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의 商人정신] 일본의 松商 오미(近江)상인 : 월간조선

오미(近江)상인이라면 일본 내에서도 지독한 장사꾼, 商人(상인) 중의 상인으로 꼽힌다.

오미 상인은 약 1600년대부터 장사를 시작해서 오늘날 도요타 자동차, 일본생명, 이토추, 마루베니, 도멘 등의 종합상사, 세이부 철도 그룹, 다카시마야 백화점, 다이마루 백화점, 동양방직, 일청방직, 가네보 방직, 닛쇼이와이 그룹, 여성내의로 유명한 와코루 외에 일본 유명 제약회사 등 일본을 대표하는 굴지의 대기업을 수도 없이 일으켰다. 이들은 1900년대 초 다 망해가던 스미토모(住友) 그룹을 일으켜 세웠다.

오미 상인은 교토시와 맞붙어 있는 시가현(滋賀縣)의 오미 하치만(八幡), 고카노소(五個莊), 히노(日野), 히코네(彦根), 다카시마(高島) 등 5개 지역 출신을 말한다. 이들은 다다미, 모기장, 삼베, 의복, 양조를 판매했으며 도쿄, 교토, 오사카, 홋카이도 등이 그들의 장사 무대였다.

17세기 대선단을 이끌고 동남아와 무역을 했던 일본 당대 1위의 갑부 스미노구라 집안이 이 마을 출신이며, 오늘날 일본을 대표하는 침구가게 니시카와 리빙(연 매출 5000억엔)이 이 마을 출신이다.

고카노소 출신은 비단, 면화 판매를 중심으로 전국을 대상으로 영업하다가 오늘날은 주로 교토에 진출했는데, 와코루를 비롯, 교토의 유명한 기모노 가게들은 대체로 다 이 지역 출신들이 운영하고 있다. 일제 식민치하에서 서울과 평양에 미나가이 백화점을 경영했던 미나가이(三中井) 집안이 이 마을 출신이다.

히노상인은 약품, 생사, 비단, 면화, 양조, 홍화 등을 판매했으며 센다이 등 北(북)간토, 이시카와 현 등 동북지방, 규슈 등이 무대였다. 오늘날 일본을 대표하는 히노약품, 다케다제약 등이 이 마을 출신들이 만든 기업이다. 히노 마을의 나가이가(中井家)에서는 일본 최초로 1600년대부터 복식부기를 쓴 것으로 유명하다.

도요타 정신은 오미 상인 정신에서 유래

1936년 신경(현 길림성 장춘)에 개관한 미나가이 백화점.

히코네 마을은 삼베, 의복, 모기장, 솜, 화장품, 장신구, 일용품 등을 취급하는 방물상인들이었고 홋카이도에서 교토, 오사카, 간토지방 등이 무대였다. 이 지역 출신 중의 대표적인 인물로는 도요다 리사부로(豊田三郞), 270년 전통의 일본 최고의 오비(帶)가게로 유명한 고노다야(譽田家) 등을 꼽을 수 있다.

도요다 리사부로는 도쿄상업학교(현 히도쓰바시 상과대학)를 졸업한 후 도요타 자동차의 창업주 도요다 사키치의 데릴사위로 도요다 가문에 들어간다. 그는 도요다 가문의 최초 사업인 도요타 방직의 초대 사장과 도요타 자동차의 초대 사장을 역임했다. 그는 오미 상인 출신답게 경리, 재무에 뛰어나 도요다 가문 사업의 재정토대를 구축했다. 오늘날 도요타 자동차의 ‘무차입 경영’ 정신은 그에게서 비롯했다고 볼 수 있다.

또 도요타 자동차 창업주인 도요다 사키치도 시즈오카 출신으로, 그 지역은 과거 오미 상인의 영역 안에 있었다. 도요타 자동차 가문도 엄밀히 얘기하면 오미 상인의 정신적 영향 아래 있었다고 볼 수 있다. 다카시마 상인인 의복, 기름, 양조, 금융을 주로 다루었으며 교토와 시즈오카, 나가노, 야마나시 등 주로 오지 지역을 중심으로 활동했다. 오늘날 일본 최고의 백화점인 다카시마야(高島屋) 백화점이 그들이 만든 백화점이다. 이렇게 오미의 다섯 지역 상인은 약간씩 다른 특징을 가지고 있지만, 그들을 일컬어 오미 상인이라 한다.

오미 상인의 상징은 天秤棒(천칭봉)이다. 어깨에 나무봉 하나 올려 메고 양쪽에 물건을 매달고 가는 것이다. 그들은 포목이나 베, 옷감, 약, 칠기그릇 등을 지고 다니며 팔았다.

그들의 말에 ‘千兩天秤’(천냥천칭)이라는 것이 있다. 나무 막대기인 천칭봉 하나만 있으면 천냥의 돈을 벌 수 있다는 말이다. 그들의 불타는 商魂(상혼)을 읽을 수 있는 말이다. 그들은 혁신적인 상법과 불굴의 정신을 가지고 있었으나 손님을 대할 때는 늘 웃는 얼굴로 맞았다. 그들의 상혼은 무서웠다.

오미상인의 방. 맨뒤에 보이는 것이 천칭봉이다.

일본 전국의 나루나 포구에 오미 행상의 발이 닿지 않은 곳이 없었다. 교통이 불편하던 그 시절에도 걸어서 북으로는 1000km 밖의 홋카이도부터 남으로도 1000km 밖의 규슈까지 행상을 다녔다. 홋카이도가 본격적으로 개척된 것이 1890년대의 일인데, 그들은 아이누족이 수렵으로 살아가던 1500년대 중반부터 홋카이도에 이미 장사하러 다니고 있었다.

그들의 상혼은 거기에 그치지 않았다. 심지어 해외 개척에 나서 필리핀, 인도네시아, 베트남과 태국이 바로 그들의 장사 대상이었다. 1600년대에 그들은 이미 동남아를 휘젓고 다녔다.

오미 상인의 상술은 薄利多賣(박리다매)였다. 이익은 조금 남기는 대신 물자공급능력을 바탕으로 많이 파는 상법을 썼다. 그들은 전국적으로 행상을 다니고 있었으므로 지역별로 물건가격을 소상히 파악하고 있었다. 그 정보를 이용해 그들은 한 푼이라도 물건을 더 싸게 팔았다.

오미 상인이 가격경쟁력을 가지고 있었던 또 다른 이유는 직접 물건을 제조하고 직접 판매를 했기 때문이다. 오미 지방에서 나는 공산품을 만드는 것은 물론이고, 일본의 여러 지역에서 생산되는 특산품을 사들여 그걸로 물건을 만든 후 다시 내다팔았다.

예를 들면 일본 동북 지방에 오미의 특산품인 麻布(마포)를 내다팔고 대신 苧麻(저마)를 가져다 가공해서 제품을 만들어 파는 방식이었다. 자본과 기술을 동시에 가지고 있었기 때문에 그것이 가능했다. 술과 기름의 경우도 아예 제조권을 취득해서 기술자를 고용하고 재료를 사들여 완제품을 만든 후 그걸 오미 상인들이 내다 팔았다. 당연히 여타 지방의 것보다 가격 경쟁력이 앞설 수밖에 없었다.

신분을 극복한 상술

오미상인의 집 내부.

오미 상인은 처음에는 ‘士農工商’(사농공상)이라는 신분제도의 최하위로서, 그들의 표현대로 ‘벌레와 같은’신분이었지만 그들은 겐로쿠 시대에 출발한 화폐경제 이후 막대한 富(부)를 축적했다.

천칭봉을 어깨에 메고 옷감행상으로 시작한 그들은 차츰 상품을 늘려나갔다. 모기장, 다다미, 등, 부채, 칠기, 환약, 담뱃대, 茶(차), 삿갓 등이었다. 막강한 상술을 바탕으로 자본을 축적한 그들은 드디어 일본의 상권을 쥐기 시작한다.

촌마을 출신인 오미 행상들은 1615년 일본의 경제수도였던 에도(江戶)의 한복판인 니혼바시(日本橋)에 첫 지점을 낸 이래 오사카의 번화가인 본정통(本町通)과 교토의 중심인 무로마치(室町) 등 일본의 3대 도시에 모두 지점을 냈다. 거기서 그들은 금융업, 양조업, 油業(유업), 주물업, 전당포 등으로 진출했다.

마침내 천하의 상권을 쥐자 다이묘(大名·번주)들에게 돈을 빌려주었고, 천하의 제후들도 그들의 손아귀에 들어왔다. 도쿠가와 막부의 형제집안인 御三家(어삼가)도 그들의 돈을 빌렸고, 큰절의 주지도 그들의 고객이었다. 시골마을의 영주들도 그들의 돈을 빌려 썼다.

‘상인이 화를 내면 천하의 제후가 벌벌 떤다’는 말은 그들로부터 유래한다. 사치를 하느라고 만년 적자에 시달리던 지방의 제후들은 그들로부터 돈을 빌리지 않으면 번의 유지가 안될 형편이었다.

그들은 금융업을 비롯한 제조, 유통분야에서 일찍이 商才(상재)를 발휘했다. 금융업에서는 메이지 유신(1868년) 이후 일본 최대의 보험회사를 설립했고, 유통의 경우 일본 최대, 최고의 백화점이 그들에 의해 설립됐다. 1600년대에 베트남, 태국 등과 해외무역을 한 경험을 바탕으로 일본 유수의 종합상사가 그들에 의해 설립됐다.

오늘날 일본 굴지의 백화점 세이부그룹, 다이마루 백화점, 다카시마야 백화점, 종합상사 이토추(伊藤忠), 마루베니(丸紅), 도멘과 일본생명주식회사, 여성내의 회사로 유명한 와코루 등이 바로 오미 출신 상인들이 일으킨 대기업들이었다.

오미 상인은 일본에서 복식부기를 최초로 사용했던 상인들이었다. 1953년 오미의 대상인이었던 나가이(中井) 가문이 집을 새로 지으면서 4트럭분의 고문서를 시가(滋賀)대학 사료관에 기증했는데, 거기에는 붓글씨로 내려쓴 손익계산서와 대차대조표 등 이익을 계산하는 완전한 형태의 복식부기가 기록되어 있었다. 나가이 가문은 1700년대 호상으로 활약했던 집안인데 이미 그때 복식부기를 사용하고 있었던 것이다.

오미 상인의 교육

오미상인 필수품.

오미 상인의 교육은 어린 시절 데라코야로부터 시작된다. 데라코야란 무로마치 시대에 스님들이 절 근처에 사는 어린아이들을 모아 읽고 쓰기를 가르쳤던 서당이다. 에도시대 중기에 이르면 전국적으로 이 시스템이 보급된다. 데라코야의 선생도 스님에서 신사의 군사 의사 등으로 확대됐고, 자신의 소속 번에서 뛰쳐나온 낭인들이나 교양 있는 匠人(장인)들도 아이들을 가르쳤다.

당시 수업에서는 <往來物(왕래물)>이라는 책이 초등학교 교과서로 사용됐다. 이 교과서를 중심으로 각각의 집안이 가지고 있는 직업에 맞추어 물건을 파는 법을 가르쳤다. 상인이 아닌 농민의 자식인 경우에는 <農人往來(농인왕래)>라는 책을 통해 농사꾼의 도리를 가르쳤으며 학습능력이 떨어지는 아이들에는 개별 지도를 했다.

오미 지역의 경우 1600년대 이후 일본 전체에서 교육열이 높았다. 고카노소 지역의 경우를 보면 데라코야 한 학교당 학생 수가 110명으로 전국평균 60명보다 거의 두 배나 많았고 여자의 비율도 전국 평균이 20%인 데 비해 고카노소 지역은 35%나 됐다. 고카노소 지역의 경우 한 학교당 여학생이 3분의 1이었던 데 비해 여타의 지역은 5분의 1에 불과했다. 그만큼 향학열이 높았고 여자라고 차별하지 않았다.

이러한 이유로 고카노소 지역의 경우 오미 지역 내에서도 가장 교육열이 높았고, 그러다 보니 유수한 상인들을 많이 배출했다. 데라코야에서 가르치는 것은 읽기, 쓰기, 산술 정도였는데 고카노소 지역의 학생들이 가장 우수하여 일본 근세 중기 이후 문화수준이 전국에서 가장 높았다고 한다.

이어 1696년에 오미 고카노소에는 ‘時習齋(시습재)’라는 고등교육 기관이 들어선다. 시습재는 미도(水戶)번의 의사였던 나카무라 요시쓰(中村義通)가 고카노소 지역의 궁장촌에 문을 연 서당이다.

그의 아버지는 미도번의 의사였다. 나카무라 요시쓰는 어느 날 병이 나 집에서 쉬면서 3년간에 걸쳐 치료에 힘쓴 결과 회복되어 에도로 나갔다. 그는 에도에서 ‘미도창고관’이라는 학문연구소에서 공부하게 된다. 당시 미도창고관은 도쿠가와 가문의 명령으로 <대일본사>를 편찬하고 있었는데 거기서 5년간 학문을 배웠다.

고등교육 기관 ‘시습재’

오미상인의 경리 책상. 앉은이는 필자.

그는 공부가 끝나자 집안의 家業(가업)인 의학을 배우기 위해 교토로 향하던 도중 우연히 고카노소 마을에서 옛 친구였던 ‘금당진옥대관’ ‘팔대권우위문’과 만나게 된다. 친구들은 그의 학식이 상당히 높아진 것을 보고 고카노소 마을에 눌러 앉아 아이들을 가르쳐 달라고 했다. 그것이 시습재의 출발이다.

그는 시습재에서 읽기, 쓰기, 산술 등을 가르치다가 학생들의 수준이 높아지자 사서오경, 한시를 짓는 법까지 가르치게 된다. 여학생들에서는 <白人一首(백인일수)>, <女大學(여대학)>이란 교재로 별도로 가르쳤다. 이처럼 시습재에서의 교육은 처음에는 초보적인 것이었으나 날이 갈수록 교육 수준이 높아져 상당한 수준의 학문까지 이르렀다.

오늘날 오미 지역에 남아있는 시습재의 장서는 약 1600점으로 대부분은 근세에 간행된 판본과 필사본으로 중국철학, 불교, 신도, 병학, 자연과학, 중국문학, 일본문학, 국어학, 역사, 지리, 윤리 등 다양한 분야의 것이다.

시습재의 교육은 오늘날의 대학에 필적하는 높은 수준의 학문교육이 이루어졌다. 실제로 시습재 졸업생들 중 교토에 유학 가서 의사가 되거나 문인 등이 되어 당대의 지식인으로 활약한 사람들이 많다.

오늘날 고카노소 마을의 상인집안에 가면 지금도 과거에 공부했던 책들이 많이 남아 있다. 그들은 가정집마다 상당수의 서적을 소장하면서 자신들의 교양 함양은 물론 저녁이면 이웃 주민들끼리 모여 학문에 대해 토론하는 문화살롱 역할까지 했다. 이런 영향으로 18세기에는 일본의 이태백이라 불리는 시인 마쓰오 바쇼가 오미 지역에 은거하기도 했다.

동전세는 나무계산기.

오미 상인은 자신의 가게에 일곱 개의 도구를 가지고 있었다. 첫 번째는 나침반이다. 멀리 행상을 떠날 때 길을 잃지 않기 위해 나침반을 비치해 두었다. 두 번째로 동전 묶음을 사용하기 편리하도록 꾸러미로 만들어 놓았는데, 96개의 동전이 늘 한 줄로 묶여져 있었다.

대복장이라고 하는 장부를 썼는데, 이 장부는 물건을 팔고 사는 기록장일 뿐만 아니라 자신의 경영 상태를 한눈에 파악 할 수 있도록 1600년부터 복식부기를 사용했다. 세 번째로 삿갓. 언제 어디로 행상을 나가게 될지 모르므로 늘 그들 곁에는 뜨거운 햇볕을 가릴 수 있는 삿갓과 비옷이 있었다.

네 번째로 주판이 늘 책상 위에 놓여 있었는데 돈 계산을 주판으로 하기도 했지만 영업사원들이 가게 물건을 팔러 나갈 때 오늘날의 전자계산기처럼 주판을 들고 나가기도 했다. 다섯 번째로 동전통이다. 가게 주인은 돈을 담기 위한 나무로 만든 동전통을 가지고 있었고, 때로는 돈을 지키기 위해 동전통을 베고 잤다.

일곱 번째로 兩替秤(양체칭)이다. 양체칭이란 금이나 은의 무게를 달아 볼 수 있는 저울이다. 오미 상인들은 자신의 가게에서 모기장, 칠기 밥그릇, 약 등을 팔기도 했으나 대체로 전당포 혹은 금융대부업, 환전상 등을 겸업하고 있었다. 따라서 금을 가지고 돈을 빌리러 오는 사람들이 있었으므로 금의 무게나 은의 무게를 재기 위해 양체칭이 늘 곁에 있었다.

오미 상인들은 막대한 부를 쥐었지만 그들 자신은 근검하기 이를 데 없었다. ‘사치하는 자는 반드시 망한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오미 상인들의 가훈은 대부분 근검, 검약, 정직, 견실, 관용이었다. 그들은 자식들에게도 그렇게 가르쳤다. 오미 상인들은 식생활도 검소했다. 아침에는 주인과 그 가족, 종업원들 모두 보리밥에 쓰케모노(채소 절인 반찬), 차 한잔이 전부였다.

오미 상인의 식사

마쓰이가의 가훈. ‘사치하는 자는 필히 망한다’고 적혀 있다.

점심 시간이 되기 전에 간식을 먹었는데 찹쌀떡 한 개와 아라레라 부르는 손톱만한 튀긴 떡 약간이었다. 점심은 보리밥에 다랑어 국, 단무지, 차 한잔이 전부였고 오후에도 찹쌀떡 한 개 정도의 간단한 간식이 있었다. 저녁은 비교적 신경 썼는데 그것도 무를 섞은 밥에 말린 생선구이 한토막, 간이 밴 순무 삶은 것, 차 한잔이었다. 지독한 근검절약이었다. 그러나 거래선을 접대하는 날에는 교토에서 요리사를 데려다 山海珍味(산해진미)를 차려서 먹였다. 사업을 위해 돈을 쓸 때는 과감하게 썼던 것이다.

오미 상인이 행상을 나설 때면 그의 부인은 먼 길을 떠나는 남편을 위해 특별한 아침밥을 만들어 주었다. 먼 길을 걸어서 가야 하므로 여느 때와는 메뉴가 조금 다르다. 우선 두부가 들어간 된장국이 있다. 두부는 콩이 원기를 북돋워 주기도 하지만 두부는 깨지기 쉬우므로 행상인 남편이 유혹에 빠지지 않도록 하는 의미와 수금한 돈을 가지고 술을 마시거나 요정에 들거나 노름을 하지 말라는 의미가 들어있다.

두 번째로 매실 장아찌는 염분을 보충해주므로 반찬에 그것을 넣어 주었다. 가다랭이와 자라 국물은 여름 더위에 지치지 말라는 의미로 가다랭이와 자라의 고기를 삶은 된장국을 싸 주었다. 자라는 만년을 산다는 말이 있으므로 장사도 오랫동안 잘되어 달라는 염원이 담겨있다. 도시락은 주먹밥 4개에 단무지 네 조각이 전부였다.

오미 상인의 아내들은 행상인 남편이 일 년의 절반을 객지에 장사를 하러 나가 있으므로 가게를 지키는 일을 했다. 자식들을 돌보는 것은 물론 수습사원의 채용, 고용, 출장, 수금, 판매 등의 역할을 담당했다. 또 자식들이 공부를 하기 위해 데라코야에 입학하는 일에서부터 견습사원의 데라코야 입학, 졸업 등도 모두 아내가 담당했다. 어떤 면에서는 아내가 상점의 정신적 지주 역할을 한 것이다.

하치만 상인의 말 중에 ‘오코비창(御後室樣)’이라는 말이 있다. 본뜻은 ‘큰 가게의 미망인’인데, 실제로는 인격과 교양을 갖춘 상인의 아내라는 뜻이 있다. 즉 자타가 인정하는 어머니라는 의미이다. 말하자면 남편이 1년의 절반을 집을 비우기 때문에, 마치 미망인처럼 집안의 모든 대소사와 상점의 크고 작은 일을 직접 관리하는 ‘장한 여성’ 이라는 의미가 담겨 있는 것이다.

오미 상인의 일생

미나가이 4형제. 일제 시대, 서울과 평양에서 백화점을 경영했다.

학교가 없었던 시절, 에도시대 때는 자식들을 가르치기 위한 최고의 교육수단이 상점에 취직시키는 것이었다. 10세 전후의 아이가 심부름꾼인 뎃치(丁稚)로 상점에 들어가면 그때부터 한 사람의 상인을 만들기 위한 점주의 트레이닝이 시작된다. 주인의 심부름, 청소, 동전세기 등을 하면서 읽기, 쓰기, 주산 등을 배우는데 그 기간 동안에는 월급이 없다.

또 주인은 이 기간 동안 서당인 데라코야에 보내 공부를 시켜준다. 어린아이가 뎃치로 일하는 6~8년 정도의 기간이 종업원 교육 시간이다. 뎃치로서 상점의 운영에 어느 정도 익숙해지면 물건을 파는 영업사원 업무를 배우기 시작한다. 즉 정식 영업사원인 데다이(手代)가 된다. 통상 데다이는 만 16세부터 25세까지다.

데다이는 장부의 출납, 기장, 판매 등의 역할을 하며 정해진 월급이 있다. 보통 20세 전후에 데다이가 되는데 이때는 머리의 앞부분을 밀어 뎃치와 구별된다. 월급이 정해지긴 하지만 매달 현금을 지급하는 것은 아니다. 그의 월급은 해마다 인상되지만 월급은 주인이 예금해 놓는다. 훗날 그가 자신의 가게를 차려서 분가할 때 일시불로 지급해 주거나, 가게를 퇴직할 때 한꺼번에 주는 것이 오미 상인의 관례다.

영업사원으로서 충분한 경험을 쌓으면 가게의 지배인인 반토로 승진한다. 반토는 오늘날의 월급사장으로서 가게경영 전반을 책임지는 역할이다. 중요한 결정은 가게 주인이 내리지만 어지간한 크고 작은 일은 반토가 결정한다.

오미하치만 상인마을

반토는 30세 정도가 되어야 하고, 일 년에 두 번 봉급이 인상되며 보너스도 준다. 매년 고향에 다녀올 수도 있다. 반토 기간 중에 결혼을 하면 그의 부인도 점포에서 함께 일하는 것이 관례다.

35세가 넘어 가게에서 은퇴하면 주인은 자신의 가게 이름이 적힌 노렌(발)과 상당한 액수의 재산을 나누어 주면서 상점을 차려준다. 이것이 이른바 노렌 와케다. 자신의 가게 이름을 나누어 주는 것인데, 이를테면 분점을 내는 것이다. 이러한 분점을 에도시대에는 別家(별가)라고 불렀다.

별가에는 개업자금으로서 퇴직금과 급여 적립금, 포상금 등이 주어진다. 또 축의금이 본가로부터 지급된다. 별가가 되면 주종관계를 지킨다는 서약서를 써야 하며 주종관계는 계속된다. 이후 더 나이가 들어 별가에서 은퇴하면 공공사업에의 투자, 자선사업, 문화활동 등을 하거나 신사, 절에 귀의 하여 종교생활을 하기도 한다.

오미 상인의 商法

1. 창업의 원점, 천칭봉
‘千兩千秤(천냥천칭)’이라는 말은 천칭봉을 어깨에 메는 순간 천냥의 돈이 들어온다는 의미가 있다. 천칭봉은 오미 상인의 상징이다. 오미 상인은 소액의 자본으로 천칭봉을 어깨에 메고 행상을 나서 돈을 번 후 교토, 오사카, 에도 등에 대상점을 개업하여 성공을 거두었다. 호상으로 불릴 때까지 그들은 소상인 시대의 심벌로서 점포가 없었던 시절 천칭봉을 메고 일본의 북쪽 홋카이도로부터 최남단 규슈에 이르기까지 방방곡곡에 그들의 발길이 닿지 않는 곳이 없었다. 그런 면에서 천칭봉은 오미 상인의 상징이다.

2. 행상―마케팅의 달인
오미 상인의 영업활동의 원점은 행상이다. 행상을 통해 그들은 상법을 배웠다. 전국 각지를 걸어다니면서 그곳의 토산물이 무엇이고 어떤 것을 필요로 하는지 상품정보를 적극적으로 수집했다. 행상은 판매 중에서도 가장 어렵다. 그들은 시장조사를 통해 물자의 수요와 공급을 읽었다. 예컨대 그들은 규슈에서는 모기가 많아 모기장이 品貴(품귀)인데 비해, 홋카이도는 모기가 없어 모기장이 안 팔릴 경우, 규슈에는 공급을 늘리고 홋카이도는 줄이는 식으로 수요와 공급을 조정했다.

3. 지점설치는 물류거점 만들기
행상을 처음 시작한 그들은 점차 성공하면서 곧 점포를 구입했다. 점포를 만들고 나서도 행상은 계속됐다. ‘3리 4방의 가마솥 밥을 먹는 장소에 점포를 내라’는 말은 수요가 있는 곳에 점포를 내라는 뜻이고, 시장이 형성되어 있는 곳에 점포를 내면 성공하고, 거기서 성공하면 또 점포를 낸다는 식이다. 그렇게 해서 대점포를 지역사회 깊숙이 뿌리내리고 거기서 지역의 번영을 함께 도모했다.

4. 자본개념의 도입―합자
오미 상인은 합자 제도를 통해 점포를 형성하는 데 귀재다. 자기 자금으로만 사업을 확장하는 것보다 합자를 통해 위험을 분산했다. 공동출자에 따른 합자점포로 신용을 쌓고 거래선을 늘리며 합리적인 경영을 통해 경영 능력을 발휘해 나갔다.

5. 싸게 파는 것이 이득이다―박리다매
오미 상인은 본래 도매상이지만, 그 본질은 판매다. 이익을 지키는 것이 영업의 중요한 비결이다. 팔고 나서 매상을 올리는 것도 중요하지만 이익을 적게 취하고 손님을 기쁘게 하면서 거래선과 함께 기쁨을 나누는 상인 정신을 가지고 있었다. 한번 거래를 맺으면 큰 이익을 추구하기보다 장기적 관점에서 최소한의 이익을 남기고 파는 것을 중시했다.

6. 出精金(출정금): 복식부기 회계시스템
오미 상인은 개성의 복식부기와 똑같은 회계시스템을 에도 시대부터 가지고 있었다. 엄격한 신분제도 사회 아래에서 노동의 성과를 화폐로 바꾸는 습관이 없었던 시대에, 자본과 이익을 보존하는 것 이상으로 복식부기 제도를 통해 각 지점의 지배인들과 이익을 나누는 합리적인 시스템을 가지고 있었다.

7. 네트워크의 활용술―定宿帳(정숙장)
오미 상인들은 장사를 하면 할수록 점점 더 경쟁상대와 라이벌 관계였지만 고향 의식이 강했다. 고향을 떠나 객지에서 그들은 ‘히노정숙’ ‘하치만’등 간판을 붙여놓고 여인숙을 운영하면서 화물을 맡겨 둔 다른 지역의 상인들과 정보 교환을 했다. 때로 그들은 경쟁상대와도 협조해야 할 필요성을 충분히 인식하고 있었다. 정숙장의 운영은 그런 면에서 대단히 중요했고 성공적이었다.

8. 벤처정신
검소와 근면하면서도 적은 이익만을 취해서 성공한 사람들이 많은 오미 상인들이지만 진취적인 기상은 남달랐다. 1600년대에 홋카이도에 모기장을 팔러 다닌 니시카와 덴에몬은 결단력과 실천력으로 누구도 따라올 수 없는 사업을 벌였다.
당시 홋카이도는 아이누족이 사는 원시의 땅이었지만 거기에서 사업을 벌였다. “여유재산이 있다면 반드시 홋카이도에 투자해라”는 말은 300년 전 그의 벤처 정신을 상징적으로 말해 준다.

9. 別家(별가)근무
유능한 후계자를 육성하는 일은 예나 지금이나 가장 중요한 문제다. 창업주가 자신의 눈이 어두워 자식을 너무 예뻐한 나머지 엄한 교육에 등한시하는 일이 생길 때가 있다. 자신의 가게에 자식을 데리고 있는 것은 서로 마음 편한 일이지만 장차 가업을 이어받을 자식에게는 도움이 되지 않는다.
오미 상인은 자신의 자식을 別家(별가·일종의 지점)에 보내 중간간부의 엄한 훈련을 통해 자식이라 할지라도 잘잘못을 깨닫고 배울 수 있는 기회를 주었다.

10. 타국 물산의 교환―상사 활동의 원점
오미 상인들은 자신의 지방에서 나는 물산뿐만 아니라 일본 전국 각지에서 나는 물산의 동향을 꿰뚫고 있었다. 간토지방이나 동북지방에서 많이 생산되는 紅花(홍화), 生絲(생사) 등의 산물을 그것이 나지 않는 지역에 내다 팔고, 또 다른 지역에 풍부한 물건을 그 물건이 없는 지역으로 연결 판매하는 상술을 가지고 있었다.
즉 수요와 가격의 지역 차에 눈을 돌려 서로 다른 고장끼리 물산 판매를 할 수 있는 유통시스템을 가지고 있었다. 바로 오늘날의 무역상사와 같은 역할을 그들은 1600년대부터 하고 있었던 것이다. 이런 방식은 쌍방 모두에게 이익이 되고 서로의 발전을 도모할 수 있어 물산의 이동과 지역 발전에 크게 이바지했다.

11. 3분의 1 시스템의 확립
하치만 상인을 대표하는 야마가타야 니시카와 가문의 경우도 오랜 세월 지내오면서 여러 차례 경영 위기가 있었다. 7대 당주였던 니시카와 도시즈케(1746~1825)는 경영 조직에 대변화를 가져왔다. 유사시에 쓸 수 있는 경비를 普請金(보청금: 공공사업), 佛事金(불사금: 절, 신사 등의 개축), 用意金(용의금: 기근, 흉년의 구휼) 등 세 종류의 적립금 제도를 만든 것이다.
그들은 이러한 시스템을 가지고 유사시 자신들이 축적한 재산으로 공공사업을 일으켜 지역사회에 이바지하는 한편, 평시에는 예비비로 활용했다.

12. 어려울 때 도와라
고카노소 마을의 오스기 고로에몬은 주요 거래선이었던 가나자와 번에 돈을 빌려 주었으나 그들의 형편이 어렵자 차용증서를 찢어버렸다. 그는 차용증서를 찢어 버리면서 “우리가 돈을 못 받아 지금은 매우 어렵지만 이것이 언젠가 찬스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는 다른 지방의 상인들이 가나자와 번을 경원시할 때 대량의 상품을 가나자와 번에 대주어 가나자와 번으로부터 큰 환영을 받았다. 훗날 가나자와 번은 그의 고마움을 잊지 않고 신세를 크게 갚아 주었다. 긴 안목에서 보면 어려움은 한때라는 것을 그들은 알고 있었다.

오미 상인이 창업한 기업들

일본생명

일본 1위의 보험회사이자, 세계 최대의 보험회사다. 본래 제133국립은행(현재의 시가은행)의 사장이었던 히로세 스케사부로(弘世助三郞·1843~1913)가 창업한 회사로, 그도 오미의 히코네 출신이다. 히로세 집안은 히코네번의 어용자금을 관리하는 일을 하고 있었다. 자금관리에 밝은 히로세 스케자부로는 도쿠가와 막부 시대부터 메이지 시대로 이어지는 대변혁기에 새로운 사업을 일으켜 일본의 대실업가로 명성을 떨쳤다.

1881년 일본 최초로 후쿠자와 유키치, 시부자와 에이치와 도쿄에서 메이지 생명보험이 설립되고, 이어 1888년에는 제국생명(조일생명의 전신)이 탄생하자 그도 간사이 지방에서 일본생명을 설립한다.

일본생명은 1947년 후지생명과 애국생명을 합병하여 ‘일본생명보험 상호회사’가 됐다. 1975년에는 경영난에 빠진 오키나와 생명보험의 전체 계약고를 끌어안아 사실상 합병시켰다. 1988년에는 생명보험회사 총자산 부분에서 세계적인 기업인 미국의 프루덴셜 생명을 추월했으며 계약고, 수입보험료, 보유계약고, 총자산 부분 등의 네 부분에서 세계 1위가 됐다.

1980년대 후반 거품경제 시대에 일본의 상장 주식회사는 약 1930개 회사였는데 일본생명은 전체 주식총액의 3%를 보유, 10위권 이내의 대주주로 이름을 떨쳤으며 그들과 관련된 기업이 750개 사에 달했다. 대표적인 회사들인 삼화은행, 구보타, 긴키 일본철도, 한큐 전철, 난카이 전기철도, 교하마 급행전철, 교오데도(京王帝都)전철, 삿포로 맥주, 다케다 약품, 후지사와 약품, 야마노우치 제약, 제일제약, 와타나베 제약, 다카시마야 백화점 등 70개 사의 경우는 일본생명이 1대 주주였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2007년 기준, 보유계약고는 3200조원에 이른다.

다이마루(大丸)백화점

1717년 시모무라 히코에몬(下村彦右衛門正啓)이 오늘날의 교토시 후시미에 의복점인 ‘大文字屋’(대문자옥)을 개업하여 비단옷 상인으로 사업을 시작했다. 그도 오미 출신 상인이었다. 그는 옷 가게를 운영하는 한편 환전상도 겸했다. 1726년에는 오사카 신사이바시에 진출했고 1728년에는 나고야 혼마치에도 점포를 열었다. ‘다이마루는 상인으로서 신용이 있다’는 평을 얻으면서 일반 소비자로부터 인기를 끌었다.

이른바 ‘소금의 난’ 때 사람들에게 밥과 의복 등을 무료로 나누어 주어 기업가로서 이익을 사회에 재분배하는 데 앞장서 일반 서민들로부터 존경을 받았다. 또 막부 말기에는 막부군에게 음식과 물자 등을 조달했고 ‘先義後利’(선의후리: 먼저 신용을 지키고 이익은 나중에 챙긴다)의 정신은 현재까지 다이마루의 기업이념으로 계승되고 있다.

고도 성장기에 들어 미츠코시와 더불어 ‘서쪽의 요코즈나(서쪽의 씨름 챔피언)’가 되었으나 거품경제가 깨지면서 실적도 급격히 떨어졌다. 그 때문에 타산이 맞지 않는 점포는 모두 폐쇄했으며 인원삭감을 통해 이익률을 업계 정상의 수준으로 끌어올렸다.

2007년 3월, 일본 5대 백화점 중 하나인 마쓰자카야와 경영 통합을 결정, 2007년 9월 3일에는 새로운 주식이전 방식에 따라 공동지주회사인 J프론트 리딩 주식회사를 설립하여 오늘에 이르고 있다.

도멘 무역상사

1920년 미쓰이물산 면화부장으로 오미 출신인 고다마 잇츠쿠리(兒玉一造)가 중심이 되어 면화부에 근무하던 사람들과 함께 동양면화 주식회사를 설립한 것이 그 모태다. 이 회사는 1980년대까지 일본의 5대 무역상사로서 이름을 떨치다 도요타자동차 그룹의 자회사로 편입, 현재는 동양면화주식회사로 사업을 계속하고 있다.

이토추 상사

오미 상인 출신인 이토추 뵤에(伊藤忠兵衛, 1842~1903)가 설립한 무역상사로, 그의 집안은 오미에서 벤초(紅長)라는 이름을 가진 섬유도매업을 하고 있었다. 이토추 뵤에는 그 집안의 5대손으로 1858년 이토추 상사를 창업했다.

이토추 상사는 2차 세계대전 후 종합상사로서 식류, 섬유, 종이, 화학품, 에너지, 금속, 수송기계, 산업기계, 전력, 플랜트, 선박, 금융, 물류, 철강을 취급하면서 일본의 10대 무역상사로 성장했다. 2007년 3월 연결매출액은 9조5549억 엔, 단독매출액은 6조2857억 엔이다.

세이부 그룹

창업주인 쓰즈미 야스지로(1889~1964년)는 오미에서 태어나 1913년 와세다대학 정치경제학부를 졸업했는데 이미 대학재학 중에 우체국과 철공소를 경영했다. 29세 때인 1918년 나가노현에서 논 개척사업을 시작했고, 1919년 30세 때에는 오늘날 일본 최고의 별장지대인 하코네의 개발에 착수, 31세 때인 1920년 하코네 토지회사를 설립하면서 떼돈을 벌었다.

1923년 국립학원도시를 개발하면서 오늘날의 명문 사학인 히도츠바시 대학을 유치하는 데 성공했고, 무사시노 철도(현재의 세이부 철도 이케부쿠로 선)의 경영에 참여, 1940년 51세 때는 기쿠야 백화점을 사들여 무사시노 백화점(현재의 세이부 백화점) 설립, 1943년에는 오미 철도를 구입했고, 같은 해 세이부 철도(현재의 세이부 신주쿠 선)의 주식을 취득한 후 무사시노 철도와 합병했다. 1964년 76세로 사망한 후 그의 아들 쓰즈미 요시아키(堤義明ㆍ74)가 세이부 그룹을 만들었다.

1980년대 후반 거품경제가 한창일 때, 미국의 경제 주간지 포브스는 세계의 대부호 특집에서 요시아키의 재산을 3조 엔으로 평가했다. 그는 경영일선에 있을 때 이른바 톱다운 방식으로 호텔 내부의 설계에서부터 세세한 사항까지 모두 자신이 지휘하는 스타일의 경영자였다. 철도 사업을 할 때도 철도 기관사, 차장, 역 근무원 등의 규칙까지 자신이 직접 지시해서 만들었다. 심지어 철도 근무자들의 제복이나 모자 등에 관한 의무규정도 본인이 직접 만들었다. 버스사업을 할 때도 버스의 지붕에 차량번호를 쓰도록 하여 자신의 헬리콥터로 이동 중에도 몇 번 버스가 제대로 운행을 하고 있는지를 감시하기도 했다.

“머리가 좋은 노예는 필요 없다. 모든 사항에 대한 판단은 전부 내가 한다.”

그가 한 말이다. 이처럼 그룹 경영의 세세한 사항까지 장악하는 경영을 했으나 거품경제가 꺼지면서 세이부 철도가 발생한 이익을 몰래 숨긴 사실이 발각되고, 2004년 10월 유가증권 보고서에 경영실적을 허위로 기재, 유죄판결을 받자 2005년 10월 사업 일선에서 은퇴했다.

오늘날 세이부 그룹은 세이부 철도, 프린스 호텔, 발코, 로프트, 세이부 백화점, 니시토모(西友), 크레디세손, 無印良品(무인양품), 리프로, 세이부 라이온즈 등의 계열사들로 이루어졌다.

다카시마야 백화점

1831년 교토에서 헌옷 및 목면 장수인 한다신치(飯田新七)가 창업했다. 상호는 다카시마야(高島屋)였다. 다카시마야라는 상호는 그와 그의 양아버지인 의병위(儀兵衛)가 오미 지방의 다카시마(高島)군에 살았기 때문에 거기서 비롯된 이름이다.

1898년 오사카 신사이바시에 백화점을 개설했으며 난바 역 근처에 있는 터미널에도 백화점을 열었다. 도쿄의 니혼바시에도 백화점을 열었으며 일본 전국 곳곳에 대형 백화점을 열었다. 1000억 엔 이상의 매출을 올리는 백화점이 일본 전국에 네 곳 있는데, 이것은 일본 백화점 업계에서는 유일하다.

일본 최초로 쇼핑 포인트제를 도입했고, 1969년부터는 대도시가 아닌 변두리 지역에도 다카시마야 서비스센터(SC)를 개설, 백화점 운영의 새로운 전례를 만들었다. 1959년 천황가의 어용상인이 되었을 때, 당시의 황태자였던 아키히도의 결혼식 생방송의 스폰서가 되어 이름을 떨쳤다.

최근 미스코시 백화점과 이세탄 백화점이 가지고 있는 주식을 흡수, 통합하여 일본의 5대 백화점 중에서는 유일한 단독회사가 됐다. 2007년 2월 결산, 연결매출은 1조494억 엔. 종업원 수는 1만225명이다.

이외에 오미 상인이 만든 기업으로는 동양방적, 닛세이(日淸)방적 등 대기업 외에 일본의 유명 제약회사의 상당수, 그리고 1556년 창업한 이불가게 니시카와(大阪西川) 리빙 등이 있다.

오미 상인의 뿌리는 한국?

이번 취재에서 필자는 놀라운 사실 한 가지를 발견했다. 필자는 오미 상인 취재에 앞서 수개월간 오미의 역사에 대해 조사했다. 필자가 이상하다고 생각한 대목은 1600년대 오미 지역에 난데없이 복식부기가 등장한 사실이다.

더구나 그 복식부기의 방식은 고려 개성상인의 복식부기 시스템인 사개치부법과 100% 동일한 것이어서 조선시대 이후 한반도에서 사라진 복식부기가 어떻게 일본에서 재현되었느냐 하는 것이었다.

오미 히코네에서 일본 최고의 오비(기모노 허리띠)가게인 고노다야 겐베에(譽田屋源兵衛)의 10대 당주인 야마구치 겐베에(山口源兵衛·59) 사장과 만났을 때 들은 얘기다.

“저희 집안이 오미에서 살 때 많은 한국 渡來人(도래인)들이 있었다고 합니다. 그들은 오미 근처의 리아스식 해안으로 시도 때도 없이 상륙해서 마을로 들어와 살았는데 그 수가 하도 많아서 셀 수 없을 정도였다고 합니다. 이미 오미 지역에 한반도로부터 건너온 수많은 친척들이 있었다고 합니다. 아주 옛날부터 오미 지역에는 한반도에서 건너온 사람들이 살고 있었기 때문에 한국인이라는 사실을 숨길 필요도 없었다고 합니다.”

그의 집안이 교토에 나가 산 지 벌써 270년이나 되었지만, 그는 오미가 아직도 자신의 고향이라는 자부심이 강했다.

역사서를 보면 백제가 패망할 무렵, 일본의 천지천황은 백제에 구원군 2만7000명을 파견했다. 그때 백제에서 건너온 백제인 400여명을 맞아들여 오미의 가무사키(오늘날의 다카시마 군)에 논과 밭을 주었으며, 이어 665년 10월에 백제로부터 건너온 백제인 2000여명에게 그 근처의 농토를 나누어주었다는 기록이 있다. 이어 667년에는 귀실집사가 백제인 700여명을 불러들여 오미하치만 시에 살게 했다.

이렇게 고대에 오미 지역으로 건너온 백제인은 줄잡아 10만명이나 되었고 그 이후에도 한반도로부터 도래인이 수도 없이 이어졌다는 것이다. 일설에는 고려가 망하자, 수많은 유민들이 오미로 건너갔다는 설도 있다. 오미지역에 개성상인의 복식부기가 1600년대에 갑자기 나타났다는 것은 어떻게 이해해야 할까.

교토 오비가게의 야마구치 겐베에의 말대로 시도 때도 없이 건너온 도래인 중에 개성의 복식부기를 알고 있었던 고려인이 있었던 것은 아닐까. 일본의 일부 학자들은 오미의 복식부기가 서양의 영향을 받아 생긴 것이라고 하지만, 서양의 복식부기와 오미의 복식부기는 많이 다르다. 오히려 개성의 사개치부법과 100% 일치한다. 그렇다면 오미 상인의 뿌리는 한반도인가.

마지막으로 400년 오미 상인의 상도를 한마디로 요악하면 다음과 같다. “파는 사람도 이롭고, 사는 사람도 이로우며, 세상에도 이로워야 한다.” 이른바 ‘삼방요시(三方よし)’의 정신이 오미상법이다.●

▣ 오미 상인 어록

● 모든 것의 으뜸은 판매를 장려하는 것이다.

● 먼저 신용을 지키고 이익을 나중에 챙기면 번영한다.

● 판매라는 것은 이윤을 추구하는 것이 첫 번째가 아니다. 늘 상대방을 배려하는 마음이 있는 상인은 결국 번영한다.

● 인생은 부지런함 속에 있고 부지런함은 이익의 근본이 되면 부지런함으로부터 참 이익을 얻는다.

● 투기, 부당경쟁, 매점매석과 정치권력과의 결탁에 따른 폭리추구는 진정한 상인의 도리가 아니며 결국 집안을 황폐하게 만든다.

● 음덕을 베푸는 것은 눈에 보이지 않지만 진정 사람을 위하는 것이다.

● 이익은 쓰레기와 같다. 매일 쓰레기가 잔뜩 쌓이면 처치곤란이다. 따라서 이익을 많이 쌓지 말고 그 이익을 소비자나 지역사회에 돌려주어라. 그러면 가게는 영원히 번성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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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의 商人정신] 일본의 松商 오미(近江)상인

천칭봉 하나로 천냥의 돈을 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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