李仁植
⊙ 1945년생. 서울대 전자공학과 졸업.
⊙ 월간정보기술 발행인, 국가과학기술자문회의 위원.
⊙ <미래교양사전> <지식의 대융합> <나는 멋진 로봇 친구가 좋다> <신화상상동물 백과사전> 등
30여 권 저술.
⊙ 제1회 한국공학한림원 해동상(공학기술문화확산 부문), 제47회 한국출판문화상(저술부문),
서울대 자랑스런 전자동문상 수상.
⊙ 1945년생. 서울대 전자공학과 졸업.
⊙ 월간정보기술 발행인, 국가과학기술자문회의 위원.
⊙ <미래교양사전> <지식의 대융합> <나는 멋진 로봇 친구가 좋다> <신화상상동물 백과사전> 등
30여 권 저술.
⊙ 제1회 한국공학한림원 해동상(공학기술문화확산 부문), 제47회 한국출판문화상(저술부문),
서울대 자랑스런 전자동문상 수상.
- 세상이 만들어지기 전에 존재했던 상상의 새 혼돈(제강).
고대 사람들은 동서양을 막론하고 카오스(Chaos)로부터 사물이나 질서가 생겨난다는 생각을 갖고 있었다. 기원전 8세기경 그리스 시인 헤시오도스는 <신통기>(Theogony)에서 태초에 생긴 것은 카오스라고 적었다. <신통기>는 그리스 신화에 등장하는 신(神)들의 기원과 계보를 기록한 책이다. 카오스는 그리스어로 ‘하품을 하듯 입을 크게 벌린다’는 뜻의 단어에서 파생된 것으로 ‘비어 있는 공간’을 나타내지만 오늘날에는 ‘혼돈’이나 ‘무질서’를 의미한다. 그리스의 창세 신화는 카오스에서 시작된다. 카오스 다음으로 생긴 것은 대지의 여신(女神)인 가이아다. 모든 신의 아버지인 제우스는 가이아의 후손이다.
세상을 창조한 巨人 반고
옛 중국인들은 세상이 만들어지기 전에 혼돈이 있었다고 여겼다. 기원전 300년경 편찬된 <장자>(莊子)에는 “사람은 모두 눈ㆍ코ㆍ귀ㆍ입 등 일곱 개의 구멍이 있는데, 혼돈(混沌)에게는 구멍이 하나도 없었다”고 적혀 있다. 도끼와 끌로 하루에 하나씩 이레 만에 일곱 개의 구멍을 뚫어 주었더니 혼돈은 영원히 잠들어 버렸다. 혼돈 자신은 죽었지만 그 뒤를 이어 우주와 세계가 탄생한 것이다. 중국 최초의 신화 자료집으로 평가되는 <산해경>에도 혼돈이 등장한다. 혼돈은 서쪽 산에 사는 한 마리의 신령스러운 새로 묘사된다. 새의 모습은 누런 헝겊 주머니 같고, 한 덩어리의 불꽃송이처럼 붉으며, 다리는 여섯 개, 날개는 네 개가 달려 있지만 얼굴이 없어 눈ㆍ코ㆍ귀ㆍ입이 없었다. 그러나 음악과 춤을 알았다. 이 새의 이름은 제강(帝江)이다.
혼돈 상태에서 천지가 개벽하고 세계가 창조되는 과정을 보여주는 대표적인 창세 신화는 반고(盤古)의 이야기이다. 3세기경 중국의 창세 신화를 최초로 기록한 <삼오역기>(三五曆記)에 따르면 하늘과 땅이 아직 갈라지지 않았던 태초에 우주의 모습은 한 덩어리의 혼돈으로 큰 달걀처럼 생겼었다. 이 알에서 태어난 중국인들의 시조가 반고다. 반고는 태어난 뒤 1만8000년 동안을 잠만 잤다. 잠에서 깨어났을 때 보이는 것이라고는 흐릿한 어둠뿐이었다. 반고는 화가 나서 어두운 혼돈을 향해 큰 도끼를 휘둘렀다. 드디어 큰 달걀이 깨지고 그 속에 있던 맑은 기운은 위로 올라가 하늘이 되고, 탁한 기운은 아래로 가라앉아 땅이 되었다.
하늘과 땅이 갈라진 뒤 반고는 그것들이 다시 붙을까 봐 걱정이 되어 중간에 서서 머리로는 하늘을 받치고 다리로는 땅을 눌렀다. 이렇게 1만8000년이 지나자 하늘은 더 이상 높아질 수 없을 만큼 높아지고, 땅도 더 이상 두꺼워질 수 없을 정도로 두꺼워졌다. 반고는 마침내 지쳐 쓰러져 죽어 갔다. 그가 죽어 갈 때 하늘과 땅만 있던 세계에 갑자기 거대한 변화가 일어났다. 반고가 마지막 숨을 몰아쉴 때 새어 나온 숨길은 바람과 구름이 되고 목소리는 천둥소리로 변했다. 왼쪽 눈은 태양이 되고 오른쪽 눈은 달로 바뀌었다. 손과 발 그리고 몸은 대지의 빼어난 산이 되었다. 피는 강물이 되고 핏줄은 길로 바뀌었다. 살은 밭이 되었으며 머리카락과 수염은 하늘의 별로, 피부와 털은 화초와 나무로 변했다. 쓸모없는 땀조차 이슬과 빗물이 되었다. 하늘과 땅을 만든 거인 반고는 죽은 뒤에도 그의 몸 전체로 더욱 풍요롭고 아름다운 세계를 창조해낸 것이다.
암룡 티아마트의 최후
고대문명의 땅 메소포타미아는 북쪽으로 아시리아, 남쪽으로 바빌로니아를 포함한다. 메소포타미아 신화 중에서 바빌로니아의 창세 신화는 처음부터 끝까지 카오스의 여신인 티아마트와 창조의 작업을 마무리한 마르두크의 싸움으로 이루어져 있다. 태초의 원시 우주에는 단 두 명의 신밖에 없었다. 짠맛이 없는 맑은 물, 곧 담수(淡水)의 화신인 아프수와 소금기 있는 물, 곧 염수(鹽水)의 화신인 티아마트였다. 이 둘은 서로를 섞어 새로운 존재를 만들어 냈다. 그들로부터 네 세대에 걸쳐 신들이 생겨났다. 그중 하나가 바빌로니아 신화에서 모든 지혜와 마법의 근원이 되는 에아 신이다.
어린 신들의 수가 늘어나고 소란스럽게 떠드는 바람에 아프수와 티아마트는 편히 쉴 수 없었다. 어린 신들의 소동을 못마땅하게 여긴 아프수는 그들을 없애버릴 계획을 세웠으나 티아마트는 자신이 낳은 신들을 죽일 수 없다며 강력히 반대했다. 아프수의 계획을 눈치 챈 에아는 선수를 쳐서 그를 잠들게 만든 뒤 살해했다. 에아는 자신의 승리를 기념하는 궁전을 세우고 그곳에서 아들 마르두크를 낳았다. 마르두크는 바빌로니아 신화의 최고 영웅으로, 태어날 때부터 다 자란 어른처럼 힘이 셌다. 눈과 귀는 각각 네 개였으며 입술이 움직일 때는 불길이 타올랐다.
한편 젊은 신들은 티아마트에게 아프수가 살해당할 때 수수방관한 사실을 추궁했다. 결국 티아마트는 아프수의 죽음에 복수하기 위해 에아의 아들인 마르두크를 제거하는 계획에 동참하게 된다. 뱀과 새가 혼합된 암룡인 티아마트는 무시무시한 괴물들로 한 떼의 병사들을 만들었다. 뿔 달린 뱀, 전갈인간, 악마, 황소인간 따위로 군대를 만들고 총사령관에는 두 번째 남편인 킹구를 앉혔다. 킹구에게는 운명의 서판을 주었다. 운명의 서판은 신들의 운명이 새겨진 글자판으로, 손에 넣게 되면 최고의 권력을 갖게 된다.
티아마트의 공격에 위협을 느낀 마르두크는 서둘러 싸움을 준비했다. 먼저 활과 화살, 갈고리가 달린 철퇴는 물론이고 티아마트를 에워쌀 그물을 만들었다. 모든 준비가 끝나자 마르두크는 홍수 무기를 집어들고 폭풍우 전차에 올라탔다. 마르두크는 티아마트에게 1 대 1의 싸움을 제안했다. 마르두크는 그물을 던져 티아마트를 사로잡고, 티아마트가 자신을 집어삼키려고 입을 벌리며 달려들 때 그녀의 뱃속에 사나운 바람을 불어넣었다. 마르두크는 티아마트가 기력을 잃은 틈을 타 화살로 배를 관통시켜 죽였다. 마르두크는 킹구로부터 운명의 서판을 빼앗아 자신의 가슴에 단단히 걸었다.
모든 사태를 평정한 마르두크는 신들 가운데 최고 권력자로서의 위치를 확고히 한 다음 우주를 만들었다. 먼저 티아마트의 두개골을 짓뭉갠 뒤 몸을 둘로 갈라서 반쪽은 위로 밀어올려 하늘의 지붕으로 삼고 다른 반쪽으로는 땅을 만들었다. 티아마트의 침으로는 구름과 비를 만들고 독으로는 안개를 만들었다. 티아마트의 눈에서 유프라테스 강과 티그리스 강을 열었다. 마르두크는 킹구를 죽이고 흘러내린 피로 사람을 만들었다. 인간은 신들의 노역을 대신할 하인으로 창조된 것이다. 인간 덕분에 노동에서 해방된 신들은 마르두크를 위해 바빌론에 거대한 신전을 세웠다.
아난타와 가루다
인도의 힌두교에서는 세계가 창조ㆍ유지ㆍ파괴를 반복한다고 생각했다. 힌두교의 신화에는 수많은 신과 생물이 등장하지만, 이들은 결국 창조ㆍ유지ㆍ파괴라는 끊임없는 순환 속에 나타났다가 사라지는 존재에 불과하다.
힌두교에서 창조를 주관하는 신은 브라흐마, 세계를 유지하는 신은 비슈누, 파괴의 신은 시바다. 이 중에서 힌두교 신자들이 가장 좋아하는 신은 비슈누다. 비슈누는 검푸른 피부에 고대의 왕들이 입던 옷을 걸친 미남자로 묘사된다. 네 개의 손에는 소라고둥, 원반, 곤봉, 연꽃을 들고 있다.
인도 신화에서 최초의 바다는 우유로 되어 있다. 이 끝없는 우유의 바다 한가운데 아름다운 연꽃이 피어 있고 그 안에서 우주 최초로 유일하게 깨어 있는 존재인 신들의 신이 휴식을 하고 있다. 바다에서 쉬고 있는 신은 다름 아닌 비슈누다. 인도인들은 비슈누가 잠을 잔다고 생각했으며 세계의 창조와 소멸은 모두 그가 꾸는 다양한 꿈의 끝없는 사슬일 뿐이라고 생각했다. 태초의 대해에서 휴식 중인 비슈누의 발치에는 그의 영원한 아내이자 행복과 사랑의 여신인 락슈미가 앉아 있다. 신비한 동물들이 이 부부를 에워싸고 편히 지낼 수 있게 해 주는데, 그중 대표적인 상상동물은 아난타와 가루다이다.
아난타는 우유의 바다에서 헤엄치는 우주의 뱀으로 ‘끝없다’라는 뜻이다. 천 개의 머리를 양산처럼 달고 있다. 이 머리들은 아난타 위에 누워서 명상하는 비슈누를 가려주는 차양 역할을 한다. 가루다는 비슈누가 타고 다니는 황금빛 새이며 무한한 공간을 오갈 수 있다. 얼굴과 발은 독수리를 닮았고 몸통과 다리는 사람과 비슷하다. 가루다는 완전히 자란 뒤에 알에서 나오며 소원을 들어주는 생명의 나무에 둥지를 튼다. 가루다는 힌두교에서 피닉스(불사조)와 동일하게 여겨진다. 가루다의 중요성은 인도에만 국한된 것은 아니었다. 예를 들면 캄보디아의 건축에서는 사원 전체가 그 신비스러운 황금 새의 등에 얹혀 있다.
비슈누의 힘은 아바타라(avatara), 곧 화신이라고 불리는 다양한 형태로 이 세상에 드러난다. 인도인들은 432만년이라는 장구한 시간 동안 비슈누가 모두 열 번 화신이 되어 세계를 구하려 했다고 믿는다. 아바타라는 세상이 어떤 사악(邪惡)한 힘에 물들어서 그것을 서둘러 바로잡지 않으면 안 될 때 언제나 나타났기 때문이다. 비슈누는 “질서와 정의가 무너지고 인간들이 위기에 빠졌을 때 나는 지상에 내려온다”고 말한다.
오시리스의 부활 약속
고대 이집트인들이 가장 숭배했던 신은 오시리스이다. 그는 이집트의 왕으로서 문명을 일으킨 영웅이다. 동생인 세트는 질투심이 많아 오시리스를 제거하는 음모를 꾸미고 연회를 베풀어 형을 초대했다. 그 자리에는 오시리스의 그림자 치수를 재서 만든 나무관이 놓여 있었다. 세트는 그 관에 정확히 들어맞는 사람에게 상금을 주겠다고 내기를 걸었다. 세트는 오시리스가 관 속에 눕자마자 뚜껑을 덮고 밀랍으로 봉인하여 나일 강에 던져버렸다. 오시리스가 죽은 그 순간부터 이집트는 온갖 재앙에 시달렸다.
오시리스의 아내인 이시스는 천신만고 끝에 남편의 주검이 들어 있는 관을 찾아내고 그에게 입을 맞춰 생명을 불어넣었다. 다시 살아난 오시리스는 사악한 동생을 피해 은둔 생활을 했다. 그러나 형의 부활을 눈치챈 세트는 잠든 오시리스를 덮쳐서 그의 몸을 열네 토막으로 잘라 이집트 방방곡곡에 흩뿌렸다. 이시스는 이집트 전체를 뒤져 남편의 조각난 시신을 모두 거두어 들여 마법을 써서 원상복구시켰다. 그러나 부활한 오시리스의 영혼은 이승에 머물지 않고 죽은 자들의 나라로 갔다. 죽은 자의 영혼이 머무는 지하 세계에서 오시리스의 주검은 아누비스에 의해 방부 처리되어 최초의 미라가 되었다. 아누비스는 재칼의 머리를 갖고 있다. 재칼은 밤이나 낮이나 볼 수 있는 능력이 있다. 아누비스는 태양이 지는 나일 강의 무덤에 살면서 영혼을 저승으로 인도하고 미라를 처리하는 역할을 맡는다.
고대 이집트인들은 영혼의 저승 안내서인 <사자(死者) 의 서(書)>를 관 속의 미라 곁에 넣어주었다. 이 책에는 죽은 자의 영혼이 천국에 들어가기 전에 치르는 절차가 묘사되어 있다. 먼저 저승의 문지기인 아누비스가 죽은 자를 오시리스의 재판정으로 데려간다. 그러면 죽은 자는 오시리스와 이집트 각지에서 온 여러 신 앞에서 그들이 묻는 말에 “아니오”라고 답했다. 예를 들면 심판관들이 “생전에 나쁜 짓을 저질렀는가”라고 물으면 죽은 자는 “아니오”라고 대답하는 것이다.
이어서 아누비스는 저울 양쪽에 진리를 나타내는 새의 깃털과 영혼을 나타내는 죽은 자의 심장을 올려놓고 심장의 무게를 다는 의식을 치른다. 저울이 균형을 이루면 무죄가 인정되지만 저울이 심장 쪽으로 기울면 생전에 나쁜 짓을 많이 한 것으로 판정된다. 그런 사람은 저울 옆에 입을 벌리고 있는 아메마이트가 씹어 삼켜 제2의 죽음으로 밀어넣는다. 저승에서 영원한 삶을 믿어 의심치 않던 이집트인들로서는 이 두 번째 죽음만큼 두려운 것도 없었다. 아메마이트는 사자ㆍ악어ㆍ하마가 뒤섞인 잡종동물이다. 사자의 머리ㆍ갈기ㆍ다리가 달려 있고 길고 가는 턱은 악어를 닮았으며 날카로운 이빨이 가득 나 있다. 허리통은 하마처럼 육중하며 꼬리는 파충류처럼 기다랗다. 아메마이트는 나일 강 하류의 갈대밭과 진흙탕에 숨어 살면서 하마나 물새 또는 사람을 잡아먹는다.
죽은 자 가운데 최초로 신으로 부활한 오시리스는 저승의 왕들로부터 그들의 상징인 도리깨와 끝이 굽은 지팡이를 빼앗았다. 저승의 우두머리가 된 오시리스는 지하 세계를 개혁했다. 이전에는 오로지 왕들만이 죽은 뒤에 신들의 왕국에서 부활하는 특전을 누렸으나 오시리스는 모든 사람에게 천국을 개방함으로써 모든 이집트인에게 저승에서의 부활을 약속한 것이다. 따라서 이집트인들은 미라로 만들어져 매장되면 누구나 오시리스처럼 부활할 수 있다고 믿었다.
살아 있을지도 모를 선더버드
오늘날 북아메리카 인디언 부족은 보호구역에 살면서 관광객들의 호기심 대상이 되고 말았지만 예전에는 놀랄 만큼 풍부한 신화들을 가지고 있었다. 특히 대지에 대한 존경심을 표현한 신화가 적지 않았다. 북아메리카 원주민들은 심지어 길가의 작은 돌멩이까지도 자연 속에 있는 모든 것은 우주와 연결되어 있다고 생각했다.
자연에서 나오는 위대한 힘을 나타내는 것의 하나로 북아메리카 인디언 신화에서 각별한 의미를 지닌 존재는 천둥의 신이다. 이 신은 인간의 모습을 취하기도 하지만 천둥새(선더버드), 즉 상상할 수 없는 위력을 지닌 독수리로 나타날 때가 더 많다. 천둥새는 다른 민족의 신화에서 천둥과 번개를 호령하는 뇌신, 이를테면 그리스 신화의 제우스, 로마 신화의 유피테르, 북유럽 신화의 토르, 인도 신화의 인드라처럼 사람이 도달할 수 없는 산꼭대기에 살면서 높은 곳을 날아다니다가 사냥감이 나타나면 번개처럼 내려앉는 독수리의 모습을 하고 있다. 사람들은 천둥새가 눈빛으로 번개를 일으키고, 부리로 벼락을 몰고 오며, 날개를 퍼덕여 천둥과 폭우를 일으킨다고 여겼다.
아직까지도 신화에 등장하는 천둥새가 살아 있을지 모른다고 생각하는 사람이 적지 않다. 미국의 마크 홀이라는 신비동물 학자는 천둥새에 관한 자료를 수집해 책을 냈다. 그는 천둥새가 날개 크기나 물건을 들어올리는 능력에 있어서 다른 새들을 능가한다고 분석했다. 천둥새가 사람을 들어올리는 능력과 관련되어 가장 말이 많았던 사건은 1977년 7월 25일 오후 9시 미국 일리노이주(州)에서 발생했다. 세 명의 아이에게 두 마리의 거대한 새가 달려들었는데, 그중 한 마리가 열 살 된 남자 아이의 가슴을 발톱으로 낚아챈 것이다. 그 새는 아이를 땅에서 60cm 들어올려 9m 정도 날아간 뒤 다시 땅에 내려놓았다. 당시 현장에서 사건을 목격했던 사람들은 그 새들이 거대한 독수리처럼 생겼으며, 날개 길이는 2.4~3m 정도라고 말했다. 이 사건을 조작된 이야기로 보는 사람도 적지 않지만 그 새들이 천둥새라고 주장하는 사람들도 있다. 해마다 덩치 큰 새들이 미국 대륙을 횡단하며 보금자리를 옮긴다. 신비동물 학자들은 이 철새들 속에 천둥새가 숨어 있을지도 모른다고 주장한다.
역사의 한 장면을 만든 神話
1519년 스페인의 에르난도 코르테스 장군이 소수의 군대를 이끌고 멕시코 해안에 상륙했을 때 아스텍 왕국의 몬테수마 황제는 크게 기뻐하며 융숭한 대접을 했다. 몬테수마는 코르테스 일행이 언젠가 되돌아올 것이라고 조상들이 예언했던 케찰코아틀이 틀림없다고 여겼기 때문이다. 케찰코아틀은 한 인간으로서 전설적인 영웅으로 숭배되었고, 동시에 중앙아메리카 신화의 중심적인 존재로 여겨졌다. 숫처녀의 아들로 태어난 케찰코아틀은 ‘깃털 달린 뱀’이라는 뜻이다. 그는 키가 훤칠했고 수염이 길었으며 번뜩이는 두 눈과 부드러운 피부를 가지고 있었다. 몸소 백성들에게 베 짜는 법, 깃털로 외투 만드는 기술, 옥수수 재배법을 가르쳤다. 또한 예술을 창조하고 누리는 방법을 소개했다. 그의 가르침 덕분에 지상에는 인간의 행복을 약속하는 황금시대가 열리게 되었다.
케찰코아틀의 쌍둥이 동생인 테스카틀리포카는 백성의 지도자로 추앙받는 형에게 질투심을 느끼고 그를 전복시킬 음모를 꾸몄다. 그는 케찰코아틀과 반대되는 성격의 소유자로서 무질서와 파괴의 힘을 상징하는 신이었다. 테스카틀리포카는 형을 왕위에서 끌어내리는 최선의 방법은 그의 도덕성을 훼손시키는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래서 케찰코아틀과 여사제 한 명에게 독한 술을 마시게 해 정신을 잃게 한 다음 한자리에 누워 있게 만들었다. 케찰코아틀 역시 사제였으므로 여사제는 동생과 같은 존재였다. 술에서 깨어난 케찰코아틀은 여사제와 동침한 것으로 생각하고 수치심에 사로잡혔다. 그는 속죄하기 위해 왕위에서 내려와 죽음의 나라로 떠났다.
케찰코아틀은 대서양을 향해 가면서 활과 화살로 십자 모양을 만들었는데, 이것이 그의 상징이 되었다. 그가 불타는 장작더미 위에서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는 이야기가 있는가 하면, 다시 돌아올 것이라는 말을 남기고 뱀으로 만든 뗏목을 타고 동쪽으로 갔다는 전설도 있다. 아스텍 사람들은 흰 살결에 수염이 텁수룩한 케찰코아틀이 십자 모양의 표지를 들고 해가 뜨는 동쪽 바다로부터 돌아와 왕좌를 요구할 것이라고 철석같이 믿었다. 따라서 몬테수마는 흰 얼굴에 십자가를 들고 나타난 코르테스 일행을 케찰코아틀로 착각하고 반겼던 것이다. 코르테스는 소수의 군대로 별다른 저항을 받지 않고 아스텍 왕국을 정복할 수 있었다. 신화가 현실 세계에까지 영향을 미친 보기 드문 역사적 사건이었다.
신들에게 종말이 오다
북유럽 신화의 천지창조는 태초에 존재했던 두 생명체로부터 시작된다. 서리가 녹아 내린 물방울에서 생겨난 거인과 암소이다. 서리 거인 이미르는 암소의 젖을 먹고 살았다. 암소가 얼음 덩어리를 핥자 그 안에서 최초의 신이 태어났다. 이 남자 신의 손자들이 오딘 삼형제이다. 이들은 이미르를 기습하여 살해하고 그 시체로 세상을 만들었다.
어느 날 대지와 바다가 만나는 땅의 끝자락을 따라 걷고 있던 오딘 삼형제는 뿌리가 땅 위로 비어져 나온 죽은 나무 두 그루를 발견한다. 하나는 물푸레나무였고 다른 하나는 느릅나무였다. 오딘 형제는 물푸레나무로 최초의 남자를 만들고 느릅나무로 최초의 여자를 창조했다. 그리고 삼형제는 제각기 최초의 인간에게 생명의 숨결, 지성과 감정을 느끼는 마음, 듣고 보는 능력을 주었다. 이 두 남녀로부터 모든 인류가 생겨난 것이다.
오딘은 이미르의 몸으로 아홉 개의 세계를 창조한다. 이 세계를 떠받치고 있는 것은 이그드라실이라 불리는 거대한 물푸레나무이다.
북유럽 신화가 여느 신화와 다른 점은 신들이 종말을 맞이한다는 것이다. 오딘을 비롯한 신들은 거인족에게 멸망하고 말 것이라는 그들의 운명을 미리 알고 있었다. 신과 거인들 사이에 벌어진, 세상의 종말을 초래하는 최후의 전쟁은 라그나뢰크라고 한다. 오딘은 라그나뢰크에 대비해 그의 시종인 발키리에게 인간의 용감한 전사들을 발할라에 불러 모으게 했다.
발할라는 오딘이 사는 거대한 궁전으로 ‘전사자의 집’이라는 뜻이다. 전쟁에서 용감하게 죽은 인간들의 영혼은 이곳에 초대되어 여흥을 즐기고 전쟁을 준비했다. 발키리는 여성 전사로서 궁전에 있을 때는 술시중을 들었지만 싸움터에서는 무장한 채 말을 타고 달리며 전투를 했다. 라그나뢰크는 오딘이 가장 사랑했던 아들 발데르가 로키의 계략으로 살해되면서 시작된다. 사악한 거인인 로키는 협잡꾼으로, 귀신과의 사이에 세 명의 괴물 자식을 두었다. 늑대 펜리르, 바다뱀 요르뭉간드르, 지옥의 여왕 헬이다. 요르뭉간드르는 미드가르드를 한 바퀴 휘감고도 자신의 꼬리 끝을 물고 있을 만큼 거대한 뱀이다. 미드가르드는 천국과 지옥 사이의 중간 세상으로 인간들이 살고 있는 세상을 가리킨다. 요르뭉간드르는 미드가르드 뱀이라고도 불린다.
신들은 오딘의 아들을 죽게 한 벌로 로키를 붙잡아 동굴 속 바위에 쇠사슬로 묶어 놓았다. 로키는 신들에 대한 복수심을 불태우면서 쇠사슬을 벗어나려고 몸부림쳤는데, 그때마다 땅이 울리고 지진이 일어났다. 로키의 큰아들 펜리르 역시 꽁꽁 묶여 있는 상태로 라그나뢰크를 기다렸다. 마침내 최후의 전쟁이 다가오면서 대지가 요동치자 로키와 펜리르는 속박에서 벗어났다. 라그나뢰크가 시작되자 거인족은 죽은 자들의 손톱으로 만든 배를 타고 신들을 공격했다. 이 배의 조종은 로키가 맡았다. 오딘은 신들과 함께 거인족에 맞섰다. 발할라 궁전의 540개 문에서 각각 800명씩, 모두 43만2000명의 전사들이 싸움터로 나갔다. 그러나 신들에게 찾아온 종말은 오딘도 어쩔 수 없었다. 오딘이 이끄는 군대는 거인족에게 참패하고 그 역시 최후를 맞았다. 늑대 펜리르가 오딘을 물고 통째로 삼켜 버린 것이다. 라그나뢰크에서 오딘의 군대는 물론 거인족 역시 누구 하나 살아남지 못했으며 아홉 세상은 모두 물에 잠겼다. 승자도 패자도 없는 최후의 한판 승부로 세상은 종말을 맞이했다.⊙
세상을 창조한 巨人 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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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인들의 신화 속에서 천지를 창조한 반고. |
혼돈 상태에서 천지가 개벽하고 세계가 창조되는 과정을 보여주는 대표적인 창세 신화는 반고(盤古)의 이야기이다. 3세기경 중국의 창세 신화를 최초로 기록한 <삼오역기>(三五曆記)에 따르면 하늘과 땅이 아직 갈라지지 않았던 태초에 우주의 모습은 한 덩어리의 혼돈으로 큰 달걀처럼 생겼었다. 이 알에서 태어난 중국인들의 시조가 반고다. 반고는 태어난 뒤 1만8000년 동안을 잠만 잤다. 잠에서 깨어났을 때 보이는 것이라고는 흐릿한 어둠뿐이었다. 반고는 화가 나서 어두운 혼돈을 향해 큰 도끼를 휘둘렀다. 드디어 큰 달걀이 깨지고 그 속에 있던 맑은 기운은 위로 올라가 하늘이 되고, 탁한 기운은 아래로 가라앉아 땅이 되었다.
하늘과 땅이 갈라진 뒤 반고는 그것들이 다시 붙을까 봐 걱정이 되어 중간에 서서 머리로는 하늘을 받치고 다리로는 땅을 눌렀다. 이렇게 1만8000년이 지나자 하늘은 더 이상 높아질 수 없을 만큼 높아지고, 땅도 더 이상 두꺼워질 수 없을 정도로 두꺼워졌다. 반고는 마침내 지쳐 쓰러져 죽어 갔다. 그가 죽어 갈 때 하늘과 땅만 있던 세계에 갑자기 거대한 변화가 일어났다. 반고가 마지막 숨을 몰아쉴 때 새어 나온 숨길은 바람과 구름이 되고 목소리는 천둥소리로 변했다. 왼쪽 눈은 태양이 되고 오른쪽 눈은 달로 바뀌었다. 손과 발 그리고 몸은 대지의 빼어난 산이 되었다. 피는 강물이 되고 핏줄은 길로 바뀌었다. 살은 밭이 되었으며 머리카락과 수염은 하늘의 별로, 피부와 털은 화초와 나무로 변했다. 쓸모없는 땀조차 이슬과 빗물이 되었다. 하늘과 땅을 만든 거인 반고는 죽은 뒤에도 그의 몸 전체로 더욱 풍요롭고 아름다운 세계를 창조해낸 것이다.
암룡 티아마트의 최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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암룡 티아마트를 죽이는 마르두크. |
어린 신들의 수가 늘어나고 소란스럽게 떠드는 바람에 아프수와 티아마트는 편히 쉴 수 없었다. 어린 신들의 소동을 못마땅하게 여긴 아프수는 그들을 없애버릴 계획을 세웠으나 티아마트는 자신이 낳은 신들을 죽일 수 없다며 강력히 반대했다. 아프수의 계획을 눈치 챈 에아는 선수를 쳐서 그를 잠들게 만든 뒤 살해했다. 에아는 자신의 승리를 기념하는 궁전을 세우고 그곳에서 아들 마르두크를 낳았다. 마르두크는 바빌로니아 신화의 최고 영웅으로, 태어날 때부터 다 자란 어른처럼 힘이 셌다. 눈과 귀는 각각 네 개였으며 입술이 움직일 때는 불길이 타올랐다.
한편 젊은 신들은 티아마트에게 아프수가 살해당할 때 수수방관한 사실을 추궁했다. 결국 티아마트는 아프수의 죽음에 복수하기 위해 에아의 아들인 마르두크를 제거하는 계획에 동참하게 된다. 뱀과 새가 혼합된 암룡인 티아마트는 무시무시한 괴물들로 한 떼의 병사들을 만들었다. 뿔 달린 뱀, 전갈인간, 악마, 황소인간 따위로 군대를 만들고 총사령관에는 두 번째 남편인 킹구를 앉혔다. 킹구에게는 운명의 서판을 주었다. 운명의 서판은 신들의 운명이 새겨진 글자판으로, 손에 넣게 되면 최고의 권력을 갖게 된다.
티아마트의 공격에 위협을 느낀 마르두크는 서둘러 싸움을 준비했다. 먼저 활과 화살, 갈고리가 달린 철퇴는 물론이고 티아마트를 에워쌀 그물을 만들었다. 모든 준비가 끝나자 마르두크는 홍수 무기를 집어들고 폭풍우 전차에 올라탔다. 마르두크는 티아마트에게 1 대 1의 싸움을 제안했다. 마르두크는 그물을 던져 티아마트를 사로잡고, 티아마트가 자신을 집어삼키려고 입을 벌리며 달려들 때 그녀의 뱃속에 사나운 바람을 불어넣었다. 마르두크는 티아마트가 기력을 잃은 틈을 타 화살로 배를 관통시켜 죽였다. 마르두크는 킹구로부터 운명의 서판을 빼앗아 자신의 가슴에 단단히 걸었다.
모든 사태를 평정한 마르두크는 신들 가운데 최고 권력자로서의 위치를 확고히 한 다음 우주를 만들었다. 먼저 티아마트의 두개골을 짓뭉갠 뒤 몸을 둘로 갈라서 반쪽은 위로 밀어올려 하늘의 지붕으로 삼고 다른 반쪽으로는 땅을 만들었다. 티아마트의 침으로는 구름과 비를 만들고 독으로는 안개를 만들었다. 티아마트의 눈에서 유프라테스 강과 티그리스 강을 열었다. 마르두크는 킹구를 죽이고 흘러내린 피로 사람을 만들었다. 인간은 신들의 노역을 대신할 하인으로 창조된 것이다. 인간 덕분에 노동에서 해방된 신들은 마르두크를 위해 바빌론에 거대한 신전을 세웠다.
아난타와 가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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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난타에게 기대 휴식을 취하고 있는 비슈누. 발치에 그의 아내 락슈미가 앉아 있다. |
힌두교에서 창조를 주관하는 신은 브라흐마, 세계를 유지하는 신은 비슈누, 파괴의 신은 시바다. 이 중에서 힌두교 신자들이 가장 좋아하는 신은 비슈누다. 비슈누는 검푸른 피부에 고대의 왕들이 입던 옷을 걸친 미남자로 묘사된다. 네 개의 손에는 소라고둥, 원반, 곤봉, 연꽃을 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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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슈누가 타고 다니는 가루다. |
아난타는 우유의 바다에서 헤엄치는 우주의 뱀으로 ‘끝없다’라는 뜻이다. 천 개의 머리를 양산처럼 달고 있다. 이 머리들은 아난타 위에 누워서 명상하는 비슈누를 가려주는 차양 역할을 한다. 가루다는 비슈누가 타고 다니는 황금빛 새이며 무한한 공간을 오갈 수 있다. 얼굴과 발은 독수리를 닮았고 몸통과 다리는 사람과 비슷하다. 가루다는 완전히 자란 뒤에 알에서 나오며 소원을 들어주는 생명의 나무에 둥지를 튼다. 가루다는 힌두교에서 피닉스(불사조)와 동일하게 여겨진다. 가루다의 중요성은 인도에만 국한된 것은 아니었다. 예를 들면 캄보디아의 건축에서는 사원 전체가 그 신비스러운 황금 새의 등에 얹혀 있다.
비슈누의 힘은 아바타라(avatara), 곧 화신이라고 불리는 다양한 형태로 이 세상에 드러난다. 인도인들은 432만년이라는 장구한 시간 동안 비슈누가 모두 열 번 화신이 되어 세계를 구하려 했다고 믿는다. 아바타라는 세상이 어떤 사악(邪惡)한 힘에 물들어서 그것을 서둘러 바로잡지 않으면 안 될 때 언제나 나타났기 때문이다. 비슈누는 “질서와 정의가 무너지고 인간들이 위기에 빠졌을 때 나는 지상에 내려온다”고 말한다.
고대 이집트인들이 가장 숭배했던 신은 오시리스이다. 그는 이집트의 왕으로서 문명을 일으킨 영웅이다. 동생인 세트는 질투심이 많아 오시리스를 제거하는 음모를 꾸미고 연회를 베풀어 형을 초대했다. 그 자리에는 오시리스의 그림자 치수를 재서 만든 나무관이 놓여 있었다. 세트는 그 관에 정확히 들어맞는 사람에게 상금을 주겠다고 내기를 걸었다. 세트는 오시리스가 관 속에 눕자마자 뚜껑을 덮고 밀랍으로 봉인하여 나일 강에 던져버렸다. 오시리스가 죽은 그 순간부터 이집트는 온갖 재앙에 시달렸다.
오시리스의 아내인 이시스는 천신만고 끝에 남편의 주검이 들어 있는 관을 찾아내고 그에게 입을 맞춰 생명을 불어넣었다. 다시 살아난 오시리스는 사악한 동생을 피해 은둔 생활을 했다. 그러나 형의 부활을 눈치챈 세트는 잠든 오시리스를 덮쳐서 그의 몸을 열네 토막으로 잘라 이집트 방방곡곡에 흩뿌렸다. 이시스는 이집트 전체를 뒤져 남편의 조각난 시신을 모두 거두어 들여 마법을 써서 원상복구시켰다. 그러나 부활한 오시리스의 영혼은 이승에 머물지 않고 죽은 자들의 나라로 갔다. 죽은 자의 영혼이 머무는 지하 세계에서 오시리스의 주검은 아누비스에 의해 방부 처리되어 최초의 미라가 되었다. 아누비스는 재칼의 머리를 갖고 있다. 재칼은 밤이나 낮이나 볼 수 있는 능력이 있다. 아누비스는 태양이 지는 나일 강의 무덤에 살면서 영혼을 저승으로 인도하고 미라를 처리하는 역할을 맡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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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들이 지켜보는 가운데 재칼의 머리를 한 아비누스가 사자의 심장의 무게를 재고 있다. 그 옆에는 나쁜 사람들을 ‘제2의 죽음’으로 밀어 넣는 아메마이트가 있다. |
이어서 아누비스는 저울 양쪽에 진리를 나타내는 새의 깃털과 영혼을 나타내는 죽은 자의 심장을 올려놓고 심장의 무게를 다는 의식을 치른다. 저울이 균형을 이루면 무죄가 인정되지만 저울이 심장 쪽으로 기울면 생전에 나쁜 짓을 많이 한 것으로 판정된다. 그런 사람은 저울 옆에 입을 벌리고 있는 아메마이트가 씹어 삼켜 제2의 죽음으로 밀어넣는다. 저승에서 영원한 삶을 믿어 의심치 않던 이집트인들로서는 이 두 번째 죽음만큼 두려운 것도 없었다. 아메마이트는 사자ㆍ악어ㆍ하마가 뒤섞인 잡종동물이다. 사자의 머리ㆍ갈기ㆍ다리가 달려 있고 길고 가는 턱은 악어를 닮았으며 날카로운 이빨이 가득 나 있다. 허리통은 하마처럼 육중하며 꼬리는 파충류처럼 기다랗다. 아메마이트는 나일 강 하류의 갈대밭과 진흙탕에 숨어 살면서 하마나 물새 또는 사람을 잡아먹는다.
죽은 자 가운데 최초로 신으로 부활한 오시리스는 저승의 왕들로부터 그들의 상징인 도리깨와 끝이 굽은 지팡이를 빼앗았다. 저승의 우두머리가 된 오시리스는 지하 세계를 개혁했다. 이전에는 오로지 왕들만이 죽은 뒤에 신들의 왕국에서 부활하는 특전을 누렸으나 오시리스는 모든 사람에게 천국을 개방함으로써 모든 이집트인에게 저승에서의 부활을 약속한 것이다. 따라서 이집트인들은 미라로 만들어져 매장되면 누구나 오시리스처럼 부활할 수 있다고 믿었다.
살아 있을지도 모를 선더버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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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디언 신화에 나오는 선더버드. |
자연에서 나오는 위대한 힘을 나타내는 것의 하나로 북아메리카 인디언 신화에서 각별한 의미를 지닌 존재는 천둥의 신이다. 이 신은 인간의 모습을 취하기도 하지만 천둥새(선더버드), 즉 상상할 수 없는 위력을 지닌 독수리로 나타날 때가 더 많다. 천둥새는 다른 민족의 신화에서 천둥과 번개를 호령하는 뇌신, 이를테면 그리스 신화의 제우스, 로마 신화의 유피테르, 북유럽 신화의 토르, 인도 신화의 인드라처럼 사람이 도달할 수 없는 산꼭대기에 살면서 높은 곳을 날아다니다가 사냥감이 나타나면 번개처럼 내려앉는 독수리의 모습을 하고 있다. 사람들은 천둥새가 눈빛으로 번개를 일으키고, 부리로 벼락을 몰고 오며, 날개를 퍼덕여 천둥과 폭우를 일으킨다고 여겼다.
아직까지도 신화에 등장하는 천둥새가 살아 있을지 모른다고 생각하는 사람이 적지 않다. 미국의 마크 홀이라는 신비동물 학자는 천둥새에 관한 자료를 수집해 책을 냈다. 그는 천둥새가 날개 크기나 물건을 들어올리는 능력에 있어서 다른 새들을 능가한다고 분석했다. 천둥새가 사람을 들어올리는 능력과 관련되어 가장 말이 많았던 사건은 1977년 7월 25일 오후 9시 미국 일리노이주(州)에서 발생했다. 세 명의 아이에게 두 마리의 거대한 새가 달려들었는데, 그중 한 마리가 열 살 된 남자 아이의 가슴을 발톱으로 낚아챈 것이다. 그 새는 아이를 땅에서 60cm 들어올려 9m 정도 날아간 뒤 다시 땅에 내려놓았다. 당시 현장에서 사건을 목격했던 사람들은 그 새들이 거대한 독수리처럼 생겼으며, 날개 길이는 2.4~3m 정도라고 말했다. 이 사건을 조작된 이야기로 보는 사람도 적지 않지만 그 새들이 천둥새라고 주장하는 사람들도 있다. 해마다 덩치 큰 새들이 미국 대륙을 횡단하며 보금자리를 옮긴다. 신비동물 학자들은 이 철새들 속에 천둥새가 숨어 있을지도 모른다고 주장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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멕시코 등 중앙아메리카 신화의 중심적 존재인 케찰코아틀. |
케찰코아틀의 쌍둥이 동생인 테스카틀리포카는 백성의 지도자로 추앙받는 형에게 질투심을 느끼고 그를 전복시킬 음모를 꾸몄다. 그는 케찰코아틀과 반대되는 성격의 소유자로서 무질서와 파괴의 힘을 상징하는 신이었다. 테스카틀리포카는 형을 왕위에서 끌어내리는 최선의 방법은 그의 도덕성을 훼손시키는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래서 케찰코아틀과 여사제 한 명에게 독한 술을 마시게 해 정신을 잃게 한 다음 한자리에 누워 있게 만들었다. 케찰코아틀 역시 사제였으므로 여사제는 동생과 같은 존재였다. 술에서 깨어난 케찰코아틀은 여사제와 동침한 것으로 생각하고 수치심에 사로잡혔다. 그는 속죄하기 위해 왕위에서 내려와 죽음의 나라로 떠났다.
케찰코아틀은 대서양을 향해 가면서 활과 화살로 십자 모양을 만들었는데, 이것이 그의 상징이 되었다. 그가 불타는 장작더미 위에서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는 이야기가 있는가 하면, 다시 돌아올 것이라는 말을 남기고 뱀으로 만든 뗏목을 타고 동쪽으로 갔다는 전설도 있다. 아스텍 사람들은 흰 살결에 수염이 텁수룩한 케찰코아틀이 십자 모양의 표지를 들고 해가 뜨는 동쪽 바다로부터 돌아와 왕좌를 요구할 것이라고 철석같이 믿었다. 따라서 몬테수마는 흰 얼굴에 십자가를 들고 나타난 코르테스 일행을 케찰코아틀로 착각하고 반겼던 것이다. 코르테스는 소수의 군대로 별다른 저항을 받지 않고 아스텍 왕국을 정복할 수 있었다. 신화가 현실 세계에까지 영향을 미친 보기 드문 역사적 사건이었다.
신들에게 종말이 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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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유럽 신들의 주신(主神) 오딘. |
어느 날 대지와 바다가 만나는 땅의 끝자락을 따라 걷고 있던 오딘 삼형제는 뿌리가 땅 위로 비어져 나온 죽은 나무 두 그루를 발견한다. 하나는 물푸레나무였고 다른 하나는 느릅나무였다. 오딘 형제는 물푸레나무로 최초의 남자를 만들고 느릅나무로 최초의 여자를 창조했다. 그리고 삼형제는 제각기 최초의 인간에게 생명의 숨결, 지성과 감정을 느끼는 마음, 듣고 보는 능력을 주었다. 이 두 남녀로부터 모든 인류가 생겨난 것이다.
오딘은 이미르의 몸으로 아홉 개의 세계를 창조한다. 이 세계를 떠받치고 있는 것은 이그드라실이라 불리는 거대한 물푸레나무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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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세상(미드가르드)을 감싸고 있는 미드가르드 뱀(요르뭉간드르). |
발할라는 오딘이 사는 거대한 궁전으로 ‘전사자의 집’이라는 뜻이다. 전쟁에서 용감하게 죽은 인간들의 영혼은 이곳에 초대되어 여흥을 즐기고 전쟁을 준비했다. 발키리는 여성 전사로서 궁전에 있을 때는 술시중을 들었지만 싸움터에서는 무장한 채 말을 타고 달리며 전투를 했다. 라그나뢰크는 오딘이 가장 사랑했던 아들 발데르가 로키의 계략으로 살해되면서 시작된다. 사악한 거인인 로키는 협잡꾼으로, 귀신과의 사이에 세 명의 괴물 자식을 두었다. 늑대 펜리르, 바다뱀 요르뭉간드르, 지옥의 여왕 헬이다. 요르뭉간드르는 미드가르드를 한 바퀴 휘감고도 자신의 꼬리 끝을 물고 있을 만큼 거대한 뱀이다. 미드가르드는 천국과 지옥 사이의 중간 세상으로 인간들이 살고 있는 세상을 가리킨다. 요르뭉간드르는 미드가르드 뱀이라고도 불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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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유럽 신화에서 세계를 떠받치고 있는 물푸레나무 이그드라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