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로가기 메뉴
메인메뉴 바로가기
본문 바로가기

총력 취재

北에 준 ‘저작권료 8억원’ 경로

경문협, 금강산·평양·개성서 北 당국자 만나 달러 전달

글 : 김세윤  월간조선 기자  gasout@chosun.com

  • 트위터
  • 페이스북
  • 기사목록
  • 프린트
  • 스크랩
  • 글자 크게
  • 글자 작게
⊙ 北 저작권사무국, 돈 받은 뒤 수기 영수증 끊어줘
⊙ 2009~2020년 우리 출판사·방송사, 경문협 통한 북한 저작물 사용건수 1141건
⊙ 통일부, “北, 우리에게 저작권료 지급한 사례 없어”
⊙ 경문협, 北과 저작권 합의서 체결 이전에도 저작권료 지급
⊙ ‘윤석열 통일부’ 법원에 관련 자료 제출… 저작권 합의서 2건 추가로 나와
⊙ 국군포로 2심 패소… “재판부, 2009년도 합의서 판단에서 빼”
임종석 전 경문협 이사장이 2021년 6월 서울 중구 대한상공회의소에서 열린 ‘다시 시작하는 남북합의 이행’ 토론회에 참석해 기조연설하는 모습이다. 사진=뉴시스
  지난 2005~2008년 남북경제문화협력재단(경문협)이 저작물 사용료(이하 저작권료) 명목으로 북한에 지급한 7억9000여만원의 송금 경로와 북측 수령자가 누구인지가 확인됐다. 경문협은 지난 2004년 임종석 더불어민주당 의원 등이 주축이 돼 설립한 사단 법인으로 북한과의 경제, 문화 분야 협력과 지원 사업 등을 수행한다.
 
  문재인 정권 당시인 2021년 4월 법원은 이 돈이 어떤 경로로 전달되었는지, 북측 누구에게 전달됐는지에 대한 사실 조회를 통일부에 요청했다. 그러나 그해 7월 통일부는 “정보공개법상 ‘공개될 경우 국가의 중대한 이익을 현저히 해칠 우려가 있다고 인정되는 정보’로 비공개 대상” “법인(경문협)의 경영상 비밀에 관한 정보”를 이유로 법원의 요청을 거부했다. 당시 통일부 장관은 이인영 더불어민주당 의원이었다.
 

  법원이 통일부에 사실 조회를 요청한 이유는 6·25 국군포로 2명이 제기한 소송 때문이다. 2020년 7월 서울중앙지법은 6·25 전쟁 당시 북한의 포로가 돼 강제 노역했던 국군포로 2명이 제기한 손해배상소송에서 “북한 정부와 김정은은 총 4200만원을 지급하라”고 판결했다. 재판부는 경문협이 법원에 공탁한 23억원(당시 기준)을 압류해 배상금으로 주라는 추심 명령을 내렸다. 경문협이 “저작권 소유 주체인 조선방송위는 독립 기구이기 때문에 저작권료가 북한 정부 돈이 아니”라는 논리를 펼치며 이를 거부하자, 국군포로 측은 경문협을 상대로 추심금 소송을 냈다. 그러나 서울 동부지법 1심 재판부는 경문협 주장을 받아들이며 원고 청구를 기각했다. 지난 2월 14일 2심 판결에서도 재판부는 경문협 손을 들어줬다.
 
 
  총 67만6525달러
 
  2005~2008년 경문협은 남측 방송국 등 북한 저작물 이용자로부터 저작권료를 받아 북한에 7억9000여만원을 줬다. 《월간조선》의 취재를 종합하면, 이 기간 경문협 관계자는 금강산, 평양, 개성에서 북한 저작권사무국과 민족화해협의회(민화협) 관계자를 여러 차례 만나 이들에게 미 달러로 바꾼 현금을 건넸다. 총 67만6525달러였다. 저작권사무국 부국장은 이 돈을 받은 뒤 수기(手記) 영수증(령수증)을 만들어 경문협 관계자에게 줬다. 이 영수증에는 ‘다음의 금액을 저작권료로 정확히 받았음을 확인합니다’라고 기재돼 있다. 북한 측 설명에 따르면 저작권사무국은 “국내(북한) 저작권을 통합적으로 장악, 관리하는 국가기관”이다.
 
  경문협과 저작권사무국, 민화협은 2005년 12월 31일 합의서를 체결했다. 이 합의서에는 ‘경문협에 북측 저작물 사용을 원하는 남측 사용 희망자와 민족화해협의회와 저작권사무국을 대리해 포괄적인 사전협상을 할 수 있는 권한을 부여한다’고 명시돼 있다. 이 합의서를 체결하기 위해 경문협 관계자는 2005년 12월 30일부터 이틀간 북한을 방문했다. 개성 봉동관에서 체결된 이 합의서에는 신동호 당시 경문협 위원장, 정철순 북한 저작권사무국 부국장, 리금철 민족화해협의회 부장의 서명이 담겨 있다. 신동호 위원장은 NL 계열 운동권 조직인 전국대학생대표자협의회(전대협) 문화국장 출신으로 문재인 정부 시절 대통령 연설비서관을 지냈다. 이듬해 1월 경문협은 자신들의 산하 기관인 남북저작권센터에 북측 저작권 대리 중개 업무를 위탁했다.
 
  경문협이 북한 당국에 저작권료 명목으로 지급한 금액을 연도별로 살펴보면 ▲2005년 2억4000만원 ▲2006년 2억3786만6400원 ▲2007년 2억3197만9200원 ▲2008년 8232만6000원이다. 그러던 2008년 7월 금강산을 방문한 우리 관광객이 북한 인민군에게 피살되자 정부는 그해 말부터 대북 송금을 금지했다. 북한 송금 길이 막히자 경문협은 저작권료를 법원에 공탁해왔다. 통일부에 따르면, 2009년부터 지난해까지 경문협이 법원에 공탁한 저작권료 총액은 약 28억5300여만원이다. 공탁 후 10년이 지난 공탁금은 국고로 귀속된다. 이를 피하기 위해 경문협은 2019년부터 현재까지 매년 공탁금을 회수한 뒤 재공탁하는 ‘꼼수’를 부려왔다. 회수 후 재공탁하지 않았다면 2019년부터 2023년까지 약 12억원이 국고로 귀속될 수 있었다.
 
 
  경문협, 15차례 걸쳐 저작권료 지급 추정
 
논문 〈남북 교류의 제도화와 저작권 협력의 역할〉에서 발췌.
  경문협 연혁에 따르면, 2004년 설립 이후 금강산 민간인 피살 사건이 있기 전까지 경문협 측이 저작권 사업으로 북한 실무자와 회담한 횟수는 모두 15번이다. 저작권료 7억9000여만원은 이 15번에 걸쳐 나뉘어 지급된 것으로 추정된다. 이 기간 저작권사무국은 경문협의 소개를 받아 남측 소송대리인을 선임, 국내 영세 출판사를 상대로 손해배상 청구 소송을 걸기도 했다.
 
  당시 통일부는 경문협의 북한 방문을 승인했다. 대표적인 예가 지난 2007년 10월 평양 회담이다. 2007년 10월 18일 경문협은 통일부 문화교류팀에 ‘이번 회담에서 재단은 아래와 같은 저작권료(USD)를 지불하고자 하니 반출을 승인해달라’는 내용의 반출 신청서를 제출했다. 경문협 관계자는 그해 10월 24~27일 평양에서 민화협, 저작권사무국 관계자와 만나 저작권 관련 회담을 진행했다.
 
  문화체육관광부의 2021년 자료에 따르면, 2009~2020년 우리 출판사와 방송사 등이 경문협을 통해 북한 저작물을 사용한 건수는 1141건이다. 현재까지 우리 정부에 등록된 북한 관리저작물은 ▲장편소설 〈림꺽정〉 ▲역사서 〈고려사〉 번역서 ▲장편소설 〈황진이〉 ▲〈조선고전문학선집〉 ▲조선중앙TV 영상저작물 ▲‘반갑습니다’ 외 9곡의 음악저작물 ▲최승희(월북 무용가) 사진 9매 및 동영상 2편 ▲리기영 외 9인의 월북(또는 재북) 작가 저작물 ▲북측 사진 저작물 등 총 9건이다.
 
  반면, 통일부는 “북한이 우리 측에 저작권료를 지급한 사례는 없다”고 밝혔다. 남북한 모두 가입된 베른 협약에 따르면, 가입국은 내국민 대우 원칙에 따라 저작권을 보호해야 한다. 내국민 대우 원칙이란 다른 당사국에서 기원한 저작물이라도 자국 저작물과 동일하게 대우해야 하는 것을 뜻한다. 그간 북한의 《로동신문》, 우리민족끼리 TV 등 매체는 우리 방송사의 촛불 시위 장면이나 사드 배치 반대 시위 장면 등을 일부 편집해 사용한 바 있다.
 
  2005년도 지급분의 경우, 그간 가장 큰 액수인 2억4000만원이 북한 당국에 지급됐다. 합의서가 체결된 날짜(12월 31일)로 미루어 봤을 때, 일각에선 합의서 체결 이전부터 경문협이 북한 저작권료를 따로 관리해왔다가 합의 이후 소급 적용했을 것이라는 분석을 내놓기도 했다.
 
  취재 결과, 경문협은 실제 합의서 체결 이전부터 어떤 형태로든 북한 저작권료를 관리해왔던 것으로 보인다. 2005년 5월 27일 경문협이 통일부 사회문화교류과에 제출한 ‘북측 협력기금 반출 승인 요청의 건’에 따르면, 경문협은 ‘이번 실무회담에서 북측에 아래와 같이 저작권 사용료를 지불하고자 하니 반출을 승인해달라’고 요청했다. 북측 저작권 4가지 항목에 대한 돈이었다. 경문협은 그해 6월 6~8일, 금강산에서 민화협, 저작권사무국 관계자와 저작권 관련 회담을 진행했다.
 
  이에 대해 통일부는 “경문협은 2006년 1월 16일 남북저작권센터에 북측 저작권 대리·중개 업무를 위탁했으며 남북저작권센터가 경문협을 대리해 동 업무를 수행해온 것으로 알고 있다”며 “그 이전에 경문협이 직접 사용료를 징수했는지에 대해선 확인할 사항이 없다”고 밝혔다. 또 “2004년 이전에는 국내 출판사 등 저작물 이용자와 북측 간 개별적으로 논의가 이루어진 것으로 알고 있다”면서 “2006년 이전에 다른 기관과 저작권 대리·중개 업무 위임에 관한 협약을 체결했다는 내용을 보고받은 바는 없다”고 설명했다.
 
  경문협 측은 “개별 저작권 사업 자체는 2005년 이전인 1990년대부터 계속 있었다”면서 “그것에 관한 개별 프로토콜은 다 있었던 상태”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일일이 통일부로부터 반출 승인을 받아가면서 했던 일”이라며 “2005년도 합의서는 그것을 좀 더 제도화한 것”이라고 밝혔다.
 
 
  2009년 합의서 “경문협, 北 저작권료 접수할 권한 가져”
 
사단법인 물망초 관계자들이 2월 14일 오후 서울동부지방법원 앞에서 경문협을 상대로 한 탈북 국군포로 추심금 청구 소송 항소심 선고 뒤 패소 관련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국군포로 추심금 1심 재판이 끝나고 정권이 바뀌자 통일부는 소송에 협조했다. 앞서 2021년 법원이 요청한 대북 송금 관련 자료 여러 건을 지난해 8월 제출한 것이다. 여기엔 2005년도 합의서 외에도 2006년 5월 5일 자 합의서와 2009년 2월 5일 자 합의서가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이 합의서는 경문협과 북한 당국 사이 저작권 계약을 보다 구체화하고 있어 1심 판결을 뒤집을 결정적인 증거가 될 거란 관측이 나왔었다. 1심 법원은 경문협이 북한에 대한 채권을 가진다고 보기 어려워 손해배상금을 대신 지급할 의무가 없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월간조선》이 확인한 2006년도 합의서에는 ‘남북경제문화협력재단은 저작권사무국, 민족화해협의회와 협의해 북측 영상저작물의 사용을 허락하는 계약을 체결할 수 있다. 그러나 이 계약은 북측 저작권자의 수표(서명)와 저작권사무국의 확인서를 교부받는 등 저작권자와 저작권사무국이 승인해야만 효력을 발휘할 수 있다’고 적혀 있다. 그간 경문협이 갖고 있던 ‘포괄적인 사전협상을 할 수 있는 권한’에서 한 걸음 나아간 것이다.
 
  대북 송금이 금지된 2009년에 체결된 합의서는 2006년도 합의서 조항 일부를 수정했다. 이 합의서에는 “남북경제문화협력재단은 조선중앙방송위원회와 조선 영화수출입사를 대신해 북측 영상저작물의 사용을 허락하는 계약을 체결하고 사용료를 접수할 권한을 가진다”고 명시돼 있다. 이 합의서는 경문협의 ‘저작권 계약 체결 권리’와 ‘사용료 접수 권한’을 보다 확실히 했다.
 
  그러나 2심 재판부는 ‘(경문협이) 북측으로부터 그 사전협상의 결과라고 할 수 있는 저작물 사용료의 수령 등에 관한 권한까지 부여받았다고 볼 수 없다’고 판시하며 국군포로 측 항소를 기각했다.
 
 
  “2심 재판부, 유사 판결문 그대로 베껴”
 
  국군포로 측 법률 대리인 구충서 변호사(법무법인 제이앤씨)는 2심 재판부가 2009년 합의서를 통해 변경된 내용을 고려하지 않은 채 2005년 합의서만을 놓고 판결했다고 재판부를 질타했다. 이른바 채증법칙(증거를 취사선택할 때 지켜야 할 방식) 위반이라는 것이다. 구 변호사는 “항소심 과정에서 2005년도 이후에 체결한 합의서들(06년 합의서, 09년 합의서)을 확보해 재판부에 제출했다”면서 “그러나 항소심 재판부는 북한과의 2005년도 합의서를 근거로만 제시했고, 2009년도 합의서는 판단에서 쏙 뺏다”고 비판했다.
 
  구 변호사의 지적은 여기서 그치지 않았다. 이번 판결문의 내용과 구조가 지난해 4월에 나온 서울고등법원 판결문과 거의 같다고 비판했다. 서울고법 판결은 6·25 전쟁 때 납북됐던 경찰관 최모씨 유족이 경문협을 상대로 낸 2심 추심금 소송에 관한 것이다. 이 재판에서도 납북 유족이 패소했다. 두 판결문은 분량(9쪽)은 물론, 핵심에 해당하는 ‘판단’ 부분이 거의 같은 구조다. 판단의 ‘가’ 항목 아래 ‘1)’부터 ‘6)’까지의 구성과 내용, 사용된 단어가 유사하다.
 
  심지어 국군포로 판결문은 최씨 판결문의 오자(誤字)까지도 가져다 썼다. 국군포로 2심 재판부는 판결문에 경문협 관계자가 쓴 논문을 인용하면서 저자 이름을 ‘김○현’이라고 적었다. 그런데 이 논문 저자의 이름은 ‘김○헌’이다. 최씨 2심 판결문에서도 이 저자의 이름은 ‘김○현’으로 잘못 적혀 있다. 이는 국군포로 2심 재판부가 최씨 판결문을 그대로 복붙(복사+붙여 넣기)했기 때문으로 보인다. 구 변호사는 “국군포로 2심 재판부는 분량, 내용, 구조는 물론 오자까지 그대로 최씨 판결문을 베꼈다”며 “이게 부실 재판이 아니면 무엇이겠느냐”고 비판했다. 원고 측은 2심 판결 직후 대법원에 상고했다.
 

  한편, 경문협 홈페이지 공지에 따르면, 임종석 전 의원은 일신상의 이유로 지난 1월 15일 자로 경문협 이사장직을 사임했다. 같은 날 임 전 의원은 자신의 페이스북에 글을 올려 “오늘 선거관리위원회에 중구성동구(갑) 예비후보 등록을 마쳤습니다”라고 썼다. 그는 문재인 정부 시절 청와대에 들어갔던 시기 등을 빼고는 20여 년간 이사장을 맡아 경문협 활동을 관장해왔다. 22대 총선을 준비하기 위해 경문협 이사장직을 사임한 것으로 짐작된다. 하지만 임 전 의원은 당 지도부와 마찰을 빚으며 컷 오프(공천 배제)됐다.
 
  임 전 의원이 이사장직을 사임한 이유가 총선 출마와 관계가 있느냐는 질문에 경문협 관계자는 “보태고 빼고 할 것 없이 공지한 그대로”라고 답했다.⊙
Copyright ⓒ 조선뉴스프레스 - 월간조선.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NewsRoom 인기기사
Magazine 인기기사
댓글달기 0건
댓글달기는 로그인 하신 후 남기실 수 있습니다.
내가 본 뉴스 맨 위로

내가 본 뉴스 닫기

Loading...