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선거일이 확정되자 미군정부는 「국회의원선거법」을 공포하고, 기존의 중앙선거준비위원회를 국회선거위원회로 바꾸어 선거관리업무를 맡겼다.
「국회의원선거법」에서 논란이 된 것은 「입법의원선거법」에 있던 월남이북인들을 위한 특별선거구제를 없앤 것이었다.
서울 종로구에서 입후보하려던 한민당 위원장 김성수(金性洙)는 월남인들의 대표격인 조민당 부위원장 이윤영(李允榮)에게 선거구를 양보했다.
총선거를 앞두고 미군정부는 3월 22일에 전 일본인 소유농지〔귀속농지〕를 소작농가에 불하하여 농민들의 환영을 받았다. 그러나 이승만은 그것은 새로이 수립될 한국정부가 할 일이라면서 반대했다.
이승만은 올리버에게 아이젠하워나 맥아더 같은 군사고문과 일급의 금융정책 고문 후보를 물색해 보라고 지시했다.
남북협상에 대한 미군정부의 태도는 냉소적인 것이었다.
김일성과 김두봉의 모멸스러운 회신을 받은 김구와 김규식은 당혹했다. 두 사람은 특사를 평양에 보내어 북한쪽의 진의를 알아 오게 했다.
남북연석회의는 소련의 대북한정책 담당자인 슈티코프와 레베데프가 주동했다. 이들의 가장 큰 관심사는 김구를 평양으로 오게 하는 일이었다.
1. 選擧日 6週 앞두고 歸屬農地 불하
이 나라에 처음으로 민주공화국을 수립하게 되는 역사적인 5·10선거를 위한 본격적인 준비작업은 1948년 3월초부터 시작되었다. 선거일이 확정되자 미군정부는 1947년 11월 18일에 조직한 중앙선거준비위원회를 국회선거위원회로 이름을 바꾸고 공식적인 선거관리 임무를 맡겼다.
미군정부는 3월 17일에 「국회의원선거법」(법령 제175호)과 「선거구역표」(부록 제1호)를 확정 발표했는데,1) 그것은 1947년 9월 3일에 공포한 「남조선입법의원선거법」(과도정부법률 제5호)을 유엔한국임시위원단의 개정 제의를 받아들여 개정한 것이었다.2)
李承晩의 “投票者에게 勸告”
이승만도 본격적인 선거계몽 캠페인을 시작했다. 그는 3월 10일에 새로 결성된 민족대표단 명의로 유엔위원단에 건의서를 보낸 데 이어 “투표자에게 권고”라는 담화문을 발표했다. 그는 이 담화문에서 이번 선거는 독립을 주장하는 대다수 민중과 독립을 방해하는 공산분자와의 결전이라고 다음과 같이 강조했다.
“우리가 독립을 주장하는 것은 우리의 잃었던 국권과 강토를 회복하여 가지고 삼천만이 다 자유로 살자는 목적일 뿐이다. 우리가 공산주의자들과 싸우는 것은 (그들은) 타국을 저희 조국이라 하여 우리 독립 목적을 방해하는 까닭이니, 누구를 막론하고 우리 독립을 방해하는 분자들과는 싸우지 않을 수 없을 것이다. …
민족진영에서 어떤 개인이나 어떤 단체가 승리할까가 우리의 문제가 아니요, 오직 독립주의와 독립반대주의와 또 이것도 저것도 아니고 기회만 엿보는 중간주의, 이 세가지 중에서 어떤 주의가 성공해야 될 것인가를 생각해서 투표해야 할 것이며, 민족과 국가를 위하여 분투할 가장 양심적이고 건설적인 애국인사만을 선택하여야 될 것이다. …”
그러면서 이승만은 ‘총선거에 대한 주의건’이라고 하여 정당과 사회단체를 초월하여 인격 본위로 선택할 것 등 15개항에 이르는 구체적인 주의 사항을 당부했다. 개중에는 “정치운동에 시비와 쟁론이 없지 못할 터이나, 주의와 사실로는 다툴지언정 개인의 신분이나 단체의 결점을 발표하여 피차의 감정을 양성하는 것은 우리 예의적 민족의 위신을 손실함이니 피차에 양보하며 포용해서 민족단결을 추진할 것”이라는 노파심 어린 항목도 있었다.3)
또한 이날 대동청년단, 독촉국민회청년단, 대한노총, 서북청년회, 전국학련 등 14개 청년단체도 자유분위기 보장과 선거 참여를 촉구하는 공동성명을 발표했다.4)
제2차 미소공위에 참가하는 문제로 소원해졌던 이승만과 한국민주당의 관계도 총선거라는 국가적인 행사를 앞두고 복원되었다. 3월 10일 오후 5시에 이화장을 방문한 한민당 위원장 김성수(金性洙)는 총선거 문제를 중심으로 한시간 반 동안 요담한 데 이어, 이튿날 오전에도 다시 이화장을 방문하여 장시간 요담했다.5)
총선거와 관련한 자유분위기 보장 문제는 유엔위원단이 특별히 관심을 갖는 사안이었다. 미군정부는 3월 12일에 중앙청 입법의원 회의실에서 전국 도지사 및 관구경찰청장 연석회의를 열고 언론, 출판, 집회의 자유 보장과 투표참여 독려에 대한 훈시를 들었다. 이날 회의에는 딘(William F. Dean) 군정장관을 비롯한 과도정부의 각 부처장도 참석했는데, 자유분위기 보장 문제와 관련하여 장시간 토의가 진행되었다.6)
越南以北人을 위한 特別선거구는 없애기로
「국회의원선거법」이 「입법의원선거법」과 가장 크게 달라진 것은 특별선거구 규정이 삭제된 것이었다. 「입법의원선거법」은 본적이 이북인 남한거주자들을 대표한다는 명분으로 특별선거구를 설치하기로 규정되어 있었다. 이 규정에 따르면, 이북에서 월남한 사람으로서 본적지 선거를 희망하는 사람을 위하여 남한 전 지역을 선거구로 한 한개의 특별선거구를 설치할 수 있었다. 그리하여 총의석 수 266석 가운데 36석을 이들에게 할당한다는 것이었다. 미군정부는 선거의 복잡성과 비현실성을 들어 특별선거구 설치에 반대했으나 과도입법의원은 월남인의 대표가 실질적으로 확보되어야 한다는 명분을 내세워 관철시켰다. 그러나 이러한 특별선거구제에 따르면 월남한 사람은 지역구와 특별선거구에서 두번 투표하는 셈이므로 보통선거법에 어긋날 뿐만 아니라 1947년 11월 14일의 유엔총회결의문에 채택된 “각 투표지역의 대표수는 인구에 비례해야 한다”라는 규정에 배치되는 것이었다. 그리하여 특별선거구제 규정은 「국회의원선거법」에서 삭제되었다.
그러나 북한 출신 인사들은 특별선거구 설치를 강력히 요구했다. 재남한이북인대회 준비위원회는 3월 16일에 특별선거구 설치를 요구하는 다음과 같은 건의서를 유엔위원단에 제출했다.
“특별선거구가 없이 소선거구제로 선거를 한다면 월남이주민 460만의 대표는 한 사람도 선출 못될 것인즉, 5분지 1 주민의 투표는 사표가 될 것이다. 그리고 이대로 실시된다면 남한단정이니 일당독재정치 운운하는 선전구실을 부정할 여지가 없을 것이다. … 생활 근거 없고 분산 거주하는 월남주민의 특수사정을 고려치 않는 법령이 발표된다면 우리는 결사 거부할 것이다. …”7)
그리고 같은 날 국회선거위원회도 하지(John R. Hodge) 장군에게 특별선거구 설치를 요청하는 건의문을 제출했고,8) 이승만도 국제호텔로 메논(K. P. S. Menon) 유엔위원단 의장을 방문하고 특별선거구 설치의 필요성을 역설했다.9)
이와 같은 요청에도 불구하고 3월 17일에 특별선거구제가 삭제된 「국회의원선거법」이 발표되자 독촉국민회, 한민당, 대동청년단 등 36개 우익 정당 사회단체는 유엔위원단, 국회선거위원회, 미군정부에 특별선거구 폐지의 재고를 요구하고, “만일 이북인의 실정을 고려치 않는 경우에는 선거법을 단호히 거부할 것”이라고 으름장을 놓았다.10)
獨促國民會大會에서 金九의 치사 대독은 중지되고
3월 18일에 시공관에서 열린 독립촉성국민회 제6차 전국대표자대회는 대의원 1,200명과 내빈 등 2,000여명이 참석하여 열기가 넘쳤다. 명제세(明濟世)의 개회사에 이어 총재 이승만은 다음과 같은 요지의 훈화를 했다.
“총선거를 대규모로 전개하여 50년간 압박당한 민족일지라도 이만한 능력이 있다는 것을 보여야 한다. 그리고 국권을 회복하자. 중간측의 대의명분이라는 것은 부당한 언사이다. 남북총선거는 묘두현령〔猫頭縣鈴 : 고양이 목에 방울달기〕 격이니 할 수 없다. 미국도 독립시에는 상당한 고통이 있었고 부자 형제의 상쟁이 있었다.
여러분이 지방에 귀향 후에는 이번 총선거에는 한 사람도 빠짐없이 참가하도록 권고하기 바란다. 공산당원이라도 권고해야 할 것이다. 그리고 입후보할 때에는 상호협의하기 바란다. 서북동포를 위한 특별선거구를 설치하도록 노력하겠으며 또 하고 있다. …”11)
다음은 부총재인 김구의 치사 차례였다. 김구의 치사는 유화청(柳和靑)이 대독했다. 그러나 김구의 치사 대독은 대의원들의 반대로 중지되고 말았다.12) 그것은 이승만과 김구의 관계가 완전히 파탄되었음을 확인하는 순간이었다. 대회는 4개항의 대회결의문을 채택하고, 이윤영(李允榮)의 국내정세보고와 신익희(申翼熙)의 국제정세보고를 듣고 첫날 회의를 마쳤다. 대회결의문에서 눈길을 끄는 것은 한국민족대표단을 가리켜 “우리 전민족의 최고기관”이므로 우리는 절대 지지하는 동시에 그 지시를 복종하기로 맹세한다고 하여 이승만에 대한 충성을 다짐한 점이었다. 대회는 이튿날까지 계속되었다.13)
以北人대회에서도 金九 연설이 중단돼
3월 20일 오후 3시부터 남산공원에서 열린 재남한이북인대회는 서북특별선거구 설치를 촉구하기 위한 월남인사들의 궐기대회였다. 대회는 수만명의 이북인들이 몰려 열기가 넘쳤다. 대회는 김병연(金炳淵)의 사회로 시작되어 위원장 이윤영의 개회사가 있은 다음 이승만의 치사가 있었다. 이승만은 총선거의 의의를 강조하면서 “이번에 이북인특별선거구를 획득하지 못한다고 실망하지 말라. 이후로도 특별선거구 획득을 위해 과감히 투쟁하라”는 요지의 치사를 했다. 남산이 떠나갈 듯한 박수가 얼마동안 계속되었다.
이승만의 치사가 끝나갈 무렵에 김구가 대회장에 나타나서 자리에 앉았다. 김구는 이북인이라고 하여 초청된 것이었다. 이승만이 퇴장할 때에 사람들은 김구에게 연설을 청했다. 김구는 이미 상기되어 있었다. “이북인에게 특별선거구를 달라!” “총선거에 참가하여 이북인을 대변하자!” 등의 플래카드를 들고 모인 이 실향의 군중에게 단독선거 반대를 주장할 참이기 때문이었다.
“유엔총회의 결의에는 남북한을 통한 총선거라고 했는데, 특별선거구라는 것은 당치 않은 말이오. … 우리가 북쪽 땅을 버리고 남하한 것은 이러한 특별선거구 따위를 획득하려는 졸장부와 같은 일을 하려는 것이 아닙니다. 우리는 단독정부 수립을 적극 반대해야 합니다. 단독정부를 수립함으로써 북쪽에 있는 부모형제를 찔러 죽이게 된다면 우리가 남하한 성과는 어디에 있겠습니까. 우리는 망명객이기 때문에 이러한 특별선거구 따위의 운동을 반대해야 합니다. 이것이 망명객의 양심일 것입니다. 망명객일수록 조국의 통일만을 부르짖어야 합니다. …”
그러자 군중 속에서 일제히 아우성이 일었다. “특별선거구에 관한 말만 하시오!”, “김구선생 반대한다. 내려가라!” 등의 고함소리가 들렸다. 김구는 더 말을 계속할 수 없었다. 그는 비통한 심정으로 대회장을 빠져나와야 했다.14)
김구는 이튿날 “조국 흥망의 관두에 임하여 남하한 이북동포에게 기(寄)함”이라는 성명으로 전날 대회장에서 말하고자 했던 심경을 토로했다. 그것은 한 달 전에 발표한 “3천만 동포에게 읍고(泣告)함”과 같은 맥락의 호소문이었다.
“小作人을 자유국가의 자유 地主로”
5·10선거를 앞두고 미군정부가 실시한 가장 획기적인 조치는 귀속농지〔8·15이전의 일본인소유 농지〕를 그 소작 농민들에게 불하한 것이었다. 미군정부는 3월 22일에 지금까지 귀속농지 관리 업무를 담당해 온 신한공사(新韓公社)를 해산하고 귀속농지의 매각 업무를 담당할 중앙토지행정처 설치를 위한 「중앙토지행정처 설치령」(법령 제173호)과 「신한공사 해산령」(법령 제174호)을 전격적으로 공포했다.15) 두 법령을 공포하면서 딘 군정장관은 기자단에게 다음과 같이 말했다.
“본관은 조선 농부들이 오랫동안 가져온 꿈을 실현시키는 법령에 서명하였다. 이 서명은 미군이 조선에 진주한 이래 계획하고 있던 중요한 사명을 달성한 것이다. 오늘 안재홍(安在鴻) 민정장관과 법령 제173호에 서명함으로써 동양척식회사(東洋拓殖會社)의 침략적 토지정책의 모순이 소멸되었다. 그리고 신한공사도 해산되었다. 이 법령의 요지를 몇 가지 든다면 (1)조선의 소작농은 대부분이 자작농이 될 것, (2)조선 역사상 처음으로 그들이 토지를 소유하게 된 것, (3)지주들의 지배를 받지 않게 된 것, (4)이들 농가에서도 정부에서 요구하는 이외의 세금에는 책임이 없게 된 것 등을 들 수 있다. 요약하면, 법령 제173호로 말미암아 50만 세대의 소작인은 자유 국가의 자유 지주가 된 것이다.”16)
신한공사가 관리하는 귀속농지는 임야와 과수원 등을 제외하고도 1947년 현재 28만여 정보로서 남한 총 경지면적의 13%에 이르며, 소작농가는 55만 4,000여호로서 남한 총 농가수의 27%에 이르고 있었다. 그리고 신한공사의 소유토지는 생산력이 높아서 1947년의 쌀 생산고는 남한의 쌀 총생산고의 25%에 이르렀다. 그리하여 1947년 4월 1일부터 1948년 3월 31일까지의 신한공사의 수지결산을 보면 5억 8,700만원이라는 막대한 순이익을 내고 있었다.17)
법령 제193호는 그러한 신한공사의 소유농지를 총경작지가 2정보를 넘지 않는 범위 안에서 해당 경작지 소작농에게 최우선적으로 매각한다고 규정했다. 농지의 대가는 평년 소출의 3배로 하고 해마다 소출의 20%를 15년 동안 나누어 현물로 갚게 했다. 소유권은 즉시 이전등기를 하되, 권리행사는 상환을 완료한 뒤에 할 수 있게 했다.18)
總選擧 이전에 小作農家 절반가량이 농지 불하받아
3월 22일자로 발족된 중앙토지행정처는 설립과 동시에 행정기구 개편과 농지매각에 관한 실무자 교육을 실시하여 4월 8일에는 토지분양개시식을 거행하고, 서울에서 가까운 양주군과 고양군의 100여 농가에 매호마다 450여평씩 15정보가량을 분양했다.19) 그리고 전국적으로는 5,000호의 경작농가에 양도증서를 교부하고 등기절차를 끝냈다. 농민들의 호응은 열광적이었다. 4월 1일부터 시작된 귀속농지 매각은 급속도로 진행되어 4월 13일 현재 양도수속이 완료된 건수는 토지행정처 서울지청 관할이 8,162건, 대구 관할이 8,343건, 부산은 937건, 그리고 이리는 무려 20만 5,775건에 이르렀다. 한편 신한공사 토지의 전 면적 가운데 절반가량을 차지하는 전남북의 일부 지주는 귀속농지 불하에 대해 맹렬한 반대운동을 벌였다.20)
이 조치에 좌익 정파들의 입장은 민주주의민족전선의 논평에 집약적으로 표명되어 있다.
“이번 군정당국이 동척(東拓)의 후신인 신한공사 소유지를 비롯하여 일본인이 강점했던 전답을 방매 처분하게 된 것은, 첫째로 괴뢰적 반동 단정 조작을 위한 남조선 단선을 앞두고 농민의욕을 사서 득표를 노리자는 것이요, 둘째는 전농안(全農案)에 표시된 민주적 토지개혁을 요망하여 투쟁하고 있는 남조선인민의 투쟁의욕을 토지를 농민에게 준다는 허울 좋은 기만으로 거세하자는 것이요, 셋째는 반동적 기만적 토지개혁의 전례를 만들 음모로써 소위 ‘입법의원토지개혁안’과 같은 지주의 특권 옹호적 반동 토지개혁을 실시하여 봉건적 지주토지제도를 영구화하여 지주를 미제의 침략과 식민지화의 앞잡이로 충실화하여 괴뢰 단정의 물질적 토대를 튼튼히 닦자는 기만적 모략적 술책이다. …”21)
그러나 귀속농지 불하는 급속도로 추진되어 총선거 이틀 뒤인 5월 12일 현재 전 농가의 44.6%가 귀속농지를 분양받았고, 8월까지는 86%의 농지가 불하되었다. 그리하여 정부수립 이후에 실시해야 된다는 명분으로 반대하던 우파인사들도 이를 기정사실로 받아들이고 농지개혁의 기념행사에 참여하는 등 협조적인 반응을 보였고, 좌익 그룹은 이에 대한 반대 캠페인의 시간적 여유도 갖지 못했다.22)
“韓國國會의 동의없이 軍정부가 처분할 권리 없어”
귀속농지 불하조치에 가장 강력하게 반발한 사람은 다름 아닌 이승만이었다. 이승만은 3월 20일에 올리버에게 보낸 긴 편지에서 귀속농지 불하와 관련한 토지개혁 문제에 대해서도 자신의 의견을 피력했다. 그는 일본점령기 때의 동양척식회사의 설립경위와 그 회사 소유 토지의 성격에 대해서 자세히 설명하고 나서, 다음과 같이 잘라 말했다.
“그러므로 이것은 적산이 아니라 법적으로 한국국민들에게 속하는 재산이고, 미군정부는 한국국회의 동의 없이는 그것을 처분할 권리가 없습니다. 선거는 앞으로 6주일밖에 남지 않았어요. 한국사람들이 국회를 구성할 기회도 갖기 전에 왜 저 사람들이 저렇게 서둘러 이 토지를 분할하여 매각하려 하는지 알 수 없군요.”
이승만은 1946년 2월에 자신이 발표한 27개항의 「민주주의 원칙」에도 군정부가 취한 조치와 같은 토지개혁계획이 들어 있음을 상시시키면서 다음과 같이 주장했다.
“그러나 우리가 우리 정부를 갖게 되면 우리더러 한국의 파시스트, 반동, 극우파라고 말하는 모든 사람들이 우리가 우리나라를 자유화시키는 일에 얼마나 진취적인가를 보고 깜짝 놀랄 것이오. 토지개혁법이 제일 먼저 제정될 것이고, 그 밖에 많은 다른 자유화 운동이 차례로 자리 잡게 될 것입니다. …”
그는 또 다음과 같은 말도 덧붙였다.
“젊은 사람들을 등한시한다는 등의 이야기는 완전한 난센스입니다. 우리는 우리 젊은이들 없이는 아무 일도 할 수 없고, 실제로 우리 청년단체들은 남북이 모두 100퍼센트 나를 지지합니다. …”
올리버가 國務部 찾아가 항의해
이러한 이승만의 편지를 받은 올리버는 국무부를 방문하고 번스(Arther C. Bunce)를 비롯하여 맥다이어멧(McDiarmet), 피셔(Fisher) 등을 만나 항의했다.23) 번스는 1946년 2월에 국무부가 파견한 하지 중장의 경제고문으로 한국에 왔다.24) 그는 일본점령기에 YMCA의 한국농촌부흥사업에 관계하여 함경도 등지에서 6년 동안 일했고, 한국어도 유창하게 구사했다. 미군정부는 1946년 3월 7일에도 전 일본인소유 농지를 소작농가에 매각하는 법령을 제정하겠다고 발표했었는데,25) 그것은 번스의 제의에 따른 것이었다. 그리하여 러치(Arecher L. Lerch) 군정장관은 1946년 3월 15일에 귀속농지에 대한 불하계획을 정식으로 발표했다.26) 그러나 번스의 제안은 미군정부의 가장 큰 과제였던 미곡수집 문제를 비롯한 이러저러한 현실적인 문제로 벽에 부딪혀 그해 6월 25일에 갑자기 취소되고 말았다.27)
올리버의 항의의 요점은 이러한 조치는 새로 수립될 한국정부가 발표하도록 남겨 두었어야 했다는 것이었다. 그렇게 했다면, 첫째로 ‘반동분자’들을 뒤흔들어 아마도 그들을 파탄시켰을 것이고, 둘째로 선거운동에 기인하는 불가피한 상처들을 치유하는 데 도움이 되는 종합적인 수단이 되었을 것이라고 했다.
번스는 이 발표는 민족주의자들이 선거에서 승리하도록 도우려는 의도에서 나온 것이라고 설명하면서, 새정부는 그 계획을 상당히 뒤로 늦출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올리버는 이 발표는 미국이 소련에 못지않게 토지개혁을 지지한다는 것을 보여줌으로써 한국인들을 희생시키면서 미국의 체면을 세우려고 한 것이 아니냐고 반박했다.28)
歸屬農地 불하는 獨裁者출현 방지 위해서라고
미군정부가 총선거가 6주 앞으로 다가온 시점에서 귀속농지 불하 조치를 전격적으로 결행한 이유는 무엇이었을까? 민족주의 진영이 선거에서 승리하도록 도우려는 의도에서 결행했다는 번스의 설명은 그다지 설득력이 없다. 물론 그런 면이 전혀 없지는 않았을 것이나, 좌익과 중간파뿐만 아니라 우익 정파 가운데에서도 김구 그룹이 선거 불참을 공언하고 있는 상황에서 이승만 그룹과 한민당 등 우익 민족진영의 승리는 예정되어 있었다. 거기에는 미국무부와 군정부의 한국 독립정부 수립과 관련한 한결 심각한 고려가 작용했던 것이 틀림없다. 그것은 이승만의 정치 리더십에 대한 불안에 따른 것이었다. 3부조정위원회(State-War-Navy Coordinating Committee: SWNCC)는 1947년 7월 24일에 맥아더 장군과 하지 장군에게 대한정책에 대한 새로운 지시(「SWNCC 176/29」)를 훈령했는데, 그 경제분야 지시는 매우 주목할 만한 것이었다. 그것은 한국 경제는 공공기업, 사기업, 협동소유의 기업체와 다수의 소규모 자작농을 기반으로 하는 농업으로 이루어지는 ‘혼합’형 경제구조가 되게 해야 한다는 것이었다. 그리하여 토지소유권의 재분배와 신용협동조합의 발전과 같은 경제개혁을 추진하라고 지시했다.29)
이러한 훈령에 따라 미군정부는 과도입법의원에 토지개혁법의 제정을 거듭 촉구했는데, 1947년 8월 25일에 러치 군정장관이 입법의원에 보낸 공문은 미군정부가 총선거를 앞두고 귀속농지의 불하를 서둘러 결행한 이유를 짐작하게 한다.
“본관은 전 일인소유 농지 처분을 규정할 법령의 필요성에 관해 귀원에 재차 서한으로서 이 문제에 대하여 언급하려 합니다. 1947년 2월 5일부 서한으로도 이에 관해 장문에 걸쳐 말씀하였고, 또 동년 2월 17일부 서한으로도 재차 이에 언급한 바 있습니다. 남조선과도입법의원은 민주주의 건설을 위하여 많은 진전을 해 왔으나 광대한 농지가 중앙정부의 소유로 되어 있는 한 농민을 위한 진정한 민주주의 달성 노상에는 아직도 허다한 일거리가 남아 있는 것입니다. 본관 생각에는 정부소유 토지를 관리하는 강력한 기관이 존속되어 조선 농민에 대해 지주 격의 역할을 하는 것은 장차 그 어느 독재자의 출현을 공공연히 초래시키는 것밖에 안되는 것입니다. 본관이 이에 입법의원이 긴급조치를 취하시어 전 일인소유 농지를 조선농민에게 처분하고 신한공사를 속히 해체케 할 법령을 제정하시기를 요망하는 것입니다.”30)
“어느 독재자의 출현”이란 이승만의 집권을 상정한 말이었음은 말할 나위도 없다. 이처럼 미군정부는 거대한 규모의 귀속농지를 그대로 놓아둔다면 이승만이 국가자본주의를 추구하는 독재권력의 기반이 될 수 있다고 우려했던 것이다.31) 이승만에 대한 하지의 개인적인 반감은 그러한 조치를 더욱 서두르게 했을 것이다.
有權者 96.4%가 등록
3월 30일부터 선거인 등록과 입후보자 등록이 실시되었다. 선거권은 만21세 이상의 남녀, 피선거권은 만25세 이상의 남녀에게 있었다. 국회선거위원회는 1946년 8월 30일의 인구통계를 사용하여 유권자 총수를 813만 2,517명으로 산정했다. 선거인 등록을 한 사람만 투표를 할 수 있었으므로 선거에 참여하는 정파들은 선거인 등록에서부터 열성을 기울였다. 독촉국민회는 등록이 시작되는 3월 30일 오후에 각 단체 대표 2명씩을 초청하여 선거에 대한 제반 문제를 토의하고, 총선거대책위원회가 활동이 부진하다면서 이와는 별도의 강력한 총선거 추진 기구로 전국애국연합 총선거추진위원회를 새로 결성하고, 백남훈(白南薰), 명제세, 이청천(李靑天), 이윤영, 신익희 5명의 최고위원과 선거업무를 분담할 재무부, 선전부, 정보부, 연락부, 동원부의 책임자 및 전진한(錢鎭漢) 외 2명의 기획위원을 선정했다.32)
선거인 등록은 호조를 보여 첫날에 15%를 기록했고, 마감일인 4월 9일까지에는 유권자의 96.4%인 784만 871명이 등록을 마쳤다.33) 이러한 높은 등록률은 독립정부 수립이라는 역사적인 행사에 대한 국민들의 기대와 함께 미군정부의 적극적인 홍보가 주효했기 때문이다. 또한 경찰을 포함한 정부행정기관이나 우익 청년단체들의 강권도 없지 않았던 것은 일부의 여론조사 결과로도 짐작할 수 있다. 한국여론협회는 4월 12일에 서울시내 충무로 입구와 종로2가에서 통행인 1,262명을 대상으로 가두여론조사를 실시한 결과 다음과 같이 나타났다고 발표했다. 등록을 한 사람이 924명(74%), 하지 않은 사람이 318명(26%)이었는데, 등록한 사람 가운데 자발적으로 했다고 응답한 사람은 84명(9%)뿐이고 850명(91%)이 강요를 당했다고 응답했다는 것이었다. 그리고 강요는 청년단체나 반장에게 당했다는 응답자가 468명(55%)이었다고 했다.34)
이에 격앙한 미군정부는 공보국장 담화로 “이것은 남조선의 현하 정세에 비추어 상상할 수 없는 숫자”이고 여론협회의 태도는 “언론자유의 한계를 벗어난 것”이라고 경고했다.35)
한편 유엔위원단의 《보고서》는 미등록자에 대한 위협과 폭력행사에 관하여 아무런 구체적 증거는 수집할 수 없었으나, 쌀배급 통장을 발행하는 지방행정 사무실에서 등록을 실시하고 쌀배급 통장을 몰수하겠다고 위협하여 강제로 등록시키는가 하면, 경찰과 청년단체가 등록을 권유한 것은 일본통치의 잔재로서 일종의 강제로 간주된다는 등의 불평이 있었다고 기술했다. 그리고 등록반대자 가운데에는 “친구나 가까운 사람들이 그들의 애국심을 의심할까 두려워서 등록한 사람도 있었을 것으로 사료된다”고 했다.36)
선거인 등록에 만족한 우익 정파들은 4월 18일에 전애국단체연합 선거추진위원회 주최로 서울운동장에서 등록성공축하 국민대회를 거행했다. 대회에서 모윤숙(毛允淑)은 하지 장군에게 보내는 메시지를 낭독했고, 이승만은 5·10선거에서 좋은 성과가 있을 것을 확신한다는 치사를 했다. 대회가 끝난 뒤에 군중은 긴 행렬을 지어 동대문과 종로를 거쳐 대한문 앞까지 행진했다.37)
金性洙는 李允榮에게 선거구 양보
국회의원 선거구는 서울의 10개구를 포함하여 모두 200개구였다. 소선거구제였으므로 국회의원 200명을 선출하게 되어 있었다. 이때에 채택한 소선거구제는 한국 국회의원 선거제도의 원형이 되었다. 제헌국회의원의 임기는 2년이었다. 정당공천제는 없고, 그 대신 선거구의 유권자 200명 이상의 추천이 있어야 등록할 수 있었다.
입후보자 등록이 시작되자 이승만이 걱정했던 현상이 나타났다. 우익 민족주의정파 후보의 심한 난립이었다. 또 하나 두드러진 현상은 중도파 세력이 대거 입후보한 것이었다. 한국독립당과 민족자주연맹을 비롯하여 남북협상에 참여한 중도파 인사들이 소속 정당의 공식적인 선거불참 선언에도 불구하고 무소속이나 개인자격으로 입후보한 것이었다. 한독당과 중도파 인사들이 무소속으로 출마하자 독촉국민회, 한민당, 조민당 등 우파 민족주의 진영에서는 후보단일화가 시도되었으나 성과를 거두지 못했다.38)
이러한 상황 속에서 서울 종로 갑구에서 입후보할 예정이던 한민당 위원장 김성수가 3월 31일에 조민당 부위원장 이윤영에게 선거구를 양보하여 정가에 큰 자극을 주었다.39) 우익 정파들의 난립을 막고 특별선거구 설립의 희망이 무산된 이북출신자들을 위로하기 위한 배려에서였다. 그는 다음과 같이 말했다.
“이번 총선거에서 무엇보다도 통탄스러운 일은 북한에서 총선거를 못하게 되어서 조만식(曺晩植) 동지 같은 분이 국회에 참여하지 못하는 것이다. 조만식씨는 학생시대부터 나의 가장 신뢰하고 존경하는 분이지마는 8·15 이후에 그가 취한 성자적 태도에는 진실로 경복하지 않을 수 없다. 조만식씨는 못 오더라도 특별선거구로 그의 지기들이 국회에 많이 나오게 되려니 하였더니, 이제는 그 기대도 어그러졌으니 정의상으로나 남북통일의 일을 위해서나 크게 유감되는 일이다. 이에 조만식 동지가 위원장인 조선민주당의 부위원장 이윤영 동지를 국회에 참석하도록 하기 위하여 그분을 종로 갑구 선거구에 의원후보자로 추천하기로 하였다.
이윤영 동지는 인격과 덕망이 구비하고 식견이 높은 인물로서 현재 독립촉성국민회 부위원장, 한국독립정부수립대책협의회 대표 등 중책을 가지고 계신 분이니, 본당 관계자와 그 선거구 유권자 여러분은 양지하시고 적극 협력해 주시기 바란다.”40)
김성수의 선거구 양보에 대해 이승만은 다음과 같이 말했다.
“김성수씨가 이윤영씨에게 선거입후보의 권리를 양보한 데 대하여 나는 지극히 기뻐한다. 애국정신으로 정치상에 상호 양보해서 국가대업에 도우기로만 주장한 것은 누구나 다 환영하지 않을 수 없다. 경향 각지의 모든 정치지도자들은 이러한 정신을 지켜 국권수립으로만 목적하면 우리의 앞길은 저절로 열리게 될 것이다.”41)
김성수가 이윤영에게 선거구를 양보한 것은 사전에 이승만과 상의하여 결정한 것이었다. 이윤영은 종로 갑구에서 입후보하여 차점인 박순천(朴順天)과 압도적인 표차로 당선되었는데, 뒷날 그는 처음에 이승만과 김성수가 이화장 정원에 앉아 함께 자신을 종로 갑구에 출마하라고 권했다고 술회했다.42)
李承晩은 東大門甲區에서 무투표로 당선돼
이승만은 동대문 갑구에서 무투표로 당선되었다. 입후보자 등록 마감날인 4월 16일 현재 등록을 마친 다른 후보가 없었기 때문이다. 도전자가 없지는 않았다. 도전자는 군정청 경무부의 수사국장으로 재직하다가 경찰개혁 문제 등으로 경무부장 조병옥(趙炳玉)과의 반목끝에 1946년 12월에 조병옥으로부터 파면당한 최능진(崔能鎭)이었다.
평남 출신인 최능진은 미국에 유학하여 스프링필드 대학에서 체육학을 전공했다. 재미생활 동안 흥사단에 관계하면서 이승만에 대해서는 비판적이었다. 1929년에 숭실전문학교의 체육교수로 부임한 최능진은 동우회(同友會) 사건으로 2년 동안 투옥되었고, 8·15 이후에는 조만식 중심으로 평양에서 결성된 건국준비위원회의 치안부장을 맡았다가 한 달 뒤에 월남했다. 최능진은 이승만의 국회진출을 저지하겠다는 생각에서 동대문 갑구에 입후보했다.43)
최능진은 입후보등록 마감 날 선거위원회에 등록하러 갔다가 이중추천자가 있다고 하여 등록을 거부 당했다.44) 최능진은 하지장군에게 탄원하여 마감을 두 차례나 연기한 끝에 등록을 마쳤다고 한다. 그러나 최능진의 등록은 선거위원들이 총사퇴하고 서류가방을 서북청년회 맹원들에 탈취당하는 등 우여곡절 끝에 5월 8일에 말소되고 말았다.44) 송남헌(宋南憲)은 최능진이 동대문 갑구에 입후보한 것은 김규식을 염두에 두고 이승만을 실각시키기 위한 미군정부의 공작에 의한 것이었다고 썼다.45)
“民主主義는 민중의 의사에 순종하는 것”
이승만은 처음에 국회의원에 입후보하는 것을 그다지 내키지 않아했다. 어차피 대통령이 되면 국회의원 자리는 내어놓아야 했다. 그러나 그의 추종자들은 그렇지 않았다. 그들은 이승만이 제헌국회 의장이 되어 제헌국회의 운영부터 장악하기를 바랐다.
입후보자 등록 개시를 이틀 앞둔 3월 28일에 열린 독촉국민회 서울시 각구동지부 전체대표자대회는 만장일치로 이승만을 동대문 갑구 국회의원 입후보로 추대하기로 결의했고, 같은 날 동대문 갑구 안의 동회장, 독촉국민회 동지부장, 청년단체 대표 및 일반 유지의 회합에서도 만장일치로 추대하기로 결의했다. 그 전날에 있었던 동대문구 주민대표자대회에서도 동대문 갑구에서 이승만을 추대하기로 결의했다.46) 그러나 이승만은 등록마감일이 임박할 때까지 등록을 하지 않았다.
등록마감 사흘 전인 4월 13일에야 입후보 등록을 마친 이승만은 이튿날 입후보 소감을 다음과 같이 피력했다.
“나는 원래 출마할 의사를 갖지 않고 있었다. 그러나 시민들이 기어이 출마하라고 서면으로 또는 구두로 권고하기에 나도 신중히 고려해 보았다. 민주주의는 대다수 민중의 의사에 순종하는 것이 당연하다는 것을 생각할 때에 끝까지 거부하기가 너무도 미안스러웠던 것이다. 그러므로 그동안 나는 침묵을 지켜 오다가 4월 13일에 이르러 비로소 승낙을 한 것이다. 하여간 나는 우리 동포가 원하는 것을 (않겠다고) 고집하기는 싫다. 그리고 내가 출마하느니 또는 어떠니 하는 말이 퍼지면서 별별 모략과 중상이 떠돌고 있는 듯하나, 이것은 다 선거를 방해하는 불순분자들의 비겁한 행동이라고 본다. 하여간 나는 이번 등록의 성적이 남의 나라에서도 보지 못할 만치 우수했다는 것을 기뻐하며, 우리 동포들이 무엇을 진심으로 원하는가를 더욱 명백히 알게 되었다. 내가 이번에 출마하는 의사는 당선됨을 원하는 것이 아니고 다만 다수 동포들의 성의와 권고를 무시할 수 없는 때문에 승낙을 한 것이니, 여러 동포들은 별다른 생각을 갖지 말고 우리 동포들의 의사를 잘 대변해줄 진정한 애국동지가 있다면 (추천하는 데) 주저하지 말기를 미리 부탁하는 바이다. 나는 이런 결과가 있어 우리 동포들의 앞날이 하루속히 열리기만 기다리는 바이다.”47)
朴憲永이 南勞黨의 선거방해 독려
남로당의 총선거반대투쟁은 4월 들어 본격적으로 전개되었다. 이에 앞서 남로당은 당내에 당 조직과는 별도로 당성이 강한 젊은 당원들로 선전선행대(宣傳先行隊)라는 무장조직을 만들었다. 이들은 처음에는 단선단정 반대투쟁의 정당성을 대중에게 선전하는 일에 주력하다가 선거일이 가까워지면서 폭력투쟁으로 바뀌었다. 대표적인 것은 한국현대사의 원죄라고 할 수 있는 비극적인 제주도 4·3사건이었다.48) 이 사건으로 제주도는 3개 선거구 가운데 2개구에서는 선거도 1년 뒤인 1949년 5월에야 실시할 수 있었다.
4월 4일 밤에 목포 유달산에 봉화가 오른 것을 시발로 전국 각지에서 봉화 시위, 선거 사무소를 비롯한 관공서 및 경찰서 습격, 입후보자와 선거관계자 테러, 교량 및 철도 등 교통시설 파괴, 전신주 뽑기, 방화 등의 온갖 형태의 폭력사태가 속출했다. 등록한 입후보자 세 사람이 좌익청년들에게 살해되고, 전남 함평에서는 전신주 52개가 한꺼번에 사라지기도 했다. 비슷한 사태는 서울에서도 벌어졌다. 북한산과 인왕산에 봉화가 오르고 각 동의 선거등록사무소가 잇달아 습격당했다.49) 그리하여 김형민(金炯敏) 서울시장의 요청으로 등록소와 선거위원회 사무소에 사복 경관이 배치되었다.50)
북한에 있던 박헌영(朴憲永)은 서울에 내려와서 남로당의 총선거반대투쟁을 지휘했다. 남로당 기관지 《노력인민》은 “인민들에게 고함”이라는 박헌영의 글을 1면과 2면 전체에 걸쳐 실었다.51)
鄕保團 조직하여 방해공작 대처
남로당의 필사적인 공작에 따른 폭력사태를 경찰의 힘만으로는 방어할 수 없었다. 이 무렵 경찰병력은 간부 1,936명을 포함하여 3만 185명밖에 되지 않았다.52) 그것으로 혼란스러운 분위기 속에서 1,400여 개소의 면사무소와 1만 3,800여 개소의 선거인등록사무소를 보호하기에는 역부족이었다. 그리하여 군정부는 향토방위를 위한 행정구역별 자치기관으로 향보단(鄕保團)을 조직했다. 그것은 법령에 근거한 조직은 아니었다. 구성원은 18세 이상 55세 이하의 남자였다. 향보단은 경찰과 협조하여 남로당의 방해공작을 저지하고 총선거가 순조롭게 진행될 수 있도록 경찰의 보조역할을 했다. 그리고 선거가 끝나자 5월 25일에 해체되었다.53)
선거일이 다가오면서 경찰은 경계를 더욱 강화했다. 경찰이 얼마나 긴장하고 있었는가는 수도관구경찰청장 장택상(張澤相)이 관할 각 경찰서에 (1)누구를 막론하고 경찰관을 제외하고는 노상에 서 있지 못하게 하고, (2)경찰관이 서 있는 행인을 발견한 때에는 걸어가도록 명령하고, 불응할 때에는 본서에 동행하여 보안주임에게 넘기라는 명령서를 하달한 사실로도 짐작할 수 있다. 그것은 선거반대자들의 가두시위를 사전에 봉쇄하기 위한 조치였다.54) 야간 통행금지 시간도 한 시간 연장되어 4월 28일부터는 밤 10시부터 일반통행이 금지되었다.55) 한편 장택상은 4월 28일에 기자단과 만나서 폭동을 선동하는 자는 용서없이 처단하겠다고 으름장을 놓았다.
“수도경찰은 폭동을 인민항쟁이라는 칭호로 찬미하고 폭동을 조장하는 의미로 문자나 언사로 민중을 현혹케 하는 자는 앞으로 시간을 지체치 않고 체포 고발하여 처단을 받게 하겠다. 단선단정 반대나 기타 정치언론에 관하여는 경찰은 하등 간섭을 않겠으나, 폭동을 권유 선동하는 자에게는 직업 여하를 막론하고 체포 고발할 것을 명확히 선언하는 바이다.”56)
같은 날 수도관구 각 경찰서는 50여명씩의 경찰특별돌격대를 조직하고 29일부터 맹훈련을 시작했다. 돌격대의 사명은 총선거일을 전후하여 폭동이 일어나서 폭도들이 산악에 집중하는 경우에 이를 진압하는 것이었다.57)
2. 슈티코프가 金九의 連席會議참가 강조
3월 25일 저녁의 평양방송 이후로 경교장과 삼청장은 한독당과 민족자주연맹 관계자들뿐만 아니라 북한으로부터 연석회의 참석자로 초청 받은 인사들의 왕래로 인성만성했다. 그러한 상황 속에서 김일성과 김두봉의 모멸스러운 회신을 받은 김구와 김규식은 여간 당혹하지 않았다.
金奎植은 강제수용소에 보내질지 모른다고 우려
3월 28일 오후에 삼청장에서 열린 민족자주연맹 정치 상무위원 연석회의에서는 ‘당신네들’이라는 호칭 등의 오만불손한 북한 양 김의 회신 내용을 두고 남북회담 참가 거부를 주장하는 사람도 있었다.58) 김규식은 이날 저녁에 방한 중이던 미육군부 차관 드레이퍼(William H. Draper. Jr.)와 미군정부의 하지, 제이컵스(Joseph E. Jacobs), 랭던(William R. Langdon)과 회합을 가졌는데, 그 자리에서 그는 자신과 김구는 남북회담 제안자였기 때문에 북한의 초청을 수락할 수밖에 없으나 가기 전에 신변안전 보장 등을 협의하기 위해 연락원을 보내겠다고 말했다. 남북회담은 아무 것도 달성할 수 없고, 자신은 강제수용소에 보내질지 모른다고 말했다.59) 드레이퍼는 이승만과는 이날 오전에 만났다.60)
또한 3월 29일에 발표된 한독당 중앙집행위원회의 다음과 같은 선언문은 좌익정파들과는 다른 김구 그룹의 곤혹스러운 입장을 반영한 것이었다.
“남한만의 선거로 ‘중앙정부’를 세우는 것은 북한만의 선거로 ‘북조선인민공화국’을 세우라고 승인하는 것이니, 현재 통일독립이 공약된 정세하에서도 남북이 통일 못한 것이 장차 소련 위성국가로 완성된 ‘북조선인민공화국’과 남한의 ‘중앙정부’와는 평화수단으로 통일될 가능성은 절대로 없고 전쟁수단으로밖에는 없을 것이다. …”61)
이처럼 한독당은 분단 상태에서 북한에 수립될 정권은 소련의 위성국가일 수밖에 없다고 인식하고 있었던 것이다.
김규식, 조소앙, 홍명희(洪命憙), 유림(柳林), 이극로(李克魯) 등은 3월 28일과 29일에 잇달아 저녁 7시에서 밤늦게까지 별도의 회의를 열고 대책을 협의했다.62) 그리하여 김구와 김규식은 3월 31일에 ‘감상(感想)’이라는 이름으로 다음과 같이 떨떠름한 성명을 발표했다.
“미리 다 준비한 잔치에 참례만 하라는 것 아닌가”
“일전 북한에서 라디오방송으로 남북정치협상회의를 4월 14일에 평양에서 개최하겠다며 남북쪽에 각각 몇몇 정당을 지명까지 하였으나, 그 지명된 외에도 이 협상을 찬성하는 단체나 개인은 3월 이내로 연락하여 달라고 하였다.
그러나 당시에는 지난 2월 16일부로 우리 두 사람 명의로 북한에 송함(送函)한 것을 접수 여부의 소식도 없고 평양방송에도 언급치 않았으므로 방송이 말한 바 남북정치협상은 여하한 의도로 소집되는 것인지 분명히 알지 못하였다. 지금에서야 우리 두 사람에게 북한의 답복도 왔고 동시에 예비적 회담인지는 모르겠으나 우리 두 사람 외에 모모 13인(좌우 합하여)에게 따로 통지가 온 모양이다. 김일성, 김두봉 양씨의 회한을 받은 후 우리 두 사람의 감상은 아래와 같다.
(1) 제1차 회합을 평양에서 하자는 것이나, 라디오방송 시에 남한에서 여하한 제의가 있었다는 것을 발표 아니한 것을 보면 제1차회담도 미리 다 준비한 잔치에 참례만 하라는 것이 아닌가 의구가 없지 않다. 그러나 우리 두 사람은 남북회담 요구를 한 이상 좌우간 가는 것이 옳다고 생각한다.
(2) 가는데 있어서는 먼저 내왕 수속절차와 그 방면에 예정해 놓은 프로그램 여하와 남쪽대표의 신변보장 및 1차회담에 성공치 못한다면 2차, 3차 내지 10여차까지라도 기어이 남북통일을 쟁취할 의사유무까지도 알아야 할 것이다.
(3) 북한에서 지명한 15인 이외에도 누락된 정당이나 개인이 많이 있으니 어떤 정당, 어떤 개인을 증가할 것을 접흡(接洽)할 것.
(4) 이러므로 우리의 생각에는 먼저 그쪽에서 지명한 남쪽 인원끼리라든지 혹은 이에 찬동하는 정당, 단체, 개인만이라도 속히 집합하여 일체를 상의한 후 연락원 약간인을 택하여, 일부 연락원은 38 이남 왕래에 관하여 남쪽 당국과 연락을 하고 일부 연락원은 북조선에 가서 이상 일체를 접흡할 것. 아직은 이상만이 우리 두 사람의 의견이다.”63)
두 사람은 이러한 ‘감상’과 함께 국민들의 관심사인 북한의 두 김과 주고받은 편지는 요지만 간추려 발표했다.
김일성과 김두봉의 회신을 공개도 하지 않은 채 “미리 다 준비한 잔치에 참례만 하라는 것이 아닌가” 라고 의구하면서도, 회의를 기정사실인 것처럼 전제하고 구체적인 절차 문제를 거론한 것은 많은 국민들로 하여금 남북회담에 대하여 환상적인 기대를 갖게 하는 것이었다.
이날 기자단과 만난 자리에서 김구는 “이 회담의 성공을 확신하는가?”라는 질문에 다음과 같이 확언했다.
“물론 확신한다. 남한의 미군도 적극적으로 우리의 독립을 원조한다고 하고 북한의 소련군도 그렇게 말하고 있기 때문에 이러한 국제 분위기로 보더라도 성공을 확신한다.”
그것은 물론 김구의 정치적 발언이었다. “장소를 평양으로 지정한 데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느냐”는 뒤이은 질문에도 그는 다음과 같이 대답했다.
“별다른 생각은 없다. 이것이 1차로 끝마칠 것이 아니라 2차, 3차로 독립되는 날까지 계속할 것이니, 다음은 여기에서 할 수도 있을 것이다.”
이러한 대답은 사실은 그도 김규식과 마찬가지로 평양회담의 결과를 결코 낙관하지 않고 있었음을 반증하는 것이었다.64)
金奎植이 해방 후 전례없는 熱辯토해
김구, 김규식, 홍명희, 김붕준(金朋濬), 이극로 등 ‘7인성명’을 발표했던 남북협상파 인사들은 4월 1일 밤에 경교장에 모여 협의한 결과 북행에 앞서 김구와 김규식의 연락원 두세 사람을 평양에 파견하기로 했다. 북한쪽과의 협의 내용은 예비회담에는 백지로 임할 것, 북한쪽이 지명한 15명 이외에 적당한 인물을 추천하여 참가하도록 할 것 등이었다.65) 김구와 김규식이 제의한 남북지도자회담을 북한쪽이 정당 사회단체 연석회의보다 먼저 열자고 제의해 옴에 따라 지도자회담은 예비회담인 것처럼 인식되고 있었다. 이들은 4월 2일 밤에도 경교장에 모여 심야까지 구수회의를 열었다.66)
4월 3일 오후에는 그동안 국민의회와 민족자주연맹이 중심이 되어 추진해 오던 통일독립운동자협의회 결성대회가 70여 정당 사회단체의 대표들이 참가한 가운데 역경원(譯經院)에서 열렸다. 그것은 남북협상을 지지하는 우익 및 중도 정파들의 결집체로 결성된 것이었다. 김구와 김규식은 이 대회에 참석하여 축사를 했는데, 김구의 간단한 축사에 이어 김규식은 “해방 후 전례없는 열변”으로 장시간에 걸쳐서 비장한 소회를 토로하여 화제가 되었다.
김규식은 조금 전에 대회가 채택한 선언문 모두에 통일독립을 달성하는 데에는 전쟁의 길과 평화의 길 두 가지가 있다고 한 것부터 비판하고 나섰다.
“우리가 통일과 독립을 원하는 것은 누구나 다 잘 아는 것이다. 그러나 실행하기는 어려운 것이다. 우리가 독립을 전취할 때까지 이 협의회를 살려 목적을 달성하여야 할 것이니, 이 마지막 길을 생명을 내놓고 나가는 것으로 여러분은 아시요. 이 대회 선언문 처음에 통일독립의 길에 전쟁의 길과 평화의 길 이 두 가지가 있다고 하였는데, 이는 망발이라 아니할 수 없다.
우리가 과거 평화시대에나 또는 양차의 세계대전이 있었으나 우리의 독립이 있었던가? 제1차 세계대전이나 중일전쟁이나 또는 미일전쟁을 우리가 얼마나 고대하고 혹시 우리의 독립이 오려니 하고 바랐으나, 제2차 대전이 끝난 오늘날 우리의 독립이 왔던가? 오직 온 것이라고는 우리 삼천만 민족이 굶어 죽고 병들어 죽고 분열밖에 더 온 것은 없었던 것이다. 그러면 세계열강이니 운운하는 자들이 자기네들의 세력관계로 제3차 전쟁이 되면 우리의 독립이 될 것 같으며, 2년 후가 될지 10년 후가 될지 언제 이 전쟁이 있을 줄 알고 그래도 또 이것을 믿고 있는단 말인가? 또 이것을 믿다가는 또 안고 자빠지는 것뿐인 줄 왜 모른단 말인가! …”
美國은 韓國에 辦務官 파견할 계획이라고
김규식은 이어 독립은 했으나 소련의 영향권 안에 있는 외몽고와 미국의 영향권 안에 있는 필리핀의 처지를 비판하면서, 남한의 총선거와는 관계없이 미국은 한국에 판무관(辦務官)을 파견할 계획을 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외몽고가 독립한 것은 소련권 내에 들어간 것뿐이며, 필리핀이 독립이 되었다고 하여 우리땅에 유엔위원단의 일국이 되어 와서 있지만 그 대표가 자기 성질을, 본색을 나타내고 가장 떠들고 있으나 무엇을 주장하고 있는가? 우리는 이러한 독립은 원치 않는다는 것이다. 그네들 세계의 전쟁이나 평화에는 우리의 독립은 없다. 우리의 독립은, 한국의 독립은 오직 한국 사람의 손에 있는 것이고, 그 독립을 쟁취하고 안 하는 것은 우리 한인의 마음과 힘에 있을 뿐이다. 지금 워싱턴에서는 5월 선거 후든지 또는 그 전에라도 남조선에 판무관을 보내려는 계획을 하고 있는 모양인데, 총선거로 대통령을 뽑느니 하지만 워싱턴에서는 판무관을 인선 중이라 하니, 남의 일도 알고 우리 일을 하는 것이다. …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직도 총선거만 하면 국권도 찾고 정부도 수립되고 민생문제도 해결 운운하고 있는 자들이 있으나, 이는 유엔헌장도 들여다보지 못한 자들이라고 아니할 수 없다. 남조선이 유엔회원국이 되려면 유엔헌장을 고치든지 또는 유엔안보이사회의 거부권(拒否權)을 없애도록 고치든지 해야 할 것이다. 현재 소련이 유엔한국위원단을 보이콧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유엔에 가맹이 된단 말인가? 그래서 내가 주장하는 남북회담도 민족자결원칙에서 나온 것이나 그렇게 용이하게 성공되리라고는 볼 수 없으며, 우리끼리 해 보자는 것이다. 그래서 우선 연락원을 2, 3명이고 보내서 일절 교통 기타 절차 성질 목표 등 여러 가지를 따져 가지고 우리의 제의를 연락 후 연락원이 돌아온 뒤에 여러분과 같이 대책을 강구할 것이다.”
“南北會談한다고 바로 獨立되는 것 아니다”
김규식은 또 한반도가 소비에트연방에 편입될 가능성에 대한 우려도 표명했다.
“남북회담 한다고 바로 독립이 되는 것은 아니다. 남북이 서로 양보해서 성공된다면 환희로 돌아오겠지만 이것이 또 피흘리지 않고 소련연방에 집어넣는 것이 되지나 않을까 의심되는 바가 없지도 않다. 또한 남조선 단선단정 때문에 남북이 영영 분열되고, 분열되기 때문에 북조선에 20만의 인민군이 있으니 남조선에 정부가 서도 그 정부는 며칠 못갈 것인데, 그때 가서는 남조선까지 공산화시키고 피를 흘리고 소련의 연방이 안 된다고 누가 전도를 단정할 것인가? 그렇기 때문에 우리는 남조선 단선단정도 반대하는 것이다.”
마지막으로 그는 남북회담의 당위성과 불가피성을 다음과 같이 역설했다.
“우리의 목적을 달할 때까지는 우리의 일을 우리끼리 할 수밖에 없다. 우리의 일은 우리끼리 한다고 하고서 만일 남북회담이 깨진다고 하여 그때 가서 미국에나 소련에다 또 우리 독립을 시켜 주시오 할 수는 없으니, 우리가 끝장을 보고야 말 것을 알고 있어야 한다. 우리는 오늘날까지 남에서는 미국에, 북에서는 소련에 의뢰하고 독립을 기대해 왔으나 미소공위나 유엔에서 독립이 되었던가? 남북회담의 첫 결과가 좋거나 나쁘거나 우리 일은 우리의 손으로 한다고 하였으니, 흥해도 우리 힘으로 흥하고 망해도 우리 손으로 망할 것이다. 이제는 막다른 골목이니 한 번 해서 안되면 열 번이고 백 번이고 계속하여 생명 있을 때까지, 성공할 때까지 하고야 말 것이며 할 수밖에 없다. 여러분은 우리가 가는 길이 마지막 길인 줄 알아야 하며, 막다른 길인 줄 알아 주시기 바란다.”67)
학자정치인의 이러한 비장 선동연설은 김구보다도 더 남북회담의 성과를 비관하는, 그리하여 강제수용소에 수감될 것까지 염려하는 자기자신에 대한 채찍질이기도 했을 것이다.
蘇聯을 직접 가서 談判하겠다면 모를까…
3월 31일에 김구와 김규식의 ‘감상’이 발표되자 이승만은 한탄조로 말했다.
“체, 김일성 뒤에 소련이 있는 줄 모르고. 소련을 직접 가서 담판하겠다면 모를까 김일성을 백번 만나야 무슨 소용이 있다고 ….”68)
이승만은 독립운동기간 내내, 그리고 해방 뒤에 귀국해서도 줄곧 자기에게 제1인자의 위상을 양보하며 의리를 지켰던 김구가 총선거에 참가하지 않는 것이 여간 서운하지 않았다. 그는 4월 1일에 다음과 같은 담화를 발표했다.
“남북회담 문제는 세계에서 소련정책을 아는 사람은 다 시간연장으로 공산화하자는 계획에 불과한 것으로 간파하고 있는데, 한국지도자 중에서 홀로 이것을 모르고 요인회담을 지금도 주장한다면 대세에 몽매하다는 조소를 면키 어려울 것이다. 더욱이 이번 북한에서 온 회한 내용이 발표와 같다면 이것은 소련 목적을 성원하는 이외에 아무 희망도 없는 것을 다 알 수 있는 것인데, 될 수 없는 일을 가지고 국사에 방해되는 것을 생각지 못한다면 우리는 더욱 낙심한다. 지금이라도 국권회복을 하루바삐 성취하자는 합의로써 총선거를 충분히 진행하며 우리 힘으로 남북통일을 우리 정부에서 달성할 것을 바라는 바이다.”69)
이승만은 또 4월 5일에 올리버에게 보낸 편지에서 남북회담을 다음과 같이 전망했다.
“두 김씨의 북행 결정은 그곳에서 큰 선전거리가 될 것으로 일반은 관측하고 있소이다. 이미 공산당 신문은 그들을 칭찬하고 있습니다. 공산당은 김구를 부의장으로 만들어 북한에 체류시키려고 할 것이오. 공산당은 북한 주민들에게 김구가 나라를 구하기 위해 북한에 온다는 등등의 선전에 열중하고 있습니다. 얼마 동안은 모든 것이 순조롭게 진행될 것이오. 그러나 결국 공산당은 모스크바 협정을 들고 나오든가 아니면 북한 정권이 유일한 정부이므로 통치권이 남한에까지 미친다고 공포하라고 종용하겠지요. 북한의 군사적 준비가 그것을 드러내고 있습니다. 김구는 늘 그랬던 것처럼 미군철수를 요구할 것이 틀림없고요. 소련군은 국경을 건너가서 미국의 반응을 주시할 것이고, 만일 미군이 철수한다면 그 뒤는 당신도 알지 않습니까. 김 박사는 꾀가 너무 많은 사람이라서 자기가 꾀로 소련 사람들을 이길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우리가 해야 할 오직 한 가지 일은 남쪽에서 지체없이 우리의 계획을 추진시키는 일이오. 국회의 활동을 촉진할 수 있도록 국회 안에서 발언권을 가지기 위하여 나는 국회의원에 출마할 생각이오.”
아이젠하워나 맥아더 같은 韓國軍顧問 후보 물색해 보도록
이 무렵 이승만은 이미 건국 초기의 국가운영의 구상을 구체적으로 하고 있었다. 같은 편지에서 그는 아이젠하워(Dwignt D. Eisenhower)나 웨드마이어(Albert C. Wedemeyer)나 맥아더(Douglas MacArthur) 등과 같은 국제적으로 알려진 육군 장교 한 사람을 한국군 고문으로 초빙하고, 보수를 많이 주더라도 6개월가량 일해 줄 수 있는 일급의 금융문제, 특히 외환계획 전문가 한 사람을 은밀히 물색해 보라고 올리버에게 지시했다.70)
이승만은 또 4월 6일에는 미국이 한국에 고등판무관을 파견할 계획을 하고 있다고 한 김규식의 말을 반박하는 담화를 발표했다.
“총선거를 반대하는 분자들이 간혹 말하기를 미국이 한국독립정부를 수립한다 하나 실상은 고등판무관을 두어서 전일 필리핀과 같이 만들 것이라고 한다 하니, 지금도 총선거의 목적이 무엇인지 모르고 하는 말이다.
총선거로 한인들이 국회를 세워 가지고 국권을 회복해서 강토를 찾으려 하는 것인데, 남이 어떻게 하려고 한다는 것으로 주장을 삼으면 주객의 위치를 전도함일뿐더러 국회에 들어가는 한인들은 다 노예 성질을 가진 사람만 들어가는 것으로 의미하는 것이니, 국회를 세운 후에는 우리와 전쟁하려는 나라 외에는 누구나 우리 국권회복에 방해하는 일은 없을 것이다.
미국정부와 유엔총회에서 연속 공포하였고 세계공의가 전적으로 지지하는 것은 한국을 하루바삐 독립시켜서 한인들이 저희 일을 해 가도록 만들어야 된다는 것이니, 미국무성이나 육해군 간부에서나 이 주의에 위반되는 일은 생각할 사람이 없을 것이요, 설령 있다 할지라도 미국 민중이 절대로 허락지 않을 것이니, 공연한 언론으로 인심을 현혹시키려 하나 명철한 민중은 동요되지 않을 것을 나는 믿는다. …”
그러면서 이승만은 지금은 정당간에 정치투쟁하는 단계가 아니라 국권회복 단계라고 강조하고 기권자가 없이 모든 사람이 총선거에 참가하도록 촉구했다.71)
이승만은 이처럼 정당정치에 대하여 비판적인 인식을 하고 있었다.
김규식의 미국 판무관 파견설에 대해서는 딘 군정장관도 부인했고,72) 하지의 정치고문 제이컵스도 부인했다.73)
“美軍政府의 태도는 冷笑的인 것이다”
남북회담에 대한 미군정부의 태도는 지원하지도 방해하지도 않는다는 것이었다. 그리고 냉소적이었다. 딘 군정장관은 4월 1일의 기자회견에서 “양 김씨는 북조선행에 대한 준비절차 및 신변보호 등 문제를 미군 당국과 협의할 것이라는데 이에 응할 용의가 있느냐”는 질문을 받고 다음과 같이 대답했다.
“북조선에 가고 싶은 사람들은 남조선에서 북조선으로 통하는 넓은 도로가 있을 뿐만 아니라 철도도 부설되어 있으니 이를 이용하면 좋을 것이며, 내 사무실에 있는 지도에도 이런 것이 상세히 기록되어 있으니, 보고자 하면 보여줄 용의도 있다. 개인이나 단체를 물론하고 북조선에 가는 데 대해서는 하등의 간섭도 아니하겠다. 그리고 통일된 조선이 하루바삐 이루어지기를 원하는 것은 미군당국이 누구보다 더 갈망하고 있다. … 통일을 원하는 사람들이 남북회담에 희망을 갖는 것도 이해할 수 있다. 이것은 마치 물에 빠진 사람들이 지푸라기라도 움켜잡으려는 것은 인지상정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지푸라기를 잡으려다가 귀한 생명을 잃어서는 아니 된다.”
이러한 말이 너무나 냉소적으로 보인다고 하자 딘은 서슴없이 말했다.
“그렇다. 나의 태도는 냉소적인 것이다. 만주와 북조선에 있는 조선인들이 그들이 천국이라고 하는 북조선을 버리고 매일 수천명씩 남하하고 있다. 만일 남조선으로부터 하루에 천명씩이라도 북조선으로 가 준다면 남조선에 있는 여러분의 식량배급량도 증가될 것이다. …”74)
南朝鮮代表者를 北朝鮮이 지명해서야…
4월 6일에 발표된 “남북협상의 선행조건”이라는 하지의 특별성명도 기본적으로 딘의 발언과 비슷한 투였다.
“최근에 와서 조선통일을 하기 위하여 소위 남북협상 운운의 말이 많은데 착각을 가진 사람은 그런 협상이 성공하여 조선문제 해결이 되리라고 믿고 조선국가의 주권을 회복하기에 불가결한 민족대표선거는 필요가 없다고 본다. 남북협상을 몇몇 개인이 준비 교섭하고 있다는 그 사실 자체가 가급적 속히 민족의 대표자 선거의 중요성을 더 느끼게 하는 것이다. 이렇게 피선된 대표들이라야 그런 협상에 남조선인의 명의를 가지고 참석도 하고 협의된 사항을 찬성도 할 수 있는 것이다. …”
하지는 이어 흥미있는 것은 남북협상에서 남조선을 대표할 사람을 북조선 당국이 지명한 사실이라고 비꼬고, 이들은 모두 조선을 소련 위성국가로 만들려고 해 온 인물들이라고 다음과 같이 매도했다.
“남조선에 전인구의 3분의 2가 있고 이 남북협상조차도 남조선에서 제안된 것인데도 불구하고 남조선인으로 하여금 자기네의 대표선출을 거부한 것이다. 북조선에서 온 초청은 남조선의 중요한 정당 영수들을 포함치 않고 국민대표를 선정하는 유일한 방법인 선거를 반대하는 극소수의 사람만을 청한 것이다. 비록 남조선인 중에서 잘 알려진 사람도 몇 명이 이 협상에 초청을 받았으나, 그 대다수는 공산주의자의 주구로서 해방 이래 남조선에서 반동행위를 해 왔고 조선을 소련 위성국가로 만들어 보려고 애쓴 자들이다. …”75)
제이컵스도 4월 9일에 하지의 성명을 뒷받침하는 5개항의 성명을 다시 발표했는데, 주요 항목은 다음과 같았다.
“(2) 유엔조선임시위원단의 노력은 소련점령당국이 유엔감시하의 총선거에 북조선국민의 참가를 거부하였으므로 방해되었다. 소련점령당국은 공평한 감시하의 총선거에 공포를 느끼고 있다. 오랫동안 곤란을 받아 오던 조선국민에 대한 기만책으로서 그들은 현재 공선되지 않은 자기들을 자칭 조선인지도자로 자인하고 평양회담을 통하여 소련 세력하에서만 국민정부가 수립될 수 있다는 것을 보이고자 하고 있다.
(4) 만약 소련당국이 진정하게 조선통일에 관심을 가지고 있다면 미국이 오랫동안 제창하여 온 바와 같이 소련은 조선의 경제적 통일을 시인하는 것이 필연적인 최초 단계일 것이며, 이것은 현재까지 남북통일의 장애물이 되어 온 38선을 경계로 한 가혹한 소련의 지배를 완화함으로써 가능할 것이다. …”76)
4월 10일에는 남조선 과도정부 정무회의도 총선거가 통일의 첩경이라는 요지의 성명서를 발표했다.77)
特使 두 사람이 平壤 다녀와
김구, 김규식, 홍명희, 김붕준, 여운홍 등 통일독립운동자협의회 간부들은 논의를 거듭한 끝에 김구쪽의 안경근(安敬根), 김규식쪽의 권태양(權泰陽) 두 사람을 평양에 파견할 연락원으로 선정했다. 안경근은 중국에 있을 때부터 김두봉과 최용근(崔庸根)을 잘 알고 있었다.
안경근과 권태양은 김구와 김규식의 편지를 가지고 4월 7일 아침 10시에 서울을 출발하여 이튿날 동틀 무렵에 평양에 도착했다. 그리고 그날 저녁에 연석회의 준비위원장 주영하(朱寧河)의 안내로 김일성의 집으로 가서 김일성과 김두봉을 만났다.78) 소련 민정청장관 레베데프(Nikolai G. Lebedev)는 두 특사가 협의하고자 한 문제는 다음과 같은 것이었다고 그의 《일기》에 적어 놓았다.
(1) 연석회의 개막일자를 연기하는 문제.
(2) 이미 초청한 인사들 이외에 선거에 반대하는 인사들을 더 초청하는 문제.
(3) 지난 일은 모두 잊어버리고 백지에서 출발하자.
(4) 남조선 기자 약간명을 대동할 수 있는가?
그리고 그 밖에 ‘지엽적인’ 문제들로는 다음과 같은 것이 있었다고 했다.
(1) 연석회의 개최비용―그들에게는 돈이 없다. 어떻게 할 것인가?
(2) 언론과 행동의 자유 보장.
(3) 시간에 제한을 두지 말고 문제들을 논의하되 토의결과를 마무리짓는 결정을 채택한다.
(4) 문제들을 논의할 때에 다른쪽 의견을 독단이라고 간주하지 않는다.
(5) 비서, 참모장 등 수행원을 대동할 수 있는가?
레베데프는 특사들이 가지고 간 김구와 김규식의 편지 전문을 모스크바에 가 있는 연해주 군관구 군사위원 슈티코프(Terentii F. Stykov)에게 발송했다.79) 그것은 남북회담 과정에 슈티코프가 얼마나 세심하게 관여하고 있었는가를 말해 주는 또하나의 보기이다. 슈티코프는 김일성이 북한신문에 발표할 사소한 문제에 대한 성명서까지 직접 작성하여 레베데프에게 보내기도 했다.80)
안경근의 회고에 따르면, 특사들의 문제제기에 대해 김일성은 “우리가 통일을 위해 만나 이야기하는 데 아무런 조건도 있을 수 없다. 이미 회의 준비도 다 되어 있으며 앞으로 사나흘 내로 회의가 열릴 것이니 서울에서 대표가 올라와야 한다”라고 말했다.81) 송남헌은 또 김일성이 “두 분 선생이 무조건 이쪽으로 넘어오셔서 우리와 상의하시면 모든 문제는 해결됩니다”라고 말했다고 증언했다.82)
두 특사는 4월 10일에 돌아왔는데, 그들은 김일성과 김두봉을 만나 다음과 같은 세 가지에 합의한 것으로 보도되었다. 두 사람은 북의 양 김을 만나 첫째로 4월 14일 회의를 연기할 것, 둘째로 참가인원을 광범위로 할 것, 셋째로 이번 회담에서는 백지로 환원하여 남북통일 문제에 한해서만 협의할 것 등의 조건을 제시하여 동의를 받았다는 것이었다.83) 흥미로운 것은 김구와 김규식이 “백지로 돌리자”고 한 말은 아마도 북한쪽이 기정사실을 고집하지 말 것을 강조한 말이었을 것인데, 레베데프는 《일기》에서 “이 말은 조선어로 그(김구)가 잘못했고 자신의 잘못을 인정한다는 의미이다”라고 적어 놓은 점이다.84)
金日成, 金九, 許憲이 정치정세 보고하도록
남북협상회의의 계기가 된 것은 김구와 김규식의 2월 16일자 편지였으나, 실제로 회의진행을 입안하고 주동한 것은 북한의 모든 중요 정치행사의 경우와 마찬가지로, 아니 그보다 더 구체적이고 직접적으로, 소련의 대북한정책 수행자들인 슈티코프와 레베데프였다. 그리고 최종적으로는 소련공산당 정치국의 결정에 따른 것이었다.85)
남북회담 준비에서 슈티코프와 레베데프가 가장 중요하게 생각한 일의 하나는 김구의 회의참가였다. 회의를 준비하는 기간 동안 레베데프는 수시로 준비상황을 슈티코프에게 보고하고 지시를 받았는데, 3월 30일자 《레베데프 일기》에는 4월 14일부터 개최될 남북정당 및 사회단체 연석회의의 일정이 다음과 같이 꼼꼼히 적혀 있다.
“4월 14일의 확대회의에 대하여 협의하다. 정치정세에 대하여 김일성, 김구, 허헌(許憲) 세 사람이 보고한다. 김일성이 불가능할 경우에는 박헌영이 한다. 보고가 끝나면 의견교환 뒤 정치정세에 대한 결정서를 채택한다.
제1일. 연석회의 개회식을 거행한다. 정당 사회단체 지도자들로 주석단을 구성한다. 의사일정을 채택한다. 김두봉, 김구, 허헌, 김규식, 김달현(金達鉉), 이극로, 최용건, 김원봉(金元鳳) ― 이상 8명의 축사를 듣는다. …
제2일. 첫 번째 문제에 대해 3명의 보고를 듣는다. 토론시간을 갖는다. 토론자에게는 발언시간을 15분으로 제한한다. 첫 번째 문제에 대한 결정서를 작성할 위원회를 선거한다. …
제3일. 첫 번째 문제에 대한 토론을 종결하고 결정서를 채택한다. 두 번째 문제에 대한 보고를 듣는다. 보고자는 허헌이다. 선전노선에 대하여, 조직노선에 대하여 토론한다. …”
이처럼 빈틈없이 진행되는 회의에서 남북한의 지도자들이 “백지로 돌아가서” ‘협상’을 할 여지는 있을 수 없었다.
레베데프는 4월 1일에는 슈티코프에게 몇 가지 예민한 현실 문제를 문의했다. 그것은 조만식을 연석회의에 초청하거나 만나겠다는 문제가 제기되면 어떻게 할 것인지, 남조선 기자들에게 연석회의 취재를 허용할 것인지, 연석회의에서 소련군 사령부의 축사가 필요하지 않은지, 연석회의에 권력획득의 성격, 곧 임시인민회의(臨時人民會議)의 성격을 부여할 필요가 없는지 등이었다.86)
4월 12일자 《레베데프 일기》에는 또 “김구의 요청에 따라 연석회의가[…] 연기되었다고 발표한다”는 기술도 보인다. 이러한 방법으로 김구의 북행을 재촉한 것이다.⊙
1) 《軍政府官報》법령175호(1948.3.17). 2) 《京鄕新聞》1948년 3월13일자, <朝委通過한 總選擧法, 修正建議全文發表>.
3) 《東亞日報》1948년 3월11일자, <立候補亂立防止코 建設的愛國者選出하라>. 4) 《朝鮮日報》1948년 3월11일자, <總選擧促進, 14靑年團體聲明>. 5) 《東亞日報》1948년 3월12일자, <李承晩博士와 金性洙氏要談>. 6) 《서울신문》1948년 3월13일자, <各道知事, 廳長會議>. 7) 《朝鮮日報》1948년 3월17일자, <以北人選擧拒否氣勢>. 8) 《京鄕新聞》1948년 3월18일자, <特別選擧區設定問題, 國會選委에서도 當局에 建議>. 9) 《東亞日報》1948년 3월17일자, <李博士메논氏訪問, 特別區設置要請>. 10) 《京鄕新聞》1948년 3월20일자, <特別區設置를 要路方面에 建議>.
11) 《朝鮮日報》1948년 3월19일자, <選擧로 國權回復, 獨促代表者大會盛況> ;《京鄕新聞》1948년 3월19일자, <總選擧에 萬全, 李博士以下二千名參席>. 12) 위와 같음. 13) 《朝鮮日報》1948년 3월20일자, <獨促大會閉幕>. 14) 吳蘇白,《人間金九(上)》, 國際文藝社, 1949, pp.22~23 ; Rhee to Oliver, Mar. 20, 1948(梨花莊所藏).
15) 「軍政法令」제173호(1948.3.22) 및 「軍政法令」제134호(1948.3.22). 16) 《京鄕新聞》1948년 3월23일자, <50萬世帶의 農夫, 堂堂地主가 된다>. 17) 櫻井浩,《韓國農地改革の再檢討》, アジア經濟硏究所, 1976, pp.66~68. 18) 申柄湜, <韓國의 土地改革에 관한 政治經濟的硏究>, 서울大學校 博士學位論文, 1992, p.146. 19) 《東亞日報》1948년 4월10일자, <第一回土地分讓開始式>. 20) 《서울신문》1948년 4월14일자, <敵産農地拂下快調>. 21) 《노력인민》1948년 4월9일자, <農民을 債務農奴化하는 敵産所有地放賣를 反對>. 22) 申柄湜, 앞의 논문, p.153.
23) Robert T. Oliver, Syngman Rhee and American Involvement in Korea, 1942-1960, Panmun Book Company LTD, 1978, pp.152~155. 24) 《東亞日報》1946년 2월16일자, <政治顧問十一氏來朝, 軍政府各局課에 配置>. 25) 《朝鮮日報》1946년 3월8일자, <日人所有의 農地를 朝鮮사람에게 許賣> ;《東亞日報》1946년 3월8일자, <農地는 實農家에 年賦로 放賣>. 26) 《朝鮮日報》1946년 3월16일자, <放賣는 農民에게> ;《東亞日報》1946년 3월16일자, <日本農地는 小作人에게>. 27) 《東亞日報》1946년 6월26일자, <日本所有의 農地賣買를 臨政樹立까지 保留> ; 전상인, <미군정기 농업문제와 토지개혁>,《고개숙인 수정주의》, 전통과 현대, 2001, pp.101~105. 28) Oliver, op. cit., p.156. 29) SWNCC to MacArthur and Hodge, Jul. 24, 1947, Foreign Relations of the United States(이하 FRUS) 1947, vol.Ⅵ, United Stated Government Printing Office, 1972, p.726.
30) 《南朝鮮過渡立法議院速記錄》제137호(1947.9.1). 31) 전상인, 앞의 책, pp.114~116. 32) 《東亞日報》1948년 3월31일자, <選擧推進中央本部> ;《京鄕新聞》1948년 4월1일자, <愛聯總選擧推進會結成>. 33) 大韓民國選擧史編纂委員會,《大韓民國選擧史 第一輯》, 中央選擧管理委員會, 1973, p.73. 34) 《朝鮮日報》1948년 4월15일자, <選擧登錄輿論> ;《새한민보》1948년 5월 상·중순호, <强要91%, 自進9%>. 35) 《東亞日報》1948년 3월31일자, <人心紊亂目的한 『韓國輿論』에 斷>. 36) 國際新聞社出版部 譯,《UN朝鮮委員團報告書》, 1949, pp.166~167. 37) 《京鄕新聞》1948년 4월20일자, <獨立의 意氣昻揚>.
38) 박찬표,《한국의 국가형성과 민주주의》, 후마니타스, 2007, p.392. 39) 《東亞日報》1948년 4월1일자, <金性洙氏率先立候補抛棄, 以北同胞代表李氏를 推薦>. 40) 《東亞日報》1948년 4월1일자, <同志曺晩植氏知己李允榮氏를 聲援하라>. 41)《東亞日報》1948년 4월2일자, <愛國精神의 發露>. 42) 李允榮,《白史李允榮回顧錄》, 史草, 1984, pp.135~136. 43) 金在明, <李承晩의 政敵 崔能鎭의 비극>,《政經文化》1983년 10월호, 京鄕新聞社, pp.261~263. 44) 崔能鎭의 아들 崔弼立 證言; 文鳳濟, <남기고 싶은 이야기들(679): 西北靑年會(30)>,《중앙일보》1973년 2월8일자. 45) 宋南憲,《解放三十年史①》, 成文閣, 1976, p.469 ; 金在明, 앞의 글, pp.272~273.
46) 《東亞日報》1948년 3월30일자, <李博士立候補推戴, 獨促서울支部決議>. 47) 梁又正 編,《李承晩大統領獨立路線의 勝利》, 獨立精神普及會出版部, 1949, pp.228~229. 48) 金奉鉉-金民柱 編,《濟州島人民의 4·3武裝鬪爭史―資料集》, 文友社, 1963 참조. 49) 《朝鮮日報》1948년 4월6일자, <登錄事務所襲擊>. 50) 《東亞日報》1948년 4월9일자, <登錄所襲擊에 對備私腹警官을 配置>. 51) 朴憲永, <人民들에게 告함>,《노력인민》1948년 4월20일자. 52) 國際新聞社出版部,《UN朝鮮委員團報告書》, p.54.
53) 《東亞日報》1948년 5월26일자, <鄕保團二十五日解體>. 54) 《朝鮮日報》1948년 4월21일자, <市民의 路上佇立禁止>. 55) 《東亞日報》1948년 4월29일자, <夜間通行은 十時로 短縮>. 56) 《東亞日報》1948년 4월29일자, <暴行을 讚美하는 자, 容赦없이 逮捕告發>. 57) 《朝鮮日報》1948년 4월30일자, <警察特別突擊隊組織코 訓練>. 58) 宋南憲 證言, 曺圭河-李庚文-姜聲才,《南北의 對話》, 고려원, 1987, p.361. 59) Jacobs to Marshall, Mar. 29, 1948, FRUS 1948, vol.Ⅵ, pp.1162~1163. 60) 《朝鮮日報》1948년 3월30일자, <트레이퍼氏 李博士要談>. 61) 《朝鮮日報》1948년 3월30일자, <自主統一鬪爭>. 62) 《京鄕新聞》1948년 3월31일자, <招請書翰內容 今日京橋莊서 發表>.
63) 《서울신문》1948년 4월1일자, <期於코 統一爭取>. 64) 《서울신문》1948년 4월1일자, <豫備會談進行中>. 65) 《朝鮮日報》1948년 4월4일자, <連絡員不日派遣>. 66) 《京鄕新聞》1948년 4월3일자, <南北會談은 어찌되나>.
67) 《朝鮮日報》1948년 4월6일자, <統一獨立自力으로 達成>. 68) 尹錫五 證言, 孫世一,《李承晩과 金九》, 一潮閣, 1970, p.300.
69) 《東亞日報》1948년 4월2일자, <南北協商贊成은 蘇聯目的에 追從>. 70) Rhee to Oliver, Apr. 5, 1948(梨花莊所藏) ; Robert T. Oliver, Syngman Rhee―The Man Behind the Myth, Dodd Mead and Company, 1960, p.255. 71) 《東亞日報》1948년 4월7일자, <高等辦務官派遣云云은 選擧反對派의 杞憂>. 72) 《東亞日報》1948년 4월9일자, <辦務官派遣은 浪說>. 73) 《京鄕新聞》1948년 4월10일자, <蘇, 總選擧에 恐怖>.
74) 《東亞日報》1948년 4월2일자, <政治術策에 빠저 奴隸가 되지말라>. 75) 《朝鮮日報》1948년 4월7일자, <南北協商의 先行條件>. 76) 《京鄕新聞》1948년 4월10일자, <蘇, 總選擧에 恐怖>. 77) 《東亞日報》1948년 4월11일자, <選擧가 統一의 捷徑>. 78) 安敬根 證言, 曺圭河-李庚文-姜聲才, 앞의 책, pp.362~364.
79) 전현수 편역,《레베제프 일기 1945-1948》(1948.4.8), 나모커뮤니케이션, 2007, pp.158~161. 80) 전현수 편역,《레베제프 일기》(1948.4.12). 81) 曺圭河-李庚文-姜聲才, 앞의 책, p.363. 82) 위의 책, p.364. 83) 《서울신문》1948년 4월13일자, <連絡員의 報告듯고 南北協商對策鳩首協議>. 84) 전현수 편역,《레베제프 일기》(1948.4.8). 85) Andrei Lankov, “Soviet Politburo Decisions and the Emergence of North Korean State, 1946-1948”,《광복60년과 한반도: 광복60년 종합학술대회》, 한국정치학회, 2005, pp.62~80 참조. 86) 전현수 편역,《레베제프 일기》(1948.4.1).
「국회의원선거법」에서 논란이 된 것은 「입법의원선거법」에 있던 월남이북인들을 위한 특별선거구제를 없앤 것이었다.
서울 종로구에서 입후보하려던 한민당 위원장 김성수(金性洙)는 월남인들의 대표격인 조민당 부위원장 이윤영(李允榮)에게 선거구를 양보했다.
총선거를 앞두고 미군정부는 3월 22일에 전 일본인 소유농지〔귀속농지〕를 소작농가에 불하하여 농민들의 환영을 받았다. 그러나 이승만은 그것은 새로이 수립될 한국정부가 할 일이라면서 반대했다.
이승만은 올리버에게 아이젠하워나 맥아더 같은 군사고문과 일급의 금융정책 고문 후보를 물색해 보라고 지시했다.
남북협상에 대한 미군정부의 태도는 냉소적인 것이었다.
김일성과 김두봉의 모멸스러운 회신을 받은 김구와 김규식은 당혹했다. 두 사람은 특사를 평양에 보내어 북한쪽의 진의를 알아 오게 했다.
남북연석회의는 소련의 대북한정책 담당자인 슈티코프와 레베데프가 주동했다. 이들의 가장 큰 관심사는 김구를 평양으로 오게 하는 일이었다.
1. 選擧日 6週 앞두고 歸屬農地 불하
이 나라에 처음으로 민주공화국을 수립하게 되는 역사적인 5·10선거를 위한 본격적인 준비작업은 1948년 3월초부터 시작되었다. 선거일이 확정되자 미군정부는 1947년 11월 18일에 조직한 중앙선거준비위원회를 국회선거위원회로 이름을 바꾸고 공식적인 선거관리 임무를 맡겼다.
미군정부는 3월 17일에 「국회의원선거법」(법령 제175호)과 「선거구역표」(부록 제1호)를 확정 발표했는데,1) 그것은 1947년 9월 3일에 공포한 「남조선입법의원선거법」(과도정부법률 제5호)을 유엔한국임시위원단의 개정 제의를 받아들여 개정한 것이었다.2)
李承晩의 “投票者에게 勸告”
이승만도 본격적인 선거계몽 캠페인을 시작했다. 그는 3월 10일에 새로 결성된 민족대표단 명의로 유엔위원단에 건의서를 보낸 데 이어 “투표자에게 권고”라는 담화문을 발표했다. 그는 이 담화문에서 이번 선거는 독립을 주장하는 대다수 민중과 독립을 방해하는 공산분자와의 결전이라고 다음과 같이 강조했다.“우리가 독립을 주장하는 것은 우리의 잃었던 국권과 강토를 회복하여 가지고 삼천만이 다 자유로 살자는 목적일 뿐이다. 우리가 공산주의자들과 싸우는 것은 (그들은) 타국을 저희 조국이라 하여 우리 독립 목적을 방해하는 까닭이니, 누구를 막론하고 우리 독립을 방해하는 분자들과는 싸우지 않을 수 없을 것이다. …
민족진영에서 어떤 개인이나 어떤 단체가 승리할까가 우리의 문제가 아니요, 오직 독립주의와 독립반대주의와 또 이것도 저것도 아니고 기회만 엿보는 중간주의, 이 세가지 중에서 어떤 주의가 성공해야 될 것인가를 생각해서 투표해야 할 것이며, 민족과 국가를 위하여 분투할 가장 양심적이고 건설적인 애국인사만을 선택하여야 될 것이다. …”
그러면서 이승만은 ‘총선거에 대한 주의건’이라고 하여 정당과 사회단체를 초월하여 인격 본위로 선택할 것 등 15개항에 이르는 구체적인 주의 사항을 당부했다. 개중에는 “정치운동에 시비와 쟁론이 없지 못할 터이나, 주의와 사실로는 다툴지언정 개인의 신분이나 단체의 결점을 발표하여 피차의 감정을 양성하는 것은 우리 예의적 민족의 위신을 손실함이니 피차에 양보하며 포용해서 민족단결을 추진할 것”이라는 노파심 어린 항목도 있었다.3)
또한 이날 대동청년단, 독촉국민회청년단, 대한노총, 서북청년회, 전국학련 등 14개 청년단체도 자유분위기 보장과 선거 참여를 촉구하는 공동성명을 발표했다.4)
제2차 미소공위에 참가하는 문제로 소원해졌던 이승만과 한국민주당의 관계도 총선거라는 국가적인 행사를 앞두고 복원되었다. 3월 10일 오후 5시에 이화장을 방문한 한민당 위원장 김성수(金性洙)는 총선거 문제를 중심으로 한시간 반 동안 요담한 데 이어, 이튿날 오전에도 다시 이화장을 방문하여 장시간 요담했다.5)
총선거와 관련한 자유분위기 보장 문제는 유엔위원단이 특별히 관심을 갖는 사안이었다. 미군정부는 3월 12일에 중앙청 입법의원 회의실에서 전국 도지사 및 관구경찰청장 연석회의를 열고 언론, 출판, 집회의 자유 보장과 투표참여 독려에 대한 훈시를 들었다. 이날 회의에는 딘(William F. Dean) 군정장관을 비롯한 과도정부의 각 부처장도 참석했는데, 자유분위기 보장 문제와 관련하여 장시간 토의가 진행되었다.6)
越南以北人을 위한 特別선거구는 없애기로
「국회의원선거법」이 「입법의원선거법」과 가장 크게 달라진 것은 특별선거구 규정이 삭제된 것이었다. 「입법의원선거법」은 본적이 이북인 남한거주자들을 대표한다는 명분으로 특별선거구를 설치하기로 규정되어 있었다. 이 규정에 따르면, 이북에서 월남한 사람으로서 본적지 선거를 희망하는 사람을 위하여 남한 전 지역을 선거구로 한 한개의 특별선거구를 설치할 수 있었다. 그리하여 총의석 수 266석 가운데 36석을 이들에게 할당한다는 것이었다. 미군정부는 선거의 복잡성과 비현실성을 들어 특별선거구 설치에 반대했으나 과도입법의원은 월남인의 대표가 실질적으로 확보되어야 한다는 명분을 내세워 관철시켰다. 그러나 이러한 특별선거구제에 따르면 월남한 사람은 지역구와 특별선거구에서 두번 투표하는 셈이므로 보통선거법에 어긋날 뿐만 아니라 1947년 11월 14일의 유엔총회결의문에 채택된 “각 투표지역의 대표수는 인구에 비례해야 한다”라는 규정에 배치되는 것이었다. 그리하여 특별선거구제 규정은 「국회의원선거법」에서 삭제되었다.
그러나 북한 출신 인사들은 특별선거구 설치를 강력히 요구했다. 재남한이북인대회 준비위원회는 3월 16일에 특별선거구 설치를 요구하는 다음과 같은 건의서를 유엔위원단에 제출했다.
“특별선거구가 없이 소선거구제로 선거를 한다면 월남이주민 460만의 대표는 한 사람도 선출 못될 것인즉, 5분지 1 주민의 투표는 사표가 될 것이다. 그리고 이대로 실시된다면 남한단정이니 일당독재정치 운운하는 선전구실을 부정할 여지가 없을 것이다. … 생활 근거 없고 분산 거주하는 월남주민의 특수사정을 고려치 않는 법령이 발표된다면 우리는 결사 거부할 것이다. …”7)
그리고 같은 날 국회선거위원회도 하지(John R. Hodge) 장군에게 특별선거구 설치를 요청하는 건의문을 제출했고,8) 이승만도 국제호텔로 메논(K. P. S. Menon) 유엔위원단 의장을 방문하고 특별선거구 설치의 필요성을 역설했다.9)
이와 같은 요청에도 불구하고 3월 17일에 특별선거구제가 삭제된 「국회의원선거법」이 발표되자 독촉국민회, 한민당, 대동청년단 등 36개 우익 정당 사회단체는 유엔위원단, 국회선거위원회, 미군정부에 특별선거구 폐지의 재고를 요구하고, “만일 이북인의 실정을 고려치 않는 경우에는 선거법을 단호히 거부할 것”이라고 으름장을 놓았다.10)
獨促國民會大會에서 金九의 치사 대독은 중지되고
3월 18일에 시공관에서 열린 독립촉성국민회 제6차 전국대표자대회는 대의원 1,200명과 내빈 등 2,000여명이 참석하여 열기가 넘쳤다. 명제세(明濟世)의 개회사에 이어 총재 이승만은 다음과 같은 요지의 훈화를 했다.
“총선거를 대규모로 전개하여 50년간 압박당한 민족일지라도 이만한 능력이 있다는 것을 보여야 한다. 그리고 국권을 회복하자. 중간측의 대의명분이라는 것은 부당한 언사이다. 남북총선거는 묘두현령〔猫頭縣鈴 : 고양이 목에 방울달기〕 격이니 할 수 없다. 미국도 독립시에는 상당한 고통이 있었고 부자 형제의 상쟁이 있었다.
여러분이 지방에 귀향 후에는 이번 총선거에는 한 사람도 빠짐없이 참가하도록 권고하기 바란다. 공산당원이라도 권고해야 할 것이다. 그리고 입후보할 때에는 상호협의하기 바란다. 서북동포를 위한 특별선거구를 설치하도록 노력하겠으며 또 하고 있다. …”11)
다음은 부총재인 김구의 치사 차례였다. 김구의 치사는 유화청(柳和靑)이 대독했다. 그러나 김구의 치사 대독은 대의원들의 반대로 중지되고 말았다.12) 그것은 이승만과 김구의 관계가 완전히 파탄되었음을 확인하는 순간이었다. 대회는 4개항의 대회결의문을 채택하고, 이윤영(李允榮)의 국내정세보고와 신익희(申翼熙)의 국제정세보고를 듣고 첫날 회의를 마쳤다. 대회결의문에서 눈길을 끄는 것은 한국민족대표단을 가리켜 “우리 전민족의 최고기관”이므로 우리는 절대 지지하는 동시에 그 지시를 복종하기로 맹세한다고 하여 이승만에 대한 충성을 다짐한 점이었다. 대회는 이튿날까지 계속되었다.13)
以北人대회에서도 金九 연설이 중단돼
3월 20일 오후 3시부터 남산공원에서 열린 재남한이북인대회는 서북특별선거구 설치를 촉구하기 위한 월남인사들의 궐기대회였다. 대회는 수만명의 이북인들이 몰려 열기가 넘쳤다. 대회는 김병연(金炳淵)의 사회로 시작되어 위원장 이윤영의 개회사가 있은 다음 이승만의 치사가 있었다. 이승만은 총선거의 의의를 강조하면서 “이번에 이북인특별선거구를 획득하지 못한다고 실망하지 말라. 이후로도 특별선거구 획득을 위해 과감히 투쟁하라”는 요지의 치사를 했다. 남산이 떠나갈 듯한 박수가 얼마동안 계속되었다.
이승만의 치사가 끝나갈 무렵에 김구가 대회장에 나타나서 자리에 앉았다. 김구는 이북인이라고 하여 초청된 것이었다. 이승만이 퇴장할 때에 사람들은 김구에게 연설을 청했다. 김구는 이미 상기되어 있었다. “이북인에게 특별선거구를 달라!” “총선거에 참가하여 이북인을 대변하자!” 등의 플래카드를 들고 모인 이 실향의 군중에게 단독선거 반대를 주장할 참이기 때문이었다.
“유엔총회의 결의에는 남북한을 통한 총선거라고 했는데, 특별선거구라는 것은 당치 않은 말이오. … 우리가 북쪽 땅을 버리고 남하한 것은 이러한 특별선거구 따위를 획득하려는 졸장부와 같은 일을 하려는 것이 아닙니다. 우리는 단독정부 수립을 적극 반대해야 합니다. 단독정부를 수립함으로써 북쪽에 있는 부모형제를 찔러 죽이게 된다면 우리가 남하한 성과는 어디에 있겠습니까. 우리는 망명객이기 때문에 이러한 특별선거구 따위의 운동을 반대해야 합니다. 이것이 망명객의 양심일 것입니다. 망명객일수록 조국의 통일만을 부르짖어야 합니다. …”
그러자 군중 속에서 일제히 아우성이 일었다. “특별선거구에 관한 말만 하시오!”, “김구선생 반대한다. 내려가라!” 등의 고함소리가 들렸다. 김구는 더 말을 계속할 수 없었다. 그는 비통한 심정으로 대회장을 빠져나와야 했다.14)
김구는 이튿날 “조국 흥망의 관두에 임하여 남하한 이북동포에게 기(寄)함”이라는 성명으로 전날 대회장에서 말하고자 했던 심경을 토로했다. 그것은 한 달 전에 발표한 “3천만 동포에게 읍고(泣告)함”과 같은 맥락의 호소문이었다.
“小作人을 자유국가의 자유 地主로”
5·10선거를 앞두고 미군정부가 실시한 가장 획기적인 조치는 귀속농지〔8·15이전의 일본인소유 농지〕를 그 소작 농민들에게 불하한 것이었다. 미군정부는 3월 22일에 지금까지 귀속농지 관리 업무를 담당해 온 신한공사(新韓公社)를 해산하고 귀속농지의 매각 업무를 담당할 중앙토지행정처 설치를 위한 「중앙토지행정처 설치령」(법령 제173호)과 「신한공사 해산령」(법령 제174호)을 전격적으로 공포했다.15) 두 법령을 공포하면서 딘 군정장관은 기자단에게 다음과 같이 말했다.
“본관은 조선 농부들이 오랫동안 가져온 꿈을 실현시키는 법령에 서명하였다. 이 서명은 미군이 조선에 진주한 이래 계획하고 있던 중요한 사명을 달성한 것이다. 오늘 안재홍(安在鴻) 민정장관과 법령 제173호에 서명함으로써 동양척식회사(東洋拓殖會社)의 침략적 토지정책의 모순이 소멸되었다. 그리고 신한공사도 해산되었다. 이 법령의 요지를 몇 가지 든다면 (1)조선의 소작농은 대부분이 자작농이 될 것, (2)조선 역사상 처음으로 그들이 토지를 소유하게 된 것, (3)지주들의 지배를 받지 않게 된 것, (4)이들 농가에서도 정부에서 요구하는 이외의 세금에는 책임이 없게 된 것 등을 들 수 있다. 요약하면, 법령 제173호로 말미암아 50만 세대의 소작인은 자유 국가의 자유 지주가 된 것이다.”16)
신한공사가 관리하는 귀속농지는 임야와 과수원 등을 제외하고도 1947년 현재 28만여 정보로서 남한 총 경지면적의 13%에 이르며, 소작농가는 55만 4,000여호로서 남한 총 농가수의 27%에 이르고 있었다. 그리고 신한공사의 소유토지는 생산력이 높아서 1947년의 쌀 생산고는 남한의 쌀 총생산고의 25%에 이르렀다. 그리하여 1947년 4월 1일부터 1948년 3월 31일까지의 신한공사의 수지결산을 보면 5억 8,700만원이라는 막대한 순이익을 내고 있었다.17)
법령 제193호는 그러한 신한공사의 소유농지를 총경작지가 2정보를 넘지 않는 범위 안에서 해당 경작지 소작농에게 최우선적으로 매각한다고 규정했다. 농지의 대가는 평년 소출의 3배로 하고 해마다 소출의 20%를 15년 동안 나누어 현물로 갚게 했다. 소유권은 즉시 이전등기를 하되, 권리행사는 상환을 완료한 뒤에 할 수 있게 했다.18)
總選擧 이전에 小作農家 절반가량이 농지 불하받아
3월 22일자로 발족된 중앙토지행정처는 설립과 동시에 행정기구 개편과 농지매각에 관한 실무자 교육을 실시하여 4월 8일에는 토지분양개시식을 거행하고, 서울에서 가까운 양주군과 고양군의 100여 농가에 매호마다 450여평씩 15정보가량을 분양했다.19) 그리고 전국적으로는 5,000호의 경작농가에 양도증서를 교부하고 등기절차를 끝냈다. 농민들의 호응은 열광적이었다. 4월 1일부터 시작된 귀속농지 매각은 급속도로 진행되어 4월 13일 현재 양도수속이 완료된 건수는 토지행정처 서울지청 관할이 8,162건, 대구 관할이 8,343건, 부산은 937건, 그리고 이리는 무려 20만 5,775건에 이르렀다. 한편 신한공사 토지의 전 면적 가운데 절반가량을 차지하는 전남북의 일부 지주는 귀속농지 불하에 대해 맹렬한 반대운동을 벌였다.20)
이 조치에 좌익 정파들의 입장은 민주주의민족전선의 논평에 집약적으로 표명되어 있다.
“이번 군정당국이 동척(東拓)의 후신인 신한공사 소유지를 비롯하여 일본인이 강점했던 전답을 방매 처분하게 된 것은, 첫째로 괴뢰적 반동 단정 조작을 위한 남조선 단선을 앞두고 농민의욕을 사서 득표를 노리자는 것이요, 둘째는 전농안(全農案)에 표시된 민주적 토지개혁을 요망하여 투쟁하고 있는 남조선인민의 투쟁의욕을 토지를 농민에게 준다는 허울 좋은 기만으로 거세하자는 것이요, 셋째는 반동적 기만적 토지개혁의 전례를 만들 음모로써 소위 ‘입법의원토지개혁안’과 같은 지주의 특권 옹호적 반동 토지개혁을 실시하여 봉건적 지주토지제도를 영구화하여 지주를 미제의 침략과 식민지화의 앞잡이로 충실화하여 괴뢰 단정의 물질적 토대를 튼튼히 닦자는 기만적 모략적 술책이다. …”21)
그러나 귀속농지 불하는 급속도로 추진되어 총선거 이틀 뒤인 5월 12일 현재 전 농가의 44.6%가 귀속농지를 분양받았고, 8월까지는 86%의 농지가 불하되었다. 그리하여 정부수립 이후에 실시해야 된다는 명분으로 반대하던 우파인사들도 이를 기정사실로 받아들이고 농지개혁의 기념행사에 참여하는 등 협조적인 반응을 보였고, 좌익 그룹은 이에 대한 반대 캠페인의 시간적 여유도 갖지 못했다.22)
“韓國國會의 동의없이 軍정부가 처분할 권리 없어”
귀속농지 불하조치에 가장 강력하게 반발한 사람은 다름 아닌 이승만이었다. 이승만은 3월 20일에 올리버에게 보낸 긴 편지에서 귀속농지 불하와 관련한 토지개혁 문제에 대해서도 자신의 의견을 피력했다. 그는 일본점령기 때의 동양척식회사의 설립경위와 그 회사 소유 토지의 성격에 대해서 자세히 설명하고 나서, 다음과 같이 잘라 말했다.
“그러므로 이것은 적산이 아니라 법적으로 한국국민들에게 속하는 재산이고, 미군정부는 한국국회의 동의 없이는 그것을 처분할 권리가 없습니다. 선거는 앞으로 6주일밖에 남지 않았어요. 한국사람들이 국회를 구성할 기회도 갖기 전에 왜 저 사람들이 저렇게 서둘러 이 토지를 분할하여 매각하려 하는지 알 수 없군요.”
이승만은 1946년 2월에 자신이 발표한 27개항의 「민주주의 원칙」에도 군정부가 취한 조치와 같은 토지개혁계획이 들어 있음을 상시시키면서 다음과 같이 주장했다.
“그러나 우리가 우리 정부를 갖게 되면 우리더러 한국의 파시스트, 반동, 극우파라고 말하는 모든 사람들이 우리가 우리나라를 자유화시키는 일에 얼마나 진취적인가를 보고 깜짝 놀랄 것이오. 토지개혁법이 제일 먼저 제정될 것이고, 그 밖에 많은 다른 자유화 운동이 차례로 자리 잡게 될 것입니다. …”
그는 또 다음과 같은 말도 덧붙였다.
“젊은 사람들을 등한시한다는 등의 이야기는 완전한 난센스입니다. 우리는 우리 젊은이들 없이는 아무 일도 할 수 없고, 실제로 우리 청년단체들은 남북이 모두 100퍼센트 나를 지지합니다. …”
올리버가 國務部 찾아가 항의해
이러한 이승만의 편지를 받은 올리버는 국무부를 방문하고 번스(Arther C. Bunce)를 비롯하여 맥다이어멧(McDiarmet), 피셔(Fisher) 등을 만나 항의했다.23) 번스는 1946년 2월에 국무부가 파견한 하지 중장의 경제고문으로 한국에 왔다.24) 그는 일본점령기에 YMCA의 한국농촌부흥사업에 관계하여 함경도 등지에서 6년 동안 일했고, 한국어도 유창하게 구사했다. 미군정부는 1946년 3월 7일에도 전 일본인소유 농지를 소작농가에 매각하는 법령을 제정하겠다고 발표했었는데,25) 그것은 번스의 제의에 따른 것이었다. 그리하여 러치(Arecher L. Lerch) 군정장관은 1946년 3월 15일에 귀속농지에 대한 불하계획을 정식으로 발표했다.26) 그러나 번스의 제안은 미군정부의 가장 큰 과제였던 미곡수집 문제를 비롯한 이러저러한 현실적인 문제로 벽에 부딪혀 그해 6월 25일에 갑자기 취소되고 말았다.27)
올리버의 항의의 요점은 이러한 조치는 새로 수립될 한국정부가 발표하도록 남겨 두었어야 했다는 것이었다. 그렇게 했다면, 첫째로 ‘반동분자’들을 뒤흔들어 아마도 그들을 파탄시켰을 것이고, 둘째로 선거운동에 기인하는 불가피한 상처들을 치유하는 데 도움이 되는 종합적인 수단이 되었을 것이라고 했다.
번스는 이 발표는 민족주의자들이 선거에서 승리하도록 도우려는 의도에서 나온 것이라고 설명하면서, 새정부는 그 계획을 상당히 뒤로 늦출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올리버는 이 발표는 미국이 소련에 못지않게 토지개혁을 지지한다는 것을 보여줌으로써 한국인들을 희생시키면서 미국의 체면을 세우려고 한 것이 아니냐고 반박했다.28)
歸屬農地 불하는 獨裁者출현 방지 위해서라고
미군정부가 총선거가 6주 앞으로 다가온 시점에서 귀속농지 불하 조치를 전격적으로 결행한 이유는 무엇이었을까? 민족주의 진영이 선거에서 승리하도록 도우려는 의도에서 결행했다는 번스의 설명은 그다지 설득력이 없다. 물론 그런 면이 전혀 없지는 않았을 것이나, 좌익과 중간파뿐만 아니라 우익 정파 가운데에서도 김구 그룹이 선거 불참을 공언하고 있는 상황에서 이승만 그룹과 한민당 등 우익 민족진영의 승리는 예정되어 있었다. 거기에는 미국무부와 군정부의 한국 독립정부 수립과 관련한 한결 심각한 고려가 작용했던 것이 틀림없다. 그것은 이승만의 정치 리더십에 대한 불안에 따른 것이었다. 3부조정위원회(State-War-Navy Coordinating Committee: SWNCC)는 1947년 7월 24일에 맥아더 장군과 하지 장군에게 대한정책에 대한 새로운 지시(「SWNCC 176/29」)를 훈령했는데, 그 경제분야 지시는 매우 주목할 만한 것이었다. 그것은 한국 경제는 공공기업, 사기업, 협동소유의 기업체와 다수의 소규모 자작농을 기반으로 하는 농업으로 이루어지는 ‘혼합’형 경제구조가 되게 해야 한다는 것이었다. 그리하여 토지소유권의 재분배와 신용협동조합의 발전과 같은 경제개혁을 추진하라고 지시했다.29)
이러한 훈령에 따라 미군정부는 과도입법의원에 토지개혁법의 제정을 거듭 촉구했는데, 1947년 8월 25일에 러치 군정장관이 입법의원에 보낸 공문은 미군정부가 총선거를 앞두고 귀속농지의 불하를 서둘러 결행한 이유를 짐작하게 한다.
“본관은 전 일인소유 농지 처분을 규정할 법령의 필요성에 관해 귀원에 재차 서한으로서 이 문제에 대하여 언급하려 합니다. 1947년 2월 5일부 서한으로도 이에 관해 장문에 걸쳐 말씀하였고, 또 동년 2월 17일부 서한으로도 재차 이에 언급한 바 있습니다. 남조선과도입법의원은 민주주의 건설을 위하여 많은 진전을 해 왔으나 광대한 농지가 중앙정부의 소유로 되어 있는 한 농민을 위한 진정한 민주주의 달성 노상에는 아직도 허다한 일거리가 남아 있는 것입니다. 본관 생각에는 정부소유 토지를 관리하는 강력한 기관이 존속되어 조선 농민에 대해 지주 격의 역할을 하는 것은 장차 그 어느 독재자의 출현을 공공연히 초래시키는 것밖에 안되는 것입니다. 본관이 이에 입법의원이 긴급조치를 취하시어 전 일인소유 농지를 조선농민에게 처분하고 신한공사를 속히 해체케 할 법령을 제정하시기를 요망하는 것입니다.”30)
“어느 독재자의 출현”이란 이승만의 집권을 상정한 말이었음은 말할 나위도 없다. 이처럼 미군정부는 거대한 규모의 귀속농지를 그대로 놓아둔다면 이승만이 국가자본주의를 추구하는 독재권력의 기반이 될 수 있다고 우려했던 것이다.31) 이승만에 대한 하지의 개인적인 반감은 그러한 조치를 더욱 서두르게 했을 것이다.
有權者 96.4%가 등록
3월 30일부터 선거인 등록과 입후보자 등록이 실시되었다. 선거권은 만21세 이상의 남녀, 피선거권은 만25세 이상의 남녀에게 있었다. 국회선거위원회는 1946년 8월 30일의 인구통계를 사용하여 유권자 총수를 813만 2,517명으로 산정했다. 선거인 등록을 한 사람만 투표를 할 수 있었으므로 선거에 참여하는 정파들은 선거인 등록에서부터 열성을 기울였다. 독촉국민회는 등록이 시작되는 3월 30일 오후에 각 단체 대표 2명씩을 초청하여 선거에 대한 제반 문제를 토의하고, 총선거대책위원회가 활동이 부진하다면서 이와는 별도의 강력한 총선거 추진 기구로 전국애국연합 총선거추진위원회를 새로 결성하고, 백남훈(白南薰), 명제세, 이청천(李靑天), 이윤영, 신익희 5명의 최고위원과 선거업무를 분담할 재무부, 선전부, 정보부, 연락부, 동원부의 책임자 및 전진한(錢鎭漢) 외 2명의 기획위원을 선정했다.32)
선거인 등록은 호조를 보여 첫날에 15%를 기록했고, 마감일인 4월 9일까지에는 유권자의 96.4%인 784만 871명이 등록을 마쳤다.33) 이러한 높은 등록률은 독립정부 수립이라는 역사적인 행사에 대한 국민들의 기대와 함께 미군정부의 적극적인 홍보가 주효했기 때문이다. 또한 경찰을 포함한 정부행정기관이나 우익 청년단체들의 강권도 없지 않았던 것은 일부의 여론조사 결과로도 짐작할 수 있다. 한국여론협회는 4월 12일에 서울시내 충무로 입구와 종로2가에서 통행인 1,262명을 대상으로 가두여론조사를 실시한 결과 다음과 같이 나타났다고 발표했다. 등록을 한 사람이 924명(74%), 하지 않은 사람이 318명(26%)이었는데, 등록한 사람 가운데 자발적으로 했다고 응답한 사람은 84명(9%)뿐이고 850명(91%)이 강요를 당했다고 응답했다는 것이었다. 그리고 강요는 청년단체나 반장에게 당했다는 응답자가 468명(55%)이었다고 했다.34)
이에 격앙한 미군정부는 공보국장 담화로 “이것은 남조선의 현하 정세에 비추어 상상할 수 없는 숫자”이고 여론협회의 태도는 “언론자유의 한계를 벗어난 것”이라고 경고했다.35)
한편 유엔위원단의 《보고서》는 미등록자에 대한 위협과 폭력행사에 관하여 아무런 구체적 증거는 수집할 수 없었으나, 쌀배급 통장을 발행하는 지방행정 사무실에서 등록을 실시하고 쌀배급 통장을 몰수하겠다고 위협하여 강제로 등록시키는가 하면, 경찰과 청년단체가 등록을 권유한 것은 일본통치의 잔재로서 일종의 강제로 간주된다는 등의 불평이 있었다고 기술했다. 그리고 등록반대자 가운데에는 “친구나 가까운 사람들이 그들의 애국심을 의심할까 두려워서 등록한 사람도 있었을 것으로 사료된다”고 했다.36)
선거인 등록에 만족한 우익 정파들은 4월 18일에 전애국단체연합 선거추진위원회 주최로 서울운동장에서 등록성공축하 국민대회를 거행했다. 대회에서 모윤숙(毛允淑)은 하지 장군에게 보내는 메시지를 낭독했고, 이승만은 5·10선거에서 좋은 성과가 있을 것을 확신한다는 치사를 했다. 대회가 끝난 뒤에 군중은 긴 행렬을 지어 동대문과 종로를 거쳐 대한문 앞까지 행진했다.37)
金性洙는 李允榮에게 선거구 양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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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자신의 선거구를 이윤영(李允榮)에게 양보한 김성수(金性洙)와 이승만(李承晩). |
입후보자 등록이 시작되자 이승만이 걱정했던 현상이 나타났다. 우익 민족주의정파 후보의 심한 난립이었다. 또 하나 두드러진 현상은 중도파 세력이 대거 입후보한 것이었다. 한국독립당과 민족자주연맹을 비롯하여 남북협상에 참여한 중도파 인사들이 소속 정당의 공식적인 선거불참 선언에도 불구하고 무소속이나 개인자격으로 입후보한 것이었다. 한독당과 중도파 인사들이 무소속으로 출마하자 독촉국민회, 한민당, 조민당 등 우파 민족주의 진영에서는 후보단일화가 시도되었으나 성과를 거두지 못했다.38)
이러한 상황 속에서 서울 종로 갑구에서 입후보할 예정이던 한민당 위원장 김성수가 3월 31일에 조민당 부위원장 이윤영에게 선거구를 양보하여 정가에 큰 자극을 주었다.39) 우익 정파들의 난립을 막고 특별선거구 설립의 희망이 무산된 이북출신자들을 위로하기 위한 배려에서였다. 그는 다음과 같이 말했다.
“이번 총선거에서 무엇보다도 통탄스러운 일은 북한에서 총선거를 못하게 되어서 조만식(曺晩植) 동지 같은 분이 국회에 참여하지 못하는 것이다. 조만식씨는 학생시대부터 나의 가장 신뢰하고 존경하는 분이지마는 8·15 이후에 그가 취한 성자적 태도에는 진실로 경복하지 않을 수 없다. 조만식씨는 못 오더라도 특별선거구로 그의 지기들이 국회에 많이 나오게 되려니 하였더니, 이제는 그 기대도 어그러졌으니 정의상으로나 남북통일의 일을 위해서나 크게 유감되는 일이다. 이에 조만식 동지가 위원장인 조선민주당의 부위원장 이윤영 동지를 국회에 참석하도록 하기 위하여 그분을 종로 갑구 선거구에 의원후보자로 추천하기로 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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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성수(金性洙)의 양보로 서울 종로갑구에서 국회의원에 당선된 이윤영(李允榮). |
김성수의 선거구 양보에 대해 이승만은 다음과 같이 말했다.
“김성수씨가 이윤영씨에게 선거입후보의 권리를 양보한 데 대하여 나는 지극히 기뻐한다. 애국정신으로 정치상에 상호 양보해서 국가대업에 도우기로만 주장한 것은 누구나 다 환영하지 않을 수 없다. 경향 각지의 모든 정치지도자들은 이러한 정신을 지켜 국권수립으로만 목적하면 우리의 앞길은 저절로 열리게 될 것이다.”41)
김성수가 이윤영에게 선거구를 양보한 것은 사전에 이승만과 상의하여 결정한 것이었다. 이윤영은 종로 갑구에서 입후보하여 차점인 박순천(朴順天)과 압도적인 표차로 당선되었는데, 뒷날 그는 처음에 이승만과 김성수가 이화장 정원에 앉아 함께 자신을 종로 갑구에 출마하라고 권했다고 술회했다.42)
李承晩은 東大門甲區에서 무투표로 당선돼
이승만은 동대문 갑구에서 무투표로 당선되었다. 입후보자 등록 마감날인 4월 16일 현재 등록을 마친 다른 후보가 없었기 때문이다. 도전자가 없지는 않았다. 도전자는 군정청 경무부의 수사국장으로 재직하다가 경찰개혁 문제 등으로 경무부장 조병옥(趙炳玉)과의 반목끝에 1946년 12월에 조병옥으로부터 파면당한 최능진(崔能鎭)이었다.
평남 출신인 최능진은 미국에 유학하여 스프링필드 대학에서 체육학을 전공했다. 재미생활 동안 흥사단에 관계하면서 이승만에 대해서는 비판적이었다. 1929년에 숭실전문학교의 체육교수로 부임한 최능진은 동우회(同友會) 사건으로 2년 동안 투옥되었고, 8·15 이후에는 조만식 중심으로 평양에서 결성된 건국준비위원회의 치안부장을 맡았다가 한 달 뒤에 월남했다. 최능진은 이승만의 국회진출을 저지하겠다는 생각에서 동대문 갑구에 입후보했다.43)
최능진은 입후보등록 마감 날 선거위원회에 등록하러 갔다가 이중추천자가 있다고 하여 등록을 거부 당했다.44) 최능진은 하지장군에게 탄원하여 마감을 두 차례나 연기한 끝에 등록을 마쳤다고 한다. 그러나 최능진의 등록은 선거위원들이 총사퇴하고 서류가방을 서북청년회 맹원들에 탈취당하는 등 우여곡절 끝에 5월 8일에 말소되고 말았다.44) 송남헌(宋南憲)은 최능진이 동대문 갑구에 입후보한 것은 김규식을 염두에 두고 이승만을 실각시키기 위한 미군정부의 공작에 의한 것이었다고 썼다.45)
“民主主義는 민중의 의사에 순종하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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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4·3사건 때에 마을이 불타서 산간지대로 옮긴 부녀자와 아이들. |
입후보자 등록 개시를 이틀 앞둔 3월 28일에 열린 독촉국민회 서울시 각구동지부 전체대표자대회는 만장일치로 이승만을 동대문 갑구 국회의원 입후보로 추대하기로 결의했고, 같은 날 동대문 갑구 안의 동회장, 독촉국민회 동지부장, 청년단체 대표 및 일반 유지의 회합에서도 만장일치로 추대하기로 결의했다. 그 전날에 있었던 동대문구 주민대표자대회에서도 동대문 갑구에서 이승만을 추대하기로 결의했다.46) 그러나 이승만은 등록마감일이 임박할 때까지 등록을 하지 않았다.
등록마감 사흘 전인 4월 13일에야 입후보 등록을 마친 이승만은 이튿날 입후보 소감을 다음과 같이 피력했다.
“나는 원래 출마할 의사를 갖지 않고 있었다. 그러나 시민들이 기어이 출마하라고 서면으로 또는 구두로 권고하기에 나도 신중히 고려해 보았다. 민주주의는 대다수 민중의 의사에 순종하는 것이 당연하다는 것을 생각할 때에 끝까지 거부하기가 너무도 미안스러웠던 것이다. 그러므로 그동안 나는 침묵을 지켜 오다가 4월 13일에 이르러 비로소 승낙을 한 것이다. 하여간 나는 우리 동포가 원하는 것을 (않겠다고) 고집하기는 싫다. 그리고 내가 출마하느니 또는 어떠니 하는 말이 퍼지면서 별별 모략과 중상이 떠돌고 있는 듯하나, 이것은 다 선거를 방해하는 불순분자들의 비겁한 행동이라고 본다. 하여간 나는 이번 등록의 성적이 남의 나라에서도 보지 못할 만치 우수했다는 것을 기뻐하며, 우리 동포들이 무엇을 진심으로 원하는가를 더욱 명백히 알게 되었다. 내가 이번에 출마하는 의사는 당선됨을 원하는 것이 아니고 다만 다수 동포들의 성의와 권고를 무시할 수 없는 때문에 승낙을 한 것이니, 여러 동포들은 별다른 생각을 갖지 말고 우리 동포들의 의사를 잘 대변해줄 진정한 애국동지가 있다면 (추천하는 데) 주저하지 말기를 미리 부탁하는 바이다. 나는 이런 결과가 있어 우리 동포들의 앞날이 하루속히 열리기만 기다리는 바이다.”47)
朴憲永이 南勞黨의 선거방해 독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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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면 전면에 박헌영(朴憲永)의 글이 실린 《노력인민》 지면. |
4월 4일 밤에 목포 유달산에 봉화가 오른 것을 시발로 전국 각지에서 봉화 시위, 선거 사무소를 비롯한 관공서 및 경찰서 습격, 입후보자와 선거관계자 테러, 교량 및 철도 등 교통시설 파괴, 전신주 뽑기, 방화 등의 온갖 형태의 폭력사태가 속출했다. 등록한 입후보자 세 사람이 좌익청년들에게 살해되고, 전남 함평에서는 전신주 52개가 한꺼번에 사라지기도 했다. 비슷한 사태는 서울에서도 벌어졌다. 북한산과 인왕산에 봉화가 오르고 각 동의 선거등록사무소가 잇달아 습격당했다.49) 그리하여 김형민(金炯敏) 서울시장의 요청으로 등록소와 선거위원회 사무소에 사복 경관이 배치되었다.50)
북한에 있던 박헌영(朴憲永)은 서울에 내려와서 남로당의 총선거반대투쟁을 지휘했다. 남로당 기관지 《노력인민》은 “인민들에게 고함”이라는 박헌영의 글을 1면과 2면 전체에 걸쳐 실었다.51)
鄕保團 조직하여 방해공작 대처
남로당의 필사적인 공작에 따른 폭력사태를 경찰의 힘만으로는 방어할 수 없었다. 이 무렵 경찰병력은 간부 1,936명을 포함하여 3만 185명밖에 되지 않았다.52) 그것으로 혼란스러운 분위기 속에서 1,400여 개소의 면사무소와 1만 3,800여 개소의 선거인등록사무소를 보호하기에는 역부족이었다. 그리하여 군정부는 향토방위를 위한 행정구역별 자치기관으로 향보단(鄕保團)을 조직했다. 그것은 법령에 근거한 조직은 아니었다. 구성원은 18세 이상 55세 이하의 남자였다. 향보단은 경찰과 협조하여 남로당의 방해공작을 저지하고 총선거가 순조롭게 진행될 수 있도록 경찰의 보조역할을 했다. 그리고 선거가 끝나자 5월 25일에 해체되었다.53)
선거일이 다가오면서 경찰은 경계를 더욱 강화했다. 경찰이 얼마나 긴장하고 있었는가는 수도관구경찰청장 장택상(張澤相)이 관할 각 경찰서에 (1)누구를 막론하고 경찰관을 제외하고는 노상에 서 있지 못하게 하고, (2)경찰관이 서 있는 행인을 발견한 때에는 걸어가도록 명령하고, 불응할 때에는 본서에 동행하여 보안주임에게 넘기라는 명령서를 하달한 사실로도 짐작할 수 있다. 그것은 선거반대자들의 가두시위를 사전에 봉쇄하기 위한 조치였다.54) 야간 통행금지 시간도 한 시간 연장되어 4월 28일부터는 밤 10시부터 일반통행이 금지되었다.55) 한편 장택상은 4월 28일에 기자단과 만나서 폭동을 선동하는 자는 용서없이 처단하겠다고 으름장을 놓았다.
“수도경찰은 폭동을 인민항쟁이라는 칭호로 찬미하고 폭동을 조장하는 의미로 문자나 언사로 민중을 현혹케 하는 자는 앞으로 시간을 지체치 않고 체포 고발하여 처단을 받게 하겠다. 단선단정 반대나 기타 정치언론에 관하여는 경찰은 하등 간섭을 않겠으나, 폭동을 권유 선동하는 자에게는 직업 여하를 막론하고 체포 고발할 것을 명확히 선언하는 바이다.”56)
같은 날 수도관구 각 경찰서는 50여명씩의 경찰특별돌격대를 조직하고 29일부터 맹훈련을 시작했다. 돌격대의 사명은 총선거일을 전후하여 폭동이 일어나서 폭도들이 산악에 집중하는 경우에 이를 진압하는 것이었다.57)
2. 슈티코프가 金九의 連席會議참가 강조
3월 25일 저녁의 평양방송 이후로 경교장과 삼청장은 한독당과 민족자주연맹 관계자들뿐만 아니라 북한으로부터 연석회의 참석자로 초청 받은 인사들의 왕래로 인성만성했다. 그러한 상황 속에서 김일성과 김두봉의 모멸스러운 회신을 받은 김구와 김규식은 여간 당혹하지 않았다.
金奎植은 강제수용소에 보내질지 모른다고 우려
3월 28일 오후에 삼청장에서 열린 민족자주연맹 정치 상무위원 연석회의에서는 ‘당신네들’이라는 호칭 등의 오만불손한 북한 양 김의 회신 내용을 두고 남북회담 참가 거부를 주장하는 사람도 있었다.58) 김규식은 이날 저녁에 방한 중이던 미육군부 차관 드레이퍼(William H. Draper. Jr.)와 미군정부의 하지, 제이컵스(Joseph E. Jacobs), 랭던(William R. Langdon)과 회합을 가졌는데, 그 자리에서 그는 자신과 김구는 남북회담 제안자였기 때문에 북한의 초청을 수락할 수밖에 없으나 가기 전에 신변안전 보장 등을 협의하기 위해 연락원을 보내겠다고 말했다. 남북회담은 아무 것도 달성할 수 없고, 자신은 강제수용소에 보내질지 모른다고 말했다.59) 드레이퍼는 이승만과는 이날 오전에 만났다.60)
또한 3월 29일에 발표된 한독당 중앙집행위원회의 다음과 같은 선언문은 좌익정파들과는 다른 김구 그룹의 곤혹스러운 입장을 반영한 것이었다.
“남한만의 선거로 ‘중앙정부’를 세우는 것은 북한만의 선거로 ‘북조선인민공화국’을 세우라고 승인하는 것이니, 현재 통일독립이 공약된 정세하에서도 남북이 통일 못한 것이 장차 소련 위성국가로 완성된 ‘북조선인민공화국’과 남한의 ‘중앙정부’와는 평화수단으로 통일될 가능성은 절대로 없고 전쟁수단으로밖에는 없을 것이다. …”61)
이처럼 한독당은 분단 상태에서 북한에 수립될 정권은 소련의 위성국가일 수밖에 없다고 인식하고 있었던 것이다.
김규식, 조소앙, 홍명희(洪命憙), 유림(柳林), 이극로(李克魯) 등은 3월 28일과 29일에 잇달아 저녁 7시에서 밤늦게까지 별도의 회의를 열고 대책을 협의했다.62) 그리하여 김구와 김규식은 3월 31일에 ‘감상(感想)’이라는 이름으로 다음과 같이 떨떠름한 성명을 발표했다.
“미리 다 준비한 잔치에 참례만 하라는 것 아닌가”
“일전 북한에서 라디오방송으로 남북정치협상회의를 4월 14일에 평양에서 개최하겠다며 남북쪽에 각각 몇몇 정당을 지명까지 하였으나, 그 지명된 외에도 이 협상을 찬성하는 단체나 개인은 3월 이내로 연락하여 달라고 하였다.
그러나 당시에는 지난 2월 16일부로 우리 두 사람 명의로 북한에 송함(送函)한 것을 접수 여부의 소식도 없고 평양방송에도 언급치 않았으므로 방송이 말한 바 남북정치협상은 여하한 의도로 소집되는 것인지 분명히 알지 못하였다. 지금에서야 우리 두 사람에게 북한의 답복도 왔고 동시에 예비적 회담인지는 모르겠으나 우리 두 사람 외에 모모 13인(좌우 합하여)에게 따로 통지가 온 모양이다. 김일성, 김두봉 양씨의 회한을 받은 후 우리 두 사람의 감상은 아래와 같다.
(1) 제1차 회합을 평양에서 하자는 것이나, 라디오방송 시에 남한에서 여하한 제의가 있었다는 것을 발표 아니한 것을 보면 제1차회담도 미리 다 준비한 잔치에 참례만 하라는 것이 아닌가 의구가 없지 않다. 그러나 우리 두 사람은 남북회담 요구를 한 이상 좌우간 가는 것이 옳다고 생각한다.
(2) 가는데 있어서는 먼저 내왕 수속절차와 그 방면에 예정해 놓은 프로그램 여하와 남쪽대표의 신변보장 및 1차회담에 성공치 못한다면 2차, 3차 내지 10여차까지라도 기어이 남북통일을 쟁취할 의사유무까지도 알아야 할 것이다.
(3) 북한에서 지명한 15인 이외에도 누락된 정당이나 개인이 많이 있으니 어떤 정당, 어떤 개인을 증가할 것을 접흡(接洽)할 것.
(4) 이러므로 우리의 생각에는 먼저 그쪽에서 지명한 남쪽 인원끼리라든지 혹은 이에 찬동하는 정당, 단체, 개인만이라도 속히 집합하여 일체를 상의한 후 연락원 약간인을 택하여, 일부 연락원은 38 이남 왕래에 관하여 남쪽 당국과 연락을 하고 일부 연락원은 북조선에 가서 이상 일체를 접흡할 것. 아직은 이상만이 우리 두 사람의 의견이다.”63)
두 사람은 이러한 ‘감상’과 함께 국민들의 관심사인 북한의 두 김과 주고받은 편지는 요지만 간추려 발표했다.
김일성과 김두봉의 회신을 공개도 하지 않은 채 “미리 다 준비한 잔치에 참례만 하라는 것이 아닌가” 라고 의구하면서도, 회의를 기정사실인 것처럼 전제하고 구체적인 절차 문제를 거론한 것은 많은 국민들로 하여금 남북회담에 대하여 환상적인 기대를 갖게 하는 것이었다.
이날 기자단과 만난 자리에서 김구는 “이 회담의 성공을 확신하는가?”라는 질문에 다음과 같이 확언했다.
“물론 확신한다. 남한의 미군도 적극적으로 우리의 독립을 원조한다고 하고 북한의 소련군도 그렇게 말하고 있기 때문에 이러한 국제 분위기로 보더라도 성공을 확신한다.”
그것은 물론 김구의 정치적 발언이었다. “장소를 평양으로 지정한 데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느냐”는 뒤이은 질문에도 그는 다음과 같이 대답했다.
“별다른 생각은 없다. 이것이 1차로 끝마칠 것이 아니라 2차, 3차로 독립되는 날까지 계속할 것이니, 다음은 여기에서 할 수도 있을 것이다.”
이러한 대답은 사실은 그도 김규식과 마찬가지로 평양회담의 결과를 결코 낙관하지 않고 있었음을 반증하는 것이었다.64)
金奎植이 해방 후 전례없는 熱辯토해
김구, 김규식, 홍명희, 김붕준(金朋濬), 이극로 등 ‘7인성명’을 발표했던 남북협상파 인사들은 4월 1일 밤에 경교장에 모여 협의한 결과 북행에 앞서 김구와 김규식의 연락원 두세 사람을 평양에 파견하기로 했다. 북한쪽과의 협의 내용은 예비회담에는 백지로 임할 것, 북한쪽이 지명한 15명 이외에 적당한 인물을 추천하여 참가하도록 할 것 등이었다.65) 김구와 김규식이 제의한 남북지도자회담을 북한쪽이 정당 사회단체 연석회의보다 먼저 열자고 제의해 옴에 따라 지도자회담은 예비회담인 것처럼 인식되고 있었다. 이들은 4월 2일 밤에도 경교장에 모여 심야까지 구수회의를 열었다.66)
4월 3일 오후에는 그동안 국민의회와 민족자주연맹이 중심이 되어 추진해 오던 통일독립운동자협의회 결성대회가 70여 정당 사회단체의 대표들이 참가한 가운데 역경원(譯經院)에서 열렸다. 그것은 남북협상을 지지하는 우익 및 중도 정파들의 결집체로 결성된 것이었다. 김구와 김규식은 이 대회에 참석하여 축사를 했는데, 김구의 간단한 축사에 이어 김규식은 “해방 후 전례없는 열변”으로 장시간에 걸쳐서 비장한 소회를 토로하여 화제가 되었다.
김규식은 조금 전에 대회가 채택한 선언문 모두에 통일독립을 달성하는 데에는 전쟁의 길과 평화의 길 두 가지가 있다고 한 것부터 비판하고 나섰다.
“우리가 통일과 독립을 원하는 것은 누구나 다 잘 아는 것이다. 그러나 실행하기는 어려운 것이다. 우리가 독립을 전취할 때까지 이 협의회를 살려 목적을 달성하여야 할 것이니, 이 마지막 길을 생명을 내놓고 나가는 것으로 여러분은 아시요. 이 대회 선언문 처음에 통일독립의 길에 전쟁의 길과 평화의 길 이 두 가지가 있다고 하였는데, 이는 망발이라 아니할 수 없다.
우리가 과거 평화시대에나 또는 양차의 세계대전이 있었으나 우리의 독립이 있었던가? 제1차 세계대전이나 중일전쟁이나 또는 미일전쟁을 우리가 얼마나 고대하고 혹시 우리의 독립이 오려니 하고 바랐으나, 제2차 대전이 끝난 오늘날 우리의 독립이 왔던가? 오직 온 것이라고는 우리 삼천만 민족이 굶어 죽고 병들어 죽고 분열밖에 더 온 것은 없었던 것이다. 그러면 세계열강이니 운운하는 자들이 자기네들의 세력관계로 제3차 전쟁이 되면 우리의 독립이 될 것 같으며, 2년 후가 될지 10년 후가 될지 언제 이 전쟁이 있을 줄 알고 그래도 또 이것을 믿고 있는단 말인가? 또 이것을 믿다가는 또 안고 자빠지는 것뿐인 줄 왜 모른단 말인가! …”
美國은 韓國에 辦務官 파견할 계획이라고
김규식은 이어 독립은 했으나 소련의 영향권 안에 있는 외몽고와 미국의 영향권 안에 있는 필리핀의 처지를 비판하면서, 남한의 총선거와는 관계없이 미국은 한국에 판무관(辦務官)을 파견할 계획을 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외몽고가 독립한 것은 소련권 내에 들어간 것뿐이며, 필리핀이 독립이 되었다고 하여 우리땅에 유엔위원단의 일국이 되어 와서 있지만 그 대표가 자기 성질을, 본색을 나타내고 가장 떠들고 있으나 무엇을 주장하고 있는가? 우리는 이러한 독립은 원치 않는다는 것이다. 그네들 세계의 전쟁이나 평화에는 우리의 독립은 없다. 우리의 독립은, 한국의 독립은 오직 한국 사람의 손에 있는 것이고, 그 독립을 쟁취하고 안 하는 것은 우리 한인의 마음과 힘에 있을 뿐이다. 지금 워싱턴에서는 5월 선거 후든지 또는 그 전에라도 남조선에 판무관을 보내려는 계획을 하고 있는 모양인데, 총선거로 대통령을 뽑느니 하지만 워싱턴에서는 판무관을 인선 중이라 하니, 남의 일도 알고 우리 일을 하는 것이다. …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직도 총선거만 하면 국권도 찾고 정부도 수립되고 민생문제도 해결 운운하고 있는 자들이 있으나, 이는 유엔헌장도 들여다보지 못한 자들이라고 아니할 수 없다. 남조선이 유엔회원국이 되려면 유엔헌장을 고치든지 또는 유엔안보이사회의 거부권(拒否權)을 없애도록 고치든지 해야 할 것이다. 현재 소련이 유엔한국위원단을 보이콧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유엔에 가맹이 된단 말인가? 그래서 내가 주장하는 남북회담도 민족자결원칙에서 나온 것이나 그렇게 용이하게 성공되리라고는 볼 수 없으며, 우리끼리 해 보자는 것이다. 그래서 우선 연락원을 2, 3명이고 보내서 일절 교통 기타 절차 성질 목표 등 여러 가지를 따져 가지고 우리의 제의를 연락 후 연락원이 돌아온 뒤에 여러분과 같이 대책을 강구할 것이다.”
“南北會談한다고 바로 獨立되는 것 아니다”
김규식은 또 한반도가 소비에트연방에 편입될 가능성에 대한 우려도 표명했다.
“남북회담 한다고 바로 독립이 되는 것은 아니다. 남북이 서로 양보해서 성공된다면 환희로 돌아오겠지만 이것이 또 피흘리지 않고 소련연방에 집어넣는 것이 되지나 않을까 의심되는 바가 없지도 않다. 또한 남조선 단선단정 때문에 남북이 영영 분열되고, 분열되기 때문에 북조선에 20만의 인민군이 있으니 남조선에 정부가 서도 그 정부는 며칠 못갈 것인데, 그때 가서는 남조선까지 공산화시키고 피를 흘리고 소련의 연방이 안 된다고 누가 전도를 단정할 것인가? 그렇기 때문에 우리는 남조선 단선단정도 반대하는 것이다.”
마지막으로 그는 남북회담의 당위성과 불가피성을 다음과 같이 역설했다.
“우리의 목적을 달할 때까지는 우리의 일을 우리끼리 할 수밖에 없다. 우리의 일은 우리끼리 한다고 하고서 만일 남북회담이 깨진다고 하여 그때 가서 미국에나 소련에다 또 우리 독립을 시켜 주시오 할 수는 없으니, 우리가 끝장을 보고야 말 것을 알고 있어야 한다. 우리는 오늘날까지 남에서는 미국에, 북에서는 소련에 의뢰하고 독립을 기대해 왔으나 미소공위나 유엔에서 독립이 되었던가? 남북회담의 첫 결과가 좋거나 나쁘거나 우리 일은 우리의 손으로 한다고 하였으니, 흥해도 우리 힘으로 흥하고 망해도 우리 손으로 망할 것이다. 이제는 막다른 골목이니 한 번 해서 안되면 열 번이고 백 번이고 계속하여 생명 있을 때까지, 성공할 때까지 하고야 말 것이며 할 수밖에 없다. 여러분은 우리가 가는 길이 마지막 길인 줄 알아야 하며, 막다른 길인 줄 알아 주시기 바란다.”67)
학자정치인의 이러한 비장 선동연설은 김구보다도 더 남북회담의 성과를 비관하는, 그리하여 강제수용소에 수감될 것까지 염려하는 자기자신에 대한 채찍질이기도 했을 것이다.
蘇聯을 직접 가서 談判하겠다면 모를까…
3월 31일에 김구와 김규식의 ‘감상’이 발표되자 이승만은 한탄조로 말했다.
“체, 김일성 뒤에 소련이 있는 줄 모르고. 소련을 직접 가서 담판하겠다면 모를까 김일성을 백번 만나야 무슨 소용이 있다고 ….”68)
이승만은 독립운동기간 내내, 그리고 해방 뒤에 귀국해서도 줄곧 자기에게 제1인자의 위상을 양보하며 의리를 지켰던 김구가 총선거에 참가하지 않는 것이 여간 서운하지 않았다. 그는 4월 1일에 다음과 같은 담화를 발표했다.
“남북회담 문제는 세계에서 소련정책을 아는 사람은 다 시간연장으로 공산화하자는 계획에 불과한 것으로 간파하고 있는데, 한국지도자 중에서 홀로 이것을 모르고 요인회담을 지금도 주장한다면 대세에 몽매하다는 조소를 면키 어려울 것이다. 더욱이 이번 북한에서 온 회한 내용이 발표와 같다면 이것은 소련 목적을 성원하는 이외에 아무 희망도 없는 것을 다 알 수 있는 것인데, 될 수 없는 일을 가지고 국사에 방해되는 것을 생각지 못한다면 우리는 더욱 낙심한다. 지금이라도 국권회복을 하루바삐 성취하자는 합의로써 총선거를 충분히 진행하며 우리 힘으로 남북통일을 우리 정부에서 달성할 것을 바라는 바이다.”69)
이승만은 또 4월 5일에 올리버에게 보낸 편지에서 남북회담을 다음과 같이 전망했다.
“두 김씨의 북행 결정은 그곳에서 큰 선전거리가 될 것으로 일반은 관측하고 있소이다. 이미 공산당 신문은 그들을 칭찬하고 있습니다. 공산당은 김구를 부의장으로 만들어 북한에 체류시키려고 할 것이오. 공산당은 북한 주민들에게 김구가 나라를 구하기 위해 북한에 온다는 등등의 선전에 열중하고 있습니다. 얼마 동안은 모든 것이 순조롭게 진행될 것이오. 그러나 결국 공산당은 모스크바 협정을 들고 나오든가 아니면 북한 정권이 유일한 정부이므로 통치권이 남한에까지 미친다고 공포하라고 종용하겠지요. 북한의 군사적 준비가 그것을 드러내고 있습니다. 김구는 늘 그랬던 것처럼 미군철수를 요구할 것이 틀림없고요. 소련군은 국경을 건너가서 미국의 반응을 주시할 것이고, 만일 미군이 철수한다면 그 뒤는 당신도 알지 않습니까. 김 박사는 꾀가 너무 많은 사람이라서 자기가 꾀로 소련 사람들을 이길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우리가 해야 할 오직 한 가지 일은 남쪽에서 지체없이 우리의 계획을 추진시키는 일이오. 국회의 활동을 촉진할 수 있도록 국회 안에서 발언권을 가지기 위하여 나는 국회의원에 출마할 생각이오.”
아이젠하워나 맥아더 같은 韓國軍顧問 후보 물색해 보도록
이 무렵 이승만은 이미 건국 초기의 국가운영의 구상을 구체적으로 하고 있었다. 같은 편지에서 그는 아이젠하워(Dwignt D. Eisenhower)나 웨드마이어(Albert C. Wedemeyer)나 맥아더(Douglas MacArthur) 등과 같은 국제적으로 알려진 육군 장교 한 사람을 한국군 고문으로 초빙하고, 보수를 많이 주더라도 6개월가량 일해 줄 수 있는 일급의 금융문제, 특히 외환계획 전문가 한 사람을 은밀히 물색해 보라고 올리버에게 지시했다.70)
이승만은 또 4월 6일에는 미국이 한국에 고등판무관을 파견할 계획을 하고 있다고 한 김규식의 말을 반박하는 담화를 발표했다.
“총선거를 반대하는 분자들이 간혹 말하기를 미국이 한국독립정부를 수립한다 하나 실상은 고등판무관을 두어서 전일 필리핀과 같이 만들 것이라고 한다 하니, 지금도 총선거의 목적이 무엇인지 모르고 하는 말이다.
총선거로 한인들이 국회를 세워 가지고 국권을 회복해서 강토를 찾으려 하는 것인데, 남이 어떻게 하려고 한다는 것으로 주장을 삼으면 주객의 위치를 전도함일뿐더러 국회에 들어가는 한인들은 다 노예 성질을 가진 사람만 들어가는 것으로 의미하는 것이니, 국회를 세운 후에는 우리와 전쟁하려는 나라 외에는 누구나 우리 국권회복에 방해하는 일은 없을 것이다.
미국정부와 유엔총회에서 연속 공포하였고 세계공의가 전적으로 지지하는 것은 한국을 하루바삐 독립시켜서 한인들이 저희 일을 해 가도록 만들어야 된다는 것이니, 미국무성이나 육해군 간부에서나 이 주의에 위반되는 일은 생각할 사람이 없을 것이요, 설령 있다 할지라도 미국 민중이 절대로 허락지 않을 것이니, 공연한 언론으로 인심을 현혹시키려 하나 명철한 민중은 동요되지 않을 것을 나는 믿는다. …”
그러면서 이승만은 지금은 정당간에 정치투쟁하는 단계가 아니라 국권회복 단계라고 강조하고 기권자가 없이 모든 사람이 총선거에 참가하도록 촉구했다.71)
이승만은 이처럼 정당정치에 대하여 비판적인 인식을 하고 있었다.
김규식의 미국 판무관 파견설에 대해서는 딘 군정장관도 부인했고,72) 하지의 정치고문 제이컵스도 부인했다.73)
“美軍政府의 태도는 冷笑的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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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장택상(張澤相) 수도경찰청장(왼쪽)과 딘 미군정장관. 딘은 6·25전쟁 때에 북한인민군의 포로가 되었다. |
“북조선에 가고 싶은 사람들은 남조선에서 북조선으로 통하는 넓은 도로가 있을 뿐만 아니라 철도도 부설되어 있으니 이를 이용하면 좋을 것이며, 내 사무실에 있는 지도에도 이런 것이 상세히 기록되어 있으니, 보고자 하면 보여줄 용의도 있다. 개인이나 단체를 물론하고 북조선에 가는 데 대해서는 하등의 간섭도 아니하겠다. 그리고 통일된 조선이 하루바삐 이루어지기를 원하는 것은 미군당국이 누구보다 더 갈망하고 있다. … 통일을 원하는 사람들이 남북회담에 희망을 갖는 것도 이해할 수 있다. 이것은 마치 물에 빠진 사람들이 지푸라기라도 움켜잡으려는 것은 인지상정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지푸라기를 잡으려다가 귀한 생명을 잃어서는 아니 된다.”
이러한 말이 너무나 냉소적으로 보인다고 하자 딘은 서슴없이 말했다.
“그렇다. 나의 태도는 냉소적인 것이다. 만주와 북조선에 있는 조선인들이 그들이 천국이라고 하는 북조선을 버리고 매일 수천명씩 남하하고 있다. 만일 남조선으로부터 하루에 천명씩이라도 북조선으로 가 준다면 남조선에 있는 여러분의 식량배급량도 증가될 것이다. …”74)
南朝鮮代表者를 北朝鮮이 지명해서야…
4월 6일에 발표된 “남북협상의 선행조건”이라는 하지의 특별성명도 기본적으로 딘의 발언과 비슷한 투였다.
“최근에 와서 조선통일을 하기 위하여 소위 남북협상 운운의 말이 많은데 착각을 가진 사람은 그런 협상이 성공하여 조선문제 해결이 되리라고 믿고 조선국가의 주권을 회복하기에 불가결한 민족대표선거는 필요가 없다고 본다. 남북협상을 몇몇 개인이 준비 교섭하고 있다는 그 사실 자체가 가급적 속히 민족의 대표자 선거의 중요성을 더 느끼게 하는 것이다. 이렇게 피선된 대표들이라야 그런 협상에 남조선인의 명의를 가지고 참석도 하고 협의된 사항을 찬성도 할 수 있는 것이다. …”
하지는 이어 흥미있는 것은 남북협상에서 남조선을 대표할 사람을 북조선 당국이 지명한 사실이라고 비꼬고, 이들은 모두 조선을 소련 위성국가로 만들려고 해 온 인물들이라고 다음과 같이 매도했다.
“남조선에 전인구의 3분의 2가 있고 이 남북협상조차도 남조선에서 제안된 것인데도 불구하고 남조선인으로 하여금 자기네의 대표선출을 거부한 것이다. 북조선에서 온 초청은 남조선의 중요한 정당 영수들을 포함치 않고 국민대표를 선정하는 유일한 방법인 선거를 반대하는 극소수의 사람만을 청한 것이다. 비록 남조선인 중에서 잘 알려진 사람도 몇 명이 이 협상에 초청을 받았으나, 그 대다수는 공산주의자의 주구로서 해방 이래 남조선에서 반동행위를 해 왔고 조선을 소련 위성국가로 만들어 보려고 애쓴 자들이다. …”75)
제이컵스도 4월 9일에 하지의 성명을 뒷받침하는 5개항의 성명을 다시 발표했는데, 주요 항목은 다음과 같았다.
“(2) 유엔조선임시위원단의 노력은 소련점령당국이 유엔감시하의 총선거에 북조선국민의 참가를 거부하였으므로 방해되었다. 소련점령당국은 공평한 감시하의 총선거에 공포를 느끼고 있다. 오랫동안 곤란을 받아 오던 조선국민에 대한 기만책으로서 그들은 현재 공선되지 않은 자기들을 자칭 조선인지도자로 자인하고 평양회담을 통하여 소련 세력하에서만 국민정부가 수립될 수 있다는 것을 보이고자 하고 있다.
(4) 만약 소련당국이 진정하게 조선통일에 관심을 가지고 있다면 미국이 오랫동안 제창하여 온 바와 같이 소련은 조선의 경제적 통일을 시인하는 것이 필연적인 최초 단계일 것이며, 이것은 현재까지 남북통일의 장애물이 되어 온 38선을 경계로 한 가혹한 소련의 지배를 완화함으로써 가능할 것이다. …”76)
4월 10일에는 남조선 과도정부 정무회의도 총선거가 통일의 첩경이라는 요지의 성명서를 발표했다.77)
特使 두 사람이 平壤 다녀와
김구, 김규식, 홍명희, 김붕준, 여운홍 등 통일독립운동자협의회 간부들은 논의를 거듭한 끝에 김구쪽의 안경근(安敬根), 김규식쪽의 권태양(權泰陽) 두 사람을 평양에 파견할 연락원으로 선정했다. 안경근은 중국에 있을 때부터 김두봉과 최용근(崔庸根)을 잘 알고 있었다.
안경근과 권태양은 김구와 김규식의 편지를 가지고 4월 7일 아침 10시에 서울을 출발하여 이튿날 동틀 무렵에 평양에 도착했다. 그리고 그날 저녁에 연석회의 준비위원장 주영하(朱寧河)의 안내로 김일성의 집으로 가서 김일성과 김두봉을 만났다.78) 소련 민정청장관 레베데프(Nikolai G. Lebedev)는 두 특사가 협의하고자 한 문제는 다음과 같은 것이었다고 그의 《일기》에 적어 놓았다.
(1) 연석회의 개막일자를 연기하는 문제.
(2) 이미 초청한 인사들 이외에 선거에 반대하는 인사들을 더 초청하는 문제.
(3) 지난 일은 모두 잊어버리고 백지에서 출발하자.
(4) 남조선 기자 약간명을 대동할 수 있는가?
그리고 그 밖에 ‘지엽적인’ 문제들로는 다음과 같은 것이 있었다고 했다.
(1) 연석회의 개최비용―그들에게는 돈이 없다. 어떻게 할 것인가?
(2) 언론과 행동의 자유 보장.
(3) 시간에 제한을 두지 말고 문제들을 논의하되 토의결과를 마무리짓는 결정을 채택한다.
(4) 문제들을 논의할 때에 다른쪽 의견을 독단이라고 간주하지 않는다.
(5) 비서, 참모장 등 수행원을 대동할 수 있는가?
레베데프는 특사들이 가지고 간 김구와 김규식의 편지 전문을 모스크바에 가 있는 연해주 군관구 군사위원 슈티코프(Terentii F. Stykov)에게 발송했다.79) 그것은 남북회담 과정에 슈티코프가 얼마나 세심하게 관여하고 있었는가를 말해 주는 또하나의 보기이다. 슈티코프는 김일성이 북한신문에 발표할 사소한 문제에 대한 성명서까지 직접 작성하여 레베데프에게 보내기도 했다.80)
안경근의 회고에 따르면, 특사들의 문제제기에 대해 김일성은 “우리가 통일을 위해 만나 이야기하는 데 아무런 조건도 있을 수 없다. 이미 회의 준비도 다 되어 있으며 앞으로 사나흘 내로 회의가 열릴 것이니 서울에서 대표가 올라와야 한다”라고 말했다.81) 송남헌은 또 김일성이 “두 분 선생이 무조건 이쪽으로 넘어오셔서 우리와 상의하시면 모든 문제는 해결됩니다”라고 말했다고 증언했다.82)
두 특사는 4월 10일에 돌아왔는데, 그들은 김일성과 김두봉을 만나 다음과 같은 세 가지에 합의한 것으로 보도되었다. 두 사람은 북의 양 김을 만나 첫째로 4월 14일 회의를 연기할 것, 둘째로 참가인원을 광범위로 할 것, 셋째로 이번 회담에서는 백지로 환원하여 남북통일 문제에 한해서만 협의할 것 등의 조건을 제시하여 동의를 받았다는 것이었다.83) 흥미로운 것은 김구와 김규식이 “백지로 돌리자”고 한 말은 아마도 북한쪽이 기정사실을 고집하지 말 것을 강조한 말이었을 것인데, 레베데프는 《일기》에서 “이 말은 조선어로 그(김구)가 잘못했고 자신의 잘못을 인정한다는 의미이다”라고 적어 놓은 점이다.84)
金日成, 金九, 許憲이 정치정세 보고하도록
남북협상회의의 계기가 된 것은 김구와 김규식의 2월 16일자 편지였으나, 실제로 회의진행을 입안하고 주동한 것은 북한의 모든 중요 정치행사의 경우와 마찬가지로, 아니 그보다 더 구체적이고 직접적으로, 소련의 대북한정책 수행자들인 슈티코프와 레베데프였다. 그리고 최종적으로는 소련공산당 정치국의 결정에 따른 것이었다.85)
남북회담 준비에서 슈티코프와 레베데프가 가장 중요하게 생각한 일의 하나는 김구의 회의참가였다. 회의를 준비하는 기간 동안 레베데프는 수시로 준비상황을 슈티코프에게 보고하고 지시를 받았는데, 3월 30일자 《레베데프 일기》에는 4월 14일부터 개최될 남북정당 및 사회단체 연석회의의 일정이 다음과 같이 꼼꼼히 적혀 있다.
“4월 14일의 확대회의에 대하여 협의하다. 정치정세에 대하여 김일성, 김구, 허헌(許憲) 세 사람이 보고한다. 김일성이 불가능할 경우에는 박헌영이 한다. 보고가 끝나면 의견교환 뒤 정치정세에 대한 결정서를 채택한다.
제1일. 연석회의 개회식을 거행한다. 정당 사회단체 지도자들로 주석단을 구성한다. 의사일정을 채택한다. 김두봉, 김구, 허헌, 김규식, 김달현(金達鉉), 이극로, 최용건, 김원봉(金元鳳) ― 이상 8명의 축사를 듣는다. …
제2일. 첫 번째 문제에 대해 3명의 보고를 듣는다. 토론시간을 갖는다. 토론자에게는 발언시간을 15분으로 제한한다. 첫 번째 문제에 대한 결정서를 작성할 위원회를 선거한다. …
제3일. 첫 번째 문제에 대한 토론을 종결하고 결정서를 채택한다. 두 번째 문제에 대한 보고를 듣는다. 보고자는 허헌이다. 선전노선에 대하여, 조직노선에 대하여 토론한다. …”
이처럼 빈틈없이 진행되는 회의에서 남북한의 지도자들이 “백지로 돌아가서” ‘협상’을 할 여지는 있을 수 없었다.
레베데프는 4월 1일에는 슈티코프에게 몇 가지 예민한 현실 문제를 문의했다. 그것은 조만식을 연석회의에 초청하거나 만나겠다는 문제가 제기되면 어떻게 할 것인지, 남조선 기자들에게 연석회의 취재를 허용할 것인지, 연석회의에서 소련군 사령부의 축사가 필요하지 않은지, 연석회의에 권력획득의 성격, 곧 임시인민회의(臨時人民會議)의 성격을 부여할 필요가 없는지 등이었다.86)
4월 12일자 《레베데프 일기》에는 또 “김구의 요청에 따라 연석회의가[…] 연기되었다고 발표한다”는 기술도 보인다. 이러한 방법으로 김구의 북행을 재촉한 것이다.⊙
1) 《軍政府官報》법령175호(1948.3.17). 2) 《京鄕新聞》1948년 3월13일자, <朝委通過한 總選擧法, 修正建議全文發表>.
3) 《東亞日報》1948년 3월11일자, <立候補亂立防止코 建設的愛國者選出하라>. 4) 《朝鮮日報》1948년 3월11일자, <總選擧促進, 14靑年團體聲明>. 5) 《東亞日報》1948년 3월12일자, <李承晩博士와 金性洙氏要談>. 6) 《서울신문》1948년 3월13일자, <各道知事, 廳長會議>. 7) 《朝鮮日報》1948년 3월17일자, <以北人選擧拒否氣勢>. 8) 《京鄕新聞》1948년 3월18일자, <特別選擧區設定問題, 國會選委에서도 當局에 建議>. 9) 《東亞日報》1948년 3월17일자, <李博士메논氏訪問, 特別區設置要請>. 10) 《京鄕新聞》1948년 3월20일자, <特別區設置를 要路方面에 建議>.
11) 《朝鮮日報》1948년 3월19일자, <選擧로 國權回復, 獨促代表者大會盛況> ;《京鄕新聞》1948년 3월19일자, <總選擧에 萬全, 李博士以下二千名參席>. 12) 위와 같음. 13) 《朝鮮日報》1948년 3월20일자, <獨促大會閉幕>. 14) 吳蘇白,《人間金九(上)》, 國際文藝社, 1949, pp.22~23 ; Rhee to Oliver, Mar. 20, 1948(梨花莊所藏).
15) 「軍政法令」제173호(1948.3.22) 및 「軍政法令」제134호(1948.3.22). 16) 《京鄕新聞》1948년 3월23일자, <50萬世帶의 農夫, 堂堂地主가 된다>. 17) 櫻井浩,《韓國農地改革の再檢討》, アジア經濟硏究所, 1976, pp.66~68. 18) 申柄湜, <韓國의 土地改革에 관한 政治經濟的硏究>, 서울大學校 博士學位論文, 1992, p.146. 19) 《東亞日報》1948년 4월10일자, <第一回土地分讓開始式>. 20) 《서울신문》1948년 4월14일자, <敵産農地拂下快調>. 21) 《노력인민》1948년 4월9일자, <農民을 債務農奴化하는 敵産所有地放賣를 反對>. 22) 申柄湜, 앞의 논문, p.153.
23) Robert T. Oliver, Syngman Rhee and American Involvement in Korea, 1942-1960, Panmun Book Company LTD, 1978, pp.152~155. 24) 《東亞日報》1946년 2월16일자, <政治顧問十一氏來朝, 軍政府各局課에 配置>. 25) 《朝鮮日報》1946년 3월8일자, <日人所有의 農地를 朝鮮사람에게 許賣> ;《東亞日報》1946년 3월8일자, <農地는 實農家에 年賦로 放賣>. 26) 《朝鮮日報》1946년 3월16일자, <放賣는 農民에게> ;《東亞日報》1946년 3월16일자, <日本農地는 小作人에게>. 27) 《東亞日報》1946년 6월26일자, <日本所有의 農地賣買를 臨政樹立까지 保留> ; 전상인, <미군정기 농업문제와 토지개혁>,《고개숙인 수정주의》, 전통과 현대, 2001, pp.101~105. 28) Oliver, op. cit., p.156. 29) SWNCC to MacArthur and Hodge, Jul. 24, 1947, Foreign Relations of the United States(이하 FRUS) 1947, vol.Ⅵ, United Stated Government Printing Office, 1972, p.726.
30) 《南朝鮮過渡立法議院速記錄》제137호(1947.9.1). 31) 전상인, 앞의 책, pp.114~116. 32) 《東亞日報》1948년 3월31일자, <選擧推進中央本部> ;《京鄕新聞》1948년 4월1일자, <愛聯總選擧推進會結成>. 33) 大韓民國選擧史編纂委員會,《大韓民國選擧史 第一輯》, 中央選擧管理委員會, 1973, p.73. 34) 《朝鮮日報》1948년 4월15일자, <選擧登錄輿論> ;《새한민보》1948년 5월 상·중순호, <强要91%, 自進9%>. 35) 《東亞日報》1948년 3월31일자, <人心紊亂目的한 『韓國輿論』에 斷>. 36) 國際新聞社出版部 譯,《UN朝鮮委員團報告書》, 1949, pp.166~167. 37) 《京鄕新聞》1948년 4월20일자, <獨立의 意氣昻揚>.
38) 박찬표,《한국의 국가형성과 민주주의》, 후마니타스, 2007, p.392. 39) 《東亞日報》1948년 4월1일자, <金性洙氏率先立候補抛棄, 以北同胞代表李氏를 推薦>. 40) 《東亞日報》1948년 4월1일자, <同志曺晩植氏知己李允榮氏를 聲援하라>. 41)《東亞日報》1948년 4월2일자, <愛國精神의 發露>. 42) 李允榮,《白史李允榮回顧錄》, 史草, 1984, pp.135~136. 43) 金在明, <李承晩의 政敵 崔能鎭의 비극>,《政經文化》1983년 10월호, 京鄕新聞社, pp.261~263. 44) 崔能鎭의 아들 崔弼立 證言; 文鳳濟, <남기고 싶은 이야기들(679): 西北靑年會(30)>,《중앙일보》1973년 2월8일자. 45) 宋南憲,《解放三十年史①》, 成文閣, 1976, p.469 ; 金在明, 앞의 글, pp.272~273.
46) 《東亞日報》1948년 3월30일자, <李博士立候補推戴, 獨促서울支部決議>. 47) 梁又正 編,《李承晩大統領獨立路線의 勝利》, 獨立精神普及會出版部, 1949, pp.228~229. 48) 金奉鉉-金民柱 編,《濟州島人民의 4·3武裝鬪爭史―資料集》, 文友社, 1963 참조. 49) 《朝鮮日報》1948년 4월6일자, <登錄事務所襲擊>. 50) 《東亞日報》1948년 4월9일자, <登錄所襲擊에 對備私腹警官을 配置>. 51) 朴憲永, <人民들에게 告함>,《노력인민》1948년 4월20일자. 52) 國際新聞社出版部,《UN朝鮮委員團報告書》, p.54.
53) 《東亞日報》1948년 5월26일자, <鄕保團二十五日解體>. 54) 《朝鮮日報》1948년 4월21일자, <市民의 路上佇立禁止>. 55) 《東亞日報》1948년 4월29일자, <夜間通行은 十時로 短縮>. 56) 《東亞日報》1948년 4월29일자, <暴行을 讚美하는 자, 容赦없이 逮捕告發>. 57) 《朝鮮日報》1948년 4월30일자, <警察特別突擊隊組織코 訓練>. 58) 宋南憲 證言, 曺圭河-李庚文-姜聲才,《南北의 對話》, 고려원, 1987, p.361. 59) Jacobs to Marshall, Mar. 29, 1948, FRUS 1948, vol.Ⅵ, pp.1162~1163. 60) 《朝鮮日報》1948년 3월30일자, <트레이퍼氏 李博士要談>. 61) 《朝鮮日報》1948년 3월30일자, <自主統一鬪爭>. 62) 《京鄕新聞》1948년 3월31일자, <招請書翰內容 今日京橋莊서 發表>.
63) 《서울신문》1948년 4월1일자, <期於코 統一爭取>. 64) 《서울신문》1948년 4월1일자, <豫備會談進行中>. 65) 《朝鮮日報》1948년 4월4일자, <連絡員不日派遣>. 66) 《京鄕新聞》1948년 4월3일자, <南北會談은 어찌되나>.
67) 《朝鮮日報》1948년 4월6일자, <統一獨立自力으로 達成>. 68) 尹錫五 證言, 孫世一,《李承晩과 金九》, 一潮閣, 1970, p.300.
69) 《東亞日報》1948년 4월2일자, <南北協商贊成은 蘇聯目的에 追從>. 70) Rhee to Oliver, Apr. 5, 1948(梨花莊所藏) ; Robert T. Oliver, Syngman Rhee―The Man Behind the Myth, Dodd Mead and Company, 1960, p.255. 71) 《東亞日報》1948년 4월7일자, <高等辦務官派遣云云은 選擧反對派의 杞憂>. 72) 《東亞日報》1948년 4월9일자, <辦務官派遣은 浪說>. 73) 《京鄕新聞》1948년 4월10일자, <蘇, 總選擧에 恐怖>.
74) 《東亞日報》1948년 4월2일자, <政治術策에 빠저 奴隸가 되지말라>. 75) 《朝鮮日報》1948년 4월7일자, <南北協商의 先行條件>. 76) 《京鄕新聞》1948년 4월10일자, <蘇, 總選擧에 恐怖>. 77) 《東亞日報》1948년 4월11일자, <選擧가 統一의 捷徑>. 78) 安敬根 證言, 曺圭河-李庚文-姜聲才, 앞의 책, pp.362~364.
79) 전현수 편역,《레베제프 일기 1945-1948》(1948.4.8), 나모커뮤니케이션, 2007, pp.158~161. 80) 전현수 편역,《레베제프 일기》(1948.4.12). 81) 曺圭河-李庚文-姜聲才, 앞의 책, p.363. 82) 위의 책, p.364. 83) 《서울신문》1948년 4월13일자, <連絡員의 報告듯고 南北協商對策鳩首協議>. 84) 전현수 편역,《레베제프 일기》(1948.4.8). 85) Andrei Lankov, “Soviet Politburo Decisions and the Emergence of North Korean State, 1946-1948”,《광복60년과 한반도: 광복60년 종합학술대회》, 한국정치학회, 2005, pp.62~80 참조. 86) 전현수 편역,《레베제프 일기》(1948.4.1).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