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국무부는 이승만과 알력을 빚고 있는 하지 미군사령관의 경질을 검토했다. 그러나 이 계획은 미 육군부의 반대로 보류되었다.
김규식은 좌우합작위원회를 해체하고, 1947년 12월 20일에 중간파 연합체로 민족자주연맹을 결성했다. 민족자주연맹은 김규식의 정치기반이 되었다.
이승만과 김구는 직접 나서서 국민의회와 민족대표자대회의 합동작업을 벌였으나 용두사미가 되고 말았다.
유엔한국임시위원단은 1948년 1월 8일부터 29일 사이에 서울에 도착했다. 임시의장 메논(K. P. S. Menon)은 1월 15일에 하지와 코로트코프(Gennadii P. Korotkov) 소련군사령관을 예방하겠다는 편지를 보냈으나, 소련은 그로미코(Andrei Gromyko) 유엔 대표를 통하여 메논의 입북을 거부했다.
유엔위원단은 1월 26일부터 한국지도자들의 의견을 청취했다. 이승만은 남한에서만이라도 총선거를 실시하여 통일정부를 수립해야 한다고 주장했고, 김구와 김규식은 남한만의 선거는 반대하면서 남북한지도자회담을 제의했다. 남북한지도자회의 제의는 유엔위원단의 관심을 끌었다.
1. 美國務部의 하지 中將 경질 檢討
이승만과 하지 주한미군사령관의 알력은 유엔한국임시위원단의 감시 아래 독립정부수립을 위한 총선거를 실시하는 역사적인 행사를 앞두고 미 국무부로 하여금 하지의 경질을 심각하게 검토하게 했다.
1947년 11월 14일의 유엔총회의 결의 이후에 이승만의 하지 공격은 더욱 격렬해졌다.
총선거에 대한 혼란스러운 주장이 분분한 상황 속에서 하지는 11월 20일에 유엔총회의 결의문 전문을 발표하면서 총선거에 대한 구체적인 조치를 발표할 때까지 기다리라는 성명을 발표했는데,1) 이에 대해 독촉국민회는 이튿날 유엔위원단이 도착하면 상대하여 협의할 민족대표가 선정되어 있어야 한다면서 1주일 안에 선거 절차를 발표하고 선거는 늦어도 연내에 완료되도록 해야 한다는 새로운 주장을 발표했다.2) 그리고 11월 26일에는 이승만이 직접 “동포에게 거듭 경고”라는 성명을 통하여 하지 장군을 공박했다.
“소위 해방 이후로 모스크바 삼상결정이 변할 수 없는 법이요 신탁통치가 독립의 유일한 노선이며 공산파와 합작하지 않으면 정부를 수립치 못한다는 등 무조리한 언론을 우리가 다 거부하고 민족자결주의를 발휘하여 분투한 결과로 지금 이것이 다 삭제되고 말았으니, 우리 독립전선에 많은 성공이다. 소위 미소공위가 재차 실패된 후는 즉시 총선거를 실시하여 남한에 독립정부를 세워서 정권을 우리에게 맡기고 우리와 합작하여 소련군의 철퇴를 도모할 것이어늘, 하지 중장은 종시 자기주장을 버리지 못하고 백방으로 핑계하야 총선거를 막으며 민의를 불고하고 중간파를 지지하야 민족분열의 색태를 세인 이목에 보이게 되며, 괴뢰정부를 연장하여 자기들의 권위를 공고케 하려는 중이다.”
이처럼 그는 민정장관 안재홍(安在鴻)을 수장으로 한 남조선과도정부를 ‘괴뢰정부’라고 폄훼했다.
左右합작파나 中間派는 우리대표 못돼
이승만은 이어 총선거의 성격과 유엔위원단의 역할에 대하여 다음과 같이 주장했다.
“이번에 소위 정무위원회결의안(「시국대책요강」)이라는 것이 실은 하지 중장이 모르고 되었을 수 없는 것이며, 그 글이 워싱턴에 도달된 것 또한 하지 중장이 모르고 된 것이 아니다. 지금에 또 총선거를 연시(延施)하려는 주의로 유엔의 대표 오기를 기다리라 하니, 그 불가한 이유를 말하자면 첫째로 유엔에서 주장하는 바는 남북통일로 하는 선거요 우리는 1년 전부터 남한에 과도총선거를 주장하여 온 것이니, 혼합시킬 수 없는 것이며, 둘째로 유엔 대표가 감시한다는 것은 소련의 간섭을 막자는 의미로 한 것인데 남한총선거에는 이런 관계가 없는 것이니, 기왕 준비대로 우리가 자율적으로 진행할 것을 구태여 기다려서 감시를 받자는 것은 독립정신에 위반이요, 셋째로 7개월 전에 공위에서 처결할 터이니 총선거를 정지하고 기다리라고 백방으로 으르며 달래던 하지 중장이 지금은 유엔을 기다리라고 이와 같이 장애하니, 유엔에서 만일에 성공치 못한다면 그제는 또 무슨 이유를 얻어서 기다리게 할는지 모르거니와 우리는 남의 처분만 바라고 앉았을 수 없는 것이요, 넷째로 유엔 대표가 오는 날은 누가 민족을 대표하여 토의협조 하겠는가? 물론 하지 중장의 주장으로 좌우합작이라 중간노선이라 하는 인사들로 우리를 대표하게 된다면 지난 양년 경험을 다시 되풀이할 것이다.”
그러면서 이승만은 하지가 용공정책을 쓰고 있다고 비판하고, 이것은 트루먼 대통령의 정책에 위배되는 것이라고 질타했다.
“미국에서는 좌익이라 중간파라 공산동정자라 하는 것을 관청과 사회에서 일일이 검토 숙청하여 트루먼 대통령의 정책을 실시하는 터인데, 우리에게는 그와 반대되는 정책을 행할 계획으로 민족진영을 극렬우익이라 지목하고 공산측과 내통하는 중간파를 지지한다면 우리는 더 침묵하고 있을 수 없는 형세이다.
이 중에서라도 각각 사사 권위나 구차 생활을 감심〔甘心 : 달게 여김〕하야 남의 조처만 기다리려는 개인이나 단체는 한편에 치워 두고, 우리 애국남녀는 일심으로 일어나서 우리의 당당한 자결주의를 발휘하여, 하루바삐 총선거를 실시하야 정부를 세워 가지고, 민생곤란을 구제하며 국방군을 세워서 반만년 유업인 우리 강토를 일척일촌(一尺一寸)이라도 남에게 양보하지 않으며, 서북동포를 하루바삐 구제키로 결심하고 매진해야 될 것이다.”3)
이승만 진영의 이러한 막무가내의 주장에 대해 군정장관 딘(William F. Dean) 소장은 11월 27일에 유엔 감시하에 총선거가 실시되기 전에는 남조선에 총선거는 없을 것이라는 단호한 반박 성명을 발표했다.4)
팥죽 한 그릇에 長子상속권 판 ‘에서’의 이야기 비유
김구와의 관계복원과 그에 따른 국민의회와 국민대표자대회의 합동문제, 게다가 장덕수 암살사건 등으로 열흘 가까이 경황이 없었던 이승만은 12월 5일에 다시 하지를 성토하는 긴 성명을 발표했다. 그것은 여러 가지 상황을 심사숙고한 끝에 나온 엄중한 성명이었다.
“하지 중장에 대한 나의 개인상 친분은 여전하다. 오직 작년 12월 이후로 한국독립문제에 대하여 의견차이가 생긴 것이다. 삼천만동포의 운명에 관한 문제에 나는 친분으로 인연하여 주의를 고칠 수 없는 것이다. 그러므로 사실은 민중에 알려서 민주정체의 방식으로 공개 토의하여 정당한 결처〔決處 : 결정하여 조처함〕가 되게 하는 것이 나의 직책으로 아는 것이며, 나는 악감이나 온의〔?意 : 성난 마음〕는 조금도 없다.”
이렇게 전제한 이승만은 하지가 한국국민은 자치능력이 없으므로 4~5년 동안 미국의 통치를 받아야 한다고 말한다고 주장했다.
“하지 중장의 관찰에는 한인들이 40년 동안 정치상 경험이 없었으므로 지금 자치할 준비가 못되었은즉 자기가 미국에서 금전과 미곡을 내다가 도와서 생활난을 구제하며 교육과 교련으로 도와주어서 4~5년 동안에 자치할 자격이 되기까지 다스려 주어야 한다는 것이다. 나의 주장은 이와 달라서 우리가 지금 자치할 수 있고 고유한 자치권과 천연한 자치기능이 있나니, 지금이라도 정권만 가지면 남이 우리를 위해서 대신 해 주느니보다 더 낫게 할 수가 있다. 위선 미곡문제를 예로 말할지라도 우리 정부를 수립 후 3개월 내로 미곡과 다른 물가를 저락시킬 수 있는 것을 담보할 것이다. 미군정부에서 지나간 양년간에 미국에서 많은 도움을 가져다가 이 문제 해결책을 백방으로 시험해 보았으되 아직 성공은 고사하고 미곡값은 날로 폭등하며 민족의 도탄은 점점 심해 가므로 미국이 자연히 모든 원망과 비판을 받게 되는 중이다.”
이승만은 이어 미군정부를 한국인들이 자신들의 정부로 인식할 것을 요구한다면서 그 부당성을 지적했다.
“동시에 우리에게 들려주는 말은 한인들이 미군정부를 저의 정부로 알지 않으면 미국의 전곡(錢穀)으로 도와줄 것을 받을 수 없다고 하나니, 이런 언론이 민중의 마음에 자연 의혹을 주게 되어서 미국이 후의로 원조하는 그 주의가 무엇인가를 묻게 한다. 사실로 말하면 미국정부나 민중이 우리에게 도움을 주는 것은 세계 모든 곤란한 민중에게 도와주는 일례로 단순히 자선적 목적뿐이요 다른 뜻이 없나니, 군정관리들이 이것을 이용해서 옛날에 ‘에서’가 팥죽 한 그릇에 조상 유업을 판 것 같이 만든다면 이는 불가한 것이다. 혹은 말하기를 하지 중장의 의도를 접수하야 그분의 통치권을 4~5년 위한(爲限)하고 복종하면 많은 물질상 도움을 얻겠고 독립은 그분의 계획대로 올 것인데 구태여 총선거를 당장 행하기로 고집해서 미국 친구들과 오해를 만드는 것이 불가하다 하나니, 이 변론에 대한 나의 대답은 하지 중장의 계획이 종당은 그 원하는 계획대로 되지 않을 것이요, 도리어 독립에는 큰 방해가 될 것이다.”
에서의 비유는《구약성서》의 <창세기>에 나오는 이야기로서 이삭의 큰아들 에서가 허기진 나머지 떡과 팥죽 한 그릇에 장자 상속권을 동생 야곱에게 넘겨준 사실을 말한다.5)
“하지가 韓國을 美國의 보호국 만들려 해”
이승만은 지난 2년 동안 “미국민주주의의 완화하고 혼동한 정책” 때문에 확고한 국민 성질 대신에 개인적 이기심이 증장되었다고 개탄하고, 당면한 중요 과제로 다음의 세 가지를 지적했다.
“첫째로 군정법령과 다른 공개 선언으로 기왕에 누차 발표된 것에 거하건대, 한국입법의원에 대하여 사령장관이 거부권을 가질 것이며 사령장관이 군권과 재권(財權)과 외교권은 한국정부수립된 후에라도 넘겨주지 않는다 하였으며, 둘째로 근자 발표된 소위 「남한시국대책요강」이라는 것을 비밀히 결정하고 미국무성에 보낸 중에 사령장관이 거부권을 행사할 것과 미군정부를 현실적 한국정부이며 사령장관이 최고수령임을 인정한다는 것이 이 위에 발표된 의사와 부합되는 것이다. 이런 공문을 작성한 것과 미정부에 보낸 것이 하지 중장의 양해없이 되었을 수 없는 것이다. 셋째로 하지 중장이 총선거에 대한 언약을 위반하여 계속 연기하는 것을 보면 하지 중장 생각에 민의적 입법부수립이 되는 것이 자기주의를 성취하기에 방해될지언정 도움이 없을 것이라고 믿는 것이 증명된다.”
이승만은 이처럼 미군정부의 「시국대책요강」에 대하여 크나큰 의구심을 계속 가지고 있었다. 그것은 미국의 보호국이나 점령통치와 같은 것이 될 것이기 때문이라는 것이었다.
“내 관찰에는 이 계획은 곧 미국보호나 혹은 (신탁)통치와 같은 것이니 이 계획이 공중의 지지를 받게 된 후에는 한인들이 그 목적을 도달키 심히 어려울 것이니 이 사실을 지금 아는 것이 필요하며, 또 알아야 할 것은 아직까지는 미국 민중이 한국독립에 방해될 정책을 지지하지 않는 중이니, 이때에 모든 충애남녀가 각각 자기직책으로 알아서 평화와 질서적으로 저의 자결주의를 표명하기를 반탁운동에서 표명한 것 같이 해야 될 것이다. 따라서 내가 기왕에 설명한 바를 다시 공포하고자 하나니, 나는 이 선거에 대하여 무슨 지위에나 후보자 되지 않기를 작정하며, 누구든지 진정한 민주제도로 민중의 선거에 공정히 피선되는 이를 나는 지지할 것이다.”6)
이승만의 이러한 하지 비판은 국무부에서 파견된 하지의 정치고문들에 의하여 미국무장관에게 보고될 뿐만 아니라 이승만 자신도 자신의 중요한 성명내용은 워싱턴의 임병직(林炳稷)이나 올리버(Robert T. Oliver)로 하여금 미국무부 관리들에게 전하게 했다.
정치고문대리 랭던(William R. Langdon)은 이승만의 12월 5일자 성명은 미국정책을 고의적으로 왜곡하고 하지를 미합중국에 의하여 임명된 한국의 행정책임자가 아니라 절대군주나 군인권력자로 묘사함으로써 한국인들이 미국정부에 대하여 등을 돌리게 했다고 보고하고, 국무부가 적절한 논평을 가하여 임병직과 올리버에게 보여줌과 동시에 언론을 통하여 이승만에게 손상을 끼칠 수 있는 반격을 해 줄 것을 건의했다.7)
다른 1급 中將이나 大將으로 하지와 교체하기로
하지 중장이 이승만에게 휘둘리고 있는 것으로 판단한 미 국무부는 마침내 하지를 다른 1급 중장이나 대장으로 교체하는 문제를 검토했다. 그러나 육군부는 하지를 교체할 필요가 있다는 국무부의 주장에 강력히 반발했다.8)
육군참모총장 아이젠하워(Dwight D. Eisenhower) 장군은 12월 3일에 런던 외무장관회의에 참석하고 있는 마셜(George C. Marshall) 국무장관에게 하지의 경질을 유보할 것을 요망하는 전보를 쳤다. 아이젠하워는 마셜에게 유엔의 결의에 따라 한국의 총선거를 1948년 3월에 실시하기로 예정되어 있고 남한주둔미군의 철수가 1948년 7월에 시작될 것으로 예상되는 시점에서 사령관의 교체가 필요한 특별한 이유가 있는지 묻고, 자기 생각에는 하지의 오랜 경험과 현지 사정에 대한 지식에 비추어 다른 어떤 고위 직급자보다 적임일 것이므로 교체할 필요가 없다고 건의했다.9)
또한 마셜 장군과 함께 모스크바에 가 있는 국무부의 점령지역담당 차관보 솔츠먼(Charles E. Saltzman)도 12월 4일에 마셜에게 철수시기가 얼마 남지 않은 시점에서 하지를 교체하는 것은 적당하지 않다는 비망록을 제출했다. 솔츠먼은 지금 당장 하지를 교체하는 것은 계속해서 하지를 공격해 온 한국의 정치적 극단분자들, 특히 이승만과 그의 추종자들의 승리로 인식될 것이라는 우려를 표명했다.10) 그리하여 마셜은 아이젠하워에게 주한미군 철수가 예상대로 1948년 6월에 실시된다면 하지를 사령관으로서 유임시키자는 건의에 동의하되, 철수가 심각하게 연기될 때에는 재고하겠다고 답전했다.11)
그러나 국무부의 극동문제 담당관들, 특히 극동국장 버터워스(Walton W. Butterworth)는 이승만에 대한 하지의 정책에 큰 불만을 가지고 있었다. 한편 육군부의 관리들은 버터워스의 불만을, 한국에서 미국의 궁극적인 실패의 책임을 육군부에 떠넘기기 위해 필요한 근거를 마련하려는 국무부의 책략이라고 생각했다. 이 무렵에 하지의 정치고문 제이컵스(Joseph E. Jacobs)는 국무부와 한국문제를 협의하기 위하여 워싱턴에 가 있었는데, 제이컵스는 버터워스와 극동국 부국장 펜필드(James K. Penfild)에게 하지는 한국사정에 익숙하므로 이 시점에서 하지를 교체하는 것은 이승만과 그의 추종세력에게만 도움을 주는 셈이라고 강조했다. 하지는 이처럼 육군부와 제이컵스의 비호에 힘입어 주한미군이 철수할 때까지 유임하게 되었다.12)
“선거는 한번밖에 없다”
유엔총회의 결의문만으로는 유엔한국임시위원단의 권한과 역할이 분명하지 않았다. 이승만 진영이 유엔위원단이 도착하기 전에 이들과 협의할 국민대표를 선출할 총선거를 실시할 것을 집요하게 주장한 것도 그러한 애매성에 기인하는 것이었다. 이에 대하여 하지 중장은 12월 8일 “선거는 한번밖에 없다”고 분명히 밝힘으로써 이승만의 주장을 일축했다. 그는 다음과 같이 설명했다.
“(1) 유엔위원단은 이전에 선출된 조선국민의 대표자와 협의하려고 오는 것은 아니다. 이 문제는 조선국민을 대표할 사람은 유엔위원단의 감시하에 선출되는 사람이라는 것을 결정한 유엔정치위원회에서 충분히 논의되었다. 그러므로 유엔위원단은 장차 동위원단이 협의할 조선국민의 대표자를 선출하는 것을 감시하기 위하여 내조하는 것이다. 그 후 이 대표자들은 조선중앙정부를 구성하여 위원단에 정부구성에 관한 통고를 한다. 선거는 일회에 한하며 또 유엔의 감시하에 시행할 것이다.
(2) 미군사령부가 유엔위원단이 협의할 대표자를 선정하는데 대하여 동위원단에 영향을 주거나 지시를 하려고 기도할 것이라는 선전이 많이 유포되고 있다. 이것은 조선국민을 현혹시키고자 하는 의도하에서 나온 순연한 허구이다. 미군사령부는 진정한 조선국민의 대표자를 선출하는 선거의 공정한 시행을 감시하는 신성한 사명을 수행할 유엔위원단을 지배할 권한도 없으며 위원단에 영향을 미치고자 노력하지도 않을 것이다.
(3) 미합중국사령부는 유엔의 결의에 의하여 유엔위원단이 국제적으로 위임된 사명을 완수하는데 최대한도로 원조 및 지지하는 책임을 지고 있다. 본관은 이것을 최선을 다하여 수행할 것이라는 것을 조선국민에게 보장하는 바이다.
(4) 유엔의 결의에는 특히 조선독립 건설에 준비적인 과도기간중 취할 제반 조치는 모두 유엔총회의 지시에 의한다고 규정되어 있다. 우리가 현재 운용하고 있는 결정은 본관이 이 성명에서 말하는 결의와 동일한 것이며, 동 결정에는 총선거 실시와 조선중앙정부의 구성에 이어 점령군이 가급적 속히, 가능하다면 90일 이내로 철수하는 것이 규정되어 있다.”
하지는 끝으로 유엔총회 결의문 제(4)항을 인용했다.13)
李承晩이 하지의 解明을 다시 反駁해
그러나 이승만은 하지의 해명을 순순히 납득하지 않았다. 그는 곤혹스러운 속에서도 12월 16일에 하지의 모호한 태도를 공격하는 성명을 다시 발표했다.
“이달 8일 하지 중장의 성명을 보면 우리가 한 말은 부분적 언론으로 허언이요 오해이니 자기의 말대로만 신종(信從)하라는 것이다. 의지(意旨)가 반대되는 경우에 처하야 이와 같이 말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우리가 기왕에 성명한 글에 두 가지 의문되던 것을 명백히 대답한 것은 없으나 은연중 그 주의가 어디 있는 것은 우리가 추측으로 알 수 있게 되었다.”
이렇게 전제한 이승만은 먼저 유엔위원단이 오기 전에 그들과 협의할 국민대표를 뽑는 총선거를 빨리 실시해야 할 이유를 다음과 같이 설명했다.
“1년 전부터 언약하고 이때까지 준비하여 한편으로는 최촉하며 한편으로 연시(延施)하여 오던 총선거를 지금에 와서는 다 폐지하라 하며, 유엔 처분만 기다리라 하며, 또 소위 입법의원의 보선법이라는 것은 한편으로 독촉하며 한편으로 장애하여 미루어 오다가 마지막 통과가 되매 그제는 공포했다, 서명이 되었다, 반포된 지 며칠 안으로 실행한다는 등 언론으로 지재지삼(至再至三) 연시하여 오다가 지금은 다 잘못되었다 하기에 이르니, 이는 일국 민중을 대우하는 도리도 아니요, 자체의 위신을 보호하는 신의도 아닐뿐더러 총선거로 국회가 성립된다면 통치권을 행할 수 없을 터이므로 백방으로 천연하야 못하게 하는 것이니, 유엔대표단이 도착한 후에 사실을 묻고자 하거나 민의를 알고자 하면 누가 대답하며 설명할 것인가. 그분들이 와서 선거를 감시만 한다고 하나 사람 하나를 만나지 않고 의논도 없이 가만히 앉아서 구경만 하다가 가리라고는 믿을 수 없나니, 우리를 도우려 오는 손님들을 우리가 주인으로 접대와 협조하는 것이 절대 필요하므로 하루바삐 총선거를 행하여야 될 것이다.”
이러한 주장은 유엔위원단과 협의할 한국인 대표로 하지가 김규식(金奎植)이나 안재홍 등 과도정부에 참여하고 있는 인사들만을 내세울 가능성에 대한 이승만의 깊은 우려에서 우러나는 것이었음은 말할 나위도 없다.
“美國의 信託統治 주장, 하지가 부인하기 바랐는데…”
이승만은 하지가 군정부 통치를 연장하려는 것이 아니냐고 자신이 의혹을 제기했던 사실을 상기시키면서, 그것을 하지가 부인하지 않은 사실에 대해 다시금 의혹을 제기했다.
“국회나 정부를 건설 후에라도 사령장관이 거부권을 가진다는 그 문제를 우리는 오랫동안 거론치 않고 국회만 건설하면 이것이 다 자연 해결될 것을 기다려온 것인데, 총선거를 장애하야 이에까지 이른 형편에서 이 문제를 잠복시켜 둘 수 없는 경우이므로 우리가 공개로 선언한 것이요, 이대로 된다면 미국의 신탁(통치)이 될 것이라는 사실을 언명하였으며, 따라서 미국 민중이 이것을 찬성치 아니하므로 비밀리에서 주선하야 완성된 후에 공포하려는 것이라고 설명한 것이다.
우리는 하지 중장이 이 문제를 사실 아니라고 성명하기를 속으로 바랐었나니, 이때에 이런 성명이 있으면 많은 의혹이 타파되기를 위함이었으나, 하지 중장의 성명에 보면 확실한 언명이 없고 오직 유엔의 감시로 총선거를 하야 정부수립만 하면 점령군이 철퇴될 것이니 무슨 점령군의 간섭이 있겠느냐는 의미로 막고 말았으니, 이런 주의가 내막에 잠복되어 있는 것을 우리가 추측할 수 있는 것이다.”
이처럼 이승만은 이때까지도 유엔위원단의 역할에 대하여 반신반의하고 있었다. 그는 “의식있는 민중이 민족자결주의를 표시해야 할 때”라고 주장했다.
하지의 공산당 警告 성명은 극구 칭찬
“유엔위원단이 오면 태산 같은 장애가 다 빙소설해(氷消雪解)가 될 줄로 믿으나, 소련은 벌써 보이콧한다고 성명하였는데 어떻게 한다는 방식은 없고, 그저 기다리면 다 된다는 것과 같은 것이 아닌가. 유엔위원단이 남북총선거를 못하게 되면 세월만 허비하고 앉은 중에 우리는 또 아무것도 못하고 사령장관 통치하에서 죽으나 사나 기다리고 있을 것뿐이다. 민족자결주의라는 것을 우리는 언제나 사용할 수 있을 것이냐.
우리 사활에 관계한 이런 중대 문제를 몇몇 당국들만 알고 속에서 작정하야 행한다는 것은 심히 위험하고 또는 민주정체에 합리가 아니고, 공개로 토의하야 다수 민의대로 귀정하려는 터이므로, 누구에게나 악감과 온의(?意)를 품은 것은 조금도 없는 것이다. 이에 관계된 민중은 각각 자각으로 자결주의를 표시하야 정당히 해결되기를 역도(力圖)할 것이요, 지금에 등한히 보고 앉았다가 일이 잘못된 뒤에는 숙원숙우〔孰怨孰尤 : 몹시 원망하고 꾸짖음〕하여도 소용이 없을 것이다.”14)
그러나 이승만이 주장한 대로 유엔위원단이 도착하기 전에 그들과 협의할 한국인대표를 선출하는 총선거는 실시되지 않았다.
집요하게 하지를 궁지로 몰아넣고 있던 이승만은 하지가 12월 17일에 공산주의자들의 최근 선전활동에 대하여 전에 없이 신랄하게 비판하는 장문의 성명서를 발표하자 그 이튿날로 하지를 찬양하는 담화를 발표했다. 하지의 성명은 공산주의자들의 유엔위원단 활동방해 공작에 대한 경고였다.
“하지 중장이 공산당에 대하여 확고한 태도를 발표하였으니, 이제야 하지 중장 정책에 대하여 일반 민심이 풀린 것이다. 기왕부터 군정부측에서 발표한 공문과 선언에 대하여 민중이 다소 의혹이 있었던 것인데, 이 회의를 하지 중장이 일소시켜 준 것이다. 나는 벌써 전부터 한국정부수립에 미국무성 원동부에 있는 몇몇 관리가 갖고 있는 태도에 대하여 다소 들은 바도 있었다. 요는 하지 중장이 성명한 그대로 실시해 주기를 요망하는 바이다.”15)
2. 중간파 연합체로 民族自主聯盟 결성
유엔한국위원단이 1948년 1월 8일쯤 도착한다는 뉴스가 전해지자 각 정파들의 움직임은 한결 수선스러워졌다. 먼저 미군정부에 참여하고 있는 인사들을 중심으로 12월 13일 중앙청 제1회의실에서 유엔위원단 환영준비위원회가 결성되었다. 이들은 서재필(徐載弼), 이승만, 김구, 이시영(李始榮)을 명예회장, 오세창(吳世昌)을 회장으로 추대하고 과도정부 경무부장 조병옥(趙炳玉)이 위원장을 맡았다. 위원으로는 이승만, 김구, 이시영을 포함하여 민정장관 안재홍, 입법의원 의장 김규식과 한민당 위원장 김성수(金性洙) 등 우익정파 지도자들과 각계 저명인사 113명의 이름이 발표되었다.16)
유엔委員團을 도울 韓國民族대표단 구성
같은 날 독촉국민회 회의실에서 열린 민족대표자대회 제25차 회의는 두가지 주목할 만한 결의를 했다. 이 회의는 전날 열릴 예정이던 국민의회와 민족대표자대회의 합동회의에 참석하기 위하여 상경한 전국 대의원들이 합동회의가 무산되자 별도로 모인 회의였다. 대회는 다음의 두 결의안을 채택했다.
결의 제1호
1. 이 회의에 출석한 대의원은 폐회 후 즉시 총선거대책위원회 정비운동을 개시하여 소관구역내의 하급위원회 조직을 완료하는 동시에 미조직 인접 부(府), 군(郡), 구(區)에 대하여 조직을 책임적으로 촉진함으로써 금년 내에 남한 각지의 전 조직을 완료할 것.
2. 본회 대의원은 총선거대책위원회의 전 조직을 동원하여 각 지방에 1948년 1월 15일까지 국민등록에 의거하여 유권자명부를 작성할 것.
3. 총선거를 자율적으로 진행하려는 우리의 독립운동을 완수하기 위하여 민족대표자대회의 선거법을 확정하기로 하고 제정위원 7명을 선정할 것.
결의 제2호
1. 본회가 민주방식에 의하여 선출한 대의원으로서 조직된 본래의 성격에 입각하여 다시 중요 정당 및 사회단체를 포섭함으로써 유엔위원단에 협력할 민족대표단을 구성하되, 대표단은 전원 50명으로 하고 상임위원회에서 전형할 것.
이 결의에 따라 민족대표자대회는 「한국민족대표단조직조례」를 제정하고 그 조례에 의거하여 이승만과 김구 두 사람을 고문으로 하고 오세창, 이시영, 명제세(明濟世), 이윤영(李允榮), 김성수, 신익희(申翼熙), 배은희(裵恩希) 7명을 의장단으로 하는 50명의 대표와 민족대표자대회 대의원 전원을 포함한 400명의 보조위원을 선정하여 발표했다.17) 그러나 의장단에 김구 진영 인사가 한 사람도 들어 있지 않은데서 보듯이 한국민족대표단 결성작업은 이승만의 허가나 사전동의 없이 취해진 일방적인 조치였다. 김구 그룹에서는 물론 한민당에서도 반발이 일자 간부급의 사표문제까지 대두되는 등 말썽이 이는 것은 당연했다.
李承晩과 金九가 연일 만나 시국대처방안 숙의
김구와 한국독립당은 장덕수(張德秀) 암살사건 이후로 크게 동요하고 있었다. 12월 15일 한독당 회의실에서 열린 제6회 제3차 중앙집행위원회는 유엔위원단 감시 아래 실시될 남북 통일총선거에 관한 건을 토의한 결과 선거에 참가하기로 하고 그에 대비하여 시국대책위원회를 설치하기로 결의했다. 회의는 이어 중앙 부서를 개편 정리할 것과 당강당책(黨綱黨策)의 수립에 관한 기초위원회를 설치하기로 했다. 회의는 또 장덕수 암살사건과 관련하여 한독당 인사들이 검거되고 조사를 받는 문제에 대하여 조각산(趙覺山), 김의한(金毅漢) 등 5명을 하지 장군에게 파견하여 석명을 요청하기로 했다.18)
이승만과 김구는 거의 날마다 만나서 시국대처방안을 숙의했다. 김구는 12월 14일에 이화장으로 이승만을 방문하여 장시간 요담했다. 그는 17일 오전에도 이화장을 방문했다. 김구는 12월 20일과 21일에도 잇달아 이화장을 방문했는데, 22일에 발표된 김구의 성명서는 유엔위원단의 방한을 앞두고 두 진영의 협동작업에 또 다시 균열이 나타나고 있음을 보여준다.
“우리는 미구에 입국할 유엔위원단을 충심으로 환영하는 동시에 그들로 하여금 우리에 대한 정당한 인식을 가지고 우리가 원하는 자주독립의 통일정부를 수립하는 임무를 완수하도록 우리의 최선을 다하여야 할 것이다. 우리가 원하는 바도 자주통일정부요, 그들이 우리를 위하여 수립하여 주겠다는 정부도 남북을 통한 총선거에 의한 자주독립의 통일정부다. 그러므로 우리는 여하한 경우에든지 단독정부는 절대 반대할 것이다.
유엔위원단의 임무는 남북총선거를 감시하는 데 있다. 그 감시는 외력의 간섭을 방지하는 것만이 아니라 내부의 여하한 간섭이라도 방지할 것이다. 그러므로 일반동포는 절대로 자유의사에 의하여 투표를 행할 수 있을 것이다.
우리가 국제적 귀빈을 맞이함에 있어 우리 민족의 통일적 의사를 표현하여야 할 것이니, 국민의회와 민족대표자대회의 합동이 일시적 외부의 장해로 완료하지 못하였을지라도 합동에 대한 결의는 의연히 유효한 것이다. 그런데 일전에 누구의 소위인지 민족대표단의 부서며 또 무슨 보조위원단 운운과 수백 명의 명단까지 발표한 것을 보았다. 이것은 통일에 방해가 될 뿐 아니라 사전 사후에 본인으로서는 주지한 바 없으니, 그 현상 위에서는 여하한 책임도 본인은 질 수 없다.”19)
그것은 이승만 진영 인사들의 독단에 대한 분노를 그대로 토로한 성명이었다.
“濟州道 일우에 수립해도 韓國中央政府”
이 시점에서 주목되는 것은 하지 장군의 비호를 받고 있는 김규식의 정치행태였다. 김규식을 우익쪽 대표로 하여 1946년 10월 7일에 결성되었던 좌우합작위원회는 12월 6일에 김규식, 안재홍, 원세훈(元世勳), 김붕준(金朋濬) 등 위원 23명 전원이 삼청동 사무실에 모여 ‘해체선언’을 결의했다.20) 중도노선 정파들이 추진하고 있는 민족자주연맹(民族自主聯盟)의 결성식이 임박했기 때문이었다. 그리하여 좌우합작위원회 비서장 송남헌(宋南憲)은 12월 15일에 공식으로 위원회의 해체를 선언했다.21)
김규식은 12월 13일에 총선거와 관련하여 기자들이 제출한 서면질문서를 받고 다음과 같이 자신의 소신을 피력했는데, 그것이 물의를 일으켰다.
만일 소련쪽이 북조선의 총선거를 거절하고 유엔위원단의 입경(入境)까지 거절한다면 어떻게 하겠느냐는 질문에 그는 “이러한 경우에는 그 위원단이 여하히 할지 예언키 어려우나 혹 남북에〔으로〕 구역을 나누어 구역선거 방법을 취할지도 모른다. 남북 구역선거를 별개로, 혹 별종의 방법으로 할지라도 유엔위원단이 입경하여 선거감시만이라도 (하게) 허락하여야 할 것이다”라고 말했다.
소련의 거부로 남조선에서만 총선거가 실시되어 소위 남조선단독정부가 수립되는 경우를 예상할 수 있느냐는 질문에는 다음과 같이 매우 독특한 이론을 폈다.
“그러한 경우에는 내가 보는 바로는 유엔대표단이 자행처리하기 보다 먼저 유엔소총회에 보고하여 그 결재를 요청할 것이고, 설혹 ‘남조선단독정부’가 수립된다고 할지라도 나의 견해로는 그 명칭만은 ‘남조선단독정부’라고 아니할 것이고 한국중앙정부라든지 한국정부라든지 부를 것이다. 왜 그러냐 하면 우리 한민족으로서는 근본적으로 남선이니 북선이니 하는 분별이 없었고 미소양군이 점령하면서 생긴 말인 만치, 더욱이 어느 나라 어느 민족을 물론하고 소위 단독정부라는 말은 듣지 못한 것이다. 혹 혁명정부니 임시정부니 하는 말은 통용된 바도 있고, 국토의 일부분만을 차지하고 살아도 앞으로서 전국 통일을 기도하며 중앙정부라 칭한 것은 역사적으로나 현금에도 타국에서 쓰는 말이다. 그런즉 제주도 일우〔一隅 : 한 모퉁이〕만을 차지하고서라도 중앙정부라고 할지언정 단독정부라 함은 그 명칭부터 불가할 것이다.”22)
이러한 주장은 학자 정치가인 김규식의 지론이었다. 그는 1946년 5월 12일에 서울운동장에서 열린 독립전취 국민대회에서 우리의 손으로 정부를 세워야 한다고 역설하면서 “이 정부는 대구(大邱)에 있든지 제주도(濟州道)에 있든지 문제가 되지 않는다. 독립을 희망하는 자는 이 정부를 통일정부로 승인할 것이다”라고 주장하여 좌익정파들로부터 단독정부 수립을 주장했다고 비판 받은 적도 있었다.23) 안재홍은 그것을 “김규식 박사는 일시 남조선만에서라도 정통정권 수립가능의 이론을 발표한 것이었다”고 기술했다.24)
“죽은 部分 살리려고 산 部分에 약치료 하는 것”
한편 이승만과 한민당 등 우익정파들의 대표기관으로 명맥을 유지하고 있는 민주의원은 12월 23일에 다음과 같은 담화를 발표했다.
“우리는 남북을 통한 총선거를 희망한다. 그러나 소련의 태도가 저와 같은 이상 북한에서의 선거를 기대하기는 곤란하다고 보지 않을 수 없다. 그러면 부득이 남한에서만이라도 선거를 집행하지 아니하면 안될 터이니, 그와 같이 하여 수립될 정부는 결코 단독정부가 아니고 전한국정부가 될 것은 만인이 공인하는 바이다.…”25)
이승만의 남한단독선거 주장도 특이했다. 그는 12월 26일에 이청천(李靑天) 단장의 인솔로 이화장을 방문한 대동청년단(大同靑年團) 각도지부 단장 및 부단장들에게 다음과 같이 말했다.
“어느 사람이 반은 살고 반은 죽었는데 그 죽은 부분을 살리기 위하여 산 부분에 약치료를 하면 죽은 부분도 살릴 수 있는 것과 같이, 현재 조선은 일부는 죽고 일부는 살아 있다. 그러므로 산 부분인 남조선에 우선 총선거를 실시하여 장차 전 조선 총선거를 실시하면 조선은 살 수 있다. 그런데 이것을 방해하는 자가 있으니 한심한 일이다.…”26)
기자들의 서면질문에 대한 김규식의 회답 내용은 때가 때인 만큼 매우 민감한 반응을 불러일으켰다. 단독정부 수립을 주장한 것이 아니냐는 것이었다. 특히 민족자주연맹에 참가하고 있는 정당과 사회단체 가운데에는 자신들의 노선과 거리가 있다고 하여 의견들이 구구했다.27) 그리하여 김규식은 서둘러 위의 발언을 해명하는 담화를 발표했다. 그는 자기의 말은 객관적으로 전망한 것에 불과하고 자기가 어떻게 하겠다고 성명한 것은 아니라고 말하면서, “그런데 세간에는 내가 마치 통일정부를 반대하고 반쪽 조선의 단독정부를 수립하려고 준비하고 있는 것처럼 논의되고 있는 것은 심히 유감”이라고 잘라 말했다.28)
民族自主聯盟결성식에 軍政府간부들 대거 참석
민족자주연맹의 결성식은 12월 20일, 21일 이틀 동안 경운동의 천교도회관 대강당에서 800여명의 대의원들과 많은 내빈이 참석한 가운데 성대하게 거행되었다. 김규식은 다음과 같은 요지의 개회사를 했다.
“우리는 정권 쟁탈이나 지위 획득이나 당파적 싸움이나 사대 맹종을 떠나서 민족 자주적 입장에서 링컨이 말한바, ‘인민의, 인민을 위한, 인민으로서의 정부’를 수립하는데 전심전력을 경주하여야 할 것이다.… 유엔총회결의에 의한 조선위원단이 내도한다 할지라도 만일 우리 민족이 의연히 통일단결하지 못한다면 위원단 제공이 아무리 노력한다 할지라도 남북을 통일하는 과업은 완수하기 곤란하리라고 생각된다. 그런데 우리가 통일단결의 목적을 달성하려면 다만 상층의 정치운동으로만은 불가능하다. 반드시 민중을 위하여 노력하며 민중자신의 조직을 통하여 그들을 결합시키며 우리 자신이 그들의 진실한 대변인이 되도록 노력하여야 할 것이다.”29)
대회에는 미군정부 고위 간부들이 대거 참석했다. 미소공위 미국쪽 수석대표 브라운(Albert E. Brown) 소장이 하지 중장의 메시지를 대독하고, 이어 딘 군정장관, 헬믹(C. G. Helmick) 군정장관 대리, 장건상(張建相) 근로인민당 부위원장, 조병옥 경무부장, 장택상 수도관구경찰청장 등의 축사가 있었다. 그것은 김규식에 대한 하지의 특별한 호의를 반영한 것이었다. 대회는 김규식을 주석으로 선출했다.30)
朝鮮의 民主主義化, 民主主義의 朝鮮化
민족자주연맹의 성격은 이날 채택된 「선언」, 「강령」, 「정책」 및 「규약」과 당직자 인선에 잘 드러나 있다. 「선언」은 다음과 같이 천명했다.
“금일의 조선에는 독점자본주의사회도 무산계급독재사회도 건립될 수 없고 오직 조선의 현실이 지시하는 조선적인 민주주의사회의 건립만이 가능하다. 이것은 어떠한 국가의 세력이나 어떠한 사상의 역량으로도 변경할 수 없는 역사적인 귀결이다. 그러므로 우리는 조선을 민주주의화할 뿐 아니라 또한 민주주의를 조선화하여야 할 것이다.…”
5개항의 「강령」은 다음과 같은 것이었다.
(2) 우리는 전민족이 평화 속에서 정치 경제 문화 사회적으로 평등한 권리와 자유와 행복을 얻기 위하여 현재의 모든 애국적인 각계각층의 그 부동(不同)한 요구를 민주주의적으로 조화통일하며 그 공통한 요구로 강력히 실천하기로 함.
(3) 우리는 일체 사대적 의타성을 청소하고 민족적 자부심과 국가적 자주의식을 고취하여 자력건설에 노력함.
(4) 우리는 동포상호간의 친애정신을 발휘하며 일체 종파적 아집과 독선적 태도를 버리고 무의미한 동족상잔의 행동을 근절하기에 노력함.
(5) 우리는 민족자주 평등의 원칙하에서 연합국에 대한 친선정책을 취하기로 함.
「정책」 가운데에서 중요한 것은 다음과 같은 것이었다.
(1) 민주주의 제정당 사회단체와 개인을 총망라하여 어느 계급, 어느 종파의 영도성을 떠난 진정한 민족통일기구의 재편 강화에 노력함.
(2) 남북통일 중앙정부의 조속한 수립을 촉진시키기 위하여 남북 정치단체대표자회의의 개최를 주장함.…31)
민족자주연맹은 정당 15, 사회단체 25, 개인 등으로 이루어진 연합체라고 발표되었으나, 몇몇 단체를 제외하고는 거의 모두가 군소단체였다. 구성원들도 서울에 있는 지식인이 대부분이었고, 따라서 지방조직은 매우 취약했다.
연맹의 중추기관인 정치위원회 위원으로는 《임꺽정(林巨正)》의 작가인 민주독립당의 홍명희(洪命憙), 한글학자인 건민회의 이극로(李克魯), 조선농민당의 원세훈, 민주한독당의 윤기섭(尹琦燮), 유교대표 김성규(金成圭), 근로인민당 우파의 손두환(孫斗煥), 그리고 여성독립운동가이자 김규식의 부인인 김순애(金淳愛) 등 7명이 선출되었다.32) 정치위원 가운데에서 가장 중요한 역할을 하고 발언을 많이 한 사람은 원세훈과 홍명희였다고 한다.33)
다음으로 중요한 기관은 중앙집행위원회의 상무위원회였다. 93명이 중앙집행위원으로 선정되고, 그 가운데에서 김붕준, 최동오(崔東旿), 여운홍(呂運弘), 송남헌, 최석창(崔石昌), 강순(姜舜), 이중근(李重根), 유석현(劉錫鉉), 성대경(成大慶), 장권(張權), 배성룡(裵成龍), 박은성(朴恩聲), 권태석(權泰錫), 신기언(申基彦), 김약수(金若水) 15명으로 상무위원회가 구성되었다. 감찰위원장으로는 오하영(吳夏英)이 선임되었다.34)
민족자주연맹의 결성을 통하여 김규식은, 비록 한민당이나 이승만의 독촉국민회, 김구의 한독당 등에 비견할 만한 강력한 세력은 못되더라도, 귀국한 이래 비로소 독자적인 자신의 정치 기반을 구축하게 되었다.
한편 민족자주연맹의 결성대회 첫날인 12월 20일에 그동안 한독당 부위원장이자 국민의회 의장으로서 12정당협의회를 통한 남북지도자회의 작업을 주동해 온 조소앙(趙素昻)은 “나는 남북회의의 진행에도, 남한정당회담에도, 국민의회와 민족대표자대회의 단결에도 실패한 것에 상심한다”면서 정계은퇴 성명했다.35)
法統 문제 등으로 “상당한 우여곡절”
민족자주연맹의 결성은 유엔위원단의 입국을 앞두고 각각 노심초사하고 있는 이승만과 김구로 하여금 단합의 필요성을 더욱 절감하게 했다. 무엇보다 긴급한 과제는 국민의회와 민족대표자대회의 합동문제였다. 그것은 세상없어도 유엔위원단이 도착하기 전에 끝내 놓아야 했다.
이승만과 김구는 직접 합동작업에 나섰다. 12월 23일에는 이화장에서 두 사람이 참석한 가운데 박원달(朴元達) 등 국민의회쪽 인사 6명과 이윤영, 명제세 등 민족대표자대회쪽 인사 5명이 회동한데 이어, 26일에는 경교장에서 양쪽 16명씩의 상무위원 연석회의가 열렸다. 두 사람은 이 회의에도 참석했다. 회의에서는 이념통일 및 절차문제를 두고 장시간 토의한 결과 의견 일치를 보았다. 그리하여 국민의회쪽에서 최석봉(崔錫鳳), 김양복(金養福), 김여식(金麗植), 민족대표자대회쪽에서 명제세, 신익희, 강인택(姜仁澤) 6명을 대표로 하고 옵서버로 국민의회 사무국장 박윤진과 민족대표자대회 서기국장 최규설(崔圭卨)이 참가하여 구체적 조건을 결정하기로 합의했다. 합동회의는 조선민족대표단의 전체회의가 개최되는 1월 8일로 정했다. 그리고 12월 27일에는 국민의회 사무국과 민족대표자대회 서기국이 공동으로 합의사실을 발표했다.36)
6명의 대표들은 사흘 뒤인 12월 28일에 경교장에서 오전 10시부터 밤늦게까지 협의를 계속했다. 회의는 상당한 우여곡절 끝에, 정계 은퇴를 선언하고 칩거 중인 조소앙을 의장으로 유임시키고 민족대표자대회쪽 인사 1명을 부의장으로 추가하는 한편 상임위원 비율은 반반씩 하기로 결정했다. 협상이 장시간 계속된 것은 선거법문제와 임시정부 법통계승문제 때문이었다. 선거법문제는 국민의회가 작성한 것을 채택했고, 법통계승문제도 원칙적인 합의에 도달했다.
마지막으로 12월 29일에 경교장에서 두 영수가 참석한 가운데 양쪽 대표 30명이 회합하여 전날 의결된 내용을 최종적으로 승인했다.37)
合同大會는 무기연기되고 말아
이승만은 민족대표자대회 대의원이 국민의회 대의원으로 합류하는 방식으로 합동하도록 지시하는 등 김구 진영과의 공조를 위하여 양보했음에도 불구하고 국민의회 인사들이 유엔위원단의 도착이 임박했는데도 임시정부 법통문제 등으로 아집을 굽히지 않자 합동문제를 단념하게 되었다. 그는 1948년 1월 6일에 “지금 우리 형편으로는 각 정당이나 사회단체의 합동여부를 문제 삼아서 쟁변이나 토의를 할 시기가 아니라 이런 문제는 다 초월하여 국권회복에 대한 목적으로 동일한 보조를 취하여 분투 매진할 때”라는 성명을 발표했다. 그는 3·1운동 때에 각 종교단체들이 자체를 해산하거나 이름을 바꾸지 않고 독립목적에만 합작함으로써 대사를 성공시켰다면서 다음과 같이 주장했다.
“현금 남북을 물론하고 모든 정당이나 사회의 유일한 목적은 통일정부를 수립해서 독립을 완성하려는 것뿐이니, 지금 세계 모든 우방의 대표자가 내도하여 남북총선거를 진행할 희망을 가지게 되는 이때에 우리가 주장하는 바는 우선 과도선거를 몇 주일내로 실시해서 우리 민선 몇 대표와 유엔대표의 합작으로 대업을 완성하기를 바라는 바이다.
경향에서 각 청년 단체의 합동과 국민의회와 민족대표자대회의 합동에 대해서만은 문제가 되고 있으나, 나로서는 이 문제에 좌우간 간섭코자 아니하며, 오직 나의 주장하는 바는 각각 자원으로 정신적 통일이 되기 어려운 경우에는 내가 위에 말한 바를 준행하면 다같이 목적지에 도달할 첩경이 될 것이다.…”38)
국민의회, 민족대표자대회, 그리고 새로 민족대표자대회쪽 대의원으로 참가한 입법의원의 한민당계 의원 등 600여명의 대의원이 참석하여 국민의회 제44차 임시총회의 속회로 개최할 예정이던 합동대회는 집회허가 문제로 또다시 연기되었다. 대회가 열리지 못하자 비상 편법으로 양쪽의 상임위원, 전형위원, 준비위원만 8일 오후에 국민의회 회의실에서 연석회의를 개최했다. 회의는 임시 편법으로 이 회의로 합동대회를 대행하기로 하고, 기구 확장 정비 등 당면 문제도 이 회의에서 결정하기로 합의했다. 그리고 이튿날 의장 조소앙과 부의장 유림(柳林)은 유임하고, 국민대표대회쪽의 명제세를 또 한사람의 부의장으로 선출했다.39) 그러나 합동작업은 유엔위원단의 활동이 시작되면서 교착상태에 봉착했다.
3. 유엔韓國臨時委員團을 맞아
우크라이나를 제외한 8개국의 유엔한국임시위원단 일행은 1월 8일부터 띄엄띄엄 서울에 도착했다. 1월 8일에 도착한 제1진은 오스트레일리아, 인도, 시리아 3개국 대표와 위원단의 사무국장으로 임명된 유엔 사무차장 호세택(胡世澤) 등과 30명의 수행원들이었다. 캐나다 대표는 1월 11일, 프랑스와 필리핀 대표는 1월 12일, 그리고 엘살바도르 대표는 한참 뒤인 1월 29일에야 입국했다.
1진이 도착하는 날 김포비행장에는 하지 중장을 비롯하여 딘 군정장관, 브라운 소장, 하지의 정치고문 대리 랭던 등 미군정부 수뇌들과 주한 중국 총영사이면서 유엔위원단의 중국대표로 임명된 유어만(劉馭萬), 과도정부 민정장관 안재홍, 과도입법의원 의장 김규식, 대법원장 김용무(金用茂), 그리고 환영위원회의 이승만, 김성수, 이청천, 조병옥, 정일형(鄭一亨) 등이 나와 이들을 맞이했다. 고황경(高皇京), 모윤숙(毛允淑), 이묘묵(李卯默) 부인이 세 나라 대표와 호세택에게 화환을 증정했다. 이승만은 1933년에 제네바의 국제연맹 회의에 가서 외교활동을 벌일 때부터 알고 지내던 호세택이 유엔위원단 사무국장으로 한국에 온 것이 여간 반갑지 않았다. 그는 이튿날 발표한 유엔위원단환영 담화에서도 호세택과의 교분을 강조했다40)(《月刊朝鮮》2006년 8월호, <레만湖에서 만난 프란체스카>참조).
신문들과 우익정파들의 환영 캠페인으로 한국 민중의 환영 광경은 눈물겨울 정도였다. 위원단 일행이 김포비행장을 출발하여 숙소인 회현동의 국제호텔과 수도호텔로 이동하는 동안 도로 연변에는 매서운 추위에도 불구하고 무려 25만명의 환영인파가 몰려 나와 태극기를 흔들었다.41) 그리고 1월 14일 오후에 서울운동장에서 열린 유엔위원단환영 전국대회에도 수십만명의 인파가 몰려 환호했다.42)
蘇聯軍司令部는 그로미코 통해 메논의 入北 거부
유엔위원단은 1월 12일 오후 늦게 덕수궁 석조전에서 예정대로 제1차 전체회의를 열어 인도 대표 메논(K. P. S. Menon)을 임시의장으로 선출하고 업무를 시작했다. 제2차대전 기간 동안 중경(重慶)주재 인도 대사로 근무했던 메논은 유엔총회 중국대표단장으로 활동하고 있었다. 메논은 2월 4일에 열린 제8차 전체회의에서 정식 의장으로 선출되었다.43)
한국국민의 큰 기대에도 불구하고 유엔위원단의 활동은 순조롭게 진행되지 않았다. 그것은 유엔위원단에 대한 유엔총회 결의문의 내용이 애매한 것만큼 각국 대표들의 위원단의 역할과 권능에 대한 인식에 간극이 있었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것은 당연히 대표마다 다른 자국의 국가이익에 기초한 주장이기도 했다.
메논은 1월 15일에 비공개로 열린 유엔위원단의 제3차 전체회의의 결의에 따라 1월 16일에 하지 미군사령관과 코로트코프(Gennadii P. Korotkov) 소련군사령관에게 예방하겠다는 편지를 보냈다. 코로트코프에게 보내는 편지는 서울 주재 소련연락장교를 통하여 전달하게 하는 한편 그 요지를 유엔사무총장에게 타전하여 그로미코(Andrei A. Gromyko) 소련 유엔대표에게 전달해 주도록 부탁하게 했다. 1월 20일에 하지를 방문한 메논은 수시로 방문할 수 있게 허가해 줄 것을 요청했고, 하지는 통일된 자주독립 한국 건설을 촉성하는 어떠한 회합이나 협의에도 언제든지 응할 용의가 되어 있다고 말했다.44)
그러나 코로트코프로부터는 반응이 없는 채, 1월 22일에 그로미코가 유엔사무총장에게 보낸 편지를 통하여 거부의사를 밝혔다.45)
번스가 金奎植을 열심히 선전
유엔위원단은 1월 19일의 제6차회의로 전체회의를 일단 중단하고 3개 분과위원회를 설치하여 분과위원회별로 활동을 시작했다. 제1분과위원회는 총선거에서 자유분위기를 확립할 방법을 수립하고, 제2분과위원회는 한국인들이 제출하는 문서를 처리하고 한국인들의 의견을 청취하며, 제3분과위원회는 지금까지 남북한에서 실시했거나 이미 작성되어 있는 모든 선거법을 비교 검토했다.46)
이 무렵 유엔한국위원단의 모습은 1월 20일쯤에 이승만이 올리버에게 보낸 편지에 잘 묘사되어 있다.
“위원단 멤버들은 돌아다니고 영어를 할 줄 아는 한국인들은 그들을 붙들려고 합니다. 위원단은 벌써 너무 혼란스러워서 사람들을 실망시키고 있어요. 그런데 그들은 여성 기숙사였던 오래된 일본호텔에 묵고 있습니다. 미군 영관급 장교들이 조선호텔을 비워 주지 않았거든요. 며칠 전에 내가 메논씨를 방문했는데, 이들의 초라한 잠자리를 보고 미안했습니다. 일본식 바닥(다다미)은 헐고 더러웠으며 작고 초라한 방에는 군용 침대가 있을 뿐이었습니다. 그들을 좀 더 편안하게 해주지 못하는 것이 부끄럽군요. 프랑스사람들이 항의했으나 그들은 아직 같은 호텔에 묵고 있습니다. 프랑스, 캐나다, 오스트레일리아, 필리핀 대표들이 한 호텔에 들어있고 인도, 시리아, 중국 대표들이 다른 호텔에 들어있습니다.
나는 의장인 메논 대사를 방문하여 매우 유익한 대화를 나누었습니다. 시리아 대표인 자비(Zeki Djabi) 박사가 나를 방문했습니다. 나는 캐나다의 패터슨(G. S. Patterson)을 만나보려고 했으나 그는 도착하고 두 주일이 지나도록 하지 장군을 방문하지 못했다면서 아직 아무도 만날 수 없다고 양해를 구했습니다. 우리는 22일에 중국대표단과 만찬을 할 예정이고, 메논 일행과 자비 등과는 27일에 식사를 같이 할 예정입니다.… 아더 번스(Arther C. Byrnes) 박사〔국무부에서 파견된 하지의 경제수석 고문〕는 모든 중도파들을 번역관과 고문관으로 유엔위원단에 배치했습니다. 그는 김규식을 선전하려고 열심히 움직이고 있어요.…”47)
이승만의 이러한 편지는 하지와 그의 참모들이 유엔위원단에게 김규식을 부각시키기 위해 세심한 노력을 기울이고 있었고, 이승만은 이승만대로 그것을 매우 심각하게 의식하고 있었음을 보여준다. CIC(미군첩보대)의 보고에 따르면, 이 무렵 항간에는 하지 장군이 김규식에게 선거운동 목적으로 1억원의 비밀자금을 제공했다는 소문이 돌기도 했다.48)
하지는 메논에게도 김규식을 비중있게 소개했던 것 같다.
메논은 서울에 도착하면서부터 가까이 사귀게 된 시인 모윤숙에게 이렇게 물었다고 한다.
“당신은 지금 한국은 어느 방향으로 가야 제 길을 간다고 생각하시오? 또 누가 거기 길잡이가 될 수 있을까요? 김규식 같은 이는 참 침착한 학자 정치가입니다. 영어 실력도 있고, 또 남북한 국민의 의사도 적당히 조화시킬 수완이 있는 듯하고.”
모윤숙이 다급히
“이 박사는요?”
하고 묻자 메논은
“훌륭하지요. 그런데 하지 장군과 잘 어울리지 않는 모양이더군요”
하고 말했다고 한다.
국민대표자대회에 참여하여 이승만을 돕고 있던 모윤숙은 메논의 숙소인 국제호텔 바로 옆집에 살고 있었다.49)
李承晩, 金九, 金奎植의 意見 엇갈려
유엔위원단 제2분과위원회는 1월 22일에 위원회가 협의하고자 하는 대상 인물로 이승만, 김구, 조만식(曺晩植), 김규식, 김성수, 박헌영(朴憲永), 김일성(金日成), 허헌(許憲), 김두봉(金枓奉) 9명의 명단을 발표했다.50)
한국지도자들의 의견청취는 1월 26일 오전 10시부터 덕수궁 회의실에서 시작되었다. 맨 먼저 초청된 사람은 이승만이었다. 회의에는 서울에 있는 7개국대표 전원이 출석하여 비공개 회의로 이승만과 회담했다. 이승만은 먼저 미소공위가 실패한 뒤에 한국문제를 직접 유엔에 제출하려고 했으나 미국무부와 하지 중장이 한국의 정부가 없다는 구실로 한국대표를 비공식이라고 하여 무효로 돌렸다고 미국무부와 하지를 비판하고 나서, 다음과 같은 요지로 의견을 진술했다.
“우리는 1년 전부터 남한에서만이라도 총선거를 실시하여 과도정부를 수립하여 유엔을 통하여 세계공의(世界公議)에 호소하기를 역설했다. 미국무부의 힐드링(John R. Hilldring) 장군이 그것을 지지하고 하지 중장도 지지하여 선거법안이 입법의원을 통과하는 대로 총선거를 실시하기로 한 것인데, 법안이 통과된 뒤에도 하지 중장이 허락하지 않아 지금까지 실시하지 못했다.
마침내 유엔위원단이 오게 되어 급히 과도선거를 실시하여 선출된 민족대표단으로 하여금 유엔위원단과 협의하게 해야 유엔의 사업이 성공할 수 있을 것이라는 생각에서 미군정부에 협조를 얻으려고 노력했으나 끝내 동의하지 않아서 못하고 있다.”
이승만은 그동안의 경위를 이렇게 설명한 뒤 하지의 김규식 지원을 비판하면서 다음과 같이 주장했다.
“미군정부가 중간파를 후원해서 공산분자가 다시 활약할 기회를 얻게 되므로 전 민족이 우려 공포중에 있다. 그러므로 유엔위원단이 과도선거를 허락하여 3~4주일 내로 민선대표단을 성립하여 공의 공결을 주장하든지, 그렇지 않으면 하루바삐 남한에서 총선거를 실시하여 3분의 2 이상의 인구를 가진 남한에서 통일정부를 수립해 가지고 그 정부를 원조하여 국권과 강토를 먼저 회복시켜 극동평화를 보장시켜야 한다.…”51)
이승만의 이러한 두 단계 선거론은 유엔위원단 멤버들에게 이색적인 주장으로 받아들여졌을 것이다.
金九와 金奎植은 南北要人會談 주장
오후에는 김구 차례였다. 김구는 신중했다. 그는 되도록 세 사람의 의견이 크게 틀리지 않게 하려고 애썼다. 이날 김구는 아침 일찍 이화장으로 이승만을 방문하여 30분 동안 요담한 데 이어 오전 10시 반에는 삼청동으로 김규식을 방문하여 유엔위원단의 질문에 대답할 의견통일문제를 협의했다. 그러나 이미 남한만의 총선거문제로 의견이 크게 달라진 이승만과는 협의의 여지가 없었다.
김구는 오후 2시 반부터 5시까지 유엔위원단과 회담했다. 회담을 마치고 나온 김구는 다음과 같은 간단한 담화를 발표했다.
“미소 양군이 철퇴하지 않고 있는 남북의 현상으로서는 자유로운 분위기를 가질 수 없다. 양군이 철퇴한 후에 요인회담을 하여 선거준비를 한 후에 총선거를 하여 통일정부를 수립하여야 할 것이다.”52)
유엔위원단은 1월 27일에는 오전에 김규식, 오후에 평북도민회 회장 한경직(韓景職) 목사와 입법의원 여운홍(呂運弘)의 의견을 청취했다.
김규식은 총선거 준비에는 다소 시간이 걸릴 것이라는 것, 유엔위원단의 입북이 불가능하다면 한국문제는 유엔소총회에 회부해야 하고 유엔소총회가 결정할 수 없다면 유엔 임시총회를 소집하여 재검토해야 한다는 것, 남한 단독정부 수립은 한국의 북반을 다른 나라의 위성국이나 연방으로 만들게 될 것이라는 것, 소련의 유엔위원단 보이콧은 소련의 행동이고 북한의 공산당이나 비공산당이나는 한인일 것이므로 남북회담을 강구해야 된다는 것, 미소 양군의 철병문제는 3개월 내지 6개월가량의 준비기간이 있어야 한다는 것 등을 2시간40분 동안 조리있게 진술했다.53)
1월 29일 오전 10시에 속개된 제2분과위원회에 초청된 사람은 한민당 위원장 김성수였다. 김성수는 북한의 소수인 이외에는 남북총선거를 희망하고 있으면서도 불가항력적인 소련의 거부로 말미암아 선거를 하지 못하는 것이므로 천재지변으로 간주하고 선거가 가능한 남조선에서만이라도 선거를 실시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리고 정치범 석방문제에 대해서 김성수는 “남조선에는 자유로운 선거를 방해하는 하등의 법률이나 규칙이 없다고 생각하며, 남조선에는 방화와 폭력행위를 한 범인은 있어도 정치범은 없으며 정치범은 북조선에 있다”고 강조했다.54)
김성수에 이어 이날 오후에는 여성계를 대표하여 독촉애국부인회 부회장 박순천(朴順天)과 애국부인회의 황애덕(黃愛德), 그리고 인권옹호위원회 사무장 조평재(趙平載)의 진술이 있었다.
金九는 별도로 意見書 작성해 보내
1월 26일에 한국위원단과 만나 자신의 의견을 개진했던 김구는 1월 28일에 장문의 의견서를 별도로 작성하여 위원단에 보냈는데, 그것은 김규식의 진술보다도 논란의 여지가 있는 내용이었다. 요지는 다음과 같았다.
“(1) 우리는 신속한 총선거에 의한 한국의 통일된 완전자주적 정부만의 수립을 요구한다. 그러므로 현 군정의 연장이나 혹은 현 군정을 독립 강화하게 되는 소위 「남조선 현 정세에 관한 시국대책요강」의 전폭적 실현이나 또는 임시적으로 군정을 연장시키는 우려가 있는 소위 남한 단독정부도 반대한다.
(2) 총선거는 인민의 절대 자유의사에 의하여 실시할 수 있게 되기를 요구한다. 북한의 소련당국자들은 북한의 선거는 가장 민주적으로 되었다 성언(聲言)하며 남한의 미 당국자들은 이것을 긍정하지 아니하는 동시에 남한에서는 가장 자유로운 민주적 선거를 실시할 수 있다고 성언하지만, 기실 소련군정의 세력을 등지고 공산당이 비민주적으로 선거를 진행한 것과 같이 남한에서도 미 군정하에 모 일개 정당이 선거를 농단하리라는 것은 거의 남한의 여론이 되어 있다.…
(3) 북한에서 소련이 입경을 거절하였다는 구실로 유엔이 그 임무를 태만히 하거나 그 과업에 위반되는 다른 공작을 전개하려 해서는 안된다.…
(4) 현재에 남북한에서 이미 구금되어 있으며 혹은 체포하려는 일체 정치범을 석방하기를 요구한다(북한에서 구금되어 있는 조만식의 석방도 포함).
(5) 미소 양군은 한국에서 즉시 철퇴하되 소위 진공상태로 인한 그간의 치안책임은 유엔에서 부담하기를 요구한다.… 한국문제의 해결이 미소 양군에서 유엔으로 옮겨진 이후 그 책임을 유엔이 지는 것이 합리할 것이다.…
(6) 남북 한인지도자회의를 소집함을 요구한다. 한국문제는 결국 한인이 해결할 것이다. 만일 한인자체가 한국문제 해결에 관하여 공통되는 안을 작성하지 못한다면 유엔의 협조도 도로무공(徒勞無功)할 것이다.… 그러므로 우리는 미소 양군이 철퇴하는 대로 즉시 평화로운 국면을 조성하고 그 평화로운 국면 위에 남북 지도자회의를 소집하여서 조국의 완전독립과 민족의 영원 해방의 목적을 관철하기 위하여 공동노력할 수 있는 방안을 작성하자는 것이다.”55)
“金九氏는 크레물린宮의 한 信者”
김구의 의견서가 보도되자 우익정파들은 벌집을 쑤셔놓은 듯이 인성만성했다. 김구가 부총재로 되어 있는 독촉국민회는 긴급회의를 열고 난상토의 끝에 다음과 같은 정중한 담화를 발표했다.
“미소 양군을 먼저 철퇴시키고 남북요인회담으로 한국문제를 해결하려는 것은 한국독립을 지연시키려는 공산당의 주장이므로, 우리 국민회 부총재이고, 소련이 거부하면 남한총선거로 공동 진취하려는 이념하에 국민의회와 민족대표자대회 합동을 선창한 김구 선생이 그러한 주장을 하였으리라고는 믿어지지 않는다. 그래서 대표를 김구 선생에게 보내어 진상을 물어 보기로 되었는데, 하여튼 공산당의 모략이란 실로 새삼스럽게 생각된다. 그리고 남북요인회담 운운하는 것은 도대체 문제가 되지 않는 것이니, 유엔위원단은 총선거를 감시하는 순서로부터 유엔의 결의를 실천할 것이다. 유엔결의에 없는 사실을 요구함은 위원단을 철거하라는 것과 마찬가지로 예의도 되지 않는다.”56)
이러한 독촉국민회의 논평과는 대조적으로 김구로부터 “선거를 농단하려는 모 일개 정당”이라고 지목된 한민당 중심의 한국독립수립대책협의회(한협)의 성명은 김구를 “크레물린궁의 신자”라고 직설적으로 매도했다.
장덕수 암살사건 이후로 김구 그룹과 관계가 극도로 악화된 한민당은 그동안 경찰에 대하여 장덕수 살해사건의 진상을 발표할 것을 촉구하고 있었는데,57) 암살사건의 중요한 배후 인물로 수배중이던 한독당 중앙위원이자 김구와 가까운 김석황(金錫璜)을 12월 16일에 경찰이 체포함으로써 김구 그룹을 더욱 격앙시켰다.58) 한민당 그룹은 “김구의 주장은 자살적 행동”이라고 비난했다.
“김구씨의 이 주장은 유엔총회에 있어서 소련대표의 주장과 꼭 일치한 것으로서 소련은 조선의 김구씨에게서 그 충실한 대변인을 발견하였다고 생각할 것이다.… 외국군대의 철퇴, 남북요인 회담후의 총선거 정부수립, 듣기에 퍽 달콤하고 좋은 듯한 말이다. 그러나 조선의 현실에 비추어 볼 때에 이것은 조선 전체를 소련에 넘겨주는 것이라고 하여서 민족진영에서는 전체적으로 반대하고 또 김구씨 자신도 반대하고 세계의 민주주의적 제국가도 단호히 반대하였던 것이 아니었던가? 그런데 한독당의 위원장인 김구씨가 가장 중요한 이 시기에 그와 같은 발언을 하였다는 것은 결코 조변석개적 일시적 과오라고는 볼 수 없는 것이고 심사숙고의 결과라고 보지 아니할 수 없는 것이니, 그는 그의 자살적 행동으로서 참으로 해괴한 일이라고 하지 아니할 수 없다.
김구씨가 평소에 주장하여 오던 민족주의적 입장과는 판이한 것으로서 결국 조선을 소련의 위성국가화하려고 하는 의도를 표현한 것으로밖에 볼 수 없다. 우리는 금후에는 김구씨를 조선민족의 지도자로는 보지 못할 것이고 크레물린궁의 한 신자라고 규정하지 아니할 수 없음을 유감으로 생각한다.…”59)
이철승(李哲承) 등의 전국학련도 “우리의 영도자로 경앙하여 마지않던 김구 선생께서 이번에 공산당의 주장과 동일한 주장을 하신 것을 심히 유감으로 생각하며 지도자로서의 위신을 스스로 상실케 하는 자멸적 행위이다”라고 혹평했다.60)
유엔委員團의 관심사가 된 南北지도자회담 주장
김구와 김규식의 남북지도자회담 제의는 총회결의의 실행방안을 놓고 논쟁을 벌이던 유엔위원단의 관심사가 되었다. 위원단은 김규식에게 남북지도자회담의 구체적 방법을 제시할 것을 요구했고, 김규식은 2월 4일에 민족자주연맹의 상무위원회를 소집하여 이 문제를 토의했다. 그리고 이튿날 김구와 만나 협의한데 이어 2월 6일에는 두 사람이 함께 국제호텔을 방문하여 메논 의장, 호세택 사무국장, 그리고 오스트레일리아 대표인 잭슨(S. H. Jacson) 제2분과위원장과 회담을 가졌다.61)
유엔위원단은 2월 6일 오후에 열린 제11차 전체회의에서 메논과 호세택을 유엔소총회(임시위원회)에 업무를 보고하고 앞으로의 활동에 대한 훈령을 받아오도록 레이크석세스의 유엔 본부로 파견하기로 결의했다.62)
이승만은 유엔위원단의 의견 불일치로 총선거가 지연되는 것이 여간 초조하고 불안하지 않았다. 이 무렵 그는 일찍이 감옥에서 고문의 후유증으로 생긴 버릇대로 연방 손가락을 후후 불고 있었다. 그는 2월 9일 오전에 호세택의 초청으로 국제호텔로 가서 장시간 요담하고 나서, 오후에는 부부 동반으로 김규식의 집을 방문했다.63)
2월 10일은 음력으로 정월 초하루였다. 유엔위원단의 의장대리를 맡은 중국대표 유어만은 이승만, 김구, 김규식 세 사람을 오찬에 초대했고, 오후에는 세 사람이 함께 국제호텔을 방문하여 메논과 호세택 등 유엔위원단 멤버들과 장시간 회담했다64). 그러나 세 사람의 주장은 접점을 찾을 수 없었다. 이때부터 김구의 정치행로는 이승만과 같이 걷던 방향에서 김규식의 방향으로 옮겨지게 되었다.⊙
1) 《朝鮮日報》1947년 11월21일자, <하中將人民의 自重要望>. 2) 《東亞日報》1947년 11월22일자, <유엔과 協議爲해 選擧가 時急>.
3) 《京鄕新聞》1947년 11월27일자, <爲先自律로 選擧>. 4) 《東亞日報》1947년 11월28일자, <朝鮮의 總選擧는 유엔指示下에 實施>.
5) 《구약성서》, <창세기>, 25: 29~34. 6) 《東亞日報》1947년 12월6일자, <南北統一爲해 總選擧>.
7) Langdon to Marshall, Dec. 6, 1947, Foreign Relations of the United States(이하 FRUS) 1947, vol.Ⅵ, Government Printing Office, 1972, p.871. 8) 차상철,《해방전후 미국의 한반도정책》, 지식산업사, 1991, pp.179~180. 9) Eisenhower to Marshall, Dec. 3, 1947, FRUS 1947, vol.Ⅵ, p.868. 10) Memorandum by Saltzman to Marshall, Dec. 4, 1947, FRUS 1947, vol.Ⅵ, pp.869~870. 11) Marshall to Eisenhower, Dec. 4, 1947, FRUS 1947, vol.Ⅵ, p.870. 12) 차상철, 앞의 책, p.180.
13) 《朝鮮日報》1947년 12월9일자, <“朝鮮의 國民代表는 國聯委監視下의 被選者 뿐”> ; Langdon to Marshall, Dec. 7, 1947, FRUS 1947, vol.Ⅵ, pp.871~872. 14) 《東亞日報》1947년 12월17일자, <過去의 言約不履行으로 유엔選擧도 保障難>.
15) 《京鄕新聞》1947년 12월19일자, <하지中將聲明으로 疑惑은 一掃>. 16) 《京鄕新聞》1947년 12월13일자, <遠來의 外賓接待에 萬全>. 17) 《東亞日報》1947년 12월20일자, <유엔委員團에 協助할 民族代表團을 結成>. 18) 《서울신문》1947년 12월16일자, <總選擧에 參加, 韓獨黨態度決定> ;《朝鮮日報》1947년 12월16일자, <全國選擧에 參加, 韓獨黨中執決議>.
19) 《朝鮮日報》1947년 12월23일자, <目標는 統一政府>. 20) 《京鄕新聞》1947년 12월16일자, <合作委員會解體>. 21) 《東亞日報》1947년 12월16일자, <合委遂解體>. 22) 《서울신문》1947년 12월14일자, <南北統一總選擧에 北朝鮮同胞도 參加要望>. 23) 《朝鮮人民報》1946년 5월14일자, <南朝鮮單獨으로 政府樹立企圖?> ;《東亞日報》1946년 5월17일자, <單獨政府는 浪說>. 24) 安在鴻, <民政長官을 辭任하고>, 安在鴻選集刊行委員會 編,《民世安在鴻全集(2)》, 知識産業社, 1983, p.271.
25) 《東亞日報》1947년 12월24일자, <南朝鮮만 選擧해도 單獨政府는 아니다>. 26) 《京鄕新聞》1947년 12월27일자, <大同靑年團各道支部長, 李博士를 訪問>. 27) 《獨立新報》1947년 12월17일자, <金博士의 聲明은 單政의 露骨的表現> 및 12월19일자, <民聯構成의 龜裂> 28) 《서울신문》1947년 12월20일자, <分裂엔 不贊成>. 29) 《朝鮮日報》1947년 12월21일자, <『民聯』結成大會擧行> ;《서울신문》1947년 12월23일자, <民族自主聯盟結成式盛大히 擧行>. 30) 우사연구회 엮음, 서중석 지음,《우사 김규식 생애와 사상② 남·북협상》, 한울, 2000, p.99.
31) 《獨立新報》1947년 12월21일자. <民族自主聯盟遂發足> ; 宋南憲,《解放三十年史①》, 成文閣, 1976, pp.355~358. 32) 《朝鮮日報》1947년 12월26일자, <民聯政治委員, 洪氏等七氏決定>. 33) 李庭植,《金奎植의 生涯》, 新丘文化社, 1974, p.175 ; 우사연구회 엮음, 서중석 지음, 앞의 책, pp.100~ 101. 34) 《서울신문》1948년 1월7일자, <中央委員15名, 民聯中執서 決定>. 35) 《朝鮮日報》1947년 12월21일자, <趙素昻氏政界隱退聲明>. 36) 《東亞日報》1947년 12월28일자, <國議民代合同>.
37) 《京鄕新聞》1947년 12월30일자, <民代國議八日合同大會>. 38) 《東亞日報》1948년 1월7일자, <名目的合同中止코 國權回復에 邁進>. 39) 《朝鮮日報》1948년 1월10일자, <合同에 便法> 및 1월11일자, <合同後의 國議>. 40) 《東亞日報》1948년 1월9일자, <朝鮮의 民主獨立達成에 偉大한 業績 남기라> 41) 《京鄕新聞》1948년 1월9일자, <해점은 어둠속에 衝天한 歡呼聲>. 42) 《東亞日報》1948년 1월15일자, <宿願達成의 希望에 넘처 五十萬群衆熱狂의 歡迎>.
43) 《朝鮮日報》1948년 2월5일자, <메논氏議長으로 正式就任>. 44) 《京鄕新聞》1948년 1월21일자, <메논議長, 하將軍을 訪問>. 45) 《朝鮮日報》1948년 1월25일자, <北朝鮮入境拒否, 蘇外相代理正式通告>. 46) 《朝鮮日報》1948년 1월18일자, <國聯委兩分委를 設置>. 47) Robert T. Oliver, Syngman Rhee and American Involvement in Korea 1942-1960, Panmun Book Company LTD, 1978, pp.126~127. 48) CIC Weekly Information Bulletion no.41(1948.2.2).
49) 毛允淑,《回想의 窓가에서》, 河西出版社, 1980, p.219. 50) 《朝鮮日報》1948년 1월24일자, <協議對象九氏를 選定>. 51) 《朝鮮日報》1948년 1월27일자, <李博士를 筆頭, 金九氏도 會見> ;《東亞日報》1948년 1월27일자 <最初로 李博士招請>.
52) 《朝鮮日報》1948년 1월28일자, <南北要人會談> ;《東亞日報》1948년 1월28일자 <南北要人會談主張>. 53) 《朝鮮日報》1948년 1월28일자, <南朝鮮中央政府, 統一可能性前提하라> ;《東亞日報》1948년 1월28일자 <蘇入境拒否對策, 유엔小總會에서 再審하라>. 54) 《朝鮮日報》1948년 1월30일자, <南北統一選擧는 原則> ;《東亞日報》1948년 1월30일자 <金性洙氏의 協議, 長時間意見交換>. 55) 《서울신문》1948년 1월29일자, <國聯任務怠慢치 말라>.
56) 《東亞日報》1948년 1월30일자, <金九氏談話에 對한 各界反響>.57) 《東亞日報》1948년 1월16일자, <張氏事件眞相發表하라>. 58) 《東亞日報》1948년 1월17일자, <張氏事件의 連累者金錫璜氏遂被逮>. 59) 《東亞日報》1948년 1월30일자, <撤兵과 南北會談說은 蘇聯主張을 代辯> ;《朝鮮日報》1948년 1월30일자, <非現實的陳述>.60) 《東亞日報》1948년 1월30일자, <金九氏談話에 대한 各界의 反響> ;《朝鮮日報》1948년 1월30일자, <非現實的陳述>. 61) 《朝鮮日報》1948년 2월7일자, <南北會談召集, 兩金氏朝委에 提案> ;《京鄕新聞》1948년 2월7일자, <金九氏와 金博士, 委員團訪問要談>. 62) 《朝鮮日報》1948년 2월8일자, <朝委業務小總會에 報告>. 63) 《東亞日報》1948년 2월10일자, <메논胡兩氏李博士와 要談> ;《朝鮮日報》1948년 2월11일자, <李·金兩博士, 三淸莊서 長時間要談>. 64) 《京鄕新聞》1948년 2월12일자, <三領袖同道朝委訪問> ;《東亞日報》1948년 2월12일자, <三氏合意는 未達, 今明間聲明發表>.
김규식은 좌우합작위원회를 해체하고, 1947년 12월 20일에 중간파 연합체로 민족자주연맹을 결성했다. 민족자주연맹은 김규식의 정치기반이 되었다.
이승만과 김구는 직접 나서서 국민의회와 민족대표자대회의 합동작업을 벌였으나 용두사미가 되고 말았다.
유엔한국임시위원단은 1948년 1월 8일부터 29일 사이에 서울에 도착했다. 임시의장 메논(K. P. S. Menon)은 1월 15일에 하지와 코로트코프(Gennadii P. Korotkov) 소련군사령관을 예방하겠다는 편지를 보냈으나, 소련은 그로미코(Andrei Gromyko) 유엔 대표를 통하여 메논의 입북을 거부했다.
유엔위원단은 1월 26일부터 한국지도자들의 의견을 청취했다. 이승만은 남한에서만이라도 총선거를 실시하여 통일정부를 수립해야 한다고 주장했고, 김구와 김규식은 남한만의 선거는 반대하면서 남북한지도자회담을 제의했다. 남북한지도자회의 제의는 유엔위원단의 관심을 끌었다.
1. 美國務部의 하지 中將 경질 檢討
이승만과 하지 주한미군사령관의 알력은 유엔한국임시위원단의 감시 아래 독립정부수립을 위한 총선거를 실시하는 역사적인 행사를 앞두고 미 국무부로 하여금 하지의 경질을 심각하게 검토하게 했다.1947년 11월 14일의 유엔총회의 결의 이후에 이승만의 하지 공격은 더욱 격렬해졌다.
총선거에 대한 혼란스러운 주장이 분분한 상황 속에서 하지는 11월 20일에 유엔총회의 결의문 전문을 발표하면서 총선거에 대한 구체적인 조치를 발표할 때까지 기다리라는 성명을 발표했는데,1) 이에 대해 독촉국민회는 이튿날 유엔위원단이 도착하면 상대하여 협의할 민족대표가 선정되어 있어야 한다면서 1주일 안에 선거 절차를 발표하고 선거는 늦어도 연내에 완료되도록 해야 한다는 새로운 주장을 발표했다.2) 그리고 11월 26일에는 이승만이 직접 “동포에게 거듭 경고”라는 성명을 통하여 하지 장군을 공박했다.
“소위 해방 이후로 모스크바 삼상결정이 변할 수 없는 법이요 신탁통치가 독립의 유일한 노선이며 공산파와 합작하지 않으면 정부를 수립치 못한다는 등 무조리한 언론을 우리가 다 거부하고 민족자결주의를 발휘하여 분투한 결과로 지금 이것이 다 삭제되고 말았으니, 우리 독립전선에 많은 성공이다. 소위 미소공위가 재차 실패된 후는 즉시 총선거를 실시하여 남한에 독립정부를 세워서 정권을 우리에게 맡기고 우리와 합작하여 소련군의 철퇴를 도모할 것이어늘, 하지 중장은 종시 자기주장을 버리지 못하고 백방으로 핑계하야 총선거를 막으며 민의를 불고하고 중간파를 지지하야 민족분열의 색태를 세인 이목에 보이게 되며, 괴뢰정부를 연장하여 자기들의 권위를 공고케 하려는 중이다.”
이처럼 그는 민정장관 안재홍(安在鴻)을 수장으로 한 남조선과도정부를 ‘괴뢰정부’라고 폄훼했다.
左右합작파나 中間派는 우리대표 못돼
이승만은 이어 총선거의 성격과 유엔위원단의 역할에 대하여 다음과 같이 주장했다.
“이번에 소위 정무위원회결의안(「시국대책요강」)이라는 것이 실은 하지 중장이 모르고 되었을 수 없는 것이며, 그 글이 워싱턴에 도달된 것 또한 하지 중장이 모르고 된 것이 아니다. 지금에 또 총선거를 연시(延施)하려는 주의로 유엔의 대표 오기를 기다리라 하니, 그 불가한 이유를 말하자면 첫째로 유엔에서 주장하는 바는 남북통일로 하는 선거요 우리는 1년 전부터 남한에 과도총선거를 주장하여 온 것이니, 혼합시킬 수 없는 것이며, 둘째로 유엔 대표가 감시한다는 것은 소련의 간섭을 막자는 의미로 한 것인데 남한총선거에는 이런 관계가 없는 것이니, 기왕 준비대로 우리가 자율적으로 진행할 것을 구태여 기다려서 감시를 받자는 것은 독립정신에 위반이요, 셋째로 7개월 전에 공위에서 처결할 터이니 총선거를 정지하고 기다리라고 백방으로 으르며 달래던 하지 중장이 지금은 유엔을 기다리라고 이와 같이 장애하니, 유엔에서 만일에 성공치 못한다면 그제는 또 무슨 이유를 얻어서 기다리게 할는지 모르거니와 우리는 남의 처분만 바라고 앉았을 수 없는 것이요, 넷째로 유엔 대표가 오는 날은 누가 민족을 대표하여 토의협조 하겠는가? 물론 하지 중장의 주장으로 좌우합작이라 중간노선이라 하는 인사들로 우리를 대표하게 된다면 지난 양년 경험을 다시 되풀이할 것이다.”
그러면서 이승만은 하지가 용공정책을 쓰고 있다고 비판하고, 이것은 트루먼 대통령의 정책에 위배되는 것이라고 질타했다.
“미국에서는 좌익이라 중간파라 공산동정자라 하는 것을 관청과 사회에서 일일이 검토 숙청하여 트루먼 대통령의 정책을 실시하는 터인데, 우리에게는 그와 반대되는 정책을 행할 계획으로 민족진영을 극렬우익이라 지목하고 공산측과 내통하는 중간파를 지지한다면 우리는 더 침묵하고 있을 수 없는 형세이다.
이 중에서라도 각각 사사 권위나 구차 생활을 감심〔甘心 : 달게 여김〕하야 남의 조처만 기다리려는 개인이나 단체는 한편에 치워 두고, 우리 애국남녀는 일심으로 일어나서 우리의 당당한 자결주의를 발휘하여, 하루바삐 총선거를 실시하야 정부를 세워 가지고, 민생곤란을 구제하며 국방군을 세워서 반만년 유업인 우리 강토를 일척일촌(一尺一寸)이라도 남에게 양보하지 않으며, 서북동포를 하루바삐 구제키로 결심하고 매진해야 될 것이다.”3)
이승만 진영의 이러한 막무가내의 주장에 대해 군정장관 딘(William F. Dean) 소장은 11월 27일에 유엔 감시하에 총선거가 실시되기 전에는 남조선에 총선거는 없을 것이라는 단호한 반박 성명을 발표했다.4)
팥죽 한 그릇에 長子상속권 판 ‘에서’의 이야기 비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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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승만과 하지 중장. 두 사람의 알력으로 미 국무부는 하지의 교체를 검토했다. |
“하지 중장에 대한 나의 개인상 친분은 여전하다. 오직 작년 12월 이후로 한국독립문제에 대하여 의견차이가 생긴 것이다. 삼천만동포의 운명에 관한 문제에 나는 친분으로 인연하여 주의를 고칠 수 없는 것이다. 그러므로 사실은 민중에 알려서 민주정체의 방식으로 공개 토의하여 정당한 결처〔決處 : 결정하여 조처함〕가 되게 하는 것이 나의 직책으로 아는 것이며, 나는 악감이나 온의〔?意 : 성난 마음〕는 조금도 없다.”
이렇게 전제한 이승만은 하지가 한국국민은 자치능력이 없으므로 4~5년 동안 미국의 통치를 받아야 한다고 말한다고 주장했다.
“하지 중장의 관찰에는 한인들이 40년 동안 정치상 경험이 없었으므로 지금 자치할 준비가 못되었은즉 자기가 미국에서 금전과 미곡을 내다가 도와서 생활난을 구제하며 교육과 교련으로 도와주어서 4~5년 동안에 자치할 자격이 되기까지 다스려 주어야 한다는 것이다. 나의 주장은 이와 달라서 우리가 지금 자치할 수 있고 고유한 자치권과 천연한 자치기능이 있나니, 지금이라도 정권만 가지면 남이 우리를 위해서 대신 해 주느니보다 더 낫게 할 수가 있다. 위선 미곡문제를 예로 말할지라도 우리 정부를 수립 후 3개월 내로 미곡과 다른 물가를 저락시킬 수 있는 것을 담보할 것이다. 미군정부에서 지나간 양년간에 미국에서 많은 도움을 가져다가 이 문제 해결책을 백방으로 시험해 보았으되 아직 성공은 고사하고 미곡값은 날로 폭등하며 민족의 도탄은 점점 심해 가므로 미국이 자연히 모든 원망과 비판을 받게 되는 중이다.”
이승만은 이어 미군정부를 한국인들이 자신들의 정부로 인식할 것을 요구한다면서 그 부당성을 지적했다.
“동시에 우리에게 들려주는 말은 한인들이 미군정부를 저의 정부로 알지 않으면 미국의 전곡(錢穀)으로 도와줄 것을 받을 수 없다고 하나니, 이런 언론이 민중의 마음에 자연 의혹을 주게 되어서 미국이 후의로 원조하는 그 주의가 무엇인가를 묻게 한다. 사실로 말하면 미국정부나 민중이 우리에게 도움을 주는 것은 세계 모든 곤란한 민중에게 도와주는 일례로 단순히 자선적 목적뿐이요 다른 뜻이 없나니, 군정관리들이 이것을 이용해서 옛날에 ‘에서’가 팥죽 한 그릇에 조상 유업을 판 것 같이 만든다면 이는 불가한 것이다. 혹은 말하기를 하지 중장의 의도를 접수하야 그분의 통치권을 4~5년 위한(爲限)하고 복종하면 많은 물질상 도움을 얻겠고 독립은 그분의 계획대로 올 것인데 구태여 총선거를 당장 행하기로 고집해서 미국 친구들과 오해를 만드는 것이 불가하다 하나니, 이 변론에 대한 나의 대답은 하지 중장의 계획이 종당은 그 원하는 계획대로 되지 않을 것이요, 도리어 독립에는 큰 방해가 될 것이다.”
에서의 비유는《구약성서》의 <창세기>에 나오는 이야기로서 이삭의 큰아들 에서가 허기진 나머지 떡과 팥죽 한 그릇에 장자 상속권을 동생 야곱에게 넘겨준 사실을 말한다.5)
“하지가 韓國을 美國의 보호국 만들려 해”
이승만은 지난 2년 동안 “미국민주주의의 완화하고 혼동한 정책” 때문에 확고한 국민 성질 대신에 개인적 이기심이 증장되었다고 개탄하고, 당면한 중요 과제로 다음의 세 가지를 지적했다.
“첫째로 군정법령과 다른 공개 선언으로 기왕에 누차 발표된 것에 거하건대, 한국입법의원에 대하여 사령장관이 거부권을 가질 것이며 사령장관이 군권과 재권(財權)과 외교권은 한국정부수립된 후에라도 넘겨주지 않는다 하였으며, 둘째로 근자 발표된 소위 「남한시국대책요강」이라는 것을 비밀히 결정하고 미국무성에 보낸 중에 사령장관이 거부권을 행사할 것과 미군정부를 현실적 한국정부이며 사령장관이 최고수령임을 인정한다는 것이 이 위에 발표된 의사와 부합되는 것이다. 이런 공문을 작성한 것과 미정부에 보낸 것이 하지 중장의 양해없이 되었을 수 없는 것이다. 셋째로 하지 중장이 총선거에 대한 언약을 위반하여 계속 연기하는 것을 보면 하지 중장 생각에 민의적 입법부수립이 되는 것이 자기주의를 성취하기에 방해될지언정 도움이 없을 것이라고 믿는 것이 증명된다.”
이승만은 이처럼 미군정부의 「시국대책요강」에 대하여 크나큰 의구심을 계속 가지고 있었다. 그것은 미국의 보호국이나 점령통치와 같은 것이 될 것이기 때문이라는 것이었다.
“내 관찰에는 이 계획은 곧 미국보호나 혹은 (신탁)통치와 같은 것이니 이 계획이 공중의 지지를 받게 된 후에는 한인들이 그 목적을 도달키 심히 어려울 것이니 이 사실을 지금 아는 것이 필요하며, 또 알아야 할 것은 아직까지는 미국 민중이 한국독립에 방해될 정책을 지지하지 않는 중이니, 이때에 모든 충애남녀가 각각 자기직책으로 알아서 평화와 질서적으로 저의 자결주의를 표명하기를 반탁운동에서 표명한 것 같이 해야 될 것이다. 따라서 내가 기왕에 설명한 바를 다시 공포하고자 하나니, 나는 이 선거에 대하여 무슨 지위에나 후보자 되지 않기를 작정하며, 누구든지 진정한 민주제도로 민중의 선거에 공정히 피선되는 이를 나는 지지할 것이다.”6)
이승만의 이러한 하지 비판은 국무부에서 파견된 하지의 정치고문들에 의하여 미국무장관에게 보고될 뿐만 아니라 이승만 자신도 자신의 중요한 성명내용은 워싱턴의 임병직(林炳稷)이나 올리버(Robert T. Oliver)로 하여금 미국무부 관리들에게 전하게 했다.
정치고문대리 랭던(William R. Langdon)은 이승만의 12월 5일자 성명은 미국정책을 고의적으로 왜곡하고 하지를 미합중국에 의하여 임명된 한국의 행정책임자가 아니라 절대군주나 군인권력자로 묘사함으로써 한국인들이 미국정부에 대하여 등을 돌리게 했다고 보고하고, 국무부가 적절한 논평을 가하여 임병직과 올리버에게 보여줌과 동시에 언론을 통하여 이승만에게 손상을 끼칠 수 있는 반격을 해 줄 것을 건의했다.7)
다른 1급 中將이나 大將으로 하지와 교체하기로
하지 중장이 이승만에게 휘둘리고 있는 것으로 판단한 미 국무부는 마침내 하지를 다른 1급 중장이나 대장으로 교체하는 문제를 검토했다. 그러나 육군부는 하지를 교체할 필요가 있다는 국무부의 주장에 강력히 반발했다.8)
육군참모총장 아이젠하워(Dwight D. Eisenhower) 장군은 12월 3일에 런던 외무장관회의에 참석하고 있는 마셜(George C. Marshall) 국무장관에게 하지의 경질을 유보할 것을 요망하는 전보를 쳤다. 아이젠하워는 마셜에게 유엔의 결의에 따라 한국의 총선거를 1948년 3월에 실시하기로 예정되어 있고 남한주둔미군의 철수가 1948년 7월에 시작될 것으로 예상되는 시점에서 사령관의 교체가 필요한 특별한 이유가 있는지 묻고, 자기 생각에는 하지의 오랜 경험과 현지 사정에 대한 지식에 비추어 다른 어떤 고위 직급자보다 적임일 것이므로 교체할 필요가 없다고 건의했다.9)
또한 마셜 장군과 함께 모스크바에 가 있는 국무부의 점령지역담당 차관보 솔츠먼(Charles E. Saltzman)도 12월 4일에 마셜에게 철수시기가 얼마 남지 않은 시점에서 하지를 교체하는 것은 적당하지 않다는 비망록을 제출했다. 솔츠먼은 지금 당장 하지를 교체하는 것은 계속해서 하지를 공격해 온 한국의 정치적 극단분자들, 특히 이승만과 그의 추종자들의 승리로 인식될 것이라는 우려를 표명했다.10) 그리하여 마셜은 아이젠하워에게 주한미군 철수가 예상대로 1948년 6월에 실시된다면 하지를 사령관으로서 유임시키자는 건의에 동의하되, 철수가 심각하게 연기될 때에는 재고하겠다고 답전했다.11)
그러나 국무부의 극동문제 담당관들, 특히 극동국장 버터워스(Walton W. Butterworth)는 이승만에 대한 하지의 정책에 큰 불만을 가지고 있었다. 한편 육군부의 관리들은 버터워스의 불만을, 한국에서 미국의 궁극적인 실패의 책임을 육군부에 떠넘기기 위해 필요한 근거를 마련하려는 국무부의 책략이라고 생각했다. 이 무렵에 하지의 정치고문 제이컵스(Joseph E. Jacobs)는 국무부와 한국문제를 협의하기 위하여 워싱턴에 가 있었는데, 제이컵스는 버터워스와 극동국 부국장 펜필드(James K. Penfild)에게 하지는 한국사정에 익숙하므로 이 시점에서 하지를 교체하는 것은 이승만과 그의 추종세력에게만 도움을 주는 셈이라고 강조했다. 하지는 이처럼 육군부와 제이컵스의 비호에 힘입어 주한미군이 철수할 때까지 유임하게 되었다.12)
“선거는 한번밖에 없다”
유엔총회의 결의문만으로는 유엔한국임시위원단의 권한과 역할이 분명하지 않았다. 이승만 진영이 유엔위원단이 도착하기 전에 이들과 협의할 국민대표를 선출할 총선거를 실시할 것을 집요하게 주장한 것도 그러한 애매성에 기인하는 것이었다. 이에 대하여 하지 중장은 12월 8일 “선거는 한번밖에 없다”고 분명히 밝힘으로써 이승만의 주장을 일축했다. 그는 다음과 같이 설명했다.
“(1) 유엔위원단은 이전에 선출된 조선국민의 대표자와 협의하려고 오는 것은 아니다. 이 문제는 조선국민을 대표할 사람은 유엔위원단의 감시하에 선출되는 사람이라는 것을 결정한 유엔정치위원회에서 충분히 논의되었다. 그러므로 유엔위원단은 장차 동위원단이 협의할 조선국민의 대표자를 선출하는 것을 감시하기 위하여 내조하는 것이다. 그 후 이 대표자들은 조선중앙정부를 구성하여 위원단에 정부구성에 관한 통고를 한다. 선거는 일회에 한하며 또 유엔의 감시하에 시행할 것이다.
(2) 미군사령부가 유엔위원단이 협의할 대표자를 선정하는데 대하여 동위원단에 영향을 주거나 지시를 하려고 기도할 것이라는 선전이 많이 유포되고 있다. 이것은 조선국민을 현혹시키고자 하는 의도하에서 나온 순연한 허구이다. 미군사령부는 진정한 조선국민의 대표자를 선출하는 선거의 공정한 시행을 감시하는 신성한 사명을 수행할 유엔위원단을 지배할 권한도 없으며 위원단에 영향을 미치고자 노력하지도 않을 것이다.
(3) 미합중국사령부는 유엔의 결의에 의하여 유엔위원단이 국제적으로 위임된 사명을 완수하는데 최대한도로 원조 및 지지하는 책임을 지고 있다. 본관은 이것을 최선을 다하여 수행할 것이라는 것을 조선국민에게 보장하는 바이다.
(4) 유엔의 결의에는 특히 조선독립 건설에 준비적인 과도기간중 취할 제반 조치는 모두 유엔총회의 지시에 의한다고 규정되어 있다. 우리가 현재 운용하고 있는 결정은 본관이 이 성명에서 말하는 결의와 동일한 것이며, 동 결정에는 총선거 실시와 조선중앙정부의 구성에 이어 점령군이 가급적 속히, 가능하다면 90일 이내로 철수하는 것이 규정되어 있다.”
하지는 끝으로 유엔총회 결의문 제(4)항을 인용했다.13)
李承晩이 하지의 解明을 다시 反駁해
그러나 이승만은 하지의 해명을 순순히 납득하지 않았다. 그는 곤혹스러운 속에서도 12월 16일에 하지의 모호한 태도를 공격하는 성명을 다시 발표했다.
“이달 8일 하지 중장의 성명을 보면 우리가 한 말은 부분적 언론으로 허언이요 오해이니 자기의 말대로만 신종(信從)하라는 것이다. 의지(意旨)가 반대되는 경우에 처하야 이와 같이 말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우리가 기왕에 성명한 글에 두 가지 의문되던 것을 명백히 대답한 것은 없으나 은연중 그 주의가 어디 있는 것은 우리가 추측으로 알 수 있게 되었다.”
이렇게 전제한 이승만은 먼저 유엔위원단이 오기 전에 그들과 협의할 국민대표를 뽑는 총선거를 빨리 실시해야 할 이유를 다음과 같이 설명했다.
“1년 전부터 언약하고 이때까지 준비하여 한편으로는 최촉하며 한편으로 연시(延施)하여 오던 총선거를 지금에 와서는 다 폐지하라 하며, 유엔 처분만 기다리라 하며, 또 소위 입법의원의 보선법이라는 것은 한편으로 독촉하며 한편으로 장애하여 미루어 오다가 마지막 통과가 되매 그제는 공포했다, 서명이 되었다, 반포된 지 며칠 안으로 실행한다는 등 언론으로 지재지삼(至再至三) 연시하여 오다가 지금은 다 잘못되었다 하기에 이르니, 이는 일국 민중을 대우하는 도리도 아니요, 자체의 위신을 보호하는 신의도 아닐뿐더러 총선거로 국회가 성립된다면 통치권을 행할 수 없을 터이므로 백방으로 천연하야 못하게 하는 것이니, 유엔대표단이 도착한 후에 사실을 묻고자 하거나 민의를 알고자 하면 누가 대답하며 설명할 것인가. 그분들이 와서 선거를 감시만 한다고 하나 사람 하나를 만나지 않고 의논도 없이 가만히 앉아서 구경만 하다가 가리라고는 믿을 수 없나니, 우리를 도우려 오는 손님들을 우리가 주인으로 접대와 협조하는 것이 절대 필요하므로 하루바삐 총선거를 행하여야 될 것이다.”
이러한 주장은 유엔위원단과 협의할 한국인 대표로 하지가 김규식(金奎植)이나 안재홍 등 과도정부에 참여하고 있는 인사들만을 내세울 가능성에 대한 이승만의 깊은 우려에서 우러나는 것이었음은 말할 나위도 없다.
“美國의 信託統治 주장, 하지가 부인하기 바랐는데…”
이승만은 하지가 군정부 통치를 연장하려는 것이 아니냐고 자신이 의혹을 제기했던 사실을 상기시키면서, 그것을 하지가 부인하지 않은 사실에 대해 다시금 의혹을 제기했다.
“국회나 정부를 건설 후에라도 사령장관이 거부권을 가진다는 그 문제를 우리는 오랫동안 거론치 않고 국회만 건설하면 이것이 다 자연 해결될 것을 기다려온 것인데, 총선거를 장애하야 이에까지 이른 형편에서 이 문제를 잠복시켜 둘 수 없는 경우이므로 우리가 공개로 선언한 것이요, 이대로 된다면 미국의 신탁(통치)이 될 것이라는 사실을 언명하였으며, 따라서 미국 민중이 이것을 찬성치 아니하므로 비밀리에서 주선하야 완성된 후에 공포하려는 것이라고 설명한 것이다.
우리는 하지 중장이 이 문제를 사실 아니라고 성명하기를 속으로 바랐었나니, 이때에 이런 성명이 있으면 많은 의혹이 타파되기를 위함이었으나, 하지 중장의 성명에 보면 확실한 언명이 없고 오직 유엔의 감시로 총선거를 하야 정부수립만 하면 점령군이 철퇴될 것이니 무슨 점령군의 간섭이 있겠느냐는 의미로 막고 말았으니, 이런 주의가 내막에 잠복되어 있는 것을 우리가 추측할 수 있는 것이다.”
이처럼 이승만은 이때까지도 유엔위원단의 역할에 대하여 반신반의하고 있었다. 그는 “의식있는 민중이 민족자결주의를 표시해야 할 때”라고 주장했다.
하지의 공산당 警告 성명은 극구 칭찬
“유엔위원단이 오면 태산 같은 장애가 다 빙소설해(氷消雪解)가 될 줄로 믿으나, 소련은 벌써 보이콧한다고 성명하였는데 어떻게 한다는 방식은 없고, 그저 기다리면 다 된다는 것과 같은 것이 아닌가. 유엔위원단이 남북총선거를 못하게 되면 세월만 허비하고 앉은 중에 우리는 또 아무것도 못하고 사령장관 통치하에서 죽으나 사나 기다리고 있을 것뿐이다. 민족자결주의라는 것을 우리는 언제나 사용할 수 있을 것이냐.
우리 사활에 관계한 이런 중대 문제를 몇몇 당국들만 알고 속에서 작정하야 행한다는 것은 심히 위험하고 또는 민주정체에 합리가 아니고, 공개로 토의하야 다수 민의대로 귀정하려는 터이므로, 누구에게나 악감과 온의(?意)를 품은 것은 조금도 없는 것이다. 이에 관계된 민중은 각각 자각으로 자결주의를 표시하야 정당히 해결되기를 역도(力圖)할 것이요, 지금에 등한히 보고 앉았다가 일이 잘못된 뒤에는 숙원숙우〔孰怨孰尤 : 몹시 원망하고 꾸짖음〕하여도 소용이 없을 것이다.”14)
그러나 이승만이 주장한 대로 유엔위원단이 도착하기 전에 그들과 협의할 한국인대표를 선출하는 총선거는 실시되지 않았다.
집요하게 하지를 궁지로 몰아넣고 있던 이승만은 하지가 12월 17일에 공산주의자들의 최근 선전활동에 대하여 전에 없이 신랄하게 비판하는 장문의 성명서를 발표하자 그 이튿날로 하지를 찬양하는 담화를 발표했다. 하지의 성명은 공산주의자들의 유엔위원단 활동방해 공작에 대한 경고였다.
“하지 중장이 공산당에 대하여 확고한 태도를 발표하였으니, 이제야 하지 중장 정책에 대하여 일반 민심이 풀린 것이다. 기왕부터 군정부측에서 발표한 공문과 선언에 대하여 민중이 다소 의혹이 있었던 것인데, 이 회의를 하지 중장이 일소시켜 준 것이다. 나는 벌써 전부터 한국정부수립에 미국무성 원동부에 있는 몇몇 관리가 갖고 있는 태도에 대하여 다소 들은 바도 있었다. 요는 하지 중장이 성명한 그대로 실시해 주기를 요망하는 바이다.”15)
2. 중간파 연합체로 民族自主聯盟 결성
유엔한국위원단이 1948년 1월 8일쯤 도착한다는 뉴스가 전해지자 각 정파들의 움직임은 한결 수선스러워졌다. 먼저 미군정부에 참여하고 있는 인사들을 중심으로 12월 13일 중앙청 제1회의실에서 유엔위원단 환영준비위원회가 결성되었다. 이들은 서재필(徐載弼), 이승만, 김구, 이시영(李始榮)을 명예회장, 오세창(吳世昌)을 회장으로 추대하고 과도정부 경무부장 조병옥(趙炳玉)이 위원장을 맡았다. 위원으로는 이승만, 김구, 이시영을 포함하여 민정장관 안재홍, 입법의원 의장 김규식과 한민당 위원장 김성수(金性洙) 등 우익정파 지도자들과 각계 저명인사 113명의 이름이 발표되었다.16)
유엔委員團을 도울 韓國民族대표단 구성
같은 날 독촉국민회 회의실에서 열린 민족대표자대회 제25차 회의는 두가지 주목할 만한 결의를 했다. 이 회의는 전날 열릴 예정이던 국민의회와 민족대표자대회의 합동회의에 참석하기 위하여 상경한 전국 대의원들이 합동회의가 무산되자 별도로 모인 회의였다. 대회는 다음의 두 결의안을 채택했다.
결의 제1호
1. 이 회의에 출석한 대의원은 폐회 후 즉시 총선거대책위원회 정비운동을 개시하여 소관구역내의 하급위원회 조직을 완료하는 동시에 미조직 인접 부(府), 군(郡), 구(區)에 대하여 조직을 책임적으로 촉진함으로써 금년 내에 남한 각지의 전 조직을 완료할 것.
2. 본회 대의원은 총선거대책위원회의 전 조직을 동원하여 각 지방에 1948년 1월 15일까지 국민등록에 의거하여 유권자명부를 작성할 것.
3. 총선거를 자율적으로 진행하려는 우리의 독립운동을 완수하기 위하여 민족대표자대회의 선거법을 확정하기로 하고 제정위원 7명을 선정할 것.
결의 제2호
1. 본회가 민주방식에 의하여 선출한 대의원으로서 조직된 본래의 성격에 입각하여 다시 중요 정당 및 사회단체를 포섭함으로써 유엔위원단에 협력할 민족대표단을 구성하되, 대표단은 전원 50명으로 하고 상임위원회에서 전형할 것.
이 결의에 따라 민족대표자대회는 「한국민족대표단조직조례」를 제정하고 그 조례에 의거하여 이승만과 김구 두 사람을 고문으로 하고 오세창, 이시영, 명제세(明濟世), 이윤영(李允榮), 김성수, 신익희(申翼熙), 배은희(裵恩希) 7명을 의장단으로 하는 50명의 대표와 민족대표자대회 대의원 전원을 포함한 400명의 보조위원을 선정하여 발표했다.17) 그러나 의장단에 김구 진영 인사가 한 사람도 들어 있지 않은데서 보듯이 한국민족대표단 결성작업은 이승만의 허가나 사전동의 없이 취해진 일방적인 조치였다. 김구 그룹에서는 물론 한민당에서도 반발이 일자 간부급의 사표문제까지 대두되는 등 말썽이 이는 것은 당연했다.
李承晩과 金九가 연일 만나 시국대처방안 숙의
김구와 한국독립당은 장덕수(張德秀) 암살사건 이후로 크게 동요하고 있었다. 12월 15일 한독당 회의실에서 열린 제6회 제3차 중앙집행위원회는 유엔위원단 감시 아래 실시될 남북 통일총선거에 관한 건을 토의한 결과 선거에 참가하기로 하고 그에 대비하여 시국대책위원회를 설치하기로 결의했다. 회의는 이어 중앙 부서를 개편 정리할 것과 당강당책(黨綱黨策)의 수립에 관한 기초위원회를 설치하기로 했다. 회의는 또 장덕수 암살사건과 관련하여 한독당 인사들이 검거되고 조사를 받는 문제에 대하여 조각산(趙覺山), 김의한(金毅漢) 등 5명을 하지 장군에게 파견하여 석명을 요청하기로 했다.18)
이승만과 김구는 거의 날마다 만나서 시국대처방안을 숙의했다. 김구는 12월 14일에 이화장으로 이승만을 방문하여 장시간 요담했다. 그는 17일 오전에도 이화장을 방문했다. 김구는 12월 20일과 21일에도 잇달아 이화장을 방문했는데, 22일에 발표된 김구의 성명서는 유엔위원단의 방한을 앞두고 두 진영의 협동작업에 또 다시 균열이 나타나고 있음을 보여준다.
“우리는 미구에 입국할 유엔위원단을 충심으로 환영하는 동시에 그들로 하여금 우리에 대한 정당한 인식을 가지고 우리가 원하는 자주독립의 통일정부를 수립하는 임무를 완수하도록 우리의 최선을 다하여야 할 것이다. 우리가 원하는 바도 자주통일정부요, 그들이 우리를 위하여 수립하여 주겠다는 정부도 남북을 통한 총선거에 의한 자주독립의 통일정부다. 그러므로 우리는 여하한 경우에든지 단독정부는 절대 반대할 것이다.
유엔위원단의 임무는 남북총선거를 감시하는 데 있다. 그 감시는 외력의 간섭을 방지하는 것만이 아니라 내부의 여하한 간섭이라도 방지할 것이다. 그러므로 일반동포는 절대로 자유의사에 의하여 투표를 행할 수 있을 것이다.
우리가 국제적 귀빈을 맞이함에 있어 우리 민족의 통일적 의사를 표현하여야 할 것이니, 국민의회와 민족대표자대회의 합동이 일시적 외부의 장해로 완료하지 못하였을지라도 합동에 대한 결의는 의연히 유효한 것이다. 그런데 일전에 누구의 소위인지 민족대표단의 부서며 또 무슨 보조위원단 운운과 수백 명의 명단까지 발표한 것을 보았다. 이것은 통일에 방해가 될 뿐 아니라 사전 사후에 본인으로서는 주지한 바 없으니, 그 현상 위에서는 여하한 책임도 본인은 질 수 없다.”19)
그것은 이승만 진영 인사들의 독단에 대한 분노를 그대로 토로한 성명이었다.
“濟州道 일우에 수립해도 韓國中央政府”
이 시점에서 주목되는 것은 하지 장군의 비호를 받고 있는 김규식의 정치행태였다. 김규식을 우익쪽 대표로 하여 1946년 10월 7일에 결성되었던 좌우합작위원회는 12월 6일에 김규식, 안재홍, 원세훈(元世勳), 김붕준(金朋濬) 등 위원 23명 전원이 삼청동 사무실에 모여 ‘해체선언’을 결의했다.20) 중도노선 정파들이 추진하고 있는 민족자주연맹(民族自主聯盟)의 결성식이 임박했기 때문이었다. 그리하여 좌우합작위원회 비서장 송남헌(宋南憲)은 12월 15일에 공식으로 위원회의 해체를 선언했다.21)
김규식은 12월 13일에 총선거와 관련하여 기자들이 제출한 서면질문서를 받고 다음과 같이 자신의 소신을 피력했는데, 그것이 물의를 일으켰다.
만일 소련쪽이 북조선의 총선거를 거절하고 유엔위원단의 입경(入境)까지 거절한다면 어떻게 하겠느냐는 질문에 그는 “이러한 경우에는 그 위원단이 여하히 할지 예언키 어려우나 혹 남북에〔으로〕 구역을 나누어 구역선거 방법을 취할지도 모른다. 남북 구역선거를 별개로, 혹 별종의 방법으로 할지라도 유엔위원단이 입경하여 선거감시만이라도 (하게) 허락하여야 할 것이다”라고 말했다.
소련의 거부로 남조선에서만 총선거가 실시되어 소위 남조선단독정부가 수립되는 경우를 예상할 수 있느냐는 질문에는 다음과 같이 매우 독특한 이론을 폈다.
“그러한 경우에는 내가 보는 바로는 유엔대표단이 자행처리하기 보다 먼저 유엔소총회에 보고하여 그 결재를 요청할 것이고, 설혹 ‘남조선단독정부’가 수립된다고 할지라도 나의 견해로는 그 명칭만은 ‘남조선단독정부’라고 아니할 것이고 한국중앙정부라든지 한국정부라든지 부를 것이다. 왜 그러냐 하면 우리 한민족으로서는 근본적으로 남선이니 북선이니 하는 분별이 없었고 미소양군이 점령하면서 생긴 말인 만치, 더욱이 어느 나라 어느 민족을 물론하고 소위 단독정부라는 말은 듣지 못한 것이다. 혹 혁명정부니 임시정부니 하는 말은 통용된 바도 있고, 국토의 일부분만을 차지하고 살아도 앞으로서 전국 통일을 기도하며 중앙정부라 칭한 것은 역사적으로나 현금에도 타국에서 쓰는 말이다. 그런즉 제주도 일우〔一隅 : 한 모퉁이〕만을 차지하고서라도 중앙정부라고 할지언정 단독정부라 함은 그 명칭부터 불가할 것이다.”22)
이러한 주장은 학자 정치가인 김규식의 지론이었다. 그는 1946년 5월 12일에 서울운동장에서 열린 독립전취 국민대회에서 우리의 손으로 정부를 세워야 한다고 역설하면서 “이 정부는 대구(大邱)에 있든지 제주도(濟州道)에 있든지 문제가 되지 않는다. 독립을 희망하는 자는 이 정부를 통일정부로 승인할 것이다”라고 주장하여 좌익정파들로부터 단독정부 수립을 주장했다고 비판 받은 적도 있었다.23) 안재홍은 그것을 “김규식 박사는 일시 남조선만에서라도 정통정권 수립가능의 이론을 발표한 것이었다”고 기술했다.24)
“죽은 部分 살리려고 산 部分에 약치료 하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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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좌우합작위원회를 해체하고 민족자주연맹을 결성한 김규식. |
“우리는 남북을 통한 총선거를 희망한다. 그러나 소련의 태도가 저와 같은 이상 북한에서의 선거를 기대하기는 곤란하다고 보지 않을 수 없다. 그러면 부득이 남한에서만이라도 선거를 집행하지 아니하면 안될 터이니, 그와 같이 하여 수립될 정부는 결코 단독정부가 아니고 전한국정부가 될 것은 만인이 공인하는 바이다.…”25)
이승만의 남한단독선거 주장도 특이했다. 그는 12월 26일에 이청천(李靑天) 단장의 인솔로 이화장을 방문한 대동청년단(大同靑年團) 각도지부 단장 및 부단장들에게 다음과 같이 말했다.
“어느 사람이 반은 살고 반은 죽었는데 그 죽은 부분을 살리기 위하여 산 부분에 약치료를 하면 죽은 부분도 살릴 수 있는 것과 같이, 현재 조선은 일부는 죽고 일부는 살아 있다. 그러므로 산 부분인 남조선에 우선 총선거를 실시하여 장차 전 조선 총선거를 실시하면 조선은 살 수 있다. 그런데 이것을 방해하는 자가 있으니 한심한 일이다.…”26)
기자들의 서면질문에 대한 김규식의 회답 내용은 때가 때인 만큼 매우 민감한 반응을 불러일으켰다. 단독정부 수립을 주장한 것이 아니냐는 것이었다. 특히 민족자주연맹에 참가하고 있는 정당과 사회단체 가운데에는 자신들의 노선과 거리가 있다고 하여 의견들이 구구했다.27) 그리하여 김규식은 서둘러 위의 발언을 해명하는 담화를 발표했다. 그는 자기의 말은 객관적으로 전망한 것에 불과하고 자기가 어떻게 하겠다고 성명한 것은 아니라고 말하면서, “그런데 세간에는 내가 마치 통일정부를 반대하고 반쪽 조선의 단독정부를 수립하려고 준비하고 있는 것처럼 논의되고 있는 것은 심히 유감”이라고 잘라 말했다.28)
民族自主聯盟결성식에 軍政府간부들 대거 참석
민족자주연맹의 결성식은 12월 20일, 21일 이틀 동안 경운동의 천교도회관 대강당에서 800여명의 대의원들과 많은 내빈이 참석한 가운데 성대하게 거행되었다. 김규식은 다음과 같은 요지의 개회사를 했다.
“우리는 정권 쟁탈이나 지위 획득이나 당파적 싸움이나 사대 맹종을 떠나서 민족 자주적 입장에서 링컨이 말한바, ‘인민의, 인민을 위한, 인민으로서의 정부’를 수립하는데 전심전력을 경주하여야 할 것이다.… 유엔총회결의에 의한 조선위원단이 내도한다 할지라도 만일 우리 민족이 의연히 통일단결하지 못한다면 위원단 제공이 아무리 노력한다 할지라도 남북을 통일하는 과업은 완수하기 곤란하리라고 생각된다. 그런데 우리가 통일단결의 목적을 달성하려면 다만 상층의 정치운동으로만은 불가능하다. 반드시 민중을 위하여 노력하며 민중자신의 조직을 통하여 그들을 결합시키며 우리 자신이 그들의 진실한 대변인이 되도록 노력하여야 할 것이다.”29)
대회에는 미군정부 고위 간부들이 대거 참석했다. 미소공위 미국쪽 수석대표 브라운(Albert E. Brown) 소장이 하지 중장의 메시지를 대독하고, 이어 딘 군정장관, 헬믹(C. G. Helmick) 군정장관 대리, 장건상(張建相) 근로인민당 부위원장, 조병옥 경무부장, 장택상 수도관구경찰청장 등의 축사가 있었다. 그것은 김규식에 대한 하지의 특별한 호의를 반영한 것이었다. 대회는 김규식을 주석으로 선출했다.30)
朝鮮의 民主主義化, 民主主義의 朝鮮化
민족자주연맹의 성격은 이날 채택된 「선언」, 「강령」, 「정책」 및 「규약」과 당직자 인선에 잘 드러나 있다. 「선언」은 다음과 같이 천명했다.
“금일의 조선에는 독점자본주의사회도 무산계급독재사회도 건립될 수 없고 오직 조선의 현실이 지시하는 조선적인 민주주의사회의 건립만이 가능하다. 이것은 어떠한 국가의 세력이나 어떠한 사상의 역량으로도 변경할 수 없는 역사적인 귀결이다. 그러므로 우리는 조선을 민주주의화할 뿐 아니라 또한 민주주의를 조선화하여야 할 것이다.…”
5개항의 「강령」은 다음과 같은 것이었다.
(2) 우리는 전민족이 평화 속에서 정치 경제 문화 사회적으로 평등한 권리와 자유와 행복을 얻기 위하여 현재의 모든 애국적인 각계각층의 그 부동(不同)한 요구를 민주주의적으로 조화통일하며 그 공통한 요구로 강력히 실천하기로 함.
(3) 우리는 일체 사대적 의타성을 청소하고 민족적 자부심과 국가적 자주의식을 고취하여 자력건설에 노력함.
(4) 우리는 동포상호간의 친애정신을 발휘하며 일체 종파적 아집과 독선적 태도를 버리고 무의미한 동족상잔의 행동을 근절하기에 노력함.
(5) 우리는 민족자주 평등의 원칙하에서 연합국에 대한 친선정책을 취하기로 함.
「정책」 가운데에서 중요한 것은 다음과 같은 것이었다.
(1) 민주주의 제정당 사회단체와 개인을 총망라하여 어느 계급, 어느 종파의 영도성을 떠난 진정한 민족통일기구의 재편 강화에 노력함.
(2) 남북통일 중앙정부의 조속한 수립을 촉진시키기 위하여 남북 정치단체대표자회의의 개최를 주장함.…31)
민족자주연맹은 정당 15, 사회단체 25, 개인 등으로 이루어진 연합체라고 발표되었으나, 몇몇 단체를 제외하고는 거의 모두가 군소단체였다. 구성원들도 서울에 있는 지식인이 대부분이었고, 따라서 지방조직은 매우 취약했다.
연맹의 중추기관인 정치위원회 위원으로는 《임꺽정(林巨正)》의 작가인 민주독립당의 홍명희(洪命憙), 한글학자인 건민회의 이극로(李克魯), 조선농민당의 원세훈, 민주한독당의 윤기섭(尹琦燮), 유교대표 김성규(金成圭), 근로인민당 우파의 손두환(孫斗煥), 그리고 여성독립운동가이자 김규식의 부인인 김순애(金淳愛) 등 7명이 선출되었다.32) 정치위원 가운데에서 가장 중요한 역할을 하고 발언을 많이 한 사람은 원세훈과 홍명희였다고 한다.33)
다음으로 중요한 기관은 중앙집행위원회의 상무위원회였다. 93명이 중앙집행위원으로 선정되고, 그 가운데에서 김붕준, 최동오(崔東旿), 여운홍(呂運弘), 송남헌, 최석창(崔石昌), 강순(姜舜), 이중근(李重根), 유석현(劉錫鉉), 성대경(成大慶), 장권(張權), 배성룡(裵成龍), 박은성(朴恩聲), 권태석(權泰錫), 신기언(申基彦), 김약수(金若水) 15명으로 상무위원회가 구성되었다. 감찰위원장으로는 오하영(吳夏英)이 선임되었다.34)
민족자주연맹의 결성을 통하여 김규식은, 비록 한민당이나 이승만의 독촉국민회, 김구의 한독당 등에 비견할 만한 강력한 세력은 못되더라도, 귀국한 이래 비로소 독자적인 자신의 정치 기반을 구축하게 되었다.
한편 민족자주연맹의 결성대회 첫날인 12월 20일에 그동안 한독당 부위원장이자 국민의회 의장으로서 12정당협의회를 통한 남북지도자회의 작업을 주동해 온 조소앙(趙素昻)은 “나는 남북회의의 진행에도, 남한정당회담에도, 국민의회와 민족대표자대회의 단결에도 실패한 것에 상심한다”면서 정계은퇴 성명했다.35)
法統 문제 등으로 “상당한 우여곡절”
민족자주연맹의 결성은 유엔위원단의 입국을 앞두고 각각 노심초사하고 있는 이승만과 김구로 하여금 단합의 필요성을 더욱 절감하게 했다. 무엇보다 긴급한 과제는 국민의회와 민족대표자대회의 합동문제였다. 그것은 세상없어도 유엔위원단이 도착하기 전에 끝내 놓아야 했다.
이승만과 김구는 직접 합동작업에 나섰다. 12월 23일에는 이화장에서 두 사람이 참석한 가운데 박원달(朴元達) 등 국민의회쪽 인사 6명과 이윤영, 명제세 등 민족대표자대회쪽 인사 5명이 회동한데 이어, 26일에는 경교장에서 양쪽 16명씩의 상무위원 연석회의가 열렸다. 두 사람은 이 회의에도 참석했다. 회의에서는 이념통일 및 절차문제를 두고 장시간 토의한 결과 의견 일치를 보았다. 그리하여 국민의회쪽에서 최석봉(崔錫鳳), 김양복(金養福), 김여식(金麗植), 민족대표자대회쪽에서 명제세, 신익희, 강인택(姜仁澤) 6명을 대표로 하고 옵서버로 국민의회 사무국장 박윤진과 민족대표자대회 서기국장 최규설(崔圭卨)이 참가하여 구체적 조건을 결정하기로 합의했다. 합동회의는 조선민족대표단의 전체회의가 개최되는 1월 8일로 정했다. 그리고 12월 27일에는 국민의회 사무국과 민족대표자대회 서기국이 공동으로 합의사실을 발표했다.36)
6명의 대표들은 사흘 뒤인 12월 28일에 경교장에서 오전 10시부터 밤늦게까지 협의를 계속했다. 회의는 상당한 우여곡절 끝에, 정계 은퇴를 선언하고 칩거 중인 조소앙을 의장으로 유임시키고 민족대표자대회쪽 인사 1명을 부의장으로 추가하는 한편 상임위원 비율은 반반씩 하기로 결정했다. 협상이 장시간 계속된 것은 선거법문제와 임시정부 법통계승문제 때문이었다. 선거법문제는 국민의회가 작성한 것을 채택했고, 법통계승문제도 원칙적인 합의에 도달했다.
마지막으로 12월 29일에 경교장에서 두 영수가 참석한 가운데 양쪽 대표 30명이 회합하여 전날 의결된 내용을 최종적으로 승인했다.37)
合同大會는 무기연기되고 말아
이승만은 민족대표자대회 대의원이 국민의회 대의원으로 합류하는 방식으로 합동하도록 지시하는 등 김구 진영과의 공조를 위하여 양보했음에도 불구하고 국민의회 인사들이 유엔위원단의 도착이 임박했는데도 임시정부 법통문제 등으로 아집을 굽히지 않자 합동문제를 단념하게 되었다. 그는 1948년 1월 6일에 “지금 우리 형편으로는 각 정당이나 사회단체의 합동여부를 문제 삼아서 쟁변이나 토의를 할 시기가 아니라 이런 문제는 다 초월하여 국권회복에 대한 목적으로 동일한 보조를 취하여 분투 매진할 때”라는 성명을 발표했다. 그는 3·1운동 때에 각 종교단체들이 자체를 해산하거나 이름을 바꾸지 않고 독립목적에만 합작함으로써 대사를 성공시켰다면서 다음과 같이 주장했다.
“현금 남북을 물론하고 모든 정당이나 사회의 유일한 목적은 통일정부를 수립해서 독립을 완성하려는 것뿐이니, 지금 세계 모든 우방의 대표자가 내도하여 남북총선거를 진행할 희망을 가지게 되는 이때에 우리가 주장하는 바는 우선 과도선거를 몇 주일내로 실시해서 우리 민선 몇 대표와 유엔대표의 합작으로 대업을 완성하기를 바라는 바이다.
경향에서 각 청년 단체의 합동과 국민의회와 민족대표자대회의 합동에 대해서만은 문제가 되고 있으나, 나로서는 이 문제에 좌우간 간섭코자 아니하며, 오직 나의 주장하는 바는 각각 자원으로 정신적 통일이 되기 어려운 경우에는 내가 위에 말한 바를 준행하면 다같이 목적지에 도달할 첩경이 될 것이다.…”38)
국민의회, 민족대표자대회, 그리고 새로 민족대표자대회쪽 대의원으로 참가한 입법의원의 한민당계 의원 등 600여명의 대의원이 참석하여 국민의회 제44차 임시총회의 속회로 개최할 예정이던 합동대회는 집회허가 문제로 또다시 연기되었다. 대회가 열리지 못하자 비상 편법으로 양쪽의 상임위원, 전형위원, 준비위원만 8일 오후에 국민의회 회의실에서 연석회의를 개최했다. 회의는 임시 편법으로 이 회의로 합동대회를 대행하기로 하고, 기구 확장 정비 등 당면 문제도 이 회의에서 결정하기로 합의했다. 그리고 이튿날 의장 조소앙과 부의장 유림(柳林)은 유임하고, 국민대표대회쪽의 명제세를 또 한사람의 부의장으로 선출했다.39) 그러나 합동작업은 유엔위원단의 활동이 시작되면서 교착상태에 봉착했다.
3. 유엔韓國臨時委員團을 맞아
우크라이나를 제외한 8개국의 유엔한국임시위원단 일행은 1월 8일부터 띄엄띄엄 서울에 도착했다. 1월 8일에 도착한 제1진은 오스트레일리아, 인도, 시리아 3개국 대표와 위원단의 사무국장으로 임명된 유엔 사무차장 호세택(胡世澤) 등과 30명의 수행원들이었다. 캐나다 대표는 1월 11일, 프랑스와 필리핀 대표는 1월 12일, 그리고 엘살바도르 대표는 한참 뒤인 1월 29일에야 입국했다.
1진이 도착하는 날 김포비행장에는 하지 중장을 비롯하여 딘 군정장관, 브라운 소장, 하지의 정치고문 대리 랭던 등 미군정부 수뇌들과 주한 중국 총영사이면서 유엔위원단의 중국대표로 임명된 유어만(劉馭萬), 과도정부 민정장관 안재홍, 과도입법의원 의장 김규식, 대법원장 김용무(金用茂), 그리고 환영위원회의 이승만, 김성수, 이청천, 조병옥, 정일형(鄭一亨) 등이 나와 이들을 맞이했다. 고황경(高皇京), 모윤숙(毛允淑), 이묘묵(李卯默) 부인이 세 나라 대표와 호세택에게 화환을 증정했다. 이승만은 1933년에 제네바의 국제연맹 회의에 가서 외교활동을 벌일 때부터 알고 지내던 호세택이 유엔위원단 사무국장으로 한국에 온 것이 여간 반갑지 않았다. 그는 이튿날 발표한 유엔위원단환영 담화에서도 호세택과의 교분을 강조했다40)(《月刊朝鮮》2006년 8월호, <레만湖에서 만난 프란체스카>참조).
신문들과 우익정파들의 환영 캠페인으로 한국 민중의 환영 광경은 눈물겨울 정도였다. 위원단 일행이 김포비행장을 출발하여 숙소인 회현동의 국제호텔과 수도호텔로 이동하는 동안 도로 연변에는 매서운 추위에도 불구하고 무려 25만명의 환영인파가 몰려 나와 태극기를 흔들었다.41) 그리고 1월 14일 오후에 서울운동장에서 열린 유엔위원단환영 전국대회에도 수십만명의 인파가 몰려 환호했다.42)
蘇聯軍司令部는 그로미코 통해 메논의 入北 거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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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948년 1월 12일에 덕수궁 석조전에서 열린 유엔위원단의 첫 회의 광경. |
한국국민의 큰 기대에도 불구하고 유엔위원단의 활동은 순조롭게 진행되지 않았다. 그것은 유엔위원단에 대한 유엔총회 결의문의 내용이 애매한 것만큼 각국 대표들의 위원단의 역할과 권능에 대한 인식에 간극이 있었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것은 당연히 대표마다 다른 자국의 국가이익에 기초한 주장이기도 했다.
메논은 1월 15일에 비공개로 열린 유엔위원단의 제3차 전체회의의 결의에 따라 1월 16일에 하지 미군사령관과 코로트코프(Gennadii P. Korotkov) 소련군사령관에게 예방하겠다는 편지를 보냈다. 코로트코프에게 보내는 편지는 서울 주재 소련연락장교를 통하여 전달하게 하는 한편 그 요지를 유엔사무총장에게 타전하여 그로미코(Andrei A. Gromyko) 소련 유엔대표에게 전달해 주도록 부탁하게 했다. 1월 20일에 하지를 방문한 메논은 수시로 방문할 수 있게 허가해 줄 것을 요청했고, 하지는 통일된 자주독립 한국 건설을 촉성하는 어떠한 회합이나 협의에도 언제든지 응할 용의가 되어 있다고 말했다.44)
그러나 코로트코프로부터는 반응이 없는 채, 1월 22일에 그로미코가 유엔사무총장에게 보낸 편지를 통하여 거부의사를 밝혔다.45)
번스가 金奎植을 열심히 선전
유엔위원단은 1월 19일의 제6차회의로 전체회의를 일단 중단하고 3개 분과위원회를 설치하여 분과위원회별로 활동을 시작했다. 제1분과위원회는 총선거에서 자유분위기를 확립할 방법을 수립하고, 제2분과위원회는 한국인들이 제출하는 문서를 처리하고 한국인들의 의견을 청취하며, 제3분과위원회는 지금까지 남북한에서 실시했거나 이미 작성되어 있는 모든 선거법을 비교 검토했다.46)
이 무렵 유엔한국위원단의 모습은 1월 20일쯤에 이승만이 올리버에게 보낸 편지에 잘 묘사되어 있다.
“위원단 멤버들은 돌아다니고 영어를 할 줄 아는 한국인들은 그들을 붙들려고 합니다. 위원단은 벌써 너무 혼란스러워서 사람들을 실망시키고 있어요. 그런데 그들은 여성 기숙사였던 오래된 일본호텔에 묵고 있습니다. 미군 영관급 장교들이 조선호텔을 비워 주지 않았거든요. 며칠 전에 내가 메논씨를 방문했는데, 이들의 초라한 잠자리를 보고 미안했습니다. 일본식 바닥(다다미)은 헐고 더러웠으며 작고 초라한 방에는 군용 침대가 있을 뿐이었습니다. 그들을 좀 더 편안하게 해주지 못하는 것이 부끄럽군요. 프랑스사람들이 항의했으나 그들은 아직 같은 호텔에 묵고 있습니다. 프랑스, 캐나다, 오스트레일리아, 필리핀 대표들이 한 호텔에 들어있고 인도, 시리아, 중국 대표들이 다른 호텔에 들어있습니다.
나는 의장인 메논 대사를 방문하여 매우 유익한 대화를 나누었습니다. 시리아 대표인 자비(Zeki Djabi) 박사가 나를 방문했습니다. 나는 캐나다의 패터슨(G. S. Patterson)을 만나보려고 했으나 그는 도착하고 두 주일이 지나도록 하지 장군을 방문하지 못했다면서 아직 아무도 만날 수 없다고 양해를 구했습니다. 우리는 22일에 중국대표단과 만찬을 할 예정이고, 메논 일행과 자비 등과는 27일에 식사를 같이 할 예정입니다.… 아더 번스(Arther C. Byrnes) 박사〔국무부에서 파견된 하지의 경제수석 고문〕는 모든 중도파들을 번역관과 고문관으로 유엔위원단에 배치했습니다. 그는 김규식을 선전하려고 열심히 움직이고 있어요.…”47)
이승만의 이러한 편지는 하지와 그의 참모들이 유엔위원단에게 김규식을 부각시키기 위해 세심한 노력을 기울이고 있었고, 이승만은 이승만대로 그것을 매우 심각하게 의식하고 있었음을 보여준다. CIC(미군첩보대)의 보고에 따르면, 이 무렵 항간에는 하지 장군이 김규식에게 선거운동 목적으로 1억원의 비밀자금을 제공했다는 소문이 돌기도 했다.48)
하지는 메논에게도 김규식을 비중있게 소개했던 것 같다.
메논은 서울에 도착하면서부터 가까이 사귀게 된 시인 모윤숙에게 이렇게 물었다고 한다.
“당신은 지금 한국은 어느 방향으로 가야 제 길을 간다고 생각하시오? 또 누가 거기 길잡이가 될 수 있을까요? 김규식 같은 이는 참 침착한 학자 정치가입니다. 영어 실력도 있고, 또 남북한 국민의 의사도 적당히 조화시킬 수완이 있는 듯하고.”
모윤숙이 다급히
“이 박사는요?”
하고 묻자 메논은
“훌륭하지요. 그런데 하지 장군과 잘 어울리지 않는 모양이더군요”
하고 말했다고 한다.
국민대표자대회에 참여하여 이승만을 돕고 있던 모윤숙은 메논의 숙소인 국제호텔 바로 옆집에 살고 있었다.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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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유엔위원단의 한국인지도자 의견청취를 보도한 《동아일보》 지면. 사진은 회담을 마치고 나오는 이승만. |
李承晩, 金九, 金奎植의 意見 엇갈려
유엔위원단 제2분과위원회는 1월 22일에 위원회가 협의하고자 하는 대상 인물로 이승만, 김구, 조만식(曺晩植), 김규식, 김성수, 박헌영(朴憲永), 김일성(金日成), 허헌(許憲), 김두봉(金枓奉) 9명의 명단을 발표했다.50)
한국지도자들의 의견청취는 1월 26일 오전 10시부터 덕수궁 회의실에서 시작되었다. 맨 먼저 초청된 사람은 이승만이었다. 회의에는 서울에 있는 7개국대표 전원이 출석하여 비공개 회의로 이승만과 회담했다. 이승만은 먼저 미소공위가 실패한 뒤에 한국문제를 직접 유엔에 제출하려고 했으나 미국무부와 하지 중장이 한국의 정부가 없다는 구실로 한국대표를 비공식이라고 하여 무효로 돌렸다고 미국무부와 하지를 비판하고 나서, 다음과 같은 요지로 의견을 진술했다.
“우리는 1년 전부터 남한에서만이라도 총선거를 실시하여 과도정부를 수립하여 유엔을 통하여 세계공의(世界公議)에 호소하기를 역설했다. 미국무부의 힐드링(John R. Hilldring) 장군이 그것을 지지하고 하지 중장도 지지하여 선거법안이 입법의원을 통과하는 대로 총선거를 실시하기로 한 것인데, 법안이 통과된 뒤에도 하지 중장이 허락하지 않아 지금까지 실시하지 못했다.
마침내 유엔위원단이 오게 되어 급히 과도선거를 실시하여 선출된 민족대표단으로 하여금 유엔위원단과 협의하게 해야 유엔의 사업이 성공할 수 있을 것이라는 생각에서 미군정부에 협조를 얻으려고 노력했으나 끝내 동의하지 않아서 못하고 있다.”
이승만은 그동안의 경위를 이렇게 설명한 뒤 하지의 김규식 지원을 비판하면서 다음과 같이 주장했다.
“미군정부가 중간파를 후원해서 공산분자가 다시 활약할 기회를 얻게 되므로 전 민족이 우려 공포중에 있다. 그러므로 유엔위원단이 과도선거를 허락하여 3~4주일 내로 민선대표단을 성립하여 공의 공결을 주장하든지, 그렇지 않으면 하루바삐 남한에서 총선거를 실시하여 3분의 2 이상의 인구를 가진 남한에서 통일정부를 수립해 가지고 그 정부를 원조하여 국권과 강토를 먼저 회복시켜 극동평화를 보장시켜야 한다.…”51)
이승만의 이러한 두 단계 선거론은 유엔위원단 멤버들에게 이색적인 주장으로 받아들여졌을 것이다.
金九와 金奎植은 南北要人會談 주장
오후에는 김구 차례였다. 김구는 신중했다. 그는 되도록 세 사람의 의견이 크게 틀리지 않게 하려고 애썼다. 이날 김구는 아침 일찍 이화장으로 이승만을 방문하여 30분 동안 요담한 데 이어 오전 10시 반에는 삼청동으로 김규식을 방문하여 유엔위원단의 질문에 대답할 의견통일문제를 협의했다. 그러나 이미 남한만의 총선거문제로 의견이 크게 달라진 이승만과는 협의의 여지가 없었다.
김구는 오후 2시 반부터 5시까지 유엔위원단과 회담했다. 회담을 마치고 나온 김구는 다음과 같은 간단한 담화를 발표했다.
“미소 양군이 철퇴하지 않고 있는 남북의 현상으로서는 자유로운 분위기를 가질 수 없다. 양군이 철퇴한 후에 요인회담을 하여 선거준비를 한 후에 총선거를 하여 통일정부를 수립하여야 할 것이다.”52)
유엔위원단은 1월 27일에는 오전에 김규식, 오후에 평북도민회 회장 한경직(韓景職) 목사와 입법의원 여운홍(呂運弘)의 의견을 청취했다.
김규식은 총선거 준비에는 다소 시간이 걸릴 것이라는 것, 유엔위원단의 입북이 불가능하다면 한국문제는 유엔소총회에 회부해야 하고 유엔소총회가 결정할 수 없다면 유엔 임시총회를 소집하여 재검토해야 한다는 것, 남한 단독정부 수립은 한국의 북반을 다른 나라의 위성국이나 연방으로 만들게 될 것이라는 것, 소련의 유엔위원단 보이콧은 소련의 행동이고 북한의 공산당이나 비공산당이나는 한인일 것이므로 남북회담을 강구해야 된다는 것, 미소 양군의 철병문제는 3개월 내지 6개월가량의 준비기간이 있어야 한다는 것 등을 2시간40분 동안 조리있게 진술했다.53)
1월 29일 오전 10시에 속개된 제2분과위원회에 초청된 사람은 한민당 위원장 김성수였다. 김성수는 북한의 소수인 이외에는 남북총선거를 희망하고 있으면서도 불가항력적인 소련의 거부로 말미암아 선거를 하지 못하는 것이므로 천재지변으로 간주하고 선거가 가능한 남조선에서만이라도 선거를 실시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리고 정치범 석방문제에 대해서 김성수는 “남조선에는 자유로운 선거를 방해하는 하등의 법률이나 규칙이 없다고 생각하며, 남조선에는 방화와 폭력행위를 한 범인은 있어도 정치범은 없으며 정치범은 북조선에 있다”고 강조했다.54)
김성수에 이어 이날 오후에는 여성계를 대표하여 독촉애국부인회 부회장 박순천(朴順天)과 애국부인회의 황애덕(黃愛德), 그리고 인권옹호위원회 사무장 조평재(趙平載)의 진술이 있었다.
金九는 별도로 意見書 작성해 보내
1월 26일에 한국위원단과 만나 자신의 의견을 개진했던 김구는 1월 28일에 장문의 의견서를 별도로 작성하여 위원단에 보냈는데, 그것은 김규식의 진술보다도 논란의 여지가 있는 내용이었다. 요지는 다음과 같았다.
“(1) 우리는 신속한 총선거에 의한 한국의 통일된 완전자주적 정부만의 수립을 요구한다. 그러므로 현 군정의 연장이나 혹은 현 군정을 독립 강화하게 되는 소위 「남조선 현 정세에 관한 시국대책요강」의 전폭적 실현이나 또는 임시적으로 군정을 연장시키는 우려가 있는 소위 남한 단독정부도 반대한다.
(2) 총선거는 인민의 절대 자유의사에 의하여 실시할 수 있게 되기를 요구한다. 북한의 소련당국자들은 북한의 선거는 가장 민주적으로 되었다 성언(聲言)하며 남한의 미 당국자들은 이것을 긍정하지 아니하는 동시에 남한에서는 가장 자유로운 민주적 선거를 실시할 수 있다고 성언하지만, 기실 소련군정의 세력을 등지고 공산당이 비민주적으로 선거를 진행한 것과 같이 남한에서도 미 군정하에 모 일개 정당이 선거를 농단하리라는 것은 거의 남한의 여론이 되어 있다.…
(3) 북한에서 소련이 입경을 거절하였다는 구실로 유엔이 그 임무를 태만히 하거나 그 과업에 위반되는 다른 공작을 전개하려 해서는 안된다.…
(4) 현재에 남북한에서 이미 구금되어 있으며 혹은 체포하려는 일체 정치범을 석방하기를 요구한다(북한에서 구금되어 있는 조만식의 석방도 포함).
(5) 미소 양군은 한국에서 즉시 철퇴하되 소위 진공상태로 인한 그간의 치안책임은 유엔에서 부담하기를 요구한다.… 한국문제의 해결이 미소 양군에서 유엔으로 옮겨진 이후 그 책임을 유엔이 지는 것이 합리할 것이다.…
(6) 남북 한인지도자회의를 소집함을 요구한다. 한국문제는 결국 한인이 해결할 것이다. 만일 한인자체가 한국문제 해결에 관하여 공통되는 안을 작성하지 못한다면 유엔의 협조도 도로무공(徒勞無功)할 것이다.… 그러므로 우리는 미소 양군이 철퇴하는 대로 즉시 평화로운 국면을 조성하고 그 평화로운 국면 위에 남북 지도자회의를 소집하여서 조국의 완전독립과 민족의 영원 해방의 목적을 관철하기 위하여 공동노력할 수 있는 방안을 작성하자는 것이다.”55)
“金九氏는 크레물린宮의 한 信者”
김구의 의견서가 보도되자 우익정파들은 벌집을 쑤셔놓은 듯이 인성만성했다. 김구가 부총재로 되어 있는 독촉국민회는 긴급회의를 열고 난상토의 끝에 다음과 같은 정중한 담화를 발표했다.
“미소 양군을 먼저 철퇴시키고 남북요인회담으로 한국문제를 해결하려는 것은 한국독립을 지연시키려는 공산당의 주장이므로, 우리 국민회 부총재이고, 소련이 거부하면 남한총선거로 공동 진취하려는 이념하에 국민의회와 민족대표자대회 합동을 선창한 김구 선생이 그러한 주장을 하였으리라고는 믿어지지 않는다. 그래서 대표를 김구 선생에게 보내어 진상을 물어 보기로 되었는데, 하여튼 공산당의 모략이란 실로 새삼스럽게 생각된다. 그리고 남북요인회담 운운하는 것은 도대체 문제가 되지 않는 것이니, 유엔위원단은 총선거를 감시하는 순서로부터 유엔의 결의를 실천할 것이다. 유엔결의에 없는 사실을 요구함은 위원단을 철거하라는 것과 마찬가지로 예의도 되지 않는다.”56)
이러한 독촉국민회의 논평과는 대조적으로 김구로부터 “선거를 농단하려는 모 일개 정당”이라고 지목된 한민당 중심의 한국독립수립대책협의회(한협)의 성명은 김구를 “크레물린궁의 신자”라고 직설적으로 매도했다.
장덕수 암살사건 이후로 김구 그룹과 관계가 극도로 악화된 한민당은 그동안 경찰에 대하여 장덕수 살해사건의 진상을 발표할 것을 촉구하고 있었는데,57) 암살사건의 중요한 배후 인물로 수배중이던 한독당 중앙위원이자 김구와 가까운 김석황(金錫璜)을 12월 16일에 경찰이 체포함으로써 김구 그룹을 더욱 격앙시켰다.58) 한민당 그룹은 “김구의 주장은 자살적 행동”이라고 비난했다.
“김구씨의 이 주장은 유엔총회에 있어서 소련대표의 주장과 꼭 일치한 것으로서 소련은 조선의 김구씨에게서 그 충실한 대변인을 발견하였다고 생각할 것이다.… 외국군대의 철퇴, 남북요인 회담후의 총선거 정부수립, 듣기에 퍽 달콤하고 좋은 듯한 말이다. 그러나 조선의 현실에 비추어 볼 때에 이것은 조선 전체를 소련에 넘겨주는 것이라고 하여서 민족진영에서는 전체적으로 반대하고 또 김구씨 자신도 반대하고 세계의 민주주의적 제국가도 단호히 반대하였던 것이 아니었던가? 그런데 한독당의 위원장인 김구씨가 가장 중요한 이 시기에 그와 같은 발언을 하였다는 것은 결코 조변석개적 일시적 과오라고는 볼 수 없는 것이고 심사숙고의 결과라고 보지 아니할 수 없는 것이니, 그는 그의 자살적 행동으로서 참으로 해괴한 일이라고 하지 아니할 수 없다.
김구씨가 평소에 주장하여 오던 민족주의적 입장과는 판이한 것으로서 결국 조선을 소련의 위성국가화하려고 하는 의도를 표현한 것으로밖에 볼 수 없다. 우리는 금후에는 김구씨를 조선민족의 지도자로는 보지 못할 것이고 크레물린궁의 한 신자라고 규정하지 아니할 수 없음을 유감으로 생각한다.…”59)
이철승(李哲承) 등의 전국학련도 “우리의 영도자로 경앙하여 마지않던 김구 선생께서 이번에 공산당의 주장과 동일한 주장을 하신 것을 심히 유감으로 생각하며 지도자로서의 위신을 스스로 상실케 하는 자멸적 행위이다”라고 혹평했다.60)
유엔委員團의 관심사가 된 南北지도자회담 주장
김구와 김규식의 남북지도자회담 제의는 총회결의의 실행방안을 놓고 논쟁을 벌이던 유엔위원단의 관심사가 되었다. 위원단은 김규식에게 남북지도자회담의 구체적 방법을 제시할 것을 요구했고, 김규식은 2월 4일에 민족자주연맹의 상무위원회를 소집하여 이 문제를 토의했다. 그리고 이튿날 김구와 만나 협의한데 이어 2월 6일에는 두 사람이 함께 국제호텔을 방문하여 메논 의장, 호세택 사무국장, 그리고 오스트레일리아 대표인 잭슨(S. H. Jacson) 제2분과위원장과 회담을 가졌다.61)
유엔위원단은 2월 6일 오후에 열린 제11차 전체회의에서 메논과 호세택을 유엔소총회(임시위원회)에 업무를 보고하고 앞으로의 활동에 대한 훈령을 받아오도록 레이크석세스의 유엔 본부로 파견하기로 결의했다.62)
이승만은 유엔위원단의 의견 불일치로 총선거가 지연되는 것이 여간 초조하고 불안하지 않았다. 이 무렵 그는 일찍이 감옥에서 고문의 후유증으로 생긴 버릇대로 연방 손가락을 후후 불고 있었다. 그는 2월 9일 오전에 호세택의 초청으로 국제호텔로 가서 장시간 요담하고 나서, 오후에는 부부 동반으로 김규식의 집을 방문했다.63)
2월 10일은 음력으로 정월 초하루였다. 유엔위원단의 의장대리를 맡은 중국대표 유어만은 이승만, 김구, 김규식 세 사람을 오찬에 초대했고, 오후에는 세 사람이 함께 국제호텔을 방문하여 메논과 호세택 등 유엔위원단 멤버들과 장시간 회담했다64). 그러나 세 사람의 주장은 접점을 찾을 수 없었다. 이때부터 김구의 정치행로는 이승만과 같이 걷던 방향에서 김규식의 방향으로 옮겨지게 되었다.⊙
1) 《朝鮮日報》1947년 11월21일자, <하中將人民의 自重要望>. 2) 《東亞日報》1947년 11월22일자, <유엔과 協議爲해 選擧가 時急>.
3) 《京鄕新聞》1947년 11월27일자, <爲先自律로 選擧>. 4) 《東亞日報》1947년 11월28일자, <朝鮮의 總選擧는 유엔指示下에 實施>.
5) 《구약성서》, <창세기>, 25: 29~34. 6) 《東亞日報》1947년 12월6일자, <南北統一爲해 總選擧>.
7) Langdon to Marshall, Dec. 6, 1947, Foreign Relations of the United States(이하 FRUS) 1947, vol.Ⅵ, Government Printing Office, 1972, p.871. 8) 차상철,《해방전후 미국의 한반도정책》, 지식산업사, 1991, pp.179~180. 9) Eisenhower to Marshall, Dec. 3, 1947, FRUS 1947, vol.Ⅵ, p.868. 10) Memorandum by Saltzman to Marshall, Dec. 4, 1947, FRUS 1947, vol.Ⅵ, pp.869~870. 11) Marshall to Eisenhower, Dec. 4, 1947, FRUS 1947, vol.Ⅵ, p.870. 12) 차상철, 앞의 책, p.180.
13) 《朝鮮日報》1947년 12월9일자, <“朝鮮의 國民代表는 國聯委監視下의 被選者 뿐”> ; Langdon to Marshall, Dec. 7, 1947, FRUS 1947, vol.Ⅵ, pp.871~872. 14) 《東亞日報》1947년 12월17일자, <過去의 言約不履行으로 유엔選擧도 保障難>.
15) 《京鄕新聞》1947년 12월19일자, <하지中將聲明으로 疑惑은 一掃>. 16) 《京鄕新聞》1947년 12월13일자, <遠來의 外賓接待에 萬全>. 17) 《東亞日報》1947년 12월20일자, <유엔委員團에 協助할 民族代表團을 結成>. 18) 《서울신문》1947년 12월16일자, <總選擧에 參加, 韓獨黨態度決定> ;《朝鮮日報》1947년 12월16일자, <全國選擧에 參加, 韓獨黨中執決議>.
19) 《朝鮮日報》1947년 12월23일자, <目標는 統一政府>. 20) 《京鄕新聞》1947년 12월16일자, <合作委員會解體>. 21) 《東亞日報》1947년 12월16일자, <合委遂解體>. 22) 《서울신문》1947년 12월14일자, <南北統一總選擧에 北朝鮮同胞도 參加要望>. 23) 《朝鮮人民報》1946년 5월14일자, <南朝鮮單獨으로 政府樹立企圖?> ;《東亞日報》1946년 5월17일자, <單獨政府는 浪說>. 24) 安在鴻, <民政長官을 辭任하고>, 安在鴻選集刊行委員會 編,《民世安在鴻全集(2)》, 知識産業社, 1983, p.271.
25) 《東亞日報》1947년 12월24일자, <南朝鮮만 選擧해도 單獨政府는 아니다>. 26) 《京鄕新聞》1947년 12월27일자, <大同靑年團各道支部長, 李博士를 訪問>. 27) 《獨立新報》1947년 12월17일자, <金博士의 聲明은 單政의 露骨的表現> 및 12월19일자, <民聯構成의 龜裂> 28) 《서울신문》1947년 12월20일자, <分裂엔 不贊成>. 29) 《朝鮮日報》1947년 12월21일자, <『民聯』結成大會擧行> ;《서울신문》1947년 12월23일자, <民族自主聯盟結成式盛大히 擧行>. 30) 우사연구회 엮음, 서중석 지음,《우사 김규식 생애와 사상② 남·북협상》, 한울, 2000, p.99.
31) 《獨立新報》1947년 12월21일자. <民族自主聯盟遂發足> ; 宋南憲,《解放三十年史①》, 成文閣, 1976, pp.355~358. 32) 《朝鮮日報》1947년 12월26일자, <民聯政治委員, 洪氏等七氏決定>. 33) 李庭植,《金奎植의 生涯》, 新丘文化社, 1974, p.175 ; 우사연구회 엮음, 서중석 지음, 앞의 책, pp.100~ 101. 34) 《서울신문》1948년 1월7일자, <中央委員15名, 民聯中執서 決定>. 35) 《朝鮮日報》1947년 12월21일자, <趙素昻氏政界隱退聲明>. 36) 《東亞日報》1947년 12월28일자, <國議民代合同>.
37) 《京鄕新聞》1947년 12월30일자, <民代國議八日合同大會>. 38) 《東亞日報》1948년 1월7일자, <名目的合同中止코 國權回復에 邁進>. 39) 《朝鮮日報》1948년 1월10일자, <合同에 便法> 및 1월11일자, <合同後의 國議>. 40) 《東亞日報》1948년 1월9일자, <朝鮮의 民主獨立達成에 偉大한 業績 남기라> 41) 《京鄕新聞》1948년 1월9일자, <해점은 어둠속에 衝天한 歡呼聲>. 42) 《東亞日報》1948년 1월15일자, <宿願達成의 希望에 넘처 五十萬群衆熱狂의 歡迎>.
43) 《朝鮮日報》1948년 2월5일자, <메논氏議長으로 正式就任>. 44) 《京鄕新聞》1948년 1월21일자, <메논議長, 하將軍을 訪問>. 45) 《朝鮮日報》1948년 1월25일자, <北朝鮮入境拒否, 蘇外相代理正式通告>. 46) 《朝鮮日報》1948년 1월18일자, <國聯委兩分委를 設置>. 47) Robert T. Oliver, Syngman Rhee and American Involvement in Korea 1942-1960, Panmun Book Company LTD, 1978, pp.126~127. 48) CIC Weekly Information Bulletion no.41(1948.2.2).
49) 毛允淑,《回想의 窓가에서》, 河西出版社, 1980, p.219. 50) 《朝鮮日報》1948년 1월24일자, <協議對象九氏를 選定>. 51) 《朝鮮日報》1948년 1월27일자, <李博士를 筆頭, 金九氏도 會見> ;《東亞日報》1948년 1월27일자 <最初로 李博士招請>.
52) 《朝鮮日報》1948년 1월28일자, <南北要人會談> ;《東亞日報》1948년 1월28일자 <南北要人會談主張>. 53) 《朝鮮日報》1948년 1월28일자, <南朝鮮中央政府, 統一可能性前提하라> ;《東亞日報》1948년 1월28일자 <蘇入境拒否對策, 유엔小總會에서 再審하라>. 54) 《朝鮮日報》1948년 1월30일자, <南北統一選擧는 原則> ;《東亞日報》1948년 1월30일자 <金性洙氏의 協議, 長時間意見交換>. 55) 《서울신문》1948년 1월29일자, <國聯任務怠慢치 말라>.
56) 《東亞日報》1948년 1월30일자, <金九氏談話에 對한 各界反響>.57) 《東亞日報》1948년 1월16일자, <張氏事件眞相發表하라>. 58) 《東亞日報》1948년 1월17일자, <張氏事件의 連累者金錫璜氏遂被逮>. 59) 《東亞日報》1948년 1월30일자, <撤兵과 南北會談說은 蘇聯主張을 代辯> ;《朝鮮日報》1948년 1월30일자, <非現實的陳述>.60) 《東亞日報》1948년 1월30일자, <金九氏談話에 대한 各界의 反響> ;《朝鮮日報》1948년 1월30일자, <非現實的陳述>. 61) 《朝鮮日報》1948년 2월7일자, <南北會談召集, 兩金氏朝委에 提案> ;《京鄕新聞》1948년 2월7일자, <金九氏와 金博士, 委員團訪問要談>. 62) 《朝鮮日報》1948년 2월8일자, <朝委業務小總會에 報告>. 63) 《東亞日報》1948년 2월10일자, <메논胡兩氏李博士와 要談> ;《朝鮮日報》1948년 2월11일자, <李·金兩博士, 三淸莊서 長時間要談>. 64) 《京鄕新聞》1948년 2월12일자, <三領袖同道朝委訪問> ;《東亞日報》1948년 2월12일자, <三氏合意는 未達, 今明間聲明發表>.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