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풍부한 관광인프라 장점
⊙ 바누아투 관광청, “한국 관광객 증가 피부로 느껴”
⊙ 방송 오락 프로그램 소개로 관심 높아져
⊙ ‘번지점프’는 바누아투의 자랑
⊙ 외교부장관, “直航노선 희망”
사진 : 朴興植 한국해양과학기술원 태평양해양연구센터장
⊙ 바누아투 관광청, “한국 관광객 증가 피부로 느껴”
⊙ 방송 오락 프로그램 소개로 관심 높아져
⊙ ‘번지점프’는 바누아투의 자랑
⊙ 외교부장관, “直航노선 희망”
사진 : 朴興植 한국해양과학기술원 태평양해양연구센터장
- 바누아투 수도 포트빌라에 정박해 있는 요트들.
‘행복지수 세계 1위’ 나라로 알려진 바누아투는 ‘관광’이 핵심 산업이다. 2013년 10월 말 방문한 오세아니아(Oceania·大洋洲) 멜라네시아(Melanesia) 지역에 위치한 바누아투(Republic of Vanuatu)의 수도(首都) 포트빌라(Port Vila)는 전 세계에서 찾아온 관광객으로 넘쳤다. 관광객들을 실어 나르기 위한 승합차 택시들이 너무 많아 교통체증이 발생할 정도였다.
솔로몬 제도 남쪽에 위치한 바누아투는 현지어로 ‘우리의 토지’라는 뜻을 가지고 있다. 바누아투의 역사는 짧다. 1980년 영국·프랑스의 공동통치에서 벗어나면서 독립국가 바누아투가 태어났다. 면적은 1만2200km2로 80여 개 이상의 부속도서(島嶼)로 구성되어 있지만, 그 가운데 65개는 무인도이다. 바누아투의 섬들은 남북으로 길게 흩어져 있는데 북쪽은 열대기후이고 남쪽은 아열대기후에 속한다. 수도 포트빌라는 태평양을 둘러보는 세계적 유람선들이 반드시 머무르는 항구 가운데 하나이다. 그만큼 자연경관이 빼어나다.
한국은 1980년 11월 수교를 했다. 약 50여 명의 한국 교민이 살고 있다. 교역 규모는 약 1000만 달러(2011년 기준, 수출 408만 달러/수입 570만 달러) 정도이다. 바누아투는 자동차 등 중화학 공업품을 한국으로부터 수입하고, 한국은 참치, 조개 단추 등을 수입한다.
이름마저 생소했던 바누아투를 찾는 한국 관광객이 최근 급증하고 있다. 바누아투 관광청에 따르면 2013년 10월 현재 260여 명의 한국 관광객이 섬을 찾았다. 2011년에 바누아투를 방문한 한국인은 43명이었다. 최근 한국 관광객의 대부분은 신혼여행이 목적이었다.
불과 몇 년 전까지 다이빙 등 극소수 수상 스포츠 마니아(mania)들에게만 알려졌던 바누아투가 갑작스럽게 관광명소로 인기를 끌기 시작한 것은 2012년 6월 개그맨 김병만이 출연한 SBS <정글의 법칙 바누아투편> 때문이다. 한국 관광객이 꾸준히 늘면서 여행회사들이 한국인들을 위한 관광상품을 개발하고 있다. 나아가 인천공항과 포트빌라공항 사이의 직항로(直航路)까지 논의 중이다.
관광산업이 발전하기 위해서는 기본적인 인프라(infrastructure)가 필요하다. 예를 들어 공항, 항만, 도로, 숙박시설 등이 필요하다. 바누아투는 관광을 위한 교통 기반 시설이 상당히 잘 정비되어 있었다. 뿐만 아니라 상업 활동을 위한 기반도 잘 갖춰져 있었다.
풍부한 관광인프라 장점
기자가 포트빌라를 방문했을 때 가장 놀란 것은 신용카드를 대부분의 상점에서 사용할 수 있다는 점이었다. 태평양 도서국 14개국은 비록 작은 국가지만 자국(自國)의 화폐를 가지고 있다. 한국에서 호주 달러를 마련한 후에 태평양 도서국에 들를 때마다 화폐를 교환하는 것은 번거로울 뿐 아니라, 수수료 때문에 경제적으로도 손해다. 대부분의 남태평양 국가들은 금융, 통신 기반이 부족해 신용카드 사용이 어렵다. 바누아투에서 신용카드 사용이 가능하다는 것은 금융인프라가 어느 정도 안정적으로 작동하고 있다는 증거로 느껴졌다. 관광객들이 돈을 쓸 수 있는 기반은 갖춰져 있는 것으로 보였다.
바누아투는 최근 관광 및 건설 부문에서 크게 성장하고 있다. 특히 관광은 경제성장의 핵심 부문이다. 도소매, 호텔 및 레스토랑, 운송, 통신 등 관광 관련 산업 부문이 전체 GDP(국내총생산, Gross Domestic Product)의 2/3을 차지할 정도이다.
호주 개입으로 정치 안정
주(駐)바누아투 홍종국 명예영사는 바누아투의 관광산업에 대해 구체적으로 설명했다. 홍 명예영사는 1985년부터 바누아투에서 자동차 판매업에 종사해 왔다. 그의 설명이다.
―바누아투의 관광인프라에 대해 설명해 주세요.
“일단 기본은 되어 있어요. 식당, 상점 등에서 카드 사용이 가능해요. 국적항공사(Air Vanuatu)도 있어요. 치안 역시 안정되어 있어요. 군은 400~500명, 경찰은 800여 명 정도예요.
1990년대에 군대가 1300여 명 정도 되었는데 쿠데타 등이 우려되어 경찰보다 적은 수로 줄여버렸어요. 2000년에 내란(內亂) 조짐이 있었는데, 호주와 뉴질랜드에서 군대가 파견되었어요. 호주 등이 적극적으로 나서기 때문에 정치가 안정되어 있어요.”
—관광자원은 어떤 것이 있나요?
“화산이 유명하고, 특히 번지점프가 유명해요. 세계에서 최초로 시작됐죠. 매년 행사가 열리면, 세계 유수의 방송사들이 촬영하러 옵니다. 호주, 뉴질랜드 관광객이 거의 90%를 차지해요.”
—관광 말고 유망한 산업은 없나요?
“최근 목장을 늘려서 소를 키우고 있습니다. 금광도 개발되고 있는데 호주, 영국 등이 참여하고 있죠. 바누아투는 최소한 굶어 죽는 사람은 없어요. 쌀은 수입해야 되지만, 날씨가 좋고 비가 자주 오기 때문에 열대작물은 어디에서나 구할 수 있어요.”
‘번지점프’는 바누아투의 자랑
바누아투 주민들을 만나면 공통적으로 자랑하는 것이 번지점프의 기원이 바누아투라는 것이다. 기회가 되면 번지점프를 보러 가라 이야기를 듣게 된다. 세계에 바누아투를 알리는 데 다리에 줄을 매달고 뛰어내리는 번지점프가 큰 공헌을 했다.
번지점프의 원조는 산토섬 동쪽에 있는 펜트코스트섬이다. 이런 이유에서 번지점프는 펜트코스트 점프라고도 불린다. 그러나 현지인들은 ‘골’(N’gol)이라고 부른다. 펜트코스트섬에 위치한 분랍(Bunlap)이라는 마을에서는 매년 4~6월 사이 토요일에 나뭇가지를 엮어 만든 높이 20~25미터 사이의 망루 위에서 칡 넝쿨로 발목을 감고 청년들이 뛰어내린다. 해당 지역에서 4~6월은 가을이다. 행사는 다음해 농사의 풍요를 기원하는 의미이다. 용맹을 뽐내며 뛰어내리는 주민들을 부족들은 함성으로 응원하며 자연스럽게 마을은 단합을 과시하게 된다.
번지점프에는 유래가 있는데, 옛날에 부족의 한 여인이 남편의 학대를 피해 집을 나와 야자나무에 올라갔는데 남편이 아내를 잡으러 나무 위로 올라가자 아내가 남편을 피해 뛰어내렸다. 이에 남편 역시 뒤따라 뛰어내려서 죽었다. 여기서 반전이 일어나는데 아내는 기적적으로 나무줄기에 걸려서 살아났다는 것이다.
“한국 관광객 증가 피부로 느껴”
번지점프 전설은 바누아투에 대한 호기심을 증가시킨다. 바누아투 정부는 자연자원과 흥미로운 스토리텔링을 통해 관광산업 활성화에 힘쓰고 있다. 린다 칼포이(Linda Kalpoi) 관광청 총괄 과장(General Manager)은 “한국 관광객 유치를 위해 적극 나서고 있다”며 다음과 같이 말했다.
“한국 예능(藝能)프로그램에서 바누아투를 다룬 이후 관광객이 늘어나고 있다는 것을 피부로 느끼고 있습니다. 올해(2013년) 260여 명의 한국 관광객이 다녀갔습니다. 관광 목적은 아직까지 정확히 파악되지 않았지만 아마도 허니문(신혼) 여행과 사업관광이 주를 이르는 것 같습니다. 한국인 관광객이 늘어나면서 한국에 대한 관심이 늘어나고 있어요. 저 역시 여러 번 한국을 찾았습니다. 한국에서 열리는 미스아시아(Miss Asia) 대회 역시 참석할 예정이에요. 한국에서 바누아투 정부 인사들을 초청하는 프로그램을 운영 중인데 매우 긍정적이에요. 2012년 여수엑스포에서 바누아투를 홍보했던 것이 가장 기억에 남습니다. 바누아투 국민들은 친절한 것으로 유명해요. 세계적으로 접근성이 좋은(가장 구경하기 쉬운) 활화산 역시 유명해요. 또한 번지점프의 유래인 펜트코스트 역시 문화·관광적으로 중요한 자원입니다. 이런 관광자원을 한국 관광객들에게 보여주고 싶습니다. 한국 관광객 유치를 위해 직항노선 확보가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또 한국 관광업계가 보다 적극적으로 바누아투에 관심을 가져주기를 바랍니다.”
호주가 최대 원조제공국
야간에 바누아투의 술집을 찾으면 호주, 뉴질랜드 관광객이 대부분이다. 지리적으로 가까운 것이 큰 영향을 미치는 듯했다. 바누아투 정치, 경제는 호주와 긴밀하게 연결되어 있다.
호주는 바누아투의 최대 원조제공국이다. 2003년 3월 호주 정부는 바누아투 개발 지원을 위해 호주-바누아투 합동개발전략(Australian-Vanuatu Joint Development Strategy)에 합의하고 이를 바탕으로 원조를 제공하고 있다.
홍종국 명예영사는 호주와 바누아투의 관계에 대해 다음과 같이 설명했다.
“호주가 바누아투 재정의 30~40%를 도와주고 있어요. 학교 교과서는 호주에서 필기도구는 뉴질랜드에서 가져다 쓰고 있어요. 바누아투 국민 가운데 봉급생활자는 2%가 되지 않아요. 나머지 사람들은 소득이 없어요. 호주의 원조가 없으면 대부분의 국민은 교육을 받지 못할 거예요.
바누아투의 평균수명은 매우 낮아요. 40세 정도 되는데, 아마 이해가 되지 않을 거예요. 공기 좋고 물 맑은 좋은 자연환경에서 사는데 평균수명이 낮다는 것이 이해가 되지 않겠죠. 이유는 ‘물’ 때문이에요. 제대로 정수된 물을 먹지 못해서 수명이 낮아요. 그래서 유럽국가에서 물통을 보내주고 있어요. 여기 사람들은 주로 빗물을 먹는데, 물통에 담아서 먹으라는 것이죠. 일본, 중국, 미국 등이 원조를 많이 하고 있어요.
일본은 특히 말라리아 퇴치를 위한 지원을 많이 하죠. 한국은 바누아투 정부와 원조 협상이 마무리되지 않아서 지원을 하지 못하고 있죠. 바누아투는 의료지원이 시급합니다. 대학이 없어서 의사, 변호사, 회계사 등은 모두 외국에서 배운 사람들입니다. 의사의 경우 파견국에서 월급을 받으면서 바누아투에서 근무하는데 X-레이밖에 없기 때문에 진료에 한계가 있어요. 최근 일본이 1800만 달러 규모의 병원을 지어줄 계획입니다. 건물만 지어주고 내부 의료기계까지는 지원하지 않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바누아투는 미국의 지원도 받고 있다. 태평양 도서국가 가운데 유일하게 미국 정부로부터 지원대상국으로 선정됐다. 10억 달러 자금으로 운용되는 밀레니엄 챌린지 재단(Millennium Challenge Corporation)의 지원대상국가가 된 것이다. 이에 따라 2006년 3월 2일 바누아투와 밀레니엄재단은 8개 섬의 인프라 건설을 위해 5년간 약 6600만 달러를 지원하는 인프라 개발 사업에 합의했다.
이러한 지원을 바탕으로 바누아투 정부는 관광산업 육성정책을 통해 호텔, 리조트, 공항 확장 등 관광인프라 확충에 힘쓰고 있다.
거짓말을 모르는 국민성
포트빌라 주민들은 관광객이 많아서인지 대체로 외국인들에게 친절했다. 바누아투 국민성은 어떠할까. 30년 가까이 바누아투에서 살아온 홍종국 명예영사가 느끼는 지역주민들의 성품은 이렇다.
“거짓말을 할 줄 몰라요. 예를 들어 주인이 세금을 적게 내려고 종업원들에게 (공무원이 물으면) 수익이 얼마 없다고 이야기하라고 해도, 이를 듣지 않아요. 공무원이 와서 물으면 모두 이야기해 버리는 것이죠. 여기서는 세금을 거짓 없이 100% 모두 다 내요. 또 영국식으로 수표를 사용할 수도 있어요.”
이렇듯 순박한 바누아투인(人)들과 천연의 자연환경 속에서 휴가를 보내는 것은 상상만 해도 즐거운 일이다. 호주 등 주변 국가에서 휴가를 보내기 위해 바누아투를 찾는 이유이다.
특히 최근에는 바누아투에서 결혼과 신혼여행을 동시에 해결하는 부부들이 늘고 있다고 한다. 바누아투는 결혼식이 가능한 리조트를 세우는 등 신혼부부들 유치에 힘쓰고 있다. 바누아투 정부의 이런 노력이 새로운 허니문 여행지를 찾고 있는 한국의 신혼부부들에게 얼마나 매력적으로 다가갈지 지켜볼 일이다.⊙
[인터뷰] 에드워드 나타페이 바누아투 외교부장관
“한국–바누아투 직항 개설되면 큰 이득”
바누아투 에드워드 나타페이(Edward Nipake Natapei) 외교부장관(전 총리)은 작년 10월 말 장관 집무실에서 기자를 만나 양국 간 우호 증진 방안에 대해 설명했다. 나타페이 장관은 최근 한국 관광객 증가에 큰 관심을 나타내며 “관광객 유치와 양국 협력 증진을 위해 직항로 개설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현재 한국에서 바누아투 수도 포트빌라공항에 가기 위해서는 호주를 경유해야 가능하다.
―‘바누아투’를 간략하게 소개해 주세요.
“바누아투는 섬들로 이뤄진 군도(群島)입니다. 83개의 섬이 있어요. 106개의 언어가 공존하며 6개의 지방자치단체가 있습니다. 바누아투는 남쪽 끝에서 북쪽까지 약 1000km에 이르죠. 인구는 약 23만명입니다. 기독교가 국가종교입니다. 1900년대 초반 프랑스와 영국이 공동지배하면서 헤브리디스라고 불렸지만 1980년 바누아투 공화국으로 독립했습니다. 바누아투의 발전을 위해 교육, 건강, 경제개발, 정의로운 국정 운영이 필요합니다. 바누아투는 세계에서 행복지수가 가장 높은 나라로 두 번이나 뽑힐 정도로 살기 좋은 곳입니다. 국가지도자로서 더욱 살기 좋은 나라로 만들기 위해 노력 중입니다.”
—한국과의 교류, 협력에 대해 알려주세요.
“한국에 주한바누아투 영사관이 있어요. 여수엑스포를 이용해 무역, 투자, 관광을 홍보했습니다. 한국과 바누아투가 더욱 밀접한 관계를 맺기 위해서는 직항노선이 절실하게 필요합니다. 한국은 기술이 매우 빠르게 발전하고 있습니다. 한국의 경제개발 성과를 매우 높게 평가합니다. 양국의 무역 증진에 관심이 많습니다. 특히 관광, 어업 분야에서 양국의 협력이 기대됩니다.”
—한국 등 동아시아 국가들은 최근 들어 태평양 지역 국가들과의 협력을 위해 노력하고 있습니다. 아시아 국가와의 협력 증진 방안은 무엇인가요.
“개발도상국은 생존을 위해 우방국(友邦國)이 필요합니다. 바누아투의 외교정책은 ‘모든 국가와 우호관계를 맺고, 그 어느 나라와도 적이 되지 않겠다’는 생각을 기본으로 합니다. 서방국가들은 바누아투와 역사적으로 밀접한 관계를 맺고 있어요. 최근 들어 경제적 측면에서 동아시아 국가들과 더 밀접한 관계를 맺으려 노력하고 있습니다. 특히 동아시아 국가들의 경제발전을 향후 국가발전의 모델로 보고 있습니다. 중국의 경우 직간접적으로 바누아투에 많은 투자를 하고 있어요. 건설, 교통 인프라에 많은 투자를 해주었습니다. 뿐만 아니라 중국은 컨벤션센터 건설을 지원해, 많은 국제포럼이 바누아투에서 열릴 수 있도록 도움을 주었습니다.”
—한국과의 경제 협력을 위해 필요한 당면 과제는 무엇인가요.
“기술, 관광, 재생 에너지 분야에서 더욱 협력하기 위해서는 우선 양해각서(MOU)가 필요합니다. 특히 직항 항공편이 절실한데, 이를 위해 바누아투 정부는 공항활주로 연장을 계획하고 있습니다. 인천공항은 동아시아 항공편의 중심(허브공항)으로 한국-바누아투 직항노선이 개설되면 바누아투 발전에 큰 도움이 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어요.”
—바누아투의 관광자원에 대해 설명해 주세요.
“바누아투의 활화산은 세계에서 가장 쉽게 찾아갈 수 있는 꼭 가볼 만한 관광지입니다. 바누아투는 비록 작은 국가지만 다양한 문화가 존재해요. 예를 들어 남부는 ‘춤’을 중심으로 다양한 전통의식이 이뤄지는 반면, 북부 지방의 경우 ‘타악기’를 이용한 음악이 유명합니다. 최근 들어 이를 이용한 관광상품이 개발 중입니다. 바누아투에서 지역 전통 방식으로 결혼식을 올리는 외국인들이 증가하는 추세입니다.”
—바누아투는 과거 식민지 시대의 영향으로 영어와 프랑스어를 공식 언어로 사용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두 개의 언어를 사용하는 데 어려움은 없나요.
“바누아투는 영어와 프랑스어를 공용어로 사용하고 있습니다. 모든 공식문서, 교과서는 두 개의 언어로 만들어집니다. 이러다 보니 재정적으로 부담이 됩니다. 그러나 국제사회에 나가면 두 개의 언어를 사용하는 게 좋은 점도 많습니다. 국제회의나 태평양 연안 국가들과 교류할 때도 유용합니다. 또한 프랑스의 영향으로 좋은 음식문화가 발전한 것도 장점입니다. 바누아투 수출품목 가운데 하나가 소고기인데, 이는 프랑스의 영향 때문이죠. 바누아투 정부는 모든 국민이 두 가지 언어로 소통할 수 있는 방안을 모색 중입니다. 또한 106개 지방언어를 보존하는 데도 관심이 많습니다. 언어는 문화와 깊은 관계를 맺고 있기 때문이죠.”⊙
솔로몬 제도 남쪽에 위치한 바누아투는 현지어로 ‘우리의 토지’라는 뜻을 가지고 있다. 바누아투의 역사는 짧다. 1980년 영국·프랑스의 공동통치에서 벗어나면서 독립국가 바누아투가 태어났다. 면적은 1만2200km2로 80여 개 이상의 부속도서(島嶼)로 구성되어 있지만, 그 가운데 65개는 무인도이다. 바누아투의 섬들은 남북으로 길게 흩어져 있는데 북쪽은 열대기후이고 남쪽은 아열대기후에 속한다. 수도 포트빌라는 태평양을 둘러보는 세계적 유람선들이 반드시 머무르는 항구 가운데 하나이다. 그만큼 자연경관이 빼어나다.
한국은 1980년 11월 수교를 했다. 약 50여 명의 한국 교민이 살고 있다. 교역 규모는 약 1000만 달러(2011년 기준, 수출 408만 달러/수입 570만 달러) 정도이다. 바누아투는 자동차 등 중화학 공업품을 한국으로부터 수입하고, 한국은 참치, 조개 단추 등을 수입한다.
이름마저 생소했던 바누아투를 찾는 한국 관광객이 최근 급증하고 있다. 바누아투 관광청에 따르면 2013년 10월 현재 260여 명의 한국 관광객이 섬을 찾았다. 2011년에 바누아투를 방문한 한국인은 43명이었다. 최근 한국 관광객의 대부분은 신혼여행이 목적이었다.
불과 몇 년 전까지 다이빙 등 극소수 수상 스포츠 마니아(mania)들에게만 알려졌던 바누아투가 갑작스럽게 관광명소로 인기를 끌기 시작한 것은 2012년 6월 개그맨 김병만이 출연한 SBS <정글의 법칙 바누아투편> 때문이다. 한국 관광객이 꾸준히 늘면서 여행회사들이 한국인들을 위한 관광상품을 개발하고 있다. 나아가 인천공항과 포트빌라공항 사이의 직항로(直航路)까지 논의 중이다.
관광산업이 발전하기 위해서는 기본적인 인프라(infrastructure)가 필요하다. 예를 들어 공항, 항만, 도로, 숙박시설 등이 필요하다. 바누아투는 관광을 위한 교통 기반 시설이 상당히 잘 정비되어 있었다. 뿐만 아니라 상업 활동을 위한 기반도 잘 갖춰져 있었다.
풍부한 관광인프라 장점
기자가 포트빌라를 방문했을 때 가장 놀란 것은 신용카드를 대부분의 상점에서 사용할 수 있다는 점이었다. 태평양 도서국 14개국은 비록 작은 국가지만 자국(自國)의 화폐를 가지고 있다. 한국에서 호주 달러를 마련한 후에 태평양 도서국에 들를 때마다 화폐를 교환하는 것은 번거로울 뿐 아니라, 수수료 때문에 경제적으로도 손해다. 대부분의 남태평양 국가들은 금융, 통신 기반이 부족해 신용카드 사용이 어렵다. 바누아투에서 신용카드 사용이 가능하다는 것은 금융인프라가 어느 정도 안정적으로 작동하고 있다는 증거로 느껴졌다. 관광객들이 돈을 쓸 수 있는 기반은 갖춰져 있는 것으로 보였다.
바누아투는 최근 관광 및 건설 부문에서 크게 성장하고 있다. 특히 관광은 경제성장의 핵심 부문이다. 도소매, 호텔 및 레스토랑, 운송, 통신 등 관광 관련 산업 부문이 전체 GDP(국내총생산, Gross Domestic Product)의 2/3을 차지할 정도이다.
● 개관 공화제(의원내각제) 국가 바누아투(Republic of Vanuatu)의 국가원수(대통령)는 의회의 대통령 선거인단에 의해 임기 5년으로 선출된다. 단원제(52명, 4년 임기)로 실질적인 국정운영은 총리가 맡고 있다. 면적은 1만2200km2이며 80여 개 이상의 부속 섬과 65개의 무인도로 구성되어 있다. 인구는 약 23만명이다. 수도는 포트빌라(Port Villa)이며 바누아투(Ni-Vanuatu)인(94%), 유럽인(4%)으로 구성되어 있다. 언어는 피진어(23.1%)가 공용어로 사용되지만, 각 지역별로 100여 개 이상의 토속언어(70.6%)가 존재한다. 영어(1.9%), 불어(2%)는 행정 등 공식적인 문서에서 사용된다. 종교는 기독교(82.5%)가 주류이며, 기타 토속신앙(17.5%)도 존재한다. ● 국기 
바누아투 국기는 1980년 2월 13일 제정되었다. 빨간색, 초록색, 검은색, 노란색은 바누아투의 독립에 기여한 정당의 당기의 바탕색이다. 빨강은 화합을, 초록은 국토의 풍요를, 검정은 바누아투 국민을, 노란색 Y자는 태평양의 섬들을 밝게 비추는 복음의 빛을 의미한다.검은색 삼각형 안에 노란색 멧돼지의 송곳니가 있고 그 안에는 양치식물 잎이 그려져 있다. 멧돼지 송곳니는 번영을 두 개의 양치식물 잎은 평화를 상징한다. ● 국장(國章) 
1980년에 제정된 국장에는 창을 든 멜라네시아 전사가 그려져 있다. 전사 뒤쪽에는 멧돼지 송곳니와 두 개의 양치식물이 새겨져 있다. 국장 아래쪽에 있는 금색 리본에는 바누아투의 국가 슬로건인 ‘우리는 하느님과 같이 존재한다’는 문구가 쓰여 있다. |
호주 개입으로 정치 안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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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주바누아투 홍종국 명예영사. |
―바누아투의 관광인프라에 대해 설명해 주세요.
“일단 기본은 되어 있어요. 식당, 상점 등에서 카드 사용이 가능해요. 국적항공사(Air Vanuatu)도 있어요. 치안 역시 안정되어 있어요. 군은 400~500명, 경찰은 800여 명 정도예요.
1990년대에 군대가 1300여 명 정도 되었는데 쿠데타 등이 우려되어 경찰보다 적은 수로 줄여버렸어요. 2000년에 내란(內亂) 조짐이 있었는데, 호주와 뉴질랜드에서 군대가 파견되었어요. 호주 등이 적극적으로 나서기 때문에 정치가 안정되어 있어요.”
—관광자원은 어떤 것이 있나요?
“화산이 유명하고, 특히 번지점프가 유명해요. 세계에서 최초로 시작됐죠. 매년 행사가 열리면, 세계 유수의 방송사들이 촬영하러 옵니다. 호주, 뉴질랜드 관광객이 거의 90%를 차지해요.”
—관광 말고 유망한 산업은 없나요?
“최근 목장을 늘려서 소를 키우고 있습니다. 금광도 개발되고 있는데 호주, 영국 등이 참여하고 있죠. 바누아투는 최소한 굶어 죽는 사람은 없어요. 쌀은 수입해야 되지만, 날씨가 좋고 비가 자주 오기 때문에 열대작물은 어디에서나 구할 수 있어요.”
● 야수르 화산(Yasur Volcano) : 탄나(Tanna)섬 남동쪽에 위치한 야수르 화산은 높이 361m로 세계에서 가장 접근성이 뛰어난 활화산(活火山)으로 알려져 있다. ‘야수르’는 불의 신이라는 뜻을 가지고 있다. 화산은 언제 폭발할지 몰라 보통 접근이 힘들다. 반면 야수르 화산은 분화구 근처까지 가서 올라오는 화산재를 직접 관찰할 수 있다. 특히 야간에 시뻘게진 불타오르는 화산재를 바라보는 코스가 유명하다. ● 번지점프 : 현지인들이 ‘골’(N’gol)로 부르는 번지점프는 바누아투에서 시작됐다. 산토섬 동쪽의 펜트코스트(Pentcost)섬에서 4~6월 사이 매주 토요일에 원주민들이 칡 넝쿨을 다리에 묶고 망루 위에서 뛰어내린다. 망루의 높이는 20~30미터이다.
● 낚시 : 스포츠 낚시가 특히 인기가 높다. 4~8시간 동안 요트를 타고 바다로 나가 참치 등을 잡는다. 에스피리투 산토섬 등 주요 관광지에서 낚시 관광을 주선하는 광고전단을 쉽게 찾을 수 있다. 기념으로 어린아이 키만 한 참치를 잡아 사진을 찍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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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번지점프’는 바누아투의 자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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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스쿠버 다이빙 등 해양 스포츠로 유명한 바누아투의 주요 관광시설은 해변에 위치해 있다. 포트빌라 선착장과 리조트 풍경. |
번지점프의 원조는 산토섬 동쪽에 있는 펜트코스트섬이다. 이런 이유에서 번지점프는 펜트코스트 점프라고도 불린다. 그러나 현지인들은 ‘골’(N’gol)이라고 부른다. 펜트코스트섬에 위치한 분랍(Bunlap)이라는 마을에서는 매년 4~6월 사이 토요일에 나뭇가지를 엮어 만든 높이 20~25미터 사이의 망루 위에서 칡 넝쿨로 발목을 감고 청년들이 뛰어내린다. 해당 지역에서 4~6월은 가을이다. 행사는 다음해 농사의 풍요를 기원하는 의미이다. 용맹을 뽐내며 뛰어내리는 주민들을 부족들은 함성으로 응원하며 자연스럽게 마을은 단합을 과시하게 된다.
번지점프에는 유래가 있는데, 옛날에 부족의 한 여인이 남편의 학대를 피해 집을 나와 야자나무에 올라갔는데 남편이 아내를 잡으러 나무 위로 올라가자 아내가 남편을 피해 뛰어내렸다. 이에 남편 역시 뒤따라 뛰어내려서 죽었다. 여기서 반전이 일어나는데 아내는 기적적으로 나무줄기에 걸려서 살아났다는 것이다.
“한국 관광객 증가 피부로 느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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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포트빌라 번화가에 위치한 전통시장. 주로 야채·과일을 판매한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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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린다 칼포이 관광청 총괄 과장. |
| 바누아투 취재의 주요 장면 행복지수가 세계에서 가장 높고, 아름다움에 입이 벌어질 정도인 바누아투 주민들의 평균수명이 40세에 불과하다는 사실은 놀라웠다. 바누아투는 “먹을 것이 널려 있어 굶어 죽는 사람은 없다” 할 만큼 풍부한 자연자원을 가지고 있다. 평균수명이 낮은 이유를 물어보니 정수 시설이 부족하기 때문이었다. 바누아투에서 식수는 주로 빗물을 사용한다. 빗물만 먹어도 건강에 큰 문제가 없는데도, 이를 저장할 시설이 없어 오염된 물을 그냥 마시는 원주민들이 많다. 서방 선진국들은 이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적극적으로 물통 보급에 나서고 있다. 바누아투에 정착한 한국인들은 주로 빗물을 정수해서 먹고 있었다. “물맛이 아주 좋고 건강에도 좋다”는 평가가 주를 이뤘다. 바누아투에 가장 필요한 지원은 식수 개선 사업으로 보였다. 바누아투에는 최고급 리조트들이 건설되어 있다. 서양자본이 주로 투자했다. 허니문 여행은 주로 이런 리조트에서 이뤄진다. 기자는 주요 리조트를 방문하려 했으나, 사생활 보호 등의 이유로 거절당했다. 상당수 한국인 관광객들에게 바누아투는 미지(未知)의 모험이 가득한 관광지로 느껴진다. 그러나 리조트에 묶게 되면 외부와 단절된 최고급 호텔에 계속 머무르게 되기 때문에 모험과는 거리가 있다. 바누아투는 과거 프랑스의 영향을 많이 받아, 프랑스 음식이 유명할 것이라는 선입견이 있었다. 그러나 수도 포트빌라에서 가장 번창하는 요리는 중국식이었다. 남태평양 다른 국가 역시 중식 요리가 큰 인기를 끌고 있었다. 일단 중국인들의 진출이 오래전부터 계속되었고, 중국요리가 서양인들의 입맛에 스며들어갔기 때문으로 보인다. 한국인들은 처음 바누아투에서 자동차 딜러로 정착했다. 남태평양 국가들에서 성공한 한국인들은 주로 자동차 딜러로 활동하고 있다. 보통 현대, 기아차를 판매한다. 자동차 판매뿐만 아니라 정비·보수까지 겸하고 있다. 바누아투 현지에서 한국의 중고 승합차의 인기는 대단했다. 중고차를 선호하는 것은 우선 싸고 기계식이기 때문이다. 기계식은 수리가 쉽다. 아쉬운 것은 현지에서 가장 인기를 끌고 있는 차량은 짐칸에 덮개가 없는 픽업트럭이라는 것이다. 한국기업은 픽업트럭을 거의 생산하지 않는다. 최근 방송 등을 통해 바누아투가 관심을 끌면서 한국 여행사들이 바누아투 관광상품 개발을 고민하고 있다. 현재 직항로가 없기 때문에 전세기 등을 이용해 바누아투 관광의 문을 열 계획이다. 현지 교민들은 이에 대한 고민과 기대를 함께 갖고 있다. “한국 여행사들이 들어오면 가격을 너무 깎아서 시장이 혼란해진다”는 우려와, “여행 가이드 등 새로운 일자리가 늘어날 것”이라는 기대가 함께 있다. 바누아투의 물가는 결코 싸지 않다. 기자가 숙박비, 식비 등을 통해 느끼기에 호주와 바누아투의 물가는 큰 차이가 없었다. 이런 현실에서 관광객 유치를 위해 저가(低價) 관광상품이 만들어진다면 여행의 질이 크게 떨어질 것으로 우려됐다. |
호주가 최대 원조제공국
야간에 바누아투의 술집을 찾으면 호주, 뉴질랜드 관광객이 대부분이다. 지리적으로 가까운 것이 큰 영향을 미치는 듯했다. 바누아투 정치, 경제는 호주와 긴밀하게 연결되어 있다.
호주는 바누아투의 최대 원조제공국이다. 2003년 3월 호주 정부는 바누아투 개발 지원을 위해 호주-바누아투 합동개발전략(Australian-Vanuatu Joint Development Strategy)에 합의하고 이를 바탕으로 원조를 제공하고 있다.
홍종국 명예영사는 호주와 바누아투의 관계에 대해 다음과 같이 설명했다.
“호주가 바누아투 재정의 30~40%를 도와주고 있어요. 학교 교과서는 호주에서 필기도구는 뉴질랜드에서 가져다 쓰고 있어요. 바누아투 국민 가운데 봉급생활자는 2%가 되지 않아요. 나머지 사람들은 소득이 없어요. 호주의 원조가 없으면 대부분의 국민은 교육을 받지 못할 거예요.
바누아투의 평균수명은 매우 낮아요. 40세 정도 되는데, 아마 이해가 되지 않을 거예요. 공기 좋고 물 맑은 좋은 자연환경에서 사는데 평균수명이 낮다는 것이 이해가 되지 않겠죠. 이유는 ‘물’ 때문이에요. 제대로 정수된 물을 먹지 못해서 수명이 낮아요. 그래서 유럽국가에서 물통을 보내주고 있어요. 여기 사람들은 주로 빗물을 먹는데, 물통에 담아서 먹으라는 것이죠. 일본, 중국, 미국 등이 원조를 많이 하고 있어요.
일본은 특히 말라리아 퇴치를 위한 지원을 많이 하죠. 한국은 바누아투 정부와 원조 협상이 마무리되지 않아서 지원을 하지 못하고 있죠. 바누아투는 의료지원이 시급합니다. 대학이 없어서 의사, 변호사, 회계사 등은 모두 외국에서 배운 사람들입니다. 의사의 경우 파견국에서 월급을 받으면서 바누아투에서 근무하는데 X-레이밖에 없기 때문에 진료에 한계가 있어요. 최근 일본이 1800만 달러 규모의 병원을 지어줄 계획입니다. 건물만 지어주고 내부 의료기계까지는 지원하지 않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바누아투는 미국의 지원도 받고 있다. 태평양 도서국가 가운데 유일하게 미국 정부로부터 지원대상국으로 선정됐다. 10억 달러 자금으로 운용되는 밀레니엄 챌린지 재단(Millennium Challenge Corporation)의 지원대상국가가 된 것이다. 이에 따라 2006년 3월 2일 바누아투와 밀레니엄재단은 8개 섬의 인프라 건설을 위해 5년간 약 6600만 달러를 지원하는 인프라 개발 사업에 합의했다.
이러한 지원을 바탕으로 바누아투 정부는 관광산업 육성정책을 통해 호텔, 리조트, 공항 확장 등 관광인프라 확충에 힘쓰고 있다.
1606년 스페인 탐험선이 바누아투를 발견하면서 서양인들에게 최초로 알려졌다. 영국 탐험가 존 쿡(John Cook)이 뉴헤브리디스(New Hebrides)로 이름 붙였으며, 1980년 독립할 때까지 뉴헤브리디스로 불렸다. 본격적으로 유럽인들이 이주하기 시작한 것은 18세기 후반이었다. 특히 19세기 초부터 프랑스와 영국인 선교사, 상인, 농장주, 벌목업자들이 대거 바누아투로 몰려들었다. 그 결과 19세기 초 바누아투의 인구는 100만명이 넘었다. 현재 바누아투 인구는 23만명으로 추산된다. 급속한 인구 감소에는 가슴 아픈 사연이 있다. 우선 유럽인들이 들어오면서 독감·천연두·홍역 같은 유행병을 전파시켰다. 면역력이 없었던 원주민들의 피해가 컸다. 또 호주의 노예무역도 중요한 이유이다. 면화, 사탕수수 생산을 위한 노동력 확보를 위해 원주민들을 잡아다가 노예로 팔아넘기는 일이 비일비재했다. 1863년 이후 40년 동안 호주로 잡혀 들어간 노예가 매년 1500명에 달한다. 원주민 학살에는 산림자원도 중요한 역할을 했다. 백단(白檀)이라고 불리는 샌들우드(Sandalwood)를 노리는 유럽상인이 많았다. 유럽상인들은 중국에 샌들우드를 팔기 위해 바누아투에 상륙해 원주민들을 학살하고 마구잡이로 벌목했다. 1887년 영·불합동해양위원회가 발족되어 바누아투를 통치하기 시작했고, 1906년에 영·불공동통치령으로 지정되었다. 영국과 프랑스가 함께 나선 것은 독일 때문이다. 20세기 중반 독일이 남태평양 진출을 노리자, 이를 저지하기 위해 양국은 손을 잡았다. 1906년 10월 20일 런던에서 영국과 프랑스는 뉴헤브리디스를 공동통치하기로 조약을 맺었다. 특이한 점은 모든 행정제도가 영국, 프랑스 두 국가의 방식을 병존하기로 한 것이다. 아직까지 프랑스, 영국 학교가 존재하고, 식민통치 기간에는 영국여왕 사진과 프랑스 대통령 사진이 함께 걸려 있을 정도였다. 1960년 본격적인 독립운동이 시작됐으며, 그 결과 1980년 7월 영국과 프랑스로부터 독립을 쟁취해, 현재 영연방 국가가 되었다. 홍콩(香港)의 한자를 풀이하면 ‘향기나는 항구’이다. 여기서 향기는 백단나무에서 연유한다. 중국인들에게 백단나무는 오래전부터 친숙했다. 향기나는 기름을 품은 백단은 중국, 인도, 동남아시아의 사원이나 절에서 많이 사용되었다. 백단으로 불리는 샌들우드는 바누아투 역사에 큰 영향을 끼쳤다. 백단은 중국에서 자라지 않는다. 샌들우드는 주로 사바나 기후에서 잘 자란다. 그런 이유에서 이미 6세기부터 아랍과 페르시아 상인들은 인도 등에서 샌들우드를 수입해 중국에 팔았다. 19세기 초부터 바누아투 남쪽 작은 섬 에로망고에서 호주 시드니로 샌들우드를 수출했다. 중국인들이 선호하는 샌들우드를 벌목하기 위해 유럽상인들과 선원들은 원주민들을 학살했다. 유럽인들은 바누아투의 거의 모든 샌들우드를 벌목했다. 그 결과 현재 바누아투에서 샌들우드는 찾기 어렵다. |
거짓말을 모르는 국민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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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통시장에서 과일을 먹고 있는 바누아투 어린이. |
“거짓말을 할 줄 몰라요. 예를 들어 주인이 세금을 적게 내려고 종업원들에게 (공무원이 물으면) 수익이 얼마 없다고 이야기하라고 해도, 이를 듣지 않아요. 공무원이 와서 물으면 모두 이야기해 버리는 것이죠. 여기서는 세금을 거짓 없이 100% 모두 다 내요. 또 영국식으로 수표를 사용할 수도 있어요.”
이렇듯 순박한 바누아투인(人)들과 천연의 자연환경 속에서 휴가를 보내는 것은 상상만 해도 즐거운 일이다. 호주 등 주변 국가에서 휴가를 보내기 위해 바누아투를 찾는 이유이다.
특히 최근에는 바누아투에서 결혼과 신혼여행을 동시에 해결하는 부부들이 늘고 있다고 한다. 바누아투는 결혼식이 가능한 리조트를 세우는 등 신혼부부들 유치에 힘쓰고 있다. 바누아투 정부의 이런 노력이 새로운 허니문 여행지를 찾고 있는 한국의 신혼부부들에게 얼마나 매력적으로 다가갈지 지켜볼 일이다.⊙
[인터뷰] 에드워드 나타페이 바누아투 외교부장관
“한국–바누아투 직항 개설되면 큰 이득”
바누아투 에드워드 나타페이(Edward Nipake Natapei) 외교부장관(전 총리)은 작년 10월 말 장관 집무실에서 기자를 만나 양국 간 우호 증진 방안에 대해 설명했다. 나타페이 장관은 최근 한국 관광객 증가에 큰 관심을 나타내며 “관광객 유치와 양국 협력 증진을 위해 직항로 개설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현재 한국에서 바누아투 수도 포트빌라공항에 가기 위해서는 호주를 경유해야 가능하다.
―‘바누아투’를 간략하게 소개해 주세요.
“바누아투는 섬들로 이뤄진 군도(群島)입니다. 83개의 섬이 있어요. 106개의 언어가 공존하며 6개의 지방자치단체가 있습니다. 바누아투는 남쪽 끝에서 북쪽까지 약 1000km에 이르죠. 인구는 약 23만명입니다. 기독교가 국가종교입니다. 1900년대 초반 프랑스와 영국이 공동지배하면서 헤브리디스라고 불렸지만 1980년 바누아투 공화국으로 독립했습니다. 바누아투의 발전을 위해 교육, 건강, 경제개발, 정의로운 국정 운영이 필요합니다. 바누아투는 세계에서 행복지수가 가장 높은 나라로 두 번이나 뽑힐 정도로 살기 좋은 곳입니다. 국가지도자로서 더욱 살기 좋은 나라로 만들기 위해 노력 중입니다.”
—한국과의 교류, 협력에 대해 알려주세요.
“한국에 주한바누아투 영사관이 있어요. 여수엑스포를 이용해 무역, 투자, 관광을 홍보했습니다. 한국과 바누아투가 더욱 밀접한 관계를 맺기 위해서는 직항노선이 절실하게 필요합니다. 한국은 기술이 매우 빠르게 발전하고 있습니다. 한국의 경제개발 성과를 매우 높게 평가합니다. 양국의 무역 증진에 관심이 많습니다. 특히 관광, 어업 분야에서 양국의 협력이 기대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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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외교부 건물 전경. |
“개발도상국은 생존을 위해 우방국(友邦國)이 필요합니다. 바누아투의 외교정책은 ‘모든 국가와 우호관계를 맺고, 그 어느 나라와도 적이 되지 않겠다’는 생각을 기본으로 합니다. 서방국가들은 바누아투와 역사적으로 밀접한 관계를 맺고 있어요. 최근 들어 경제적 측면에서 동아시아 국가들과 더 밀접한 관계를 맺으려 노력하고 있습니다. 특히 동아시아 국가들의 경제발전을 향후 국가발전의 모델로 보고 있습니다. 중국의 경우 직간접적으로 바누아투에 많은 투자를 하고 있어요. 건설, 교통 인프라에 많은 투자를 해주었습니다. 뿐만 아니라 중국은 컨벤션센터 건설을 지원해, 많은 국제포럼이 바누아투에서 열릴 수 있도록 도움을 주었습니다.”
—한국과의 경제 협력을 위해 필요한 당면 과제는 무엇인가요.
“기술, 관광, 재생 에너지 분야에서 더욱 협력하기 위해서는 우선 양해각서(MOU)가 필요합니다. 특히 직항 항공편이 절실한데, 이를 위해 바누아투 정부는 공항활주로 연장을 계획하고 있습니다. 인천공항은 동아시아 항공편의 중심(허브공항)으로 한국-바누아투 직항노선이 개설되면 바누아투 발전에 큰 도움이 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어요.”
—바누아투의 관광자원에 대해 설명해 주세요.
“바누아투의 활화산은 세계에서 가장 쉽게 찾아갈 수 있는 꼭 가볼 만한 관광지입니다. 바누아투는 비록 작은 국가지만 다양한 문화가 존재해요. 예를 들어 남부는 ‘춤’을 중심으로 다양한 전통의식이 이뤄지는 반면, 북부 지방의 경우 ‘타악기’를 이용한 음악이 유명합니다. 최근 들어 이를 이용한 관광상품이 개발 중입니다. 바누아투에서 지역 전통 방식으로 결혼식을 올리는 외국인들이 증가하는 추세입니다.”
—바누아투는 과거 식민지 시대의 영향으로 영어와 프랑스어를 공식 언어로 사용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두 개의 언어를 사용하는 데 어려움은 없나요.
“바누아투는 영어와 프랑스어를 공용어로 사용하고 있습니다. 모든 공식문서, 교과서는 두 개의 언어로 만들어집니다. 이러다 보니 재정적으로 부담이 됩니다. 그러나 국제사회에 나가면 두 개의 언어를 사용하는 게 좋은 점도 많습니다. 국제회의나 태평양 연안 국가들과 교류할 때도 유용합니다. 또한 프랑스의 영향으로 좋은 음식문화가 발전한 것도 장점입니다. 바누아투 수출품목 가운데 하나가 소고기인데, 이는 프랑스의 영향 때문이죠. 바누아투 정부는 모든 국민이 두 가지 언어로 소통할 수 있는 방안을 모색 중입니다. 또한 106개 지방언어를 보존하는 데도 관심이 많습니다. 언어는 문화와 깊은 관계를 맺고 있기 때문이죠.”⊙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