품은 김자점은 청에 밀사를 보내 “조선이 북벌을 꾀한다”고 고했다. 이런 사실이 드러나 김자점은 1651년 전라남도 광양으로 다시 유배됐다.

임경업 장군의 비석(사진 왼쪽)과 부인의 정렬비(오른쪽) 모습.

김자점의 최후는 아들 김익의 역모가 이유였다. 김익이 수어청 군사와 수원 주둔군을 동원해 송시열・송준길을 제거하고 숭선군을 추대하려 했다는 역모가 밝혀진 것이다. 김자점은 거열형(車裂刑)이 아니라 사지를 토막 내고 마지막에 목을 자르는 능지처참에 처해졌는데 이는 그가 심기원을 죽일 때 쓴 방법이었다.

충북 충주시에는 임충민공 충렬사가 있다. 이 충렬사는 1697년 복권된 장군을 모시기 위한 것으로 영조 때인 1726년 세워졌다. 영조는 이듬해 사액(賜額)을 내리고 제사를 모시게 했으며, 정조는 1791년 친히 글을 지어 비석에 새겨 전하게 했다. 이것이 ‘어제달천충렬사비’로 충렬사 앞마당 비각에 보존되고 있다.

우리가 지금 보고 있는 충렬사는 1978년 고 박정희 대통령이 정비한 것이다. 우리 산천을 다니다 보면 많은 위인의 서당이나 사당이 대부분 박 대통령 재임 시절 복원되거나 정비된 것임을 알 수 있다. 경기도 파주에 있는 율곡 이이의 화석정과 자운서원, 충남 예산의 추사 김정희 생가 등이 그 대표적인 사례라 할 수 있다.

부인 이씨도 심양에서 자결

낙안읍성 안에는 임경업 장군을 기리는 비석이 서 있다(왼쪽). 임경업 장군의 기념비를 보존하는 비각(오른쪽).

어제달천충렬사비 옆에는 또 다른 비가 있다. 부인 이씨에게 내린 정려비다. 임경업이 금교역에서 탈출한 후 청은 그의 아내를 심양으로 끌고 갔다. 이에 부인 이씨는 “우리 주인은 대명(大明)의 충신이요, 나는 그 충신의 아내다. 오랑캐의 옥중에서 욕을 보며 남편의 충절을 욕보일 수가 있는가?”라고 하며 자결했다.

나란히 서 있는 어제달천충렬사비와 정려비 뒤에는 유물전시관이 있다. 많은 귀중한 전시물 가운데 눈길을 끄는 게 두 가지다. 하나는 영조가 내린 현판인데 자세히 보면 낙관 부분이 훼손돼 있다. 전하는 바에 따르면 일제강점기, 일본인들이 조선 사람들의 자존심을 깎아내리기 위해 낙관 부분을 파냈다는 것이다.

두 번째가 임경업 장군이 호신용으로 가지고 있던 추련도(秋蓮刀)다. 길이 101cm, 폭 6cm인 추련도는 보존상태가 훌륭하며 양날에 칠언절구가 있다.

‘시절이여, 때가 오면 다시 오지 않나니(時呼時來否在來) / 한번 나고 죽는 것이 모두 여기 있노라(一生一死都在筵) / 대장부 한평생 나라 위한 마음뿐이니(平生丈夫報國心) / 석자 추련검을 십 년 동안 갈고 닦았노라(三尺秋蓮磨十年)’

여기서 추련은 ‘가을에 피는 연꽃’이라는 뜻이다. 연꽃은 본래 7~8월에 피는데 다른 연꽃이 다 죽고 가을에 피는 연꽃은 대장부의 의연한 기상을 보여주는 것이다. 안타까운 것은 호신용인 추련도와 함께 임경업 장군이 실전에서 사용했던 용천검(龍川劍)이 잘 보존되다 일제시대 때 누군가에 의해 사라졌다는 것이다.

충렬사를 지키는 문화해설사는 “연세가 많은 동네 어른들 중에는 아직도 용천검을 본 분들이 남아 있다”며 “그 귀중한 문화재가 관리를 잘 하지 못해 일본인들 손에 넘어간 것이 아쉽다”고 했다. 기록에 따르면 용천검에도 추련도처럼 칠언절구가 새겨져 있다고 한다. 이 절구는 추련도의 그것보다 훨씬 더 웅혼하고 사내답다.

‘석 자 되는 용천검에 만 권 되는 책이로다(三尺龍泉萬卷書) / 황천이 나를 냈으니 그 뜻이 무엇인가(皇天生我意何如) / 산 동쪽에 재상 나고 산 서쪽에 장수 난다(山東宰相山西將) / 너희가 장부라면 나도 또한 장부로다(彼丈夫兮我丈夫)’⊙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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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갑식의 주유천하 〈2〉 임경업 장군과 순천 낙안읍성

“너희가 장부丈夫라면 나 또한 장부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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