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47년 9월 22일에 방한한 드레이퍼 미(美)육군차관과 미군정부(美軍政府) 간부들과의 회의에서는 이승만(李承晩)에 대해서도 집중적으로 논의했다. 한국문제가 유엔총회로 넘어가자 한국국민 대표 파견문제가 국민의 관심사가 되었다. 우익 정당 단체들은 일제히 이승만을 국민대표로 추대하기로 결의했다.
남로당(南勞黨)에 포섭된 마포장 경비 순경들이 이승만 암살을 모의한 사건이 적발되기도 하여 이승만은 거처를 이화장(梨花莊)으로 옮겼다. 이때부터 이화장은 그의 보금자리가 되었다.
이승만은 과도정부가 비밀히 작성한 「시국대책요강(時局對策要綱)」을 입수하고, 그것이 미군정부의 군정연장 획책이라면서 맹렬한 반대 캠페인을 벌였다.
유엔총회가 총선거를 감시할 유엔한국임시위원단 설치를 결의하자 정국(政局)은 다시 동요했다.
여름 동안 소원해졌던 이승만과 김구(金九)의 관계는 유엔총회의 결의로 다시 긴밀해졌다. 그에 따라 국민의회와 민족대표자대회의 합동작업이 급속히 추진되어, 12월 3일에는 공동협상서가 발표되었다. 그러나 두 단체의 합동작업은 12월 2일에 발생한 한민당 정치부장 장덕수(張德秀) 암살사건의 여파로 벽에 부딪혔다.
1. 李承晩을 유엔總會에 파견할 國民代表로
1947년 9월 22일에 미 육군부의 신임 차관 드레이퍼(William H. Draper, Jr.) 장군 일행이 서울에 도착했다.1) 독일 주둔 미군사령관의 경제고문으로서 독일 경제재건 계획 작업을 주도하던 드레이퍼는 8월 30일에 육군부의 점령지역 담당 차관으로 임명되어 일본과 한반도의 상황을 조사하기 위하여 두 나라를 방문한 것이었다. 8월에 웨드마이어(Albert C. Wedemeyer) 사절단이 다녀가고 한 달밖에 되지 않은 시점이었으나, 미소공위가 사실상 결렬되고 한국문제가 유엔총회로 이관되는 등 국제적 환경이 격변하는 상황이었으므로 드레이퍼의 방한은 중요한 관심사가 아닐 수 없었다.
“美軍이 철수하면 李承晩은 15분도 못 버텨”
드레이퍼 일행과 하지를 비롯한 미군정부 간부들은 이튿날 바로 회의를 열었다. 회의에서는 미군 진주 이래 한국의 정치상황, 특히 모스크바협정을 둘러싼 한국정파들의 대립과 모스크바협정을 실현시키기 위한 미군정부의 고충 등에 대한 설명과 경제재건, 미군철수 문제 등 광범한 현안들이 논의되었다. 그 가운데에서 특히 눈길을 끄는 것은 이승만에 대한 것이었다. 하지는 작심하고 이승만에 대한 감정을 드레이퍼에게 털어놓았다. 하지와 그의 정치고문 제이컵스(Joseph E. Jacobs)는 먼저 워싱턴에 있는 한국위원부(Korean Commission)가 얼마나 해롭고 위험한 존재인가를 역설했다. 하지는 이들이 “거짓말하기를 주저하지 않는” 영리집단이고, 이승만은 그러한 이들의 말을 국내정치에 이용한다는 것이었다. 하지는 이승만이 연초에 미국을 방문하여 맨 먼저 한 일이 자기를 공산주의자로 몰아 경질시키려고 한 것이었다고 말했다.
드레이퍼와 하지의 다음과 같은 대화는 하지의 이승만에 대한 감정이 어떤 상태였는지 짐작하게 한다. 드레이퍼가 물었다.
“물론 미군이 철수한다면 그는 오래가지 못하겠지요. 그렇잖아요?”
“15분도 버티지 못할 것입니다. 그는 그 사실을 알고 있고, 한편으로는 점점 더 필사적이 되어 가고 있습니다. 그리고 그의 아내는 계속해서 그를 부추깁니다. 그녀는 작은 암여우 같은 오스트리아 여성입니다. 우리는 이따금 그녀가 러시아의 급여를 받고 있지 않은지 의심스러울 때가 있습니다. …”
드레이퍼가 이승만과 김구는 잘 협력하느냐고 묻자, 하지는 그것은 그들이 하려는 일에 달렸다고 말하고, 지금은 두 사람이 결별했다고 말했다.
하지는 이승만의 말에 따르면 자기는 ‘트루먼 독트린’이나 ‘마셜 플랜’도 반대하는 사람이라고 비꼬면서, 남한 주둔 미군사령관으로서 직무를 수행하는 데 고충이 많다고 불평하고, 자기를 사령관 자리에 계속 있으면서 한국인들을 상대하게 하려면 행정부의 확고한 지지가 있어야 한다고 강변했다. 드레이퍼는 그럴 것이라고 장담했다.
“李承晩은 노련한 政略家이군요!”
하지는 지난 7월에 자기의 정책이 미국정부의 정책에 위반되기 때문에 더 이상 지지할 수 없다고 한 이승만의 성명에 대해 반박성명을 발표해 줄 것을 국무부에 요망했으나 국무부가 이를 거부했던 일을 상기시켰다. 성명서 대신에 하지 장군이 자신에게 주어진 명령을 잘 수행하고 있다고 이승만에게 전하라는 마셜(George C. Marshall) 국무장관의 훈령에 따라 하지와 제이컵스는 함께 이승만을 만났는데, 이승만은 이 회합까지도 정치적으로 이용했다고 하지는 말했다. 이승만은 국무장관으로부터 온 중요한 전보와 관련된 대단히 중요한 비밀사업과 관련하여 하지 장군과 제이컵스를 만났다고 발표했다는 것이었다. 이 말은 물론 과장된 말이었다.(《月刊朝鮮》2012년 2월호, <美蘇共同委員會에서 유엔總會로>참조) 이에 대해 드레이퍼는 “그는 노련한 정략가이군요” 하고 말했다.
드레이퍼는 남한 주민들이 어느 정도 이승만을 지지하겠느냐고 물었다. 제이컵스는 우익들은 미국이 지원하는 사람이면 그가 누구이든지 지지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자 미소공위 미국쪽 수석대표인 브라운(Albert E. Brown) 소장이 이의를 제기했다. 그는 “이승만은 오늘날 전국적으로 인기있는 유일한 지도자입니다” 하고 말했다.
하지는 한국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두 가지 방안이 있다고 말했다. 하나는 미국이 한국으로부터 철수하는 것으로서, 그것은 빠르면 빠를수록 좋고, 다른 하나는 미국이 앞으로 적어도 5년 동안 남한에 주둔하여 남한의 발전을 위하여 실지로 적극적인 노력을 하기로 결심하는 것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하지는 자신은 미국의 체면을 손상시키지 않고 한반도로부터 미소 양국이 동시에 철수하는 방안이 더 바람직하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 문제와 관련하여 브라운은 이승만이 남한의 완전한 주권을 바란다고 말했다.2)
하지와 제이컵스의 매도에도 불구하고 이승만에 대한 드레이퍼의 관심은 유엔총회를 통한 한국정부 수립이라는 정책전환에 따라 이 시점에는 이미 미국정부가 이승만을 그 정부의 중심인물로 고려하고 있었음을 시사하는 것이다.
드레이퍼 일행은 9월 24일에는 강원도 토성면(土城面)의 38도선 일대를 시찰하고, 이튿날 출국했다.3)
유엔總會에 韓國人代表로 누구를 보낼 것인가?
도하 신문들이 연일 유엔총회 뉴스로 도배를 하고 있는 흥분된 분위기 속에서 정가의 관심사는 단연 한국문제가 토의되는 유엔총회에 한국인 대표로 누구를 파견할 것이냐 하는 문제였다. 한국문제의 유엔 이관에 대한 소련의 부정적인 태도로 보아 대표파견이 쉽지 않을 것이 예견되는데도 불구하고, 또 미국과 미군정부의 방침이 어떤 것인지도 아랑곳없이 대표선정 문제에만 관심이 쏠렸다.
조기 총선문제에 집착하고 있는 이승만은 이 문제에 대해서도 능란하게 대응했다. 그는 9월 20일에 다음과 같이 말했다.
“벌써 미국 친구들로부터 유엔 출마를 종용받고 있으나, 국내 문제가 더 시급하므로 떠나지 못하고 있다. 내가 가는 것이 필요하다면 떠나야겠지만 지금은 좀 더 고려중이다.”4)
9월 16일에 국민의회의 주석직 유임결의를 거부하는 단호한 성명을 발표한 이승만은 9월 17일부터 민족대표자대회를 중심으로 한 한민당, 한독당, 조선민주당 등 우익 정당 및 사회단체 대표들을 마포장으로 초청하여 대책회의를 열었다. 9월 23일에 독촉국민회 회의실에서 열린 애국단체연합국민회 준비에 관한 회의에서는 이승만을 유엔총회에 참석할 한국대표로 추대하기로 결의했다. 그리고 그것을 관철하기 위하여 중앙과 지방에서 국민대회를 열기로 하는 한편, 회의에 참가한 52개 정당 및 사회단체 연명으로 미 국무장관과 유엔총회 의장 및 사무총장에게는 전보로, 하지 중장에게는 편지로 이승만의 유엔총회 참석 조치를 요청하고, 과도정부 정무위원회와 과도입법의원에는 청원서를 제출했다.5)
한편 좌우합작위원회를 비롯한 중간파 대표들은 9월 26일에 사회민주당 회의실에 모여 입법의원 의장 김규식(金奎植)을 대표로 파견하기로 결의했다. 이밖에 국민의회 의장 조소앙(趙素昻)을 파견하자는 그룹도 있었다.6) 김규식은 그동안 중간파 그룹을 규합하여 민족자주연맹(民族自主聯盟)을 조직할 준비를 하고 있었다. 그는 10월 1일에 열린 민족자주연맹 발기인대회에서 “중간진영은 무엇을 할 것인가? 좌우익의 합작도 중하거니와 이보다 더 긴급히 요청되는 것은 우선 중간진영의 단결이라고 생각한다. 중간진영의 단결조차 얻지 못하면서 어찌 좌우합작을 바랄 수 있으랴. 그러므로 좌우합작은 제2의 과제이고 우중좌(右中左)의 각층은 각기 진영의 결속을 성취한 연후에 이 삼자가 한데 뭉쳐 숙망의 민족통일을 기하고자 한다”라는 요지의 연설을 했다.7)
“우리끼리라도 總選擧 실시해야”
이승만은 직계 조직을 총동원하여 선거채비를 서둘렀다. 민족대표자대회가 조직한 총선거대책위원회는 9월 30일부터 사흘 동안 독촉국민회 회의실에서 각 도지부위원장회의를 열었다. 회의 참석자들은 10월 1일에 마포장을 방문하여 이승만에게 지방 실정을 보고한 다음, 오후 2시부터 입법의원에서 통과된 선거법과 관련하여 토의했다.8)
이와 병행하여 10월 3일부터 사흘 동안 독촉국민회의 면지부 이상 전국지부장회의가 천도교 강당에서 개최되었는데, 첫날 회의에는 700여명의 대표들이 참가했다. 회의는 이승만을 한국대표로 유엔총회에 파견할 것과 10월 12일을 기하여 전국 각 도시에서 국민대회를 개최할 것을 결의했다.9)
이튿날 마포장을 방문한 대회 참석자들에게 이승만은 총선거 문제에 대하여 자기의 지론을 다시금 강조했다.
“총선거 날짜를 당국은 끌고 있는데, 그냥 있으면 언제 결정이 날 것인지 모르겠으니 하지 중장에게 요청할 것이요, 우리의 요청을 들어주지 않을 때에는 우리끼리라도 이를 실시해야 하겠다. 이리하여 우리 정부를 수립하고 국권을 회복하여 각국이 모이는 자리에서 우리의 입장을 밝힐 필요가 있다.”
유엔 총회에 참석할 대표 문제에 대해서는 이승만은 다음과 같이 말했다.
“유엔 대표로는 정부에서 가야 하지만 우리는 지금 정부가 없으니만큼 민족을 대표하는 곳에서 파견해야 할 것이다. 그러므로 미국이나 소련이 보내는 것은 우리의 대표라 할 수 없으니 우리의 대표는 우리가 파견해야 할 것이다.”10)
미군정부의 권위를 무시하는 듯한 이승만의 이러한 발언은 미국의 유엔대표 오스틴(Warren R. Austin)이 9월 28일에 리(Trygue Lie) 유엔 사무총장에게 남한의 미군정 아래서 한국민을 정식으로 대표하여 발언할 권한을 가진 한국인 대표자는 첫째는 민정장관이고 둘째는 과도입법의원밖에 없다는 것을 유엔총회 회원국 대표들에게 통고해 달라고 요청한 편지에 대한 반박이었다. 오스틴의 편지는 국내 신문에도 크게 보도되었다.11)
독촉국민회 전국지부장회의의 셋째날 회의는 부차장 이상 중앙간부의 총사직을 결의했다. 회의는 새로 신익희(申翼熙)를 위원장, 백남훈(白南薰)과 명제세(明濟世)를 부위원장으로 선출하고, 나머지 간부는 전형위원을 구성하여 정부위원장들과 협의하게 했다.12) 그러나 총재인 이승만은 긴박한 때에 백남훈이 부위원장직을 고사하는 등으로 조직이 흔들리는 것이 못마땅했다. 그는 10월 6일 오후에 마포장을 방문한 전형위원들에게 국내정세가 미묘한 이때에 간부개편 문제로 시일을 허비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면서 간부개편 문제를 유보시켰다. 그리하여 지부장회의는 10월 7일에 다시 속개하여 부차장들의 사표는 기각하고, 오세창(吳世昌)을 위원장으로, 명제세, 백남훈, 신익희, 이윤영(李允榮), 배은희(裵恩希) 5명을 부위원장으로 새로 선출했다. 그것은 결국 부위원장 2명을 보선한 데 지나지 않는 것이었다.13)
李承晩을 正使, 趙素昻을 副使로
10월 5일에는 국민의회와 애국단체연합회가 주최하는 ‘한국독립문제 미국 마셜 경 제안 달성 국민대회’라는 긴 이름의 대규모 군중집회가 서울운동장에서 열렸다. 우익청년단체들을 비롯하여 각종 사회단체가 동원한 사람들로 오랜만에 서울운동장은 발 디딜 틈이 없었다. 국민의회 의장 조소앙의 개회사에 이어 김구의 치사가 있었는데, 이때에 김구의 연설은 이승만의 주장과는 대조적으로 미소공위 소련쪽 수석대표 슈티코프(Terentii F. Shtykov)의 미소 양군 동시철수 제안을 찬성하는 내용이어서 눈여겨볼 만하다.
“미소공위 소련대표가 저간 미소 양군 철퇴를 제의한 데 대하여 나는 찬성하며 기뻐한다. 그것은 즉 남북통일 방법으로는 다른 좋은 방법이 없을 줄로 생각하는 까닭이며, 소련이 이것을 선전만 하지 말고 북조선에서 우선 실천하기를 희망한다. 최근 북조선에 약 오십만의 인민군이 조직되어 있으니 남조선에서도 이에 대항할 준비를 하여야 한다는 설도 있으나, 이는 동족간의 유혈은 필연적인 사실이므로 나는 원치 않는 바이며, 그러니까 유엔총회에서 북조선의 무장을 총 해제하도록 하고, 자유로운 입장에서 남북을 통한 총선거를 실시하여 통일정부를 수립하고, 우리 국군을 설치하여야 할 것이다.
그리고 과거 소련과 다소 상반위(相反違)되는 점이 있었다 할지라도 조선의 통일정부 수립을 진실히 협조해 준다 할 것이면 앞으로는 연합국의 일원인 소련과도 손을 잡고 나아가야 할 것이다.”14)
그것은 슈티코프의 제안 직후에 그 제안의 이면에는 위험성이 있다고 부정적으로 반응했던 것과는 크게 달라진 주장이었다. 그러나 김구의 이러한 주장은 같은 시기에 유엔총회에서 전개되고 있는 미소 대표 사이의 첨예한 설전이 상징하는 현실과는 동떨어진 것이었다.
대회는 이어 엄항섭(嚴恒燮)이 낭독한 선언문을 채택하고 장덕수(張德秀)가 제의한 5개항의 결의문을 가결했는데, 결의문의 마지막 항목은 “본대회의 결의를 관철키 위하여 유엔총회에 정사 이승만, 부사 조소앙씨를 한국민족대표사절단으로 파견할 것”이었다.15)
“左右합작파와 總選반대파와는 같이 갈 수 없어”
10월 12일에는 예정대로 전국 각지에서 독촉국민회 주최로 유엔총회 대책 국민대회가 열려 이승만을 국민대표로 추대하기로 결의했다.16) 이어 10월 15일에는 한민당과 한독당을 위시한 50여 정당과 사회단체가 독촉국민회 회의실에서 연합회의를 개최하고 좌익의 폭동음모에 관련 있는 정당과 단체의 해체를 하지 중장과 경찰에 요청하기로 하는 한편, 민족대표 유엔파견 촉진위원회를 구성하고 그 위원으로 각 정당 및 사회단체대표 53명을 선정했다.17) 이러한 움직임은 10월 13일에 있었던 수도관구경찰청의 8·15를 전후하여 있었던 좌익정파들의 폭동음모 사건에 대한 수사결과 발표에 따른 것이었다.18)
이와 관련하여 흥미로운 것은 이승만이 김규식이나 조소앙과는 유엔특사로 같이 갈 수 없다고 천명한 사실이다. 이승만은 10월 16일에 귀국 2주년을 맞아 기자회견을 가졌는데, 국민의회에서는 조소앙을 부사로, 입법의원에서는 김규식을 부사로 보낸다는 설이 있다는 기자들의 질문에 다음과 같이 대답했다.
“민족대표는 민중의 의사를 대표하여야 할 것이다. 유엔에 나가서 좌우합작으로 정부를 세워야 한다고 주장한다든지 총선거를 반대한다든지 하면 민족의 의사를 무시하는 것이므로, 나는 이러한 의사를 가진 대표와는 동행할 수 없다. …”19)
민족대표 유엔파견 촉진위원회는 10월 17일에 독촉국민회 회의실에서 제1차 회의를 열어 위원장 명제세, 부위원장 김승학(金承學), 김형민(金炯敏) 등의 부서를 결정하고 재정대책 사업계획 등을 협의했다.20)
또한 과도입법의원도 10월 20일의 제157차 회의에서 민족통일총본부를 비롯한 71개 정당 및 사회단체가 제출한, 이승만을 한국민족대표로 유엔총회에 보내자는 청원을 재석의원 50명 가운데 가 34표, 부 7표로 가결하여 과도정부에 건의했다. 김규식을 대표로 파견하는 문제는 입법의원에서 공식으로는 거론되지 않았다.21)
金九와 브라운의 비밀회담
10월 5일의 국민대회에서 행한 김구의 연설은 새로운 상황을 맞아 한독당과 국민의회 그룹이 진로를 두고 고심하고 있었음을 보여준다. 한독당은 10월 15일과 16일에 임시중앙집행위원회를 개최했는데, 첫날 회의에서 한국민족대표자대회에 참여하고 있는 위원들과 상임위원 사이에 민족대표자대회와의 절연여부 문제를 두고 격론을 벌였다.22) 눈길을 끄는 것은 이날 저녁때 미소공위 미국쪽 수석대표 브라운 소장이 경교장을 방문하여 김구와 함께 자기의 관사로 가서 장시간에 걸쳐 회담한 사실이었다. 회담내용은 전혀 알려지지 않았으나, 일부에서는 이승만의 남한단독 총선거 추진주장과 깊은 관련이 있지 않은가 추측하기도 하고, 다른 일부에서는 민족자주연맹 결성준비를 하고 있는 김규식과 김구의 제휴 촉진과 관련이 있지 않은가 추측하기도 했다.23)
이틀에 걸친 한독당의 임시중앙집행위원회는 남북대표회의를 조직하여 (1)미소 양군의 철수에 의한 38도선의 타개, (2)남북통일선거의 절차와 집행, (3)국민의회의 완성, (4)중앙정부조직 등을 추진하기로 결의했다.24) 그러나 회의에서 결의했다는 남북대표회의의 조직이 구체적으로 무엇을 뜻하는지는 알려지지 않았다. 김구와 브라운의 비밀회담에서 논의된 것도 이 남북대표회의 조직 주장에 관한 것이었는지 모른다.
한편 국민의회 정무회는 10월 17일에 이승만의 남한단독정부수립 주장에 반대하는 담화를 발표했다.
“현재 우리가 지지하고 있는, 유엔에 제안된 한국독립문제가 속히 실현되기를 바라는 바이어니와 만일 불행히도 유엔에서 통과되지 못하거나 통과되고도 실행될 가능성이 없게 될 때에는 유엔은 당연히 우리 국민을 협조하여 우리가 이미 가지고 있는 대한민국 임시정부를 개편 강화하여서 우리의 자주독립정부가 되게 하여야 할 것이다. 그러나 남한단독정부를 운운하는 것은 사실(史實)과 민의를 무시할 뿐 아니라 한국의 분열을 조장하는 것밖에 없는 것이다.”25)
이처럼 이들은 이때까지도 대한민국임시정부의 법통에 대한 미련을 버리지 않고 있었다.
경비순경 모두가 南勞黨員
이런 와중에서도 이승만에 대한 테러공작 음모는 끊이지 않았다. 마포장으로 거처를 옮기고 얼마 지나지 않아서 또다시 이승만 암살음모 사건이 발각되었다. 범인들은 놀랍게도 마포장을 경비하는 순경 4명 전원과 한강가에 있는 남한강파출소 근무 순경 1명이었다. 이들은 모두 마포경찰서 소속의 현직 순경들로서 남로당에 포섭되어 입당해 있었다. 범행은 마포서장 윤우경(尹宇景)에 의하여 사전에 적발되었다.
일당을 검거한 이튿날에 열린 수도관구경찰청 산하 과서장회의에서 장택상 청장은 이색적인 훈시를 했다.
“마포장 경비 순경 전원이 공산당〔남로당〕에 가입하여 이승만 박사를 저격 살해할 음모를 꾸미고 있었던 사건을 검거했는데, 이것은 나의 운수도 아니요 윤 서장의 운수도 아니며, 남한에 단독정부가 수립되고 또 이 박사가 정권을 잡을 운명이라고 생각한다.”26)
이 무렵 미군첩보대(CIC)에는 이승만이 김구 그룹과의 관계 악화 때문에 김구 그룹쪽 누군가에 의한 자신의 암살 가능성을 우려하고 있다는 정보가 입수되기도 했다.27)
이 일이 있고 나서 윤우경은 집을 옮겨야 되겠다는 이야기를 여러번 했다. 게다가 여름별장으로 쓰던 집이어서 가을이 되면서 바람이 몹시 불어, 심할 때에는 방안에서도 외투를 입고 있어야 했다. 그러자 이승만 내외도 집을 옮겼으면 하는 이야기를 비서들에게까지 했다.
이때의 상황을 프란체스카는 올리버(Robert T. Oliver)에게 보낸 편지에 다음과 같이 썼다.
“이 박사는 심한 기관지염으로 누워 계시고 저도 좀 그렇습니다. 집은 난방이 되지 않고 전기난로 하나에 매달려 있는데, 그나마도 전류가 약해서 난로가 좀처럼 잘 데워지지 않습니다. 몸이 따뜻해질 때라고는 햇빛이 방안으로 들 때에 볕을 쬐는 것뿐입니다.”28)
晩年의 보금자리가 된 梨花莊
윤치영(尹致暎)은 승려이면서 이승만의 정치활동을 돕고 있던 백성욱(白性郁)의 주선으로 백성욱의 매부인 경성(京城)고무 사장 권영일(權寧一)과 의논하여, 전용순(全用淳), 신용욱(愼鏞頊), 홍찬(洪燦) 등 실업인 33명의 도움으로 이화동 1번지에 있는 김상훈(金相訓)의 집을 샀다.29) 후원자들은 이 집을 100만원 가까이 주고 구입했다.30) 이승만 내외는 마포장으로 이사온 지 두 달 만인 10월 18일에 이 집으로 이사했다.31)
이화장으로 불리게 된 이 집 일대는 조선 중종(中宗) 때의 학자 신광한(申光漢)의 옛 집터로서 ‘신대(申臺)’라고도 불리는 명승지였고, 인조(仁祖)의 셋째아들 인평대군(麟坪大君)이 살던 곳이기도 했다. 동대문〔興仁之門〕으로 이어지는 낙산(駱山) 기슭에 위치한 부지 1,821평의 이화장은 이승만 내외가 처음 입주할 때에는 방 셋밖에 없는 본채와 1935년에 지은 조그마한 정자가 하나 있을 뿐이었다. 이 정자는 이승만이 1948년에 조각 작업을 하던 곳이라고 하여 ‘조각당(組閣堂)’이라는 이름으로 보존되고 있다. 이승만은 1961년에 하와이로 망명할 때까지 이 집에서 살았는데, 이화장은 2009년 4월에 정부로부터 사적 제497호로 지정되었다.
이화장은 실업가 강익하(姜益夏)의 부인이며 사회사업가이자 교육가인 황온순(黃溫順)이 1931년에 이 일대의 땅 3,000평을 매입하여 개발한 곳이라고 한다.32) 이화장의 부지는 여섯 필지로 되어 있는데, 이승만의 대통령 재임기에도 그와 각별한 교분이 있었던 황온순은 남쪽 끝자락 땅 23평은 그대로 소유하고 있다가 이승만이 타계한 뒤에 그의 유족에게 소유권 이전 등기에 동의해 주었다.33)
이승만은 오랜만에 갖는 자기 집이라 집을 매만지고 정원을 가꾸는 일도 돈암장이나 마포장에서 했던 것보다 신이 나 보였다. 정원은 비탈진 바위언덕 아래로 회화나무, 단풍나무, 소나무, 주목, 산목련 등 자연생 수목이 우거지고 바위틈으로 개울물도 흘렀다. 프란체스카도 이러한 자연 경관을 무척이나 마음에 들어했다. 이승만의 ‘이화장’이라는 시에는 만년의 보금자리를 얻은 기쁨이 잘 드러나 있다.
梨花洞裏晝陰陰
鎭日鶯啼綠樹深.
隣寺水流僧不見
時間鐘磬出空林.
이화동은 낮에도 그늘지고 어두워
온종일 푸른 숲 깊이 꾀꼬리 운다.
이웃 절의 물은 흐르는데 중은 보이지 않고
이따금 종소리만 숲 사이로 울린다.34)
2. 時局對策要綱 파동과 12정당협의회
도쿄(東京)에서 발행되는 《패시픽 스타즈 엔드 스트라이프스(Pacific Stars and Stripes)》지 10월 18일자의 이승만 기사는 사람들을 깜짝 놀라게 했다. 그것은 서울발 INS통신 기사였는데, 내용은 소련은 남한의 우익 및 중간파 지도자들과 비밀히 협의하여 한국에 연립정부 수립을 기도하고 있다고 이승만이 말했다는 것이었다. 자유주의자이며 슈티코프와 종종 만나는 정안립〔鄭安立:본명 鄭永澤〕과 공산당 통역 손빈(孫彬)을 통하여 슈티코프가 그러한 제의를 했다고 했다.35) 그리하여 이승만과 슈티코프 사이에 모종의 교섭이 있어서 통일정부를 수립할 계획을 결정했다는 풍설이 퍼졌다. 그것은 이승만의 권위를 손상시키는 풍설은 아니었다. 이승만은 그것이 별로 대수로운 이야기가 아니라는 듯이, 그러나 아주 자세하게 풍설을 부인하는 담화를 발표했다.
슈티코프가 李承晩에게 교섭했다는 풍설 퍼져
“슈티코프 장군이 나에게 교섭했다는 보도는 별로 중요한 사건이 아니다. 정안립이 손빈과 함께 나에게 와서 내가 청하면 남한에서 모모 최고지도자와 북한에서 김일성(金日成), 박헌영(朴憲永), 조만식(曺晩植)까지 데려다가 남북통일 총선거를 하기로 협의가 다 되었다 하며 영문으로 타이프한 글을 가지고 와서 내게 보이며 내가 이 계획을 지지하는 문자만 써 주면 자기들이 곧 평양으로 가서 여러 지도자들을 데려올 것이며, 또 이미 하지 중장과도 협의가 되어 허가증을 주기로 내락되었다 하였으나, (나는)당국에서 무슨 신적(信跡)이 있기 전에는 중요시할 수 없다 하였고, 추후에 들으니 하지 중장도 전혀 모르는 일이라 하는 터인즉 이 사건에 대하여 내가 아는 것은 이것뿐이다.”36)
정안립은 남북한의 인구 300만명당 1명의 비율로 남한에서 이승만, 김구, 김규식, 안재홍(安在鴻), 박헌영 또는 허헌(許憲), 장건상(張建相), 정안립 7명과 북한에서 김일성, 김두봉(金枓奉), 조만식 3명이 참가하는 10명의 남북지도자협의회를 구성하여 총선거를 치르자고 주장했다.37) 한독당의 임시중앙집행위원회가 남북대표회의를 조직하기로 결의한 것도 이러한 움직임과 관련이 없지 않았던 것 같다.
이 시기에 남로당의 책임자였던 이주하(李周河)에 따르면, 정안립은 남로당에 대해서도 자기가 북한에 가서 북한지도자들과 협상할 수 있도록 자기에게 위임장을 써 주도록 요청했으나, 남로당은 이를 거부했다. 이주하는 “이 제안은 명백히 외국 군대의 철수 주장을 무력화시키고 남조선에 단독정부를 수립할 필요성이 있다는 점을 보여주기 위하여 고안된 것이었다”라고 단언하고 있어서 눈길을 끈다. 이주하는 그러면서 “많은 사람들이 남북조선대표자들의 협의회를 통하여 민족통일을 달성할 수 있을 것이며 조선인민 자신이 자신의 정부를 수립할 수 있을 것이라는 환상을 가지고 있었다”라고 기술했다.38)
정안립 등의 움직임은 미군정부 정보기관에도 포착되어 조사를 받았다. 제이컵스는 이러한 사실을 10월 8일에 마셜 장관에게 보고하면서, 이 계획의 목적은 이러한 지도자들의 협의를 통하여 한국을 통일시키는 계획을 수립하여 미소공위에 제출하고 미소공위로 하여금 이 통일계획을 4개국 정부에 제출하여 승인을 받게 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제이컵스는 정안립이 10월 2일에 미소공위 소련대표단의 마슬로프(Maslov)를 만난 사실을 적시하면서 그 계획의 기원은 소련이라고 단정했다.39)
정안립은 11월 1일에 남북통일기성회를 결성하고, 자신이 회장이 되고 조소앙과 장건상을 고문으로 발표했으나,40) 별다른 활동을 하지 못했다. 그리하여 남북지도자협회 계획은 해프닝으로 끝나고 말았다.
國民大會에서 하지에게 중도정당 해산시키라고
이승만 그룹은 수도관구경찰청의 8·15를 전후한 좌익폭동음모 사건 수사 발표를 빌미로 하여 좌익과 좌우합작파, 임시정부법통파 등 반대파들을 규탄하고 소련을 공격하면서 총선거를 촉구하는 캠페인을 벌였다. 그 하이라이트는 10월 26일 오후에 남산공원에서 열린 국제음모규탄 및 총선거촉진국민대회였다. CIC의 보고에 따르면 대회에는 5만명 가량의 군중이 모였다. 대회에서는 남로당의 매국적 행동을 규탄하는 결의문, 유엔총회에 보내는 보고문, 소련정부에 보내는 항의문 등의 채택에 이어 하지 장군에게 보내는 두 가지 요구사항이 채택되었다. 그 가운데 하나는 12월 1일 이전에 총선거를 실시하라는 것이었고, 다른 하나는 모든 중도파 정당들을 해산시키라는 것이었다.
대회는 미 국무부에 보내는 편지, 중간파 동향에 대한 보고와 결의문 채택, 반탁투쟁 경과보고, 미국, 영국, 중국에 대한 감사문 낭독 등 다양한 순서로 진행되었다. 군중으로부터 안재홍 민정장관의 사임을 요구하는 긴급동의가 있어서 임석한 경찰관과 실랑이 끝에 그대로 채택되었다. 안재홍의 사임을 요구하는 이유는 안재홍이 입법의원의장 김규식과 사법부장 김병로(金炳魯)와 연서로 군정연장 청원서를 미군정부에 제출했기 때문이라는 것이었다. 같은 내용의 전단이 장내에 뿌려지기도 했다. 군중이 동요했을 것은 당연하다. 이채로운 것은 남로당 중앙위원이던 박일원(朴馹遠)이 등단하여 8·15폭동음모의 진상을 자신이 체험한 대로 설명하고 민족적 양심에서 탈당했다고 한 연설이었다. 이윤영, 박순천(朴順天), 명제세 등의 연설이 이어졌고, 대회는 오후 6시가 넘어서야 끝났다.
CIC의 보고서는 “이승만은 평소처럼 대회장에 나타나지 않았으나 정신적으로 그 자리에 있었던 것은 의심의 여지가 없다”고 기술했다. 이 보고서에 따르면, 이승만은 이날의 행사를 전날 워싱턴의 한국위원부에 알렸는데, 대회가 채택한 결정서들의 영역문은 그의 타이프라이터로 제작하고 그의 등사기로 인쇄한 것이었다.41) 이처럼 CIC는 이승만의 편지를 검열하느라고 그의 타이프라이터 글자체까지 파악하고 있었다.
10월 마지막 주에는 독촉국민회 지방지부 주최로 비슷한 집회가 지방에서도 개최되었다. 개성에서 열린 총선거추진국민대회에는 16개 단체에서 1만명가량의 군중이 동원되었고, 진주에서 열린 국민대회에는 5,000명가량이 참가했다.42)
‘怪文書’ 「時局對策要綱」의 수수께끼
10월 26일 남산공원 국민대회에서 사퇴요구를 받은 안재홍은 29일의 기자회견에서 다음과 같은 담화를 발표했다.
“지난번 국민대회 회장에서는 본관과 입법, 사법 양 수뇌자가 연서로써 군정연장 청원서를 제출하였다고 선전하는 자가 있으나 이는 비민주적인 정권쟁탈의 모략인 것이며 비굴한 책동인 것이라 할 것이다.”43)
그러나 그것은 안재홍이 그처럼 매몰차게 공박할 만큼 터무니없는 것은 아니었다. 그것은 9월 25일부로 과도정부 정무위원회가 서명한 「남조선 현정세에 대처할 조치요강」이라는 문건을 두고 하는 말이었다. 이때까지 이 문건은 알려지지 않고 있었다.
이승만 직계 정파들과 사회단체들의 공격이 시작되었다. 독촉국민회, 조선민주당, 한국민주당, 서북청년회 등 15개 정당 및 사회단체는 11월 3일에 “남조선과도정부 정무위원회에서 일치 가결되고 또 도지사와 부처장의 합동회의에서 이의없이 통과된 것이라는 첨서가 있는” 이 ‘괴문서’에 “민족적 정기에서 용서할 수 없을 뿐 아니라 한민족의 의사에 위반되는 문구가 있다”는 공동성명을 발표했다. 시국대책요강 가운데 다음과 같은 조목이 들어 있다는 것이었다.
(1)[제2조 제2항 제2목] 남한의 애국자들은 군정부를 한국독립을 준비하며 완성하는 수단과 기관으로 신뢰하며 애호할 뿐만 아니라 한국의 진정한 통일이 군정부의 노력에 의하여 또 그 배후세력에 의하여 성취될 것을 믿는다.
(2)[제2조 제2항 제3목] 그러므로 우리 3천만 한인은 군정부를 그들의 사실상의 정부로 여기며 또 여겨야 될 것이다. 군정부에 충성하며 협력하여 이것이 강력하게 되어 형식상 또 사실상 우리 정부로 변형되도록 함이 우리의 사무이다.
(3)[제2조 제3항 제1목] 미군사령관이 남한에서 주권을 장악한다. 그리고 그가 제3자의 입장에서가 아니라 우리의 민족적 입장에서 주권을 행사하기를 우리는 그에게 기대한다.
위의 세 가지 조항은 영문으로 번역된 「시국대책요강」 4개장 33개항목 가운데에서 뽑아서 우리말로 다시 번역한 것이었다.
金性洙가 밤중에 梨花莊으로 달려와
성명서는 이러한 항목은 민족정기에서 용서할 수 없는 언어도단이라면서 다음과 같이 선언했다.
“우리는 이 사실을 만천하에 공개하는 동시에 위의 조항은 한민족의 의사에 절대로 위반됨을 국제적으로 표명하며, 아울러 그 문자가 작성된 목적을 규명하여 관계자에게 책임을 추궁코자 하는 바이다.”
이러한 성명과 함께 우익 단체들은 유진산(柳珍山) 등 네 사람으로 하여금 안재홍에게 시국대책요강의 작성권한 근거, 작성의도, 사용된 방면, 위의 3개조항에 대한 해명을 11월 5일까지 회답하라는 편지를 전하게 했다.44)
「시국대책요강」은 경무부장 조병옥(趙炳玉)이 작성한 것이었다. 안재홍의 비서관인 이교선(李敎善)으로부터 영문 번역문을 입수한 이승만은 격노하여 문제의 부분을 번역하여 독촉국민회 인사들에게 주면서 독촉국민회로 하여금 조병옥을 매장하는 규탄대회를 열도록 할 계획이었다. 그러나 밤중에 달려온 한민당 위원장 김성수(金性洙)의 부탁으로 조병옥 개인에 대한 규탄은 보류되었다. 김성수는 윤석오(尹錫五) 비서를 이화장 밖 개천가로 불러내어 “사람은 살려놓고 봐야 할 것이니, 이 박사에게 재고하시도록 자네가 특별히 여쭈어 주게”라고 부탁했고, 윤석오는 이승만에게 조병옥을 불러서 꾸짖는 것이 어떻겠느냐고 건의했다. 이승만은 조병옥의 장인 친구였다. 조병옥은 평소에 이승만이 귀여워하는 자기 부인을 대동하고 이화장을 방문하여 사과했다고 한다.45)
“軍政연장 策謀한 사실 있다면 용서 못해”
「시국대책요강」은 어런더런한 정국에 또하나의 큰 충격이 아닐 수 없었다. 김구는 “원문을 보지 못했기 때문에 뭐라고 말할 수 없다”고 전제한 다음, “만일에 군정연장을 책모한 사실이 있다면 민족적 정신으로 도저히 용서할 수 없는 일이다”라고 잘라 말했고, 한독당은 “주권문제의 신성성을 침범했다는 것은 수정 정도가 아니라 완전히 취소하고 민족 앞에 사과해야 한다”라는 격렬한 반응을 보였다. 한편 안재홍과 같이 「시국대책요강」에 서명했다고 알려진 김규식은 “나는 아무런 관련도 없을뿐더러 그 내용도 모르므로 아무 말도 할 수 없다”라면서 말을 아꼈다. 이에 대해 독촉국민회는 “우리가 이상히 생각하는 것은 입법의원에서 이것을 모르고 있었다는 점이니, 입법의원 제공은 감연히 궐기하여 민족정기에서 규탄의 화살을 들어야 할 것이다”라고 촉구했다.46)
안재홍은 11월 5일에 이 「시국대책요강」은 “9월 하순에 미소공위에 의한 남북통일정부의 출현이 지연필지인 정세하에서 그 응급대책으로 작성된 것이다”라는 설명과 함께 「시국대책요강」 전문을 발표했다.47)
안재홍은 이어 서울중앙방송국의 라디오방송을 통하여 시국대책요강의 작성동기와 그 내용을 자세히 설명하고, 다음과 같이 덧붙였다.
“8·15이후 이미 삼십삭을 바라보는데, 남북분단 점령은 말할 것까지도 없고, 지금까지 우리들의 한 일은 결국 좌우대립에 의한 동족상잔이었고, 지금의 형세로는 좌방(左方)의 세력이 꺾인 줄로 여기나 표면에 나타나지 못하는 대신 그것이 잠행적으로 지하운동으로 발전되고 있는 이때이다. 사상은 사상으로써 싸워서 극복한다는 것은 변치 못할 원칙이다. 그런데 이러한 국내의 큰 문제와 또 급박한 국제정세의 밑에 우파진영 안에서의 투쟁은 매우 명확한 사실에 의거하여서 부득이한 경우에서만 이것을 단행하는 태도를 가질 것이다. 본인에 대하여서도 많은 모략선전 있는 것을 듣고 있으나, 본인은 변함없는 민족독립국가 완성을 위하여 생명을 걸고 노력하는 자이다. 이 점 너무 걱정 말아 주시기를 바란다.”48)
이승만은 당장은 언급을 회피했으나 그것은 하지의 의중을 반영한 것이라고 판단했다. 하지의 의중이란 드레이퍼 차관에게 말한 한국문제 해결의 두 번째 방안, 곧 앞으로 5년 동안 미군이 남한에 주둔해서 남한의 발전을 위하여 적극적으로 노력하는 경우를 뜻하는 것이었다. 이승만은 「시국대책요강」이 그러한 방안을 전제로 하여 작성된 시안이라고 의심했던 것이다. 그것은 물론 이승만의 조기총선 주장과 정면으로 배치되는 구상이었다. 독촉국민회 등의 격렬한 대응도 이승만의 이러한 입장을 반영한 것이었다.
大同靑年團의 總裁職도 사퇴하겠다고
이승만은 「시국대책요강」과 관련하여 11월 7일에 “애국동포에게 고함”이라는 담화를 발표했다.
“우리 삼천만이 일심분투한 결과로 태산 같은 장애를 다 물리쳐서 소위 모스크바결정이라, 신탁통치라, 공산분자와 합작해야 한다는 모든 문제를 타파시키고, 오직 한 가지 장애만 취소시키면 우리 독립은 완성될 것이다.
이 한 가지 문제는 우방이 얼마 동안 우리를 다스려서 자치자주할 만치 된 후에 정권을 허락하게 하자는 주의이다. 이 주의를 가진 사람이 극소수이므로 공개로 발언은 못하고 속으로 은근히 선전하는 것이, 한인들이 분쟁분열로 합동이 못되는 고로 정권을 맡길 수 없다는 구실하에 정당이 사백에 달한다는 허무한 언론이 전파되고 있는 중이다.”
이처럼 이승만은 「시국대책요강」이 미국이 얼마 동안 남한의 점령통치를 계속하겠다는 뜻을 반영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리고 그러한 기도의 빌미가 된 것이 정치인들의 분파주의라고 신랄하게 매도했다.
“이 형편을 일반동포에게 다시 경고하나니, 모든 정당의 당국자들이나 당원들은 당정(黨政)이나 파당적 사상을 포기하고 오직 국권회복만을 위하여 합심분투할 것이며, 또 일반 애국남녀 동포는 정당이나 파당적 주의로 분쟁을 일삼는 인사들은 독립방해자로 인정하야 모든 당파세력이 민간에 포용을 받지 못하도록 만들어야만 우리의 살 길을 찾아나갈 것이다.
우리가 공산당과 싸운 것은 그들이 우리 독립을 방해하는 연고이니, 그러면 하필 공산당뿐이리오. 누구나 우리 독립을 방해하는 개인이나 단체는 다 이와 같이 대우해야만 우리의 목적을 성취하는 첩경일 것이다. 이와 같이 해서 국권을 회복한 후에는 형편을 따라 두세 정당을 필요에 의하여 세울 수 있을 것이다.”
이승만은 9월 12일에 창단된 이청천(李靑天)의 대동청년단(大同靑年團)의 총재직을 비롯하여 다른 몇몇 청년 단체의 총재 명의도 사퇴하겠다고 다음과 같이 말했다.
“또 끝으로 할 말은 근일에 청년단의 통합여부로 인하야 경향에 다소간 분규상태를 양성하기에 이른 것은 또한 큰 유감이다. 내가 대동청년단의 총재명의를 가졌다는 문제로 이와 같은 혼란이 생긴다면 나는 침묵하고 있을 수 없나니, 나는 몇몇 청년단의 소위 총재명의를 다 사절하고 오직 국민회로 민족운동을 전력하려 하니, 나의 고충을 양해하여 오해가 없기를 절망한다.”49)
民政長官 및 各 部處長 불신임안은 부결돼
그러나 이승만의 이러한 주장은 하지와 미군정부에 대한 지나친 의구심에서 기인하는 것이었다. 이무렵 하지는 합동참모본부에 대하여 미국의 결의안에 유엔이 찬성하지 않거나 소련이 참여할 의사를 표명하지 않을 때에는 미국은, 유엔감시단이 있건 없건, 즉시 남한의 입법기관을 위한 선거를 실시하고, 가능한 빠른 시일 안에 남한의 과도정부를 수립해야 한다고 건의했다.50)
국민대회를 주동했던 15개 우익 정당 및 사회단체는 시국대책요강과 관련하여 11월 8일에 공동으로 하지 장군에게 편지를 보내어 안재홍 이하 책임자들을 인사조치하고 총선거 실시일자를 즉시 공포할 것을 요구했다.51)
「시국대책요강」 문제는 과도입법의원에서도 논란되기 시작하여 11월 14일에 열린 제170차 회의에서 “남조선과도정부 정무위원회에서 작성한 소위 「시국대책요강」은 그 전체를 부인하고 우리 민족의 공통한 의사가 아닌 문서를 작성하여 비밀히 외국에 송치한 책임을 규탄하되, 특별위원회를 조직하야 그 위원회에 넘겨 심사하야 방침을 결정 보고케 할 것”이라는 동의가 재석의원 69명 가운데 가 38표, 부 30표, 기권 1표로 가결되었다.52)
한편 과도정부 정무위원회는 이날 「시국대책요강」의 문제된 부분을 수정하여 군정장관에게 제출했다.53)
「시국대책요강」을 심사한 특별위원회는 한달 뒤인 12월 9일의 제180차 회의에 “현 남조선과도정부 정무위원, 즉 민정장관 및 각부처장에 대하야 신임할 수 없음을 결의함”이라고 보고했고, 이 보고는 재석의원 59명 가운데 가 24명, 부 17명으로 접수되었다.54) 그러나 12월 15일에 열린 제182차 회의에서 진행된 민정장관 안재홍 이하 과도정부 부처장들에 대한 불신임 표결은 재석 63명 가운데 가 27표, 부 35표, 기권 1표로 부결되었다.55)
趙素昻 등이 앞장서서 정당협의회 결성
10월 30일에 열린 유엔총회 제1위원회〔정치위원회〕가 한국의 총선거를 감시할 유엔한국임시위원단을 파견한다는 내용의 미국 결의안을 찬성 41표, 반대 0표, 기권 6표로 가결했다는 뉴스가 전해지자 정국은 또다시 소용돌이쳤다. 그 가운데에서 가장 주목되는 것은 한국독립당과 근로인민당을 비롯한 10여개 중간파 정당들의 정당협의회 결성 움직임이었다.
이들 각 정당대표들은 11월 2일에 한독당 회의실에 모여 예비회합을 갖고, 10월 4일에 같은 장소에서 제2차 연석회의를 가졌다. 이날의 회의에는 한국독립당, 근로인민당, 민주독립당, 인민공화당, 민주한독당, 민중동맹, 신진당, 조선공화당, 천도교 보국당, 천도교 청우당, 조선민주당, 사회민주당의 12정당 대표들이 참석하여 준비위원회를 구성했다. 이어 11월 5일에는 제3차 회의를 열고, 협의회 결성준비에 관한 부서 결정 등 구체적인 추진작업을 논의했다. 준비위원회는 이날 12정당협의회의 ‘4대원칙’과 ‘4대방략’을 발표했는데, ‘4대방략’의 요지는 다음과 같았다.
(1) 자주독립의 통일정부를 수립하기 위하여 민족자결의 민주주의 선거기구를 중앙과 지방에 조직할 것.
(2) 38도선의 철폐로 자주적 남북교류를 보장하여 전국적 총선거를 실천케 하되, 그 전제조건으로 미소 양군을 즉시 철병케 하고 일체 정권을 우리 민족에게 넘기게 할 것.
(3) 보선 실시방법과 양군 철수절차와 남북의 당면 긴급사항과 철군 후의 치안확보 문제 등을 협의하기 위하여 남북정당대표회의를 구성할 것.
(4) 남북대표회의의 구성준비로서 우선 이남 각 정당협의회를 구성할 것.56)
이보다 앞서 한독당은 이미 9월말에 조소앙, 엄항섭, 조경한(趙擎韓)의 공동제안으로 남북요인회담개최를 결정하고 남한의 정당회의를 개최하기 위해 정형택(鄭亨澤), 성낙훈(成樂勳), 김경태(金敬泰), 조각산(趙覺山)을 교섭위원으로 선정했었다.57) 10월 15일과 16일에 열린 한독당 임시중앙집행위원회가 남북대표회의를 조직하기로 결의한 것도 이러한 주장과 맥을 같이하는 것이었을 것이다.
그런데 김구는 한독당 부위원장인 조소앙이 정당협의회에 주동적으로 참여하는 것을 인정하고 정기적으로 보고를 받고 있었으나, 자신이 직접 관여하지는 않았다고 한다.58)
“빨리 정부수립해야 南韓 적화 막을 수 있어”
유엔총회 제1위원회의 결의 뉴스가 전해지자 이승만은 11월 4일에 왜 남한에서 총선거를 서둘러야 하는가를 논리적이면서도 설득력 있게 설명하는 성명서를 발표했다.
“우리는 허명이나 형식상 독립보다 사실적 국권을 회복하려는 것이니, 민의대로 국회를 세워서 신성불가침의 정권을 잡는 것이 우리의 독립이다. 이 실권만 가지게 되는 날은 남이 우리 일을 간섭하거나 자기들끼리 작성하고 강제로 준행시키려는 등 모든 폐단이 막힐 것이요, 남북통일을 우리 힘으로 도모하는 것이 남들에게 맡겨 두고 처분만 기다리느니보다 낫고 또 속할 것이다. 우방들이 우리를 도와서 남북총선거를 행하려 할지라도 우리 정부대표가 있어서 협조해야만 우리 민의대로 해결될 수 있을 것이요, 그렇지 못하면 유엔위원단이 타인들의 의견을 듣고 우리의 원치 않는 것을 준행하리니, 또 혼란을 양성할 것이다.”
이승만은 유엔한국위원단이 남북한의 총선거를 감시한다는 것은 소련이 불응하면 총선거는 결국 남한에 한정될 수밖에 없다는 것을 상기시켰다.
“유엔대표단이 와서 남북총선거를 감시한다는 것은 소련이 불응하면 그 결과는 남한총선거로 귀결될 것뿐이니, 기왕에 미소공위로 인연하야 오륙 개월 세월을 허비한 후 또다시 시일을 허비할 필요도 없고 형편도 허락지 않는 것이다. 설령 유엔의 결정대로 남북총선거가 된다 할지라도 대표단이 미소사령장관들과 다소간 협의가 될 것이니, 그 결과로는 단순한 민의대로 진행하기가 어려울 것이요, 파괴분자들이 참가되는 날은 정부나 국회에 들어가서 파괴를 일삼을 것이니, 세인 이목에 한인이 자치능력이 있다 없다 하는 수욕〔羞辱·부끄러움과 욕됨〕된 구실을 만들 것이다. 또는 북한의 공산군이 남한침범을 준비한다는 보도가 자주 들리는 이때에 우리는 하루바삐 정부를 세워서 국방군을 조직해 놓아야 남한이 적화되는 화를 막을 수 있을 것이다. …”59)
이처럼 그는 남한의 적화를 방지하기 위해서라도 정부수립이 시급하다고 주장했다.
總選擧 촉진 국민대회의 정당협의회 비판
독촉국민회와 한민당 등 14개 우익 정당 및 사회단체 주최로 11월 15일 오전에 서울운동장에서 열린 ‘유엔결정 감사 및 총선거촉진 국민대회’는 몇 가지 긴 결의문 채택 위주로 진행된 것이 이채로웠다. 대회는 백남훈의 개회사에 이어 김준연의 유엔결정 감사결의문, 남송학(南松鶴)의 신임 군정장관 딘(William P. Dean) 소장에 대한 환영문, 양우정(梁又正)의 시국대책요강에 대한 결의문, 유진산의 중도 및 좌익 12정당 준동대책 결의문, 박순천의 총선거촉진 결의문이 각각 낭독되고 채택되었다.
결의문 가운데에서 가장 주목되는 것은 12정당협의회에 대한 결의문이었다. 결의문은 12개정당협의회가 “갈 곳이 없게 된 공산분자들이 중간파 명의를 무릅쓰고 도당을 불러 모아 소위 12정당 합동회의라는 것을 주창하여… 정권을 획득코자 하므로” “필경은 또다시 외국의 후원을 얻어서 남한에 공산세력을 다시 세우기를 꾀하는” 것이라고 질타했다. 그런데 결의문의 이러한 주장은 남로당 책임자 이주하가 중도적 정당들에 파견되어 있는 남로당 프락치들이 어떻게 활동하고 있는지 설명하고 나서, 이들이 제시한 “이 요구조건은 기본적으로 (12개정당)협의회의 노선으로 채택되었다”라고 기술한 보고와 일치하는 것이어서 흥미롭다.60)
우익의 맹렬한 비판에 당면한 한독당은 정당협의회 추진파와 보류파로 분열되었다. 추진파는 조소앙을 중심으로 한 진보그룹이었고 보류파는 김구계의 조완구(趙琬九), 엄항섭(嚴恒燮), 조경한 등이었다. 이러한 분열의 와중에서 조경한이 인솔하는 청년 20여명이 정당협의회 교섭위원이던 정형택, 성낙훈, 김경태, 조각산 등을 구타했다. 이어 한독당은 교섭위원들을 제명했는데 제명의 이유는 교섭위원들이 조소앙 중심으로 당을 분열시키고, 근로인민당의 정백(鄭栢)으로부터 공작금을 받았다는 것이었다.61)
3. 國民議會와 國民代表大會의 재결합
마침내 유엔총회는 11월 14일의 전체회의에서 제1위원회가 건의한 한국문제에 관한 결의안을 찬성 43표, 반대 0표, 기권 6표로 채택했다. 기권한 여섯 나라는 소련, 체코슬로바키아, 폴란드, 유고슬라비아, 백러시아, 우크라이나였다.
역사적인 결의문의 주요 조항은 다음과 같다.
(1) 선거에 의한 한국민의 대표들이 한국문제를 심의하는 데 참여하도록 초청되어야 한다. 또한 그러한 참여를 용이하게 하고 촉진하기 위하여, 그리고 한국 대표들이 한국국민에 의하여 실제로 공정하게 선출되는 것을 감시하기 위하여 한국 전역에 걸친 여행, 감시, 협의를 할 수 있는 권한을 갖는 유엔한국임시위원단(United Nations Temporary Commission on Korea : UNCOK)을 설치한다.
(2) 위원단이 한국국민의 자유와 독립을 조속히 달성시키는 문제를 협의할 수 있고, 국회(National Assembly)를 구성하여, 한국중앙정부(National Government of Korea)를 수립할 대표들을 선출하는 선거가 늦어도 1948년 3월 31일 이전에 실시되어야 한다.
(3) 선거 이후에 가능한 한 빨리 국회를 소집하여, 중앙정부를 수립하고, 그 사실을 위원단에 통보한다.
(4) 중앙정부가 수립되는 대로 그 정부는 위원단과 협의하여 자체의 국방군을 건설하고, 이에 편입되지 않은 모든 군사단체 및 준군사단체를 해산시키며, 남북한의 군사령부와 민간기관으로부터 정부의 기능을 인수하고, 그리고 될 수 있는 대로 빨리, 가능하다면 90일 이내에 점령군을 완전히 철수시키도록 점령국과 조정한다.
(5) 위원단은 상황의 진전에 따라 유엔총회의 임시위원회〔소총회〕와 협의할 수 있다.
(6) 회원국들은 위원단이 책임을 수행하는데 필요한 모든 원조와 편의를 제공하여야 한다.
그리고 유엔총회는 이 결의문에 명시된 임무를 수행하기 위하여 오스트레일리아, 캐나다, 중국, 엘살바도르, 프랑스, 인도, 필리핀, 시리아, 우크라이나의 9개국으로 유엔임시한국위원단을 설치하기로 결의했다. 그러나 소연방의 하나인 우크라이나는 수락을 거부했다.62)
韓國 연립정부 제의할까 우려해
이 유엔결의문은 분명히 1945년 12월의 모스크바협정에 위배되는 것이었고, 애매한 점이 없지 않았다. 우선 소련은 미소의 협정이 있으므로 유엔총회는 이 문제에 대하여 관할권이 없다는 입장을 분명히 하고 있었다. 유엔임시한국위원단의 임무와 권한도 명확하지 않았다. 누가 어떤 선거법에 의하여 선거를 주관해야 할 것인지도 모호했다. 이때부터 1948년에 이르는 겨울은 이승만에게나 김구에게나 심각하게 고통스러운 기간이었다. 이때의 이승만의 상황을 올리버는 매우 인상적으로 기술했다.
“북한에는 이미 ‘한국정부〔북조선인민위원회〕’가 수립되어 있었고, 남한에는 이와 비견될 만한 기관이 없었으므로 유엔한위는 아마 북쪽 견해에 더 비중을 두게 될 것이었다. 게다가 이 박사는 필연적으로 자기가 가장 우려하는 연립정부를 도출하게 될 선거방식을 제안할지 모를 유엔한위의 구성을 미심쩍어했다. 결국, 그리고 최악의 경우에는, 선거는 단지 그 본질은 명확하지 않은 채 형식상으로만 독립인 임시정부를 수립하게 될 것처럼 보였다.
워싱턴에 있는 우리는 기본적인 승리는 쟁취했다고 생각하고 이 박사가 유엔의 계획에 ‘협조’ 하기를 간곡하게 요망했다. 서울에 있는 그는 그것이 애매성, 지연술, 그리고 군정부에 의한 계속적인 지배라는 종전의 방침과 궤를 같이하는 것이라고 이해했다. 그가 우려한 것은 그것이 공산주의자들이 동유럽의 연립정부들에서 권력을 완전히 장악하게 만든 것과 같은 발판을 남한에 구축하는 기회가 주어지는 동안 외부세력의 ‘감독’을 받는 한국 연립정부의 전조가 아닌가 하는 것이었다.”63)
유엔 韓委 도착 전에 總選擧 실시해야
이승만은 빨리 총선거를 실현시키기 위해 안절부절못했다. 그리하여 군정부의 미국인 가운데에는 이승만이 정신적으로 불안정하다고 말하는 사람도 없지 않았다. 그는 11월 18일에는 유엔 한위 위원들이 도착하기 전에 총선거를 실시하여 국회를 구성해야 한다고 다음과 같이 주장했다.
“남조선 총선거를 반대하는 분자들이 두 가지 문제를 일으켜서 선전하는데, 한 가지는 남방에서만 정부를 세워서 서울사람들이 정권을 잡고서 북을 떼어버리려는 계획이라 하나니, 이는 지방열을 고취하여 민족분열을 시켜 당파적 세력을 추진시키려는 계획이니 그 뜻이 심히 음험하다. 그러나 우리 애국동포의 공심과 상식으로 능히 판단할 것이므로 이런 선동에 빠지지 않을 것을 믿는다. 또 한 가지 선전은 유엔 위원이 조만간 내도하리니 그때까지 순리로 기다리는 것이 낫다고 한다. 이는 자초로 이 박사가 친미자이니 믿지 말고 우리가 자율적으로 전취하자고 경향에 은근히 선전하던 인사들 측에서 나온 말이다.
그러나 우리가 주장하는 남조선 총선거는 1년 전부터 시작하여 미국무성에서 언명하였고 하지 중장이 선언으로 과도입법의원에서 법안만 통과되면 곧 실행한다고 한 것인데, 그 후 백방으로 연기하여 온 바 공개로 막지는 못하고 핑계만 하고 있는 중이니, 유엔에서 하려는 남북 총선거가 언제 되든지 우리가 그 정책을 지지하는 동시에 우리는 기왕의 계획을 집행하려는 것이므로, 유엔이 성공되는 날은 우리의 진행하는 순서를 다 폐지하고 접수하기로 누차 성명하였은즉, 이것은 우리가 협동책으로 나가는 것이다.
가장 긴요한 점은 유엔 위원이 언제 도착하든지 우리가 선거를 하루바삐 행하여 민의로 성립한 국회가 있어야 그 위원들이 우리 민족의 정당한 대표와 협의 합작해서 민의대로 해결할 것인데, 그렇지 않고 앉아 기다리면 그 위원들이 누구와 의론하며 누가 합작할 것인지 우리는 추측할 수 있을 것이다.”
李承晩과 金九 관계 복원되는 듯
이승만은 끝으로 12정당협의회와 김규식 등 좌우합작위원회 인사들의 행태를 싸잡아 매도하는 듯한 말을 덧붙였다.
“하지 중장이 자기의 의사만을 실시하려는 중에서 우리는 중립파라 좌우합작파라 하는 모든 정객들의 분규 혼잡한 상태는 유엔 위원들의 정신을 어지럽게 만들어서 그 결국은 과거 양년간 경험에 다시 빠지게 되리니 심히 위태한 사정이다. 그러므로 일반민중은 지금에 다된 독립만을 완성키 위하여 모든 선동에 파동이 되지 말고 하루바삐 선거를 진행하여 국권을 세워 남북통일을 속성하기로 일심 매진하자.”64)
12정당협의회가 우익정파들의 맹렬한 공격을 받고 교착상태에 빠지자 한동안 소원했던 이승만과 김구의 관계가 급속히 복원되는 듯했다.
김구는 11월 30일 오전에 이화장을 방문하여 이승만과 1시간 동안 회담했다. 그리고 오후 1시쯤에는 두 사람이 함께 천도교 강당에서 열린 서북청년회 창립 1주년 기념식에 참석하여 훈화를 했다.
이승만을 만나고 경교장으로 돌아온 김구는 준비된 담화를 발표했다. 먼저 정부수립 문제에 대하여 그는 다음과 같이 말했다.
“우리는 자신으로서 즉시에 절대적 자주이며 남북을 통한 통일적인 독립정부를 우리나라에 수립하기를 요구한다. 그러나 우리가 원하지 않는 국제적 제재가 있는 이상 우리가 우리의 요구를 달성하는 데 이 국제적 제재를 합법적으로 제거하는 것이 제일 조건이 되지 않을 수 없다. 그러므로 우리는 유엔에 한국문제를 제기하야 정당히 해결할 것을 주장한 것이다. 그런데 유엔이 한국문제를 정식으로 상정하야 토론한 결과 유엔감시하에서 신탁 없이 또 내정간섭 없는 남북을 통한 총선거로써 자주통일의 정부를 우리나라에 수립하도록 협력하자고 결정하였다. 그러므로 우리는 그들이 아직까지 한국의 정식 대표를 참가시키지 아니하는 것을 유감으로 생각하지 아니하는 바는 아니나, 대체로 유엔 결의안을 지지하는 바이다.”
“南韓에서만 選擧해도 南韓 단독정부 아니다”
이처럼 신중하게 전제한 김구는 소련의 방해로 남한에서만 선거를 실시할 수밖에 없더라도 그것은 남한 단독정부가 아니라고 매우 주목할 만한 발언을 말했다.
“혹자는 소련의 보이콧으로 인하야 유엔안이 실시 못된다고 우려하나, 유엔은 그 자신의 권위와 세계평화의 건설과 또 장래에 강력의 횡포를 방지하기 위하야 기정방침을 변하기가 만무다. 그러면 우리의 통일정부가 수립될 것은 문제도 없는 일이나, 만일 일보를 퇴하야 불행히 소련의 방해로 인하야 북한의 선거만은 실시하지 못할지라도 추후 어느 때든지 그 방해가 제거되는 대로 북한이 참가할 수 있게 하는 것을 조건으로 하고 의연히 총선거의 방식으로서 정부를 수립하여야 한다. 그것은 남한이 단독정부와 같이 보일 것이나, 좀더 명백히 규정하자면 그것도 법리상으로나 국제관계상으로 보아 통일정부일 것이요 단독정부는 아닐 것이다. 우리 독립을 전취하는 효과에서는 그 정부로 인정받는 것이 훨씬 좋을 것이다. 이승만 박사가 주장하는 정부는 상술한 제이의 경우에 치중할 뿐이지 결국에 내가 주장하는 정부와 같은 것인데, 세인이 그것을 오해하고 단독정부라 하는 것은 유감이다. 하여튼 한국문제에 대하야 소련이 보이콧하였다고 하여 한국 자신이 유엔을 보이콧하지 않은 이상 유엔이 한국에 대하여 보이콧할 이유는 존재치 아니할 것이다.”
1주일 전까지만 해도 유엔의 결정이 소련의 거부로 남한에서만 선거가 실시된다면 그것은 국토를 양분하는 비극이라면서 반대했던65) 김구를 이승만은 무척이나 진지하게 설득했던 모양이다.
김구는 이어 교착상태에 빠진 12정당협의회 문제에 대하여 언급했다.
“전민족적 단결은 시간과 공간의 여하를 불문하고 필요한 것이다. 그러므로 우리가 좌우합작에 실패하였다고 전민족적 단결공작을 포기할 이유는 없는 것이다. 이러한 의미에서 이번에 한독당의 발론으로 12정당이 공작을 개시한 것은 당연한 일이요 필요한 일이다. 그러나 시간이 부족하였든지 기술이 부족하였든지 혹은 노력이 부족하였든지, 좌우 양측에서 거대한 부분이 적극적으로 참가하지 아니하고 도리어 방관하며, 심하면 중상까지 하는 듯하다. 그리하야 통일공작은 도리어 역효과를 보이고 있는 형편이니, 이러한 경우에는 잠시 그 공작을 보류하고 민중의 여론에 호소하는 한편 피차간에 완만한 양해를 성립하기 위하야 좀더 노력함이 당연할 것이다. 아무리 초급할지라도 욕속부달(欲速不達)이 되면 도리어 해가 있을 것이다. 그러나 보류가 포기는 아니다.”66)
정당협의회에 적극적으로 참가하지 않은 좌우 양측의 “거대한 부분”이란 한민당과 남로당을 지칭하는 말이었다.
國民議會와 국민대표자대회가 무조건 합동 결의
김구는 12월 1일 정오에도 이화장을 방문했다. 이날 오후에는 천도교 강당에서 국민의회 제44차 임시대회가 열리는 날이었다. 9월 1일에 열린 제43차 임시대회에는 참석도 하지 않고 이 대회에서 결의된 주석 유임도 단호히 거부하며 국민의회를 비판했던 이승만이 이날은 김구와 같이 대회장에 나타났다. 이승만은 조속히 남한 총선거로 우리 정부를 수립하여 국권을 회복한 다음 남북통일을 해야 한다는 요지의 치사를 했고, 김구는 이승만의 주장과 자기의 주장이 조금도 다른 점이 없음을 강조했다.67)
이렇게 하여 몇 달 동안 소원했던 두 사람 관계가 회복되자 교착상태에 빠져 있던 국민의회와 국민대표자대회의 통합교섭이 급전직하로 추진되었다. 국민의회 대표 박윤진(朴允進), 조상환(趙尙桓), 이단(李團), 이운(李雲), 최석봉(崔錫鳳), 조대연(趙大衍), 신일준(辛一俊)과 한국민족대표자대회 대표 명제세, 이윤영, 신익희, 박순천, 강인택(姜仁澤), 최규설(崔圭卨)은 12월 1일과 2일 이틀에 걸쳐 회의를 열고 통합을 결의했다. 합동 방식은 민족대표자대회를 해산하고 그 대의원들을, 대표자대회에 참여하고 있는 입법의원들까지 포함하여, 국민의회의 대의원으로 영입하는 것이었다. 그것은 이승만의 지시에 따른 것이었다. 그는 어떻게 해서든지 김구가 자기와 공동보조를 취하기를 절실히 바랐다. 그리하여 12월 3일에는 (1) 국민의회의원선거법에 따라 조속한 기한 내에 자율적으로 총선거를 단행하고, (2) 완전합동회의가 될 제44차 국민의회임시의회는 12월 12일에 속개한다는 등의 ‘공동협상서’가 발표되었다.68)
국민의회와 민족대표자대회의 합동은 김구로서도 흐뭇한 일이 아닐 수 없었다. 김구는 12월 4일에 다음과 같은 담화를 발표했다.
“민족대표자대회 의원 전부가 국민의회로 들어오게 되었다. 이로써 민족의 단결공작도 기초가 설 수 있는 것이며 또 우리의 국제상 지위도 제고될 것이니, 심히 경하할 일이다. 나와 이승만 박사는 통일된 조국의 자주독립을 즉시 실현하자는 목적이 완전히 일치한 것이다. 그러므로 우리 양인간에는 본래 다를 것이 없는 것이며, 설혹 일시에 소이(小異)가 있다 하더라도 즉시로 일치를 구할 수 있는 것이다.”69)
같은 날 독촉국민회도 다음과 같은 담화를 발표했다.
“국민의회와 한국민족대표자대회의 합동문제가 급진전된 것은 이승만 박사와 김구 양씨 정치노선의 완전 일치를 의미하는 것으로서, 조속한 기한내에 자율적 총선거를 단행하야 과도국회를 조직함으로써 자주독립정부를 수립하려는 우리의 설계는 이제 비로소 거족적 단결로써 진취하게 되었다.”70)
그러나 국민의회와 국민대표자대회의 합동작업은 12월 2일에 발생한 한민당 정치부장 장덕수(張德秀) 암살사건의 여파로 말미암아 벽에 부딪혔다. 장덕수는 자택에서 현직 경관의 카빈총을 맞고 즉사한 것이었다.
張德秀 암살사건으로 합동작업 벽에 부딪혀
장덕수 암살사건은 송진우와 여운형의 암살에 이은 해방정국의 세 번째 정치테러였으나, 사건의 여파는 앞의 두 사건에 비할 바가 아니었다. 한국의 총선거에 대비하여 미군정부가 배후수사에 수사력을 총집중했기 때문이었다. 사건발생 사흘 만인 12월 4일에 경찰은 종로경찰서 경사 박광옥(朴光玉)과 연희대학 3년생 배희범(裵熙範)을 체포했다.71) 뒤이어 박광옥의 전세방에서 발견된 사진에 있는 최중하(崔重夏), 조엽(趙燁), 박정덕(朴定德) 등을 검거했다. 이들은 윤봉길(尹奉吉)의 상해 홍구공원 폭파직전의 모습을 흉내내어 태극기를 배경으로 수류탄을 들고 “나는 조국 대한의 완전독립을 위하야 혁명단원으로서 내 생명을 바치기로 서약함. 민국 29년 8월 26일. 대한혁명단 ○○○”이라는 혈서를 가슴에 붙이고 사진을 찍었다. 이들은 임시정부를 절대 지지하는 대한학생총연맹 간부 또는 맹원들이었다. 그리하여 사건 직후부터 경찰은 사건의 배후로 김구와 국민의회를 지목했다. 경찰은 사건 직후에 국민의회간부 10여명을 연행했는데, 이들 가운데에는 국민의회와 민족대표자대회의 합동작업을 담당하고 있는 재정훈련부장 신일준, 비서부장 조상항도 포함되어 있었다.72) 한독당 중앙위원이며 김구와 가까운 김석황(金錫璜)도 배후인물로 지목되었다.
경찰은 12월 10일에 장택상을 위원장으로 하고, 경무부와 수도관구경찰청 간부 4명을 위원으로 하는 수사위원회를 구성했다. 경무부장 조병옥은 배후관계를 왜 발표하지 않느냐는 기자들의 질문에 대해 다음과 같이 말했다.
“전위단체 8명 중 1명이 미체포이고, 배후관계는 4단계로 나누어져 있는데, 제1단계가 미체포 중에 있으므로 그 전모를 발표하지 못하고 있다.”73)
배후관계가 4단계로 나누어져 있다는 조병옥의 말은 의미심장했다. 그것은 최종 배후자가 김구임을 강력하게 시사하는 말이었다. 그리고 장택상은 장덕수 암살사건에 국민의회 인사가 관련되었다는 이유로 12월 12일로 예정된 국민의회와 민족대표자대회의 합동회의의 집회허가를 보류했다.74)⊙
1) 《東亞日報》1947년 9월24일자, <陸軍次官昨日來朝>.
2) “Orientation for Undersecretary of the Dept. of War Draper and Party by Lt. Gen. Hodge, 1947.9. 23”, 鄭容郁·李吉相 編,《解放前後美國의 對韓政策史資料集(10)》, 다락방, 1995, pp.577~626. 3) 《朝鮮日報》1947년 9월26일자, <朝鮮再建을 積極協助>.
4) 《京鄕新聞》1947년 9월21일자, <必要타면 出馬>. 5) 《東亞日報》1947년 9월25일자, ;《朝鮮日報》1947년 9월25일자, . 6) 《朝鮮日報》1947년 9월27일자, <누구를 派遣?> 및 . 7) 《東亞日報》1947년 10월3일자, <中間陣營團結을>.
8) 《東亞日報》1947년 10월3일자, <特別選擧討議>. 9) 《朝鮮日報》1947년 10월4일자, <獨促代表者會, 昨日天道敎講堂서>. 10) 《京鄕新聞》1947년 10월5일자, <우리손으로 總選擧하자>. 11) 《朝鮮日報》1947년 9월29일자,. 12) 《朝鮮日報》1947년 10월7일자, <獨促幹部陣改編, 委員長에 申翼熙氏>.
13) 《朝鮮日報》1947년 10월9일자, <獨促幹部改編은 副委員長補選할 뿐>. 14) 《朝鮮日報》1947년 10월7일자, <武器解除코 自由選擧를>. 15) 《東亞日報》1947년 10월7일자, <統一政府樹立絶叫> 및 <마氏提案達成國民大會>. 16) 《東亞日報》1947년 10월16일자, <李承晩博士 유엔派遣>. 17) 《朝鮮日報》1947년 10월17일자,. 18) 《朝鮮日報》1947년 10월14일자, <8·15暴動陰謀事件, 首都廳에서 眞相發表>. 19) 《東亞日報》1947년 10월17일자, <유엔代表는 民族의 代辯者>. 20) 《朝鮮日報》1947년 10월19일자, <委員長에 明氏, UN派遣委部署>. 21) 《南朝鮮過渡立法議院速記錄》제161호, (1947.10.20) ;《東亞日報》1947년 10월22일자, <立議絶對多數로 李博士推戴可決>. 22) 《서울신문》1947년 10월17일자, <黨路線究明, 韓獨黨中執開會>.
23) 《서울신문》1947년 10월19일자, <金九氏?라운少將과 長時間要談>. 24) 《京鄕新聞》1947년 10월19일자, <韓獨中執決議>. 25) 《서울신문》1947년 10월19일자, <單政樹立不可>. 26) 尹宇景,《晩省錄》, 서울프레스, 1992, pp.193~198. 27) CIC Weekly Information Bulletin, no.20(1947.9.7). 28) Robert T. Oliver, Syngman Rhee and American Involvement in Korea 1942-1960, Panmun Book Company LTD, 1978, p.105. 29) 尹錫五, <景武臺四季 麻浦莊②>,《남기고 싶은 이야기들》, 中央日報·東洋放送, 1977, pp.56~57. 30) Francesca to Robert T. Oliver, Nov. 9, 1947, (梨花莊所藏). 31) 《朝鮮日報》1947년 10월19일자, <李博士宿舍移轉>.
32) 徐光云,《黃溫順_天聲을 받들어 九十年》, 해돋이, 1992, pp.82~83. 33) 李仁秀 證言. 34) 이수웅 옮김,《이승만 한시선》, 배재대학교 출판부, 2007, p.159. 35) 《서울신문》1947년 10월22일자, <李博士에 北行慫慂說>. 36) 《京鄕新聞》1947년 10월24일자, <南北連絡計劃說은 做言> ; CIC Weekly Information Bulletin, no.26 (1947.10.16). 37) 정병준《우남 이승만 연구》, 역사비평사, 2005, pp.681~682 ; 도진순,《한국민족주의자와 남북관계_이승만·김구시대의 정치사》, 서울대학교 출판부, 1997, pp.182~183.
38) <남조선 정세에 대한 정보자료, 이주하, 1947년 11월24일>, 전현수 편역, 러시아연방국방성중앙문서보관소,《소련군정문서, 남조선정세보고서 1946~1947》, 국사편찬위원회, 2003, p.337. 39) Jacobs to Marshall, Oct.8,1947, Foreign Relations of the United States(이하 FRUS) 1947, vol.Ⅵ, Government Printing Office, 1972, pp.823~824. 40) 《서울신문》1947년 11월14일자, <南北統一期成會, 決議와 委員發表>. 41) 《東亞日報》1947년 10월28일자, <十萬群衆絶叫> ; CIC Weekly Information Bulletin, no.28(1947.10.31). 42) CIC Weekly Information Bulletin, no.29(1947.11.6). 43) 《朝鮮日報》1947년 10월30일자, <軍政助長은 虛說, 安長官會見談>.
44) 《朝鮮日報》1947년 11월5일자, <南朝鮮措置要綱에 異議>. 45) 尹錫五 證言. 46) 《京鄕新聞》 1947년 11월5일자, <軍政의 延長策謀와 反響>. 47) 《東亞日報》1947년 11월6,7일자, <時局對策要綱全文>.
48) 安在鴻, <소위 「軍政延長策謀, 叛逆行爲」문제의 眞相>, 安在鴻選集刊行委員會編,《民世安在鴻選集(2)》, 知識産業社, pp.262~263. 49) 《東亞日報》1947년 11월8일자, <派爭中止코 合心>. 50) Hodge to Joint Chiefs of Staff, Nov.[3?] 1947, FRUS 1947, vol.Ⅵ, p.853. 51) 《朝鮮日報》1947년 11월9일자, <「南朝鮮措置」, 十五政黨團體하中將에 書翰>. 52) 《南朝鮮過渡立法議院速記錄》제174호, (1947.11.14) ;《朝鮮日報》1947년 11월15일자, <立議 「時局要綱」을 否認>.
53) 《朝鮮日報》1947년 11월15일자, <「時局要綱」修正>. 54) 《南朝鮮過渡立法議院速記錄》제184호, (1947.12.9). 55) 《南朝鮮過渡立法議院速記錄》제186호, (1947.12.15) ;《朝鮮日報》1947년 12월17일자 <不信任案否決>. 56) 《京鄕新聞》1947년 11월7일자, <民族的獨立이 原則> ;《朝鮮日報》1947년 11월6일자, <「各政黨協議會」 構成>. 57) 《東亞日報》1948년 1월18일자, <韓獨의 脫黨發表, 自派를 爲한 謀略>. 58) CIC Weekly Information Bulletin, no.29(1947.11.6), no.30(1947.11.13).
59) 《京鄕新聞》1947년 11월5일자, <南朝鮮總選擧가 自主獨立의 第一捷徑>. 60) <남조선 정세에 대한 정보자료, 이주하, 1947>,《소련군정문서, 남조선 정세보고서, 1946~1947》, p.338. 61) 도진순, 앞의 책, p.185.
62) Department of State, Korea 1945 to 1948, Greenwood Press, 1969, pp.66~67 ; Department of State, United States Policy Regarding Korea 1834-1950, 한림대학교아시아文化硏究所, 1987, pp.150 ~151. 63) Robert T. Oliver, op. cit., p.121. 64) 《東亞 日報》1947년 11월19일자, <유엔委員과 協議爲해 南朝鮮選擧時急>.
65) 《朝鮮日報》1947년 11월25일자, <南朝鮮選擧는 國土兩分의 悲劇招來>. 66) 《東亞日報》1947년 12월3일자, <南北統一工作은 當分保留>.
67) 《朝鮮日報》1947년 12월2일자, <李博士와 金九氏合意, 南朝鮮總選擧로 共同步調乎> 및 <南朝鮮選擧推進, 李博士·金九氏演說> ; CIC Weekly Information Bulletin, no.33(1947.12.4). 68) 《京鄕新聞》1947년 12월3일자, <民代·國議無條件合同>, 12월4일자, <民代·國議共同協商書發表>. 69) 《朝鮮日報》1947년 12월5일자, <金九氏國議民代合同을 慶祝>. 70) 《朝鮮日報》1947년 12월5일자, <獨促國民會談話>. 71) 《東亞日報》1947년 12월5일자, <張德秀氏殺害犯逮捕>. 72) 도진순, 앞의 책, pp.159~160. 73) 《東亞日報》1947년 12월11일자, <搜査委員會構成>. 74) 《東亞日報》1947년 12월11일자, <國議·民代會合停止>.
남로당(南勞黨)에 포섭된 마포장 경비 순경들이 이승만 암살을 모의한 사건이 적발되기도 하여 이승만은 거처를 이화장(梨花莊)으로 옮겼다. 이때부터 이화장은 그의 보금자리가 되었다.
이승만은 과도정부가 비밀히 작성한 「시국대책요강(時局對策要綱)」을 입수하고, 그것이 미군정부의 군정연장 획책이라면서 맹렬한 반대 캠페인을 벌였다.
유엔총회가 총선거를 감시할 유엔한국임시위원단 설치를 결의하자 정국(政局)은 다시 동요했다.
여름 동안 소원해졌던 이승만과 김구(金九)의 관계는 유엔총회의 결의로 다시 긴밀해졌다. 그에 따라 국민의회와 민족대표자대회의 합동작업이 급속히 추진되어, 12월 3일에는 공동협상서가 발표되었다. 그러나 두 단체의 합동작업은 12월 2일에 발생한 한민당 정치부장 장덕수(張德秀) 암살사건의 여파로 벽에 부딪혔다.
1. 李承晩을 유엔總會에 파견할 國民代表로
1947년 9월 22일에 미 육군부의 신임 차관 드레이퍼(William H. Draper, Jr.) 장군 일행이 서울에 도착했다.1) 독일 주둔 미군사령관의 경제고문으로서 독일 경제재건 계획 작업을 주도하던 드레이퍼는 8월 30일에 육군부의 점령지역 담당 차관으로 임명되어 일본과 한반도의 상황을 조사하기 위하여 두 나라를 방문한 것이었다. 8월에 웨드마이어(Albert C. Wedemeyer) 사절단이 다녀가고 한 달밖에 되지 않은 시점이었으나, 미소공위가 사실상 결렬되고 한국문제가 유엔총회로 이관되는 등 국제적 환경이 격변하는 상황이었으므로 드레이퍼의 방한은 중요한 관심사가 아닐 수 없었다.
“美軍이 철수하면 李承晩은 15분도 못 버텨”
드레이퍼 일행과 하지를 비롯한 미군정부 간부들은 이튿날 바로 회의를 열었다. 회의에서는 미군 진주 이래 한국의 정치상황, 특히 모스크바협정을 둘러싼 한국정파들의 대립과 모스크바협정을 실현시키기 위한 미군정부의 고충 등에 대한 설명과 경제재건, 미군철수 문제 등 광범한 현안들이 논의되었다. 그 가운데에서 특히 눈길을 끄는 것은 이승만에 대한 것이었다. 하지는 작심하고 이승만에 대한 감정을 드레이퍼에게 털어놓았다. 하지와 그의 정치고문 제이컵스(Joseph E. Jacobs)는 먼저 워싱턴에 있는 한국위원부(Korean Commission)가 얼마나 해롭고 위험한 존재인가를 역설했다. 하지는 이들이 “거짓말하기를 주저하지 않는” 영리집단이고, 이승만은 그러한 이들의 말을 국내정치에 이용한다는 것이었다. 하지는 이승만이 연초에 미국을 방문하여 맨 먼저 한 일이 자기를 공산주의자로 몰아 경질시키려고 한 것이었다고 말했다.드레이퍼와 하지의 다음과 같은 대화는 하지의 이승만에 대한 감정이 어떤 상태였는지 짐작하게 한다. 드레이퍼가 물었다.
“물론 미군이 철수한다면 그는 오래가지 못하겠지요. 그렇잖아요?”
“15분도 버티지 못할 것입니다. 그는 그 사실을 알고 있고, 한편으로는 점점 더 필사적이 되어 가고 있습니다. 그리고 그의 아내는 계속해서 그를 부추깁니다. 그녀는 작은 암여우 같은 오스트리아 여성입니다. 우리는 이따금 그녀가 러시아의 급여를 받고 있지 않은지 의심스러울 때가 있습니다. …”
드레이퍼가 이승만과 김구는 잘 협력하느냐고 묻자, 하지는 그것은 그들이 하려는 일에 달렸다고 말하고, 지금은 두 사람이 결별했다고 말했다.
하지는 이승만의 말에 따르면 자기는 ‘트루먼 독트린’이나 ‘마셜 플랜’도 반대하는 사람이라고 비꼬면서, 남한 주둔 미군사령관으로서 직무를 수행하는 데 고충이 많다고 불평하고, 자기를 사령관 자리에 계속 있으면서 한국인들을 상대하게 하려면 행정부의 확고한 지지가 있어야 한다고 강변했다. 드레이퍼는 그럴 것이라고 장담했다.
“李承晩은 노련한 政略家이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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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947년 9월에 방한한 드레이퍼 신임 미육군부 차관. |
드레이퍼는 남한 주민들이 어느 정도 이승만을 지지하겠느냐고 물었다. 제이컵스는 우익들은 미국이 지원하는 사람이면 그가 누구이든지 지지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자 미소공위 미국쪽 수석대표인 브라운(Albert E. Brown) 소장이 이의를 제기했다. 그는 “이승만은 오늘날 전국적으로 인기있는 유일한 지도자입니다” 하고 말했다.
하지는 한국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두 가지 방안이 있다고 말했다. 하나는 미국이 한국으로부터 철수하는 것으로서, 그것은 빠르면 빠를수록 좋고, 다른 하나는 미국이 앞으로 적어도 5년 동안 남한에 주둔하여 남한의 발전을 위하여 실지로 적극적인 노력을 하기로 결심하는 것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하지는 자신은 미국의 체면을 손상시키지 않고 한반도로부터 미소 양국이 동시에 철수하는 방안이 더 바람직하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 문제와 관련하여 브라운은 이승만이 남한의 완전한 주권을 바란다고 말했다.2)
하지와 제이컵스의 매도에도 불구하고 이승만에 대한 드레이퍼의 관심은 유엔총회를 통한 한국정부 수립이라는 정책전환에 따라 이 시점에는 이미 미국정부가 이승만을 그 정부의 중심인물로 고려하고 있었음을 시사하는 것이다.
드레이퍼 일행은 9월 24일에는 강원도 토성면(土城面)의 38도선 일대를 시찰하고, 이튿날 출국했다.3)
유엔總會에 韓國人代表로 누구를 보낼 것인가?
도하 신문들이 연일 유엔총회 뉴스로 도배를 하고 있는 흥분된 분위기 속에서 정가의 관심사는 단연 한국문제가 토의되는 유엔총회에 한국인 대표로 누구를 파견할 것이냐 하는 문제였다. 한국문제의 유엔 이관에 대한 소련의 부정적인 태도로 보아 대표파견이 쉽지 않을 것이 예견되는데도 불구하고, 또 미국과 미군정부의 방침이 어떤 것인지도 아랑곳없이 대표선정 문제에만 관심이 쏠렸다.
조기 총선문제에 집착하고 있는 이승만은 이 문제에 대해서도 능란하게 대응했다. 그는 9월 20일에 다음과 같이 말했다.
“벌써 미국 친구들로부터 유엔 출마를 종용받고 있으나, 국내 문제가 더 시급하므로 떠나지 못하고 있다. 내가 가는 것이 필요하다면 떠나야겠지만 지금은 좀 더 고려중이다.”4)
9월 16일에 국민의회의 주석직 유임결의를 거부하는 단호한 성명을 발표한 이승만은 9월 17일부터 민족대표자대회를 중심으로 한 한민당, 한독당, 조선민주당 등 우익 정당 및 사회단체 대표들을 마포장으로 초청하여 대책회의를 열었다. 9월 23일에 독촉국민회 회의실에서 열린 애국단체연합국민회 준비에 관한 회의에서는 이승만을 유엔총회에 참석할 한국대표로 추대하기로 결의했다. 그리고 그것을 관철하기 위하여 중앙과 지방에서 국민대회를 열기로 하는 한편, 회의에 참가한 52개 정당 및 사회단체 연명으로 미 국무장관과 유엔총회 의장 및 사무총장에게는 전보로, 하지 중장에게는 편지로 이승만의 유엔총회 참석 조치를 요청하고, 과도정부 정무위원회와 과도입법의원에는 청원서를 제출했다.5)
한편 좌우합작위원회를 비롯한 중간파 대표들은 9월 26일에 사회민주당 회의실에 모여 입법의원 의장 김규식(金奎植)을 대표로 파견하기로 결의했다. 이밖에 국민의회 의장 조소앙(趙素昻)을 파견하자는 그룹도 있었다.6) 김규식은 그동안 중간파 그룹을 규합하여 민족자주연맹(民族自主聯盟)을 조직할 준비를 하고 있었다. 그는 10월 1일에 열린 민족자주연맹 발기인대회에서 “중간진영은 무엇을 할 것인가? 좌우익의 합작도 중하거니와 이보다 더 긴급히 요청되는 것은 우선 중간진영의 단결이라고 생각한다. 중간진영의 단결조차 얻지 못하면서 어찌 좌우합작을 바랄 수 있으랴. 그러므로 좌우합작은 제2의 과제이고 우중좌(右中左)의 각층은 각기 진영의 결속을 성취한 연후에 이 삼자가 한데 뭉쳐 숙망의 민족통일을 기하고자 한다”라는 요지의 연설을 했다.7)
“우리끼리라도 總選擧 실시해야”
이승만은 직계 조직을 총동원하여 선거채비를 서둘렀다. 민족대표자대회가 조직한 총선거대책위원회는 9월 30일부터 사흘 동안 독촉국민회 회의실에서 각 도지부위원장회의를 열었다. 회의 참석자들은 10월 1일에 마포장을 방문하여 이승만에게 지방 실정을 보고한 다음, 오후 2시부터 입법의원에서 통과된 선거법과 관련하여 토의했다.8)
이와 병행하여 10월 3일부터 사흘 동안 독촉국민회의 면지부 이상 전국지부장회의가 천도교 강당에서 개최되었는데, 첫날 회의에는 700여명의 대표들이 참가했다. 회의는 이승만을 한국대표로 유엔총회에 파견할 것과 10월 12일을 기하여 전국 각 도시에서 국민대회를 개최할 것을 결의했다.9)
이튿날 마포장을 방문한 대회 참석자들에게 이승만은 총선거 문제에 대하여 자기의 지론을 다시금 강조했다.
“총선거 날짜를 당국은 끌고 있는데, 그냥 있으면 언제 결정이 날 것인지 모르겠으니 하지 중장에게 요청할 것이요, 우리의 요청을 들어주지 않을 때에는 우리끼리라도 이를 실시해야 하겠다. 이리하여 우리 정부를 수립하고 국권을 회복하여 각국이 모이는 자리에서 우리의 입장을 밝힐 필요가 있다.”
유엔 총회에 참석할 대표 문제에 대해서는 이승만은 다음과 같이 말했다.
“유엔 대표로는 정부에서 가야 하지만 우리는 지금 정부가 없으니만큼 민족을 대표하는 곳에서 파견해야 할 것이다. 그러므로 미국이나 소련이 보내는 것은 우리의 대표라 할 수 없으니 우리의 대표는 우리가 파견해야 할 것이다.”10)
미군정부의 권위를 무시하는 듯한 이승만의 이러한 발언은 미국의 유엔대표 오스틴(Warren R. Austin)이 9월 28일에 리(Trygue Lie) 유엔 사무총장에게 남한의 미군정 아래서 한국민을 정식으로 대표하여 발언할 권한을 가진 한국인 대표자는 첫째는 민정장관이고 둘째는 과도입법의원밖에 없다는 것을 유엔총회 회원국 대표들에게 통고해 달라고 요청한 편지에 대한 반박이었다. 오스틴의 편지는 국내 신문에도 크게 보도되었다.11)
독촉국민회 전국지부장회의의 셋째날 회의는 부차장 이상 중앙간부의 총사직을 결의했다. 회의는 새로 신익희(申翼熙)를 위원장, 백남훈(白南薰)과 명제세(明濟世)를 부위원장으로 선출하고, 나머지 간부는 전형위원을 구성하여 정부위원장들과 협의하게 했다.12) 그러나 총재인 이승만은 긴박한 때에 백남훈이 부위원장직을 고사하는 등으로 조직이 흔들리는 것이 못마땅했다. 그는 10월 6일 오후에 마포장을 방문한 전형위원들에게 국내정세가 미묘한 이때에 간부개편 문제로 시일을 허비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면서 간부개편 문제를 유보시켰다. 그리하여 지부장회의는 10월 7일에 다시 속개하여 부차장들의 사표는 기각하고, 오세창(吳世昌)을 위원장으로, 명제세, 백남훈, 신익희, 이윤영(李允榮), 배은희(裵恩希) 5명을 부위원장으로 새로 선출했다. 그것은 결국 부위원장 2명을 보선한 데 지나지 않는 것이었다.13)
李承晩을 正使, 趙素昻을 副使로
10월 5일에는 국민의회와 애국단체연합회가 주최하는 ‘한국독립문제 미국 마셜 경 제안 달성 국민대회’라는 긴 이름의 대규모 군중집회가 서울운동장에서 열렸다. 우익청년단체들을 비롯하여 각종 사회단체가 동원한 사람들로 오랜만에 서울운동장은 발 디딜 틈이 없었다. 국민의회 의장 조소앙의 개회사에 이어 김구의 치사가 있었는데, 이때에 김구의 연설은 이승만의 주장과는 대조적으로 미소공위 소련쪽 수석대표 슈티코프(Terentii F. Shtykov)의 미소 양군 동시철수 제안을 찬성하는 내용이어서 눈여겨볼 만하다.
“미소공위 소련대표가 저간 미소 양군 철퇴를 제의한 데 대하여 나는 찬성하며 기뻐한다. 그것은 즉 남북통일 방법으로는 다른 좋은 방법이 없을 줄로 생각하는 까닭이며, 소련이 이것을 선전만 하지 말고 북조선에서 우선 실천하기를 희망한다. 최근 북조선에 약 오십만의 인민군이 조직되어 있으니 남조선에서도 이에 대항할 준비를 하여야 한다는 설도 있으나, 이는 동족간의 유혈은 필연적인 사실이므로 나는 원치 않는 바이며, 그러니까 유엔총회에서 북조선의 무장을 총 해제하도록 하고, 자유로운 입장에서 남북을 통한 총선거를 실시하여 통일정부를 수립하고, 우리 국군을 설치하여야 할 것이다.
그리고 과거 소련과 다소 상반위(相反違)되는 점이 있었다 할지라도 조선의 통일정부 수립을 진실히 협조해 준다 할 것이면 앞으로는 연합국의 일원인 소련과도 손을 잡고 나아가야 할 것이다.”14)
그것은 슈티코프의 제안 직후에 그 제안의 이면에는 위험성이 있다고 부정적으로 반응했던 것과는 크게 달라진 주장이었다. 그러나 김구의 이러한 주장은 같은 시기에 유엔총회에서 전개되고 있는 미소 대표 사이의 첨예한 설전이 상징하는 현실과는 동떨어진 것이었다.
대회는 이어 엄항섭(嚴恒燮)이 낭독한 선언문을 채택하고 장덕수(張德秀)가 제의한 5개항의 결의문을 가결했는데, 결의문의 마지막 항목은 “본대회의 결의를 관철키 위하여 유엔총회에 정사 이승만, 부사 조소앙씨를 한국민족대표사절단으로 파견할 것”이었다.15)
“左右합작파와 總選반대파와는 같이 갈 수 없어”
10월 12일에는 예정대로 전국 각지에서 독촉국민회 주최로 유엔총회 대책 국민대회가 열려 이승만을 국민대표로 추대하기로 결의했다.16) 이어 10월 15일에는 한민당과 한독당을 위시한 50여 정당과 사회단체가 독촉국민회 회의실에서 연합회의를 개최하고 좌익의 폭동음모에 관련 있는 정당과 단체의 해체를 하지 중장과 경찰에 요청하기로 하는 한편, 민족대표 유엔파견 촉진위원회를 구성하고 그 위원으로 각 정당 및 사회단체대표 53명을 선정했다.17) 이러한 움직임은 10월 13일에 있었던 수도관구경찰청의 8·15를 전후하여 있었던 좌익정파들의 폭동음모 사건에 대한 수사결과 발표에 따른 것이었다.18)
이와 관련하여 흥미로운 것은 이승만이 김규식이나 조소앙과는 유엔특사로 같이 갈 수 없다고 천명한 사실이다. 이승만은 10월 16일에 귀국 2주년을 맞아 기자회견을 가졌는데, 국민의회에서는 조소앙을 부사로, 입법의원에서는 김규식을 부사로 보낸다는 설이 있다는 기자들의 질문에 다음과 같이 대답했다.
“민족대표는 민중의 의사를 대표하여야 할 것이다. 유엔에 나가서 좌우합작으로 정부를 세워야 한다고 주장한다든지 총선거를 반대한다든지 하면 민족의 의사를 무시하는 것이므로, 나는 이러한 의사를 가진 대표와는 동행할 수 없다. …”19)
민족대표 유엔파견 촉진위원회는 10월 17일에 독촉국민회 회의실에서 제1차 회의를 열어 위원장 명제세, 부위원장 김승학(金承學), 김형민(金炯敏) 등의 부서를 결정하고 재정대책 사업계획 등을 협의했다.20)
또한 과도입법의원도 10월 20일의 제157차 회의에서 민족통일총본부를 비롯한 71개 정당 및 사회단체가 제출한, 이승만을 한국민족대표로 유엔총회에 보내자는 청원을 재석의원 50명 가운데 가 34표, 부 7표로 가결하여 과도정부에 건의했다. 김규식을 대표로 파견하는 문제는 입법의원에서 공식으로는 거론되지 않았다.21)
金九와 브라운의 비밀회담
10월 5일의 국민대회에서 행한 김구의 연설은 새로운 상황을 맞아 한독당과 국민의회 그룹이 진로를 두고 고심하고 있었음을 보여준다. 한독당은 10월 15일과 16일에 임시중앙집행위원회를 개최했는데, 첫날 회의에서 한국민족대표자대회에 참여하고 있는 위원들과 상임위원 사이에 민족대표자대회와의 절연여부 문제를 두고 격론을 벌였다.22) 눈길을 끄는 것은 이날 저녁때 미소공위 미국쪽 수석대표 브라운 소장이 경교장을 방문하여 김구와 함께 자기의 관사로 가서 장시간에 걸쳐 회담한 사실이었다. 회담내용은 전혀 알려지지 않았으나, 일부에서는 이승만의 남한단독 총선거 추진주장과 깊은 관련이 있지 않은가 추측하기도 하고, 다른 일부에서는 민족자주연맹 결성준비를 하고 있는 김규식과 김구의 제휴 촉진과 관련이 있지 않은가 추측하기도 했다.23)
이틀에 걸친 한독당의 임시중앙집행위원회는 남북대표회의를 조직하여 (1)미소 양군의 철수에 의한 38도선의 타개, (2)남북통일선거의 절차와 집행, (3)국민의회의 완성, (4)중앙정부조직 등을 추진하기로 결의했다.24) 그러나 회의에서 결의했다는 남북대표회의의 조직이 구체적으로 무엇을 뜻하는지는 알려지지 않았다. 김구와 브라운의 비밀회담에서 논의된 것도 이 남북대표회의 조직 주장에 관한 것이었는지 모른다.
한편 국민의회 정무회는 10월 17일에 이승만의 남한단독정부수립 주장에 반대하는 담화를 발표했다.
“현재 우리가 지지하고 있는, 유엔에 제안된 한국독립문제가 속히 실현되기를 바라는 바이어니와 만일 불행히도 유엔에서 통과되지 못하거나 통과되고도 실행될 가능성이 없게 될 때에는 유엔은 당연히 우리 국민을 협조하여 우리가 이미 가지고 있는 대한민국 임시정부를 개편 강화하여서 우리의 자주독립정부가 되게 하여야 할 것이다. 그러나 남한단독정부를 운운하는 것은 사실(史實)과 민의를 무시할 뿐 아니라 한국의 분열을 조장하는 것밖에 없는 것이다.”25)
이처럼 이들은 이때까지도 대한민국임시정부의 법통에 대한 미련을 버리지 않고 있었다.
경비순경 모두가 南勞黨員
이런 와중에서도 이승만에 대한 테러공작 음모는 끊이지 않았다. 마포장으로 거처를 옮기고 얼마 지나지 않아서 또다시 이승만 암살음모 사건이 발각되었다. 범인들은 놀랍게도 마포장을 경비하는 순경 4명 전원과 한강가에 있는 남한강파출소 근무 순경 1명이었다. 이들은 모두 마포경찰서 소속의 현직 순경들로서 남로당에 포섭되어 입당해 있었다. 범행은 마포서장 윤우경(尹宇景)에 의하여 사전에 적발되었다.
일당을 검거한 이튿날에 열린 수도관구경찰청 산하 과서장회의에서 장택상 청장은 이색적인 훈시를 했다.
“마포장 경비 순경 전원이 공산당〔남로당〕에 가입하여 이승만 박사를 저격 살해할 음모를 꾸미고 있었던 사건을 검거했는데, 이것은 나의 운수도 아니요 윤 서장의 운수도 아니며, 남한에 단독정부가 수립되고 또 이 박사가 정권을 잡을 운명이라고 생각한다.”26)
이 무렵 미군첩보대(CIC)에는 이승만이 김구 그룹과의 관계 악화 때문에 김구 그룹쪽 누군가에 의한 자신의 암살 가능성을 우려하고 있다는 정보가 입수되기도 했다.27)
이 일이 있고 나서 윤우경은 집을 옮겨야 되겠다는 이야기를 여러번 했다. 게다가 여름별장으로 쓰던 집이어서 가을이 되면서 바람이 몹시 불어, 심할 때에는 방안에서도 외투를 입고 있어야 했다. 그러자 이승만 내외도 집을 옮겼으면 하는 이야기를 비서들에게까지 했다.
이때의 상황을 프란체스카는 올리버(Robert T. Oliver)에게 보낸 편지에 다음과 같이 썼다.
“이 박사는 심한 기관지염으로 누워 계시고 저도 좀 그렇습니다. 집은 난방이 되지 않고 전기난로 하나에 매달려 있는데, 그나마도 전류가 약해서 난로가 좀처럼 잘 데워지지 않습니다. 몸이 따뜻해질 때라고는 햇빛이 방안으로 들 때에 볕을 쬐는 것뿐입니다.”28)
晩年의 보금자리가 된 梨花莊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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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李承晩 晩年의 보금자리가 된 梨花莊의 組閣堂. |
이화장으로 불리게 된 이 집 일대는 조선 중종(中宗) 때의 학자 신광한(申光漢)의 옛 집터로서 ‘신대(申臺)’라고도 불리는 명승지였고, 인조(仁祖)의 셋째아들 인평대군(麟坪大君)이 살던 곳이기도 했다. 동대문〔興仁之門〕으로 이어지는 낙산(駱山) 기슭에 위치한 부지 1,821평의 이화장은 이승만 내외가 처음 입주할 때에는 방 셋밖에 없는 본채와 1935년에 지은 조그마한 정자가 하나 있을 뿐이었다. 이 정자는 이승만이 1948년에 조각 작업을 하던 곳이라고 하여 ‘조각당(組閣堂)’이라는 이름으로 보존되고 있다. 이승만은 1961년에 하와이로 망명할 때까지 이 집에서 살았는데, 이화장은 2009년 4월에 정부로부터 사적 제497호로 지정되었다.
이화장은 실업가 강익하(姜益夏)의 부인이며 사회사업가이자 교육가인 황온순(黃溫順)이 1931년에 이 일대의 땅 3,000평을 매입하여 개발한 곳이라고 한다.32) 이화장의 부지는 여섯 필지로 되어 있는데, 이승만의 대통령 재임기에도 그와 각별한 교분이 있었던 황온순은 남쪽 끝자락 땅 23평은 그대로 소유하고 있다가 이승만이 타계한 뒤에 그의 유족에게 소유권 이전 등기에 동의해 주었다.33)
이승만은 오랜만에 갖는 자기 집이라 집을 매만지고 정원을 가꾸는 일도 돈암장이나 마포장에서 했던 것보다 신이 나 보였다. 정원은 비탈진 바위언덕 아래로 회화나무, 단풍나무, 소나무, 주목, 산목련 등 자연생 수목이 우거지고 바위틈으로 개울물도 흘렀다. 프란체스카도 이러한 자연 경관을 무척이나 마음에 들어했다. 이승만의 ‘이화장’이라는 시에는 만년의 보금자리를 얻은 기쁨이 잘 드러나 있다.
梨花洞裏晝陰陰
鎭日鶯啼綠樹深.
隣寺水流僧不見
時間鐘磬出空林.
이화동은 낮에도 그늘지고 어두워
온종일 푸른 숲 깊이 꾀꼬리 운다.
이웃 절의 물은 흐르는데 중은 보이지 않고
이따금 종소리만 숲 사이로 울린다.34)
2. 時局對策要綱 파동과 12정당협의회
도쿄(東京)에서 발행되는 《패시픽 스타즈 엔드 스트라이프스(Pacific Stars and Stripes)》지 10월 18일자의 이승만 기사는 사람들을 깜짝 놀라게 했다. 그것은 서울발 INS통신 기사였는데, 내용은 소련은 남한의 우익 및 중간파 지도자들과 비밀히 협의하여 한국에 연립정부 수립을 기도하고 있다고 이승만이 말했다는 것이었다. 자유주의자이며 슈티코프와 종종 만나는 정안립〔鄭安立:본명 鄭永澤〕과 공산당 통역 손빈(孫彬)을 통하여 슈티코프가 그러한 제의를 했다고 했다.35) 그리하여 이승만과 슈티코프 사이에 모종의 교섭이 있어서 통일정부를 수립할 계획을 결정했다는 풍설이 퍼졌다. 그것은 이승만의 권위를 손상시키는 풍설은 아니었다. 이승만은 그것이 별로 대수로운 이야기가 아니라는 듯이, 그러나 아주 자세하게 풍설을 부인하는 담화를 발표했다.
슈티코프가 李承晩에게 교섭했다는 풍설 퍼져
“슈티코프 장군이 나에게 교섭했다는 보도는 별로 중요한 사건이 아니다. 정안립이 손빈과 함께 나에게 와서 내가 청하면 남한에서 모모 최고지도자와 북한에서 김일성(金日成), 박헌영(朴憲永), 조만식(曺晩植)까지 데려다가 남북통일 총선거를 하기로 협의가 다 되었다 하며 영문으로 타이프한 글을 가지고 와서 내게 보이며 내가 이 계획을 지지하는 문자만 써 주면 자기들이 곧 평양으로 가서 여러 지도자들을 데려올 것이며, 또 이미 하지 중장과도 협의가 되어 허가증을 주기로 내락되었다 하였으나, (나는)당국에서 무슨 신적(信跡)이 있기 전에는 중요시할 수 없다 하였고, 추후에 들으니 하지 중장도 전혀 모르는 일이라 하는 터인즉 이 사건에 대하여 내가 아는 것은 이것뿐이다.”36)
정안립은 남북한의 인구 300만명당 1명의 비율로 남한에서 이승만, 김구, 김규식, 안재홍(安在鴻), 박헌영 또는 허헌(許憲), 장건상(張建相), 정안립 7명과 북한에서 김일성, 김두봉(金枓奉), 조만식 3명이 참가하는 10명의 남북지도자협의회를 구성하여 총선거를 치르자고 주장했다.37) 한독당의 임시중앙집행위원회가 남북대표회의를 조직하기로 결의한 것도 이러한 움직임과 관련이 없지 않았던 것 같다.
이 시기에 남로당의 책임자였던 이주하(李周河)에 따르면, 정안립은 남로당에 대해서도 자기가 북한에 가서 북한지도자들과 협상할 수 있도록 자기에게 위임장을 써 주도록 요청했으나, 남로당은 이를 거부했다. 이주하는 “이 제안은 명백히 외국 군대의 철수 주장을 무력화시키고 남조선에 단독정부를 수립할 필요성이 있다는 점을 보여주기 위하여 고안된 것이었다”라고 단언하고 있어서 눈길을 끈다. 이주하는 그러면서 “많은 사람들이 남북조선대표자들의 협의회를 통하여 민족통일을 달성할 수 있을 것이며 조선인민 자신이 자신의 정부를 수립할 수 있을 것이라는 환상을 가지고 있었다”라고 기술했다.38)
정안립 등의 움직임은 미군정부 정보기관에도 포착되어 조사를 받았다. 제이컵스는 이러한 사실을 10월 8일에 마셜 장관에게 보고하면서, 이 계획의 목적은 이러한 지도자들의 협의를 통하여 한국을 통일시키는 계획을 수립하여 미소공위에 제출하고 미소공위로 하여금 이 통일계획을 4개국 정부에 제출하여 승인을 받게 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제이컵스는 정안립이 10월 2일에 미소공위 소련대표단의 마슬로프(Maslov)를 만난 사실을 적시하면서 그 계획의 기원은 소련이라고 단정했다.39)
정안립은 11월 1일에 남북통일기성회를 결성하고, 자신이 회장이 되고 조소앙과 장건상을 고문으로 발표했으나,40) 별다른 활동을 하지 못했다. 그리하여 남북지도자협회 계획은 해프닝으로 끝나고 말았다.
國民大會에서 하지에게 중도정당 해산시키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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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947년의 한 행사에 참석한 李承晩, 金九, 슈티코프 美蘇共委 소련쪽 수석대표, 과도정부 민정장관 安在鴻. |
대회는 미 국무부에 보내는 편지, 중간파 동향에 대한 보고와 결의문 채택, 반탁투쟁 경과보고, 미국, 영국, 중국에 대한 감사문 낭독 등 다양한 순서로 진행되었다. 군중으로부터 안재홍 민정장관의 사임을 요구하는 긴급동의가 있어서 임석한 경찰관과 실랑이 끝에 그대로 채택되었다. 안재홍의 사임을 요구하는 이유는 안재홍이 입법의원의장 김규식과 사법부장 김병로(金炳魯)와 연서로 군정연장 청원서를 미군정부에 제출했기 때문이라는 것이었다. 같은 내용의 전단이 장내에 뿌려지기도 했다. 군중이 동요했을 것은 당연하다. 이채로운 것은 남로당 중앙위원이던 박일원(朴馹遠)이 등단하여 8·15폭동음모의 진상을 자신이 체험한 대로 설명하고 민족적 양심에서 탈당했다고 한 연설이었다. 이윤영, 박순천(朴順天), 명제세 등의 연설이 이어졌고, 대회는 오후 6시가 넘어서야 끝났다.
CIC의 보고서는 “이승만은 평소처럼 대회장에 나타나지 않았으나 정신적으로 그 자리에 있었던 것은 의심의 여지가 없다”고 기술했다. 이 보고서에 따르면, 이승만은 이날의 행사를 전날 워싱턴의 한국위원부에 알렸는데, 대회가 채택한 결정서들의 영역문은 그의 타이프라이터로 제작하고 그의 등사기로 인쇄한 것이었다.41) 이처럼 CIC는 이승만의 편지를 검열하느라고 그의 타이프라이터 글자체까지 파악하고 있었다.
10월 마지막 주에는 독촉국민회 지방지부 주최로 비슷한 집회가 지방에서도 개최되었다. 개성에서 열린 총선거추진국민대회에는 16개 단체에서 1만명가량의 군중이 동원되었고, 진주에서 열린 국민대회에는 5,000명가량이 참가했다.42)
‘怪文書’ 「時局對策要綱」의 수수께끼
10월 26일 남산공원 국민대회에서 사퇴요구를 받은 안재홍은 29일의 기자회견에서 다음과 같은 담화를 발표했다.
“지난번 국민대회 회장에서는 본관과 입법, 사법 양 수뇌자가 연서로써 군정연장 청원서를 제출하였다고 선전하는 자가 있으나 이는 비민주적인 정권쟁탈의 모략인 것이며 비굴한 책동인 것이라 할 것이다.”43)
그러나 그것은 안재홍이 그처럼 매몰차게 공박할 만큼 터무니없는 것은 아니었다. 그것은 9월 25일부로 과도정부 정무위원회가 서명한 「남조선 현정세에 대처할 조치요강」이라는 문건을 두고 하는 말이었다. 이때까지 이 문건은 알려지지 않고 있었다.
이승만 직계 정파들과 사회단체들의 공격이 시작되었다. 독촉국민회, 조선민주당, 한국민주당, 서북청년회 등 15개 정당 및 사회단체는 11월 3일에 “남조선과도정부 정무위원회에서 일치 가결되고 또 도지사와 부처장의 합동회의에서 이의없이 통과된 것이라는 첨서가 있는” 이 ‘괴문서’에 “민족적 정기에서 용서할 수 없을 뿐 아니라 한민족의 의사에 위반되는 문구가 있다”는 공동성명을 발표했다. 시국대책요강 가운데 다음과 같은 조목이 들어 있다는 것이었다.
(1)[제2조 제2항 제2목] 남한의 애국자들은 군정부를 한국독립을 준비하며 완성하는 수단과 기관으로 신뢰하며 애호할 뿐만 아니라 한국의 진정한 통일이 군정부의 노력에 의하여 또 그 배후세력에 의하여 성취될 것을 믿는다.
(2)[제2조 제2항 제3목] 그러므로 우리 3천만 한인은 군정부를 그들의 사실상의 정부로 여기며 또 여겨야 될 것이다. 군정부에 충성하며 협력하여 이것이 강력하게 되어 형식상 또 사실상 우리 정부로 변형되도록 함이 우리의 사무이다.
(3)[제2조 제3항 제1목] 미군사령관이 남한에서 주권을 장악한다. 그리고 그가 제3자의 입장에서가 아니라 우리의 민족적 입장에서 주권을 행사하기를 우리는 그에게 기대한다.
위의 세 가지 조항은 영문으로 번역된 「시국대책요강」 4개장 33개항목 가운데에서 뽑아서 우리말로 다시 번역한 것이었다.
金性洙가 밤중에 梨花莊으로 달려와
성명서는 이러한 항목은 민족정기에서 용서할 수 없는 언어도단이라면서 다음과 같이 선언했다.
“우리는 이 사실을 만천하에 공개하는 동시에 위의 조항은 한민족의 의사에 절대로 위반됨을 국제적으로 표명하며, 아울러 그 문자가 작성된 목적을 규명하여 관계자에게 책임을 추궁코자 하는 바이다.”
이러한 성명과 함께 우익 단체들은 유진산(柳珍山) 등 네 사람으로 하여금 안재홍에게 시국대책요강의 작성권한 근거, 작성의도, 사용된 방면, 위의 3개조항에 대한 해명을 11월 5일까지 회답하라는 편지를 전하게 했다.44)
「시국대책요강」은 경무부장 조병옥(趙炳玉)이 작성한 것이었다. 안재홍의 비서관인 이교선(李敎善)으로부터 영문 번역문을 입수한 이승만은 격노하여 문제의 부분을 번역하여 독촉국민회 인사들에게 주면서 독촉국민회로 하여금 조병옥을 매장하는 규탄대회를 열도록 할 계획이었다. 그러나 밤중에 달려온 한민당 위원장 김성수(金性洙)의 부탁으로 조병옥 개인에 대한 규탄은 보류되었다. 김성수는 윤석오(尹錫五) 비서를 이화장 밖 개천가로 불러내어 “사람은 살려놓고 봐야 할 것이니, 이 박사에게 재고하시도록 자네가 특별히 여쭈어 주게”라고 부탁했고, 윤석오는 이승만에게 조병옥을 불러서 꾸짖는 것이 어떻겠느냐고 건의했다. 이승만은 조병옥의 장인 친구였다. 조병옥은 평소에 이승만이 귀여워하는 자기 부인을 대동하고 이화장을 방문하여 사과했다고 한다.45)
“軍政연장 策謀한 사실 있다면 용서 못해”
「시국대책요강」은 어런더런한 정국에 또하나의 큰 충격이 아닐 수 없었다. 김구는 “원문을 보지 못했기 때문에 뭐라고 말할 수 없다”고 전제한 다음, “만일에 군정연장을 책모한 사실이 있다면 민족적 정신으로 도저히 용서할 수 없는 일이다”라고 잘라 말했고, 한독당은 “주권문제의 신성성을 침범했다는 것은 수정 정도가 아니라 완전히 취소하고 민족 앞에 사과해야 한다”라는 격렬한 반응을 보였다. 한편 안재홍과 같이 「시국대책요강」에 서명했다고 알려진 김규식은 “나는 아무런 관련도 없을뿐더러 그 내용도 모르므로 아무 말도 할 수 없다”라면서 말을 아꼈다. 이에 대해 독촉국민회는 “우리가 이상히 생각하는 것은 입법의원에서 이것을 모르고 있었다는 점이니, 입법의원 제공은 감연히 궐기하여 민족정기에서 규탄의 화살을 들어야 할 것이다”라고 촉구했다.46)
안재홍은 11월 5일에 이 「시국대책요강」은 “9월 하순에 미소공위에 의한 남북통일정부의 출현이 지연필지인 정세하에서 그 응급대책으로 작성된 것이다”라는 설명과 함께 「시국대책요강」 전문을 발표했다.47)
안재홍은 이어 서울중앙방송국의 라디오방송을 통하여 시국대책요강의 작성동기와 그 내용을 자세히 설명하고, 다음과 같이 덧붙였다.
“8·15이후 이미 삼십삭을 바라보는데, 남북분단 점령은 말할 것까지도 없고, 지금까지 우리들의 한 일은 결국 좌우대립에 의한 동족상잔이었고, 지금의 형세로는 좌방(左方)의 세력이 꺾인 줄로 여기나 표면에 나타나지 못하는 대신 그것이 잠행적으로 지하운동으로 발전되고 있는 이때이다. 사상은 사상으로써 싸워서 극복한다는 것은 변치 못할 원칙이다. 그런데 이러한 국내의 큰 문제와 또 급박한 국제정세의 밑에 우파진영 안에서의 투쟁은 매우 명확한 사실에 의거하여서 부득이한 경우에서만 이것을 단행하는 태도를 가질 것이다. 본인에 대하여서도 많은 모략선전 있는 것을 듣고 있으나, 본인은 변함없는 민족독립국가 완성을 위하여 생명을 걸고 노력하는 자이다. 이 점 너무 걱정 말아 주시기를 바란다.”48)
이승만은 당장은 언급을 회피했으나 그것은 하지의 의중을 반영한 것이라고 판단했다. 하지의 의중이란 드레이퍼 차관에게 말한 한국문제 해결의 두 번째 방안, 곧 앞으로 5년 동안 미군이 남한에 주둔해서 남한의 발전을 위하여 적극적으로 노력하는 경우를 뜻하는 것이었다. 이승만은 「시국대책요강」이 그러한 방안을 전제로 하여 작성된 시안이라고 의심했던 것이다. 그것은 물론 이승만의 조기총선 주장과 정면으로 배치되는 구상이었다. 독촉국민회 등의 격렬한 대응도 이승만의 이러한 입장을 반영한 것이었다.
大同靑年團의 總裁職도 사퇴하겠다고
이승만은 「시국대책요강」과 관련하여 11월 7일에 “애국동포에게 고함”이라는 담화를 발표했다.
“우리 삼천만이 일심분투한 결과로 태산 같은 장애를 다 물리쳐서 소위 모스크바결정이라, 신탁통치라, 공산분자와 합작해야 한다는 모든 문제를 타파시키고, 오직 한 가지 장애만 취소시키면 우리 독립은 완성될 것이다.
이 한 가지 문제는 우방이 얼마 동안 우리를 다스려서 자치자주할 만치 된 후에 정권을 허락하게 하자는 주의이다. 이 주의를 가진 사람이 극소수이므로 공개로 발언은 못하고 속으로 은근히 선전하는 것이, 한인들이 분쟁분열로 합동이 못되는 고로 정권을 맡길 수 없다는 구실하에 정당이 사백에 달한다는 허무한 언론이 전파되고 있는 중이다.”
이처럼 이승만은 「시국대책요강」이 미국이 얼마 동안 남한의 점령통치를 계속하겠다는 뜻을 반영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리고 그러한 기도의 빌미가 된 것이 정치인들의 분파주의라고 신랄하게 매도했다.
“이 형편을 일반동포에게 다시 경고하나니, 모든 정당의 당국자들이나 당원들은 당정(黨政)이나 파당적 사상을 포기하고 오직 국권회복만을 위하여 합심분투할 것이며, 또 일반 애국남녀 동포는 정당이나 파당적 주의로 분쟁을 일삼는 인사들은 독립방해자로 인정하야 모든 당파세력이 민간에 포용을 받지 못하도록 만들어야만 우리의 살 길을 찾아나갈 것이다.
우리가 공산당과 싸운 것은 그들이 우리 독립을 방해하는 연고이니, 그러면 하필 공산당뿐이리오. 누구나 우리 독립을 방해하는 개인이나 단체는 다 이와 같이 대우해야만 우리의 목적을 성취하는 첩경일 것이다. 이와 같이 해서 국권을 회복한 후에는 형편을 따라 두세 정당을 필요에 의하여 세울 수 있을 것이다.”
이승만은 9월 12일에 창단된 이청천(李靑天)의 대동청년단(大同靑年團)의 총재직을 비롯하여 다른 몇몇 청년 단체의 총재 명의도 사퇴하겠다고 다음과 같이 말했다.
“또 끝으로 할 말은 근일에 청년단의 통합여부로 인하야 경향에 다소간 분규상태를 양성하기에 이른 것은 또한 큰 유감이다. 내가 대동청년단의 총재명의를 가졌다는 문제로 이와 같은 혼란이 생긴다면 나는 침묵하고 있을 수 없나니, 나는 몇몇 청년단의 소위 총재명의를 다 사절하고 오직 국민회로 민족운동을 전력하려 하니, 나의 고충을 양해하여 오해가 없기를 절망한다.”49)
民政長官 및 各 部處長 불신임안은 부결돼
그러나 이승만의 이러한 주장은 하지와 미군정부에 대한 지나친 의구심에서 기인하는 것이었다. 이무렵 하지는 합동참모본부에 대하여 미국의 결의안에 유엔이 찬성하지 않거나 소련이 참여할 의사를 표명하지 않을 때에는 미국은, 유엔감시단이 있건 없건, 즉시 남한의 입법기관을 위한 선거를 실시하고, 가능한 빠른 시일 안에 남한의 과도정부를 수립해야 한다고 건의했다.50)
국민대회를 주동했던 15개 우익 정당 및 사회단체는 시국대책요강과 관련하여 11월 8일에 공동으로 하지 장군에게 편지를 보내어 안재홍 이하 책임자들을 인사조치하고 총선거 실시일자를 즉시 공포할 것을 요구했다.51)
「시국대책요강」 문제는 과도입법의원에서도 논란되기 시작하여 11월 14일에 열린 제170차 회의에서 “남조선과도정부 정무위원회에서 작성한 소위 「시국대책요강」은 그 전체를 부인하고 우리 민족의 공통한 의사가 아닌 문서를 작성하여 비밀히 외국에 송치한 책임을 규탄하되, 특별위원회를 조직하야 그 위원회에 넘겨 심사하야 방침을 결정 보고케 할 것”이라는 동의가 재석의원 69명 가운데 가 38표, 부 30표, 기권 1표로 가결되었다.52)
한편 과도정부 정무위원회는 이날 「시국대책요강」의 문제된 부분을 수정하여 군정장관에게 제출했다.53)
「시국대책요강」을 심사한 특별위원회는 한달 뒤인 12월 9일의 제180차 회의에 “현 남조선과도정부 정무위원, 즉 민정장관 및 각부처장에 대하야 신임할 수 없음을 결의함”이라고 보고했고, 이 보고는 재석의원 59명 가운데 가 24명, 부 17명으로 접수되었다.54) 그러나 12월 15일에 열린 제182차 회의에서 진행된 민정장관 안재홍 이하 과도정부 부처장들에 대한 불신임 표결은 재석 63명 가운데 가 27표, 부 35표, 기권 1표로 부결되었다.55)
趙素昻 등이 앞장서서 정당협의회 결성
10월 30일에 열린 유엔총회 제1위원회〔정치위원회〕가 한국의 총선거를 감시할 유엔한국임시위원단을 파견한다는 내용의 미국 결의안을 찬성 41표, 반대 0표, 기권 6표로 가결했다는 뉴스가 전해지자 정국은 또다시 소용돌이쳤다. 그 가운데에서 가장 주목되는 것은 한국독립당과 근로인민당을 비롯한 10여개 중간파 정당들의 정당협의회 결성 움직임이었다.
이들 각 정당대표들은 11월 2일에 한독당 회의실에 모여 예비회합을 갖고, 10월 4일에 같은 장소에서 제2차 연석회의를 가졌다. 이날의 회의에는 한국독립당, 근로인민당, 민주독립당, 인민공화당, 민주한독당, 민중동맹, 신진당, 조선공화당, 천도교 보국당, 천도교 청우당, 조선민주당, 사회민주당의 12정당 대표들이 참석하여 준비위원회를 구성했다. 이어 11월 5일에는 제3차 회의를 열고, 협의회 결성준비에 관한 부서 결정 등 구체적인 추진작업을 논의했다. 준비위원회는 이날 12정당협의회의 ‘4대원칙’과 ‘4대방략’을 발표했는데, ‘4대방략’의 요지는 다음과 같았다.
(1) 자주독립의 통일정부를 수립하기 위하여 민족자결의 민주주의 선거기구를 중앙과 지방에 조직할 것.
(2) 38도선의 철폐로 자주적 남북교류를 보장하여 전국적 총선거를 실천케 하되, 그 전제조건으로 미소 양군을 즉시 철병케 하고 일체 정권을 우리 민족에게 넘기게 할 것.
(3) 보선 실시방법과 양군 철수절차와 남북의 당면 긴급사항과 철군 후의 치안확보 문제 등을 협의하기 위하여 남북정당대표회의를 구성할 것.
(4) 남북대표회의의 구성준비로서 우선 이남 각 정당협의회를 구성할 것.56)
이보다 앞서 한독당은 이미 9월말에 조소앙, 엄항섭, 조경한(趙擎韓)의 공동제안으로 남북요인회담개최를 결정하고 남한의 정당회의를 개최하기 위해 정형택(鄭亨澤), 성낙훈(成樂勳), 김경태(金敬泰), 조각산(趙覺山)을 교섭위원으로 선정했었다.57) 10월 15일과 16일에 열린 한독당 임시중앙집행위원회가 남북대표회의를 조직하기로 결의한 것도 이러한 주장과 맥을 같이하는 것이었을 것이다.
그런데 김구는 한독당 부위원장인 조소앙이 정당협의회에 주동적으로 참여하는 것을 인정하고 정기적으로 보고를 받고 있었으나, 자신이 직접 관여하지는 않았다고 한다.58)
“빨리 정부수립해야 南韓 적화 막을 수 있어”
유엔총회 제1위원회의 결의 뉴스가 전해지자 이승만은 11월 4일에 왜 남한에서 총선거를 서둘러야 하는가를 논리적이면서도 설득력 있게 설명하는 성명서를 발표했다.
“우리는 허명이나 형식상 독립보다 사실적 국권을 회복하려는 것이니, 민의대로 국회를 세워서 신성불가침의 정권을 잡는 것이 우리의 독립이다. 이 실권만 가지게 되는 날은 남이 우리 일을 간섭하거나 자기들끼리 작성하고 강제로 준행시키려는 등 모든 폐단이 막힐 것이요, 남북통일을 우리 힘으로 도모하는 것이 남들에게 맡겨 두고 처분만 기다리느니보다 낫고 또 속할 것이다. 우방들이 우리를 도와서 남북총선거를 행하려 할지라도 우리 정부대표가 있어서 협조해야만 우리 민의대로 해결될 수 있을 것이요, 그렇지 못하면 유엔위원단이 타인들의 의견을 듣고 우리의 원치 않는 것을 준행하리니, 또 혼란을 양성할 것이다.”
이승만은 유엔한국위원단이 남북한의 총선거를 감시한다는 것은 소련이 불응하면 총선거는 결국 남한에 한정될 수밖에 없다는 것을 상기시켰다.
“유엔대표단이 와서 남북총선거를 감시한다는 것은 소련이 불응하면 그 결과는 남한총선거로 귀결될 것뿐이니, 기왕에 미소공위로 인연하야 오륙 개월 세월을 허비한 후 또다시 시일을 허비할 필요도 없고 형편도 허락지 않는 것이다. 설령 유엔의 결정대로 남북총선거가 된다 할지라도 대표단이 미소사령장관들과 다소간 협의가 될 것이니, 그 결과로는 단순한 민의대로 진행하기가 어려울 것이요, 파괴분자들이 참가되는 날은 정부나 국회에 들어가서 파괴를 일삼을 것이니, 세인 이목에 한인이 자치능력이 있다 없다 하는 수욕〔羞辱·부끄러움과 욕됨〕된 구실을 만들 것이다. 또는 북한의 공산군이 남한침범을 준비한다는 보도가 자주 들리는 이때에 우리는 하루바삐 정부를 세워서 국방군을 조직해 놓아야 남한이 적화되는 화를 막을 수 있을 것이다. …”59)
이처럼 그는 남한의 적화를 방지하기 위해서라도 정부수립이 시급하다고 주장했다.
總選擧 촉진 국민대회의 정당협의회 비판
독촉국민회와 한민당 등 14개 우익 정당 및 사회단체 주최로 11월 15일 오전에 서울운동장에서 열린 ‘유엔결정 감사 및 총선거촉진 국민대회’는 몇 가지 긴 결의문 채택 위주로 진행된 것이 이채로웠다. 대회는 백남훈의 개회사에 이어 김준연의 유엔결정 감사결의문, 남송학(南松鶴)의 신임 군정장관 딘(William P. Dean) 소장에 대한 환영문, 양우정(梁又正)의 시국대책요강에 대한 결의문, 유진산의 중도 및 좌익 12정당 준동대책 결의문, 박순천의 총선거촉진 결의문이 각각 낭독되고 채택되었다.
결의문 가운데에서 가장 주목되는 것은 12정당협의회에 대한 결의문이었다. 결의문은 12개정당협의회가 “갈 곳이 없게 된 공산분자들이 중간파 명의를 무릅쓰고 도당을 불러 모아 소위 12정당 합동회의라는 것을 주창하여… 정권을 획득코자 하므로” “필경은 또다시 외국의 후원을 얻어서 남한에 공산세력을 다시 세우기를 꾀하는” 것이라고 질타했다. 그런데 결의문의 이러한 주장은 남로당 책임자 이주하가 중도적 정당들에 파견되어 있는 남로당 프락치들이 어떻게 활동하고 있는지 설명하고 나서, 이들이 제시한 “이 요구조건은 기본적으로 (12개정당)협의회의 노선으로 채택되었다”라고 기술한 보고와 일치하는 것이어서 흥미롭다.60)
우익의 맹렬한 비판에 당면한 한독당은 정당협의회 추진파와 보류파로 분열되었다. 추진파는 조소앙을 중심으로 한 진보그룹이었고 보류파는 김구계의 조완구(趙琬九), 엄항섭(嚴恒燮), 조경한 등이었다. 이러한 분열의 와중에서 조경한이 인솔하는 청년 20여명이 정당협의회 교섭위원이던 정형택, 성낙훈, 김경태, 조각산 등을 구타했다. 이어 한독당은 교섭위원들을 제명했는데 제명의 이유는 교섭위원들이 조소앙 중심으로 당을 분열시키고, 근로인민당의 정백(鄭栢)으로부터 공작금을 받았다는 것이었다.61)
3. 國民議會와 國民代表大會의 재결합
마침내 유엔총회는 11월 14일의 전체회의에서 제1위원회가 건의한 한국문제에 관한 결의안을 찬성 43표, 반대 0표, 기권 6표로 채택했다. 기권한 여섯 나라는 소련, 체코슬로바키아, 폴란드, 유고슬라비아, 백러시아, 우크라이나였다.
역사적인 결의문의 주요 조항은 다음과 같다.
(1) 선거에 의한 한국민의 대표들이 한국문제를 심의하는 데 참여하도록 초청되어야 한다. 또한 그러한 참여를 용이하게 하고 촉진하기 위하여, 그리고 한국 대표들이 한국국민에 의하여 실제로 공정하게 선출되는 것을 감시하기 위하여 한국 전역에 걸친 여행, 감시, 협의를 할 수 있는 권한을 갖는 유엔한국임시위원단(United Nations Temporary Commission on Korea : UNCOK)을 설치한다.
(2) 위원단이 한국국민의 자유와 독립을 조속히 달성시키는 문제를 협의할 수 있고, 국회(National Assembly)를 구성하여, 한국중앙정부(National Government of Korea)를 수립할 대표들을 선출하는 선거가 늦어도 1948년 3월 31일 이전에 실시되어야 한다.
(3) 선거 이후에 가능한 한 빨리 국회를 소집하여, 중앙정부를 수립하고, 그 사실을 위원단에 통보한다.
(4) 중앙정부가 수립되는 대로 그 정부는 위원단과 협의하여 자체의 국방군을 건설하고, 이에 편입되지 않은 모든 군사단체 및 준군사단체를 해산시키며, 남북한의 군사령부와 민간기관으로부터 정부의 기능을 인수하고, 그리고 될 수 있는 대로 빨리, 가능하다면 90일 이내에 점령군을 완전히 철수시키도록 점령국과 조정한다.
(5) 위원단은 상황의 진전에 따라 유엔총회의 임시위원회〔소총회〕와 협의할 수 있다.
(6) 회원국들은 위원단이 책임을 수행하는데 필요한 모든 원조와 편의를 제공하여야 한다.
그리고 유엔총회는 이 결의문에 명시된 임무를 수행하기 위하여 오스트레일리아, 캐나다, 중국, 엘살바도르, 프랑스, 인도, 필리핀, 시리아, 우크라이나의 9개국으로 유엔임시한국위원단을 설치하기로 결의했다. 그러나 소연방의 하나인 우크라이나는 수락을 거부했다.6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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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1월 14일의 유엔總會 전체회의 決議를 보도한 《朝鮮日報》 지면. |
韓國 연립정부 제의할까 우려해
이 유엔결의문은 분명히 1945년 12월의 모스크바협정에 위배되는 것이었고, 애매한 점이 없지 않았다. 우선 소련은 미소의 협정이 있으므로 유엔총회는 이 문제에 대하여 관할권이 없다는 입장을 분명히 하고 있었다. 유엔임시한국위원단의 임무와 권한도 명확하지 않았다. 누가 어떤 선거법에 의하여 선거를 주관해야 할 것인지도 모호했다. 이때부터 1948년에 이르는 겨울은 이승만에게나 김구에게나 심각하게 고통스러운 기간이었다. 이때의 이승만의 상황을 올리버는 매우 인상적으로 기술했다.
“북한에는 이미 ‘한국정부〔북조선인민위원회〕’가 수립되어 있었고, 남한에는 이와 비견될 만한 기관이 없었으므로 유엔한위는 아마 북쪽 견해에 더 비중을 두게 될 것이었다. 게다가 이 박사는 필연적으로 자기가 가장 우려하는 연립정부를 도출하게 될 선거방식을 제안할지 모를 유엔한위의 구성을 미심쩍어했다. 결국, 그리고 최악의 경우에는, 선거는 단지 그 본질은 명확하지 않은 채 형식상으로만 독립인 임시정부를 수립하게 될 것처럼 보였다.
워싱턴에 있는 우리는 기본적인 승리는 쟁취했다고 생각하고 이 박사가 유엔의 계획에 ‘협조’ 하기를 간곡하게 요망했다. 서울에 있는 그는 그것이 애매성, 지연술, 그리고 군정부에 의한 계속적인 지배라는 종전의 방침과 궤를 같이하는 것이라고 이해했다. 그가 우려한 것은 그것이 공산주의자들이 동유럽의 연립정부들에서 권력을 완전히 장악하게 만든 것과 같은 발판을 남한에 구축하는 기회가 주어지는 동안 외부세력의 ‘감독’을 받는 한국 연립정부의 전조가 아닌가 하는 것이었다.”63)
유엔 韓委 도착 전에 總選擧 실시해야
이승만은 빨리 총선거를 실현시키기 위해 안절부절못했다. 그리하여 군정부의 미국인 가운데에는 이승만이 정신적으로 불안정하다고 말하는 사람도 없지 않았다. 그는 11월 18일에는 유엔 한위 위원들이 도착하기 전에 총선거를 실시하여 국회를 구성해야 한다고 다음과 같이 주장했다.
“남조선 총선거를 반대하는 분자들이 두 가지 문제를 일으켜서 선전하는데, 한 가지는 남방에서만 정부를 세워서 서울사람들이 정권을 잡고서 북을 떼어버리려는 계획이라 하나니, 이는 지방열을 고취하여 민족분열을 시켜 당파적 세력을 추진시키려는 계획이니 그 뜻이 심히 음험하다. 그러나 우리 애국동포의 공심과 상식으로 능히 판단할 것이므로 이런 선동에 빠지지 않을 것을 믿는다. 또 한 가지 선전은 유엔 위원이 조만간 내도하리니 그때까지 순리로 기다리는 것이 낫다고 한다. 이는 자초로 이 박사가 친미자이니 믿지 말고 우리가 자율적으로 전취하자고 경향에 은근히 선전하던 인사들 측에서 나온 말이다.
그러나 우리가 주장하는 남조선 총선거는 1년 전부터 시작하여 미국무성에서 언명하였고 하지 중장이 선언으로 과도입법의원에서 법안만 통과되면 곧 실행한다고 한 것인데, 그 후 백방으로 연기하여 온 바 공개로 막지는 못하고 핑계만 하고 있는 중이니, 유엔에서 하려는 남북 총선거가 언제 되든지 우리가 그 정책을 지지하는 동시에 우리는 기왕의 계획을 집행하려는 것이므로, 유엔이 성공되는 날은 우리의 진행하는 순서를 다 폐지하고 접수하기로 누차 성명하였은즉, 이것은 우리가 협동책으로 나가는 것이다.
가장 긴요한 점은 유엔 위원이 언제 도착하든지 우리가 선거를 하루바삐 행하여 민의로 성립한 국회가 있어야 그 위원들이 우리 민족의 정당한 대표와 협의 합작해서 민의대로 해결할 것인데, 그렇지 않고 앉아 기다리면 그 위원들이 누구와 의론하며 누가 합작할 것인지 우리는 추측할 수 있을 것이다.”
李承晩과 金九 관계 복원되는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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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安重根 의사의 조카인 큰며느리 安美生과 金九의 1947년 모습. |
“하지 중장이 자기의 의사만을 실시하려는 중에서 우리는 중립파라 좌우합작파라 하는 모든 정객들의 분규 혼잡한 상태는 유엔 위원들의 정신을 어지럽게 만들어서 그 결국은 과거 양년간 경험에 다시 빠지게 되리니 심히 위태한 사정이다. 그러므로 일반민중은 지금에 다된 독립만을 완성키 위하여 모든 선동에 파동이 되지 말고 하루바삐 선거를 진행하여 국권을 세워 남북통일을 속성하기로 일심 매진하자.”64)
12정당협의회가 우익정파들의 맹렬한 공격을 받고 교착상태에 빠지자 한동안 소원했던 이승만과 김구의 관계가 급속히 복원되는 듯했다.
김구는 11월 30일 오전에 이화장을 방문하여 이승만과 1시간 동안 회담했다. 그리고 오후 1시쯤에는 두 사람이 함께 천도교 강당에서 열린 서북청년회 창립 1주년 기념식에 참석하여 훈화를 했다.
이승만을 만나고 경교장으로 돌아온 김구는 준비된 담화를 발표했다. 먼저 정부수립 문제에 대하여 그는 다음과 같이 말했다.
“우리는 자신으로서 즉시에 절대적 자주이며 남북을 통한 통일적인 독립정부를 우리나라에 수립하기를 요구한다. 그러나 우리가 원하지 않는 국제적 제재가 있는 이상 우리가 우리의 요구를 달성하는 데 이 국제적 제재를 합법적으로 제거하는 것이 제일 조건이 되지 않을 수 없다. 그러므로 우리는 유엔에 한국문제를 제기하야 정당히 해결할 것을 주장한 것이다. 그런데 유엔이 한국문제를 정식으로 상정하야 토론한 결과 유엔감시하에서 신탁 없이 또 내정간섭 없는 남북을 통한 총선거로써 자주통일의 정부를 우리나라에 수립하도록 협력하자고 결정하였다. 그러므로 우리는 그들이 아직까지 한국의 정식 대표를 참가시키지 아니하는 것을 유감으로 생각하지 아니하는 바는 아니나, 대체로 유엔 결의안을 지지하는 바이다.”
“南韓에서만 選擧해도 南韓 단독정부 아니다”
이처럼 신중하게 전제한 김구는 소련의 방해로 남한에서만 선거를 실시할 수밖에 없더라도 그것은 남한 단독정부가 아니라고 매우 주목할 만한 발언을 말했다.
“혹자는 소련의 보이콧으로 인하야 유엔안이 실시 못된다고 우려하나, 유엔은 그 자신의 권위와 세계평화의 건설과 또 장래에 강력의 횡포를 방지하기 위하야 기정방침을 변하기가 만무다. 그러면 우리의 통일정부가 수립될 것은 문제도 없는 일이나, 만일 일보를 퇴하야 불행히 소련의 방해로 인하야 북한의 선거만은 실시하지 못할지라도 추후 어느 때든지 그 방해가 제거되는 대로 북한이 참가할 수 있게 하는 것을 조건으로 하고 의연히 총선거의 방식으로서 정부를 수립하여야 한다. 그것은 남한이 단독정부와 같이 보일 것이나, 좀더 명백히 규정하자면 그것도 법리상으로나 국제관계상으로 보아 통일정부일 것이요 단독정부는 아닐 것이다. 우리 독립을 전취하는 효과에서는 그 정부로 인정받는 것이 훨씬 좋을 것이다. 이승만 박사가 주장하는 정부는 상술한 제이의 경우에 치중할 뿐이지 결국에 내가 주장하는 정부와 같은 것인데, 세인이 그것을 오해하고 단독정부라 하는 것은 유감이다. 하여튼 한국문제에 대하야 소련이 보이콧하였다고 하여 한국 자신이 유엔을 보이콧하지 않은 이상 유엔이 한국에 대하여 보이콧할 이유는 존재치 아니할 것이다.”
1주일 전까지만 해도 유엔의 결정이 소련의 거부로 남한에서만 선거가 실시된다면 그것은 국토를 양분하는 비극이라면서 반대했던65) 김구를 이승만은 무척이나 진지하게 설득했던 모양이다.
김구는 이어 교착상태에 빠진 12정당협의회 문제에 대하여 언급했다.
“전민족적 단결은 시간과 공간의 여하를 불문하고 필요한 것이다. 그러므로 우리가 좌우합작에 실패하였다고 전민족적 단결공작을 포기할 이유는 없는 것이다. 이러한 의미에서 이번에 한독당의 발론으로 12정당이 공작을 개시한 것은 당연한 일이요 필요한 일이다. 그러나 시간이 부족하였든지 기술이 부족하였든지 혹은 노력이 부족하였든지, 좌우 양측에서 거대한 부분이 적극적으로 참가하지 아니하고 도리어 방관하며, 심하면 중상까지 하는 듯하다. 그리하야 통일공작은 도리어 역효과를 보이고 있는 형편이니, 이러한 경우에는 잠시 그 공작을 보류하고 민중의 여론에 호소하는 한편 피차간에 완만한 양해를 성립하기 위하야 좀더 노력함이 당연할 것이다. 아무리 초급할지라도 욕속부달(欲速不達)이 되면 도리어 해가 있을 것이다. 그러나 보류가 포기는 아니다.”66)
정당협의회에 적극적으로 참가하지 않은 좌우 양측의 “거대한 부분”이란 한민당과 남로당을 지칭하는 말이었다.
國民議會와 국민대표자대회가 무조건 합동 결의
김구는 12월 1일 정오에도 이화장을 방문했다. 이날 오후에는 천도교 강당에서 국민의회 제44차 임시대회가 열리는 날이었다. 9월 1일에 열린 제43차 임시대회에는 참석도 하지 않고 이 대회에서 결의된 주석 유임도 단호히 거부하며 국민의회를 비판했던 이승만이 이날은 김구와 같이 대회장에 나타났다. 이승만은 조속히 남한 총선거로 우리 정부를 수립하여 국권을 회복한 다음 남북통일을 해야 한다는 요지의 치사를 했고, 김구는 이승만의 주장과 자기의 주장이 조금도 다른 점이 없음을 강조했다.67)
이렇게 하여 몇 달 동안 소원했던 두 사람 관계가 회복되자 교착상태에 빠져 있던 국민의회와 국민대표자대회의 통합교섭이 급전직하로 추진되었다. 국민의회 대표 박윤진(朴允進), 조상환(趙尙桓), 이단(李團), 이운(李雲), 최석봉(崔錫鳳), 조대연(趙大衍), 신일준(辛一俊)과 한국민족대표자대회 대표 명제세, 이윤영, 신익희, 박순천, 강인택(姜仁澤), 최규설(崔圭卨)은 12월 1일과 2일 이틀에 걸쳐 회의를 열고 통합을 결의했다. 합동 방식은 민족대표자대회를 해산하고 그 대의원들을, 대표자대회에 참여하고 있는 입법의원들까지 포함하여, 국민의회의 대의원으로 영입하는 것이었다. 그것은 이승만의 지시에 따른 것이었다. 그는 어떻게 해서든지 김구가 자기와 공동보조를 취하기를 절실히 바랐다. 그리하여 12월 3일에는 (1) 국민의회의원선거법에 따라 조속한 기한 내에 자율적으로 총선거를 단행하고, (2) 완전합동회의가 될 제44차 국민의회임시의회는 12월 12일에 속개한다는 등의 ‘공동협상서’가 발표되었다.68)
국민의회와 민족대표자대회의 합동은 김구로서도 흐뭇한 일이 아닐 수 없었다. 김구는 12월 4일에 다음과 같은 담화를 발표했다.
“민족대표자대회 의원 전부가 국민의회로 들어오게 되었다. 이로써 민족의 단결공작도 기초가 설 수 있는 것이며 또 우리의 국제상 지위도 제고될 것이니, 심히 경하할 일이다. 나와 이승만 박사는 통일된 조국의 자주독립을 즉시 실현하자는 목적이 완전히 일치한 것이다. 그러므로 우리 양인간에는 본래 다를 것이 없는 것이며, 설혹 일시에 소이(小異)가 있다 하더라도 즉시로 일치를 구할 수 있는 것이다.”69)
같은 날 독촉국민회도 다음과 같은 담화를 발표했다.
“국민의회와 한국민족대표자대회의 합동문제가 급진전된 것은 이승만 박사와 김구 양씨 정치노선의 완전 일치를 의미하는 것으로서, 조속한 기한내에 자율적 총선거를 단행하야 과도국회를 조직함으로써 자주독립정부를 수립하려는 우리의 설계는 이제 비로소 거족적 단결로써 진취하게 되었다.”70)
그러나 국민의회와 국민대표자대회의 합동작업은 12월 2일에 발생한 한민당 정치부장 장덕수(張德秀) 암살사건의 여파로 말미암아 벽에 부딪혔다. 장덕수는 자택에서 현직 경관의 카빈총을 맞고 즉사한 것이었다.
張德秀 암살사건으로 합동작업 벽에 부딪혀
장덕수 암살사건은 송진우와 여운형의 암살에 이은 해방정국의 세 번째 정치테러였으나, 사건의 여파는 앞의 두 사건에 비할 바가 아니었다. 한국의 총선거에 대비하여 미군정부가 배후수사에 수사력을 총집중했기 때문이었다. 사건발생 사흘 만인 12월 4일에 경찰은 종로경찰서 경사 박광옥(朴光玉)과 연희대학 3년생 배희범(裵熙範)을 체포했다.71) 뒤이어 박광옥의 전세방에서 발견된 사진에 있는 최중하(崔重夏), 조엽(趙燁), 박정덕(朴定德) 등을 검거했다. 이들은 윤봉길(尹奉吉)의 상해 홍구공원 폭파직전의 모습을 흉내내어 태극기를 배경으로 수류탄을 들고 “나는 조국 대한의 완전독립을 위하야 혁명단원으로서 내 생명을 바치기로 서약함. 민국 29년 8월 26일. 대한혁명단 ○○○”이라는 혈서를 가슴에 붙이고 사진을 찍었다. 이들은 임시정부를 절대 지지하는 대한학생총연맹 간부 또는 맹원들이었다. 그리하여 사건 직후부터 경찰은 사건의 배후로 김구와 국민의회를 지목했다. 경찰은 사건 직후에 국민의회간부 10여명을 연행했는데, 이들 가운데에는 국민의회와 민족대표자대회의 합동작업을 담당하고 있는 재정훈련부장 신일준, 비서부장 조상항도 포함되어 있었다.72) 한독당 중앙위원이며 김구와 가까운 김석황(金錫璜)도 배후인물로 지목되었다.
경찰은 12월 10일에 장택상을 위원장으로 하고, 경무부와 수도관구경찰청 간부 4명을 위원으로 하는 수사위원회를 구성했다. 경무부장 조병옥은 배후관계를 왜 발표하지 않느냐는 기자들의 질문에 대해 다음과 같이 말했다.
“전위단체 8명 중 1명이 미체포이고, 배후관계는 4단계로 나누어져 있는데, 제1단계가 미체포 중에 있으므로 그 전모를 발표하지 못하고 있다.”73)
배후관계가 4단계로 나누어져 있다는 조병옥의 말은 의미심장했다. 그것은 최종 배후자가 김구임을 강력하게 시사하는 말이었다. 그리고 장택상은 장덕수 암살사건에 국민의회 인사가 관련되었다는 이유로 12월 12일로 예정된 국민의회와 민족대표자대회의 합동회의의 집회허가를 보류했다.74)⊙
1) 《東亞日報》1947년 9월24일자, <陸軍次官昨日來朝>.
2) “Orientation for Undersecretary of the Dept. of War Draper and Party by Lt. Gen. Hodge, 1947.9. 23”, 鄭容郁·李吉相 編,《解放前後美國의 對韓政策史資料集(10)》, 다락방, 1995, pp.577~626. 3) 《朝鮮日報》1947년 9월26일자, <朝鮮再建을 積極協助>.
4) 《京鄕新聞》1947년 9월21일자, <必要타면 出馬>. 5) 《東亞日報》1947년 9월25일자,
8) 《東亞日報》1947년 10월3일자, <特別選擧討議>. 9) 《朝鮮日報》1947년 10월4일자, <獨促代表者會, 昨日天道敎講堂서>. 10) 《京鄕新聞》1947년 10월5일자, <우리손으로 總選擧하자>. 11) 《朝鮮日報》1947년 9월29일자,
13) 《朝鮮日報》1947년 10월9일자, <獨促幹部改編은 副委員長補選할 뿐>. 14) 《朝鮮日報》1947년 10월7일자, <武器解除코 自由選擧를>. 15) 《東亞日報》1947년 10월7일자, <統一政府樹立絶叫> 및 <마氏提案達成國民大會>. 16) 《東亞日報》1947년 10월16일자, <李承晩博士 유엔派遣>. 17) 《朝鮮日報》1947년 10월17일자,
23) 《서울신문》1947년 10월19일자, <金九氏?라운少將과 長時間要談>. 24) 《京鄕新聞》1947년 10월19일자, <韓獨中執決議>. 25) 《서울신문》1947년 10월19일자, <單政樹立不可>. 26) 尹宇景,《晩省錄》, 서울프레스, 1992, pp.193~198. 27) CIC Weekly Information Bulletin, no.20(1947.9.7). 28) Robert T. Oliver, Syngman Rhee and American Involvement in Korea 1942-1960, Panmun Book Company LTD, 1978, p.105. 29) 尹錫五, <景武臺四季 麻浦莊②>,《남기고 싶은 이야기들》, 中央日報·東洋放送, 1977, pp.56~57. 30) Francesca to Robert T. Oliver, Nov. 9, 1947, (梨花莊所藏). 31) 《朝鮮日報》1947년 10월19일자, <李博士宿舍移轉>.
32) 徐光云,《黃溫順_天聲을 받들어 九十年》, 해돋이, 1992, pp.82~83. 33) 李仁秀 證言. 34) 이수웅 옮김,《이승만 한시선》, 배재대학교 출판부, 2007, p.159. 35) 《서울신문》1947년 10월22일자, <李博士에 北行慫慂說>. 36) 《京鄕新聞》1947년 10월24일자, <南北連絡計劃說은 做言> ; CIC Weekly Information Bulletin, no.26 (1947.10.16). 37) 정병준《우남 이승만 연구》, 역사비평사, 2005, pp.681~682 ; 도진순,《한국민족주의자와 남북관계_이승만·김구시대의 정치사》, 서울대학교 출판부, 1997, pp.182~183.
38) <남조선 정세에 대한 정보자료, 이주하, 1947년 11월24일>, 전현수 편역, 러시아연방국방성중앙문서보관소,《소련군정문서, 남조선정세보고서 1946~1947》, 국사편찬위원회, 2003, p.337. 39) Jacobs to Marshall, Oct.8,1947, Foreign Relations of the United States(이하 FRUS) 1947, vol.Ⅵ, Government Printing Office, 1972, pp.823~824. 40) 《서울신문》1947년 11월14일자, <南北統一期成會, 決議와 委員發表>. 41) 《東亞日報》1947년 10월28일자, <十萬群衆絶叫> ; CIC Weekly Information Bulletin, no.28(1947.10.31). 42) CIC Weekly Information Bulletin, no.29(1947.11.6). 43) 《朝鮮日報》1947년 10월30일자, <軍政助長은 虛說, 安長官會見談>.
44) 《朝鮮日報》1947년 11월5일자, <南朝鮮措置要綱에 異議>. 45) 尹錫五 證言. 46) 《京鄕新聞》 1947년 11월5일자, <軍政의 延長策謀와 反響>. 47) 《東亞日報》1947년 11월6,7일자, <時局對策要綱全文>.
48) 安在鴻, <소위 「軍政延長策謀, 叛逆行爲」문제의 眞相>, 安在鴻選集刊行委員會編,《民世安在鴻選集(2)》, 知識産業社, pp.262~263. 49) 《東亞日報》1947년 11월8일자, <派爭中止코 合心>. 50) Hodge to Joint Chiefs of Staff, Nov.[3?] 1947, FRUS 1947, vol.Ⅵ, p.853. 51) 《朝鮮日報》1947년 11월9일자, <「南朝鮮措置」, 十五政黨團體하中將에 書翰>. 52) 《南朝鮮過渡立法議院速記錄》제174호, (1947.11.14) ;《朝鮮日報》1947년 11월15일자, <立議 「時局要綱」을 否認>.
53) 《朝鮮日報》1947년 11월15일자, <「時局要綱」修正>. 54) 《南朝鮮過渡立法議院速記錄》제184호, (1947.12.9). 55) 《南朝鮮過渡立法議院速記錄》제186호, (1947.12.15) ;《朝鮮日報》1947년 12월17일자 <不信任案否決>. 56) 《京鄕新聞》1947년 11월7일자, <民族的獨立이 原則> ;《朝鮮日報》1947년 11월6일자, <「各政黨協議會」 構成>. 57) 《東亞日報》1948년 1월18일자, <韓獨의 脫黨發表, 自派를 爲한 謀略>. 58) CIC Weekly Information Bulletin, no.29(1947.11.6), no.30(1947.11.13).
59) 《京鄕新聞》1947년 11월5일자, <南朝鮮總選擧가 自主獨立의 第一捷徑>. 60) <남조선 정세에 대한 정보자료, 이주하, 1947>,《소련군정문서, 남조선 정세보고서, 1946~1947》, p.338. 61) 도진순, 앞의 책, p.185.
62) Department of State, Korea 1945 to 1948, Greenwood Press, 1969, pp.66~67 ; Department of State, United States Policy Regarding Korea 1834-1950, 한림대학교아시아文化硏究所, 1987, pp.150 ~151. 63) Robert T. Oliver, op. cit., p.121. 64) 《東亞 日報》1947년 11월19일자, <유엔委員과 協議爲해 南朝鮮選擧時急>.
65) 《朝鮮日報》1947년 11월25일자, <南朝鮮選擧는 國土兩分의 悲劇招來>. 66) 《東亞日報》1947년 12월3일자, <南北統一工作은 當分保留>.
67) 《朝鮮日報》1947년 12월2일자, <李博士와 金九氏合意, 南朝鮮總選擧로 共同步調乎> 및 <南朝鮮選擧推進, 李博士·金九氏演說> ; CIC Weekly Information Bulletin, no.33(1947.12.4). 68) 《京鄕新聞》1947년 12월3일자, <民代·國議無條件合同>, 12월4일자, <民代·國議共同協商書發表>. 69) 《朝鮮日報》1947년 12월5일자, <金九氏國議民代合同을 慶祝>. 70) 《朝鮮日報》1947년 12월5일자, <獨促國民會談話>. 71) 《東亞日報》1947년 12월5일자, <張德秀氏殺害犯逮捕>. 72) 도진순, 앞의 책, pp.159~160. 73) 《東亞日報》1947년 12월11일자, <搜査委員會構成>. 74) 《東亞日報》1947년 12월11일자, <國議·民代會合停止>.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